심지안이 의아해하며 눈을 크게 떴다.“성형한 게 확실해요?”“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아주 자연스럽지만 저는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게다가 의사가 능력자였는지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됐다.심지안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성연신이 쌀쌀하게 말했다.“남의 뒷담화하지 마세요.”순간 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민채린도 어리둥절해하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성 대표님은 좀 오지랖이 넓은 것 같네요.”“내 직원이에요.”그 여자의 명성을 지켜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로 들렸다.심지안은 이 말을 듣고 더 불쾌해졌다. ‘내 직원’이라는 말이 ‘내 여자’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 그녀는 즉시 받아쳤다.“왜요? 우리가 틀린 말을 했어요? 성형했으면 했지, 그렇다고 말도 못 해요?”뒷담화하는 건 물론 나쁘지만 평생 가십 몇 마디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사람들에게 퍼뜨리고 다니거나 나쁜 시선으로 보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성연신은 문제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채 어이없는 말투로 말했다.“제가 당신을 건드렸나요? 우리가 부부인데 왜 제 편을 들지 않고 다른 사람의 편에 서요?”그는 자신이 민채린에게 선을 지키라고 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민채린이 으쓱거렸다.“애인 앞에서도 원칙이 먼저군요.”심지안이 짜증을 냈다.“가스라이팅하지 마세요.”그러자 성연신은 입을 다물었다.민채린은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근데 성 대표님은 직원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 아닌데, 왜 저 여직원에 대해 이렇게 신경을 쓰죠? 힘들게 얻은 여자가 질투할까 봐 두렵지 않아요?”성연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괜한 걱정이에요. 지안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쳇, 알랑방귀를 잘 뀌네요.”성연신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심지안을 데리고 가려 했다.심지안은 그가 내민 손을 홱 뿌리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길가의 택시에 탔다.“피곤해요. 돌아가 쉴래요.”성연신은 택시가 점차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며 어리둥절
직원들은 등 뒤로 갑자기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고개를 돌려 심지안을 보자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사... 사모님!”심지안은 그들을 무시하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고, 직원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남았다.“우리 큰일 난 거 아니에요?”“큰일 정도가 아니지,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네요.”“난 정말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이 주둥이가 문제네요. 연다빈이 예쁘긴 하지만, 사모님보다는 당연히 못 하죠...”연다빈의 얼굴은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이 있어서 예쁘긴 하지만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반면에 심지안은 단순히 예쁜 얼굴로, 어떤 메이크업이든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었다. 밝고 우아하고, 귀엽기까지 한 완벽에 가까운 얼굴이었다.“하... 무심코 한 말이었지만, 사모님 귀에 들렸으니 우리는 끝장이겠네요. 그냥 빨리 짐 싸서 퇴사 준비나 합시다.”사무실.성연신은 심지안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 찬 눈빛으로 마우스를 내려놓고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심지안은 그를 완전히 무시하고 책상에서 태블릿을 집어 들고 돌아서려 했다.성연신은 그녀의 하얗고 가는 손목을 잡으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토라졌어요? 무슨 일 있어요?”“알고 싶어요?”“말해봐요.”성연신은 심지안이 항상 독립적인 것을 알기에,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심지안이 그렇게 힘들게 모든 것을 짊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녀가 자신을 의지하길 바랐다.심지안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별일 아니에요. 단지 당신이 다른 여자를 도와주는 모습을 봤을 뿐이에요. 이렇게 급히 돌아온 게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서인 줄 알았거든요. 제가 착각했어요.”성연신은 심지안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설명했다.“정말 우연히 보고 도와준 것뿐이에요.”“오... 도와준 거라고요?”심지안은 비꼬는
이를 본 성연신은 곧바로 심지안을 쫓아갔다. 심지안을 따라잡았을 때는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려,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성원 그룹 아래에서 몇몇 체대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그중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남학생이 심지안이 뛰어나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바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저기 예쁜 여자가 나오네.”“와, 정말 예쁘다.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콜라병 같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타입이야.”“얼른 연락처를 물어보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너 성공한 직장인 누나를 좋아하잖아. 저 누나가 들고 있는 가방을 보니 최고급 명품인데? 적어도 임원급은 돼 보이잖아!”심지안을 유심히 지켜보던 학생의 이름은 한태석이었다. 그녀의 옷차림을 살펴보니 돈이 부족하지 않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저런 여자와 친해질 수만 있다면, 학교에서의 용돈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한태석은 아이스크림을 마지막 한 입 베어 물고 일어나 심지안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정교하게 계산된 것처럼 보였고,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손을 높이 들어 올려 마치 농구 슛을 하는 동작을 취했다.“안녕하세요, 누나.”심지안은 걸음을 멈추고 얼굴을 찡그리며 짜증 섞인 눈빛으로 한태석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죠?”“누나, 혼자예요?”“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한태석은 피식 웃었다. 장 여성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사랑에 목말라 있다고 들었다. 이어서 한태석은 모든 걸 이해하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알겠어요. 일부러 사나운 척하는 건 누나의 방어기제일 뿐이죠."심지안은 점점 더 신경질적으로 변했다.“우리의 만남도 인연이 아닐까요? 연락처 좀 남겨줘요. 힘들고 심심할 때 제가 도와줄게요. 가장 충성스러운 팬이 되어줄게요.”심지안은 불편한 기색으로 생각했다.‘여기서 여자를 상대로 낚시질하고 있었던 거였어?'거절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성원 그룹에서 걸어 나오는 키 큰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심지안은 이 피도 안 마른 남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연다빈 씨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요.”성연신의 미간이 펴졌다.“그럼 지안 씨...”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심지안이 웃으며 말을 끊었다.“그리고 내가 누구 카톡을 추가하든, 성 대표님과는 상관없잖아요.”심지안의 말이 끝나자, 성연신의 얼굴이 마침내 어두워졌다....정욱은 완성된 일정표를 들고 성연신을 찾아갔다.몇 번 문을 두드렸지만, 사무실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정욱은 문을 열고 들어가 책상 위에 일정표를 두고 성연신이 돌아온 뒤 피드백을 받으려고 했다.문을 열자마자, 정욱은 차가운 눈빛에 얼어붙은 듯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정욱은 몸을 떨며 공손한 미소를 지었다.“성 대표님, 계셨군요...”‘그런데 왜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으셨죠? 진짜 무섭게...’성연신은 그 말을 무시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로비 입구의 CCTV를 확인해 봐.”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정욱은 묻지도 못하고 일정표를 내려놓고 서둘러 일을 처리하러 갔다.지하 1층의 CCTV 영상을 확인하고 나서야 성연신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알게 되었다. 어떤 녀석이 사모님에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었다.‘간이 부었군,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정욱은 일을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욱은 성연신 곁에서 오래 일했기에 그의 성격을 잘 알았다.CCTV 영상을 복사하는 동안 한태석의 신상 정보를 조사했다. 신장 183cm, 체중 78kg, 제경체대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부모는 소규모 사업을 하고 있으며, 본인은 연상 여성과의 연애를 10번이나 했고, 모두 상대의 돈을 다 써버린 후에 헤어졌다는 특이한 이력이 남아있었다.‘이것만 봐도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네. 사모님도 진심으로 연락하고 지내려는 건 아닐 거야. 순전히 성 대표님을 화나게 하려고 했던 거겠지.’성연신은 CCTV 영상을 확인하고 한태석이 먼저 심지안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장장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해오던 출장 생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날짜를 앞당겨 돌아온 심지안은 한달음에 남자친구 강우석의 집으로 달려갔다.그녀는 강우석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지문을 찍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여기저기 혼잡하게 널려 있는 옷 거지들이 눈에 들어왔고 침실 쪽에선 야릇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그렇다. 그녀가 배신을 당한 것이다!심지안은 온몸이 얼음장같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녀는 제멋대로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힘겹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여자가 꺅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옆에 있는 이불로 자신의 알몸을 감쌌다.당황스러움에 어찌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을 마주한 심지안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역겨움이 토사물을 타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그녀는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강우석이 바람을 핀 상대가 하필이면 자신의 이복언니라는 이 소름 끼치는 상황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설명해봐.”“지안아...”강우석은 감히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넌 정말 좋은 여자야. 하지만 나한테 더 어울리는 건 연아야.”성격, 외모, 배경... 연아는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조건을 갖고 있다. 예쁘고 온화하며 섹시하다. 또한 일적으로도 강우석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고 그가 높이 날도록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반면 심지안은 몸에 손조차 대지 못하게 하는 냉혈녀일 뿐만 아니라 심씨 집안에서의 지위 또한 심연아에게 한없이 미치지 못한다. 두 사람 중 저울추의 방향이 어디로 기울어질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었다.심지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만을 사랑하고 바라보았던 사람을 아프게 바라보았다.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심연아가 펑펑 울
남자는 심지안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냉정히 시선을 거두었다.심지안은 남자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진유진에게 말했다.“너 먼저 돌아가. 난 가서 저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낼 거야.”진유진이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저 사람에게 강우석의 일을 얘기라도 하려고?”“내가 직접 처단하는 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혼내는 것보다 훨씬 더 통쾌하지 않겠어?”심지안이 취기가 올라 몽롱해진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유진은 영문을 몰라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자리에 돌아가 앉은 뒤에야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진유진이 보기엔 강우석의 삼촌도 멋있긴 하지만 분명 그와 마주 앉아있는 이름 모를 남자가 더 매력적이었다. 하여 그녀는 심지안이 강우석 그 쓰레기 자식에게 대한 복수 때문에 눈이 멀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심지안은 술기운을 빌려 질끈 묶었던 머리를 휘리릭 풀어헤치고는 술 한 잔을 들고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그때, 돌연 탁자 위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쥐고 심지안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 밖으로 나가버렸다.심지안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렇게 간다고? 그녀가 아직 입을 떼지도 않았는데?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망설이고 있을 때, 순간 머리에 강우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어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한 발 한 발 남자의 뒤를 따라나섰다.남자는 술집에서 나간 뒤 롤스로이스 차에 올라탔다. 심지안은 차 옆으로 다가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차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이어 창문이 스르륵 내려왔고 뒷좌석에서 무표정하고도 오만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바깥의 조명은 술집보다 밝아 그의 얼굴을 더 또렷이 볼 수 있었다. 흠잡을 곳 없는 준수한 이목구비에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그야말로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완벽 그 자체의 외모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핸드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제 핸드폰은
심지안은 환각이라도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남자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심지안은 결심이 선 듯 눈을 반짝이며 결연히 말했다.“서로 숨기지 않는 게 좋겠네요. 전 성 불감증이에요.”오늘 목격했던 그 광경을 생각하니 그쪽으론 트라우마까지 생겨버린 심지안이었다.남자가 조금 놀란 듯 눈빛이 흔들렸다. 이어 그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심지안은 허리를 곧추 세우고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히 그의 시선을 받아들였다.이어 남자가 말했다.“타요.”차에 앉은 심지안은 흥분감을 애써 누르며 진유진에게 문자를 보냈다.「유진아, 날 기다릴 필요 없어. 나 강우석의 삼촌이랑 부모님을 뵈러 가는 중이야!」「??? 역시 넌 대단해. 속도가 빠르다 못해 로켓도 따라잡겠는걸?」병원 VIP 병실.성수광이 침대에 누워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흥분이 가득 섞인 얼굴로 심지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있었다.“이 아가씨는...”남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지안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할아버님, 전 손자분의 여자친구예요. 오늘 너무 급하게 오느라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어요.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성수광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저놈의 여자친구라고요? 난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사실 저희 두 사람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요. 또한 제가 일 때문에 출장도 몇 번 다녀와야 했던 탓에 뵙고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어요.”심지안의 예의 있고 애교 섞인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조금 전 함께 밖에서 밥을 먹다가 할아버님께서 몸이 편찮으시다는 걸 알았어요. 너무 늦게 찾아와 죄송해요.”깔끔하게 뻗은 눈썹, 별이라도 박아놓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백옥같이 하얗고 투명한 피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단번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 그리고 고급스러운 트렌치코트 아래로 드러난 가늘고 매끈한 발목까지, 한눈에 봐
은옥매가 심지안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등을 톡톡 두드리고는 위로하는 척 말했다.“지안아, 화내지 마. 내가 이미 네 언니를 혼내줬어. 언니로서 응당 동생에게 양보해야지.”“지안아, 미안해. 나 내일 바로 우석이한테 가서 약혼을 취소하자고 말할게.”심연아는 연민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상처받은 얼굴로 말했다.“감정이라는 거 마음대로 할 순 없지만 넌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잖아. 네 언니인 내가 그 사람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되는 거였어...”심지안은 그녀의 역겨운 말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가까이 지냈다는 건 침대에서 함께 뒹굴 정도로 가까이란 뜻이야?”“너 그게 무슨 막말이야!”심전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약혼은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 청첩장도 다 보냈는데 취소하라고? 난 그런 창피는 당할 수 없어.”“제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심지안이 눈물이 가득 차올라 붉어진 눈으로 은옥매를 가리키며 한글자 한글자 내뱉었다.“심연아도 저 사람처럼 다른 여자의 남편을 빼앗는 취미가 있어요. 대체 왜 저런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데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심전웅이 심지안의 뺨을 후려갈겼다.감당할 수 없는 힘의 충격에 심지안은 머리에서 윙윙 소리까지 들려왔다.그 모습을 본 은옥매의 눈동자에 잠시 흐뭇함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감추고는 당황스러운 척 심전웅을 막았다.“이러지 말고 말로 하세요!”“저런 애를 감싸긴 왜 감싸.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집에서 얌전히 있으려면 있고 아니면 당장 꺼져. 죽은 네 엄마처럼 보기만 해도 짜증 나니까.”심전웅은 분노에 씩씩거리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심지안을 노려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딸을 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아닌 한 맺힌 원수를 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지안이는 아직 어리니까 당신이 이해해요. 당신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요. 어서 나랑 같이 들어가서 자요.”은옥매는 심연아에게 눈짓하며 말했다.“지안이를 잘 위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