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얼어붙은 변석환의 눈빛이 흔들렸다.“아빠가 된다니요?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요.”“민채린을 당신이 납치한 거 맞죠? 대도 삼형제가 당신의 사람이잖아요.”심지안은 말투가 단호했고 눈에는 비웃는 기색이 가득했다.단순한 변석환은 자신이 감쪽같이 처리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한 달이 넘었는데 심지안이 다시 들추어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곁눈질로 주변에 온통 상류층 인사인 것을 확인하고 안색이 변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우리 차에 가서 얘기해요.”심지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어요.”변석환은 한숨을 쉬더니 말투가 더 누그러졌다.“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심지안의 옆에 서 있던 성연신이 코웃음을 쳤다. 그의 가늘고 긴 눈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고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또렷했다.“버젓한 일국 왕자가 체면이 깎이는 건 아시네요?”그의 말소리에 자선 만찬회의 다른 손님들이 대화를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며 숙덕거렸다.“어머, 볼거리가 생긴 건가?”“몰라. 근데 왕자가 어쩌다 성연신을 건드렸대?”“나도 궁금한데, 지금 왕자가 밀리고 있는 게 확실해.”“설마. 어엿한 일국 왕자님이?”“넌 모르지? 항렬을 따지면 왕자가 오히려 매형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거.”주변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심지안이 그를 놀렸다.“대표님은 악명이 자자하네요.”사람들이 왕자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말이다.변석환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변 시선 하나하나가 소리 없이 그의 뺨을 후려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태어날 때부터 만인의 총애를 받아 온 그가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해봤겠는가?‘이렇게 스스로 낮춰서 말하는데, 왜 조금도 체면을 봐주지 않는 거야?’심지안은 약이 오른 듯한 변석환의 눈을 들여다보며 입을 실룩거렸다.“왜요? 벌써 화났어요? 화내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닌가요?”역시 응석받이로 자라서 조금의 억울함도 견디지 못했다.“민채린을 내가 납치하라고 시
변요석은 성연신 쪽을 보더니 눈을 감고 분노를 참았다.“설마 임시연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공항에서 탈출을 도울 때 이미 국법을 어겼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또 어머니가 거듭 사정하니 가만둔 거지, 아니면 반드시 이 자식을 혼냈을 것이다.그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또 새로운 잘못을 저질렀다면...어떻게 말할지 미처 준비하지 못한 변석환이 더듬거렸다.“아버지, 저는... 저... 저...”변요석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네가 뭐?”“전하께 손자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성연신이 가볍게 웃더니 건들거리며 말했다.변요석은 숨이 가빠졌고 이 불효자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임시연을 만났어?”그 여자랑 다시는 엮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지 한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잊었어?변석환이 급히 부인했다.“아니요. 만나지는 않았어요. 시연이 제경을 떠나 작은 마을에 자리 잡은 후 출산을 준비하도록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주었을 뿐이에요.”“썩 꺼져!”화가 난 변요석은 그에게 전혀 시간을 주지 않았다.“당장 구금실에 들어가.”왕실의 구금실은 좀 다른데, 일단 들어갔다 나오면 모든 권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총애를 잃는 셈이다.변석환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간청했다.“아버지, 제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시연의 배 속에 제 아이, 아버지의 손자가 있었어요. 시연은 수배범이고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아이는 죄가 없잖아요.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요. 마음이 약해져서 그만... 때리고 욕하고 마음대로 하세요. 제발 구금실에만 보내지 않을 수 없을까요?”“아이는?”“낳았어요. 저한테 사진을 보내왔는데 보여드릴게요.”변석환이 급히 휴대폰을 켜고 갓 태어난 아기 사진을 보여주었다.아기는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빨간 피부에 두꺼운 태지가 덮여 있고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이 왠지 불쌍해 보였다.세상의 부모 마음은 똑같다고 변요석도 아버지인지라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변석환이 잠시 멍
여인은 심지안이 자기를 지켜보는 것을 눈치챈 듯 고개를 살짝 들고 미소로 화답했다.“대표님, 그럼 저는 두 분을 방해하지 않고 이만 나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물러갔다.문이 닫히자마자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이전에 회사에서 저 여자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최근에 들어온 신입 사원이에요. 이전 재무 담당자가 횡령으로 감옥에 가서.”“연신 씨가 면접 보고 뽑은 거예요?”“아니요. 인사팀에서 뽑은 거죠.”성연신은 영문을 몰랐다.“왜요?”심지안은 약간 어색하게 말했다.“연신 씨가 저 직원을 다른 직원들과 좀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아요.”성연신은 냉담한 얼굴에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디가 다른데요?”“결벽증이 있잖아요? 방금 저 여자 머리카락이 당신 목덜미에 닿았어요.”“고작 그것 때문에요?”어리둥절해진 심지안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꾹 참고 빙그레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고작 그것 때문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가 생떼를 쓴다는 거예요?”결벽증이 심한 사람이 이렇게 거리감 없는 접촉을 좋아할까?실수로 닿았더라도 즉시 자세를 바꿔 피해야 정상이 아닌가?성연신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곧 폭발할 것 같은 그녀를 껴안고, 사랑스럽다는 듯 웃었다.“질투해요?”“네?”심지안은 그의 허벅지를 꽉 꼬집었다.“저리 가요! 누가 당신같이 마음이 쉽게 변하는 바람둥이를 위해 질투해요?”성연신은 아파서 신음을 냈지만 그녀를 놓지 않았다. 두 사람의 얼굴이 맞닿으면서 서로의 숨결이 뒤엉켰다.“내 마음속에는 당신밖에 없어요. 맹세코 그 여자한테 아무 생각도 없어요.”그가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자, 심지안은 뽀얀 얼굴이 저도 모르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괜히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흘겼다.“그 여자에게 딴생각을 가져보지 그래요? 저는 지금 성씨 가문의 따님인데, 어떤 미남인들 얻지 못하겠어요? 정 안 되면 바꾸면 되죠.”우주의 양육권은 소송을 통해 쟁취하면 된다.어차피 우주는 지금 그녀를 좋아한다.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두 분에게 밥을 한 번 사드리고 싶었어요.”민채린은 식당의 환경을 보더니 말했다.“이렇게 작은 식당을 고를 줄은 몰랐어요. 진짜 저를 위해 돈을 아껴주네요.”심지안은 반신반의했다.“진짜요?”민채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네.”성연신이 수저를 꺼내 심지안 앞에 놓았다.“철수 씨를 찾으세요?”민채린은 눈에 어색한 뭔가가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그 사람을 왜 찾아요? 잘 알지도 못하는데.”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네, 그렇고 그런 사이일 뿐이니 잘 모르죠.”심지안도 은연중 그녀와 안철수의 얼키고설킨 관계를 들은 바가 있어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둘이 잘 몰라요.”“오해하지 마세요.”민채린은 육회를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저는 오늘 저녁 비행기로 떠나요. 지난번에 구해준 은혜가 있으니 감사 인사로 점심을 사는 거예요.”그녀는 갑자기 말머리를 돌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지안 씨도 알다시피 제가 이유 없이 납치된 것이 두 분 때문이잖아요. 까놓고 말하면, 저는 그냥 지나가다 얻어맞은 행인과 같은 거죠.”좋게 말하면 송별 인사이고, 나쁘게 말하면 죄를 물으러 온 것이다.그녀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다.심지안은 웃음을 거두고 그녀에게 오렌지 주스를 따라주었다.“무슨 그런 말씀을. 그때 우리도 채린 씨를 구하려고 최선을 다했고, 또 별탈 없이 무사히 돌아왔잖아요.”“별탈 없이 무사한 건 제가 운이 좋았다는 것을 설명할 뿐이에요.”“말해봐요. 뭘 원하는지?”성연신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그녀가 이렇게 나올 줄 진작에 예상한 듯 담담하게 물었다.민채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필요할 때 고청민을 지켜주세요.”성연신이 눈썹을 치켜올렸다.“필요할 때가 어떤 때죠?”또다시 음모를 꾸미다 들통났을 때? 아니면 성씨 가문에서 쫓겨났을 때?그러니까 나쁜 짓을 해도 가만두란 말인가?민채린은 그의 날카로운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심지안이 의아해하며 눈을 크게 떴다.“성형한 게 확실해요?”“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아주 자연스럽지만 저는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게다가 의사가 능력자였는지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됐다.심지안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성연신이 쌀쌀하게 말했다.“남의 뒷담화하지 마세요.”순간 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민채린도 어리둥절해하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성 대표님은 좀 오지랖이 넓은 것 같네요.”“내 직원이에요.”그 여자의 명성을 지켜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로 들렸다.심지안은 이 말을 듣고 더 불쾌해졌다. ‘내 직원’이라는 말이 ‘내 여자’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 그녀는 즉시 받아쳤다.“왜요? 우리가 틀린 말을 했어요? 성형했으면 했지, 그렇다고 말도 못 해요?”뒷담화하는 건 물론 나쁘지만 평생 가십 몇 마디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사람들에게 퍼뜨리고 다니거나 나쁜 시선으로 보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성연신은 문제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채 어이없는 말투로 말했다.“제가 당신을 건드렸나요? 우리가 부부인데 왜 제 편을 들지 않고 다른 사람의 편에 서요?”그는 자신이 민채린에게 선을 지키라고 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민채린이 으쓱거렸다.“애인 앞에서도 원칙이 먼저군요.”심지안이 짜증을 냈다.“가스라이팅하지 마세요.”그러자 성연신은 입을 다물었다.민채린은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근데 성 대표님은 직원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 아닌데, 왜 저 여직원에 대해 이렇게 신경을 쓰죠? 힘들게 얻은 여자가 질투할까 봐 두렵지 않아요?”성연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괜한 걱정이에요. 지안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쳇, 알랑방귀를 잘 뀌네요.”성연신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심지안을 데리고 가려 했다.심지안은 그가 내민 손을 홱 뿌리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길가의 택시에 탔다.“피곤해요. 돌아가 쉴래요.”성연신은 택시가 점차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며 어리둥절
직원들은 등 뒤로 갑자기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고개를 돌려 심지안을 보자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사... 사모님!”심지안은 그들을 무시하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고, 직원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남았다.“우리 큰일 난 거 아니에요?”“큰일 정도가 아니지,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네요.”“난 정말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이 주둥이가 문제네요. 연다빈이 예쁘긴 하지만, 사모님보다는 당연히 못 하죠...”연다빈의 얼굴은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이 있어서 예쁘긴 하지만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반면에 심지안은 단순히 예쁜 얼굴로, 어떤 메이크업이든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었다. 밝고 우아하고, 귀엽기까지 한 완벽에 가까운 얼굴이었다.“하... 무심코 한 말이었지만, 사모님 귀에 들렸으니 우리는 끝장이겠네요. 그냥 빨리 짐 싸서 퇴사 준비나 합시다.”사무실.성연신은 심지안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 찬 눈빛으로 마우스를 내려놓고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심지안은 그를 완전히 무시하고 책상에서 태블릿을 집어 들고 돌아서려 했다.성연신은 그녀의 하얗고 가는 손목을 잡으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토라졌어요? 무슨 일 있어요?”“알고 싶어요?”“말해봐요.”성연신은 심지안이 항상 독립적인 것을 알기에,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심지안이 그렇게 힘들게 모든 것을 짊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녀가 자신을 의지하길 바랐다.심지안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별일 아니에요. 단지 당신이 다른 여자를 도와주는 모습을 봤을 뿐이에요. 이렇게 급히 돌아온 게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서인 줄 알았거든요. 제가 착각했어요.”성연신은 심지안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설명했다.“정말 우연히 보고 도와준 것뿐이에요.”“오... 도와준 거라고요?”심지안은 비꼬는
장장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해오던 출장 생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날짜를 앞당겨 돌아온 심지안은 한달음에 남자친구 강우석의 집으로 달려갔다.그녀는 강우석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지문을 찍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여기저기 혼잡하게 널려 있는 옷 거지들이 눈에 들어왔고 침실 쪽에선 야릇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그렇다. 그녀가 배신을 당한 것이다!심지안은 온몸이 얼음장같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녀는 제멋대로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힘겹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여자가 꺅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옆에 있는 이불로 자신의 알몸을 감쌌다.당황스러움에 어찌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을 마주한 심지안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역겨움이 토사물을 타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그녀는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강우석이 바람을 핀 상대가 하필이면 자신의 이복언니라는 이 소름 끼치는 상황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설명해봐.”“지안아...”강우석은 감히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넌 정말 좋은 여자야. 하지만 나한테 더 어울리는 건 연아야.”성격, 외모, 배경... 연아는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조건을 갖고 있다. 예쁘고 온화하며 섹시하다. 또한 일적으로도 강우석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고 그가 높이 날도록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반면 심지안은 몸에 손조차 대지 못하게 하는 냉혈녀일 뿐만 아니라 심씨 집안에서의 지위 또한 심연아에게 한없이 미치지 못한다. 두 사람 중 저울추의 방향이 어디로 기울어질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었다.심지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만을 사랑하고 바라보았던 사람을 아프게 바라보았다.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심연아가 펑펑 울
남자는 심지안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냉정히 시선을 거두었다.심지안은 남자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진유진에게 말했다.“너 먼저 돌아가. 난 가서 저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낼 거야.”진유진이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저 사람에게 강우석의 일을 얘기라도 하려고?”“내가 직접 처단하는 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혼내는 것보다 훨씬 더 통쾌하지 않겠어?”심지안이 취기가 올라 몽롱해진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유진은 영문을 몰라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자리에 돌아가 앉은 뒤에야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진유진이 보기엔 강우석의 삼촌도 멋있긴 하지만 분명 그와 마주 앉아있는 이름 모를 남자가 더 매력적이었다. 하여 그녀는 심지안이 강우석 그 쓰레기 자식에게 대한 복수 때문에 눈이 멀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심지안은 술기운을 빌려 질끈 묶었던 머리를 휘리릭 풀어헤치고는 술 한 잔을 들고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그때, 돌연 탁자 위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쥐고 심지안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 밖으로 나가버렸다.심지안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렇게 간다고? 그녀가 아직 입을 떼지도 않았는데?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망설이고 있을 때, 순간 머리에 강우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어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한 발 한 발 남자의 뒤를 따라나섰다.남자는 술집에서 나간 뒤 롤스로이스 차에 올라탔다. 심지안은 차 옆으로 다가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차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이어 창문이 스르륵 내려왔고 뒷좌석에서 무표정하고도 오만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바깥의 조명은 술집보다 밝아 그의 얼굴을 더 또렷이 볼 수 있었다. 흠잡을 곳 없는 준수한 이목구비에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그야말로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완벽 그 자체의 외모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핸드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제 핸드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