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원래 잔인한 거야.” 대사관은 하천이 뿜어내는 살기에도 전혀 끄떡없었고 냉랭하게 말했다. “네가 지금 당장 묘지의 지도와 비밀키를 내놓는다면 시체는 멀쩡하게 남겨주도록 하지.” 하지만 대신관의 말을 들은 하천은 자신의 이마를 탁- 두드리더니 하찮다는 듯 비웃었다. “준비는 단단히 됐겠지?” ... 이와 동시의 H국의 상황이었다. 홍루의 등불은 이미 4개가 꺼진 상태였고 다섯 번째 등불도 위태롭게 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순간 맞은편 별원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수백 미터를 날아오르더니 그 홍루의 정자 앞에 나타났다. 위삼도는 구부정한 몸으로 그 칠성등 앞으로 다가갔고 당장이라도 꺼질 듯한 나머지 등불들을 보면서 안색도 점점 굳어져갔다. 이때 위삼도가 손을 휘젓자 진기가 위삼도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끊임없이 그 등불 속에 주입되었는데 꺼질 듯하던 등불은 다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이제 곧 한계야. 제갈 이 늙은이는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곧이어 위삼도는 칠성등 앞에 자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그의 허영이 허공으로 떠올라 쉴틈 없이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냈다. 그러나 이 찬바람이 허영을 스칠 때마다 위삼도도 심각한 고통을 호소했는데 지금 그는 자신의 수명을 내걸고 칠성등이 꺼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었다. 홍루의 주위는 온통 흰 눈으로 뒤덮였다. 이때 붉은 옷을 입은 제갈 홍루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홍루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뒤에는 휠체어를 탄 조경운이 뒤따랐다. 그리고 제갈 홍루의 이런 모습에 조경운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사부님,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괜찮다.” 제갈 홍루는 손사래를 치며 조경운을 가로막고 당부했다. “이건 내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넌 여기에 남아 있거라.” 말을 마친 제갈 홍루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는데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고 수명도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았다. “왔어?” 이때 홍루에서는 위삼도의 목
“시작해.” 하천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는데 그의 머리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스쳤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여기서 절대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하천은 손에 천궐도를 꽉 잡았다. “천군일소.” 하천은 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패세황 도서의 황금색 빛줄기가 그의 온몸을 에워쌌다. 이와 동시에 4대 식신들도 하천을 향해 돌진했다. “끝까지 포기 안 해?” 대신관은 그런 하천을 비웃으며 4대 식신에게 하천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4대 식신은 저마다 미친 듯이 포효하며 하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바다 저편에서 거대한 도망이 날아왔다. 슈슉- “저게 뭐야?” 그리고 대신관을 포함한 모두가 이 도망의 압박감에 꼼짝할 수 없었다. 푸슉- 이 도망은 순식간에 4대 식신의 방향으로 돌진했는데 그들은 심지어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지금 이 순간 천지는 잠깐 멈춰버린 듯했다.많은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반응하지 못했고 4대 식신이 순식간에 소멸된 이 상황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대신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엄청난 칼이야!!!” “겨우 동영의 애송이들이 감히 우리 H국의 반신을 건드려?” 횡포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 소리에 하천도 고개를 번쩍 들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위삼도 위면?” 대신관은 그 자리에 완전히 얼어붙었는데 이 결정적인 순간에 위면이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위면은 아주 오래 전 칼 하나로 천하를 다스린 무적이라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위면이 지금 동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선대 왕조의 묘지는 우리 H국 것이다. 그런데 감히 동영 애송이들이 손을 대려고 해?”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위면의 목소리에 대신관은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한편의 하천은 이미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를 알게 되었고 하늘을 향해 인사를 한 뒤 만신창이가 된 몸을
결국 고대 제1의 반신이라 불리는 위면의 압박에 대신관은 하천이 떠나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위면은 감히 함부로 도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하천도 이번에 위면의 실력에 매우 놀랐고 반신이란 존재가 자신의 생각보다 더 엄청난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께서 도와준 덕에 제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위면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괜찮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그런데 말을 마친 위면은 격렬한 기침을 몇 번이나 했고 그 모습은 매우 초췌해 보였다. 이전에 하천은 오래 전 위면이 신을 제압한 후 몸에 고질병이 생겨 그 후 수십 년 동안 자취를 감추고 살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게다가 신을 제압할 당시의 위면은 오직 단 세 번의 공격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위면은 그 세 번의 공격권 중 한번은 신을 제압할 때 쓰고 다른 한번은 이번에 하천을 쓴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제 위면에게는 마지막 한 방만 남겨졌고 남은 마지막 공격권까지 다 쓰게 되면 위면의 생명도 아마 끝을 맞이할 것이었다. 때문에 이번에 위면이 하천을 도와준 것은 절대적으로 목숨을 내건 행동이었다. 위면의 이런 초췌한 모습에 하천이 급히 말했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위면은 손사래를 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위면은 맞은편의 홍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으니 몸의 상처도 완쾌되었단 말이겠지? 그럼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말고 저기 맞은편으로 가보거라.” 위면은 하천에게 별원을 떠나라고 했는데 그는 누구든 자신의 별원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때문에 제갈 홍루가 이곳에 위면을 찾으러 오더라도 용건만 끝낸 뒤 항상 황급히 떠나곤 했다. 그리고 하천도 눈치가 있는지라 황급히 위면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별원을 나섰다. 별원 밖은 낭떠러지였고 그 맞은편은 바로 홍루였다. 홍루의 상공
“좋다.” 제갈 홍루가 말했다. “이제 얼른 연무명와 함께 한성으로 가보거라. 필경 그는 선대 왕조의 후손이니 반드시 도움이 될 테다.” “네.” 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묘아는 지금 어디 있는 겁니까?” 그러자 제갈 홍루가 대답했다. “제경의 헌원 삼살의 집에 있다. 또 무슨 사고를 칠 지 모르니 얼른 가보거라.” 말하면서 제갈 홍루는 하품을 했고 한눈에 봐도 매우 피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 묘지의 회춘단을 노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에 묘지에 들어가는 일은 더 이상 우리 용조에서 끼어들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의 모든 것은 너 자신에게 전부 달린 셈이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부디 네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때 하천은 몸을 일으키더니 제갈 홍루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친 하천은 몸을 돌려 홍루를 나섰고 밖에서 기다리던 조경운과 만났다. “좀 걷자.” 하천은 조경운의 휠체어를 밀려 홍루 밖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공법 배우는 건 어때?” 하천이 물었다. 그러자 조경운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갈 선배님께서는 이미 모든 걸 저에게 전수해 주셨습니다. 남은 것은 제가 어떻게 소화하느냐는 것이죠. 그게 3년이 될 지 30년이 될 지는 알 수 없는 거고요.” “음.” 그리고 이때 하천은 머쓱한 듯 코를 어루만지더니 말을 이어갔다. “우상이 쪽은 어떻게 됐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조경운이 말했다. “우상이도 그의 할아버지 도움으로 백씨 가문을 꽤 잘 다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시간 나면 만나러 가야죠.” “허허, 그래.” 그 뒤로도 두 사람은 얼마간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고 잠시 후 하천은 다시 낭떠러지 앞에서 멈췄다. “우리는 언제면 이런 생활을 끝내고 평온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러자 조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지금 이 생활을 멈출 지 말지는 형님 자신에게 달린 거죠.” “형님은
하천이 엄숙한 표정으로 묘아에게 한 마디 던졌다. 그러자 묘아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하천 형제, 난 헌원 아가씨에게 정말 진심이었어.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단 말이야.” “미친 놈.” 하천은 묘아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지난번 전씨 가문에 있을 때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지난번도 확실히 진심이었어. 단지 상황이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던 것뿐이야.” “꺼져.” 하천은 묘아를 매섭게 노려보았고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묘아는 자신의 몸에 난 채찍자국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도 난 아직 헌원 아가씨와 가능성은 있는 것 같아.” 이 말에 하천은 더 어이가 없었다. 이어서 묘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상처를 처치하기 시작했고 하천은 여전히 이곳에 앉아 헌원 나비를 기다렸다. 이때 혼자 심심하던 하천은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하천은 지금 반신의 경지에까지 오른 사람이었지만 핸드폰 게임을 즐기는 취미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해외에는 심지어 하천을 위해 게임을 연구 개발하는 전문적인 회사까지 있었다. 그렇게 하천은 한동안 게임에 푹 빠졌고 헌원 나비가 다시 나왔을 때는 하천이 게임의 한 라운드를 넘은 뒤였다. 그리하여 하천은 다시 헌원 나비와 인사했다. “용조의 제갈 홍루 선배가 헌원 가문에서 날 한성으로 안배할 거라고 하더군.” “응.” 헌원 나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용조에서는 모든 준비를 마쳤고 이미 우리가 선대 왕조의 묘지로 들어가는 걸 정부측에서도 허락했어. 그러니 내일 아침 일찍 한성으로 출발하면 돼.” “하천 네가 정말 지금 반신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우리가 처음 알았을 때 넌 겨우 육선문의 문주였는데 말이야.” “맞아. 시간이 참 빠르네.” 하천은 싱긋 웃어 보였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마치 아주 자극적인 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꿈은 당시 하천이 청주시를 떠나 거지왕 구창풍을 만났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
앞으로 묘지가 열리면 회춘단이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이고 위면의 능력 또한 갈수록 약해지니 반세기 동안 잠잠하던 고대 무림계는 분명 한바탕 큰 파장이 일 것이었다. 한성의 육선문 지부로 온 후 하천은 이곳에서 옛 친구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가 바로 추풍이었다. 하천이 북방 육선문의 문주로 있던 시절 수많은 육선문 고위층들은 모두 하천을 배척했지만 오직 추풍만은 하천 편에 섰다. 그 이유는 추풍이 사람 자체가 정직하고 착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다른 고위층 간부들과 옳지 않은 일에 동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 추풍은 북방 육선문의 전임 문주였던 신호와 친구 사이였는데 그 당시 신호는 1톤의 황금 때문에 반란을 일으킨 일로 추풍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적이 있었다. 그 후 하천이 동영으로 도망간 신호를 체포했다. 결국 그후 추풍은 하천의 유능한 조수로 되었고 북방 쪽에서 하천을 도와 많은 일들을 해결해 주었다.그리하여 군왕은 그런 추풍의 능력을 높게 샀고 그가 퇴임한 후 추풍을 새로운 육선문 문주로 임명했다. “하천 형님.” 하천을 본 추풍은 얼른 달려가 뜨거운 포옹을 했다. “오랜만이야.” 비록 지금 하천의 지위는 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시종 변하지 않았고 추풍을 본 하천도 매우 기뻤다. 추풍 외에도 북쪽에서 하천을 따르던 수많은 부하들이 모두 이번 일로 한자리에 모였기에 하천은 한성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날 저녁, 추풍은 수많은 형제들을 이끌고 술자리를 마련하여 하천을 대접했다. “형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추풍은 하천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오늘날 H국의 반신 경지에까지 오른 형님 밑에서 저희가 일을 했었다니! 정말 너무 영광일 따름입니다.” “하하하, 그게 무슨 소리야!” 하천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자자, 오늘 그런 말은 금지야. 벌칙으로 한 잔 해.” “네, 좋습니다.” 추풍은 두말없이 또 술잔을 비워냈다. 이들은 모두 주량이 엄청났는데
이때 잠시 침묵하던 하천이 입을 열었다. “아마 반신이 나타날 상황이 대비해서 그러는 거겠지?” 그러자 헌원 나비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면 얼른 술부터 깨. 우리는 오늘 밤 묘지에 들어갈 거야. 지금은 어쩌면 한 두명의 반신이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르지만 내일이 되면 그 수가 10명이 될지 20명이 될 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 이 말에 하천과 묘아는 모두 깜짝 놀랐다. “H국에 반신이 그렇게 많아?” 이 말에 헌원 나비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H국의 고대 무림계에 도대체 반신이 얼마나 있는 지는 나도 확정 지을 수 없어.” “하지만 내가 확신하는 건 그 어느 반신이든 모두 100세가 넘었고 그 회춘단을 필요로 한다는 거야. 너도 그 회춘단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지는 잘 알고 있겠지?” “그리고 H국에는 이미 60년이 넘도록 새로운 반신이 나타나지 않았어. 즉 100세 이하인 반신은 이 H국에 오직 하천 너뿐이야.” “하천, 능력이 클수록 책임져야 하는 것들도 많아져. 넌 똑똑한 사람이니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알 거야.” 그러자 하천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 말은 제갈 선배와 네 할아버지한테서 이미 질리게 들었어. 더 말하지 않아도 돼.” 말을 끝낸 후 하천과 묘아는 모두 빠르게 체내의 알콜을 분해했다. 이때 이미 취기가 사라진 두 사람은 그제야 눈빛이 또렷해졌다. 그리고 호텔 입구에는 이미 군용 허머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하천 일행은 빠른 속도로 차를 타고 묘지의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약 반시간 후 하천 일행은 한성 외곽에 위치한 한 고대 유적 박물관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 박물관의 가장 안쪽이 바로 묘지의 입구였다. 하천 일행은 차에서 내린 후 바로 박물관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아주 오래된 진열대가 하나 있었는데 하천은 그 진열대에 화씨옥을 올려놓았다. “피를 떨어뜨리고 아홉 개 입구 중 진짜 입구의 위치를 찾으세요.” 하천의 말에 묘아도 웃음기를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갑자기 그 큰 파도를 뚫고 날아왔다. 갑자기 나타나 파도를 뚫은 이 고래는 순간 거대한 물기둥을 뿜어냈고 그 물기둥 위에는 뜻밖에서 웃통을 벗은 한 남자가 서있었다. 이 남자는 온몸이 붉은 색으로 물들었고 머리도 빨간 색이었을 뿐만 아니라 두 팔에는 각양각색의 기괴한 문신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 남자는 고래가 뿜어내는 물기둥 위에서 마치 신처럼 등장했다. 이때 이 남자는 두 팔을 벌렸는데 아마 거세게 몰려오는 이 파도를 껴안으려는 것 같았다. 크오오- 이때 어디선가 거대한 짐승의 포효와 비슷한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는데 바로 그 남자의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곧이어 이 남자의 두 팔 사이에는 불꽃이 솟구쳤고 이 불꽃은 마치 태양처럼 밤하늘을 밝게 비추었다. 그리고 이 불꽃은 거세게 몰려오던 파도를 순식간에 밀어냈다. 한편 배 위에서 잔뜩 겁먹었던 사람들은 모두 삽시간에 발생한 이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파도가 밀려간 후 해면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배 위의 선원들은 모두 넋을 잃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고 붉은 머리의 남자는 여전히 물기둥 위에 서있었다. “바다의 신이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원들은 모두 파도를 막은 이 남자가 바다의 신이라고 생각했고 잇달아 무릎을 꿇고 그에게 절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붉은 머리의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순간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철렁했다.이 남자의 반쪽 얼굴은 이미 부패되었을 뿐만 아니라 잔뜩 말라붙어 얼굴 안의 뼈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다른 한쪽 얼굴도 매우 흉악하기 그지없었는데 마치 바다 밑에서 잠자고 있던 악마 같았다. “난 바다의 신이 아니다.” “내 이름은 붉은 악마다.” “하하하하!!!” 순간 귀를 찌를 듯한 사악한 웃음소리가 울려 펴졌고 갑자기 배를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배에는 순식간에 구멍이 뚫려버렸고 배 전체는 삽시간에 바다에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