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궁전은 와르르 부서져 버렸다. 좌신은 비록 하천의 공격으로 인해 궁전으로 추락했지만 결국 치명상을 입진 않았다. 잠시 후 좌신은 폐허 속에서 몸을 일으켰고 매우 낡아 보이는 긴 칼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꼬마야, 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좌신이 긴 칼을 휘두르자 마찬가지로 거대한 도망이 하천을 향해 발사되었는데 하천은 즉시 천궐도로 그 도망을 맞받아쳤다. 그렇게 두 사람의 도망이 부딪치자 대지는 엄청나게 진동했고 그 후 두 사람은 각자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났다. “단검결세.” 하천은 몸을 돌리며 또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좌신은 순식간에 공격을 피했고 다시 7~8미터의 저공으로 떠올랐는데 매우 이상한 자세를 취했다. “병!!!” 순간 허공에서 검은 기운이 몰려오더니 그 검은 기운은 수천수만의 병사들로 변하여 하천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이런 수법을 한 번도 본적 없던 하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면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미친 듯이 돌진해왔지만 하천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천궐도로 재빨리 그들을 죽여 나갔다.“패도진기.” 쾅-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둥과 같은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고 하천의 패도진기는 돌진해오던 병사들을 모조리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하천은 눈 깜짝할 사이에 좌신의 눈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제야 하천은 갑옷 속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좌신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은 어떻게 보면 익살스럽기도 또 기이하기도 했다. “두!!!” 그런데 이때 좌신은 또 한번 주문을 외쳤는데 그의 몸은 순식간에 수십 배나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갑옷을 입은 거대한 무사가 하천 앞에 나타났는데 그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지면의 건물들은 모조리 부서져버렸다. 심지어 화신이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면 허공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이 장면을 본 하천은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왼손으로는 주먹을 휘두르는 좌신의 공격에 하천은 당황하고 말았다. 하천
얼마 지나지 않아 하천은 이 8개의 분신들 중에서 다른 일곱 개의 분신들보다 행동이 0.1초 정도 더 빠른 진짜 좌신을 찾아냈다. 그것은 일반인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하천은 반신이었기에 바로 포착해낼 수 있었다. “바로 저거였어.” 하천은 진짜 좌신의 위치를 파악한 뒤 바로 그곳을 향해 천궐도를 휘둘렀다. “역비화산.” 쾅- 거대한 도망이 정면으로 좌신에게 몰려왔는데 좌신은 하천이 이렇게 순식간에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좌신은 하천의 공격을 전혀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치명타를 입고 말았다. 순간 분신들은 전부 사라졌고 좌신의 가슴에는 상처가 또 하나 생겼다. 그리고 마침내 좌신도 피를 뿜어냈는데 이미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던 좌신은 점점 더 쇠약해지는 것이 눈에 선명히 보였다.이쪽의 하천은 온통 먼지로 뒤덮인 폐허를 뚫고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다. 비록 하천도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좌신과 비교했을 때 지금 그의 상태는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이 분명했다. “반신은 다른 경지와는 아예 다르구나.” ‘다른 경지는 나이를 먹을수록 강해져. 하지만 반신은 나이를 먹을수록 체력의 한계가 더욱 뚜렷해지니 전투를 거듭할 수록 점점 약해지고 있는 거야.’‘그러니 아무리 대단한 공법이 있더라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전부 헛수고인 거였어.’순간 하천은 이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반신의 성장은 이전의 범속 초월과 화경 등 경지와는 정반대였다. 범속 초월과 화경의 고수들은 그 경지에 진입한 시간이 길수록 더욱 강해졌다. 왜냐하면 시간이 길수록 그들이 축적해온 내력이 강해지고 장악한 공법과 기술들도 더욱 단단하고 숙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지는 대부분 젊은 나이에 진입하기에 전혀 체력이 따라가지 못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부분 나이가 들수록 강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반신의 경지에 진입하는 대다수는 거의 80~90세이고 심지어 100세가 지나서야 반신이 되는 사람들도
이때 화강산 꼭대기에서는 좌신의 허영이 하늘에서부터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오고 있었는데 하천이 서있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면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좌신의 위압감을 느낀 하천은 황금색 빛을 반산하는 주먹을 하늘로 향해 뻗었다. “패도진기.” “판음양.” 쾅- 순간 하천과 좌신의 주먹이 충돌했고 거대한 힘으로 인해 주위의 모든 것들이 파괴되었다. 게다가 하천은 팔은 물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피를 철철 흘리기 시작했다.한편 하늘에서 돌진해오던 좌신은 한바탕 포효하더니 온몸이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났고 허공에서 한 줌의 먼지가 되어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좌신이 뱃속에 삼켰던 묘지의 비밀키는 마침 하천에 손에 떨어졌다. 묘지의 비밀키를 얻은 하천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하천은 그 비밀키를 거두어들이고는 폐허가 된 주위를 보면서 다시 한번 반신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똑똑히 느꼈다. 이때의 하천은 제자리에 주저앉았고 한숨 돌리고 난 뒤 다시 산을 내려갈 생각이었다. 이번 좌신과의 전투에서 하천은 대량의 진기를 소모했고 몸도 엄청난 부상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반신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부상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회복될 수 있었다. 즉 반신은 내력이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만 아니라면 다른 것들은 전부 큰문제가 아니었다. “위에는 이미 끝난 것 같군.” 이때 화강산 기슭에는 점점 더 많은 신연의 성원들이 몰려들었는데 산꼭대기의 전투가 끝난 것 같아 보이자 모두들 흥분하기 시작했다. “진격하라.” 대신관이 명령하자 하늘 저편에서 갑자기 몇 대의 헬리콥터가 날아왔다. 그렇게 하천은 숨 돌릴 새도 없이 하늘 저편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고개를 번쩍 든 하천은 몇 대의 군용 헬리콥터가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음을 확인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하천의 온몸을 휩쓸었다. “저건 또 뭐야?” 하천뿐만 아니라 산꼭대기에 아직 살아있던 좌신교의 성원들도 돌진해오는 헬리콥터를 보고
“이 세상은 원래 잔인한 거야.” 대사관은 하천이 뿜어내는 살기에도 전혀 끄떡없었고 냉랭하게 말했다. “네가 지금 당장 묘지의 지도와 비밀키를 내놓는다면 시체는 멀쩡하게 남겨주도록 하지.” 하지만 대신관의 말을 들은 하천은 자신의 이마를 탁- 두드리더니 하찮다는 듯 비웃었다. “준비는 단단히 됐겠지?” ... 이와 동시의 H국의 상황이었다. 홍루의 등불은 이미 4개가 꺼진 상태였고 다섯 번째 등불도 위태롭게 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순간 맞은편 별원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수백 미터를 날아오르더니 그 홍루의 정자 앞에 나타났다. 위삼도는 구부정한 몸으로 그 칠성등 앞으로 다가갔고 당장이라도 꺼질 듯한 나머지 등불들을 보면서 안색도 점점 굳어져갔다. 이때 위삼도가 손을 휘젓자 진기가 위삼도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끊임없이 그 등불 속에 주입되었는데 꺼질 듯하던 등불은 다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이제 곧 한계야. 제갈 이 늙은이는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곧이어 위삼도는 칠성등 앞에 자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그의 허영이 허공으로 떠올라 쉴틈 없이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냈다. 그러나 이 찬바람이 허영을 스칠 때마다 위삼도도 심각한 고통을 호소했는데 지금 그는 자신의 수명을 내걸고 칠성등이 꺼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었다. 홍루의 주위는 온통 흰 눈으로 뒤덮였다. 이때 붉은 옷을 입은 제갈 홍루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홍루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뒤에는 휠체어를 탄 조경운이 뒤따랐다. 그리고 제갈 홍루의 이런 모습에 조경운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사부님,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괜찮다.” 제갈 홍루는 손사래를 치며 조경운을 가로막고 당부했다. “이건 내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넌 여기에 남아 있거라.” 말을 마친 제갈 홍루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는데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고 수명도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았다. “왔어?” 이때 홍루에서는 위삼도의 목
“시작해.” 하천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는데 그의 머리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스쳤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여기서 절대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하천은 손에 천궐도를 꽉 잡았다. “천군일소.” 하천은 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패세황 도서의 황금색 빛줄기가 그의 온몸을 에워쌌다. 이와 동시에 4대 식신들도 하천을 향해 돌진했다. “끝까지 포기 안 해?” 대신관은 그런 하천을 비웃으며 4대 식신에게 하천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4대 식신은 저마다 미친 듯이 포효하며 하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바다 저편에서 거대한 도망이 날아왔다. 슈슉- “저게 뭐야?” 그리고 대신관을 포함한 모두가 이 도망의 압박감에 꼼짝할 수 없었다. 푸슉- 이 도망은 순식간에 4대 식신의 방향으로 돌진했는데 그들은 심지어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지금 이 순간 천지는 잠깐 멈춰버린 듯했다.많은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반응하지 못했고 4대 식신이 순식간에 소멸된 이 상황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대신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엄청난 칼이야!!!” “겨우 동영의 애송이들이 감히 우리 H국의 반신을 건드려?” 횡포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 소리에 하천도 고개를 번쩍 들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위삼도 위면?” 대신관은 그 자리에 완전히 얼어붙었는데 이 결정적인 순간에 위면이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위면은 아주 오래 전 칼 하나로 천하를 다스린 무적이라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위면이 지금 동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선대 왕조의 묘지는 우리 H국 것이다. 그런데 감히 동영 애송이들이 손을 대려고 해?”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위면의 목소리에 대신관은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한편의 하천은 이미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를 알게 되었고 하늘을 향해 인사를 한 뒤 만신창이가 된 몸을
결국 고대 제1의 반신이라 불리는 위면의 압박에 대신관은 하천이 떠나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위면은 감히 함부로 도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하천도 이번에 위면의 실력에 매우 놀랐고 반신이란 존재가 자신의 생각보다 더 엄청난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께서 도와준 덕에 제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위면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괜찮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그런데 말을 마친 위면은 격렬한 기침을 몇 번이나 했고 그 모습은 매우 초췌해 보였다. 이전에 하천은 오래 전 위면이 신을 제압한 후 몸에 고질병이 생겨 그 후 수십 년 동안 자취를 감추고 살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게다가 신을 제압할 당시의 위면은 오직 단 세 번의 공격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위면은 그 세 번의 공격권 중 한번은 신을 제압할 때 쓰고 다른 한번은 이번에 하천을 쓴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제 위면에게는 마지막 한 방만 남겨졌고 남은 마지막 공격권까지 다 쓰게 되면 위면의 생명도 아마 끝을 맞이할 것이었다. 때문에 이번에 위면이 하천을 도와준 것은 절대적으로 목숨을 내건 행동이었다. 위면의 이런 초췌한 모습에 하천이 급히 말했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위면은 손사래를 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위면은 맞은편의 홍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으니 몸의 상처도 완쾌되었단 말이겠지? 그럼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말고 저기 맞은편으로 가보거라.” 위면은 하천에게 별원을 떠나라고 했는데 그는 누구든 자신의 별원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때문에 제갈 홍루가 이곳에 위면을 찾으러 오더라도 용건만 끝낸 뒤 항상 황급히 떠나곤 했다. 그리고 하천도 눈치가 있는지라 황급히 위면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별원을 나섰다. 별원 밖은 낭떠러지였고 그 맞은편은 바로 홍루였다. 홍루의 상공
“좋다.” 제갈 홍루가 말했다. “이제 얼른 연무명와 함께 한성으로 가보거라. 필경 그는 선대 왕조의 후손이니 반드시 도움이 될 테다.” “네.” 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묘아는 지금 어디 있는 겁니까?” 그러자 제갈 홍루가 대답했다. “제경의 헌원 삼살의 집에 있다. 또 무슨 사고를 칠 지 모르니 얼른 가보거라.” 말하면서 제갈 홍루는 하품을 했고 한눈에 봐도 매우 피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 묘지의 회춘단을 노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에 묘지에 들어가는 일은 더 이상 우리 용조에서 끼어들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의 모든 것은 너 자신에게 전부 달린 셈이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부디 네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때 하천은 몸을 일으키더니 제갈 홍루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친 하천은 몸을 돌려 홍루를 나섰고 밖에서 기다리던 조경운과 만났다. “좀 걷자.” 하천은 조경운의 휠체어를 밀려 홍루 밖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공법 배우는 건 어때?” 하천이 물었다. 그러자 조경운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갈 선배님께서는 이미 모든 걸 저에게 전수해 주셨습니다. 남은 것은 제가 어떻게 소화하느냐는 것이죠. 그게 3년이 될 지 30년이 될 지는 알 수 없는 거고요.” “음.” 그리고 이때 하천은 머쓱한 듯 코를 어루만지더니 말을 이어갔다. “우상이 쪽은 어떻게 됐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조경운이 말했다. “우상이도 그의 할아버지 도움으로 백씨 가문을 꽤 잘 다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시간 나면 만나러 가야죠.” “허허, 그래.” 그 뒤로도 두 사람은 얼마간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고 잠시 후 하천은 다시 낭떠러지 앞에서 멈췄다. “우리는 언제면 이런 생활을 끝내고 평온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러자 조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지금 이 생활을 멈출 지 말지는 형님 자신에게 달린 거죠.” “형님은
하천이 엄숙한 표정으로 묘아에게 한 마디 던졌다. 그러자 묘아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하천 형제, 난 헌원 아가씨에게 정말 진심이었어.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단 말이야.” “미친 놈.” 하천은 묘아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지난번 전씨 가문에 있을 때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지난번도 확실히 진심이었어. 단지 상황이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던 것뿐이야.” “꺼져.” 하천은 묘아를 매섭게 노려보았고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묘아는 자신의 몸에 난 채찍자국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도 난 아직 헌원 아가씨와 가능성은 있는 것 같아.” 이 말에 하천은 더 어이가 없었다. 이어서 묘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상처를 처치하기 시작했고 하천은 여전히 이곳에 앉아 헌원 나비를 기다렸다. 이때 혼자 심심하던 하천은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하천은 지금 반신의 경지에까지 오른 사람이었지만 핸드폰 게임을 즐기는 취미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해외에는 심지어 하천을 위해 게임을 연구 개발하는 전문적인 회사까지 있었다. 그렇게 하천은 한동안 게임에 푹 빠졌고 헌원 나비가 다시 나왔을 때는 하천이 게임의 한 라운드를 넘은 뒤였다. 그리하여 하천은 다시 헌원 나비와 인사했다. “용조의 제갈 홍루 선배가 헌원 가문에서 날 한성으로 안배할 거라고 하더군.” “응.” 헌원 나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용조에서는 모든 준비를 마쳤고 이미 우리가 선대 왕조의 묘지로 들어가는 걸 정부측에서도 허락했어. 그러니 내일 아침 일찍 한성으로 출발하면 돼.” “하천 네가 정말 지금 반신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우리가 처음 알았을 때 넌 겨우 육선문의 문주였는데 말이야.” “맞아. 시간이 참 빠르네.” 하천은 싱긋 웃어 보였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마치 아주 자극적인 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꿈은 당시 하천이 청주시를 떠나 거지왕 구창풍을 만났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