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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고나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13 17:28:33
술자리가 끝나고 유월영은 고객사 직원들을 한 명씩 차에 태워 보냈다. 모든 일이 끝난 뒤,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길가 가로등에 등을 기댔다. 이미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듯이 아팠다.

립스틱은 이미 지워진지 오래고 파리한 입술에는 핏기 한 점 없었다.

그녀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연재준의 운전기사가 다급히 다가오며 그녀에게 말했다.

“유 비서님, 먼저 차에 타실래요?”

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힘겹게 뒷좌석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 문이 열리더니 밖에 연재준과 여자애가 서 있었다. 같이 타려고 했는데 유월영이 먼저 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연재준이 그녀를 보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

여자는 다급히 달려가서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

“대표님, 제가 앞에 탈게요.”

연재준은 짜증스럽게 문을 쾅 닫고 차에 오르며 말했다.

“유진이 먼저 데려다줘.”

유월영은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았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유산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술을 마시니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차는 한 낡은 아파트 구역으로 들어섰다. 유월영이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연재준이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골목이 어두워서 위험해. 유 비서가 유진이 집까지 좀 데려다줘.”

백유진이 흑수정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대표님. 언니도 피곤할 텐데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어요. 조금만 더 걸으면 도착해요. 혼자 올라갈게요.”

차에서 내린 그녀는 뒷좌석 차창에 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은 월영 언니 바래다줘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좋은 꿈 꿔요.”

차갑기만 하던 연재준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언뜻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좋은 꿈 꿔.”

유월영은 차에 오르고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유월영을 집에 데려다주는 대신, 연재준의 동해안 별장으로 차를 돌렸다. 그는 연재준의 가까운 심복 중 한 명으로써 눈빛 하나로도 연재준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남자가 유월영을 벽으로 밀치더니 입술을 부딪혀 왔다. 남자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치마 밑을 더듬고 있었다.

유월영은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요. 오늘은… 불편해요.”

연재준의 얼굴에 언뜻 짜증이 스치더니 알아서 돌아가라는 말만 남기고 주방으로 가버렸다.

유월영은 전등을 켜고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재준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신주시 해운그룹 후계자에 완벽한 외모까지 갖춘 그는 모든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남자의 허벅지 사이로 높게 솟아오른 욕망이 그의 지금 상태가 어떤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고 싶을 때만 유월영을 동해안으로 데리고 왔다. 3년 전, 그녀를 구해준 뒤로 그가 얘기한 대가였다.

유월영은 조용히 그에게로 다가가며 넌지시 물었다.

“필요하면 백유진 씨를 여기로 데려오지 그랬어요? 꽤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던데.”

연재준은 부정 대신,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티 많이 났어?”

너무도 당연한 말에 유월영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언제부터예요? 전에는 뭐 하던 애예요?”

백유진 얘기가 나오자 연재준의 목소리마저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

“며칠 전에 신주대학에 갔다가 만났어. 예술을 전공하는 애인데 아무것도 몰라. 일단은 비서실에서 일 좀 배우게 해.”

유월영은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유산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이, 그는 어린 여대생을 회사로 들였던 것이다.

그녀는 다가가서 손을 뻗어 셔츠 위로 그의 탄탄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홍조가 피어 오른 탐스러운 볼에 매력적인 미소가 걸렸다.

“대학생 좋죠. 순수하고 가르치기도 쉬울 테고.”

“걔는 그냥 이대로가 좋아.”

연재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가르친다고 다들 유 비서처럼 요물이 되는 건 아니거든. 불편하면… 다른 방식도 난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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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직장 동료는 진심으로 유월영을 걱정해 주었다.“월영 씨, 고용 계약서가 한 달 뒤에 만기라면서요? 본사로 못 돌아오면 재계약이 힘들 것 같은데 계약이 끝나면 회사를 나가야 하잖아요. 물론 월영 씨야 유능해서 어딜 가도 환영 받겠지만 해운에 계속 남으려면 본사로 한 번 돌아와서 대표님이랑 잘 얘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재계약이 안 돼서 퇴사했다는 꼬리표가 붙는 건 재취직에도 불리하니까요.”물론 유월영은 이런 문제를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와 얘기를 나눌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다.연재준이 안성 지사로 오는 날, 그녀는 공 들여 화장을 하고 하얀색 정장 원피스로 차려입고 아침 일찍 회사로 나가 대기했다.10분 뒤, 정문 입구로 세 대의 승용차가 들어왔다.차 문이 열리고 연재준이 차에서 내렸다. 유월영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리려던 찰나, 뒤에서 내리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 그대로 얼어버렸다.백유진.어딜 가도 데리고 다닌다더니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에게 다가가서 공손히 인사했다.“대표님.”연재준은 덤덤한 시선으로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말없이 그녀를 스쳐지나 지사 사장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유월영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늘 입던 브랜드의 검은색 정장에 위트 있는 넥타이까지 여전히 가슴 떨리게 매력적인 모습이었다.백유진이 그녀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언니, 오랜만이에요.”순진한 눈을 깜빡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유월영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프로젝트 담당자로서 오늘 회의의 업무 진행 보고를 맡았다.해외 고객사 임원도 참석한 자리였기에 유월영은 유창한 영어로 재치 있는 농담까지 섞어가며 회의를 주도해 나갔다. 자리에서 듣고 있던 임원들도 그녀의 센스 있는 표현에 웃음을 터뜨렸다.40분이나 진행된 업무 보고였지만 아무도 따분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보고를 마치고 내려오자 회의실 안에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연재준도 박수를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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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한마디에 유월영은 달은 몸에 찬물을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그 대화를 끝으로 연재준은 밤새 그녀를 괴롭혔지만 그녀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혼전 순결이라!백유진과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유월영은 여전히 연재준 비서의 신분으로 본사로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수석 비서가 아닌 일반 비서로 직위가 강등되었다.구석진 곳에 위치한 그녀의 자리는 오래 사람 손이 가지 않아 책상 위에는 잡동사니와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그녀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돌아온 터라 아직 지원팀에서 청소를 하지 않은 듯했다.당황할 법도 하지만 유월영은 담담히 다가가서 스스로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사무실에 도착한 백유진은 그 모습을 보고 다급히 달려왔다.“언니, 미안해요. 아침에 일찍 와서 청소를 해놓으려고 했는데 차가 좀 막히는 바람에 늦었네요. 언니 자리는 원래 제가 있던 자리니까 그 자리로 옮길래요?”유월영은 젖은 물수건으로 책상을 닦으며 덤덤히 말했다.“사무실에 원래 내 자리가 어디 있어? 대표님이 거기가 이제 네 자리라고 하셨으면 거긴 이제 네 자리인 거야. 신경 쓰지 마.”백유진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정리 도와드릴게요.”유월영이 말이 없자 백유진은 잡동사니를 담은 박스를 창고로 옮긴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돌아오는 길에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여직원들이 안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유 비서님 돌아오신 거 들었어?”“알아. 어제 대표님 차를 타고 왔다면서. 오늘 아마 출근하셨을걸?”“역시 대표님은 유 비서님을 놓지 못하셨나 봐.”안으로 들어가려던 백유진은 걸음을 멈추었다.“솔직히 능력으로 따지면 유 비서님은 누구랑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분이지. 하지만 그건 일적인 부분이고. 대표님 요즘 백유진 씨랑 만난다 하지 않았어?”다른 동료가 급하게 손가락을 입가로 가져다대며 말했다.“쉿! 마케팅 부서에서 입 잘못 놀렸다가 잘려나간 직원 얘기 못 들었어?”그 여직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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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6화

    결혼식 다음 날, 유월영은 팀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13시간의 긴 비행을 거쳐 신주시에 도착했다.긴 여정을 마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쉴 틈도 없이 공항에서 바로 경찰서로 향해 사건을 정식으로 신고했다.이 모든 과정은 이미 대기 중이던 언론에 의해 촬영되었고, 그 영상은 빠르게 온라인에 퍼졌다.처음에 네티즌들은 단순히 해외에서 열린 화려한 귀족 결혼식을 구경하며 레온 가문의 신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그들은 금빛 화려한 장식을 보며 “부자면 부자답게 조용히 결혼식을 치를 것이지.”, ‘드디어 유럽 재벌 가문의 결혼식을 보는군.’ 같은 농담을 하며 대체로 구경하는 분위기였다.그러나 하룻밤 새, 수십 년 동안 감춰졌던 억울한 사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결혼식 연회에서 한 연회 부인의 발언은 편집되지 않은 채 외국 인터넷에 그대로 올라갔고, 그 내용은 다시 국내 주요 플랫폼으로 퍼졌다.곧바로‘고해양’, ‘4대 재벌 가문’, ‘음모’, ‘장부’ , ‘재심’ 등의 키워드가 연이어 검색어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조용했던 시기에 터진 이 충격적인 사건은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끌며 뜨거운 토론으로 이어졌다.유월영의 경찰 서 방문은 이미 뜨거운 사건에 또 다른 불씨를 던졌고, 논란은 더욱 격렬해졌다.하지만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해서 바로 수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었다.경찰은 최대 7일이 걸릴 수 있다고 답했지만, 4일이 지나도 유월영은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이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이승연이 미리 충고했듯이, 이 사건은 지나치게 민감한 사안이라 여러 방면에서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5일째가 되자, 유월영은 한 권위 있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중의 관심사에 대해 차분히 답했다.특히 한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이 있었다. “고해양 씨 사건이 잘못된 판결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잘못된 판결이라면 단순히 네 가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사건을 다룬 사법 체계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였다.유월영은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5화

    유월영이 연회 부인의 손을 잡고 빛나는 단상에 오르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그녀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중요한 내용은 어머니께서 다 말씀하셨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여러분이 다시 연회를 즐기시길 바랍니다.”유월영은 잠시 숨을 고르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이번에 돌아가서 공식적으로 고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28년의 이야기는 이제 끝을 맺을 때가 되었습니다.”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단호한 표정과 결의에 찬 눈빛은 어떤 말보다 강렬했다. 마치 반드시 정의를 되찾겠다는 굳은 의지를 말하는 듯했다.조용하던 연회장은 구석에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로 깨어났다. 가장 먼저 박수를 친 이는 어두운 불빛 아래 서 있던 현시우였다. 아무도 그가 시작한 것을 알지 못했지만, 곧 넓은 연회장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이내 전 객석을 채웠다.이 박수는 다양한 의미로 들려왔다.누군가에겐 친척과 친구의 지지였을 수도 있고, 극적인 이야기에 대한 감탄이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단순히 구경꾼으로서의 흥미와 응원을 보낸 것일 수도 있다.선의든, 비꼬는 마음이든 상관없었다.어쨌든 오늘 밤, 이 엄청난 선언으로 인해 28년 전의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었다....구석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이혁재가 입을 열었다.“난 처음부터 월영 씨가 직접 무대에 올라 말할 줄 알았어.”그러자 서지욱이 말했다.“고씨 가문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연회 부인이지, 유월영 씨가 아니잖아. 연회 부인이 나서야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설명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월영 씨가 무대에 올라 말했다면 사람들은 이렇게 의심했을 거야. ‘당신은 당시 갓난아기였는데 어떻게 이 모든 일을 알지? 이런 주장을 어디서 들었지?’ 혹은 ‘네 개 가문이 사법부를 압박했다고 주장하는데, 지금 당신이야말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4화

    연회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는 좋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이건 저희 남편을 대신해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현씨 가문을 떠나 크로노스를 데리고 레온 가문으로 돌아갔습니다.”연회 부인이 15년 동안 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있으면서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조용히 지냈기에 사람들의 기억은 점차 흐릿해졌고, 그 사이 진실과 거짓이 뒤섞였다.현 회장이 몇 마디 말을 흘리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현씨 가문의 사모님이 레온 가문의 연회 부인이라고 믿게 되었고, 그로써 이야기는 완벽히 마무리되었다.연회 부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다니엘 부인은 78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눈썰미가 여전히 날카로웠습니다. 그분은 크로노스를 주의 깊게 관찰했고, 레온 가문을 이끌 인물은 오직 크로노스뿐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분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그녀는 말을 이어갔다.“다니엘 부인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크로노스를 위해 몇 가지 시험을 준비했고, 크로노스는 이를 완벽히 통과한 후 레온 가문의 후계자 자격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후계자로 인정받은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다니엘 부인은 세상을 떠났어요.”연회 부인은 담담히 회상하며 말했다.“그분은 생의 마지막 해에 모든 일을 정리하셨습니다. 어릴 적에는 다니엘 부인의 엄격한 교육 방식 때문에 항상 거리감을 느꼈지만, 마음속으로는 깊이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다니엘 부인은 제가 아는 가장 훌륭하고 독립적인 여성이었어요. 그녀는 결혼, 자식, 감정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인생 목표는 레온 가문이라는 거대한 배가 끝없이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죠.”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그래서 마지막 순간에도 다니엘 부인은 저를 용서한 것이 아니었어요. 레온 가문에 필요한 후계자가 제 아들 크로노스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를 받아들인 것뿐입니다. 저를 받아들인 건 아니었죠.”이야기를 듣던 유월영은 외할머니인 다니엘 부인을 직접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3화

    연회 부인은 차분히 대답했다.“그건 현씨 가문의 전 사모님이었던 방 여사님께 감사드려야 해요. 그분은 아주 온화하고 친절한 분일 뿐 아니라, 매우 뛰어난 항해 탐험가이기도 하죠.”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덧붙였다.“혹시 오늘 밤 이후 생길지도 모를 터무니없는 소문들이 방 여사님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방 여사님과 현 회장님의 이혼은 저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제발 모든 여성을 사랑의 틀에 끼워 넣지 말아 주세요.”이어 방 여사님에 대해 설명했다.“방 여사님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분이셨어요. 고양이와 강아지만 데리고 배로 카리브해를 건너며 그 시간을 즐기셨죠. 그녀의 용기와 추구하는 바는 정말 놀랍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을 알게 되신 방 여사님은 저희 비밀을 지켜주셨고, 저를 그녀의 신분으로 숨겨주셨습니다.”연회 부인은 방 여사님의 도움을 떠올리며 말했다.“그 15년 동안 저는 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네 가문의 사람들에게 쫓기지 않았죠. 현 회장님과 방 여사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그 15년 동안 연회 부인은 거의 외출하지 않았고, 외부에는 병으로 요양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현 회장의 사회적 지위 덕분에 아무도 그녀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았고,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현씨 가문의 사모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또한, 현 회장은 새로 가정부들을 고용했고, 가정부를 매수해도 비밀을 알아낼 수 없게 조치했기에 연회 부인은 아들 현시우와 함께 안전하게 숨어 지낼 수 있었다.연회장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다수 참석해 있었고, 이들은 동시통역을 위해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었다.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라 여겨졌던 이어폰의 진짜 용도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그중 한 외국인이 질문했다. “왜 다니엘 부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나요? 그분께 복수를 부탁하거나 보호를 요청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연회 부인은 자리에 앉으며 조용히 대답했다.“우리 다니엘 부인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2화

    유월영은 이 사건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지금의 네 가문은 자신들을 보호하거나 반격할 능력을 잃었고 과거에 그들을 도와주던 사람들조차 이제는 등을 돌리고 있었다.유월영이 한 가문씩 무너뜨리고 마지막에 한꺼번에 책임을 물으려 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네 가문을 한 번에 무너뜨리면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위에서 그녀의 계획을 방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제 네 가문은 주목할 가치조차 없는 존재가 되었고, 그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지도 못하게 되었다.판사 또한 공정하게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연회 부인은 눈을 감고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애써 외면하려 했다.그녀는 10년간 함께했던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렸다.그들의 결혼식은 오늘 유월영의 결혼식처럼 화려하거나 대단하지 않았지만, 고해양은 진심을 다해 그녀에게 최고의 로맨스를 선사했었다.그는 해바라기 씨앗을 사서 한적한 땅에 뿌리고 날마다 물을 주고 비료를 주며 정성껏 돌보았다.그렇게 황금빛 해바라기가 만발했을 때, 그 꽃밭에서 그들은 결혼식을 올렸다.그녀가 물었다.“언제 이 꽃들을 심었어요?”그가 대답했다.“당신을 좋아하게 된 그날부터요. 당신을 좋아하게 된 순간, 나는 당신과 결혼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래서 그날부터 이 꽃을 심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당신을 위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다짐했죠.”레온 가문에서 태어난 연회 부인은 이미 부와 명예를 모두 경험했기에 외적인 것에 흔들리지 않았다.그러나 한 사람의 진심은 그녀를 평생 잊지 못하게 했다.추억에서 깨어난 연회 부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우연히 아래에서 들려오는 손님들의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임신 중이었던 딸이 혹시 고민서 씨 아닌가요?”연회 부인은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말했다.“여러분의 추측이 맞습니다. 제 딸 고민서는 고해양 씨와 저의 딸입니다.”그 순간, 누군가 유월영의 손을 잡았다.고개를 돌려보니 연재준이었다.“그때 네 가문은 이 장부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1화

    연회장의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오케스트라는 잔잔한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고 있었고 맑고 고요한 곡조는 마치 달빛 아래 다뉴브강 물결처럼 천천히 흘러나왔다.이야기 역시 이 곡조처럼 서서히 전개되었다.연회 부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그이가 잘못했을까요? 네, 잘못했죠. 처벌받아야 하나요? 네, 당연히 처벌받아야 합니다.”“하지만 그의 사형은 정당했을까요? 저는 법의 공정을 믿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민심을 선동하여 사법부를 압박하지 않았다면, 그의 사형은 다른 결론을 맞았을 가능성이 있었을 겁니다.”연회 부인이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그 모든 것이 무너지고 새롭게 시작되던 시기에, 아직 규칙이 완벽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이었다.고해양만이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었다.사건이 터지기 전, 아무도 그것이 금지된 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새로운 규칙은 갑작스럽게 나타났고, ‘법은 과거로 소급하지 않는다’는 원칙 또한 그 이후에야 제기되고 시행되기 시작했다.그 시절, 집행자들조차 혼란 속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니, 만약 그 네 가문의 무자비한 압박이 없었다면 고해양은 그렇게까지 몰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그러나 그들은 사건을 극단적으로 몰아갔고, 여론을 조작했으며, 고해양은 결국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연회 부인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 사람들은 왜 고해양 씨를 해하려 했을까요?”“그 이유는 간단해요. 그들이 원했던 건 고해양 씨가 가진 산업과 시장이었고, 그가 죽지 않으면 반격해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폭로할까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들 또한 함께 무너질 게 분명했으니까요.”연회 부인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제가 아무 근거 없이 떠드는 게 아닙니다.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그녀는 눈을 깜빡이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했다.마치 그 렌즈를 통해 과거의 그들과 눈을 마주치려는 듯했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열어 두꺼운 책자를 꺼냈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0화

    “제가 고집을 부리자, 다니엘 부인은 제가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언젠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그때가 돼도 자신은 한 푼도 도움을 주지 않을 거라고 매정하게 말씀하셨어요. 그리고는 저와 관계를 끊으셨죠. 저 역시 레온 가문을 완전히 떠났습니다.”다니엘 부인은 독재적이고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딸이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단호했다.“딸이 말을 듣지 않으면 내쫓는 거죠. 딸에게 굽힐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연회 부인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그분은 틀렸습니다. 다니엘 부인이 처음으로 잘못 보신 거죠.”연회 부인의 목소리에는 강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그분은 제가 결혼한 남자가 단지 외모만 멀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 맞다, 여담이지만 고해양 씨는 정말 잘생긴 사람이었어요. 크로노스를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라기보다는 한 틀에서 찍어낸 것 같거든요.”“하지만 잘생긴 외모는 그의 장점 중 가장 사소한 부분에 불과했어요. 그는 학문에서도, 테니스에서도, 그리고 사업에서도 최고였습니다.”“맨손으로 시작해 불과 5년 만에 자신만의 회사를 창립했고, 직원 수가 100명을 넘어섰죠. 그리고 3년 뒤, 작은 회사는 해양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그 후 2년이 지나자 그는 신주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기업가 중 한 명이 되었고, 정부의 중대한 프로젝트도 그에게 맡겨졌습니다.”연회 부인은 자랑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무일푼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되기까지, 그에게는 단 10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출발점은 낮았지만 그의 가능성은 무한했습니다.”“그 10년 동안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고, 장남을 낳았으며 딸도 임신했죠. 저는 아들과 딸을 모두 데리고 남편과 함께 마르세유로 돌아가 어머니를 찾아뵐 계획이었어요. 그녀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녀가 틀렸고, 제가 맞았다는 것을요. 저는 결코 비참한 삶을 살지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99화

    “그 유명한 다니엘 부인은 레온 가문의 구세주이자 귀족 사회의 전설이었지만 동시에 제 악몽이기도 합니다. 농담이 아닌, 진짜 악몽이었습니다.”연회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녀는 연회 부인이라는 신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이렇게 진지한 적이 거의 없었다.평소 화려하고 사치스러우며 유흥에 빠져 살던 그녀였지만 이 순간만은 자신의 과거를 차근차근 풀어놓기 시작했다.“천재는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차이를 잘 모르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을 거라고 자기 생각을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치 쓸모없는 사람처럼 여기면서요. 제 어머니도 그랬습니다.”“제 어머니는 타고난 ‘상업 천재'였어요. 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죠. 상업적 직감, 통솔 능력, 결단력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제 눈에는 그분보다 뛰어난 상인도 없었어요.”연회 부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래서 제 어머니는 제가 12살 때 옥스퍼드 사전보다 더 두꺼운 상업 이론서를 외우지 못했다고 제가 지능이 부족한 멍청이라고 생각했어요. 맙소사, 어떤 애가 12살에 그런 걸 외울 수 있겠어요? 그때 저는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말이죠.”하객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 전설적인 여성을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성은 상업계에서 어둠처럼 군림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연회 부인은 작게 한숨을 쉬고 이어 말했다.“내 어린 시절은 그런 어머니의 분노와 경멸 속에서 보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대우를 받으면 안 됐어요.”“그래서 저는 18살 때, 어느 비 오는 밤에 짐 싸서 집을 떠났어요.”“전 한국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대학도 다니며 같은 수준의 친구들을 만나 정상적인 학습 환경을 경험했죠. 그곳에서 저는 책 읽는 게 그렇게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매일 아침 기분 좋게 일어났고 심지어는 연애할 여유도 생겼죠. 가난한 남자와 함께요.”그 남자를 이야기할 때 연회 부인의 눈은 그녀 위의 크리스탈 조명보다 더 빛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98화

    저녁의 연회는 정원 중심에 위치한 건물에서 열렸다.이곳은 레온 가문의 집주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개인 연회 장소였다.건물 주변에는 크고 작은 꽃들이 어지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미풍에 실려 장미 향기가 가득 퍼졌다.정문 앞에는 거대한 분수대가 있었고 밤이 되자 베르사유 궁전을 따 디자인한 분수대가 화려한 분수 쇼를 시작했다.소리와 빛 그리고 물의 특수 효과까지 더해져 조각상은 마치 생명력을 얻은 듯 보였고 손님들은 17세기 유럽 궁전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간직한 바로크 예술의 절정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연회장 내 역시 사치와 예술이 조화를 이루었다.15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들이 행사장을 둘러싸고 있었고 벽과 바닥은 검은색 미러 타일로 마감되어 화려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유월영과 연재준은 이 검은색과 금빛의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첫 춤을 추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그 후, 자유로운 사교 시간이 이어졌다. 손님들은 편안히 자리에 앉아 음식을 즐기거나 춤을 추거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유월영은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고 주위를 둘러보다 연회 부인과 눈이 마주쳤다.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할 때가 되었다.연회 부인은 손에 와인 한 잔을 들고 우아하게 무대 위로 올라갔다.그녀는 보라색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드레스는 심플했지만 화려한 다이아몬드 장식이 어깨를 감싸며 귀부인 같은 느낌을 주었다.무대 위에 놓인 마이크를 잡고 가볍게 기침하며 손님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시작했다.“안녕하세요, 여러분. 바쁜 일정을 쪼개어 이렇게 저희 가문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연회 부인은 술잔을 높이 들었고 하객들도 이에 답하며 잔을 함께 들었다.연회 부인은 품위 있게 말을 이었다.“오늘 저희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준비한 만큼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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