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술자리가 끝나고 유월영은 고객사 직원들을 한 명씩 차에 태워 보냈다. 모든 일이 끝난 뒤,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길가 가로등에 등을 기댔다. 이미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듯이 아팠다.

립스틱은 이미 지워진지 오래고 파리한 입술에는 핏기 한 점 없었다.

그녀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연재준의 운전기사가 다급히 다가오며 그녀에게 말했다.

“유 비서님, 먼저 차에 타실래요?”

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힘겹게 뒷좌석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 문이 열리더니 밖에 연재준과 여자애가 서 있었다. 같이 타려고 했는데 유월영이 먼저 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연재준이 그녀를 보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

여자는 다급히 달려가서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

“대표님, 제가 앞에 탈게요.”

연재준은 짜증스럽게 문을 쾅 닫고 차에 오르며 말했다.

“유진이 먼저 데려다줘.”

유월영은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았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유산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술을 마시니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차는 한 낡은 아파트 구역으로 들어섰다. 유월영이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연재준이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골목이 어두워서 위험해. 유 비서가 유진이 집까지 좀 데려다줘.”

백유진이 흑수정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대표님. 언니도 피곤할 텐데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어요. 조금만 더 걸으면 도착해요. 혼자 올라갈게요.”

차에서 내린 그녀는 뒷좌석 차창에 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은 월영 언니 바래다줘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좋은 꿈 꿔요.”

차갑기만 하던 연재준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언뜻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좋은 꿈 꿔.”

유월영은 차에 오르고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유월영을 집에 데려다주는 대신, 연재준의 동해안 별장으로 차를 돌렸다. 그는 연재준의 가까운 심복 중 한 명으로써 눈빛 하나로도 연재준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남자가 유월영을 벽으로 밀치더니 입술을 부딪혀 왔다. 남자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치마 밑을 더듬고 있었다.

유월영은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요. 오늘은… 불편해요.”

연재준의 얼굴에 언뜻 짜증이 스치더니 알아서 돌아가라는 말만 남기고 주방으로 가버렸다.

유월영은 전등을 켜고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재준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신주시 해운그룹 후계자에 완벽한 외모까지 갖춘 그는 모든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남자의 허벅지 사이로 높게 솟아오른 욕망이 그의 지금 상태가 어떤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고 싶을 때만 유월영을 동해안으로 데리고 왔다. 3년 전, 그녀를 구해준 뒤로 그가 얘기한 대가였다.

유월영은 조용히 그에게로 다가가며 넌지시 물었다.

“필요하면 백유진 씨를 여기로 데려오지 그랬어요? 꽤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던데.”

연재준은 부정 대신,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티 많이 났어?”

너무도 당연한 말에 유월영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언제부터예요? 전에는 뭐 하던 애예요?”

백유진 얘기가 나오자 연재준의 목소리마저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

“며칠 전에 신주대학에 갔다가 만났어. 예술을 전공하는 애인데 아무것도 몰라. 일단은 비서실에서 일 좀 배우게 해.”

유월영은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유산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이, 그는 어린 여대생을 회사로 들였던 것이다.

그녀는 다가가서 손을 뻗어 셔츠 위로 그의 탄탄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홍조가 피어 오른 탐스러운 볼에 매력적인 미소가 걸렸다.

“대학생 좋죠. 순수하고 가르치기도 쉬울 테고.”

“걔는 그냥 이대로가 좋아.”

연재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가르친다고 다들 유 비서처럼 요물이 되는 건 아니거든. 불편하면… 다른 방식도 난 괜찮은데.”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