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구운 계란은 정말 먹기 싫은데 후라이는 안 될까요?”옆에서 듣고 있던 연재준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신현우는 잠깐 당황하더니 말했다.“그런 걸 말한 게 아니잖아요.”“아까도 말했지만 저 정말 괜찮아요. 오히려 신 교수님이 저보다 더 긴장한 것 같네요. 아니면 괜찮다는 각서라도 써줄까요?”그녀가 입을 꾹 닫고 말을 안 하는데 신연우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유월영은 어서 신연아한테 가보라고 그를 재촉했다.신연우는 한참 버티다가 결국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녁에 도시락 가져올 때 후라이 넣으라고 할게요.”“고마워요.”병실을 나선 신연우의 표정이 싸하게 변했다. 조금 전 유월영한테 보였던 온화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연재준은 기분이 좋은지 피식피식 웃음을 지으며 유월영에게 말했다.“신 교수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그랬어? 너도 신 교수가 그리 미덥지 않나 봐? 아니면 우리가 관계를 나눈 걸 신 교수한테 들키기 싫은 건가?”“다 아닌데요.”유월영은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대표님이 또 신 교수님 곤란하게 할까 봐 그랬어요. 차라리 저 혼자만 당하고 말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싫거든요.”연재준의 입가에서 미소가 서서히 사라지고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잠시 후, 그가 으르렁거리듯 입을 열었다.“다시 말해봐.”유월영은 깔끔히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남자의 소유욕 때문인지 이기심인지 모르지만 그가 신연우를 각별히 신경 쓰는 건 사실이었다.대화할 때 신연우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것만 봐도 그랬다.그래서 일부러 더 신경 쓰라고 심술을 부렸다.그가 기분이 나빠할 때마다 유월영은 기분이 상쾌했다.그리고 그녀의 그런 술수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연재준은 갑자기 찔린 곳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간호사는 들어와서 수액을 갈아주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이상함을 느끼며 이불을 젖혔다.“환자분! 상처 벌어져서 피가 나는데 벨 안 누르고 뭐 했
연재준은 결국 재봉합을 하러 수술실로 실려갔다.마침 병원에 도착한 서지욱은 하정은을 재촉했다.“간단한 외상이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하정은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저도 몰라요. 대표님은 저를 병실 밖에서 대기하라고 하셨거든요.”“병실에 잘 누워있다가 갑자기 상처가 벌어졌다고?”서지욱이 다시 물었다.“병실은 재준이 혼자 쓰고 있었잖아? 병실에 뭐가 있었길래?”“연 대표님과 유 비서님이 같은 병실을 쓰고 계세요.”서지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알기로 유월영은 줄곧 연재준에게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월영이 연재준에게 불리한 일을 했을 리 없었다.서지욱은 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을 하며 병실로 갔다.유월영은 핸드폰을 쥐고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뭔가 걱정이 있는 얼굴로 보였다.‘재준이를 걱정하는 건가?’서지욱은 그런 생각이 들자 그나마 안도했다.물론 사실은 그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정반대였다.유월영이 인상을 쓰고 있는 이유는 조서희가 전에 봤던 임산부에 대해 알아봤다는 문자를 보내왔기 때문이었다.한편, 신연우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그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유월영이 그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그녀를 도와줄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났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녀를 괴롭히는 연재준에게 화가 났다.신연아의 병실로 향하던 그는 병실 입구에서 마침 마주 오는 신현우와 마주쳤다.신현우는 최근 해외 출장 때문에 국내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마침 오늘이 귀국하는 날이었는데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영안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었다.“연우야.”신현우는 음침한 표정을 거두고 평소처럼 돌아와서 형에게 인사를 건넸다.“형, 이제 오는 거야?”신현우는 여동생 걱정에 신연우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연아는 좀 어때?”“개한테 종아리를 물렸는데 좀 심각해. 다행히 수술이 잘 돼서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지금은 마취가 안 깨서 자고 있어.”
주영문이 바닥을 기어 일어나려 하자 지남은 발로 그의 가슴을 짓뭉갰다. 주영문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너희는 대체 누구야!”“시골 동네에서 왕 노릇을 오래 하더니 네가 아주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것 같지?”신연우는 여유롭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물 안의 개구리 주제에 천하를 가진 황제가 된 줄 알았나 본데,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모습이 심히 거슬려서 말이야.”주영문은 자신을 밟고 있는 건장한 사내보다 저렇게 온화한 얼굴로 말하는 신연우가 더 두려웠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협박하듯 말했다.“너… 나 건드리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줄 수 있어! 악!”지남이 인정사정 없이 주영남을 걷어차자 신연우도 주저 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그의 종아리를 가격했다.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주영문의 처참한 비명이 골목 안에서 울려 퍼졌다.신연우는 고통에 나뒹구는 주영문의 모습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유월영이 주영문에게 납치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다.그리고 지금 그는 화풀이 상대가 절실히 필요했다.신연우는 온화한 표정을 지우고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그래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어. 다리는 앞으로 병신이 되겠지만. 교훈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잘 생각하고 행동해. 이 세상에는 네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는 법이야.”말을 마친 그는 지남과 함께 뒤돌아 섰다.지남은 앞서 가는 신연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갑자기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신연우는 절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온화한 대학 교수가 아니었다. 그의 본 모습은 누구보다 잔인하고 흉포했다.‘그러니까 사장님이 저 집안에 만만한 인간은 없다고 했겠지.’사업가 신현우, 의사 신연준, 해외에서 증권사를 운영 중인 신경아, 그리고 대학 교수 신연우까지 전부 다 자신의 분야에서 엘리트로 추앙받는 인물들이었다.차에 오른 신연우가 담담한 어조로 지남에게 물었다.“현우는 왜 직접 안 온 거지?”“사
주영문의 집에서 나온 노현재는 곧장 병원으로 갔다.복도를 걷던 그는 마침 수술실에서 재봉합을 마치고 나오는 연재준과 마주쳤다.서지욱도 함께였다. 그들을 본 노현재는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재준아.”가까이 다가가 보니 연재준의 안색은 생각보다 안 좋았다. 노현재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말했다.“어쩌다가 이렇게 다친 거야? 이런 줄 알았으면 주영문 그 자식 그냥 죽여버리는 건데.”“무슨 말이야?”서지욱이 물었다.“너 주영문 벌써 찾아갔었어?”“그래. 매화 마을 일은 내가 해결했어.”노현재는 가져온 계약서를 하정은에게 건네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거기 주민들은 오늘 밤 안으로 이사를 가게 될 거야.”서지욱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어떻게 한 거야?”“별거 안 했어. 주영문을 무릎 꿇리니까 알아서 사인해 주던데?”그들이 병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안에 있던 유월영도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노현재가 말했다.“그런데 내가 좀 늦었더라. 이미 누가 와서 주영문 한쪽 다리를 부러뜨려 버렸던데?”그러니까 노현재는 이미 다리가 부러진 주영문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 꿇렸다는 얘기였다.노현재의 잔인함은 그토록 끈질기던 주영문마저 도망가게 만들었다.간호사는 조용히 연재준의 침대를 끌고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에 들어선 노현재는 유월영을 보고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뭐야? 유 비서도 재준이랑 같은 병실을 쓰고 있었네? 유 비서도 다쳤어? 심각해?”유월영은 말없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하지만 무시에 기죽거나 당황할 노현재가 아니었다.“아직도 지난 번에 유 사장인지 뭔지 하는 그 녀석 때문에 화가 나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귀뺨도 맞아줬잖아. 부족해?”이미 노현재에게 당한 적이 있기에 유월영은 그에게 호감을 느낄 수 없었다.게다가 나중에 조서희마저 안 좋은 일을 당했으니 반감은 커져만 갔다.“혹시 친구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것 때문에 그래?”그는 방긋방긋 웃으며 해명했다.“그건 내가 한 게 아니야. 그 사건
유월영은 가만히 서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연재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이게 다 너 때문에 화가 나서 상처가 다시 벌어진 건데 모른 척할 거야?”“뭘 해드려야 하죠? 나가서 꽃이라도 사올까요? 원하는 게 있으면 대놓고 말을 하세요. 예를 들면 물 안 떠다 주면 사진을 공개해 버리겠다든가. 그러면 제가 고분고분 말을 들을 것 아니에요.”결국 연재준은 황당함에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너 때문에 화병 나서 죽으면 그때 그 사진들을 인쇄해서 내 무덤에 붙일 거야. 사람들 다 보게.”유월영도 화가 치밀었다.“미친 거 아니에요?”연재준은 더 이상 입씨름하기 싫었는지 이불을 걷고 상처를 부여잡은 채,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유월영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이 다가가서 물컵에 물을 따라 건넸다. 노현재까지 여기 있는데 상처 또 벌어졌다고 찾아와서 난리를 부리면 주영문 같은 꼴이 되기 싫었다.“목 마르면 차라리 하 비서를 부르지 그래요? 밖에 대기하고 있는데.”연재준은 물컵을 받지 않고 그녀가 먹여줄 때까지 기다렸다.너무 자연스러워서 유월영은 황당함에 웃음이 나왔다.손이 다친 것도 아닌데 꼭 이래야만 할까?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내렸다.목을 충분히 축인 연재준은 만족스럽게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며 활짝 웃었다.“주영문 혼내줬어.”“알아요.”“그런데 주영문 다리는 누구 걸작일까?”유월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걸 제가 어떻게 아냐고요?’“사방에 적을 두었을 테니 누구한테 맞아도 이상하지 않죠.”연재준이 말했다.“난 누가 했는지 알겠는데.”“누군데요?”그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아.”유월영은 미친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침대로 돌아가려고 뒤돌아섰다.연재준은 그대로 손을 뻗어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고 유월영은 반사적으로 손길을 뿌리쳤다.본능적인 거부에 그는 잠깐 당황하는 듯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몸에서도 냄새 나. 좀 닦아줘.”유월영이 그 부탁을
유월영은 오만상을 찡그리며 다가가서 한 손으로 그의 옷을 벗겨주었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가슴으로 드리우면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그는 그녀의 날렵한 콧날과 도톰한 입술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피부의 솜털마저 똑똑히 보였다.시선을 점점 아래로 내리던 연재준의 눈빛이 점점 혼탁해졌다.그는 최근에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누었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현시우가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일부러 약 올리려고 더 거칠게 다루었는데 전혀 성취감이 들지 않았다.조금 아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유월영은 점점 뜨거워지는 그의 체온을 느끼고 경계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연재준은 눈빛에 드리웠던 욕정을 순식간에 억누르고 싸늘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그러고는 일부러 여유 있는 척, 재촉했다.“빨리 좀 해. 내 맨 살을 그렇게 보고 싶었어? 아니면 내가 다쳐서 아무것도 못할 때에 보복이라도 하려는 거야?”유월영은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하며 속으로 후회했다.그러면서도 깨끗한 환자복을 가져와서 입혀주었다. 연재준은 그녀가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지금은 욕구가 올라와도 참아야 할 때였다. 그녀에게 들키는 순간 도망갈 것이다.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옆에 붙잡아두려면 자제해야 했다.분명 응급 처치가 끝났을 때는 이틀만 입원해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3일째가 되자 갑자기 수액이 남았다면서 병원 측에서 퇴원을 거부했다.“퇴원이요? 안 되는데요. 모레까지 수액 남았어요.”유월영은 당황하며 간호사를 재촉했다.“수액이 어떻게 남을 수 있죠? 분명 심각한 상처도 아니고 이틀 있다가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는데요.”그녀의 추궁에도 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잘 모르겠고 담당 선생님 지시예요. 어쩌면 염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수액을 더 처방했ㅆ을 수도 있거든요.”말을 마친 간호사는 바쁘다고 가버리고 유월영만 인상을 잔뜩 구긴 채로 있었다.이
유월영은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랩을 가져오게 했다. 랩으로 상처 부위만 감싸면 간단한 샤워를 살 수 있었다.안 그래도 어제는 물수건으로 닦기만 해서 온몸이 찝찝했다.병실 공간은 컸지만 방음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연재준은 병상에 누워 해외 바이오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도무지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고 잔 실수의 연속이었다.바이오도 환자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해한다며 다음에 통화하자고 했다.“괜찮습니다. 계속하시죠.”그는 단호하게 말했다.일에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점점 생각이 먼산으로 갈 것 같았다.남자는 본능이 앞서는 동물이었다.남녀관계에서 여자는 남자가 자신에게 해줬던 사소한 일상을 기억한다. 예를 들면 날이 더울 때 선물하는 아이스크림, 추울 때 챙겨주는 외투 같은 사소한 것들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다.하지만 연재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던 밤이었다.그와 유월영은 그런 쪽으로 아주 잘 맞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그의 취향에 맞춰주었다.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인형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둘이 처음 만나고 1년이 지났을 때 그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온 그는 딱히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유월영은 그가 흥미를 느낀 첫 존재였다.첫 잠자리가 끝나고 이어지는 한달 동안 그들은 매일 같이 출근하고 저녁이면 연재준의 오피스텔로 돌아가서 밤새 서로를 안았다.소녀였던 유월영은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가 다 가르쳐야 했다.업무적으로 그는 그녀에게 스승이었고 정사에서도 그랬다.그는 오늘 가르친 것을 내일 응용하도록 그녀에게 시켰다. 그가 그녀에게만 내준 숙제와도 같았다. 만약 그녀가 숙제를 완수하지 못하는 날이면 벌로 될 때까지 연습하게 했다. 매일 밤 그녀는 그의 품 안에서 그만 자자고 애원했다.‘그땐 그랬었지.’욕실에서 물소리가 끊어지고 연재준의 사색도 끊겼다.그는 담담히 시선을 내리
유월영은 흠칫하며 그를 바라보았다.연재준은 물수건을 그녀에게 돌려주며 쌀쌀맞게 말했다.“난 안 급해. 너만 괜찮다면 말이지.”괜찮을 리가 없었다. 엄마의 병이 완쾌되기 전까지 그녀는 마음을 졸일 것이다.다만 매번 언니에게 전화할 때마다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하기에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싶었다.연재준이 제시한 조건은 아주 매력적이지만 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다.그녀는 말없이 수건을 가지고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새 물수건을 가지고 돌아와 그에게 건넸다.연재준은 자세를 바꾸더니 당당하게 말했다.“잔등 좀 닦아줘. 피가 말라붙었는지 간지럽네.”“그건 좀….”“인공 심장 이식은 해외 전문가들이 우리 나라보다 더 숙련되었어. 다만 네 엄마 상황으로는 비행기를 탈 수 없을 거야. 그리고 너 해외로 건너간다고 해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유월영은 물수건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해외로 가는 걸 고민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엄마의 상태가 장시간 비행을 감당할 수 없었다.그녀는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다가가서 그의 등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었다.남성미 물씬 풍기는 앞모습에 비해 그의 잔등에는 두 갈래의 흉터가 있었다.그것은 두 개가 교차하여 X자 모양으로 생긴 채찍자국이었다.오래된 상처인데도 지금까지 흉터가 진하게 남아 있는 걸 보면 맞을 때 그가 얼마나 아팠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 상처의 근원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연재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누가 감히 채찍으로 그의 몸에 상처를 새길까?과거 둘이 사이가 좋을 때 신경 쓰여서 물어본 적 있었다. 혹시 어릴 때 뭘 잘못해서 연 회장이 때린 건 아닌지 물어봤다.그럴 때마다 연재준은 표정이 좋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그 정도로 모진 사람은 아니라고 답했다.연 회장이 아니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는 끝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유월영은 갑자기 이 상처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졌다.물론, 지금의 그녀는 그런 유치한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