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진 마스터는 최근에 고양시의 가장 강한 대종사를 죽였다.하지만 전해찬은 진 마스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아버지, 진 마스터에게 돈을 줘서 절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면 안 돼요?”전해찬이 흥분해서 물었다.“겨우 그까짓 돈을 진 마스터님께서 원하겠어?”전홍석이 차갑게 말했다.진서준에게 소멸당한 세 가문의 자산을 더해도 전시 일가와 비슷할 것이다.진서준에게 부족한 건 돈 따위가 아니었다.“그렇다면 뭘 줘야 할까요? 미녀? 아니면 골동품?”전해찬은 떠오르는 걸 다 얘기했다.“너는 머리 좀 쓰면 안 되겠니?”전홍석은 본인은 똑똑한데 아들이 너무 멍청해서 무척 화가 났다.갑자기 전홍석은 호흡이 가빠지더니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안색이 창백해졌다.“약... 약...”전해찬은 서둘러 전홍석의 약을 가지러 갔다.약을 먹은 뒤 전홍석은 숨 쉬는 게 한결 쉬워졌다.그는 잠깐 숨을 돌린 뒤 말했다.“그 정도 수준의 사람이라면 부족한 게 없을 거야. 부족한 게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앞다투어 선물로 주겠지. 우리는 다른 사람이 찾지 못하는 걸 줘야 해.”전홍석이 말했다.“다른 사람이 찾지 못하는 거라면 어떤 거예요?”전해찬은 서둘러 물었다.“바로 이거야!”전홍석은 자신이 공들여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예쁘게 꾸며진 박스를 본 전해찬은 궁금한 듯 물었다.“아버지,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거죠?”“영약!”전홍석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영약이요? 그게 뭔데요? 영성이 있는 약은 아니겠죠?”“맞아.”“설마 다리가 달려서 도망치는 건 아니에요?”전홍석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멍청한 것, 그런 영약이 어디 있어? 내가 말한 영약이란 풍수 좋은 곳에서 수백 년간 자라서 대량의 영기를 띤 약이야. 수련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중한 거라고!”전홍석의 말을 들은 전해찬은 무척 흥분했다.“아버지, 이 약이 있다면 진 마스터님께서 절 제자로 받아주시겠죠?”“몰라. 제자로 받아주지는 않더라도 몇 수 가르쳐주기는 할 거야.”전홍석은 미소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거물이었다.세 도시의 모든 거물이 오늘 저녁 레이 호텔에 모였다.그들 중에 진서준을 본 적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지만 다들 진 마스터는 익히 알고 있었다.호텔 입구에는 아름다운 외모에 뛰어난 몸매를 소유한 여자가 서 있었다.그 여자는 분위기만 봐도 신분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호텔 안으로 들어가던 거물들도 여자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초조해 보이던 여자는 진서준과 한보영을 보자 미소 띤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저 두 사람은 누구지? 허씨 집안의 아가씨가 직접 마중 나가다니!”“저 여자... 한씨 일가의 딸 같은데. 그 옆에 있는 남자는 나도 모르겠어.”“설마 소문으로만 들었던 진 마스터님은 아니겠지?”“그럴 리가! 진 마스터님이 저렇게 젊을 리가 없잖아.”다들 진서준의 정체를 궁금해하면서 쑥덕댔다.“진 마스터님!”허수아는 진서준의 앞으로 걸어가 정중하게 예를 갖추면서 고개를 숙였다.“아버지께서 여기서 진 마스터님을 맞이하라고 하셨어요.”허수아는 허준희의 딸로 아직 미혼이었다.어제 진서준이 이씨 일가를 처단한 뒤 허준희는 곧바로 허수아에게 연락해 고양시로 오라고 했다.진 마스터를 극진히 보살피기 위해서 말이다.“고마워요.”진서준은 허수아를 보면서 덤덤히 말했다.“이쪽으로 오세요!”허수아는 한쪽 손을 내밀면서 제스처를 취했고 곧 두 사람의 앞에 서서 직접 그들을 안내했다.허수아의 깍듯한 모습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젊은이는 대체 누구길래 동성 최고 가문 허씨 일가의 딸까지 그를 깍듯이 대하는 걸까?“저 사람은 진 마스터님이 맞아. 어제 나도 현장에 있었거든.”한 재벌이 흥분해서 말했다.그는 어제 진서준이 홀로 두 사람과 싸우던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었다.“세상에, 진 마스터님 너무 젊은 거 아냐?”“저렇게 젊은 나이에 선천 대종사를 이기다니, 정말 앞날이 창창하네!”“하지만 진 마스터님은 두 대종사가 한참 싸운 뒤에 나선 걸로 알고 있는데. 기회를 잘 잡아
그러나 진서준은 그녀를 보고도 표정 변호가 전혀 없었다.마치 허수아의 외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이다.“알겠습니다, 진 마스터님. 제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올게요.”허수아는 감히 진서준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씩씩대며 떠났다.허준희는 허수아에게 진서준을 빈틈없이 섬겨야 하며 절대 그의 명령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었다.진서준이 오늘 밤 그녀와 관계를 가지려고 해도 허수아는 승낙해야 했다.하지만 진서준은 그럴 생각 따위 전혀 없었다.허수아가 떠난 뒤 한보영은 장난스레 말했다.“진서준 씨, 허수아 씨는 엄청난 미인인데 설레지 않아요? 허수아 씨를 보니 진서준 씨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바로 진서준 씨 침대에 오를 것 같던데요. 그리고 진서준 씨를 귀찮게 하지도 않을 것 같네요. 전 진서준 씨가 다른 여자랑 잤다고 사연 씨에게 고자질할 생각이 없어요.”진서준은 눈을 흘겼다.“제겐 여자 친구가 있어요. 허수아 씨가 아무리 예뻐도 저랑은 상관없어요.”진서준은 허사연에게 미안할 짓을 할 생각이 없었다.일부일처제는 진서준의 머릿속에 깊게 박혀 있었다.“전 아직 바람 피지 않는 남자는 본 적이 없는걸요. 저희 아버지도 다른 여자랑 잔 적이 있어요.”한보영은 계속해 말했다.“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나는 나예요.”진서준의 말을 들은 한보영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그러나 한보영은 그것을 아주 잘 감췄다. 그녀의 눈빛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먼 곳, 전해찬은 구석에 앉아 있는 진서준과 한보영을 보았다.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자 전해찬은 무척 화가 났다.“저 자식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온 거야? 아침에 백화점에서 쫓겨났으면서 수치심 따위는 전혀 없는 건가?”전해찬은 차갑게 웃었다.“반성할 줄 모르네. 그렇다면 내가 여기 사람들 앞에서 망신시켜주겠어!”말을 마친 뒤 전해찬은 레이 호텔의 매니저를 찾았다.매니저는 당연히 전해찬을 알아보았다. 전해찬의 분부를 들은 매니저는 곧바로 진서준과 한보영에게 다가갔다.“고객님
“진 마스터님, 전 고양시의 전홍석이라고 합니다. 뒤에는 제 아들 전해찬입니다.”전홍석은 진서준의 앞으로 걸어가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진서준의 앞에서 고양시 갑부인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반드시 진서준에게 깍듯해야 했다.진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로 전홍석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의 시선에 전홍석은 심장이 철렁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해찬아, 뭘 넋 놓고 있는 거야? 얼른 진 마스터님께 인사해야지!”아들이 가만히 있자 전홍석은 조금 화가 나서 아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전해찬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놀라움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는 자신이 시비를 걸었던 사람이 진 마스터일 줄은 몰랐다.그래서 진서준이 무사히 이 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침에도 태연자약했던 이유가 있었다.전해찬은 겁을 먹어서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그는 자신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호텔 매니저 또한 넋이 나갔다.사장님은 오늘 대단한 분을 위해서 파티를 주최하는 거라고 했었다.그리고 그 대단한 분이 바로 진 마스터였다.털썩...매니저는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 근육까지 경련했다.전홍석은 호텔 매니저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조 매니저, 뭐 하는 거야?”전홍석은 당황해서 서둘러 물었다.“진 마스터님, 이 사람이 시킨 겁니다. 이 사람이 지시한 거예요...”조 매니저는 진서준을 향해 미친 듯이 고개를 조아렸다.잠시 뒤 조 매니저의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곧 전해찬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 무릎을 꿇었다.그는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했다.전홍석은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너 이 자식, 무슨 짓을 한 거야!”전홍석은 전해찬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저... 저는...”전해찬이 겁을 먹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전홍석은 곧바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진 마스터님,
“아버지, 그만 때리세요. 잘못했어요...”전해찬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어서 그 모습이 아주 섬뜩했다.이때 허씨 일가의 사람들이 다가왔다.“무슨 일이죠?”허준희는 그 광경을 보고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진 마스터를 위해 주최한 파티인데 이런 자리에서 진 마스터가 피를 보게 하다니, 간덩이가 부은 건가?’“허준희 씨, 사실은 이렇습니다...”전홍석이 앞으로 나서서 허준희에게 설명했다.전해찬이 진서준의 심기를 건드린 사실을 알게 된 허준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당장이라도 전홍석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진서준이 그 자리에 있어서 멋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진 마스터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허준희는 진서준의 앞으로 걸어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전해찬은 덜덜 떨면서 애원하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 마스터님, 제가 영약을 준비했습니다!”이때 전홍석이 서둘러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진서준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전홍석이 들고 있는 박스에서 아주 짙은 영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열어봐요.”전홍석은 박스를 열었다.안에 들어있는 영약을 본 진서준은 흥분했다.“은영과!”이것이 있다면 허사연도 수련을 할 수 있었다.“이걸 어디서 찾은 거죠?”진서준은 서둘러 물었다.“다른 사람에게서 사들인 겁니다.”전홍석은 정중하게 대답했다.“그 사람과 연락이 닿나요? 이걸 어디서 구했는지 알아봐 줄래요?”진서준은 매우 흥분했다.“네, 지금 당장 알아보겠습니다!”전홍석은 안도했다.진서준의 표정을 보니 적어도 아들의 목숨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았다.“진서준 씨, 제 아들놈은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전홍석이 물었다.그래도 받은 게 있기 때문에 진서준은 전해찬을 힐끗 본 뒤 말했다.“반성하라는 의미로 팔을 부러뜨리죠.”팔을 부러뜨리겠다는 말에 전해찬은 당황했다.전해찬은 아버지가 아주 귀중한 선물을 줬으니 자신을 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전홍석은 전해찬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그의 어깨를 누르며 진서준에게
‘죽고 싶은 걸까? 감히 진 마스터님을 위해 열린 파티를 망치려고 하다니.’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조금 전 전홍석이 애원하던 화면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저 사람은 누구지?”그 사람은 검은색 긴 망토로 온몸을 감싸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다들 그에게서 음산한 기운을 느꼈다.눈앞의 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은 시쳇더미 속에서 기어 나온 것 같았다.“당신은 누구죠? 감히 진 마스터님의 파티에서 소동을 일으키려고 해요?”권해철이 곧바로 다가가서 따져 물었다.진서준은 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구겼다.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에게서 창격과 아주 흡사한 기운이 느껴졌다.설마 마수인 걸까?“비켜. 난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니니까.”제마 법왕이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는 아주 날카로워서 듣기 거북했다. 마치 누군가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것처럼 아주 거슬리는 소리였다.그 소리를 들은 순간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권해철도 참지 못하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면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설... 설마 마수?”마수라는 말을 듣자 허씨 일가와 한씨 일가 종사들의 안색이 달라졌다.마수는 반드시 죽여야 하는 존재였는데 눈앞의 이 사람은 감히 떳떳하게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는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갔다.“혹시 창격의 사부인가?”진서준이 확실하지 않은 어조로 물었다.“맞아!”제마 법왕은 차갑게 대답했다.곧 그는 모자를 벗어 자기 얼굴을 드러냈다.그의 얼굴은 아주 기괴했다. 뼈만 남은 것처럼 말랐지만 혈관이 많고, 또 매우 굵었다. 거의 엄지손가락 절반 정도는 될 것 같았는데 마치 지렁이 십여 마리가 얼굴을 기어다니는 것만 같았다.그의 얼굴을 본 순간 설우빈의 표정이 삽시에 달라졌다.“저... 저 사람은 제마 법왕!”설우빈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제마 법왕은 인의방 3위인 강자로 실력이 무시무시했다.전에 진서준의 손에 죽은 박인
“여긴 호국 장군도 없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나?”제마 법왕은 차갑게 웃었다. 호국 장군이 없으면 그는 중부 3성에서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고 누구도 감히 그를 막을 수 없다.“이 자식아, 빨리 여기로 와! 국안부의 체면을 봐서 한 방에 죽여줄게.”제마 법왕은 진서준에게 말했다.그러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르지.”제마 법왕은 진서준에게 강렬한 위기감을 안겨주었지만 진서준은 물러서지 않았다. 서서 죽을지언정 무릎 꿇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내 제자를 죽였다고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고작 종사 주제에 잘난 척도 하네. 너를 죽이는 건 한 방이면 돼.”제마 법왕은 거만하게 말했다. 종사는 제마 법왕의 안중에도 없는 존재일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제마 법왕이 종사를 죽이는 건 창피한 일이기도 하다.“진 마스터님, 가지 마세요.”설우빈은 제마 법왕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호국사는 제마 법왕처럼 인의방 3위에 드는 강자들의 모든 자료를 머릿속에 담아둘 것이다.“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이유가 없죠.”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때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설우빈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제마 법왕, 진 마스터님은 우리 국안부 호국 장군이 직접 임명한 상경님입니다. 정말 우리 국안부의 상경님을 죽이겠습니까?”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상경이 뭐지? 내가 언제 국안부 상경이 되겠다고 했지?’“응? 이 자식이 국안부 상경이라고? 나를 속이는 건 아니지?”제마 법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상경은 호국사보다 높고 호국 장군보다 낮은 직위다.지방으로 가면 일인자와 같은 존재이다.하지만 상경이 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당연히 아니죠. 못 믿겠으면 천자진군에게 전화해 보셔도 됩니다.”설우빈은 핸드폰을 꺼내 천자진군에게 전화하려고 했다.“잠깐만!”이때 제마 법왕이 급히 소리쳤다.“됐어. 이번에 국안부의 체면을 봐서 없던 일로 할게. 하지만 먼 길을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지.
2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물체는 하얀 머리카락에 푸른 얼굴 그리고 보기 흉한 송곳니를 가지고 있었다.그 물체 주위로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소용돌이쳤다.의심할 여지 없이 이것은 살귀이다.무서운 살귀를 본 후 사람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살귀! 제마 법왕에게 살귀가 있다니!”권해철은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살귀 한 마리를 키우는 것은 횡련 대종사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살귀는 매일 신선한 사람의 피와 고기를 먹어야 한다. 이것은 매일 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제마 법왕은 대한민국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벌써 두 명을 죽였다.그뿐만 아니라 살귀는 음기가 매우 강한 곳에서만 나타난다.제법 모양을 이룬 살귀는 실력의 실력은 대성 종사에 가깝다.지금 나타난 살귀의 실력은 이미 일품 대종사와 비슷했다.진서준은 안색이 약간 어두워지면서 긴장되기 시작했다.눈앞의 이 살귀는 두렵지 않다. 진서준이 두려워하는 것은 살귀와 싸울 때 제마 법왕이 갑자기 손을 쓰는 것이다.제마 법왕은 세 번의 공격을 할 것이라고 했다.보아하니 살귀는 첫 번째 공격일 것이다.살귀가 어떻게 공격하는지는 제마 법왕과 관계가 없다.“제마 법왕, 이건 무슨 뜻이죠? 진 마스터님이 이 살귀를 죽여야 첫 번째 공격을 버텨낸 거로 하는 겁니까?”설우빈이 차갑게 물었다.“그래. 나의 첫 번째 공격은 이미 시작됐어. 내 애완동물과 겨루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한번 보려고.”제마 법왕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정말 비열하고 파렴치하네.”“그러니까,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 규칙을 전혀 안 지키네.”“실력이 더 강한 자가 규칙을 세우는 법이지.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사람들은 진서준을 위해 불평을 토로했다.하지만 감히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괜히 말했다가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았으니 말이다.“죽어...”살귀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진서준을 째려보며 사악하게 말했다.그 목소리는 날카롭고 귀에
장조인은 그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진 선생님, 당시 제가 반드시 도와드리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협력 관계인 건 맞지만 저도 우리 장씨 가문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움직여야 했습니다.”장조인의 말투가 미묘하게 바뀐 걸 눈치채자 신민준과 우진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둘은 장조인 앞에 서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어제 진서준이 참격 하나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베었다는 소식은 이미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실력으로 진서준을 막는 건 어림없는 일임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조인에게 그들이 장씨 가문에 대한 충성을 보여줘야 했다.진서준은 장조인의 해명을 못 들은 듯, 권해철의 등을 만지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치료가 끝났습니다. 이제 권 마스터님은 정상인처럼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권해철도 자기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권해철의 심각하게 부러진 뼈들이 기적처럼 모두 이어진 것이다.“진 상경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권해철은 흥분한 나머지 병상에서 벌떡 일어서 옷도 챙기지 않고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으려 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손을 내밀어 허공에서 권해철을 붙들어 무릎을 꿇지 못하게 했다.“권 마스터님, 이럴 필요 없습니다. 권 마스터님이 구지범에게 당한 것도 저 때문이니 말입니다.”진서준은 권해철을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권 마스터님, 일단 옷을 갈아입으세요. 저는 저 사람들과 밖에서 좀 더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네...”권해철은 그제야 자기가 알몸이란 걸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진서준은 돌아서서 장조인을 힐끗 보고는 병실을 떠났다.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병실을 나선 진서준은 공원 뒤쪽 정원으로 걸어갔다.정원에는 작은 화원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이미 많은 환자와 가족
진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장주호와 신민준은 이 청년이 왜 그런 허세 가득한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즉시 깨달았다.진서준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진서준은 강남 서열 3위 가문 따위가 안 중에 있을 수 없었다.왜냐하면 진서준 한 사람만으로도 장씨 가문 내 모든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장조인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하고 나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진 선생님, 제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던 장문주는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자기 시력에 문제가 생겨 헛것을 본 걸까,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깬 채 꿈을 꾸고 있는 걸까?.장씨 가문 가주가 한 청년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다니,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더 끔찍한 건 장문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장조인이 진서준에게 사과한 걸 보고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들의 눈에는 장조인의 사과가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이미 숨이 끊어질 듯했던 장문주는 이 충격에 다시 한번 타격을 입고 결국 고개를 떨군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허나 장문주의 죽음은 방 안의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그들의 눈에 장문주는 있으나 마나 한 하찮은 존재였기 때문이다.고귀한 신분의 사람이 개미 한 마리의 생사를 신경 쓸 리가 없었다.장조인의 사과에도 진서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진서준은 고개를 푹 숙인 장조인을 차갑게 쓱 훑어본 뒤, 더 이상 장조인을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집중했다.장조인은 허리를 굽힌 채, 진서준이 대꾸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진서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조인은 내심 의아해졌다.결국 장조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진서준은 자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장조인의 마음속에는 순간 분노가 피어올랐다.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본인은 당당한 장씨 가문의 가주 장조인이었다.진서준이 아무리
칼처럼 날카로운 그 기운이 순식간에 신민준의 강기를 찢어버렸다.이어 그 기운이 신민준을 지나쳐 장주호의 오른쪽 귀를 스쳐 지나갔다.푹!장주호의 한 쪽 귀가 시뻘건 피를 튀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파도가 일어날 때의 물보라처럼 대량의 피가 장주호의 귀에서 쏟아져 나왔다.병실의 하얀 벽은 순간 섬뜩한 빨간색으로 물들었다.“아악!”장주호의 입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민준은 뒤에서 들리는 비명에 즉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한쪽 귀밖에 남지 않은 장주호의 모습을 발견했다.난생처음 보는 광경은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무서웠다.자기 강기가 이 청년 앞에서 힘없는 종이처럼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넌 도대체 누구야? 왜 우리 장씨 가문을 이 정도로 물고 늘어지는 거야?”상황 파악이 빠른 신민준은 즉시 이 청년이 자기가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란 걸 깨달았다.오직 장씨 가문 내 지의방에 오른 높은 인물만이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아까 분명 말했지? 장조인을 부르라고.”진서준은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대응했다.신민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바로 가주에게 알리겠어. 기다려 봐.”바닥에 누워있는 장문주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해졌다.장주호와 신민준이 자기를 도와 복수해 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복수는커녕 장주호가 오히려 한쪽 귀를 잃게 되었다.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장씨 가문 가주가 직접 오게 된다니, 상황은 이미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이 청년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신민준은 장주호를 데리고 병실에서 나가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하고는 이내 장조인에게 전화해 장씨 가문의 대종사도 데려오라고 요청했다.장조인은 이 일을 듣고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그 사람이 국안부 사람은 아닐까? 혹시 국안부가 우리 계획을 눈치챈 건가?”신민준은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우리 장씨 가문 계획을 모르는 것 같
장주호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사람의 복장으로 보아 청년인 것 같았다.요즘 청년들은 언제부터 장씨 가문을 하찮게 여길 정도로 이렇게 대담해진 건가?이제 장씨 가문의 강남 내 위치를 반드시 높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최근 형님이 연락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장주호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스쳤다.그 사람들과 협력해 작전에 성공한다면 장씨 가문은 서씨 가문을 제치고 강남에서 으뜸가는 가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길 리스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장주호는 머리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을 접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살짝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인 건가?”진서준은 권해철의 치료를 도와주고 있어 장주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장주호가 이 일을 해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장주호는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버럭 냈다.“내 말 들리지 않아? 귀먹었어?”장주호의 고함이 떨어지자 방 안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언성 높여 시끄럽게 떠들 거면 당장 꺼져.”진서준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감히 장주호가 너무 시끄럽다고 하다니, 장주호는 그 말에 멈칫하다가 곧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야? 감히 내게 시끄럽다고 호통쳐? 오늘 네가 우리 장씨 가문을 건드린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 제대로 알게 될 거야.”이 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건방졌다.장주호는 여태껏 장씨 가문을 이토록 이렇게 무시하는 청년을 만난 적이 없었다.옆에 있던 신민준은 이 청년의 목소리가 다소 익숙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들으면 들을수록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민준아, 네가 먼저 저놈 좀 혼내고 와.”장주호는 신민준에게 명령하며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신민준은 즉시 체내의 강기를 손가락 끝에 모으고 가볍게 튕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