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선은 자신이 양지후에게 당할 줄은 몰랐다.200억은 곽윤선에게 절대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그가 조금 전 원석을 살 때 입금했던 돈 중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서 빌린 돈이었다.이 원석들을 사면 틀림없이 손해를 보게 된다. 곽윤선은 이렇게 큰 손해를 감당할 수 없었다.그는 곧바로 십여 명의 부하에게 명령해 곽윤선을 포위했다.“왜요? 무력이라도 쓰시게요?”양지후는 차갑게 웃었다. 그는 곽윤선의 부하들이 안중에도 없었다.“오늘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이곳을 떠날 수 없을 줄 알아!”곽윤선이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하, 전 안 돌려줄 건데요?”양지후는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때려!”양지후의 경호원들이 곧바로 손을 썼다. 겨우 20초도 되지 않는 사이 곽윤선의 부하들이 전부 쓰러졌다.이때 조금 전 떠난 진서준 일행은 다시 차를 타고 돌아왔다.그 광경을 본 한제성은 욕을 내뱉었다.“곽윤선 씨, 지금 다른 사람이랑 협력해서 저한테 사기를 치려고 했던 거예요?”조금 전 차를 타고 떠날 때, 진서준은 한제성에게 양지후와 곽윤선이 손을 잡고 그에게 사기를 치려고 했다고 알려주었다.진서준은 또 양지후와 곽윤선이 아마도 돈 때문에 분란이 일어날 거로 예측했다.한제성은 반신반의한 상태로 다시 차를 타고 돌아왔다.그러다 곽윤선과 양지후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진서준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깨달았다.곽윤선은 사기극이 발각되자 서둘러 말했다.“제성아, 빨리 사람을 불러 와. 내가 좋은 옥석을 다 줄 테니까 내가 200억을 돌려받을 수 있게 도와줘.”양지후는 한제성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한제성 씨, 이 일은 이제 당신과 아무 상관 없어요. 그러니까 끼어들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양지후는 한제성을 정말로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이곳은 고양시고 한제성은 한씨 일가 사람이기 때문이다.정말로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가 밀릴지도 몰랐다.“그렇지 않으면요?”한제성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두 사람 다 날 속이려고 했으면서 나한
“사죄의 의미로 원석의 반을 남겨요.”진서준은 덤덤히 말했다.“뭐라고요?”양지후는 귀를 파면서 진서준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당신 때문에 내 거래가 취소되었는데도 난 당신을 탓하지 않았어요. 운이 좋은 줄 알아야죠. 사람이 왜 이렇게 뻔뻔해요? 자꾸 내 신경을 긁는다면 당신이 한제성 씨 친구라고 해도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진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양지후를 향해 걸어갔다.양지후 같은 사람은 말보다는 폭력을 써서 정신 차리게 해야 했다.진서준이 앞으로 나서자 양지후는 차갑게 웃으며 부하들에게 그를 포위하라고 했다.허사연은 진서준의 실력이 아주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됐다.“서준 씨, 조심해요. 다치지 말아요!”“아가씨, 남자 친구가 장애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오늘 나랑 하룻밤 자요!”어차피 사이가 틀어졌다는 생각에 양지후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양지후의 선 넘는 발언에 진서준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죽으려고!”말을 마친 뒤 진서준이 갑자기 공격했다.퍽퍽퍽...겨우 몇 초 사이 양지후의 열 명 넘는 경호원들이 전부 진서준에게 맞아서 날아갔다.그들은 전부 다들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말고 앓는 소리를 냈다.그 광경에 관윤선과 양지후는 넋이 나갔다.그들은 진서준의 실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양지후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모두 퇴역한 군인들로 실력이 강했다.혼자서 장정 4, 5명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진서준은 경호원들을 처리한 뒤 차가운 얼굴로 양지후를 향해 걸어갔다.“당... 당신 무인이었어요?”양지후는 놀란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양지후는 곧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이번에는 제가 재수가 없었네요. 원석 반은 남겨줄 테니까 날 보내줘요.”한제성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양지후 씨, 그러게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어서야 되겠어요?”진서준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양지후는 화를 내며 말했다.“당신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했는데 또
사죄의 의미로 양지후는 원석을 전부 한제성 일행에게 넘겼다.떠나기 전 양지후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진서준을 힐끗 본 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떠났다.진서준은 양지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양지후가 복수를 원한다면 사람들을 데리고 와도 상관없었다.그러나 그에게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진서준은 절대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진서준 씨, 정말 너무 감사드려요. 진서준 시가 아니었다면 200억은 물론이고 가게도 계속 경영하지 못했을 거예요.”차에 탄 뒤 한제성은 진서준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진서준은 싱긋 웃었다.“원석 같은 경우는 노하우가 없다면 운에만 기대야 해요. 그런 장사는 하지 않는 게 좋아요.”“맞는 말이에요.”한제성은 조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진서준 씨, 그 원석들이 쓰레기라는 걸 어떻게 안 거예요?”“보아낸 거죠.”진서준이 말했다.한제성은 잠깐 고민했다. 그는 앞으로 절대 곽윤선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원석을 봐줄 사람이었다.원석을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앞으로도 그는 큰 손해를 볼 것이다.진서준이 원석을 봐준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서강도 그에게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진서준 씨, 부탁을 하나 하고 싶은데요.”한제성이 말했다.“말해요.”진서준은 한제성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짐작이 갔다.진서준과 협력하고 싶다는 내용일 것이다.한제성은 그의 예상대로 말했다.“진서준 씨, 앞으로 제가 원석을 구매할 때 원석을 봐줄 수 있으신가요? 진서준 씨께서는 어느 원석이 좋은 원석인지 보아낼 수 있으니 틀림없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에메랄드나 최상급 칠채석이 나온다면 수익만 해도 2,000억이 넘을 거예요.”1년 전, 해외 경매장에서 베일에 싸여진 부자가 4,000억을 들여 최상급 칠채석을 산 적이 있었다.그러나 칠채석을 얻기란 몹시 어려웠다. 전 세계에 3개가 넘지 않을 것이다.진서준은 흥미가 생겼다. 그는 여러 가지 진귀한 약재
허사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진서준의 손을 잡고 말했다.“진서준 씨, 나한테 조금만 준비할 시간을 줄래요?”“당연하죠. 난 절대 사연 씨에게 뭔가를 강요할 생각이 없어요.”진서준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유지수는 진서준이 전라도에 도착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진서준과 쓸모없는 황경두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는 걸 떠올린 유지수는 화가 났다.“그 자식, 진서준은 왜 건드린 거야? 조씨 일가와 진서준이 싸운 뒤에 손을 써도 됐잖아?”유지수는 그 생각만 하면 이가 갈렸다.그러나 다행히도 진서준은 아직 진서라의 행방을 몰랐다. 그래서 유지수는 조금 안심되었다.그날 유건우가 찾아온 뒤로 유지수는 진서라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그곳은 유지수 혼자만 알고 있엇다.진서라의 정보를 본 뒤 유지수는 종이 한 장을 꺼냈다.그 종이 위에는 유지수의 신분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그러나 정보가 너무 적었다.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곳은 신농산이었다.“그곳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원시 삼림이잖아? 내가 그런 곳에 가야 한다고?”유지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그래, 일단 이 일부터 처리하고 난 뒤 신농산에 한번 가봐야겠어.”유지수는 자신의 신분이 무척 궁금했다....다음 날 아침, 진서준은 강은우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진서준 씨, 제 부하가 말하길 진서라 씨가 형산 별장 구역에 나타난 적이 있다고 합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서둘러 허사연을 데리고 강은우에게로 향했다.강은우의 별장에 도착한 뒤 진서준은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강은우 씨 부하들은 언제쯤 서라를 형산 별장 구역에서 본 거죠?”“이틀 전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아요. 뒷모습이 닮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뒤에 사람 두 명이 있었는데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어요.”강은우가 설명했다.“어서 날 그곳으로 데려다줘요!”강은우가 설명했다.“네!”강은우는 직접 운전해서 진서준과 허사연을 그곳으로 데려다주었다.가는 길에 허사연은 진서준의 초조해 하는 모습
조씨 일가.“어르신, 어르신 말대로 분부했습니다. 지금 별장에 사각지대는 없습니다. 모기 한 마리라도 별장에 들어오면 바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집사는 별장 로비로 들어간 뒤 조재찬에게 말했다.“알겠어, 이만 가봐.”조재찬은 소파에 앉아 손을 저었다.집사는 순순히 떠났다. 이때 잔뜩 꾸민 성수민이 위층에서 내려왔다.“여보, 우리 큰아버지랑 작은아버지 곧 도착하신대. 얼른 나랑 같이 마중 나가자.”어젯밤 성수민은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에게 연락해 고양시에 한 번 와달라고 했다.조재찬은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당신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온다면 진서준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어!”“그런데 왜 별장에 경호원을 그렇게 많이 배치한 거야?”성수민은 경멸에 차서 말했다.“우리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본다면 분명 비웃을 거야! 정말 사람이 왜 이렇게 배짱이 없어? 죽는 게 그렇게 두려워?”조재찬은 그녀의 말에 무안해졌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현재 조재찬은 진서준이 아주 두려웠다. 진서준이 조씨 일가의 많은 고수들을 죽였기 때문이다.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본인이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이때 성수민의 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우리 큰아버지야. 거의 도착했나 봐. 얼른 나랑 같이 나가자.”“좋아!”조재찬은 서둘러 성수민의 뒤를 따라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몇 분간 기다렸고, 마중 나가라고 보냈던 차가 돌아왔다.두 노인은 관자놀이가 툭 튀어나왔고 걸음걸이도 아주 날쌨다. 심지어 걸을 때 소리가 없고 몸에서는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대고 있었다.“큰아버지, 작은아버지, 드디어 오셨네요?”성수민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곧바로 그들을 맞이했다.“수민아, 오랜만이야!”큰아버지 성규영이 웃으며 말했다.성수민이 조씨 일가고 시집간 뒤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성씨 집안 사람들은 사이가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성수민은 그들 집안에서 가장 사랑받
성재흥은 경멸에 차서 말했다.“네 실력이 부족해서 그 자식을 두려워하는 거지!”“네, 네...”조재찬은 성규영과 성재흥에게 혼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거실에 들어선 뒤 조재찬은 서둘러 사람을 시켜 차를 따르게 했다.“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그 자식 지금 한씨 일가에 있다고 합니다.”성수민이 말했다.“오늘 저녁 식사한 뒤에 한씨 일가로 가서 그 자식을 내놓으라고 하는 게 좋겠어요. 한씨 일가가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면 한씨 일가까지 처리해 버리는 거예요.”“좋아.”성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진서준은 성씨 일가의 두 대성 종사가 도착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진서준이 강력하게 요청한 탓에 강은우는 진서준을 조씨 별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내려준 뒤 허사연을 데리고 한씨 일가로 돌아갔다.허사연은 한씨 일가로 돌아가서 도와줄 사람을 찾을 생각이었다. 진서준 혼자 조씨 일가를 상대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차에서 내린 뒤 천천히 조씨 일가 별장으로 향했다.그가 거의 도착할 때쯤에 뒤에서 갑자기 차 경적이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보니 승용차 한 대가 그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운전자는 어제 그에게 혼쭐났었던 진승철이었다.그런데 차 안에는 진승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황경두와 다른 중년 남성 한 명이 있었다.“죽여요!”황경두는 진서준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자 그가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하는 줄로 알았다.진승철은 일그러진 얼굴로 악랄하게 웃었다.“이 자식, 오늘 나 진승철을 건드린 대가가 뭔지 가르쳐주겠어!”진승철은 액셀을 힘껏 밟았고 운전 속도는 160km/h에 달했다.빠르게 달려오는 차를 마주한 진서준은 피하기는커녕 두 손을 뻗어 차를 막을 생각이었다.맨손으로 차를 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하지만 저번에는 체내의 영기를 빌려서 막은 것이었고 이번에는 육체로 차를 막을 생각이었다.그는 자기 몸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쿵!차와 사람이 부딪혔다.진서준은 두 손으로 차 머리를 힘
허사연은 한씨 일가에 도착한 뒤 곧바로 권해철을 찾으러 갔다.“권해철 씨, 큰일 났어요!”허사연이 숨을 헐떡대면서 말했다.“왜 그래요?”권해철이 서둘러 물었다.“진서준 씨가 혼자서 조씨 일가로 갔어요. 조씨 일가에 물어보려고요!”허사연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뭐라고요? 진서준 씨 혼자 갔다고요?”권해철의 안색이 달라졌다.조씨 일가는 전라도 3대 가문 중 하나로 경호원과 무인들이 많았고 총도 있었다.심지어 조재찬의 아내 성수민은 절대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만약 성씨 일가의 무인들도 온다면 큰일이었다.한제성은 허사연의 말을 듣더니 곧바로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한씨 일가 사람들을 데리고 도우러 가겠습니다.”한서강이 말했다.“진서준 씨는 제 딸을 구해주셨어요. 제승아, 인 종사님이랑 같이 가.”“네, 감사합니다.”한제성은 들뜬 얼굴로 말했다.“얼른 같이 가요!”허사연이 서둘러 말했다.그들은 곧바로 차에 타서 조씨 일가로 향했다....이때 조씨 일가 경호원들은 진서준과 진승철 일행이 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걸 발견했다.“어르신, 세 사람이 저희 별장 근처에서 싸우고 있습니다.”경호원은 그 사실을 곧바로 조재찬에게 알렸다.“어서 가서 봐야겠어!”조재찬은 곧바로 경호원들을 따라서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망원경을 든 조재찬은 진서준을 보았다.“저 자식, 감히 이곳까지 찾아와?”조재찬은 처음에는 놀라더니 곧 기뻐했다.그는 곧바로 거실로 돌아가서 성규영과 성재흥에게 말했다.“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진서준 그 자식이 지금 별장 밖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랑 싸우고 있는 것 같아요.”성규영과 성재흥은 이내 밖으로 나갔다.먼 곳에 있는 젊은이를 본 성규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저 자식이 바로 진서준이야?”“네!”조재찬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젊은 거 아냐?”성규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는 진서준이 적어도 30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서준은 겨우 20대였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종사
만약 유지수가 진서라를 납치했다면 진서라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진서준, 네 걱정부터 해. 우린 네가 죽은 뒤에 네 동생을 찾아내서 너와 같은 곳으로 보내줄 거니까.”조재찬은 악랄하게 웃었다.진서준이 그의 아들을 죽였으니 그는 진서준의 가족을 전부 죽일 생각이었다.“멈춰!”이대 뒤에서 남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차 두 대가 멈춰 섰고 허사연 일행이 차에서 내렸다.인승민과 권해철이 도착한 걸 본 조재찬은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한제성, 진서준은 우리 조씨 일가의 원수야. 그런데도 이 자식을 도우려는 거야?”조재찬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한씨 일가가 나선다면 진서준을 도와주는 사람이 두 명이 된다.그렇게 되면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었다.한제성이 큰 소리로 말했다.“진서준 씨는 저희 한씨 일가의 귀한 손님입니다. 진서준 씨를 공격한다면 저희 한씨 일가의 적이 될 겁니다.”인승민 종사가 곁에 있어서 한제성은 두렵지 않았다.“그래, 알겠어. 이 자식을 죽인 뒤에 한씨 일가도 처리해 주지.”조재찬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저 노인이 바로 권해철입니다. 조심하세요. 저 노인은 실력이 강합니다.”조재찬이 성규영과 성재흥에게 당부했다.성규영은 그 말을 듣더니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권해철의 이름은 동성에 있을 때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그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알고 있었다.진서준이 말했다.“권해철 씨는 끼어들지 마세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권해철은 상대편에 종사 네 명이 있는 걸 보고 걱정스레 말했다.“진서준 씨, 상대는 네 명입니다.”“네 명이면 뭐 어떤가요? 보운산에서 전 혈운 조직의 종사 네 명을 죽인 적이 있습니다.”진서준은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는 성규영 등 사람들이 안중에도 없었다.혈운 조직의 네 사람을 죽였다는 말에 성규영 등 사람들은 당황했다.조금 전에 성규영은 조재찬의 별장에서 혈운 조직의 종사들이 별 볼 일 없는 사람
허윤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사실 혈연관계라고 해도 거의 없다고 보면 돼. 우리 아빠의 사촌 형 아들이거든.”진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허윤진의 설명을 들으니 그다지 끈끈한 혈연관계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친척인데 함부로 내쫓을 수도 없는 법이었다.“가자, 들어가서 보자.”진서준은 허윤진과 함께 거실로 걸어 들어갔다.거실에 들어오자마자 허윤진은 슬며시 진서준의 손목을 놓고 자연스레 거리를 두었다.“서준아, 내가 소개할게. 이쪽은 먼 친척 오빠 허준서야. 그리고 이쪽은 오빠 여자친구 이청아야.”허사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에게 그 둘을 소개했다.진서준은 허준서를 쓱 훑어보았다. 외모는 잘생긴 편이었고 차려입은 옷도 꽤 비싼 편이어서 왠지 평범한 가정 출신 같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리고 허준서의 여자친구 이청아는 화려하게 꾸민 모습으로 남자들의 시선을 끌 만한 스타일이었다.“이쪽은 진서준이라고 해, 내 남자친구야.”“이 사람이 네 남자친구라고?”허준서의 눈빛에는 은근히 깔보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물론 잘 숨겨져 있었지만 그 미묘한 눈빛을 진서준은 눈치챌 수 있었다.진서준의 평범한 옷차림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허준서의 태도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좀 너무 평범하지 않나? 물론 평범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네가 그래도 고귀한 신분이잖아. 내가 보건대 너희 둘 사이에 큰 격차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지금은 괜찮더라도 나중엔 분명 그쪽으로 문제가 생길 거야.”허준서가 빙빙 돌려서 말했지만 속내는 진서준의 평범한 신분을 깔보고 있었다.허준서의 생각은 단순했다. 돈 있는 사람은 당연히 돈 있는 사람과 어울려야지 가난하지만 잘생긴 남자와 사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허준서는 허사연이 진서준의 외모만 보고 반한 거라고 생각했다.허준서의 말에 진서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방금 배수정이 떠나간 터라 진서준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하지만 허성태의 체면을 생각해 속에 올라오
떠나는 순간, 온 하늘이 흐릿해졌다.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씩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진서준은 홀로 떠나가는 배수정의 처량한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릿하게 아팠다.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떠나는 게 나을지도...”진서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오래 끌 바엔 차라리 단칼에 끝내는 게 낫다.배수정과의 연을 확실히 끊어내지 않으면 진서준에게도 배수정에게도 지속적인 고통만 남을 뿐이다.“주인님, 마음이 편치 않으신 것 같네요...”언제 다가왔는지 모르는 이가 나미가 우산을 받쳐 들고 진서준 옆에 서 있었다.유령처럼 불쑥 나타난 이가 나미를 보고 진서준은 순간 놀라 멈칫했다.“방금 그 모든 걸 보고 있었어?”“네, 다 보았습니다...”이가 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동안 네가 여러 사건에서 내게 도움을 많이 줬어. 이제 네 몸속의 독을 완전히 제거해 줄 거니까 넌 이제 그만 가봐도 돼.”진서준의 말은 다소 차가웠다.자기를 보내려는 진서준의 말에 이가 나미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인님, 전 절대 떠나지 않겠습니다. 저를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시고 그냥 하인 정도로 여겨주세요.”진서준을 떠나면 이가 나미는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세상은 이토록 넓지만 이가 나미가 설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집에 가지 않았으니 이가 집안에서 의심을 품었을 게 분명했다.이가 집안 사람에게 붙잡혀 가면 자기가 어떤 처지에 놓일지 발끝으로도 알 수 있었다.이제 이가 나미한테 진서준 곁이 가장 안전한 곳으로 되었다.“하인이라니?”진서준은 이가 나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진서준이 어릴 적부터 대가족에서 자랐다면 하인의 시중을 받는 생활이 익숙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진서준의 성장 과정에서는 누군가의 시중을 받는 것 자체가 어색할 뿐이었고 그런 행복을 누릴 욕심도 없었다.“주인님, 저를 내쫓지 말아 주세요. 주인님 곁을 떠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이가
두 시간 남짓이 지나고 비행기는 서울시 공항에 도착했다.비행기에서 내릴 때 배수정이 허사연에게 말했다.“사연아, 난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작은 절에서 진서준을 기다릴게.”“우리랑 같이 진서준을 만나러 가는 건 어때?”허사연은 배수정이 걱정스러워 보였지만 배수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난 절에서 기다릴 거야.”말을 마친 배수정은 조용하게 공항을 떠났다.집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 일행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솔직히 말해봐요, 진서준 씨 수정한테 무슨 몹쓸 짓 한 거예요? 갑자기 왜 진서준 씨랑 작별하려는 건가요?”허사연은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을 흘기며 따졌다.김연아와 허윤진 역시 진서준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옆에서 진서라와 조희선은 조용히 이 상황을 지켜볼 뿐, 허사연을 말리지 않았다.“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진서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수정이 진서준 씨랑 작별하고 싶다는 거예요? 뭔가 일어난 게 분명해요.”허사연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궁했다.진서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그만 물어봐, 나도 진짜 몰라. 내가 가서 직접 만나고 오겠어.”진서준은 인피면구를 벗어 던지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차를 타고 작은 절에 가려고 했다.“잠깐만요. 아까 아빠가 오늘 저녁에 집에 와서 같이 저녁 먹자고 하셨어요. 수정 만나고 나서 바로 우리 집 별장으로 오세요.”허사연이 진서준을 붙잡고 말했다.아까 진서준이 옷을 갈아입을 때, 허사연은 허성태에게 무사하다는 전화를 걸었다.허성태는 허사연이 돌아온 소식을 접하고 기뻐서 싱글벙글 웃었다.아버지가 신나서 어쩔 바를 모르는 목소리를 듣고 허사연은 조희선과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돌아가 오랜만에 가족 모임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진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최대한 빨리 돌아갈게.”진서준은 차를 몰고 그와 배수정이 처음 만났던 절로 향했다.절에 도착했을
“경성에 뭐 볼 거 있다고 그래요? 여기서 진서준 씨가 인피면구를 쓰고 다니는 모습, 별로 익숙하지도 않아요. 차라리 우리 동네로 돌아가서 구경하죠.”허사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경성이라는 대도시에 대해 허사연은 전혀 애착이 없었다.허사연뿐만이 아니라 조희선 역시 마찬가지였다.경성은 조희선에게 아픈 기억만 남긴 도시였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서울로 돌아가자.”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허사연과 함께 곧바로 짐을 싸고 서울시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호창정은 본래 진서준을 축하연에 초대하고 싶었지만, 진서준이 바로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내심 아쉬워했다.“김평안 씨, 산과 물은 이어져 있습니다. 나중에 북쪽 변경으로 오시면 꼭 제게 연락하십시오.”호창정은 북쪽 변경 아름시의 호국사였다.이번 무도 교류 대회가 끝난 후 호창정은 다시 아름시로 돌아갈 예정이었다.아름시도 대한민국의 국경 지역이라 이미 대량의 국안부 고수들이 그곳으로 이동한 상태였다.“좋아요. 기회가 되면 꼭 연락드리죠.”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호창정은 비록 천재적인 재능은 없었지만 노력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 진서준은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무도 고수가 약간의 지도를 해준다면 호창정도 60세 이전에 대종사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전화를 끊은 후, 진서준과 일행은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진서준 일행에게는 서울시가 진정한 고향이었다.비행기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서준 일행에게 다가오는 익숙한 모습이 있었다.“사연아, 연아야...”그 사람은 바로 배수정이었다.며칠 만에 만난 배수정은 이전보다 많이 초췌해 보였다.지친 얼굴의 배수정을 본 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양지천 그놈이 또 배수정에게 무슨 몹쓸 짓이라도 한 건가?“수정아, 너도 서울에 가는 거야?”허사연 일행은 진산에서 진서준과 배수정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혀 몰랐다.그래서 다들 여전히 배수정을 좋은 친구로 여겼다.“응.”배
김평안이라니, 아무도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곧 이 이름이 대한민국 무도계에 널리 퍼질 것은 분명했다.남주성 진 마스터가 등장한 데 이어 이제는 검선 김평안이 나타나다니, 대한민국 무도계는 요즘 정말 떠오르는 샛별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았다.진서준과 김평안이 사실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현장 사람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혹시 김평안과 진 마스터가 만나게 된다면, 누가 이길까?”누군가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대단한 능력이 있잖아. 진 마스터는 강기와 술법에 능하고 김평안은 검도에 능하니 실제로 붙으면 막상막하일 거야.”한 종사가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답했다.“근데 이상하지 않나? 벌써 석 달이 넘었는데 진 마스터는 대한민국에서 증발한 것처럼 진 마스터에 대한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잖아.”“설마 김평안이 바로 진 마스터가 아닐까?”누군가 농담 삼아 말했다.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그 예상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진 마스터도 검을 쓴 적은 있지만 검도에 대한 이해는 그리 깊지 않다고 들었어.”“김평안의 검술은 섬나라 작은 검성을 순식간에 제압할 정도인데, 이는 대한민국 검존과 같은 수준일 거야. 진 마스터가 아무리 천재라 해도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잖아.”주변 사람들의 찬사에도 진서준은 무심하게 지나쳤다.진서준이 조용히 돌아오자 엘리사가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김평안 씨, 대회에서 우승한 걸 축하해요.”진서준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벌레 같은 놈 하나 베었을 뿐인데, 축하할 일도 아니죠.”“김평안 씨, 고시후는 벌레로 불릴 만큼 무능한 무인이 아닙니다. 고시후는 섬나라 작은 검성이자 고필두 다음 가는 실력자예요.”호창정는 흥분한 얼굴로 고시후에 관해 설명했다.김평안이 고시후를 단 한 칼에 쓰러뜨렸으니 고필두도 마찬가지로 이길 수 있다는 말 아닌가?현천진군이 도대체 어디서 이 막강한 실력을 갖춘 무인을 데려온 건
이번 교류 대회는 결승전에서도 여전히 3판 2선승제였다.아까 고필두가 기권하면서 섬나라는 이미 한 판을 졌다.이제 진서준이 고시후를 이기기만 하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번 교류 대회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그러나 이번 대회의 우승이 그렇게 쉽게 얻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고시후는 고필두만큼 명성이 높지는 않았지만 그 또한 섬나라의 작은 검성이라 불리는 막강한 존재였다.고시후의 실력은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만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이번엔 누가 대신 죽으러 나왔나?”자신감에 차 있는 고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진서준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차가웠다.“죽을 사람은 바로 너야. 고필두가 체력 부족으로 네 목숨을 잠시 연장해줘서 고맙게 생각해. 고필두의 체력이 저 정도로 고갈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넌 이미 고필두의 검 아래 시체로 되었을 거니까.”고시후가 쌀쌀하게 웃으며 받아쳤다.진서준은 고시후를 무시한 채 사회자를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시작해도 되나요?”“시작하세요!”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사실 진서준은 고필두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가 기권했기 때문에 이번엔 이 작은 검성이 고필두를 대신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당연히 진서준이 질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진서준의 번개처럼 빠른 속도를 보고 모두 멍해졌다.“저 사람...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여러 겹의 잔상이 링 위에 차례로 나타났는데 이 속도는 아무리 봐도 육급 대종사와 맞먹는 수준이었다.심지어 조금 전의 해리스보다도 더 빠른 속도였다.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벌려진 입으로 감탄하기도 전에 찬란하고 푸른 검광이 링 위에 나타났다.하늘조차도 그 푸른 검광의 참격에 의해 두 갈래로 나뉜 듯했다.이 참격은 오직 검의 수준에 맞먹을 뿐, 검세급에는 이르지 않았다.참격의 강도를 낮춘 이유도 간단했다.눈앞의 작은 검성으로는 진서준이 검세까지 사용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진서준이 검의 대성 수준을 담은 검광을 휘두르는 걸 직접 목격
진서준이 고필두의 검을 쉽게 막아내자 관중들은 그제야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고필두가 항복한 게 당연하지. 아까 해리스랑 싸우며 힘을 다 소진했나 보지.”“아마 검을 내려치기 직전에 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미리 항복한 거겠지.”“어휴, 이기긴 했지만 불명예스러운 승리잖아. 진 거나 다름없네.”다들 고필두가 항복한 이유가 아까 해리스와의 대결에서 체력이 과도하게 소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네 나약함이 네 목숨을 구했군.”진서준은 고필두의 요도를 집었던 두 손가락을 거두고 냉랭하게 말했다.고필두는 속에서 밀물처럼 몰려오는 두려움 때문에 더 이상 진서준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고필두가 항복을 외쳤을 때조차 비겁한 그는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고 힘도 덜어내지 않았다.그런데 고필두의 요도는 진서준의 두 손가락에 꽉 잡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고필두는 요도를 거두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허겁지겁 링을 내려갔다.“쓸모없는 놈, 사람 잘못 봤어!”고필두가 도망치듯 내려가는 모습을 본 황현호는 화가 나 이마에 핏대가 섰다.고필두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황현호가 상상할 수 없었다.“다행이네요. 저 섬나라 남자가 항복해서 정말 다행이네요.”조민영은 진서준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옆에 있던 조기강이 조민영을 보며 따졌다.“민영아, 김평안이 자기 실력에 대해 너한테 뭐라고 말한 적 있니?”조민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다만 장릉 마을에서 내가 사수에게 잡혔을 때, 그 악당을 공격 세 번 안에 제압했던 적이 있었어요.”사수를 단 세 번의 공격 만에 죽였고 또한 검세마저 대성이라니, 진서준의 실력은 조기강보다 한참 위일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왜 여태껏 이렇게 대단한 사람에 관해 아무런 정보도 들은 적이 없는지 조기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 김평안이라는 자가 봉호전에 참가했다면... 검존의 봉호가 바
사회자가 아직 시작을 외치기도 전에 고필두는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고필두의 속도는 이미 음속을 넘어섰고 손에 든 요도는 한 줄기 검광이 되어 진서준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이 장면을 본 모두의 마음이 순간 덜컹 내려앉았다.진서준의 머리가 날아가게 생겼다는 게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유일한 생각이었다. 물론 조기강도 이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이런 말 들어본 적 있나?”그 날카롭고 눈부신 검광을 마주하고도 진서준의 얼굴엔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시선은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고 평온했다.“대한민국 무인 앞에서 칼을 휘두르겠다니, 어이가 없구나. 우리 조상들이 검을 다룰 때, 너희 섬나라 사람들은 나무 위에서 원숭이처럼 바나나나 먹었겠지. 오늘 내가 너희 섬나라 사람들에게 진정한 검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마.”진서준의 목소리가 체육관 전체에 울려 퍼졌다.이 녀석은 고필두의 심기를 완전히 건드릴 생각인 것 같았다.몇몇 관중들은 이미 눈을 감았다. 다들 곧 피범벅이 되어 피비린내를 풍길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필두의 눈에는 잔인한 살기가 맺혔고 시선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처음에는 한 방에 진서준의 목숨을 끝내려 했지만 지금 고필두의 생각이 180도로 변했다.고필두는 이 오만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무인을 극심한 고통 속에서 허덕이다 죽게 하고 싶었다.고필두는 검의 방향을 바꿔 진서준의 왼팔을 겨냥했다.요도가 진서준의 몸에 닿기 직전, 진서준의 오른손이 앞으로 뻗었다.순간,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청색 검광이 공중에 번쩍였다.검광은 비록 얇았으나 그 순간 모든 이들의 마음에 거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짧은 순간 눈 부신 빛을 보이던 검광은 단순한 검광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천둥과도 같았다.아무런 방비도 없었던 고필두의 마음에 강렬한 위기감이 솟구쳤다.진서준의 오른손에는 눈부신 푸른빛을 발산하는 7척 길이의 검이 쥐어져 있었다.그 장검은 아무런 장식도 없었고 겉모습도 평범해 보였다.하지만 다음 순간, 청색 검신에서
아까 고필두가 보여준 실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했다.조기강이 고필두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진서준이 고필두를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삼촌, 아저씨랑 저 섬나라 검객 중 누가 이길 것 같아요?”조민영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평안은 신농에 들어가지 않았어? 어떻게 다시 나왔지?”갑자기 등장한 진서준을 보고 조기강도 순간 멍해졌다.당시 조기강은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전부 정리하고 진서준을 신농으로 들여보냈다.그런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진서준이 다시 신농에서 바깥세상에 나온 것이다.“삼촌, 김 아저씨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나중에 물어봐요. 지금은 둘 중 누가 이길지 말해줘요.”조민영은 조기강의 팔을 잡고 흔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조르기 시작했다.“흔들지 마라. 네가 아무리 흔들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조기강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고필두는 지금 새 상대와 대결할 힘이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김평안을 이기기에는 충분해.”아까 고필두의 광자 참격은 조기강마저도 깜짝 놀라게 했다.조기강이 직접 저 링에 올라 대결한다면 고필두를 이길 수는 있겠지만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하지만 지금 링 위에 있는 김평안은 아예 승산이 없었다.조기강이 진서준에게는 승산이 없다고 하자 조민영은 초조해져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삼촌, 이따가 김 아저씨를 좀 도와줄 수 없어요?”“안 돼. 이건 국제 대회야. 내가 개입하면 우리 팀이 이기더라도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거야. 그때는 윗사람들도 우리 조씨 가문을 탓하게 될 거고.”조기강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고 이내 속으로 대한민국 교류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형편없다는 걸 알았으면 자기가 직접 나섰을 거라며 한탄했다.엘리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속으로 진서준을 걱정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김평안의 등장에 당혹해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저 중년 남자는 누구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몰라. 저 남자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