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22화

작가: 무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진승철이 그렇게 말하자 한서강은 침묵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병실 안에서 진서준은 장철결을 사용하여 한보영 체내의 영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흡수한 영기가 많아질수록 진서준의 미소 또한 더욱 짙어졌다.

그는 한보영의 체내에 있는 모든 영기를 흡수하게 되면 실력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한보영의 얼굴에서 괴로워하던 표정이 사라졌고, 창백하던 얼굴에는 점차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마침내 방 안에서 광풍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진서준은 손을 거두어들였다.

“됐어!”

진서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번에 한씨 일가로 와서 많은 수확을 거두었다.

실력이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백 년 된 설련 세 개를 얻었고 한씨 일가가 그에게 큰 빚을 지게 되었다.

그러니 한씨 일가에게 진서라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할 수 있었다.

허사연은 다가와서 곧바로 한보영의 겉옷을 입혀줬다.

“이러면 끝이에요?”

허사연이 물었다.

“네,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만영체라서 앞으로도 또 이런 상황이 생길 거예요. 완전히 치료하려면 반드시 한보영 씨 스스로가 영기를 장악하는 방법을 수련해야 해요.”

진서준은 조금 부러운 듯 말했다.

만영체는 수련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아주 귀한 체질이었다.

진서준이 그 체질이었다면 취영진을 쓸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거대한 취영진이기 때문이다.

진서준은 문을 열어 한서강 등 사람들이 들어오게 했다.

“진서준 씨, 제 딸은 어떻습니까?”

한서강이 서둘러 물었다.

“이젠 괜찮아요. 하지만 완전히 나으려면 반드시 따님 본인이 체내의 영기를 수련하는 공법을 배워야 해요. 이 일은 권해철 씨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진서준이 말했다.

권해철이 배운 것은 술법이었고 그가 수련한 공법은 영기를 진기로 전화하는 공법이었다.

“권해철 씨, 제 딸을 제자로 받아주세요!”

한서강이 서둘러 말했다.

권해철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잘됐네요. 앞으로 보영이는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겠네요!”

한서강은 흥분한 얼굴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23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조금 전 한보영을 치료한 진서준이 뺨 한 대로 대성 종사인 진승철을 날려 보낼 줄은.진서준은 얼마나 강한 걸까?진승철은 바닥에 엎어진 채로 연신 피를 토했다. 그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그는 고개를 들어 두려움이 깃든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감히 내 뺨을 때려?”진승철은 무지 화가 났고 또 두려웠다.진씨 일가의 외척인 그는 이런 소도시에서는 전혀 꿀리지 않았고, 대단한 가문의 가주들도 그를 정중하게 대해야 했다.그런데 젊은 청년이 그의 뺨을 때렸다.“뺨만 때린 걸 고맙게 생각해. 지금 당장 꺼지지 않으면 여기서 죽여버릴 거니까.”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의 눈빛에서 살기를 읽은 진승철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농담이 아니란 걸 알았다. 진서준은 정말 그를 죽일지도 몰랐다.“그래, 그래. 남주성에서는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하나 보지? 두고 보자고!”말을 마친 뒤 진승철은 씩씩대면서 떠났다.황경두는 무척 무안했다. 그는 한서강에게 인사를 한 뒤 서둘러 떠났다.황경두와 진승철 두 사람이 떠난 뒤 한서강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진서준 씨, 진승철 씨를 때려서는 안 됐습니다. 진승철 씨는 진씨 일가의 외척이에요. 진승철이 사람을 데려와서 복수하려고 한다면 큰일이에요!”한서강은 남주성의 일류 가문으로 화진 가문들의 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진씨 일가는 모든 가문이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였다.한 나라에 필적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할 뿐만 아니라 무도 천재들도 많았다.“만약 사람을 데려와서 복수하려고 한다면 절대 이곳에서 살아 나가지 못할 겁니다.”진서준은 덤덤히 말했다.“휴...”진서준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자 한서강은 어이가 없었다.“따님 병은 다 나았습니다. 이제 권해철 씨가 영기 수련 공법을 가르쳐주면 됩니다. 이제 백 년 된 설련 세 개를 주시죠.”“네,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곧 백 년 된 설련 세 개가 진서준의 앞에 놓였다.상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24화

    “지금 당장 저 자식을 조사해요. 대체 배후에 누가 있길래 저렇게 건방진지 알아야겠어요!”황경두도 진서준이 무척 불만스러웠고 미웠다.오늘 진서준은 자신의 실력을 과하게 뽐냈다.“네,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조사해볼게요.”황경두는 고개를 끄덕였다.곧 황씨 일가에서는 진서준을 조사해 냈다.진서준의 자료를 본 황경두와 진승철은 당황했다.감옥에 가기 전까지 진서준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그런데 3년간 감옥에 있다가 출소한 뒤 갑자기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었고, 서울에서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진 마스터가 되었다.“혹시 감옥 안에서 기연을 만난 걸까요?”진승철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기연을 만났다고 해도 겨우 3년 사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출 수는 없을 텐데요.”진씨 일가의 천재들도 10년 이상 수련하고 대량의 진귀한 약재를 써서 대성 종사가 된다.“진 선생님, 저 자식이 어떤 기연을 만났던 간에 저 자식에게는 뒷배가 없어요.”황경두의 눈빛이 악랄하게 번뜩였다.“게다가 조씨 일가와도 사이가 좋지 않아요. 지금 저 자식이 한씨 일가에 있다는 사실을 조씨 일가에 알린다면 조씨 일가에서 나서서 그를 처리할 거예요.”진승철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내 복수는 내가 직접 할 겁니다. 조씨 일가 따위 필요 없어요.”진승철은 남주성의 가문들을 깔봤다.진서준은 그의 뺨을 때렸고 진승철은 반드시 직접 그 복수를 할 셈이었다.“네, 네...”황경두는 고개를 끄덕였다.진승철은 곧바로 경성에 있는 집안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대성 종사 두 명을 보내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뒤 진승철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하루만 더 살려두죠. 내일은 죽게 될 테니 말이에요.”...조씨 일가.조재찬은 심어둔 사람에게서 진서준이 고양으로 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그래, 지금 당장 내 아내를 찾으러 가야겠어.”조재찬은 성수민을 찾아가서 말했다.“여보, 우리 아들을 죽인 놈이 고양에 왔대!”“어디 있는데?”성수민의 눈동자에서 불길이 불타올랐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25화

    그동안 권해철은 진서준을 위해 많은 일을 해줬기에 진서준은 그에게 인색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탄영단은 만들기가 어렵긴 했지만 단약 한 알로 권해철의 충성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허사연이 부러운 얼굴로 물었다.“서준 씨, 난 언제쯤 서준 씨처럼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서라를 구한 뒤에 같이 강주로 가요. 내가 은영과를 사줄게요. 은영과가 있으면 사연 씨도 나처럼 수련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도를 닦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차마 하지 못했다.진서준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도를 닦는 것에 관해서 얘기할 생각이었다.“네, 얼른 서라 씨를 찾은 뒤 같이 강주로 가요.”허사연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허사연은 돈 있고 권력만 있으면 될 줄 알았다.그러나 진서준과 한 달 동안 함께 있으면서 그래도 힘이 강한 사람이 가장 강하단 걸 알게 되었다.비록 허씨 일가는 돈이 많았지만 진서준의 곁에 있으면 그녀는 짐 덩어리에 불과했다.허사연은 강해지고 싶었고, 진서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전 우선 이 두 단약을 사용해야겠어요. 서라를 찾는 일은 한서강 씨께 맡길게요.”진서준이 말했다.“문제없어요!”한서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빈방으로 들어간 뒤 탄영단 두 알을 삼켰다.탄영단을 삼키자마자 단약 안의 영기가 마치 밀물처럼 진서준의 체내에서 마구 날뛰었다.진서준은 서둘러 장청의 힘을 이용했다. 이 엄청난 영기는 장철결의 궤적에 따라 진서준의 체내에서 33주 동안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는 단전에 흡수될 것이다.단전 안의 영해는 눈에 보이는 속도로 늘어났다.오후 사이 진서준의 단전 속 영해는 또 늘어났다.진서준의 실력은 기 수련 6단계에서 7단계가 되었다.체내의 영해는 무려 20m에 달했다.진서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백 년 된 설련이라 그런지 역시 남다르네. 이 속도라면 내년 3월 전까지 기 수련 경지를 돌파할 수 있겠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26화

    옆에 있던 한제성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너무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 언제쯤이면 저한테도 그렇게 잘해주실 거예요?”“이 자식,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어? 나 아니었으면 넌 이미 다른 사람에게 맞아 죽었을 거야. 네가 사고를 칠 때마다 수습해 준 사람이 누군데 그래?”한서강은 한제성을 매섭게 노려보았고, 한제성을 겁을 먹고 목을 움츠렸다.세 사람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본 진서준은 하루빨리 진서라를 구출하고 싶었다.이때 한제성의 전화가 울렸다.“알겠어. 지금 당장 갈게.”전화를 끊은 뒤 한제성은 한서강에게 말했다.“아빠, 제가 구매한 원석이 도착했대요. 제가 가서 받을게요.”“제대로 된 일 좀 하면 안 되니? 원석 같은 건 그만해. 벌써 돈을 얼마나 쏟아부은 거야?”한서강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은 궁금한 듯 물었다.“원석 거래를 해요?”“사실 도박이죠. 제가 원석을 많이 사거든요. 그리고 사들인 원석들을 고양시의 원석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다시 팔아요.”한제성이 설명했다.허사연은 한씨 일가에서 심심했던 참이라 한제성과 함께 가보고 싶었다.“서준 씨, 우리고 가볼까요?”허사연이 말했다.“좋아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 씨가 있다면 경호원을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되겠네요!”한제성이 크게 웃었다.“이 자식,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서준 씨를 네 경호원으로 생각하는 거야?”한서강은 한제성의 머리를 퍽 쳤다.“괜찮아요. 저도 궁금하거든요. 같이 가볼게요.”진서준은 덤덤히 웃었다.권해철은 같이 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한씨 일가에 남아서 한보영에게 공법을 배워 줄 생각이었다.한제성이 운전해서 진서준과 허사연을 데리고 교외에 있는 창고에 도착했다.그곳은 한제성이 평소 원석을 두는 곳이었다.가는 길에 한제성은 진서준에게 자신이 고양시에 원석 가게를 여러 군데 차렸고, 매달 이윤이 40억 정도라고 했다.그리고 자신도 가끔 원석을 열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혹시라도 에메랄드가 나오면 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27화

    차들이 멈춰 선 뒤 중간에 있던 승용차에서 중년 남성 한 명이 내렸다.중년 남성은 목에 엄지손가락만큼 굵은 금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는 시가를 물고 있었는데 벼락부자 같아 보였다.다른 차에서는 십여 명의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내렸다. 다들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기세등등한 것이 일반인은 아닌 것 같았다.“양 사장님, 물건 보내주러 온 거면서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이 데려왔습니까? 절 믿지 않는 겁니까?”한제성은 웃는 얼굴로 다가가서 양지후와 악수를 했다.“한제성 씨를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이번에 물건을 많이 가져와서요. 혹시라도 오는 길에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어서 말이에요.”양지후는 한제성과 힘껏 악수를 나눈 뒤 웃으며 말했다.그는 한제성이 경호원을 데려오지 않은 걸 보고 의아해했다.그러나 이곳은 그의 구역이 아니었기에 나쁜 생각을 접었다.“양 사장님, 너무 겸손하시네요. 이 트럭을 버려도 양 사장님이 거리에 나앉을 일은 없을 텐데요.”한제성은 양지후의 비위를 맞췄다.“한제성 씨, 말을 참 예쁘게 잘하시네요!”양지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사람들은 듣기 좋은 말을 좋아했다. 특히 돈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아무도 아부하지 않는다면 그들 같은 사람들은 오히려 무료해 했다.진서준과 허사연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장사를 잘할 스타일이네요.”진서준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러네요. 분위기에 따라서 유연하게 구는 법도 알고 말이죠.”허사연이 웃으며 말했다.한제성과 양지후는 몇 마디 나눴고, 양지후는 허사연에게 시선을 옮기더니 눈을 빛냈다.“저 미녀는 누구죠?”돈 많은 사람들은 미녀와 돈에 관심이 많았다.“진서준 씨 여자 친구입니다. 저희 한씨 일가의 귀한 손님이세요.”한제성이 서둘러 설명했다.한제성은 진서준과 양지후 사이에 갈등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 거래는 망하게 된다.남자 친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씨 일가의 귀한 손님이라는 말에 양지후는 곧바로 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28화

    허사연은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도 가서 보죠. 제가 좋은 걸로 하나 골라줄게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다가갔다.“옥석을 볼 줄 알아요?”허사연은 조금 놀랐다.“사연 씨 남자는 출산 빼고 거의 다 할 줄 알아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뭐예요, 진서준 씨가 내 남자라뇨?”허사연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곽윤선도 자리에서 일어나 원석을 살피러 갔다.곽윤선은 원석들 앞에 서서 스무여 개를 골랐다.원석은 아주 많았고 일일이 살필 수는 없었기에 랜덤으로 스무여 개를 골라서 확인해 보는 것이었다.물론 그 스무여 개 원석이 트럭 안의 모든 원석의 질을 대표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원래 원석을 사서 갈라 보는 건 일종의 도박이었다.곽윤선이 스무여 개의 원석을 찬찬히 살피고 있을 때 진서준은 갑자기 허리를 숙여 사람 머리의 반만큼 큰 돌을 하나 골랐다.“여기 안에 옥이 있는 건가요?”허사연이 물었다.“음...”진서준은 돌 안에서 느껴지는 영기에 흥분했다.“이건 영석이에요. 옥석과는 달라요. 내 수련에 도움이 될 수 있죠.”진서준은 곧바로 양지후를 바라보며 흥분해서 물었다.“양 사장님, 이 돌은 어디서 구하신 거죠?”양지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당신도 사고 싶은 건가요?”“네, 하지만 전 산다면 이 돌들이 나오는 곳에 가서 사고 싶군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영석이 이 원석 중에 있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진서준 씨, 이 원석들은 원탕산 쪽에서 보내온 겁니다.”한제성이 곧바로 설명했다.“원탕산이요?”처음 듣는 곳이었다.“네, 제하시 교외에 있는 데 관심 있으시면 다음에 저랑 같이 가요!”한제성이 말했다.진서준은 그곳을 묵묵히 기억해 두었다.만약 영석을 많이 얻을 수 있다면 수련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 것이다.“이 돌은 제가 살게요. 얼마죠?”진서준이 말했다.“진서준 씨,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난처하죠.”한제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진서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29화

    진서준의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달라졌다.조금 전 곽윤선이 원석들을 살펴보고 안에 적지 않은 좋은 원석들이 있다고 했다.그런데 진서준이 이렇게 말하면 곽윤선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것이 된다.곽윤선은 어두워진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 자식, 내 실력을 무시하는 거야? 난 원석 업계에서 50년 가까이 일했어. 내가 본 원석이 네가 먹은 소금보다도 훨씬 더 많다고.”한제성이 서둘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선생님. 진서준 씨가 말을 좀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라서요.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그러고서는 진서준을 옆으로 끌고 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진서준 씨, 원석을 볼 줄 아시나요?”한제성은 진서준이 의술을 할 줄 아는 무도 종사라는 것만 알 뿐, 진서준이 원석을 볼 줄 아는지는 몰랐다. 원석을 보는 안목은 의술과 무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조금 압니다.”진서준은 덤덤히 말했다.진서준은 겸손을 떨었다. 사실 그는 어떤 원석이 좋은 것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원석 가운데서 그 영석을 발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절 믿는다면 사지 마세요. 믿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하시고요.”진서준은 평온하게 말했다.한제성은 난처해졌다.그는 진서준의 말을 100% 믿는 것은 아니었다. 전문가 곽윤선이 있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진서준의 말을 믿지 않아서 그를 화나게 한다면 큰일이었다.양지후는 인내심이 닳았다.“한제성 씨, 이 원석들은 제가 원탕산에서 가져온 거예요. 한제성 씨도 알다시피 원탕산 원석의 품질은 아주 좋아요. 게다가 곽 선생님도 원석들을 살펴보셨죠. 그런데 고작 저 사람 말 한마디에 흔들린 겁니까?”한제성은 서둘러 미안한 듯 웃어 보였다.“진서준 씨는 절 위해서 해준 말씀이니 조금만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1분만 더 드릴게요. 필요 없다면 지금 당장 가보겠습니다.”양지후는 화가 난 듯 말했다.“전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해 한제성 씨도 절 따라서 돈을 벌기를 바랐을 뿐이에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30화

    한제성은 진서준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곽 선생님, 이 원석들은 곽 선생님께서 사세요.”곽윤선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손을 덜덜 떨었다. 진서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원망이 가득했다.“흥, 그래. 내가 살 거야!”곽윤선은 곧바로 부하들을 시켜 양지후에게 돈을 입금했다.돈을 받은 양지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여기 원석을 가르는 기계 있지?”곽윤선이 한제성에게 물었다.“네!”한제성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서 기계를 가져왔다.“흥, 지금 바로 보여주마. 내가 산 이 원석들이 최상품인지 아닌지를!”곽윤선은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이 고른 원석 스무여 개를 가르기 시작했다.그 원석들을 전부 가르고 나서 한제성은 후회했다.그 원석들만 해도 60억 가까이 되었다.남은 원석들은 400여 개쯤 되니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적어도 100억은 벌 수 있을 것 같았다.“내가 나이가 들긴 했지만 눈은 멀쩡해!”곽윤선이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가 지금까지 협력한 정을 봐서 남은 원석들은 160억에 팔게. 내가 조금 손해를 보는 거지만 말이야!”한제성은 그 말을 듣더니 서둘러 감사 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 곽 선생님. 지금 바로 입금하겠습니다!”“사지 말아요. 나머지는 다 쓰레기예요!”진서준이 곧바로 말했다.“이 자식, 너 내가 많이 봐줬어!”곽윤선이 화가 난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진서준이 계속해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거래는 이미 끝났을 것이다.“제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죠? 제가 사실을 얘기하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요?”진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이렇게 해요. 원석을 20여 개 더 골라요. 그 원석들에서도 이렇게 좋은 옥석이 나온다면 나머지 원석은 제가 살게요.”곽윤선은 깜짝 놀랐다. 그는 다소 의심스러운 눈길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은 정말 고수인 걸까? 아니면 그냥 때려 맞힌 걸까?진서준은 어떻게 남은 원석들 중에 좋은 옥석이 없다는 걸 안 걸까?곽윤선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한제성을 바

최신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6화

    허윤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사실 혈연관계라고 해도 거의 없다고 보면 돼. 우리 아빠의 사촌 형 아들이거든.”진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허윤진의 설명을 들으니 그다지 끈끈한 혈연관계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친척인데 함부로 내쫓을 수도 없는 법이었다.“가자, 들어가서 보자.”진서준은 허윤진과 함께 거실로 걸어 들어갔다.거실에 들어오자마자 허윤진은 슬며시 진서준의 손목을 놓고 자연스레 거리를 두었다.“서준아, 내가 소개할게. 이쪽은 먼 친척 오빠 허준서야. 그리고 이쪽은 오빠 여자친구 이청아야.”허사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에게 그 둘을 소개했다.진서준은 허준서를 쓱 훑어보았다. 외모는 잘생긴 편이었고 차려입은 옷도 꽤 비싼 편이어서 왠지 평범한 가정 출신 같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리고 허준서의 여자친구 이청아는 화려하게 꾸민 모습으로 남자들의 시선을 끌 만한 스타일이었다.“이쪽은 진서준이라고 해, 내 남자친구야.”“이 사람이 네 남자친구라고?”허준서의 눈빛에는 은근히 깔보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물론 잘 숨겨져 있었지만 그 미묘한 눈빛을 진서준은 눈치챌 수 있었다.진서준의 평범한 옷차림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허준서의 태도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좀 너무 평범하지 않나? 물론 평범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네가 그래도 고귀한 신분이잖아. 내가 보건대 너희 둘 사이에 큰 격차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지금은 괜찮더라도 나중엔 분명 그쪽으로 문제가 생길 거야.”허준서가 빙빙 돌려서 말했지만 속내는 진서준의 평범한 신분을 깔보고 있었다.허준서의 생각은 단순했다. 돈 있는 사람은 당연히 돈 있는 사람과 어울려야지 가난하지만 잘생긴 남자와 사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허준서는 허사연이 진서준의 외모만 보고 반한 거라고 생각했다.허준서의 말에 진서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방금 배수정이 떠나간 터라 진서준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하지만 허성태의 체면을 생각해 속에 올라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5화

    떠나는 순간, 온 하늘이 흐릿해졌다.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씩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진서준은 홀로 떠나가는 배수정의 처량한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릿하게 아팠다.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떠나는 게 나을지도...”진서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오래 끌 바엔 차라리 단칼에 끝내는 게 낫다.배수정과의 연을 확실히 끊어내지 않으면 진서준에게도 배수정에게도 지속적인 고통만 남을 뿐이다.“주인님, 마음이 편치 않으신 것 같네요...”언제 다가왔는지 모르는 이가 나미가 우산을 받쳐 들고 진서준 옆에 서 있었다.유령처럼 불쑥 나타난 이가 나미를 보고 진서준은 순간 놀라 멈칫했다.“방금 그 모든 걸 보고 있었어?”“네, 다 보았습니다...”이가 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동안 네가 여러 사건에서 내게 도움을 많이 줬어. 이제 네 몸속의 독을 완전히 제거해 줄 거니까 넌 이제 그만 가봐도 돼.”진서준의 말은 다소 차가웠다.자기를 보내려는 진서준의 말에 이가 나미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인님, 전 절대 떠나지 않겠습니다. 저를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시고 그냥 하인 정도로 여겨주세요.”진서준을 떠나면 이가 나미는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세상은 이토록 넓지만 이가 나미가 설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집에 가지 않았으니 이가 집안에서 의심을 품었을 게 분명했다.이가 집안 사람에게 붙잡혀 가면 자기가 어떤 처지에 놓일지 발끝으로도 알 수 있었다.이제 이가 나미한테 진서준 곁이 가장 안전한 곳으로 되었다.“하인이라니?”진서준은 이가 나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진서준이 어릴 적부터 대가족에서 자랐다면 하인의 시중을 받는 생활이 익숙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진서준의 성장 과정에서는 누군가의 시중을 받는 것 자체가 어색할 뿐이었고 그런 행복을 누릴 욕심도 없었다.“주인님, 저를 내쫓지 말아 주세요. 주인님 곁을 떠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이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4화

    두 시간 남짓이 지나고 비행기는 서울시 공항에 도착했다.비행기에서 내릴 때 배수정이 허사연에게 말했다.“사연아, 난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작은 절에서 진서준을 기다릴게.”“우리랑 같이 진서준을 만나러 가는 건 어때?”허사연은 배수정이 걱정스러워 보였지만 배수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난 절에서 기다릴 거야.”말을 마친 배수정은 조용하게 공항을 떠났다.집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 일행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솔직히 말해봐요, 진서준 씨 수정한테 무슨 몹쓸 짓 한 거예요? 갑자기 왜 진서준 씨랑 작별하려는 건가요?”허사연은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을 흘기며 따졌다.김연아와 허윤진 역시 진서준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옆에서 진서라와 조희선은 조용히 이 상황을 지켜볼 뿐, 허사연을 말리지 않았다.“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진서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수정이 진서준 씨랑 작별하고 싶다는 거예요? 뭔가 일어난 게 분명해요.”허사연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궁했다.진서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그만 물어봐, 나도 진짜 몰라. 내가 가서 직접 만나고 오겠어.”진서준은 인피면구를 벗어 던지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차를 타고 작은 절에 가려고 했다.“잠깐만요. 아까 아빠가 오늘 저녁에 집에 와서 같이 저녁 먹자고 하셨어요. 수정 만나고 나서 바로 우리 집 별장으로 오세요.”허사연이 진서준을 붙잡고 말했다.아까 진서준이 옷을 갈아입을 때, 허사연은 허성태에게 무사하다는 전화를 걸었다.허성태는 허사연이 돌아온 소식을 접하고 기뻐서 싱글벙글 웃었다.아버지가 신나서 어쩔 바를 모르는 목소리를 듣고 허사연은 조희선과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돌아가 오랜만에 가족 모임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진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최대한 빨리 돌아갈게.”진서준은 차를 몰고 그와 배수정이 처음 만났던 절로 향했다.절에 도착했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3화

    “경성에 뭐 볼 거 있다고 그래요? 여기서 진서준 씨가 인피면구를 쓰고 다니는 모습, 별로 익숙하지도 않아요. 차라리 우리 동네로 돌아가서 구경하죠.”허사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경성이라는 대도시에 대해 허사연은 전혀 애착이 없었다.허사연뿐만이 아니라 조희선 역시 마찬가지였다.경성은 조희선에게 아픈 기억만 남긴 도시였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서울로 돌아가자.”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허사연과 함께 곧바로 짐을 싸고 서울시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호창정은 본래 진서준을 축하연에 초대하고 싶었지만, 진서준이 바로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내심 아쉬워했다.“김평안 씨, 산과 물은 이어져 있습니다. 나중에 북쪽 변경으로 오시면 꼭 제게 연락하십시오.”호창정은 북쪽 변경 아름시의 호국사였다.이번 무도 교류 대회가 끝난 후 호창정은 다시 아름시로 돌아갈 예정이었다.아름시도 대한민국의 국경 지역이라 이미 대량의 국안부 고수들이 그곳으로 이동한 상태였다.“좋아요. 기회가 되면 꼭 연락드리죠.”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호창정은 비록 천재적인 재능은 없었지만 노력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 진서준은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무도 고수가 약간의 지도를 해준다면 호창정도 60세 이전에 대종사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전화를 끊은 후, 진서준과 일행은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진서준 일행에게는 서울시가 진정한 고향이었다.비행기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서준 일행에게 다가오는 익숙한 모습이 있었다.“사연아, 연아야...”그 사람은 바로 배수정이었다.며칠 만에 만난 배수정은 이전보다 많이 초췌해 보였다.지친 얼굴의 배수정을 본 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양지천 그놈이 또 배수정에게 무슨 몹쓸 짓이라도 한 건가?“수정아, 너도 서울에 가는 거야?”허사연 일행은 진산에서 진서준과 배수정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혀 몰랐다.그래서 다들 여전히 배수정을 좋은 친구로 여겼다.“응.”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2화

    김평안이라니, 아무도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곧 이 이름이 대한민국 무도계에 널리 퍼질 것은 분명했다.남주성 진 마스터가 등장한 데 이어 이제는 검선 김평안이 나타나다니, 대한민국 무도계는 요즘 정말 떠오르는 샛별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았다.진서준과 김평안이 사실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현장 사람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혹시 김평안과 진 마스터가 만나게 된다면, 누가 이길까?”누군가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대단한 능력이 있잖아. 진 마스터는 강기와 술법에 능하고 김평안은 검도에 능하니 실제로 붙으면 막상막하일 거야.”한 종사가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답했다.“근데 이상하지 않나? 벌써 석 달이 넘었는데 진 마스터는 대한민국에서 증발한 것처럼 진 마스터에 대한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잖아.”“설마 김평안이 바로 진 마스터가 아닐까?”누군가 농담 삼아 말했다.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그 예상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진 마스터도 검을 쓴 적은 있지만 검도에 대한 이해는 그리 깊지 않다고 들었어.”“김평안의 검술은 섬나라 작은 검성을 순식간에 제압할 정도인데, 이는 대한민국 검존과 같은 수준일 거야. 진 마스터가 아무리 천재라 해도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잖아.”주변 사람들의 찬사에도 진서준은 무심하게 지나쳤다.진서준이 조용히 돌아오자 엘리사가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김평안 씨, 대회에서 우승한 걸 축하해요.”진서준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벌레 같은 놈 하나 베었을 뿐인데, 축하할 일도 아니죠.”“김평안 씨, 고시후는 벌레로 불릴 만큼 무능한 무인이 아닙니다. 고시후는 섬나라 작은 검성이자 고필두 다음 가는 실력자예요.”호창정는 흥분한 얼굴로 고시후에 관해 설명했다.김평안이 고시후를 단 한 칼에 쓰러뜨렸으니 고필두도 마찬가지로 이길 수 있다는 말 아닌가?현천진군이 도대체 어디서 이 막강한 실력을 갖춘 무인을 데려온 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1화

    이번 교류 대회는 결승전에서도 여전히 3판 2선승제였다.아까 고필두가 기권하면서 섬나라는 이미 한 판을 졌다.이제 진서준이 고시후를 이기기만 하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번 교류 대회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그러나 이번 대회의 우승이 그렇게 쉽게 얻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고시후는 고필두만큼 명성이 높지는 않았지만 그 또한 섬나라의 작은 검성이라 불리는 막강한 존재였다.고시후의 실력은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만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이번엔 누가 대신 죽으러 나왔나?”자신감에 차 있는 고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진서준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차가웠다.“죽을 사람은 바로 너야. 고필두가 체력 부족으로 네 목숨을 잠시 연장해줘서 고맙게 생각해. 고필두의 체력이 저 정도로 고갈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넌 이미 고필두의 검 아래 시체로 되었을 거니까.”고시후가 쌀쌀하게 웃으며 받아쳤다.진서준은 고시후를 무시한 채 사회자를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시작해도 되나요?”“시작하세요!”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사실 진서준은 고필두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가 기권했기 때문에 이번엔 이 작은 검성이 고필두를 대신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당연히 진서준이 질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진서준의 번개처럼 빠른 속도를 보고 모두 멍해졌다.“저 사람...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여러 겹의 잔상이 링 위에 차례로 나타났는데 이 속도는 아무리 봐도 육급 대종사와 맞먹는 수준이었다.심지어 조금 전의 해리스보다도 더 빠른 속도였다.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벌려진 입으로 감탄하기도 전에 찬란하고 푸른 검광이 링 위에 나타났다.하늘조차도 그 푸른 검광의 참격에 의해 두 갈래로 나뉜 듯했다.이 참격은 오직 검의 수준에 맞먹을 뿐, 검세급에는 이르지 않았다.참격의 강도를 낮춘 이유도 간단했다.눈앞의 작은 검성으로는 진서준이 검세까지 사용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진서준이 검의 대성 수준을 담은 검광을 휘두르는 걸 직접 목격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0화

    진서준이 고필두의 검을 쉽게 막아내자 관중들은 그제야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고필두가 항복한 게 당연하지. 아까 해리스랑 싸우며 힘을 다 소진했나 보지.”“아마 검을 내려치기 직전에 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미리 항복한 거겠지.”“어휴, 이기긴 했지만 불명예스러운 승리잖아. 진 거나 다름없네.”다들 고필두가 항복한 이유가 아까 해리스와의 대결에서 체력이 과도하게 소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네 나약함이 네 목숨을 구했군.”진서준은 고필두의 요도를 집었던 두 손가락을 거두고 냉랭하게 말했다.고필두는 속에서 밀물처럼 몰려오는 두려움 때문에 더 이상 진서준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고필두가 항복을 외쳤을 때조차 비겁한 그는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고 힘도 덜어내지 않았다.그런데 고필두의 요도는 진서준의 두 손가락에 꽉 잡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고필두는 요도를 거두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허겁지겁 링을 내려갔다.“쓸모없는 놈, 사람 잘못 봤어!”고필두가 도망치듯 내려가는 모습을 본 황현호는 화가 나 이마에 핏대가 섰다.고필두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황현호가 상상할 수 없었다.“다행이네요. 저 섬나라 남자가 항복해서 정말 다행이네요.”조민영은 진서준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옆에 있던 조기강이 조민영을 보며 따졌다.“민영아, 김평안이 자기 실력에 대해 너한테 뭐라고 말한 적 있니?”조민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다만 장릉 마을에서 내가 사수에게 잡혔을 때, 그 악당을 공격 세 번 안에 제압했던 적이 있었어요.”사수를 단 세 번의 공격 만에 죽였고 또한 검세마저 대성이라니, 진서준의 실력은 조기강보다 한참 위일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왜 여태껏 이렇게 대단한 사람에 관해 아무런 정보도 들은 적이 없는지 조기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 김평안이라는 자가 봉호전에 참가했다면... 검존의 봉호가 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59화

    사회자가 아직 시작을 외치기도 전에 고필두는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고필두의 속도는 이미 음속을 넘어섰고 손에 든 요도는 한 줄기 검광이 되어 진서준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이 장면을 본 모두의 마음이 순간 덜컹 내려앉았다.진서준의 머리가 날아가게 생겼다는 게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유일한 생각이었다. 물론 조기강도 이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이런 말 들어본 적 있나?”그 날카롭고 눈부신 검광을 마주하고도 진서준의 얼굴엔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시선은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고 평온했다.“대한민국 무인 앞에서 칼을 휘두르겠다니, 어이가 없구나. 우리 조상들이 검을 다룰 때, 너희 섬나라 사람들은 나무 위에서 원숭이처럼 바나나나 먹었겠지. 오늘 내가 너희 섬나라 사람들에게 진정한 검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마.”진서준의 목소리가 체육관 전체에 울려 퍼졌다.이 녀석은 고필두의 심기를 완전히 건드릴 생각인 것 같았다.몇몇 관중들은 이미 눈을 감았다. 다들 곧 피범벅이 되어 피비린내를 풍길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필두의 눈에는 잔인한 살기가 맺혔고 시선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처음에는 한 방에 진서준의 목숨을 끝내려 했지만 지금 고필두의 생각이 180도로 변했다.고필두는 이 오만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무인을 극심한 고통 속에서 허덕이다 죽게 하고 싶었다.고필두는 검의 방향을 바꿔 진서준의 왼팔을 겨냥했다.요도가 진서준의 몸에 닿기 직전, 진서준의 오른손이 앞으로 뻗었다.순간,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청색 검광이 공중에 번쩍였다.검광은 비록 얇았으나 그 순간 모든 이들의 마음에 거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짧은 순간 눈 부신 빛을 보이던 검광은 단순한 검광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천둥과도 같았다.아무런 방비도 없었던 고필두의 마음에 강렬한 위기감이 솟구쳤다.진서준의 오른손에는 눈부신 푸른빛을 발산하는 7척 길이의 검이 쥐어져 있었다.그 장검은 아무런 장식도 없었고 겉모습도 평범해 보였다.하지만 다음 순간, 청색 검신에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58화

    아까 고필두가 보여준 실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했다.조기강이 고필두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진서준이 고필두를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삼촌, 아저씨랑 저 섬나라 검객 중 누가 이길 것 같아요?”조민영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평안은 신농에 들어가지 않았어? 어떻게 다시 나왔지?”갑자기 등장한 진서준을 보고 조기강도 순간 멍해졌다.당시 조기강은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전부 정리하고 진서준을 신농으로 들여보냈다.그런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진서준이 다시 신농에서 바깥세상에 나온 것이다.“삼촌, 김 아저씨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나중에 물어봐요. 지금은 둘 중 누가 이길지 말해줘요.”조민영은 조기강의 팔을 잡고 흔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조르기 시작했다.“흔들지 마라. 네가 아무리 흔들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조기강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고필두는 지금 새 상대와 대결할 힘이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김평안을 이기기에는 충분해.”아까 고필두의 광자 참격은 조기강마저도 깜짝 놀라게 했다.조기강이 직접 저 링에 올라 대결한다면 고필두를 이길 수는 있겠지만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하지만 지금 링 위에 있는 김평안은 아예 승산이 없었다.조기강이 진서준에게는 승산이 없다고 하자 조민영은 초조해져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삼촌, 이따가 김 아저씨를 좀 도와줄 수 없어요?”“안 돼. 이건 국제 대회야. 내가 개입하면 우리 팀이 이기더라도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거야. 그때는 윗사람들도 우리 조씨 가문을 탓하게 될 거고.”조기강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고 이내 속으로 대한민국 교류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형편없다는 걸 알았으면 자기가 직접 나섰을 거라며 한탄했다.엘리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속으로 진서준을 걱정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김평안의 등장에 당혹해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저 중년 남자는 누구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몰라. 저 남자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쯧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