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속으로 강백산을 쓸모없는 놈이라고, 진서준마저 처리하지 못한다고 욕했다.“아버지, 어머니, 저는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서현욱은 부모님의 표정을 보고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이 자식, 네가 무슨 낯짝으로 묻는 거야? 평소에 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널 가르치는 데 소홀했더니 이렇게 멋대로 날뛸 줄은 몰랐다. 감히 고양의 사람을 찾아와서 진 선생님을 상대하려고 해?”서정훈은 무척 화가 나서 서현욱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조금 전 서현욱이 오는 길에 진서준은 오늘 있었던 일을 서정훈에게 대략 얘기해줬다.서정훈은 그 말을 듣자 복장이 터졌다. 그는 서현욱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훌륭한 아버지 밑에서는 훌륭한 아들이 태어난다는데, 서현욱은 훌륭하기는커녕 형편없는 아들이었다.서현욱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자 겁을 먹고 몸을 떨었다.“여보, 저 자식을 때려!”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는 점만 아니었어도 서정훈은 직접 손을 썼을 것이다.심해윤은 단단히 화가 나서 준비해 뒀던 자로 서현욱을 때렸다.착착착...서현욱은 비명을 지르면서 서둘러 애원했다.“어머니, 그만 때리세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네가 다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누가 네 아버지를 구했는지 알고나 있어? 진 선생님이 혹시라도 잘못됐으면 어쩔 뻔했어?”서정훈은 침대맡의 유리잔을 들어 서현욱의 머리를 향해 집어 던졌다.서현욱은 미처 피하지 못해서 유리잔에 맞았다.순간 핏물이 튀었다.“아!”서현욱은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롭게 바닥에 주저앉았다.심해윤은 흠칫하더니 마음이 약해져서 외쳤다.“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의사 부르지 마. 그냥 죽게 놔둬.”서정훈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서준은 서현욱을 단단히 혼쭐낼 생각이었지만 서정훈의 모습을 보니 화가 조금 풀렸다.서현욱은 좋은 부모를 뒀다.“서정훈 씨, 이 일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앞으로는 잘 가르치도록 하세요.”진서준은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서현욱을 바라보며 서정훈에게 말했다.이때 의사도 병실
허윤진이 그렇게 상세히 물은 이유는 몰래 차 트렁크에 숨어서 진서준 일행과 함께 떠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이번에 진서준은 권해철의 사문으로 가면서 허사연도 데려가려고 하지 않았다.그것은 허윤진에게 아주 좋은 기회였다.허윤진은 언니가 진서준이 없는 틈을 타서 진서준의 마음을 얻을 생각이었다.비록 허사연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냥 이렇게 진서준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진서준은 허윤진의 생각을 몰랐다. 그저 허윤진이 따로 배웅해 주려고 하는 줄 알았다.만약 진서준이 허윤진의 생각을 알았다면 너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조재찬은 스무 명 넘은 조씨 일가 고수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그중 네 명은 내공 절정의 무인이었다.스무 명쯤 되는 사람들은 언제라도 옷이 터질 것 같았다. 병상 위에 누워있는 아들을 본 조재찬은 안색이 한없이 어두웠다.그는 서울 같은 곳에 자신의 아들을 다치게 하고, 심지어 조씨 일가 무인을 때려죽일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복수를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남주성에서 그들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아버지, 드디어 오셨네요. 저 두 다리가 부러졌는데 다시는 이어 붙일 수 없대요.”조재찬이 온 걸 본 조규범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그를 향해 호소했다.“똑똑히 말해 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네 다리는 누가 부러뜨린 거고?”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조재찬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조규범은 눈물을 닦으면서 요 며칠 있었던 일을 숨김없이 얘기했다.조규범이 허윤진을 납치했다는 말에 조재찬은 화가 나서 그의 머리를 두 대 때렸다.“내 아들이면 뭐든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줄 알았어? 허윤진은 허성태 딸이야. 감히 허성태의 딸을 납치해? 만약 허성태가 신고라도 하면 나라도 널 구하기는 힘들어!”조재찬은 씩씩거렸다. 그는 멍청한 아들 때문에 복장이 터졌다.아들이 한 명이라도 더 있었으면 조재찬은 그를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그
“때린 걸로 끝나서 다행인 줄 알아. 내가 누군지 알아?”조재찬이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누구든 사람을 때리는 건 안 되죠. 지금 당장 신고할 겁니다.”우성환은 너무 화가 나서 곧바로 전화를 꺼내 신고하려 했다.그러나 조재찬의 부하가 더 빨랐다. 그는 우성환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빼앗았다.“난 고양의 조씨 일가 조재찬이야. 조씨 일가 가주 들어봤어?”조재찬이 바닥에 주저앉은 우성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우성환은 무척 화가 난 상태였지만 조재찬이라는 이름을 듣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우성환은 조재찬이 왜 갑자기 서울로 왔는지 알지 못했다.“얼른 주치의 불러와!”조재찬이 넋을 놓고 있는 우성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정신을 차린 우성환은 서둘러 병실에서 나가 조규범의 주치의를 불러왔다.주치의는 그곳에 도착해서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조재찬 씨, 조재찬 씨 아들은 다른 사람에게 맞아서 분쇄성 골절이 되어 이어 붙일 수가 없고, 강선 고정만 할 수 있어요. 앞으로 걸을 때는 지팡이에 의지해야 합니다.”“젠장!”조재찬은 순간 분노하여 주치의의 뺨을 힘껏 때렸다.“난 내 아들이 정상인처럼 걷기를 바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 집안 사람들 모두 장애인이 될 줄 알아!”조재찬에게 겁을 먹은 주치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애원했다.“조재찬 씨, 제게는 정말 방법이 없습니다. 아드님 데리고 전라도 대병원으로 가보세요. 아니면 경성으로 가보시든가요. 그런 곳의 의사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원장 우성환이 서둘러 말했다.“조재찬 씨, 주치의는 정말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아드님 다리를 치료했을 거예요.”우성환은 갑자기 진서준이 떠올랐다.“참, 우리 병원에 신의님이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이라면 아드님 다리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그러면 얼른 연락하지 않고 뭐 해?”조재찬이 우성환을 사납게 노려봤다.“지금, 지금 당장 전화 걸겠습니다...”우성환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뒤 곧바로
남주성의 가문들은 진 마스터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 뿐, 진 마스터의 이름이 진서준이라는 건 몰랐다.조재찬은 상대방의 이름이 진서준이라는 걸 들어도 진 마스터를 떠올리지 못했다.조재찬이 보기에 그렇게 우연한 일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진 마스터가 어떤 사람인가? 그가 한 여자를 위해 다른 남자와 갈등할 이유가 없었다.지금 조재찬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은 바로 진서준이 종사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만약 진서준이 정말로 종사라면 까다로웠다. 그가 데려온 사람 중에는 종사가 한 명도 없고 전부 내공이나 암경 수준으로 종사와는 차이가 컸다.“됐어. 잠시 뒤에 허성태 그 늙은 여우부터 만나고 나서 그 자식에 대해 알아봐야겠어.”조재찬은 이미 생각을 해두었다. 만약 진서준이 정말로 종사라면 그는 허씨 일가로 진서준을 협박할 생각이었다.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당장 눈앞의 위험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했다.허씨 일가 부녀 세 명을 전부 납치한다면 진서준이 손을 쓰지 못할 거라고 조재찬은 생각했다.진서준은 짐 정리를 마친 뒤 다시 운전해서 서울 병원으로 향했다.서울 병원 입구에 도착한 진서준은 우성환이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걸 보았다.“우 원장님, 여기서 기다리지 말고 병실만 알려주시지.”진서준은 우성환의 앞에 차를 세우고 말했다.“진 선생님, 제가 이번에 진 선생님을 해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진서준을 보자 우성환은 무척 후회됐다.“왜 그래요?”진서준은 우성환의 안색이 좋지 않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차에서 내리시면 얘기해요.”우성환은 한숨을 쉬었다.진서준은 곧바로 차를 병원 주차장에 세워둔 뒤 차에서 내렸다.우성환은 진서준을 데리고 외진 곳으로 간 뒤 말했다.“진 선생님, 잠시 뒤에 진 선생님께서 봐야 할 환자는 보통 신분이 아니에요. 전라도 사람이에요.”“전라도 사람이 왜 여기 병원에 왔대요?”진서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일반적으로 돈 많은 사람은 큰 도시로 가서 병을 본다. 큰 도시에는
“그러네요, 부시장님이 계셨네요!”우성환은 눈앞이 환해졌다.“가요. 그 전라도에서 온 특별한 환자를 보러 가죠.”진서준이 덤덤히 말했다.우성환이 앞에서 길을 안내하여 진서준을 데리고 조규범이 있는 병실에 도착했다.“제가 문을 두드릴게요.”우성환은 노크했고 들어오라는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문을 열고 들어갔다.“조재찬 씨, 신의님께서 오셨습니다.”조재찬은 고개를 돌려 병실 문을 바라봤다. 청년이 온 건 본 그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병원 원장 하기 싫어? 어디서 젊은이를 데려와서 날 속이려고 해?”진서준은 병실 입구에 서서 침대 위에 누워있던 조규범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전라도 사람이 서울 병원을 찾은 이유가 있었다. 그 환자는 다름 아닌 조규범이었다.조규범도 당황했다. 그는 자신의 다리를 치료해 주러 온 사람이 진서준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아버지, 제 다리를 부러뜨린 놈이 바로 저놈이에요. 경찬 아저씨도 저놈이 때려서 죽었어요!”정신을 차린 조규범은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조재찬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이게 무슨 상황일까? 제 발로 찾아온 것일까?“우 원장님, 일단 나가보세요. 남은 건 제게 맡기시면 돼요.”진서준은 우성환을 향해 싱긋 웃으면서 병실에서 나가보라고 했다.병실을 나선 우성환은 진서준의 안전이 걱정되어 서둘러 서정훈의 병실로 향했다.그는 서정훈에게 이 일을 처리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병실 안에서 조재찬이 입을 떼기도 전에 그의 부하들이 진서준을 둘러쌌다.원수를 보게 되자 조규범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의 피를 마시고 그의 살을 뜯어 먹고 싶었다.“진서준, 죽으려고 제 발로 찾아올 줄은 정말 몰랐어.”조규범이 차갑게 웃으며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죽으려고 제 발로 찾아왔다고?”진서준은 같잖다는 표정으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같잖다는 듯 말했다.“겨우 이런 쓰레기들을 데려와서 그딴 말을 하는 거야?”진서준의 모욕을 무인들은 참기 힘들었다.무인으로서 다들 자부심이 있었기에 진서준처럼 젊은
조재찬의 내키지 않아 하는 모습에 진서준은 그가 복수를 원한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조재찬은 참을성이 있었다. 그의 아들보다는 훨씬 나았다.“아버지, 왜 그렇게 두려워해요? 사람을 이렇게나 많이 데려왔는데 저 자식 한 명 못 해치우겠어요?”조규범은 진 마스터를 몰랐다. 그는 매일 술을 마시고 놀기만 했지, 무도계에 대해서, 남주성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조규범의 말을 들은 조재찬은 그의 뺨을 두 대 때리고 싶었다.어떻게 저런 망언을 하는 걸까?진서준은 조규범을 힐끗 보더니 번뜩이는 눈빛으로 말했다.“말이 너무 많네. 뺨을 때려.”조재찬은 이를 악물고 조규범의 곁으로 걸어가서 그의 뺨을 때렸다.짝...뺨 맞는 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 엄청난 소리에 사람들은 겁을 먹어서 감히 숨조차 쉬지 못했다.진서준이 덤덤히 말했다.“멈추란 말은 안 했는데.”조재찬은 명령에 따라야만 했기에 계속해 조규범의 뺨을 때렸다.조규범이 뺨을 열 몇 대 맞은 뒤에야 진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됐어.”조규범의 얼굴은 퉁퉁 부었다. 마치 붉게 부어오른 돼지머리처럼 아주 흉측했다.그 점만 봐도 조재찬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조재찬은 이렇게 세게 때릴 생각은 없었지만, 세게 때리지 않아서 진서준이 언짢아한다면 절대 뺨을 때리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알아. 내게 복수하고 싶겠지. 난 언제든 환영해. 하지만 내 가족에게 손대지는 마. 허씨 일가에도 손대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조씨 일가를 역사로 만들어줄 줄 알아.”진서준이 조재찬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경고했다.“내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 내 아들이 이렇게 된 건 전부 얘가 자초한 일인데...”조재찬은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증오를 진서준에게 들킬까 봐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못 그런다고? 내일 난 서울을 떠날 거야. 복수하고 싶다면 사람을 시켜서 날 죽여보든
서정훈은 말을 마친 뒤 진서준과 함께 병실을 나섰다.조재찬은 진서준이 서정훈과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다. 그는 정부 쪽 사람을 이용해 진서준의 성질을 긁을 생각이었지만 지금 보니 그것도 녹록지 않을 듯했다.“당장 규범이를 데리고 서울을 떠나야겠어. 전라도로 돌아가서 더욱 대단한 의사를 찾아 네 다리를 치료해야겠어!”조재찬의 부하는 곧바로 조규범을 들어서 차에 태웠다.차 안, 조재찬은 마음 아픈 얼굴로 잔뜩 부은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아까 널 때려서 나한테 화가 난 거냐?”조재찬이 물었다.조규범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원망스러운 눈빛이 모든 걸 말해줬다.조재찬은 한숨을 쉬었다.“나도 널 때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널 때리지 않으면 네가 오늘 살아남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어. 진서준이라는 놈, 전에 남주성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진 마스터야. 권해철도 그의 상대가 안 돼. 심지어 권해철을 이긴 뒤에는 혈운 조직 종사 한 명을 죽였어. 그렇게 무시무시한 사람은 네 외할아버지 집안의 무인을 불러와 상대해야 해.”진서준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인지 말해주자 조규범은 화가 많이 풀렸다.“아버지, 꼭 절 위해 복수해 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평생 괴로울 것 같아요.”조규범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알겠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조재찬이 한숨을 쉬었다.지금 그의 목숨은 진서준의 손에 달려 있다.비록 조금 전 진서준은 그의 가족에게만 손을 쓰지 않으면 조재찬을 죽이지 않겠다고 했다.조재찬도 죽는 건 두려웠다. 그는 겨우 40대 중년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다....“진 선생님, 조씨 일가와는 어쩌다가 원한이 생긴 겁니까?”서정훈이 궁금한 듯 물었다.조금 전 우성환은 서정훈을 찾아가서 진서준과 조재찬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얘기했고, 서정훈은 곧바로 진서준을 찾아갔다.조씨 일가 세력이 얼마나 강한지 서정훈은 잘 알고 있었다.만약 조씨 일가가 진서준에게 복수하려 한다면 서정훈 혼자 힘으로는 진서준을 지킬
어제 조재찬은 떠날 때 서울에 사람을 몇 명 남겨둬서 진서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했다.조씨 일가 무인은 진서준이 아침에 권해철의 차를 타고 가는 걸 보고 곧바로 조재찬에게 연락했다.“가주님, 그 자식 차를 타고 갔습니다. 서울을 떠날 생각인 것 같아요.”조재찬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말했다.“제대로 감시해. 그 자식이 서울을 떠난다면 차로 치어서 죽이는 거야. 살아있으면 데려오고 죽으면 시체라도 가져와.”“네!”전화를 끊은 뒤 조재찬은 전라도 병원의 의사들을 바라보면서 굳은 얼굴로 물었다.“우리 아들 다리를 고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거야?”의사들은 그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저었다.“조재찬 씨, 아드님 다리는 분쇄성 골절이에요. 강선 고정술로 고정하거나 또는 아드님 뼈와 유사한 다리뼈를 찾아서...”“그러면 얼른 가서 찾아와. 얼마나 들든 내 아들은 반드시 나아야 해.”유사한 다리뼈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찾았다고 해도 상대방이 자신의 다리를 잘라 조규범에게 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그러나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분명 조재찬이 화를 내며 그들을 가만두지 않으려고 할 테니 말이다.전라도에서의 조씨 일가의 영향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신분이 있거나 견식이 넓은 사람이라면 다 알았다.조재찬이 고함을 질렀다.그에게 아들은 한 명뿐이었기에 조규범이 젊은 나이에 장애인이 되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전라도 병원 VIP병실.“어머니, 전 장애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전 정상인이고 싶어요...”침대 위에서 조규범은 두 눈이 벌게진 채 미친 듯이 아우성을 쳤다.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누워있어야만 하는 기분에 조규범은 짜증이 극에 달했다.침대 옆에는 화려한 차림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조규범의 처절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서 몰래 눈물을 닦았다.“규범아, 일단 조급해하지 마. 나랑 너희 아빠가 꼭 네 다리를 치료해 줄게.”여자는 다름 아닌 조규범의 어머니 성수민이었다.성수민의 신분은 범상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