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과 오 씨 남매는 다음 날 오전 서명욱의 연락을 받았다.전화를 끊은 이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서명욱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군요.”오동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어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다시 소집하고 그쪽 집안 권위자도 직접 나선다고 하니 준비를 단단히 한 것 같은데요.”오선영도 한마디 거들었다.“설마 홍문연인가요?”“무슨 짓을 벌이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우리도 손 놓고 당할 수는 없죠.”오 씨 남매는 이민혁의 실력을 굳게 믿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약속 장소로 갈 준비했다....카이슨 호텔 주변은 실탄을 장착한 특별 경호부대들로 둘러싸여 경비가 삼엄했다.모든 기자와 업계 거물들은 서씨 가문의 접대원이 신원을 확인한 후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다들 엄격한 입장 절차에 불만이 있었지만, 서광은과 전임 권위자인 서호까지 등장한다는 소식에 모든 불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두 가문이 동시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어제 전국적으로 생중계가 되는 상황에서 서씨 가문이 오씨 가문에게 수모를 당했으니 오늘 그 수모를 무마하려고 열리는 행사였기에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수행자인 서호까지 나선다고 하니 반응은 더 폭발적이었다.많은 사람은 서호가 수행자라는 허무맹랑한 말을 믿지 않았지만, 기사 타이틀로 쓰기에는 엄청나게 좋은 소재였다.하지만 일부 거물들은 서호의 실력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젯밤에는 그가 이미 성역의 경지까지 오른 강자라는 소문이 비밀리에 돌았다.어느 가문이든 성역의 강자만 있다면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데 서씨 가문은 중해 시에서의 뿌리가 깊은 데다가 성역의 강자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일부 사람들은 벌써 오씨 가문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연회장은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현재 최고의 권위자인 서광은을 중심으로 서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이 그의 옆에 앉았고 깁스를 한 서명욱은 멀리 구석 쪽에 자리 잡았다.정신을 차린 진희도 고상하게 차려입고
연회장 안에는 오씨 가문의 사람들과 서호만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일부 재계 거물들의 이목은 두 가문 사이의 갈등보다도 서호가 진짜로 성역에 입성했는지에 집중됐고 만약 사실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다.12시가 되자 오 씨 남매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오동훈과 오선영이 왔습니다!”모든 사람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오 씨 남매의 뒤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한 이하늘이 있었고 세 사람은 담담한 표정으로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이때 서명욱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이하늘! 오늘도 한번 어제처럼 난리 쳐보지!”진희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그러니까! 네가 감히 서씨 가문을 건드리다니! 오늘 이런 광경은 너도 처음이지?”이민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직 어제의 흉터가 낫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나대는 건가요?”서명욱은 어제의 공포가 다시 떠올랐고 숨을 크게 몰아쉬며 서광은을 향해 말했다.“큰아버지, 저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날뛰는데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진희도 옆에서 계속 한마디씩 거들었다.“맞아요, 무조건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서광은은 두 사람을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는 시선을 이민혁에게로 돌렸다.“이하늘, 반폭성역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이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뿐이죠.”서광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오씨 가문에서 자네를 내세운 건 참된 선택이라고 봐.”“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당연히 도와줘야죠.”“어제 일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서명욱과 조강을 다치게 했으니 무슨 설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설명이라, 당신들이 오동훈을 납치했을 때 오씨 가문에 설명이란 걸 했나요?”“그건 납치가 아니라 그냥 조용히 얘기하려고 한 거지.”이민혁은 코웃음을 쳤다.“역시 가문의 최고 권위자다운 발상이네요.”“말장난 하지 말고 어제 일은 반드시 우리 가문에 사과하고 배상해야 할 것이야, 그렇지 않으
사람들은 실내에서 이런 장면을 만들어 내는 서호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서씨 가문의 사람들은 놀라는 사람들의 표정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서광은은 직접 등받이 의자를 무대 중앙에 가져다 놓고 서호에게 앉기를 권했다.그러고는 이민혁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아직도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건가?”이민혁은 서호를 한번 훑어보더니 괴이한 미소를 지었고 서호도 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서호는 산꼭대기 전투에서 소년에게 패한 후, 성역에 갓 입성했을 때의 호방했던 의지와 천하를 누비려던 웅대한 포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하지만 서씨 가문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던 그는 가문의 명예 회복을 위해 나섰고 최선을 다해서 싸운 뒤 돌아가서 수련에 매진할 생각이었다.이민혁은 웃으면서 말했다.“성역이 그 정도로 대단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요, 겁낼 필요가 없어 보이네요.”서광은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감히 성역 앞에서 아직도 이렇게 건방지다니,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뭐라고?”“성역도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요.”서명욱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이놈아, 정말 오만하기가 그지 없네! 어디 감히 우리 서씨 가문의 큰 어르신 앞에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거야! 큰할아버지, 어서 저놈을 무너뜨려 주세요.”진희도 옆에서 노발대발했다.“저놈은 서씨 가문의 실력을 너무 무시하잖아요, 더 이상 봐줘서는 안 돼요!”이민혁은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서광은은 서호에게 깍듯하게 말했다.“보시다시피 저놈은 멍청하게도 아버님의 실력 앞에서도 방자한 태도를 하고 있습니다. 얼른 나서서 미친놈을 처리해 주세요.”서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민혁에게 말했다.“젊은이, 지금 정중히 사과만 한다면 보상금은 없던 일로 하지.”서명욱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민혁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진희는 옆에서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이게 무
서호는 이민혁의 건방진 말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자신의 신분으로 몇 마디만 하면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민혁은 그의 존재를 알면서도 움츠러들기는커녕 거만하게 행동했다.서호는 눈살을 약간 찌푸리고는 이민혁을 향해 말했다.“젊은이, 그냥 평화롭게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만 이렇게 나온다니 내가 할 수 없이 손을 써서 자네에게 교훈을 줘야겠네.”서씨 가문의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힘없이 나가떨어질 이민혁을 안쓰럽게 쳐다봤다.‘성역의 경지에 오르면 천하무적이 아닌가! 그런 큰 어르신이 직접 나서는데 그 어떤 존재가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겠는가!’연회장 안의 모든 이목은 이민혁에게 쏠렸고 전국의 수많은 네티즌도 이민혁의 반응을 지켜봤다.서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연회장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영적 위압을 뿜어냈다.그의 위압적인 행동에 사람들은 성역의 무서움을 느끼면서 절세 고수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다들 마음속으로 이민혁을 동정하기에 바빴다.하지만 이민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말했다.“어르신, 며칠 전 밤 산꼭대기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십니까?”“뭐? 자네?”서호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이민혁은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그날 저녁 어르신의 총 실력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그날 그 선배님이라고요?”서호는 그제야 자기 앞에 있는 이하늘이 며칠 전날 밤 산꼭대기 전투에서 자기를 무참하게 짓밟았던 젊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달라진 이민혁의 얼굴에 당황했지만, 강한 능력을 갖고 있는 이민혁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얼굴을 바꾸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서호는 위풍당당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허리를 굽혀 이민혁에게 인사했다.“선배님 앞에서 제가 멋도 모르고 무례한 짓을 했네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생각지도 못한 서호의 행동과 말투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버지, 지
서호는 서광은을 발로 걷어찬 뒤 이민혁을 향해 말했다.“선배님, 더 이상 속물들과 상대하지 마시고 제가 책임지고 이 일을 마무리 짓겠습니다.”서호는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춘 이민혁이 화를 낸다면 서광은은 고사하고 서씨 가문을 하룻밤 사이에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도 이민혁의 존재를 알지 못했더라면 천하에 자기가 다스릴 수 없는 존재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수행을 하면 할수록 이민혁의 무서운 실력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이유 불문하고 사과하기에 급급했다.이민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기자들과 비관계자들은 이제 밖으로 내보내고 서명욱이 오 씨 남매에게 정식으로 사과만 한다면 그냥 없던 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이민혁도 서호의 체면을 봐서라도 일을 크게 만들기도, 따지고도 싶지 않았다.“네, 선배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그 사이 마침내 정신을 차린 서광은은 서호에게 큰 소리로 따졌다.“아버지! 저놈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예의를 지키시는 겁니까? 지금 아버지의 행동이 저희 서씨 가문의 명성에 먹칠을 하신다는 것을 모릅니까?”서광은은 사람들 앞에서 통쾌하게 복수를 하려던 것과는 달리 상황이 너무 허무하고 창피하게 흘러가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서호가 왜 이천책에게 이토록 공경을 표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서호는 크게 화내면서 서광은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고 그 충격에 서광은은 선혈과 함께 이빨 몇 개를 토해냈다.“이놈아, 네가 저분이 누군지 알고 나대는 거냐! 네 아버지인 내가 존경하시는 분이라는데 네가 뭐라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냐!”서호는 서광은에게 이민혁은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계속 일깨워줬지만, 서광은은 듣기는커녕 오히려 서호에게 화낼 뿐이었다. “아버지께서 나서기 싫으시다면 제가 직접 저놈을 처리하겠습니다! 팽 서장!”서광은의 외침에 남부 경찰청 서장인 팽전이 성큼성큼 다가왔다.“이하늘이 내 가족을 폭행한 것도 모자라 중해 그룹을 모독했어! 당장 구치소에
연회장 안의 기자들과 관중들은 생각지도 못한 진희의 폭로에 놀랐다.서씨 가문의 사람들에게는 조강이 어제의 충격으로 아직 의식불명 상태이니 이민혁이 사람들 죽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팽전은 다시 한번 이민혁에게 말했다.“지금 이 자리에 당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증언이 있으니 경찰서에 함께 갑시다. 제가 강제 집행까지는 하지 않을 테니 협조해 주십시오.”진희는 이민혁만 잡으면 남아있는 오 씨 남매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서명욱은 자기가 치른 혹독한 대가에도 이민혁과 오 씨 남매가 벌을 받지 않는다면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서광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람들 앞에서 이민혁의 오만함을 꺾어야만 중해에서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오동훈과 오선영도 경찰 서장의 등장에 따라서 긴장했다.‘설마 이대로 민혁 씨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오 씨 남매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면서 팽전이 이민혁을 끌고 간다면 모든 재산을 털어서라도 구해내겠다고 마음먹었다.그러나 이민혁은 팽전에게 당당하게 말했다.“절 잡기에는 아직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젊은이, 아무리 싸움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국가기관이랑 맞서 싸우면 결과가 매우 심각할 것입니다.”팽전이 말이 떨어지자, 특수요원들은 하나같이 이민혁을 향해 총을 겨눴고 평전은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냈다.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은 숨을 죽이고 이민혁의 반응을 지켜보았다.서 씨 가문의 사람들의 얼굴에는 이미 승리의 미소가 번져 있었다.그들은 서광은이 평소 경찰서와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한 덕에 오늘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진희도 오선영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승리의 여신은 언제나 자기 편이라는 생각에 기뻐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바로 그때 이민혁이 손을 내미는 행동에 팽전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긴장했다.이민혁은 팽전에게 증명서를 건네며 말했다.“잘 보고 결정하시길 바랍니다.”증명서를 받은 팽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
연회장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이민혁은 멍하니 서있는 서광은을 보면서 말했다.“날 상대할 다른 방법이 또 남아있습니까? 뭐든지 기꺼이 받아들이지요.”서씨 가문에 하나뿐인 성역 강자도 이민혁을 선배님이라고 칭하고 경찰 서장까지 그를 구속할 권한이 없다고 쩔쩔매는데 서광은에게 더 이상 상대할 방법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서광은은 그제야 이민혁이 실력도 신분도 막강하고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가문의 수장답게 더 이상 몸부림을 치지 않고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우리 서씨 가문이 졌다는 것을 인정하니 선배님이 원하는 걸 얘기만 하십시오.”이민혁은 담담하게 답했다.“무슨 요구든 다 들어준다면 당신들 가문이 무너지는 건 어떻습니까?”서광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서씨 가문의 사람들도 덩달아 공포에 질렸다.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서호가 나서서 말리기 시작했다.“선배님, 저희 불찰로 자손들이 오만하고 무식하게 선배님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제가 사죄하고 앞으로 기꺼이 선배님의 추종자가 되겠습니다.”연회장 안에 있던 나이 많은 사람들과 무인들은 서호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른바 추종자라면 자기의 명예와 생명을 걸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고 배신하면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는 것은 둘째 치고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이민혁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서호를 바라봤다.하지만 서호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제가 선배님의 추종자가 되겠다는 것은 진심입니다. 서씨 가문을 위해서라기보다도 선배님의 곁에서 수행을 배우면서 선배님을 위해 봉사하는 동시에 저의 수행 실력도 향상하고 싶습니다.”서호는 이민혁이 서씨 가문을 멸망시키겠다는 말은 절대 허황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민혁은 가문의 멸망뿐만 아니라 서호를 단번에 죽일 수도 있는 존재였다.그러기에 서호가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춘 이민혁을 존경하는 마음에 그의 곁에서 수행 실력을 배우겠다는 마음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추종자
서씨 가문의 완패는 말할 것도 없고 경찰 서장까지 그의 명령에 복종하는 상황에 그의 신분을 추측할 수도 없었다.진희는 자기의 인생이 완전히 끝장났다는 것과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그제야 자기가 멋도 모르고 오선영을 괴롭히고 더군다나 이민혁에게 폭언한 것들을 후회하기 시작했다.‘이하늘과 오 씨 남매가 날 용서하지 않겠지?’그녀는 무기력, 절망, 두려움 등 온갖 감정이 복받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이때 이민혁은 서호를 향해 느긋하게 말했다.“네가 내 추종자가 되었으니 서씨 가문의 일은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감사합니다.”서호는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서광은은 이민혁이 당연히 힘으로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더없이 가혹한 처벌을 내릴 거로 생각했는데 책임을 묻지 않는다니 놀라서 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얼른 일어나 이민혁에게 감사함을 표했다.“선배님의 관대함에 감사드리며 저 서광은은 서씨 가문 전체를 대표하여 이번 일로 교훈을 얻어 과거의 잘못들을 깊이 반성하고 고치도록 하겠습니다.”“서씨 가문을 용서한다고 해도 서명욱과 진희는 용서할 수가 없네.”이민혁은 서씨 가문의 오만함은 용서할 수 있어도 서명욱과 진희가 오 씨 남매에게 한 일은 반드시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서광은은 바로 답했다.“선배님 안심하세요, 지금 당장 서명욱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고 서씨 가문에서 쫓아낼 것이고 진희는 앞으로 다시 연예계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오 씨 남매는 그제야 그동안 받았던 모든 수모가 씻겨 내려가면서 속 시원해졌다.서명욱은 절망에 눈에 초점이 없었고 진희는 영혼을 빼앗긴 것처럼 안색이 창백했다.“그럼, 자네한테 맡기도록 하지, 하지만 내 돈은 돌려받아야겠네.”말을 마친 이민혁은 오 씨 남매를 데리고 연회장 밖으로 나갔고 서호도 마치 남겨진 자손들은 걱정되지 않는 듯 환하게 웃으면서 그들의 뒤를 따랐다.연회장 안은 계속 죽은 듯 고요했고 주요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