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더니 참수뇌인을 빠르게 휘둘러 총을 산산조각 냈다.노인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또 다른 총이 맹수와 같은 포효와 함께 이민혁을 향해 돌진했다.이민혁도 질세라 참수뇌인을 들고 휘두르자, 총이 갈라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노인이 여덟 번째로 이민혁을 향해 발을 내딛자, 또 다른 총이 그를 향해 공격했다.“공격을 더 받아라!”총은 공중에서 다섯 가닥으로 갈라지더니 네 가닥은 이민혁을 휘감고 나머지 한 가닥은 그의 목구멍을 덮치려고 했다.하지만 이민혁의 고함과 함께 참수뇌인이 엄청난 영능을 발휘하면서 총을 파괴했다.크게 노한 노인은 실체가 없는 그림자 같은 총을 들고 5미터도 남짓한 거리에서 이민혁을 향해 공격을 이어나갔다. 이민혁은 노인의 총에 영혼의 공격까지 가해진 것을 알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참수뇌인 대신 정신력으로 작은 은색 방패를 만들었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와 총이 동시에 부서지면서 공중으로 사라졌다.노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민혁은 공격을 시작했다. “어르신도 공격을 받으십시오.”순간 이민혁의 손에 들려 있던 참수뇌인이 영능의 화염을 내뿜고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며 위압을 나타냈다.노인은 크게 놀라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두 개의 쌍 총을 들고 이민혁을 향해 던졌다.하지만 쌍 총과 참수뇌인이 공중에서 부딪히더니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을 내면서 돌풍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다.노인은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굳은 표정으로 느릿느릿 말했다,“자네도 성역의 힘이 있었소? 그런데 왜 애초부터 사용하지 않았소?”이민혁은 담담하게 답했다.“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자네, 너무 건방지네!”노인이 격노하자 몸에서 영능의 불꽃이 치솟아 산꼭대기 전체를 밝게 비추었다.동시에 수백 개의 전투총이 일제히 공중에 뜨면서 새로운 전투총으로 탈바꿈했다.총의 길이가 5미터에 불과했지만, 수많은 부적이 둘러싸여 있어 엄청 공포스러웠다.노인은 이 총을 손에 쥐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노인이 공격을 준비하는 동안, 이민혁도 여러 개의 주문을 외쳤고 그의 몸에서는 쏟아지는 영능과 함께 공포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이민혁은 주문을 다 외운 뒤 두 손을 모아 외쳤다.“토룡암탄!”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거대한 용의 머리가 떠올랐고 입을 크게 벌리더니 하나의 암탄을 토해냈다.이민혁의 토룡암탄은 당시 두사부의 제자인 엄기준이 사용한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지름 0.5미터의 암탄에는 수많은 부적이 둘러싸여 있고 불길을 치솟았다.그 암탄은 무적의 총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고 굉음과 함께 총은 순식간에 부서졌다.하지만 토룡암튼은 기세를 꺾지 않고 노인을 향해 날아갔다.아연실색한 노인은 날아오는 토룡암탄을 간신히 영능의 방패로 막았지만, 충격으로 인해 입가에 피가 흘렀다.노인이 무적의 총을 상대하느라 위력이 약해진 첫 번째 토룡암탄을 막아냈다고 해도 고갈된 영력으로 뒤이어 날아오는 두 번째 토룡암탄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노인은 죽음의 공포가 일순간 자기를 덮치자, 놀란 나머지 애걸복걸했다.“살려주십시오!”토룡암탄은 굉음을 내며 노인을 스쳐 지나 수백 미터 떨어진 산꼭대기에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산꼭대기는 절반 깎여져 나갔고 자갈이 무너지면서 연기와 먼지로 하늘이 자욱했다.몹시 놀란 노인은 마침내 자기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강자를 만났다는 걸 인정하고 무릎을 꿇었다.“제가 멋도 모르고 까불다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이민혁은 천천히 말했다.“방금 성역의 문턱을 통과한 것 같으니, 앞으로는 거만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행을 게을리하지 말고 말로 죽음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노인은 이민혁에게 굴복하면서 말했다.“선배님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반드시 말과 행동을 조심하겠습니다.”“오늘의 교훈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이민혁은 말을 남기고 몸을 훌쩍 날려 산 아래로 사라졌다.한참 후에야 노인은 천천히 일어나 두 사람이 싸우고 난 정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대단한 청년일세, 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선영은 부랴부랴 이민혁의 호텔로 달려왔다.이민혁과 거실에 마주 앉은 오선영은 말을 꺼내면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선배님, 드디어 오셨군요.”“울지 말고 얘기해 봐요, 도대체 무슨 상황이에요?”이민혁은 오씨 가문이 중해에서는 이름있는 집안인데 다른 사람에게 이 정도로 농락당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오선영은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르고 말했다.“중해로 돌아온 후, 동훈 오빠가 저희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진희에게 따지러 갔지만,인정은커녕 자기를 모독했다고 주장하더라고요.”이민혁은 이런 일은 증거도 없는 데다가 상대방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라 처리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동훈 오빠와 진희 사이에 몇 번의 팽팽한 말다툼이 오갔는데, 서명욱이 갑자기 나서서 저희 오빠가 소속 연예인을 모독했다며 저한테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어요.”이민혁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눈살을 찌푸렸다.“서명욱이 누구예요?”“서영욱은 중해 영화사, 그러니까 자산이 6,000억 원 정도 되는 중해 최대 영화사의 대표예요.”“아무리 자산이 많다고 해도 영화사 대표가 이러는 건 말이 안 되는데요.”“선배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중해 영화사는 중해 실업의 자회사예요. 엄청난 힘이 있는 중해 실업이기에 서명욱은 두려워할 것이 없는 거죠. 게다가 그가 요즘 핫한 진희를 엄청나게 아끼거든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어쩐지 날뛴다고 했어요.”“그들은 동훈 오빠를 미끼로 저한테 공개적인 사과와 주요 언론사에 15일 동안의 사과 기사가 나가도록 요구했어요. 그 정도까지는 저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명예훼손의 이유로 저에게 10억 원을 요구하는 건 너무 하잖아요! 저희 집안 재산 상황을 알고 고의로 꾸민 짓 같아요. 아버지도 이 일로 화가 나서 몸져누우셨고 너무 힘들어서 염치 불고하고 선배님에게 도움을 청했어요.”오선영은 참지 못하고 또 눈물을 흘렸다.“진희와 서명욱이 선을 넘었네요.”“맞아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도저히 저의 힘으로는 그
이민혁은 침대에 걸터앉은 오선영의 연약하고 가녀린 모습에 어쩔 줄 몰랐다.오선영은 부끄러운 듯 말했다.“선배님, 제가 무례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이민혁은 잔기침하고는 답했다.“가을이 다가오는데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요.”오선영은 입술을 깨물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는 말을 이어나갔다.“선배님, 제가 자격이 없는 건 알지만, 필요하시다면 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요. 절대 귀찮게 하지 않고 영광으로 생각할 게요, 그리고 저 처녀예요.”이민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오선영에게로 다가갔고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천천히 침대에 누웠다.다음 순간, 이민혁은 이불을 들어 그녀에게 덮어주면서 말했다.“피곤하면 좀 쉬다가 시간 맞춰서 출발해요.”오선영도 부끄러운지 얼른 이불을 뒤집어쓰고 모기 같은 소리로 답했다.“알겠어요, 선배님.”이민혁은 이런 위험한 일은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침대 옆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얼마 뒤, 오선영은 조용히 일어나 옷을 차려입고 얼굴을 붉히며 이민혁의 뒤에 섰다.이민혁도 오선영의 인기척에 시간을 봤다.“가요.”“그래요.”오선영은 긴장한 얼굴로 길을 안내했고 호텔을 나온 두 사람은 그녀의 차를 타고 카이슨 호텔로 향했다.카이슨 호텔 제일 위 층에 자리한 고급 레스토랑은 중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어 식사하려면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두 사람은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98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웨이터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손님, 죄송합니다. 저희 식당이 오늘 예약이 다 차서 다음에 다시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오선영은 당황해서 말을 꺼냈다.“사람을 만나러 왔어요.”“성함이 어떻게 되나요?”“서명욱이요.”“잠시만요, 오늘 예약자분 성함이 서명욱 씨는 맞고요, 제가 먼저 들어가서 여쭤보고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오선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웨이터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이민혁은 웨이터가 들어가고 나서 조용히 말했다.“
오선영은 40대 중반의 정장 차림에 올백 머리를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서명욱에게 다가갔다.“서명욱 사장님, 오동훈 씨에 대한 얘기하고 싶은데요.”서명욱은 회를 한 입 집어 먹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에야 여유롭게 이민혁을 바라보며 웃었다.“네가 누군데 건방지게 여기서 먼저 나한테 말을 걸어?’“당신도 신분 있는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서명욱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예의는 우리 같은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 쓰는 거고 너처럼 주제도 모르는 놈한테는 과분한 거지, 그리고 내가 지금 너의 말에 답해주는 것도 영광으로 생각해.”요염한 차림으로 서명욱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비아냥거렸다.“정말 웃기네,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서 대뜸 얘기하자고 하다니 미쳤어!”오선영은 화가 났지만,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란 걸 알고 참았다.이민혁은 그 여자를 보고 천천히 말했다.“당신이 진희입니까?”“하하, 뭐, 사인이라도 해줄까? 근데 어쩌나, 지금 시간이 없어서 기다려봐.”진희의 말에 네 사람은 모두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오선영이 입을 열었다.“서명욱 사장님, 이분은 이민혁 씨입니다. 오빠 일로 제가 모시고 온 분이니까 존중해 주시길 바랍니다.”진희는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존중? 저 사람이 누구라고 우리가 존중해 줘야지?”오선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와 말을 잇지 못하자, 이민혁이 대신 말했다.“두 사람은 절친 사이 아니었나요? 당신이 몰래 계략을 써서 선영 씨를 저주한 사실이 들통났는데도 반성은커녕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한다니, 양심은 있는 겁니까?’진희는 아픈 곳만 콕콕 찌르며 말하는 이민혁에게 소리 질렀다.“뭐라고? 네가 뭔데? 내가 오선영을 저주했다고 누가 그래?”이민혁은 흥분한 진희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화나 죽겠어요? 당신 같은 인간이 언제까지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진희는 냉큼 서명욱에게 애교를 부렸다.“사장님, 저 사람 너무 무례하고
오선영은 예전 절친이 주는 온갖 수모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물었다.그녀는 진희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오동훈이 아직 그들의 손에 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민혁은 앉아있는 그들에게 충고했다.“진희 씨가 이렇게 악랄하게 행동하면 조만간 천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서명욱 씨, 권력을 믿고 남을 괴롭히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거니까 스스로 잘하세요. 마지막 충고입니다.”진희는 분노하며 소리쳤다.“무슨 헛소리야? 사장님, 감히 우리에게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데 혼내셔야죠.”서명욱의 얼굴도 검게 변했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어리석은 놈! 중해가 네 놈이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조강아, 다리를 부러뜨리고 강에 던져버려!”서명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경호원 조강은 이민혁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디면서 손을 뻗었다.이민혁이 손을 흔들자, 조강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거푸 세 발짝 뒤로 물러서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민혁이 서명욱에게 말했다.“당신들의 말한 대로 10억을 배상하고 생중계로 공식 사과를 할 테니 오동훈을 풀어주시죠.”“하하하! 난 또 오씨 집안에서 무슨 고수를 데려왔다고, 이 정도밖에 안 돼?”오선영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려다 자기가 데려온 이민혁을 믿기로 했다.진희는 이민혁을 경멸하듯 쳐다보았다.“그러면 우선 10억을 가지고 와서 우리한테 성의를 보여줘 봐.”이민혁은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계좌번호를 불러주면 지금 바로 입금하죠.”진희는 순간 멍해져서 서명욱을 바라보았다.서명욱은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웨이터에게 종이와 펜을 부탁한 후 번호를 적었다.이민혁도 계좌번호를 받아 들고 휴대폰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계좌이체를 했다.잠시 후, 서명욱은 10억이 입금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고 호탕하게 웃었다.“금줄을 찾은 거였어! 돈은 받았으니 공식 사과만 끝나면 오동훈을 풀어주지.”“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네요.”“시원시원한 건 아주 맘에 드네! 내일 정오에 여기 연회장에서 공식 사과를
서명욱은 껄껄 웃었다.오선영은 레스토랑에서 나오고 나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왜 그 사람들에게 10억을 주셨어요? 어쩌시려고요?”이민혁은 담담하게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내 돈을 쉽게 가질 수 없을 거예요.”“내일 공개 사과 기자회견에 나갈 생각인가요? 10억은 어떻게 돌려받으려고요?”“제가 선영 씨의 대변인이 되어 줄 테니까 기자회견은 그들의 말대로 진행하는 걸로 하죠. 10억은 걱정하지 말고 저한테 맡겨봐요.”오선영은 이민혁의 계획을 알지 못했지만, 그의 실력을 믿기에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그녀는 호텔로 돌아오고 나서 직원에게 음식을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오선영은 걱정이 가득 찬 얼굴로 앞에 있는 음식을 좀처럼 먹지 못했다.“선영 씨, 나 믿고 걱정은 넣어둬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었다.얼마 뒤, 이민혁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응접실에 혼자 남은 오선영은 안절부절못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민혁은 저녁이 되어서야 잠이 덜 깬 눈으로 방을 나왔고 이내 화장실로 들어가서 세수했다.오선영은 시간을 맞춰 음식을 주문했고 두 사람은 호텔 방에서 밥을 먹었다.이민혁은 밥을 다 먹고 나서 오선영에게 말했다.“선영 씨, 오늘은 별로 중요한 일이 없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고 내일 호텔로 오면 돼요.”“이렇게 애써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모른척하고 갈 수 있겠어요, 당연히 남아서 선배님을 돌봐드려야죠.”말을 마친 그녀는 이민혁에게 밖에 나가 한 바퀴 돌면서 중해의 야경을 감상하자고 제안했다.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하는 제안이 아니라는 걸 알아채고 거절했다.남녀가 한 공간에 있자니 불편했던 이민혁은 또다시 피곤하다는 핑계로 방에 들어갔다.그제야 오선영도 한숨을 내쉬며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따뜻한 물이 몸에 닿자, 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샤워를 마친 그녀는 향수를 뿌리고 샤워가운만 두른 채 이민혁의 방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마친 오선영은 온몸을 가늘게 떨었고, 이민혁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긴장감 속에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어쩔 줄 몰라 했다.잠시 뒤, 이민혁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줬다.“내일 중요한 일이 있는데 푹 자요, 전 응접실에서 수련할게요.”오선영은 그제야 이민혁이 옷도 벗지 않았다는 걸 알아채고는 부끄러움과 상실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몸을 이불로 꽁꽁 감쌌다.이민혁은 거실에 앉아 다음날 낮 11시가 되도록 계속 명상했다.나갈 시간이 됐음에도 오선영이 나오지 않자, 그는 그녀를 부르며 재촉했다.“선영 씨, 우리 이제 출발해야 해요.”오선영은 빨갛게 물든 얼굴을 하고는 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잠시만요, 얼굴을 바꿀 거니까 놀라지 말아요.”오선영은 이민혁이 대중들에게 진짜 얼굴을 보이기 싫어한다는 걸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준비를 마친 뒤 카이슨 호텔 연회장으로 향했다.호텔 97층에 자리 잡은 연회장은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비용을 시간 단위로 계산하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연회장 안은 이미 중해 시의 재계 인사들과 기자들로 가득 찼고 특종에 다들 흥분한 상태였다.그도 그럴 것이 절친 사이였던 오선영과 진희가 공식적으로 손절하는 데다가 오선영이 공개 사과 기자회견까지 한다니 이보다 더 이목을 집중시킬 소식은 없기 때문이다.이때 서명욱은 진희와 중해 영화사의 간부 몇 명을 데리고 연회장으로 들어왔다.그는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까지 흔들었다.생방송이 시작됨과 동시에 눈팅족들의 시선을 끌면서 실시간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12시가 되자, 오선영은 이민혁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이민혁은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두 사람은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기자회견장 단상으로 향했다.서명욱은 어제 자기에게 10억까지 내어주던 호구가 아닌 낯선 사람의 등장에 처음에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지만, 오동훈이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