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욱은 껄껄 웃었다.오선영은 레스토랑에서 나오고 나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왜 그 사람들에게 10억을 주셨어요? 어쩌시려고요?”이민혁은 담담하게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내 돈을 쉽게 가질 수 없을 거예요.”“내일 공개 사과 기자회견에 나갈 생각인가요? 10억은 어떻게 돌려받으려고요?”“제가 선영 씨의 대변인이 되어 줄 테니까 기자회견은 그들의 말대로 진행하는 걸로 하죠. 10억은 걱정하지 말고 저한테 맡겨봐요.”오선영은 이민혁의 계획을 알지 못했지만, 그의 실력을 믿기에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그녀는 호텔로 돌아오고 나서 직원에게 음식을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오선영은 걱정이 가득 찬 얼굴로 앞에 있는 음식을 좀처럼 먹지 못했다.“선영 씨, 나 믿고 걱정은 넣어둬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었다.얼마 뒤, 이민혁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응접실에 혼자 남은 오선영은 안절부절못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민혁은 저녁이 되어서야 잠이 덜 깬 눈으로 방을 나왔고 이내 화장실로 들어가서 세수했다.오선영은 시간을 맞춰 음식을 주문했고 두 사람은 호텔 방에서 밥을 먹었다.이민혁은 밥을 다 먹고 나서 오선영에게 말했다.“선영 씨, 오늘은 별로 중요한 일이 없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고 내일 호텔로 오면 돼요.”“이렇게 애써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모른척하고 갈 수 있겠어요, 당연히 남아서 선배님을 돌봐드려야죠.”말을 마친 그녀는 이민혁에게 밖에 나가 한 바퀴 돌면서 중해의 야경을 감상하자고 제안했다.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하는 제안이 아니라는 걸 알아채고 거절했다.남녀가 한 공간에 있자니 불편했던 이민혁은 또다시 피곤하다는 핑계로 방에 들어갔다.그제야 오선영도 한숨을 내쉬며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따뜻한 물이 몸에 닿자, 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샤워를 마친 그녀는 향수를 뿌리고 샤워가운만 두른 채 이민혁의 방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마친 오선영은 온몸을 가늘게 떨었고, 이민혁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긴장감 속에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어쩔 줄 몰라 했다.잠시 뒤, 이민혁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줬다.“내일 중요한 일이 있는데 푹 자요, 전 응접실에서 수련할게요.”오선영은 그제야 이민혁이 옷도 벗지 않았다는 걸 알아채고는 부끄러움과 상실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몸을 이불로 꽁꽁 감쌌다.이민혁은 거실에 앉아 다음날 낮 11시가 되도록 계속 명상했다.나갈 시간이 됐음에도 오선영이 나오지 않자, 그는 그녀를 부르며 재촉했다.“선영 씨, 우리 이제 출발해야 해요.”오선영은 빨갛게 물든 얼굴을 하고는 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잠시만요, 얼굴을 바꿀 거니까 놀라지 말아요.”오선영은 이민혁이 대중들에게 진짜 얼굴을 보이기 싫어한다는 걸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준비를 마친 뒤 카이슨 호텔 연회장으로 향했다.호텔 97층에 자리 잡은 연회장은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비용을 시간 단위로 계산하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연회장 안은 이미 중해 시의 재계 인사들과 기자들로 가득 찼고 특종에 다들 흥분한 상태였다.그도 그럴 것이 절친 사이였던 오선영과 진희가 공식적으로 손절하는 데다가 오선영이 공개 사과 기자회견까지 한다니 이보다 더 이목을 집중시킬 소식은 없기 때문이다.이때 서명욱은 진희와 중해 영화사의 간부 몇 명을 데리고 연회장으로 들어왔다.그는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까지 흔들었다.생방송이 시작됨과 동시에 눈팅족들의 시선을 끌면서 실시간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12시가 되자, 오선영은 이민혁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이민혁은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두 사람은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기자회견장 단상으로 향했다.서명욱은 어제 자기에게 10억까지 내어주던 호구가 아닌 낯선 사람의 등장에 처음에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지만, 오동훈이
서명욱은 두 사람 앞에 다가와 차갑게 말했다.“오선영, 네 오빠가 아직 우리한테 있다는 것만 잊지 말고 잔머리 굴릴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옆에 있던 이민혁이 나섰다.“하하하! 상류층이신 분이 상스러운 짓만 하네요.”서명욱은 이민혁에게 바짝 다가와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뭐라고?”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오선영이 입을 열었다.“이분은 오늘 제 대변인으로 함께 자리할 이하늘 씨입니다. 저한테 공개적인 사과를 받고 싶으시면 이분한테 함부로 하지 마세요.”순간 서명욱의 표정은 어둡게 변했다.“좋아, 이렇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제 시작해야지?”그는 뒤돌아 자리에 앉으면서 기자회견이 끝나면 어떻게 괴롭힐지 하는 생각을 했다.서명욱의 손짓에 사회자는 마이크를 들고 기자회견의 시작을 알렸다.“안녕하세요, 오늘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신 중해 시의 재계 인사님들과 기자님들 잠시 후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기자회견장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의 시선은 한곳으로 쏠렸다.사회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오선영 씨가 저희 중해 영화사의 소속 연예인 진희 씨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비방한 것을 인정하고 오늘 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려고 합니다. 오선영 씨, 무대로 올라오세요.”그의 말에 무대아래에서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오씨 가문은 중해에서 어느 정도 유명한 집안이었고 오선영의 데뷔로 부각을 나타내면서 모두 그녀에게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하지만 그녀의 인기가 나락하면서 전국적인 망신임에도 불구하고 옛 절친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려고 기자회견까지 열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민혁은 분노에 찬 오선영을 보고는 그녀의 팔을 감싸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옆에 있잖아요.”오선영은 심호흡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손을 잡고 무대로 올라갔다.사회자는 무대 밖에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지었고 진희는 더욱 득의양양
서명욱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냉소적으로 말했다.“진희가 오선영을 모함했다는 증거가 있어? 증거도 없으면서 이런 허황한 얘기하는 거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서명욱은 진희가 오선영에게 한 모든 일을 알고 있었지만, 이하늘이 기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증거를 제시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하고 당당하게 말했다.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민혁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당시 오선영 씨와 진희 씨가 동시에 중해 영화사와 계약했죠, 하지만 오선영 씨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자, 자기의 유명세를 뛰어넘을까 봐 두려웠던 진희 씨가 목걸이를 들고 주술을 하는 이호 씨한테 찾아갔었죠. 그러고 나서 저주가 걸린 목걸이를 오선영 씨한테 선물로 주었죠. 그 이후로 오선영 씨의 일이 하나씩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가장 친한 친구한테 그렇게 못된 행동할 수 있습니까!”기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전개와 계속되는 이민혁의 폭로에 웅성거렸고 기자회견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그들은 하나같이 서명욱이 빨리 나서서 반박하면서 더욱 재밌는 기삿거리가 나오기를 바랐다.서명욱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웃기고 있네, 지금 어떤 시대인데 굿으로 저주를 건다는 말을 사람들이 믿을거로 생각하는 거야?““당신 말이 맞아요, 나도 지금 상황에서 굿으로 저주를 건다는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100퍼센트 내 말을 믿는다는 보장도 없죠. 하지만 진희 씨가 저주를 건 목걸이를 절친한테 줬다는 게 사실로 밝혀지면 상황이 달라지겠죠? 지금 이 자리에서 이호 씨한테 연락해서 진실을 밝혀볼까요?”서명욱은 이민혁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호까지 언급하는 걸 보면 허세가 아니라 그의 연락처를 진짜로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게다가 만약 이호가 당시 상황을 녹음했거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겼다면 사람들이 주술의 존재를 믿지 않더라도 진희가 그런 부탁한 것이 공론화되면서 여론이 그들이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고 나아가 진희의 연예인 인생과 서명욱의 회사에도 큰 타격이 갈 것은
기자들은 앞다퉈 이민혁에게 연락처를 달라고 소리쳤다.이민혁은 자기가 예상했던 반응에 웃으며 말했다.“다들 조급해하지 마세요, 서명욱 씨와 진희 씨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진석두 씨와 해당 경찰관의 연락처를 여러분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이민혁의 조리 정연한 말과는 달리 서명욱과 진희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자, 기자들의 시선은 다시 두 사람에게 쏠렸다.이때 서명욱은 기자회견장이 이미 통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오선영 씨가 어디서 이런 미치광이를 데리고 와서 근거도 없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당신이 진희 씨와 중해 영화사를 모독하고 비방한 사실을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허허허, 제가 사실을 말하니까 두려워서 지금 절 협박하시는 건가요?”이민혁은 경멸하듯 웃으며 기자회견장에서 담배까지 물었다.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영화사 간부들은 이 발표회로 중해 영화사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중해 실업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아 초조해하면서 얼굴이 점점 더 굳어졌다.서명욱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민혁을 칼로 베고 싶은 심정이었다.‘오동훈이 아직 나한테 잡혀있는데도 지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처럼 이런 미친 소리를 지껄이다니, 오동훈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건가?’서명욱도 반격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여러분 지금 오선영 씨의 대변인이 저희 소속사 연예인인 진희 씨에 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저희 중해 영화사까지 비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사과한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받아드릴 생각이 없고 절차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강경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기자들은 서명욱에게 사실을 해명하라고 난리 쳤고, 이민혁에게는 관계자의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서명욱의 손짓에 수십 명의 경비원들이 기자들을 밖으로 내보냈다.일부 간부들과 재계 인사들도 상황이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는
서명욱은 어두운 얼굴로 이민혁을 노려보며 조강에게 말했다.“먼저 저 미친놈을 무너뜨리고, 두 사람을 오동훈과 함께 가둬놓도록 해, 내가 천천히 괴롭힐 테니까 말이야!”진희도 옆에서 분노했다.“그래요, 절대 두 사람을 봐줘서는 안 돼요! 천한 놈들 때문에 화가 나 미치겠어요!”진희는 자기 명성과 인기를 더욱 높이기 위해 마련한 사과 기자회견이 생각지도 못한 국면을 맞이하자, 그 자리에서 폭발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이미지만 아니었더라면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오선영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서명욱의 지시에 조강은 답했다.“사장님, 혹여나 다치실 수도 있으니, 뒤로 물러서서 안전거리를 유지해 주세요.”서명욱은 진희와 간부들을 데리고 몇십 미터 밖까지 걸어갔다.조강의 주문과 동시에 영능이 솟구치면서 순식간에 그의 손에 삼엽환두대도가 나타났다.“이하늘, 나의 진짜 실력을 보고도 건방질 수 있는지 보지!”이민혁은 계속 비아냥거렸다.“허허허, 내가 충고하는데 당신의 그 정도 실력으로는 날 이길 수 없어.”“젊은 나이에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다가 죽을 수도 있어.”조강이 격노하면서 몸을 흔들자, 그의 몸에서 영능이 솟구쳐 올랐고 손에 들고 있던 삼엽환두대도가 불꽃을 일면서 연회장은 순식간에 강한 영능의 위압으로 가득 찼다.조강의 영능에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많은 책상과 의자가 뒤집혀 사방으로 굴렀고 모든 사람의 옷이 펄럭이면서 요동쳤다.그의 실력에 서명욱은 싸움의 승리를 예상하고 호탕하게 웃었고 진희도 시큰둥한 표정의 이민혁과 오선영을 득의양양한 얼굴로 쳐다보았다.조강은 양손에 칼을 든 채 이민혁을 향해 소리쳤다.“죽어!”이민혁은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자, 순식간에 주먹에 영능의 불꽃이 나타났다.그가 조강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자, 영능의 불꽃이 소리를 내며 주위 공기가 소용돌이쳤고 한 걸음 더 다가가자, 영능의 불꽃에서 수많은 부문이 나타나면서 공포의 위압감으로 조강을 덮쳐버렸다.조강은 생각
뒤이어 이민혁의 손짓 한 번에 서명욱은 엄청난 흡입력에 이끌려 그의 손에 붙잡혀버렸다.이민혁은 서명욱의 한쪽 다리를 발로 차서 부러뜨렸고 그의 비명에 한쪽 팔까지 잔인하게 부러뜨렸다.기절할 것 같이 밀려오는 고통에 서명욱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이민혁은 그제야 서명욱을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차가운 시선으로 진희와 남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진희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는 구석에서 벌벌 떨었고 남아있던 중해 실업의 거물들도 공포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했다.이때 이민혁이 천천히 말했다.“명심하세요, 권력만 믿고 남을 괴롭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당신들보다 훨씬 강한 존재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나한테 당신들 같은 쓰레기를 없애는 일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그의 실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민혁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이민혁은 목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서명욱을 번쩍 들고는 말했다.“당장 오동훈을 여기로 보내시죠, 그를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고 만약 그를 죽였다면 지금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서명욱은 겁에 질려 이민혁의 말에 연신 굽신거렸다.“네, 네, 오동훈을 당장 여기로 보내라고 하겠습니다.”“그리고 어제 받아간 10억에 이자까지 포함해서 20억을 준비하고요, 조금이라도 수작 부리면 죽을 줄 아시고요!”“20억이요?”“왜, 많은가요? 내 돈은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는 어제 내가 했던 말이 기억 안 나요?”“죄송합니다. 오동훈을 당장 이쪽으로 보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현금 20억을 마련하기에는 조금 힘듭니다.”중해 영화사의 주식이 몇십억이라고 해도 주식은 주식일 뿐 현금이 아니었기에 단숨에 현금 20억을 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이민혁은 굳은 표정으로 서명욱을 바닥에 다시 내동댕이쳤다.“날 여기서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요? 오랜 기다림에
문이 열리는 소리에 연회장 안의 사람들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때마침 오동훈은 두 건장한 남자의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오빠!”오선영은 울면서 오동훈에게 달려가 껴안으면서 다친 곳은 없는지 위아래로 살폈다.오동훈은 빙긋 웃으며 오선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선영아, 난 괜찮아.”오선영은 오동훈에게 약간의 외상만 있을 뿐 크게 다친 곳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민혁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오선영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민혁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오동훈은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도움을 청했을 거라고 예상했다.그렇지 않으면 오씨 가문의 전 재산과도 같은 10억을 내놓지 않으면 살아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큰소리치던 서명욱이 이렇게 쉽게 풀어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동훈은 오선영이 가리킨 곳에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사람을 보고는 어리둥절했다.오선영은 오동훈의 귀에 대고 낮게 말했다.“기자들 앞에서 본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얼굴을 바꾼 거예요.”오동훈은 생각지도 못한 이민혁의 능력에 조금 놀랐지만, 이미 그에게 있어서 이민혁은 신과도 존재였기에 얼굴을 바꾸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닐 거로 생각했다.오동훈은 오선영의 부축을 받으면서 이민혁에게 다가갔다.“제가 또 선배님께 폐를 끼쳤네요, 이 큰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이민혁은 웃으며 답했다.“별말씀을요, 친구 사이에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오동훈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순진하게도 진실만 알면 정의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저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네요.”이민혁은 담담하게 위로했다.“정의는 아직 살아있어요, 대중들도 다 알 거예요.”하지만 오동훈은 이민혁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의는커녕, 자기와 집안 식구들의 안위와 명예를 지킬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오동훈은 이번 일로 순진했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 외에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그리고 돈이 많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