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사장님, 여기는 너무 외딴곳 아닌가요?”양소유가 묻자 주유인이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여긴 우리 스튜디오에요. 전에 공장이어서 조금 멀지. 하지만 인테리어는 잘 되어 있어요. 도시에 있는 주택들보다 화려하고. 소유 씨가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예요.”“네.”양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한 시간 뒤 차는 한 낡은 공장에 도착해 멈춰 섰다.주유인은 양소유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양소유는 주위 환경을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무서워하지 말아요. 들어가 보면 알 거예요. 안에는 완전히 다른 곳이니.”주유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양소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공장 안에 들어서니 안에는 새로 지은 것 같은 방들이 있었다. 방 안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양소유의 미간이 더 깊게 주름 잡혔다.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때 젊은 남자 두 명이 나오더니 목에 카메라를 걸고 주유인에게 인사했다.“주 사장님.”주유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신입이야. 먼저 프로필 사진 찍어주고 여기 구경시켜 줘.”“무슨 프로필을 찍는 거죠?”양소유가 당황하며 물으니 주유인이 웃으며 말했다.“평범한 프로빌 사진이에요. 찍은 뒤에 계정을 만들어야죠. 그 뒤에는 소빈 씨는 계속 영상을 찍어서 올리고 인기가 생기면 대박 나는 거죠.”양소유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른 방안으로 끌려갔다.들어가 보니 간단한 촬영장이었다.주유인은 옆에 의자를 가져와 앉으며 두 사람에게 눈짓했다.“시작해.”그중 노란 머리로 염색한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몸에 있는 물건은 다 내려놓으세요. 우리가 포즈 좀 잡아 줄게요.”양소유는 조금 무서웠다. 이런 회사는 딱 봐도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었다.그녀가 말하려는데 한 남자가 이미 그녀의 가방을 가져갔다. 그러더니 안에서 그녀의 핸드폰을 찾아내 꺼버렸다.“당신들 뭐 하는 짓이야?”양소유가 두려움을 느끼며 말하자 주유인이 담담하게 말했다.“당황하지 마요. 일하는 동
양소유은 옷을 붙잡고 있었지만 결국 남자들에 의해 벗겨지고 말았다. 그러고는 또 심하게 구타당했다.“주 사장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그의 부하 중 한 명이 물었다.주유인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먼저 사흘 동안 가둬놓고 굶겨.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너희들 한 명씩 관계를 맺어.”“감사합니다, 사장님.”그들은 음란하게 웃었다.이때 양소유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두려움이 더 컸다. 그녀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다음 순간 주유인이 손짓하자 몇 명이 다가와서 양소유를 방안에 던져버린 뒤 문을 잠갔다.이곳은 사람이 사는 곳과 몇 마일 떨어진 곳이었기에 아무리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들릴 수가 없었다.주유인은 사무실에 돌아와서 방 안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켰다. 화면 안에는 수십 개의 작은 영상이 재생되었다.수많은 남자와 여자 비제이들이 매혹적인 자태를 하고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짓을 벌이고 있었다. 라이브 방송의 인기는 수십만 명 아니 수백만 명이 보고 있었고 끝없는 선물이 쏟아졌다.주유인은 스크린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다음 날 아침.이민혁은 깨어나자마자 방안에 오랫동안 앉아서 뭔가를 고민했다.잠시 후 그는 핸드폰을 꺼내 영광 미디어의 주소를 찾아보고 바로 차로 출발했다.지금 그는 양소유가 나오는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가 보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이것은 KP와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이다.그곳에 도착한 뒤 이민혁은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김유라가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이민혁을 보고 물었다.“무슨 일이죠?”이민혁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사장님, 사람을 구하시나요?”김유라는 아래위로 이민혁을 훑어보았다. 평범한 외모에 캐쥬얼한 복장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심지어 조금 촌티까지 났다.“어떻게 찾아오셨죠? 여기까지?”김유라의 물음에 이민혁은 다급하게 대답했다.“보신시에서 왔습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서 도시에서 일자리를
주유인은 천천히 이민혁의 앞에 앉으며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이민혁을 보기에는 낯이 익어 보였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하지만 이민혁은 바로 그를 알아보았다. 그때 주유인은 모든 신경을 양소유와 송혜윤에게 쏟았기에 아마 이민혁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이민혁의 말을 듣고 주유인은 잠깐 고민했다.하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다. 이곳은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20명이 넘는 부하들은 절대로 그저 놀고먹는 놈들이 아니었다.“됐다, 자식아. 몸 좋아 보이네.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는 알아?”주유인이 웃으며 말하자 이민혁이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잘 모릅니다.”“내가 알려줄게. 매일 여자들 데리고 노는 곳이야. 한 달에 200만 원 받으면서 넌 즐기면 돼. 쉽지?”“이렇게 좋은 일이 있었나요?”이민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주유인은 무릎을 탁 치며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넌 운이 좋은 거야. 세상에 이런 좋은 일이 너한테 생겼으니.”“그러게요. 정말 운이 좋네요. 한 번에 찾았으니.”이민혁도 대답하며 웃었다. 이때 주유인이 정색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근데 먼저 훈련을 받아야 해. 가져와서 약 먹여. 함량 높은 걸로.”“알겠습니다, 사장님.”바로 부하가 약상자를 가져와 이민혁에게 약을 던져주고 물 한 병을 주며 먹으라고 했다.이민혁은 약을 받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무슨 약이에요? 출근하는데 약을 먹어야 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요?”“네가 뭘 알아.”주유인이 다리를 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럼, 네 그 2분도 안 되는 짧은 유지 시간으로 약 안 먹고 버틸 수 있겠어? 라이브 방송 한 번 하면 30분은 기본이야. 그럼, 관객들은 뭘 보라는 거야?’“젠장, 누가 2분이래요?”이때 이민혁이 확신했다. 영광 미디어는 정상적인 곳이 아니었다. 그들의 거점도 이곳이 분명하니 이제 봐줄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2분이라니 나를 모욕하는 것이 아닌가?’주유인은
이건 너무 공포스러웠다. 그는 이런 상황을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20명이 넘는 부하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주유인은 두려움에 덜덜 떨며 바닥에 쓰러진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입과 코로 피를 쏟아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골절이 아니면 인대가 끊어져 비명을 질렀다. 제대로 서 있는 놈이 하나도 없었다.그는 얼어붙은 고개를 돌려 이민혁을 바라보고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형님, 무슨 문제 있으면 말로 하시죠.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이민혁은 허허 웃으며 의자를 끌어와 주유인을 마주 보고 앉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인 뒤 여유롭게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담배 연기를 주유인의 얼굴에 뱉었다.“돈 좋지. 나도 돈 좋아해. 근데 그 돈들 말이야. 어떻게 가져가라는 건데?”이민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주유인은 다급하게 말했다.“형님,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말씀만 하시면 제가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아니면 저희가 함께 손을 잡아도 좋고요. 형님이 다 가지시고 전 조금만 주시면 됩니다. 형님의 보호를 받는다면 저희는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1년 안에 몇백억은 쉽게 손에 넣습니다.”“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이민혁은 믿어지지 않아 다시 물었다.주유인이 다급하게 대답했다.“형님 믿어 주십쇼. 이건 순전히 폭리를 얻을 수 있는 사업입니다. 수입은 무조건 만족스러우실 겁니다.”“젠장.”순간적으로 이민혁이 주유인의 가슴팍을 발로 찼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주유인은 피를 토해내며 저 멀리 날아 가 뒤에 있던 시멘트벽에 부딪혔다. 그런 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가슴팍은 완전히 움푹 파인 것 같았고 이미 숨이 곧 멎을 것 같았다.“내가 돈은 좋아하는데, 그런 돈을 쓰면 악몽을 꿀 것 같아서.”이민혁이 차갑게 말했다.이때 주유인은 얼굴과 몸에 온통 피로 범벅이 되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에 질려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민혁은 비웃
“쯧쯧, 몇천억밖에 없어? 너무 적어.”솔직히 말해서 몇천억은 한 사람에게 있어서 거부할 수 없는 큰 유혹이었다. 누구라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하지만 이먼혁은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는 돈이 있었지만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불법적으로 번 돈을 바라면 안 되는 것이다.전장에서 싸워 돈을 벌 수도 있고, 똑똑한 머리로 비즈니스를 해서 돈을 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얻은 돈은 그저 역겨울 뿐이었다.주유인은 상황을 보더니 울면서 말했다.“형님, 제가 한 말 사실입니다.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바로 보내드릴게요.”“그래?”이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절 풀어주시기만 하면 바로 보내드릴게요.”주유인은 연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여기, 계좌번호.”이민혁은 자기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저 컴퓨터를 써야 하는데요.”주유인의 말을 들은 이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래? 문제없지.”이민혁은 주유인을 끌고 그의 사무실 컴퓨터 책상 앞으로 갔다.주유인은 바로 컴퓨터를 켜고 돈을 보냈다.잠시 후, 일련의 검증을 거치고 이민혁의 계좌에 2천4백억이 입금됐다.그러나 이민혁은 주유인이 몰래 문자를 하나 보내는 것을 보았다.그는 못 본 척하며 계좌에 들어온 2천4백억을 보며 하하 웃었다.“젠장, 돈 버는 거 참 쉽네.”주유인은 이때 다시 바닥에 쓰러지더니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형님, 이제 저 풀어주시는 거예요?”“그래, 너 가봐.”이민혁이 손을 저었다.주유인의 눈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그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시도해 본 것이었다.사실 그도 희망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잡히면 바로 사형과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돈으로 목숨을 구걸했지만, 이민혁이 정말로 자기를 풀어줄지는 몰랐다.희망이 생기니 심하게 다친 몸도 순간적으로 전례 없는 힘을 터뜨리며 기어 나가기 시작했다.이민혁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주유인은 온
안수연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민혁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최대한 빨리 도착한 거예요.”“나 풀어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말한 대로 하지 않는 거야?”주유인이 이민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민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난 풀어줬어. 똑똑히 봐. 널 잡은 건 안 대장님이야. 내가 아니고.”“젠장.”분노에 눈이 먼 주유인은 두려움을 잊은 채 이민혁에게 욕을 퍼부었다.이민혁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주유인의 얼굴에 발차기를 날렸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주유인의 목은 바닥에 떨어질 뻔했다. 그는 입안에서 빠져버린 치아와 피를 토해냈다.“데리고 놀아줬더니 이게 무슨 짓이야?”이민혁이 주유인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주유인은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내며 이민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또 이민혁에 대한 공포가 떠올라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나한테서 받은 돈 2천4백억 토해내.”그 돈을 이민혁에게 줄 바에야 차라리 국가에 환수당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러면 혹시 죄를 감형해 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든든한 빽도 있었다. 어쩌면 사형을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죽지만 않는다면 모든 걸 할 수 있었다.안수연은 그 말을 듣더니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민혁에게 말했다.“무슨 상황이에요? 2천4백억이라니?”천문학적인 숫자에 어떤 상황인지는 몰랐지만, 안수연은 깜짝 놀랐다.이민혁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급해요? 내가 저놈이 보낸 더러운 돈을 받을까 봐서요? 안 대장님을 위해 먼저 받아뒀을 뿐이에요.”“나도 알아요. 이민혁 씨 돈 필요 없는 거. 근데 액수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어요.”안수연도 허허 웃었다.이때 이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자식 컴퓨터 잘 뒤져 봐요. 나한테 돈 보낼 때 몰래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누구한테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영광 미디어 사무실에 한 놈 더 있어요. 지금 사람을 보내서 잡아야 해요.”안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혁은 주소를 안수연에게 보냈다. 안수연은 바로 부하에게 명령을
이민혁을 집 앞에 데려다주고 안수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먼지를 날리며 떠나는 차를 보고 이민혁은 고개를 저었다.“왜 이렇게 성격이 급한 거야? 저러고 어떻게 시집가려고? 어휴.”집에 도착한 뒤 그는 시간을 확인했다.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서 요리를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이민혁은 가서 문을 열었다.문을 여니 한 50세로 되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중년 남성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훑어보았다.“안녕하세요, 누구 찾으세요?”이민혁은 정중하게 물었다.중년의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외딴곳에 있는 사람 같았다. 그는 성큼성큼 집으로 들어오더니 소파에 가서 앉았다.이민혁은 멍하니 있었다.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짓이지?’이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당신은 누구야? 왜 여기에 있어?”이민혁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핀 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젠장, 이 노인네가 여기를 자기 집인 줄 아는 건가? 자기 집이 아니더라도 내 재산인데 이 사람은 뭐지?’이민혁이 입을 열려는 순간, 남자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지유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야? 왜 여기에 있는 거냐고?”그 말을 하는 동시에 남자의 시선이 이민혁이 입고 있는 앞치마로 향했다.이민혁은 멍을 때리고 있다가 대답했다.“저희는 동료입니다. 남지유 씨가 절 여기서 지내게 해 줬어요.”“둉료? 그쪽을 여기서 지내게 해 줬다고?”남자는 다시 한번 이민혁을 훑어보더니 의심과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민혁은 침묵했다. 이분은 남지유와 아는 사이 같았다. 하지만 어떤 관계인 지를 모르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그쪽도 KP에서 일하나?”남자는 계속 물었다. 이민혁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어느 자리에서 일하는데?”남자가 또 물었다.이민혁이 고개를 저으니 순간 남자는 비웃음을 날렸다.“그쪽은 남지유와 어울리지 않아.”“아저씨, 누구시죠?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이
이민혁은 남지유 아버지의 강경한 태도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남지유가 다급하게 들어왔다.“남지유 씨, 아버님 오셨어요.”남지유는 깜짝 놀라며 차갑게 말했다.“왜 오셨어요?”“내가 내 딸 보러 왔는데 문제 있어?”남준혁은 역시 꼿꼿한 얼굴로 말했다.이민혁은 상황을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버지와 딸 사이가 화목하지 않은 것 같았다.남지유는 담담하게 말했다.“저 잘 지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건강이나 챙기세요.”“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너한테 잘못이라도 했니?”남준혁이 화를 내자 남지유도 화를 내며 말했다.“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이민혁은 상황을 보더니 다급하게 남지유를 끌어당겨 앉혔다.“할 말 있으면 좋게 좋게 해요.”그는 남지유의 아버지가 갑자기 오신 것도 모자라, 두 사람이 보자마자 다툴 것이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남지유는 앉아서 고개를 한 편으로 돌렸다.남준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담배를 끄며 천천히 말했다.“너도 이젠 어리지 않아. 한남시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으로 봐뒀어. 글로리 그룹 영수 회장의 큰아들이야. 이틀 뒤에 만나 봐. 그리고 어서 결혼 날짜 잡아라.”남지유는 허허 웃었다.“정말 웃기시네요. 제 결혼을 왜 아버지가 관여하세요? 아버지 스스로나 챙기세요.”“네가 내 딸인데 내가 관여하지 않으면 누가 신경 쓰니?”남준혁이 이런 부드러운 말을 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남지유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엄마는 신경 쓰셨어요? 엄마 아프셨을 때 아버지는 함령성에 계셨잖아요. 엄마 임종에도 오지 않으셨잖아요. 그때 엄마와 내가 어떻게 지냈는데, 이제야 이 딸이 생각난 거예요?”“그게 무슨 말이야?”남준혁은 벌떡 일어나서 남지유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내가 그때 그렇게 일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 남씨 가문이 이런 권세를 누릴 수 있는 줄 알아?”“그건 아버지의 권력이겠죠. 저하고는 상관없어요. 더 이상 아버지의 권력을 키우려고 절 희생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