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장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시끌벅적하던 공항은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다들 하나같이 얼이 빠진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혹시 잘못 들었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감히 진주 이씨 가문을 도발하다니? 그것도 이씨 가문 세자의 앞에서 말이다.이장우가 처음 성남시에 왔을 때 상류층 인사들이 발 벗고 마중 나간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따라서 이런 분의 신분과 지위는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감히 진주 이씨 가문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협박을 마다하지 않는다니?이때 암암리에 지켜보던 하정민 일행도 아무리 김예훈의 정체를 안다고 하지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진주 이씨 가문은 진주 4대 제일의 명문가 중 일원으로서 가히 짐작할 수 없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설령 한국 10대 제일의 명문가라고 해도 진주 이씨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꽤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그런데 지금 누군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실제로 하다니!큰소리 떵떵 치는 사람이 사실 정민아의 데릴남편이라는 걸 알아본 이도 적지 않았다.정민아는 둘째 치고, 정 씨 일가를 놓고 봐도 고작 성남시 이류 가문에 불과할 뿐, 상류층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이런 가문은 당연히 진주 이씨 가문 앞에서 벌레보다 못한 신세였다.하지만 정 씨 일가의 데릴사위에 불과한 놈이 감히 이씨 가문 세자인 이장우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죽고 싶어 안달 났나?“훗.”이장우는 피식 웃었다.“진주 이씨 가문이 생겨난 이후로 우리를 무너뜨리겠다는 사람은 그쪽이 처음이군. 그리고 감히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사람도 당신이 처음이고. 배짱이 대단한데?”김예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알아서 판단해.”이장우의 옆에 있던 측근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김예훈, 너 따위가 대체 뭐라고? 우리 도련님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놈이 감히 세자를 협박해? 무려 세자님한테 사과하라고?
한편, 성남 공항 게이트 앞에 포르쉐가 한 대가 어렵게 주차할 곳을 찾아 멈춰섰다.운전석에서 내린 정민아는 눈앞의 광경에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몰려왔다.“엄마, 아빠, 진짜 전남산 어르신을 모시러 갈 거예요?”정민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오늘 아침 집에서 전남산이 성남시에 온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임은숙과 정군은 그녀한테 같이 가자고 꼬드겼다.이때, 임은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딸아, 너희 회사에서 지금 백운 별장을 짓고 있지 않아? 시공 일정대로 진행한다면 아마 한두 달 뒤부터 매매할 수 있겠네?”정민아는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대답했다.“네, 비슷해요.”임은숙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그러니까 이제 어떻게 홍보할지도 고민해 봐야지. 그동안 대체 어디 가서 광고 모델을 찾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지금 눈앞에 떡하니 나타날 줄이야!”“무슨 뜻이죠?”정민아는 아리송했다.“전남산 어르신 말이야! 만약 우리 백운 별장 공사 현장에 찾아가서 얼굴이라도 비춘다면 나중에 전남산 어르신마저 인정한 살기 딱 좋은 곳이라고 홍보하면 그만이잖아! 그렇다면 별장 매매가도 쑥쑥 오르지 않겠어?”비록 무식하게 행동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임은숙은 어디까지나 부잣집 출신으로서 사업 감각은 타고났다.정민아는 눈이 반짝 빛났다가 이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이렇게 하면 분명 홍보 효과는 톡톡히 보겠지만, 엄마 아빠도 보셨다시피 현장에 고급 차들이 즐비해 있잖아요. 다들 유명한 가문이나 대기업에서 찾아온 분일 텐데, 우리처럼 자그마한 회사에서 대체 무슨 자격으로 전남산 어르신을 초대하겠어요?”이때 정군이 목을 가다듬었다.“딸아, 자신감을 가져. 넌 무려 김세자가 공개 프러포즈한 여자라는 걸 잊지 마! 이따가 자기소개할 때 김세자의 약혼녀라고 하면 되잖아. 과연 경기도 일인자인 김세자의 체면마저 안 봐주는 사람이 있을까?”정군과 임은숙은 결연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어떻게든 이 일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사실 전남산을 이용하여 홍보하는 것보다 정민아
이때, 성남 국제공항 VIP 통로 밖에는 이미 수천 명이 모여들었고, 인원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다들 운에 맡기자는 심정으로 출구 쪽에 바글바글 몰려 있었다.그 순간 공항 내부에서 소식이 들려왔는데, 전남산이 탑승한 전용기가 이미 착륙했고 곧 밖으로 나올 거라고 했다.이장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기대에 들뜬 마음을 안고 출구 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김예훈은 굳이 경쟁할 생각이 없는 듯 구석진 곳으로 물러났다.이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소를 터뜨렸다.아무리 데릴사위라고 해도 자기 분수는 알고 있는 듯싶었다. 전남산 어르신을 초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항복한 꼴이라니.물론 그렇게 납득이 안 가는 일은 아니었다.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인 이장우가 버젓이 있는데, 대체 누가 감히 그와 경쟁하겠는가?약 3분 뒤, VIP 통로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맨 앞에서 걸어오는 분은 다름 아닌 전남산이다.어르신은 일흔에 가까운 나이지만 기운이 넘치고 카리스마가 넘쳤다.그는 의술에 조예가 깊을 뿐만 아니라 전통 무술도 뛰어나다고 했는데 태극권, 태권도, 합기도, 무술 등 못 하는 게 없을 정도였다.심지어 젊은 시절에는 여러 전국 대회에 익명으로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이런 인물은 그야말로 전 국민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에 그가 해외로 출국한 이유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전염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남산은 무려 사비를 들여서 갔는데, 그 나라의 전염병을 종식하는 데 몇 년이나 걸렸다.하지만 이런 위인일수록 더더욱 소탈했다. 새하얀 셔츠를 입은 그의 곁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비서 한 명이 있었다.심지어 백팩마저 직접 메고 있지 않겠는가! 비록 VIP 통로에서 걸어 나왔지만 허세가 전혀 없어 보였다.그를 발견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외감이 들어 저도 모르게 자세를 똑바로 했다.이때, 이장우가 가장 먼저 나서며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어르신,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산이 이장우를 거절할 줄이야! 게다가 그는 가스라이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이장우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무슨 말을 하든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어쩌면 괜히 가스라이팅하려다가 전남산이 진주 이씨 가문 전체에 불만을 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어르신, 저는 경기도 정부의 비서실장입니다. 하정민 어르신께서 점심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는데, 경기도 의료 체계에 대해 조언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하네요.”하정민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대신 비서실장이 다가와서 전남산을 초대했다.“초대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경기도 관청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는지라 기관에서 마련한 식사 자리에 함부로 참석했다가 괜히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어르신께서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전남산은 웃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그리고 제일의 명문가를 대표하는 대변인들이 잇달아 나서서 전남산을 초대했다.다들 서로 다른 이유로 접근했지만, 하나같이 거절당했다.이장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전남산 어르신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이곳을 찾은 걸까?지금 그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는데, 설마 신분이 더 높은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공항에 있는 사람들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이때, 맨 뒤에 서 있던 임은숙이 정민아를 툭 밀자 휘청거리는 바람에 마침 전남산의 앞길을 막았다.순간 모든 이의 시선이 일제히 정민아에게 쏠렸고,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심지어 이장우마저 옆에서 조심스레 말을 걸었을 뿐인데, 감히 전남산의 앞길을 막는 여자라니? 간덩이가 부었군!정민아를 제일 먼저 알아본 임무경은 깜짝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민아야, 뭐 하는 거야? 길막하지 말고 얼른 비켜!”견청오는 여신급 미모를 자랑하는 정민아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지용아, 나 더는 못 참겠어!”정민아에게 프러포즈한 적이 있는 김세자 때문에 그녀를 알아본 사람이 꽤 많았다.이내 공항은 술렁
욕설이 난무하는 와중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휘청거리는 정민아를 보자 임은숙은 참다못해 폭발했다. 안 그래도 막무가내인 그녀는 이참에 앞으로 나서서 주위를 손가락질하면서 맞받아쳤다.“어디서 욕지거리야? 전남산 어르신을 초대하든 말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 게다가 우리 딸이 무슨 사람인지 몰라? 무려 김세자의 프러포즈마저 거절했던 여자라고! 이 중에서 감히 김세자를 거절한 영광을 누린 사람이 있기나 해? 우리 딸이 지금 공사 현장을 구경시켜주려고 전남산 어르신을 초대하는 건 결국 어르신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라고.”말을 마친 임은숙은 팔짱을 끼고 전남산을 바라보았다.“어르신도 김세자는 들어보셨겠죠? 우리 딸은 김세자의 약혼녀와 마찬가지예요. 우리 딸은 몰라도 김세자의 체면은 세워줘야 하지 않겠어요?”이 말을 듣자 주위에서 야유가 퍼졌고, 전남산도 안색이 어두워졌다.반면, 정민아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차라리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갔을 텐데 말이다.이렇게 낯뜨거울 수가!어머니라는 사람이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임은숙은 개의치 않은 듯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능한 김예훈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기로 했다.정민아가 그 병신이랑 이혼할 수만 있다면 만사대길이 따로 없을 테니까.더 높은 곳에 오를 일만 남은 딸인데, 어찌 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인생을 망칠 수 있겠는가!이때, 전남산이 조용히 하라는 듯 손짓했다.단지 손만 들었을 뿐인데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모습에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던 임은숙마저 기가 죽어서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전남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정민아를 쳐다보았다.“그쪽이 김세자의 약혼녀라고?”정민아는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입술을 꼭 깨물었다.“어르신, 우리 엄마가 원래 큰소리 좀 잘 쳐요. 저는 김세자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전남산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진짜 구경시켜주려고 날 공사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다.둘 다 간덩이가 부었나? 남편은 진주 이씨 가문이나 도발하고, 와이프는 무려 전남산의 앞길을 가로막다니?그리고 자기 주제도 모르는 데릴사위가 또다시 전남산 어르신을 막아서지 않겠는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이때, 참다못해 폭발한 임무경이 김예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김예훈,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 거야? 얼른 경비원 불러! 전남산 어르신을 귀찮게 하지 않도록 당장 저 자식을 끌고 가!”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말을 보탰다.“제발 그만해! 전남산 어르신에게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 만약 모두가 겁 없이 전남산 어르신의 앞길을 가로막는다면 대체 일은 언제 처리하겠어?”“얼른 꺼져! 전남산 어르신을 계속 귀찮게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예훈은 그들을 가뿐히 무시한 채 전남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깜빡거렸다.“혹시 전남산 어르신 맞을까요? 저는 우버 운전기사인데, 차는 밖에 있어요.”전남산은 김예훈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2천 원 맞아요?”김예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맞아요. 하지만 카풀이라서 다른 곳도 들러야 할지 모르거든요. 양해 부탁드립니다.”전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카풀을 불렀으니 당연히 기사님이 가는 데로 따라가야죠.”두 사람의 대화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자칫 잘못 들은 줄 알고 자기 귀를 후벼 파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카풀?! 전남산 어르신 같은 분이 카풀을 불렀다고? 게다가 저 데릴사위가 픽업하러 왔다니?사람들은 하나같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전남산에게 접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문과 대기업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우버 기사한테 전남산을 빼앗기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이장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이때, 누군가 재빨리 치고 나서며 말했다.“어르신, 차가 필요하시면 저한테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밖에 마이바흐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는데, 어디 가시게요? 제가 모셔다드
정민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김예훈, 장난치지 마! 어르신을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는 게 중요하지, 자칫 어르신에게 폐라도 끼친다면 책임질 수 있겠어?”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자기야, 괜찮아. 어차피 카풀 부르기 전에 오늘 내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면 된다고 이미 얘기했거든. 2천 원 내면서 빨리 가려는 건 욕심이지.”정민아는 말문이 막혔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어르신을 데리고 한 곳만 들르는 게 아닌가?한편, 주위에 있는 사람은 원망이 가득한 눈초리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때, 이장우가 다가오더니 호통치기 시작했다.“김예훈, 괜히 전남산 어르신의 시간이나 지체하지 말고 꺼져. 내가 어르신을 모셔다드릴 테니까.”“안 돼.”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왜?”이장우는 화가 발끈 났다.“어르신이 다른 차 타고 가시면 누가 결제해줄 건데? 공항까지 오는데 기름값은 안 드는 줄 알아?”김예훈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래? 네가 원하는 건 돈이잖아. 이 정도면 기름값으로 충분하지? 이제 꺼져!”이장우는 지폐 뭉치를 꺼내서 김예훈 앞에 던졌다.김예훈은 무심하게 말했다.“더러운 돈 따위 관심 없어.”“이...!”이장우는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제야 김예훈이 일부러 말썽부리러 찾아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이때, 전남산이 이장우를 빤히 바라보며 쌀쌀맞게 말했다.“이세자, 난 살면서 남의 재산을 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날 모욕하는 겁니까?”폭발 직전까지 갔던 이장우는 겁에 질린 나머지 부르르 떨면서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어르신, 용서해주세요. 저 무능한 놈이 감히 어르신을 모시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겠다고 하니 마냥 지켜볼 수가 없었어요. 저한테 속죄할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어르신을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릴게요.”전남산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진주 이씨 가문은 사업하는 집안으로서 이미 신용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 않나요? 고작 의사에 불과한 나도 일약천금이 무슨
한편, 정민아는 쏜살같이 차를 몰고 백운 별장 공사장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운전하는 내내 그녀는 수십 통의 전화를 걸면서 귀빈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김예훈이 대체 카풀을 어떻게 잡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전남산 어르신을 공사 현장으로 모신다는 자체가 백운 그룹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허둥지둥 일 처리 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뒷좌석에 앉은 정군과 임은숙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오늘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아무리 봐도 전남산과 접점이 없는 듯한 데릴사위가 무려 전남산 어르신을 모시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니?다들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곧이어 정민아는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시공사와 회사 직원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현장을 깨끗이 정돈한 사람들은 전남산을 맞이하기 위해 성대한 환영식을 마련했다....한편, 허름한 봉고차는 도로 위를 천천히 달렸다.송준은 운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김예훈이 대시보드에서 소주 팩을 꺼내더니 전남산에게 건네면서 피식 웃었다.“어르신, 오랜만에 뵙는데 여전히 정정해 보이시는군요.”전남산이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죠. 실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지난번 사하라에서 예훈 씨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몇 년 전에 이미 사막에서 목숨을 잃었을지 몰라요.”김예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어르신, 과찬이십니다. 다들 같은 나라 사람 아니겠어요?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제 능력이 닿는 한 그 누구라도 구해줬을 겁니다.”전남산이 웃음을 터뜨렸다.“괜히 총사령관이 아니네요. 국민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되어 있네요. 만약 총사령관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5대 강국의 압박에 못 이겨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쳤을지도 모르죠.”김예훈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이게 다 최전선에서 혈투를 벌인 수많은 병사 덕분이죠.”전남산은 한숨을 내쉬었다.“예훈 씨 공로만 따져보면 벌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
김예훈을 추문성에게 전화해서 현장을 처리해달라고 했다.동하임에게도 전화하려고 했지만 여자한테 이런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얼마 후, 주우섭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상처를 치료받았다.추문성은 아까 쓰러진 고서희를 알아본 듯 미간을 찌푸렸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김예훈은 추문성의 표정을 캐치하고 물었다.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서희는 옥루 회관 사람이거든요. 옥루 회관은 진주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구역인데 어젯밤 남윤지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옥루 회관까지 건드렸으니 남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남씨 가문?”김예훈은 실성하고 말았다.“남씨 가문이 나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남씨 가문을 건드렸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건데?”추문성은 멈칫하더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조사해 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강서연 씨가 정말 잡혀갔어?”김예훈이 화제를 돌리자 추문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맞아요. 제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남씨 가문이 화해의 의미로 강서연 씨를 데려갔다고 했는데 사실 반강제로 끌려갔다고 했어요.”“그러면 강준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김예훈이 물었다.“강준 씨는 집법부대 사람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어서 아무도 그와 연락할 수 없었어요. 이 중요한 순간에 강서연 씨가 옥루 회관으로 끌려간 걸 보면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강준 씨는 늘 조심스러운 사람인데 어떻게 갑자기 남씨 가문을 건드렸을까요?”추문성은 어제 사건의 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의아하기만 했다.“내 편에 서기로 했거든.”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섰다.“겉으로는 남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를 노리고 있어. 나랑 함께 옥루 회관에 가보자고. 강서연 씨를 무사히 데려오지 못하면 아마 진주·밀양에서 아무도 나한테 투자하지 않으려고 할 거야.”추문성은 이제야 이해한 표정이었다
“그래. 지금 놔줄게.”김예훈은 그를 힘껏 바닥에 던져버렸다.“푸!”정장남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목구멍이 달아오르고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동시에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와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벌려 숨을 쉬고 싶었지만 마치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조여진 것처럼 전혀 공기를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김예훈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 몰랐던 그는 그래도 기절하고 말았다.퍽!김예훈은 정장남을 발로 차서 그녀 앞으로 날려 보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풀어줬어. 이제는 됐어?”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우섭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결말이었다.“죽여버려!”이때 일곱, 여덟 명의 정장남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김예훈을 향해 달려들었다.두목이 쓰러졌는데 김예훈을 죽여버리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지 몰랐다.쨕! 쨕! 쨕!김예훈은 뒤로 물러서지도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가 그들의 뺨을 가차 없이 때렸다.잠시 후, 이들은 모두 저 멀리 날아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눈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이들은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이 정도로 무서운 존재인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김예훈을 마주했을 때 이 일곱, 여덟 명의 장정들은 반격은커녕 전혀 피할 수조차 없었다.아까 그녀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곧바로 소리쳤다.“김예훈, 넌 이제 큰일 났어!”쨕!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뺨 한 대로 그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겨우 일어나려고 할 때, 김예훈은 그녀의 머리를 밟아버렸다.“말해. 누가 나를 괴롭히라고 보낸 건지.”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너를 괴롭힌다고 그래? 분명 네가 먼저 우리의 좋은 일을 망쳤잖아. 죽고 싶어?”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멀리 있는 총을 다시 잡으려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다른 한 발로 그녀의 손가락을 부
누군가 호통치는 소리를 듣자 일곱 여덟 명의 장정은 뒤돌아 날카로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아까 그 여자는 피식 웃더니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의 등장이 매우 만족스러운 모양이다.“우리 지금 영화 촬영하고 있는 거 안 보여?”앞장서있던 남자가 김예훈을 잠시 눈여겨본 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꺼져! 그리고 오늘 본 거 다 잊어버려. 아니면 너도 우리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될 거야.”“이대로 갈수 없겠는데?”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지금 맞고있는 사람이 나랑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거든. 나한테 도움을 요청했는데 모른는 체할 수는 없잖아? 내 체면을 봐서라도 이대로 풀어주는 거 어때?”김예훈의 말에 상대방은 멈칫하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너 죽고 싶어? 우리가 누군지 알기나 해? 왜 네 체면을 지켜줘야 하는데? 체면이 있기라도 해?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꺼져!”이때 그의 손짓하나에 두 명의 부하가 목을 비틀며 잔인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반응할 수 없을 정도였다.아까 그녀는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소리쳤다.“조심해!”정장남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김예훈의 속도를 이길 수가 없었다.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순간, 김예훈은 이미 오른손을 뻗었다.이때 정장남이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이 자식이...”빠직!말도 끝나기 전에 김예훈은 이미 그의 목을 잡고 천천히 들어올렸다.이 장면은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정장남은 숨을 쉴 수 없어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한순간 죽음의 기운이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그 손 안 놔?”“빨리 내려놔!”“죽고 싶어?”일곱, 여덟 명의 정장남들은 멈칫도 잠시 동시에 총을 들었다.아까 그녀도 차에서 뛰어내려 총알을 장전하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서서히 다가왔다.바로 이때, 공중에 떠 있던 정장남도 충격에서 회복하고 김예훈을 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도련님, 저 지금 해양 공원 야외 주차장에 있어요.”주우섭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두려움이 담겨 있는 듯했다.“지금 컨테이너 뒤에 숨어있는데 계속 저를 찾고 있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어요... 서연이가 잡혀갔다고요. 빨리 와주시면 안 돼요?”“알겠어요. 곧 갈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김예훈은 조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는 웨이터에게 현금을 건네고는 택시를 잡아 해양 공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누군가 어두운 구석에서 걸어 나와 무전기를 꺼내 조용히 말했다.“걸려들었어.”...십몇 분 뒤, 김예훈은 해양 공원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서 택시요금을 낸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곧 김예훈은 구석 자리를 찾았다.몇몇 정장을 입은 장정들은 입에 시가를 물고 한 남자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이들이 하나같이 호스, 야구방망이 같은 것들을 휘두르는 바람에 구석에 있는 남자를 울부짖게 했다.이들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랭글러 차 보닛 위에는 어떤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몸매 좋은 그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영락없는 명사수의 모습이었다.김예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곧바로 살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멀리서 총으로 김예훈을 겨냥하면서 저리 꺼지라는 제스처를 했다.한껏 거만한 태도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정말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도대체 누가 자기를 건드리려고 하는지 보고 싶어서였다.김예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 구석에서 구타당하고 있는 주우섭을 발견했다.이 순간 그의 얼굴에는 뺨 자국이 가득했고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여러 곳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전혀 재벌 2세의 모습이 아니었다.게다가 그가 입고있는 정장은 너덜너덜해져 악취가 계속 풍겨 나왔다.앞장서있던 남자는 야구 방망이를 세게 내리쳐 주우섭의 비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