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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대표님, 대체 누구를 픽업하러 가시는데 허름한 차일수록 좋다는 거예요?”

하은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김예훈이 대답했다.

“그거 알아요? 그분은 취미가 툭 하면 전쟁터에 가서 허름한 차를 구경하는 건데, 고급 차를 끌고 가봤자 쳐다보지도 않을걸요?”

비록 김예훈이 누굴 픽업하러 가는지 모르지만, 그가 부탁한 이상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적어도 십여 년은 되어 보이는 봉고차 한 대가 CY그룹 정문에 나타났다.

김예훈은 송준한테 운전을 부탁했고, 두 사람은 쏜살같이 성남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송준은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공항을 겹겹이 둘러싼 고급 차 행렬은 끝이 안 보일 정도였다.

마이바흐,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없는 게 없었고,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고급 차를 전시하는 중이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반면, 허름한 봉고차를 몰고 온 김예훈과 송준은 기사들의 경멸을 한 몸에 받았다.

“저 사람은 뭐 하자는 거지?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르나?”

“오늘은 무려 전남산 어르신이 귀국하는 경사스러운 날이잖아. 오로지 어르신을 한번 뵙기 위해 여러 가문에서 찾아왔다고! 어떻게든 어르신의 눈에 띄려고 다들 제일 비싼 차를 끌고 오지 못해 안달인데, 고작 봉고차를 타고 온 사람이 있을 줄이야!”

조수석에서 내린 김예훈이 허름한 봉고차에 ‘전남산 어르신이 성남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있을 때 누군가 그를 알아봤다.

“하하하, 저 사람 정 씨 일가 데릴사위 김예훈 아니야? 역시나 별 보잘것없는 회사에 걸맞게 허름한 봉고차로 전남산 어르신을 픽업하러 왔네? 장난하나?”

“하하하, 미쳤나 봐, 어쩌면 이렇게 멍청하지?”

“다들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머리에 든 게 없는 데릴사위라더니, 그동안 안 믿었거든? 이제는 왜 그러는지 알겠네!”

“역시 백문불여일견이군.”

이윽고 정민아의 데릴남편이 봉고차를 끌고 전남산을 픽업하러 왔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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