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이장우를 포함한 이들은 편지 한 장을 받았다.빨간색 편지지를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던 이장우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건방진 놈이 역시 눈에 보이는 게 없군. 지금 나한테 청혼을 취소하라고 강요하는 건가? 아, 아니군. 청혼을 취소하는 건 물론 진주 이씨 가문마저 짓밟으려고 하네? 그럴 능력은 있다고 생각하나?”맞은편에 앉은 김만태가 웃으면서 말했다.“김세자는 이번에 너무 섣불렀어요. 비록 손씨 가문과 홍인경을 처리했다고 하지만, 이 편지를 돌림으로써 나씨 가문을 포함한 3대 가문이 결국 우리 편에 서게 한 것과 다름없잖아요. 상황이 점점 더 흥미롭게 흘러가는데요?”이장우는 무심하게 말했다.“당연하지, 나성군을 비롯한 사람들이 이미 연락 와서 대책을 의논하겠다고 하더라. 이번에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면 우리는 어부지리로 덕만 보면 돼.”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선이 마주친 이장우와 김만태는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손씨 가문 사건 때문에 나머지 3대 가문은 하나같이 위축되어 차마 CY그룹을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런 와중에 김예훈이 직접 세 가문을 그들의 편으로 만들어주지 않았겠는가! 인생은 정말 예측불허했다.이장우가 말을 이어갔다.“뭐, 이 얘기는 그렇다 치고, 그보다 방금 전해 들은 소식인데 한국 의학계 거장인 전남산 어르신이 3일 뒤에 귀국한대.”“네? 전남산 어르신이요? 이미 돌아가셨다는 소문도 있지 않아요?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나타났대요?”침착함을 유지하던 김만태도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전남산은 뛰어난 의술 때문에 저승사자의 천적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그가 치료한다면 목숨이 간당간당한 사람마저 기사회생한다는 소문마저 무성했다.하지만 전남산은 5년 전에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 그의 도움을 받으려고 행방을 수소문한 소위 잘나간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다들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그런 분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모자라 무려 성남시에 온다니?김만태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한편, 성남 공항.VIP 통로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 나왔는데, 정지용과 정가을이 제일 앞에 있었다.다만 과거의 오만방자하던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어딘가 모르게 하인처럼 비굴해 보였다.두 사람의 뒤로 화려한 슈트 차림의 쌀쌀맞아 보이는 젊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정지용, 정가을! 난 분명 기회를 줬다? 이번에 잘 좀 해서 전남산 어르신을 부산으로 모셔올 수만 있다면 우리 견씨 가문의 하인으로 받을 줄게. 만약 실패했다면 일찌감치 꺼져! 견씨 가문에 꼬붕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너희까지 필요한 건 아니야.”정지용은 굽신거리며 대답했다.“청오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최선을 다할게요. 성남시는 우리 구역이라서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거예요.”정가을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청오 도련님, 먼 길 오시느라 지쳤을 텐데 오늘 밤 확실하게 모실게요.”“찰싹!”견청오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여비서가 불쑥 다가와 정가을의 뺨을 내리치고는 싸늘하게 말했다.“개보다 못한 년이 어디서 나대는 거야?”“죄송합니다!”정가을은 감히 찍소리도 못하고 연신 허리를 굽히면서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정지용과 눈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의 눈동자는 원망으로 가득했다.김예훈, 정민아! 우리가 다시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너희를 짓밟아 뭉갤 수만 있다면 기꺼이 다른 사람의 하인이 될 테니까!...부산 견씨 가문을 제외하고 크고 작은 가문들이 속속 성남시를 방문했다.대체 누가 전남산 어르신의 귀국 소식을 퍼뜨렸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한국 상류층에서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버렸다.의학계 거장 정도면 아무리 제일의 명문가라고 해도 거의 받들어 모시다시피 하는 귀한 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심지어 대통령마저 전남산 어르신에게 예의를 갖춘다고 했다.따라서 의학계에서 전남산 어르신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갔다.물론 이 일에 대해 논의하는 CY그룹 직원도 적지 않았다.어쨌거나 CY
“대표님, 대체 누구를 픽업하러 가시는데 허름한 차일수록 좋다는 거예요?”하은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김예훈이 대답했다.“그거 알아요? 그분은 취미가 툭 하면 전쟁터에 가서 허름한 차를 구경하는 건데, 고급 차를 끌고 가봤자 쳐다보지도 않을걸요?”비록 김예훈이 누굴 픽업하러 가는지 모르지만, 그가 부탁한 이상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곧이어 적어도 십여 년은 되어 보이는 봉고차 한 대가 CY그룹 정문에 나타났다.김예훈은 송준한테 운전을 부탁했고, 두 사람은 쏜살같이 성남 공항으로 향했다.하지만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송준은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공항을 겹겹이 둘러싼 고급 차 행렬은 끝이 안 보일 정도였다.마이바흐,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없는 게 없었고,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고급 차를 전시하는 중이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반면, 허름한 봉고차를 몰고 온 김예훈과 송준은 기사들의 경멸을 한 몸에 받았다.“저 사람은 뭐 하자는 거지?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르나?”“오늘은 무려 전남산 어르신이 귀국하는 경사스러운 날이잖아. 오로지 어르신을 한번 뵙기 위해 여러 가문에서 찾아왔다고! 어떻게든 어르신의 눈에 띄려고 다들 제일 비싼 차를 끌고 오지 못해 안달인데, 고작 봉고차를 타고 온 사람이 있을 줄이야!”조수석에서 내린 김예훈이 허름한 봉고차에 ‘전남산 어르신이 성남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있을 때 누군가 그를 알아봤다.“하하하, 저 사람 정 씨 일가 데릴사위 김예훈 아니야? 역시나 별 보잘것없는 회사에 걸맞게 허름한 봉고차로 전남산 어르신을 픽업하러 왔네? 장난하나?”“하하하, 미쳤나 봐, 어쩌면 이렇게 멍청하지?”“다들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머리에 든 게 없는 데릴사위라더니, 그동안 안 믿었거든? 이제는 왜 그러는지 알겠네!”“역시 백문불여일견이군.”이윽고 정민아의 데릴남편이 봉고차를 끌고 전남산을 픽업하러 왔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사람들 틈에서
견청오는 피식 웃었다.“내가 있는데 감히 어딜 넘봐?”부산 견씨 가문은 한국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 일원으로서 비록 9위에 불과하지만, 현장에 있는 어중이떠중이와 비교하면 견청오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없다.정지용은 원망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청오 도련님, 사람을 시켜서 저 자식을 잡아 올까요?”“괜찮아. 우선 일부터 보고! 여자는 아무 때나 빼앗아 와도 되니까.”견청오는 느긋하게 대답했다. 적어도 일의 중요도를 구분해야지 않겠는가!견청오 일행과 멀지 않은 곳에 윤해진, 나성군, 임무경이 나란히 서 있었다.김예훈이 다가오자, 임무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쓰레기 같은 놈은 여기 왜 왔지? 창피하게!”김예훈은 임씨 가문의 외손녀 사위로서 망신을 당하는 순간, 임씨 가문마저 체면을 잃기 마련이다.나성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회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외손녀 사위가 색다른 접근으로 전남산 어르신의 눈에 들지도 모르잖아요? 만약 나중에 진짜 그런 일이 생기면 저희도 좀 잘 챙겨주세요.”그의 말에 윤해진도 히죽 웃었다.오늘 그들이 모인 목적은 아주 간단했고, 바로 전남산을 모셔가는 것이다.그 뒤로 하정민, 공문철, 선우건이의 모습도 보였다.한마디로 오늘 성남 공항에는 성남시 거물급 인사들이 암암리에 다 모여 있었다. 물론 외지에서 온 귀한 손님들은 얼마나 더 많은지 짐작이 안 갔다.이장우는 맨 앞에 서서 뒷짐을 지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이내 김예훈을 발견하는 순간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다른 사람은 김예훈의 정체를 모를 수 있지만, 그는 속으로 뻔했다. 김예훈은 절대로 데릴사위에 그칠 분은 아니며, 전설 속의 김세자일 가능성이 컸다.다만 이장우는 김세자가 딱히 두렵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무려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진주 이씨 가문은 한국 10대 제일의 명문가를 제외하고 모두를 압도하는 그런 존재이다.“네 놈이 나한테 편지를 보냈다는 거지? 가소롭군, 오늘은 널 상대할
김예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장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시끌벅적하던 공항은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다들 하나같이 얼이 빠진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혹시 잘못 들었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감히 진주 이씨 가문을 도발하다니? 그것도 이씨 가문 세자의 앞에서 말이다.이장우가 처음 성남시에 왔을 때 상류층 인사들이 발 벗고 마중 나간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따라서 이런 분의 신분과 지위는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감히 진주 이씨 가문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협박을 마다하지 않는다니?이때 암암리에 지켜보던 하정민 일행도 아무리 김예훈의 정체를 안다고 하지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진주 이씨 가문은 진주 4대 제일의 명문가 중 일원으로서 가히 짐작할 수 없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설령 한국 10대 제일의 명문가라고 해도 진주 이씨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꽤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그런데 지금 누군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실제로 하다니!큰소리 떵떵 치는 사람이 사실 정민아의 데릴남편이라는 걸 알아본 이도 적지 않았다.정민아는 둘째 치고, 정 씨 일가를 놓고 봐도 고작 성남시 이류 가문에 불과할 뿐, 상류층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이런 가문은 당연히 진주 이씨 가문 앞에서 벌레보다 못한 신세였다.하지만 정 씨 일가의 데릴사위에 불과한 놈이 감히 이씨 가문 세자인 이장우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죽고 싶어 안달 났나?“훗.”이장우는 피식 웃었다.“진주 이씨 가문이 생겨난 이후로 우리를 무너뜨리겠다는 사람은 그쪽이 처음이군. 그리고 감히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사람도 당신이 처음이고. 배짱이 대단한데?”김예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알아서 판단해.”이장우의 옆에 있던 측근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김예훈, 너 따위가 대체 뭐라고? 우리 도련님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놈이 감히 세자를 협박해? 무려 세자님한테 사과하라고?
한편, 성남 공항 게이트 앞에 포르쉐가 한 대가 어렵게 주차할 곳을 찾아 멈춰섰다.운전석에서 내린 정민아는 눈앞의 광경에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몰려왔다.“엄마, 아빠, 진짜 전남산 어르신을 모시러 갈 거예요?”정민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오늘 아침 집에서 전남산이 성남시에 온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임은숙과 정군은 그녀한테 같이 가자고 꼬드겼다.이때, 임은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딸아, 너희 회사에서 지금 백운 별장을 짓고 있지 않아? 시공 일정대로 진행한다면 아마 한두 달 뒤부터 매매할 수 있겠네?”정민아는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대답했다.“네, 비슷해요.”임은숙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그러니까 이제 어떻게 홍보할지도 고민해 봐야지. 그동안 대체 어디 가서 광고 모델을 찾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지금 눈앞에 떡하니 나타날 줄이야!”“무슨 뜻이죠?”정민아는 아리송했다.“전남산 어르신 말이야! 만약 우리 백운 별장 공사 현장에 찾아가서 얼굴이라도 비춘다면 나중에 전남산 어르신마저 인정한 살기 딱 좋은 곳이라고 홍보하면 그만이잖아! 그렇다면 별장 매매가도 쑥쑥 오르지 않겠어?”비록 무식하게 행동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임은숙은 어디까지나 부잣집 출신으로서 사업 감각은 타고났다.정민아는 눈이 반짝 빛났다가 이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이렇게 하면 분명 홍보 효과는 톡톡히 보겠지만, 엄마 아빠도 보셨다시피 현장에 고급 차들이 즐비해 있잖아요. 다들 유명한 가문이나 대기업에서 찾아온 분일 텐데, 우리처럼 자그마한 회사에서 대체 무슨 자격으로 전남산 어르신을 초대하겠어요?”이때 정군이 목을 가다듬었다.“딸아, 자신감을 가져. 넌 무려 김세자가 공개 프러포즈한 여자라는 걸 잊지 마! 이따가 자기소개할 때 김세자의 약혼녀라고 하면 되잖아. 과연 경기도 일인자인 김세자의 체면마저 안 봐주는 사람이 있을까?”정군과 임은숙은 결연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어떻게든 이 일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사실 전남산을 이용하여 홍보하는 것보다 정민아
이때, 성남 국제공항 VIP 통로 밖에는 이미 수천 명이 모여들었고, 인원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다들 운에 맡기자는 심정으로 출구 쪽에 바글바글 몰려 있었다.그 순간 공항 내부에서 소식이 들려왔는데, 전남산이 탑승한 전용기가 이미 착륙했고 곧 밖으로 나올 거라고 했다.이장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기대에 들뜬 마음을 안고 출구 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김예훈은 굳이 경쟁할 생각이 없는 듯 구석진 곳으로 물러났다.이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소를 터뜨렸다.아무리 데릴사위라고 해도 자기 분수는 알고 있는 듯싶었다. 전남산 어르신을 초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항복한 꼴이라니.물론 그렇게 납득이 안 가는 일은 아니었다.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인 이장우가 버젓이 있는데, 대체 누가 감히 그와 경쟁하겠는가?약 3분 뒤, VIP 통로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맨 앞에서 걸어오는 분은 다름 아닌 전남산이다.어르신은 일흔에 가까운 나이지만 기운이 넘치고 카리스마가 넘쳤다.그는 의술에 조예가 깊을 뿐만 아니라 전통 무술도 뛰어나다고 했는데 태극권, 태권도, 합기도, 무술 등 못 하는 게 없을 정도였다.심지어 젊은 시절에는 여러 전국 대회에 익명으로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이런 인물은 그야말로 전 국민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에 그가 해외로 출국한 이유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전염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남산은 무려 사비를 들여서 갔는데, 그 나라의 전염병을 종식하는 데 몇 년이나 걸렸다.하지만 이런 위인일수록 더더욱 소탈했다. 새하얀 셔츠를 입은 그의 곁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비서 한 명이 있었다.심지어 백팩마저 직접 메고 있지 않겠는가! 비록 VIP 통로에서 걸어 나왔지만 허세가 전혀 없어 보였다.그를 발견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외감이 들어 저도 모르게 자세를 똑바로 했다.이때, 이장우가 가장 먼저 나서며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어르신,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산이 이장우를 거절할 줄이야! 게다가 그는 가스라이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이장우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무슨 말을 하든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어쩌면 괜히 가스라이팅하려다가 전남산이 진주 이씨 가문 전체에 불만을 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어르신, 저는 경기도 정부의 비서실장입니다. 하정민 어르신께서 점심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는데, 경기도 의료 체계에 대해 조언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하네요.”하정민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대신 비서실장이 다가와서 전남산을 초대했다.“초대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경기도 관청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는지라 기관에서 마련한 식사 자리에 함부로 참석했다가 괜히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어르신께서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전남산은 웃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그리고 제일의 명문가를 대표하는 대변인들이 잇달아 나서서 전남산을 초대했다.다들 서로 다른 이유로 접근했지만, 하나같이 거절당했다.이장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전남산 어르신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이곳을 찾은 걸까?지금 그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는데, 설마 신분이 더 높은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공항에 있는 사람들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이때, 맨 뒤에 서 있던 임은숙이 정민아를 툭 밀자 휘청거리는 바람에 마침 전남산의 앞길을 막았다.순간 모든 이의 시선이 일제히 정민아에게 쏠렸고,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심지어 이장우마저 옆에서 조심스레 말을 걸었을 뿐인데, 감히 전남산의 앞길을 막는 여자라니? 간덩이가 부었군!정민아를 제일 먼저 알아본 임무경은 깜짝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민아야, 뭐 하는 거야? 길막하지 말고 얼른 비켜!”견청오는 여신급 미모를 자랑하는 정민아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지용아, 나 더는 못 참겠어!”정민아에게 프러포즈한 적이 있는 김세자 때문에 그녀를 알아본 사람이 꽤 많았다.이내 공항은 술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