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지용은 우리 정씨 일가의 미래야, 젊은 친구가 능력이 있어!""보아하니 오전에 민아가 가지 않았어도 오후에 우리한테 연락이 올 거였어..."정동철은 냉정해 보였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용아, 확실한 거냐?""당연하죠!" 정지용이 득의양양해서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고는 스피커를 눌렀다."안녕하세요, 정지용 씨." 전화기 너머로 송문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지용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송 부장님, 방금 저희 어르신한테 보고드렸습니다, 오늘 밤 저희 집으로 오신다고요, 어르신께서 연회를 준비하셨는데 대략 언제쯤 도착하실지?""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한테 물건을 돌려주러 가는 것뿐입니다.""아니에요, 아닙니다, 오늘 밤 제가 모시러 갈까요?"'아니에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대략 7시쯤 도착할 거예요.""그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정지용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물건? 무슨 물건? 설마 투자 계약서?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정동철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용, 내 기억으로는 며칠 전 네가 전화했을 때까지만 해도 너한테 꺼지라고 한 것 같은데? 오늘은 왜..."정지용이 잘난 척하며 말했다:"할아버지, 여자들은 다 그래요, 아무리 잘난 여인이라도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에요, 할아버지 요즘 제가 그 여자한테 쓴 돈이 적어도 몇억은 돼요, 일이 성사되면 할아버지께서 정산해주셔야 해요."정동철이 웃으면서 말했다:"물론, 당연히 그래야지, 네가 계약만 잘 따낼 수 있다면, 우리 집안이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정산도 해주고 대표이사 자리도 너한테 줄 것이야.""할아버지,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옆에 있던 정민아가 도저히 못 참고 말했다, 자신이 어렵게 성사시킨 계약이었다, 근데 정지용 이 인간이 갑자기 튀어나와 지금 자기 공을 가로채고 있다."너무하다고요?" 정지용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정민아, 계약 하나 따냈다고 잘난 척 그만 해요, 누구는 뭐
”할아버지.”정민아가 걱정스럽게 어르신을 바라봤다.어르신은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민아, 억울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 계약서는 우리 가문 이익에 부합되지 않아. 그래도 네가 애썼다는 건 잊지 않으마. 이렇게 하는 게 어떠냐? 일이 성사되면 나중에 수익에서 몇 프로를 너에게 주마.”총지배인에 대해 한 글자로 꺼내지 않았다. 어르신은 원래부터 손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여자애들은 돈만 축내고 사업을 한다고 해도 망하는 길만 갈게 뻔하니. 게다가 정민아의 남편은 개똥에도 쓸모가 없어 더 마음이 가지 않았다.전에는 정민아가 YE 투자 회사에서 계약서를 들고 왔기 때문에 비위를 맞춰줬지만 지금은 정지용이 일을 더 잘해내니 자연스럽게 제외시킨 것이다.정민아가 침묵했다. 어르신의 말은 일언이 중천금이니 여기서 따져봤자 미움만 사게 된다. 아무리 서운해도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옆에 앉은 김예훈이 정민아의 손을 잡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걱정 마. 정지용이 계약서를 받아올 것 같아?”김예훈의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 귀에 흘러갔다. 모두 시선이 김예훈에게 향했다.정지용이 화를 내려고 하다가 웬일로 참았다. “병신 새끼, 나랑 내기 할래? 내가 계약서를 갖고 오면 너희 둘 우리 집에서 나가는 걸로?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마.”“김예훈!”정민아가 말렸다.“좋아!”김예훈은 정지용을 상대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하지만 실패하면 너는 어쩌려요? 이 집에서 나가게? 그때 다른 집 데릴사위가 되겠다고 빌어도 소용없을 거야!”“너!” 정지용이 삿대질을 했다. “두고 봐. 오늘 이후로 우리집 대문에 얼씬거리지도 못할 거야. 퉷!”“그만들 싸워!” 어르신의 말은 그래도 먹혔다. “다들 물러가거라. 오늘 저녁 위해 잘 준비하고. 귀한 손님이 오면 정성껏 모셔야 한다. 그러니 다 자리에 참여해. 알겠어?”“네!”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 송 부장이 집에 방문한다. 젊고 예쁜 데다가 회사에서 능력자로 인정받는다고
어르신이 금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이 다가오자 손을 흔들며 다들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기억해. 오늘은 우리 가문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야. 우리가 남해시에서 일류 가문이 될지 안 될지를 결정하는 날이라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돼. 섭섭하지 않게 대접을 잘 하고. 알겠지?”“네!”모두 기쁘게 웃으며 대답했다. 모든 게 송문영에게 달렸으니 당연히 잘 해드려야 한다.그때 정지용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저한테 아직 확실하지 않는 생각 있어요.”“그래, 손자야.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냐?”어르신 얼굴이 밝아졌다. 전에 정지용에게 실망했지만 오늘 오후부터 태도가 180도로 바뀌었다. 가문 내 3대에서 원래부터 정지용을 제일 좋아했으니까.어르신이 웃으니 정지용의 득의양양한 모습이 돌아왔다. “할아버지, 저 아직 여자친구 없잖아요. 만약 송문영과 결혼을 하게 되면 앞으로 한 가족이니 자연스럽게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투자금을 550억으로 아니 1000억, 2000억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결혼을 해?” 어르신이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김씨 가문 사람도 아닌데 무슨 소용 있어?”“할아버지, 김씨 가문 사람이 우리집에 시집오겠어요? 제가 알아봤는데 송문영이 업무 능력이 좋더라고요. 비록 평범한 가족에서 태어났지만 그러기 때문에 우리 같은 명문가에 더 오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결혼한 뒤 충분한 투자를 받아내고 아무 때나 이혼해도 되잖아요.”정지용이 갑자기 송문영의 예쁜 얼굴과 볼륨감 있는 몸매를 떠올리며 흥분했다.오늘 저녁 투자금과 미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손에 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와~.”그 말에 가족들이 감탄하고 아직 결혼을 안 한 젊은이들도 눈에 불을 켰다. 그렇다면 정지용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말로 들렸다.어르신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생각을 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역시 지용이가 똑똑해.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일반인이 우리
그 순간 주변에서 감탄 소리가 들려왔다.박스 안에는 금불상이 들어있었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지만 그 가치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비록 진부한 선물이지만 가치가 상당했다.손영준과 어르신 신분이 비슷하니 방문을 한다고 해도 이 정도로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었다. 오늘 이 선물이 정씨 가문에 체면을 세워준 것이나 다름없다.“그럼, 그럼요. 다 반가운 사람들이니 여기 앉으세요. 손 회장님. 다음엔 빈손으로 오셔도 돼요. 이번만 제가 받을게요.”어르신은 뜻밖의 선물에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체면이 걸린 문제다. 왜 송문영 혼자가 아니라 하 비서까지 오는지 의아했지만 그 정도 눈치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손영준과 인사를 나눈 뒤 어르신이 정지용을 불렀다. “하 비서가 누구냐?”“하 비서요?” 정지용이 활짝 웃었다. “하은혜라고 YE 투자 회사 대표 비서예요. 회사 내에서 대표 다음으로 버금가는 인물이죠. 송문영과 함께라니 우리 계약 십중팔구 성사되겠어요.”“당연히 그래야지!”어르신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정지용은 실망을 시키지 않았다.아직 인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또 벤츠 차 한 대가 별장에 들어왔다. 백씨 가문의 백기철 회장이 활짝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손 회장, 소식이 빠릅니다. 제가 먼저 도착한 줄 알았는데 한 발 늦었네요. 정 회장, 나도 오늘 약소하지만 선물을 들고 왔으니 폐가 안 됐으면 해요.”백 회장도 말하면서 손에 든 선물을 열었다. 순식간에 1940년대 도자기 꽃병이 나타나 모두의 눈을 호강시켰다. 이 물건은 적어도 몇 천만원의 가치를 갖고 있다. 게다가 디자인을 보면 볼수록 우아하고 아름다웠다.어르신이 빙그레 웃었다. “백 회장, 우리 사이에 이런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돼요.”“안 돼요. 오늘은 정 회장 신세를 져야 되는데 당연한 거죠. 저녁에 YE 투자 회사 하 비서가 온다면서요? 전에 몇 번이나 회사에 가도 만나지를 못했는데 이따가 우리도 소개시켜 줘요. 우리 가문에서 투자금을 받을 수 있을지
송문영이 놀라는 모습을 본 어르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놀라는 걸 보니 아직 식견이 없는 계집이구나. 그럼 상대하기 쉽지.정지용이 앞장서 악수하려고 손을 건넸다. “송 부장님, 저희 집에 오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소개해드릴게요. 이 분은 저희 정 회장님…”송문영이 예의를 갖추더니 뒤로 반발자국 물러서며 인사를 들렸다. “정 회장님 뵙겠습니다.”손을 뻗은 정지용이 잠시 멈칫 했지만 이내 안내하는 제스처를 했다.“송 부장님, 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얘기 나누죠.”송문영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저 친구랑 같이 왔는데 그 친구가 동의할지 모르겠어요.”그 말 떨어지기 바쁘게 오피스룩을 입고 뒤로 머리를 하나로 묶은 미녀가 운전석에서 내렸다.정지용이 흠칫하더니 재빨리 앞으로 다가갔다. “하 비서님도 오셨군요. 제가 실례를…”하은혜는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안내를 받고 별장에 들어갔다.아직 얼떨떨한 송문영와 하은혜가 거실에 도착하는 순간 경악했다. 앞에 보이는 광경에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정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파티 복장을 하고 모인 것이다.정지용이 먼저 거실 중앙에 가더니 사방을 둘러보며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 “여러분, 송문영 부장님 외에 영광스럽게도 YE 투자 회사 하 비서님까지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하은혜에게로 향했다.신임 대표가 무기력해서 회사의 모든 일을 하은혜가 도맡아 한다고 들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비서가 이토록 젊고 아름답다니.그 옆에 송문영까지 서있으니 두 송이 백합처럼 아름다워 모든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별장 내 분위기가 후끈후끈했다. 정씨 별장에 방문한 회장님들은 이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내심 부러워서 눈이 다 빨개졌다.요 며칠 모두 하은혜를 통해서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다. 송문영 하나만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하은혜까지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두 사람을 합치면 YE
정씨 가문의 열정적인 환대에 송문영과 하은혜는 부담스러웠지만 예의상 자리에 앉았다. 정씨 가문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사모님이 정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밥 한끼 정도가 아니라 체면을 줘야하니까.두 사람이 주인공 자리에 앉고 그 옆에 어르신과 정민택, 정지용이 차례로 앉았다. 반대편으로 손영준, 백기철이 나란히 자리에 함께 했다. 모두 남해시에서 알아주는 분들이라 어르신도 감히 소홀히 대하지 못했다.정씨 가문 젊은이들이 이 광경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지용의 여자 복은 어디까지 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송문영 하나도 모자라 하은혜까지.“두 여사님이 함께 오시니 제가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이 자리서 두 분께 한 잔 따르겠습니다.”정지용이 큰 소리로 웃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말석에 앉은 정민아를 힐끗 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정민아, 너 대단하다고 하지 않았어? 계약서를 받아온다며? 두고 봐.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될 테니.”…“정 회장, 우리한테도 소개해 주시죠?”술 세 잔을 마신 손영준이 건성하게 내뱉었다. 처음부터 눈길을 하은혜에게서 떼지 않았다. 하은혜는 신임 대표처럼 번개처럼 나타났다 구름처럼 사라지는 인물이라 식사는커녕 얼굴 보기조차 힘들었다.손영준도 마찬가지로 YE 투자 회사의 투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니 하은혜가 정씨 별장에 간다는 소문을 듣고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이다. 정씨 가문에 감탄했다. 하 비서를 초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씨 가문의 능력을 증명했다.어르신이 노련한 말투로 말했다. “하 비서님, 이 분은 남해시 손씨 가문 손영준 회장입니다.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 가문과 협력한지 오래되었습니다.”하은혜는 어이없었지만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이제 보니 손 회장님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반갑습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저희 집에도 오신다면 영광으로 여기고 대접하겠습니다.”손영준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지만 하은혜는 받아주지 않았
하은혜가 뭐라고 말하려다 시야에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름이 끼쳤다. 김예훈!구석진 곳에서 김예훈을 발견한 것이다. 자리에 앉지 않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재빠르게 김예훈이 앉은 방향으로 다가갔다. 모든 사람들 시선이 하은혜에게 쏠렸다. 대체 무엇을 하려고 저러나 싶어 계속 쳐다보다 허술한 옷을 입은 남자 옆에 다가가는 걸 보고 얼굴색이 어두워졌다.특히 정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이 더 가관이었다.왜 김예훈에게 가지? 설마 이 자식이 뭘 잘못했나? 하은혜가 정색해서 다가가다니!어르신마저 흠칫 놀라 식은 땀을 흘렸다.하은혜는 절대 잘못 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만약 김예훈이 진짜 뭔가를 잘못했다면 나중에 갈기갈기 찢어버릴 셈이었다.“아씨! 왜 또 저 자식이야!” 정지용이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욕설을 퍼부을 뻔했다.“하은혜, 오랜만이야.” 하은혜보다 김예훈이 먼저 일어서 웃으며 인사했다.하은혜가 의아했지만 금세 눈치를 채고 웃었다. “김…김예훈, 졸업하고 얼마만이야? 이렇게 다 보는구나.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어?”그 말에 정씨 가족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교 동창이라니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김예훈 같은 모자란 녀석이 어떻게 고위층 하은혜와 동창 사이지?정지용이 잔뜩 긴장하며 달려가더니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하 비서님, 저 자식과 말을 하지 마세요. 몰라요? 우리 집뿐만 아니라 남해시에서도 유명해요. 우리 집 데릴사위인데 매일 용돈이 2만원밖에 안 돼요. 그러니까 가까이하지 마세요. 재수없으니까.”그 말에 하은혜가 놀란 토끼눈으로 김예훈을 바라봤다. 김예훈이 김씨 가문에서 나갔다는 소리는 들어도 그 뒤로 어떻게 지내는지는 몰랐다. 3년 동안 이런 치욕을 받으면서 살아왔다니, 어쩐지 돌아오자마자 태도가 강렬하다 했다.정지용은 하은혜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을 계속했다. “이런 사람은 그냥 쓰레기예요. 조만간 우리 집에서 쫓겨날 거예요. 앞으로 이 바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요. 김예훈! 눈에 거슬리니까 꺼져 줄래?!”김예
정지용은 이 광경을 보고 감격에 목이 메었다. 할아버지가 이런 보물까지 내놓을 정도로 자신에게 잘 대해주니 진짜 꿈만 같았다.회장님들은 오히려 안색이 변했다. 이 물건은 자신들 집에서 있었다. 필경 남해시 상류층 사외에서 모두 갖고 있는 물건이니까.어르신이 시선을 돌려 하은혜와 송문영을 바라봤다. “귀한 분이 오셨으니 이 참에 우리 가문 물건을 감정해 주겠어요?”하은혜와 송문영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이 상자들은 딱 봐도 럭셔리 브랜드라 눈요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니 자신도 모르게 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어르신은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다들 보세요.”한 경비원이 제일 앞에 놓인 상자를 열자 백금으로 만든 6종의 액세서리 세트가 보였다. 목걸이부터 반지까지 큼직한 보석을 박은 액세서리들이 불빛에 반짝반짝 화려한 빛을 발산했다.“어머! 티파니 6종 세트잖아요! 약혼 선물로 유명한데!”젊은 여자들이 흥분했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티파니 세트를 받고 싶어 하니까!정민아마저 눈빛이 흔들렸다. 김예훈과 결혼할 때 깨알만 한 다이아몬드 반지도 받지 못했다.그때 임은숙이 김예훈을 매섭게 째려봤다. 만약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면 따귀를 날렸을 것이다.모자란 데릴사위를 들이는 바람에 자기 딸이 대접을 못 받았다고 생각했다.곧 두번째 상자가 열렸다. 상자안에는 심사임당 지폐가 차곡차곡 쌓였다. 세번째 상자가 열리자 안에 별장 부동산 계약서가 들어있었다.이 세가지 물건을 내놓으면서 어르신은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여러분 보세요. 별장 한 채, 액세서리 세트 그리고 현금까지. 제가 몇 년 전부터 준비한 거예요. 우리 손자 정지용이 장가갈 때 사용하려고요. 한데 제 손자가 눈이 너무 높아 마음에 드는 여자를 지금도 만나지 못했어요. 그러니 이 혼수도 계속 보관만 하고 있었죠. 오늘 손자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고 저한테 고백했어요. 그러니 두 사람에게 결혼 선물로 주려고 꺼냈어요.”어르신이 웃으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