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혜가 뭐라고 말하려다 시야에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름이 끼쳤다. 김예훈!구석진 곳에서 김예훈을 발견한 것이다. 자리에 앉지 않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재빠르게 김예훈이 앉은 방향으로 다가갔다. 모든 사람들 시선이 하은혜에게 쏠렸다. 대체 무엇을 하려고 저러나 싶어 계속 쳐다보다 허술한 옷을 입은 남자 옆에 다가가는 걸 보고 얼굴색이 어두워졌다.특히 정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이 더 가관이었다.왜 김예훈에게 가지? 설마 이 자식이 뭘 잘못했나? 하은혜가 정색해서 다가가다니!어르신마저 흠칫 놀라 식은 땀을 흘렸다.하은혜는 절대 잘못 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만약 김예훈이 진짜 뭔가를 잘못했다면 나중에 갈기갈기 찢어버릴 셈이었다.“아씨! 왜 또 저 자식이야!” 정지용이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욕설을 퍼부을 뻔했다.“하은혜, 오랜만이야.” 하은혜보다 김예훈이 먼저 일어서 웃으며 인사했다.하은혜가 의아했지만 금세 눈치를 채고 웃었다. “김…김예훈, 졸업하고 얼마만이야? 이렇게 다 보는구나.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어?”그 말에 정씨 가족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교 동창이라니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김예훈 같은 모자란 녀석이 어떻게 고위층 하은혜와 동창 사이지?정지용이 잔뜩 긴장하며 달려가더니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하 비서님, 저 자식과 말을 하지 마세요. 몰라요? 우리 집뿐만 아니라 남해시에서도 유명해요. 우리 집 데릴사위인데 매일 용돈이 2만원밖에 안 돼요. 그러니까 가까이하지 마세요. 재수없으니까.”그 말에 하은혜가 놀란 토끼눈으로 김예훈을 바라봤다. 김예훈이 김씨 가문에서 나갔다는 소리는 들어도 그 뒤로 어떻게 지내는지는 몰랐다. 3년 동안 이런 치욕을 받으면서 살아왔다니, 어쩐지 돌아오자마자 태도가 강렬하다 했다.정지용은 하은혜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을 계속했다. “이런 사람은 그냥 쓰레기예요. 조만간 우리 집에서 쫓겨날 거예요. 앞으로 이 바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요. 김예훈! 눈에 거슬리니까 꺼져 줄래?!”김예
정지용은 이 광경을 보고 감격에 목이 메었다. 할아버지가 이런 보물까지 내놓을 정도로 자신에게 잘 대해주니 진짜 꿈만 같았다.회장님들은 오히려 안색이 변했다. 이 물건은 자신들 집에서 있었다. 필경 남해시 상류층 사외에서 모두 갖고 있는 물건이니까.어르신이 시선을 돌려 하은혜와 송문영을 바라봤다. “귀한 분이 오셨으니 이 참에 우리 가문 물건을 감정해 주겠어요?”하은혜와 송문영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이 상자들은 딱 봐도 럭셔리 브랜드라 눈요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니 자신도 모르게 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어르신은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다들 보세요.”한 경비원이 제일 앞에 놓인 상자를 열자 백금으로 만든 6종의 액세서리 세트가 보였다. 목걸이부터 반지까지 큼직한 보석을 박은 액세서리들이 불빛에 반짝반짝 화려한 빛을 발산했다.“어머! 티파니 6종 세트잖아요! 약혼 선물로 유명한데!”젊은 여자들이 흥분했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티파니 세트를 받고 싶어 하니까!정민아마저 눈빛이 흔들렸다. 김예훈과 결혼할 때 깨알만 한 다이아몬드 반지도 받지 못했다.그때 임은숙이 김예훈을 매섭게 째려봤다. 만약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면 따귀를 날렸을 것이다.모자란 데릴사위를 들이는 바람에 자기 딸이 대접을 못 받았다고 생각했다.곧 두번째 상자가 열렸다. 상자안에는 심사임당 지폐가 차곡차곡 쌓였다. 세번째 상자가 열리자 안에 별장 부동산 계약서가 들어있었다.이 세가지 물건을 내놓으면서 어르신은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여러분 보세요. 별장 한 채, 액세서리 세트 그리고 현금까지. 제가 몇 년 전부터 준비한 거예요. 우리 손자 정지용이 장가갈 때 사용하려고요. 한데 제 손자가 눈이 너무 높아 마음에 드는 여자를 지금도 만나지 못했어요. 그러니 이 혼수도 계속 보관만 하고 있었죠. 오늘 손자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고 저한테 고백했어요. 그러니 두 사람에게 결혼 선물로 주려고 꺼냈어요.”어르신이 웃으
여자라면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받고 싶고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금 남편은…이런 생각에 정민아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쓰레기 같은 새끼!” 김소현마저 독기를 내뿜으며 김예훈을 노려봤다. “꼬라지 하고는! 프로포즈는커녕 그동안 같이 살면서 어쩌면 선물 하나 안 해주냐? 남자라면 알아서 이혼해! 우리 언니 행복하게도 못해주고 아까워 죽겠어!”“소현!”정민아가 여동생 김소현을 힐끗 봤다.“언니, 감싸주지 마. 쓰레기는 영원히 쓰레기고 병신은 영원히 병신이야. 이건 타고난 거라 절대 변하지 않아. 만약 나라면 쥐 구멍에 들어갔을 거야. 무슨 생각으로 저걸 보는 거야? 속이 찔리지도 않나 봐. 정지용이 저럴수록 자신이 얼마나 처참하고 쓸모없는지 느껴지지도 않아?”김소현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언니가 무슨 액운을 타서 저런 남편을 만났는지 몰라!”모든 사람이 호기심이 발동해 눈 깜빡하지 않고 정지용만 바라봤다. 그가 지목한 결혼 대상이 누군지 궁금했다.정지용은 마치 동화속에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님처럼 기품 있게 걸었다. 이 순간 자신이 얼마나 빛나고 자랑스러운지 몰랐다. 곧 아름다운 여신을 품에 안고 정씨 가문을 이어받을 생각에 저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새어 나왔다.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향해 몸을 낮춰 인사하면서 말했다.“회장님들, 우리 가족들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제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반했어요. 이 가슴을 설레게 한 순간부터 결심했어요. 반드시 이 세상에서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오늘 모두 보는 앞에서 그동안 감춰왔던 제 진심을 보여드리니 지켜봐 주십시오!”정지용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시선을 한창 신나게 연극 한 장면을 보고 있는 송문영에게 향했다.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말했다.“송문영 씨, 저와 결혼해 주세요!”“와!!!”그 순간 함성소리로 거실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다.너무 직설적이 아니야?
”뭐라고?!”저 티파니 세트가 20억짜리라고? 미친 거 아니야? 한데 정지용 태도를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송문영에게 왜 프로포즈를 했는지 납득이 갔다. 이렇게 많은 돈을 퍼부었는데 어느 여자가 넘어오지 않겠는가!“이거…한 여자를 위해서 20억짜리 액세서리를…진짜 충격적이야!”“그러게. 남자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통쾌하게 나오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부러워. 우리 남편도 나한테 돈을 써주면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여자들은 액세서리 하나를 놓고 의논이 분분했다. 클래식하면서도 요즘 인기 있는 디자인들이 모두 있으니 부럽지 않다면 그건 다 거짓말이다.정지용을 바라보는 여자들 눈에서 부러움이 가득했다.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손자가 참 훌륭하다고 감탄했다. 여자 마음을 홀릴 말들만 골라 해서 나름 뿌듯했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가문 후계자라니 앞날이 걱정되지 않았다.“눈이 있으면 잘 봐! 진짜 창피해 죽겠어.”임은숙이 배 아파서 또 한소리 했다. 데릴사위만 보면 혈압이 올랐다. 비교당하는 게 싫었다. 정지용을 보면 볼수록 데릴사위가 더 마음에 안 들었다.“민아, 내 말 들어! 내일 당장 이혼해! 저것보다 더 좋은 남편 찾아줄 테니까. 정지용 기세를 꺾어야 돼!”“엄마, 지금이 어느때라고 또 그런 소리 해?”정민아는 말은 그렇게 해도 송문영을 부러워하는 눈길로 바라봤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이런 로망을 꿈꿨을 터!김예훈은 오히려 아무 말없이 이상한 눈길로 앞만 주시했다.‘또라이 아니야? 갑자기 송문영에게 청혼을 해? 약을 잘못 먹었어?’그때 정지용이 송문영의 앞에 한 무릎을 바닥에 대고 꿇었다.“문영 씨, 제가 약혼 반지까지 준비했어요. 그러니 결혼해 줘요.”그러면서 호주머니에서 반지함을 꺼내 보였다.“우와~~~”그 순간 모두 주변에 몰려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헐, 저거 말로만 듣던 비둘기알 아니야?”다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 반지는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새알처럼 큰 다이아몬드가 박혔다는 이
”손전등 있어요? 빌려주세요!”하은혜가 갑자기 손전등을 찾았다.“어서 가져와!”어르신은 왜 손전등을 찾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시했다.곧 누가 손전등을 건네자 하은혜는 두 다이아몬드 반지를 향해 손전등을 켰다. 그러자 오색영롱한 빛이 사방에서 반짝였다.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전등 빛 덕분에 두 다이아몬드 반지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두 눈으로 확실히 구별할 수 있었다.하은혜가 낀 반지는 작지만 오색영롱한 빛이 아름다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정지용이 꺼낸 반지는…“이거…”누가 입을 열었는지 몰라도 감탄하는 말투는 아니었다.“뭐지? 다이아몬드가 작은 반지가 왜 큰 반지보다 더 화려하고 영롱하지?”“저거 55억짜리야! 나도 경매장에서 봤어. 그땐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이상하네?”“설마…가짜?”“저 녀석 말한 게 진짜였어?”모두 회장님들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 사람들은 식견이 높기도 하고 이 자리에서 눈치 볼 사람도 없으니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그대로 말해버렸다.한 사람이 김예훈을 힐끗 봤다. 데릴사위라고 우습게 봤는데 다이아몬드는 볼 줄 아네.그 말을 듣던 어르신의 얼굴이 싸늘해지며 정지용을 원망스럽다는 듯 노려봤다.일을 성사시키지 못할 망정 그르치고 망신을 당하게 했다. 프로포즈 하면서 어떻게 가짜 반지를 꺼낼 수 있단 말이냐! 만약 송문영이 화가 나 태도를 바뀌면 어쩌지? 그럼 오늘 정씨 가문의 체면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하은혜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물러났다. 3년 전 경매에서 산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만약 그 반지라면 대표님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난감할 테니까. 그 외의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하은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다. 고작 정씨 가문 따위에게 친절하게 설명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진짜이든 가짜이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니까.어르신이 눈을 크게 뜨고 뻘쭘하게 선 정지용을 노려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었
옆에서 어르신도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송 부장, 내가 우리 정씨 일가를 대표해서 장담할 수 있어요. 당신이 정씨 집안에 시집오기만 하면, 정씨 일가의 모든 자원은 당연히 당신 부부에게 양보할 거예요. 다이아몬드 한 개일 뿐,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렇게 큰 정씨 일가의 산업이 앞으로 모두 두 사람 것이 될 텐데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이런 사소한 일로 서로 기분 상할 필요가 있나요?"어르신의 뜻은 매우 명백했다. 앞으로 정씨 일가를 젊은 부부에게 넘겨줄 테니까, 정지용이 청혼하는 이 중요한 순간에 이런 사소한 일로 싸우지 말자는 뜻이다."맞아요. 형수님,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요! 기껏해야 오늘 밤 지용이 형 보고 사죄하라고 하면 되죠!""그러게요. 이 다이아몬드 반지의 가격이 몇 억 원이 되겠는데, 김예훈 그 쓰레기 좀 보세요. 몇 천 원짜리의 다이아몬드 반지도 내놓지 못하는데, 당신이 우리 지용이 형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일까요!""맞아요! 맞아요!”정씨 일가는 다시 떠들어 댔다.정지용도 더욱 다정스럽게 말했다. "문영 씨, 내가 약속할게요. 꼭 더 큰 다이아몬드를 사줄 테니 나랑 결혼해 줘요."송문영은 안색이 이상해지면서 한참 말문이 막혔다. "정지용 씨, 어디 아파요?""네?" 정지용은 어리둥절했다. “나 몸이 건강한 데요. 건강검진 결과 보고서도 있어요.”"내 말은, 당신 돌았냐고요!"송문영의 반짝거리던 이마가 까맣게 변하면서 하마터면 멀쩡한 이를 깨물 뻔했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나한테 청혼하는 거예요? 미쳤어요!"정지용는 온몸을 떨며 간사하게 웃었다. "문영 씨, 화내지 마요. 제발 화내지 마요. 그깟 다이아몬드 하나가 뭐 대단한 일이라고요…""다이아몬드 문제 아니에요!"송문영은 피를 토할 것 같았으며 정지용을 가리키며 말했다. "뭘 믿고나한테 청혼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돌았어요! 우리 둘이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되는데 나한테 청혼한다고요? 바보예요?""근데 내가 보낸 선물은 다 받아줬잖아요?"정지용은
홀 중간에서 어르신이 눈가를 실룩거리며 기침을 한번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여러분, 젊은 친구들 사이의 감정싸움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 저녁은 제가 내겠습니다. 드시죠?"그 자리에 있던 부자들 중 여우가 아닌 사람이 없었지만 어르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들은 진짜라고 믿어주기로 했으며, 이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마지막에 정 씨 일가가 순조롭게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에 달렸다.술이 세 순배가 돌자 그 부자들은 하나하나씩 핑계를 대고 떠났다. 그들은 정씨 일가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니며 정씨 일가는 이만큼 체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목표는 하은혜였다.정씨 일가가 아직 YE 투자 회사를 받아내지 못한 것을 알았으니, 많은 부자들이 이미 다른 궁리를 짜고 있었다. 정씨 일가에서 아래뻘 친구를 내세워 송문영을 꼬시다니 자기네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손님들이 거의 다 가버린 뒤에야 정지용은 뻔뻔스럽게 어르신 앞에 가서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할아버지!""팍."어르신은 손바닥을 뒤집어 뺨을 때리고 그가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함을 한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너 그 여자를 이미 해결했다며? 그녀가 계약서를 보내러 왔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 밤 일에 대해 합리적인 해명을 해야 할 거다. 아니면 후계자 꿈도 꾸지 마!"정지용은 뺨을 맞아 얼굴이 부어올랐지만 이 순간 얼굴을 감싸고 말했다. "할아버지, 방금 못 보셨어요? 하은혜가 저한테 관심이 있어요!""뭐!?" 어르신은 어리둥절했다."대박!" 계속 구경을 하고 있었던 김예훈이 놀라면서 저 멍청한 새끼 참 대단하네. 어디를 봐서 하은혜가 자기한테 관심이 있다는 거야?정지용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할아버지,디테일한 부분에 신경 쓰세요. 디테일!""잘 생각해 보세요. 제 다이아몬드가 가짜인 것을 알았을 때, 그녀는 어떤 표정이었나요? 화내는 것도 아니고, 우습게 여기는 것도 아니고, 안심이 된 거죠. 왜 그녀는 안심이 되었을까요?""그리고 송문영이
"할아버지, 이런 점을 봤을 때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셨어요?"정지용이 당당하게 말하니까 이유를 어떻게 들어도 그럴듯했다고 할까?정씨 일가의 사람들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진짜 일리가 있다는 얼굴이었다. 하은혜가 어떤 신분인데? 얼마나 많은 재벌의 총수들이 그녀를 한 번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인데 오늘 밤 정씨 일가에서의 여러 가지 행동을 봤을 때 정말 이상하긴 했다. 정지용을 좋아한다는 이유 외에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할아버지, 오늘 밤 송문영이 제 청혼을 거절한 것은 사실 좋은 일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송문영은 고작 부장일 뿐인데, 아무것도 아니죠?"정지용은 진실을 간파했다는 표정이었다. "하은혜, 아니, 우리 은혜는 YE 투자 회사의 대표 비서잖아요! 심지어 외부에서는 그녀가 바로 그 미스터리한 대표 본인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어요. 할아버지, 우리 정씨 집안이 대박 날 것 같아요!"YE 투자 회사 대표?이 말이 나오자 그 자리에 있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모두 질겁했다. 이런 일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예전에 투자 회사의 대표 김예진도 여자였으니까 이번에 취임한 대표가 여자여도 아주 정상이다.어르신의 표정도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좋아. 이 하은혜가 대표든대표 비서든 간에 정지용 너 분발해. 그 여자를 해결해서 우리 정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라.""할아버지,그냥 안심하세요. 제가 누구처럼 여자를 등쳐먹는 남자와 달라요. 남해시에 저처럼 훌륭한 남자도 많지 않아요."정지용은 우쭐대며 생각할수록 신났다."됐어. 오늘 밤 일은 여기까지.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말고. 다른 집에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어 먼저 손을 쓴다면 내가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어르신이 냉정하게 말했다.정씨 일가의 모든 사람들이 예예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때 김예훈은 참지 못하고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정지용은 정말 머리가 잘못된 건가? 어떻게 하은혜가 자신을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