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등 있어요? 빌려주세요!”하은혜가 갑자기 손전등을 찾았다.“어서 가져와!”어르신은 왜 손전등을 찾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시했다.곧 누가 손전등을 건네자 하은혜는 두 다이아몬드 반지를 향해 손전등을 켰다. 그러자 오색영롱한 빛이 사방에서 반짝였다.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전등 빛 덕분에 두 다이아몬드 반지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두 눈으로 확실히 구별할 수 있었다.하은혜가 낀 반지는 작지만 오색영롱한 빛이 아름다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정지용이 꺼낸 반지는…“이거…”누가 입을 열었는지 몰라도 감탄하는 말투는 아니었다.“뭐지? 다이아몬드가 작은 반지가 왜 큰 반지보다 더 화려하고 영롱하지?”“저거 55억짜리야! 나도 경매장에서 봤어. 그땐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이상하네?”“설마…가짜?”“저 녀석 말한 게 진짜였어?”모두 회장님들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 사람들은 식견이 높기도 하고 이 자리에서 눈치 볼 사람도 없으니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그대로 말해버렸다.한 사람이 김예훈을 힐끗 봤다. 데릴사위라고 우습게 봤는데 다이아몬드는 볼 줄 아네.그 말을 듣던 어르신의 얼굴이 싸늘해지며 정지용을 원망스럽다는 듯 노려봤다.일을 성사시키지 못할 망정 그르치고 망신을 당하게 했다. 프로포즈 하면서 어떻게 가짜 반지를 꺼낼 수 있단 말이냐! 만약 송문영이 화가 나 태도를 바뀌면 어쩌지? 그럼 오늘 정씨 가문의 체면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하은혜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물러났다. 3년 전 경매에서 산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만약 그 반지라면 대표님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난감할 테니까. 그 외의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하은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다. 고작 정씨 가문 따위에게 친절하게 설명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진짜이든 가짜이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니까.어르신이 눈을 크게 뜨고 뻘쭘하게 선 정지용을 노려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었
옆에서 어르신도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송 부장, 내가 우리 정씨 일가를 대표해서 장담할 수 있어요. 당신이 정씨 집안에 시집오기만 하면, 정씨 일가의 모든 자원은 당연히 당신 부부에게 양보할 거예요. 다이아몬드 한 개일 뿐,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렇게 큰 정씨 일가의 산업이 앞으로 모두 두 사람 것이 될 텐데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이런 사소한 일로 서로 기분 상할 필요가 있나요?"어르신의 뜻은 매우 명백했다. 앞으로 정씨 일가를 젊은 부부에게 넘겨줄 테니까, 정지용이 청혼하는 이 중요한 순간에 이런 사소한 일로 싸우지 말자는 뜻이다."맞아요. 형수님,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요! 기껏해야 오늘 밤 지용이 형 보고 사죄하라고 하면 되죠!""그러게요. 이 다이아몬드 반지의 가격이 몇 억 원이 되겠는데, 김예훈 그 쓰레기 좀 보세요. 몇 천 원짜리의 다이아몬드 반지도 내놓지 못하는데, 당신이 우리 지용이 형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일까요!""맞아요! 맞아요!”정씨 일가는 다시 떠들어 댔다.정지용도 더욱 다정스럽게 말했다. "문영 씨, 내가 약속할게요. 꼭 더 큰 다이아몬드를 사줄 테니 나랑 결혼해 줘요."송문영은 안색이 이상해지면서 한참 말문이 막혔다. "정지용 씨, 어디 아파요?""네?" 정지용은 어리둥절했다. “나 몸이 건강한 데요. 건강검진 결과 보고서도 있어요.”"내 말은, 당신 돌았냐고요!"송문영의 반짝거리던 이마가 까맣게 변하면서 하마터면 멀쩡한 이를 깨물 뻔했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나한테 청혼하는 거예요? 미쳤어요!"정지용는 온몸을 떨며 간사하게 웃었다. "문영 씨, 화내지 마요. 제발 화내지 마요. 그깟 다이아몬드 하나가 뭐 대단한 일이라고요…""다이아몬드 문제 아니에요!"송문영은 피를 토할 것 같았으며 정지용을 가리키며 말했다. "뭘 믿고나한테 청혼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돌았어요! 우리 둘이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되는데 나한테 청혼한다고요? 바보예요?""근데 내가 보낸 선물은 다 받아줬잖아요?"정지용은
홀 중간에서 어르신이 눈가를 실룩거리며 기침을 한번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여러분, 젊은 친구들 사이의 감정싸움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 저녁은 제가 내겠습니다. 드시죠?"그 자리에 있던 부자들 중 여우가 아닌 사람이 없었지만 어르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들은 진짜라고 믿어주기로 했으며, 이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마지막에 정 씨 일가가 순조롭게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에 달렸다.술이 세 순배가 돌자 그 부자들은 하나하나씩 핑계를 대고 떠났다. 그들은 정씨 일가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니며 정씨 일가는 이만큼 체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목표는 하은혜였다.정씨 일가가 아직 YE 투자 회사를 받아내지 못한 것을 알았으니, 많은 부자들이 이미 다른 궁리를 짜고 있었다. 정씨 일가에서 아래뻘 친구를 내세워 송문영을 꼬시다니 자기네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손님들이 거의 다 가버린 뒤에야 정지용은 뻔뻔스럽게 어르신 앞에 가서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할아버지!""팍."어르신은 손바닥을 뒤집어 뺨을 때리고 그가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함을 한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너 그 여자를 이미 해결했다며? 그녀가 계약서를 보내러 왔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 밤 일에 대해 합리적인 해명을 해야 할 거다. 아니면 후계자 꿈도 꾸지 마!"정지용은 뺨을 맞아 얼굴이 부어올랐지만 이 순간 얼굴을 감싸고 말했다. "할아버지, 방금 못 보셨어요? 하은혜가 저한테 관심이 있어요!""뭐!?" 어르신은 어리둥절했다."대박!" 계속 구경을 하고 있었던 김예훈이 놀라면서 저 멍청한 새끼 참 대단하네. 어디를 봐서 하은혜가 자기한테 관심이 있다는 거야?정지용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할아버지,디테일한 부분에 신경 쓰세요. 디테일!""잘 생각해 보세요. 제 다이아몬드가 가짜인 것을 알았을 때, 그녀는 어떤 표정이었나요? 화내는 것도 아니고, 우습게 여기는 것도 아니고, 안심이 된 거죠. 왜 그녀는 안심이 되었을까요?""그리고 송문영이
"할아버지, 이런 점을 봤을 때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셨어요?"정지용이 당당하게 말하니까 이유를 어떻게 들어도 그럴듯했다고 할까?정씨 일가의 사람들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진짜 일리가 있다는 얼굴이었다. 하은혜가 어떤 신분인데? 얼마나 많은 재벌의 총수들이 그녀를 한 번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인데 오늘 밤 정씨 일가에서의 여러 가지 행동을 봤을 때 정말 이상하긴 했다. 정지용을 좋아한다는 이유 외에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할아버지, 오늘 밤 송문영이 제 청혼을 거절한 것은 사실 좋은 일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송문영은 고작 부장일 뿐인데, 아무것도 아니죠?"정지용은 진실을 간파했다는 표정이었다. "하은혜, 아니, 우리 은혜는 YE 투자 회사의 대표 비서잖아요! 심지어 외부에서는 그녀가 바로 그 미스터리한 대표 본인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어요. 할아버지, 우리 정씨 집안이 대박 날 것 같아요!"YE 투자 회사 대표?이 말이 나오자 그 자리에 있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모두 질겁했다. 이런 일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예전에 투자 회사의 대표 김예진도 여자였으니까 이번에 취임한 대표가 여자여도 아주 정상이다.어르신의 표정도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좋아. 이 하은혜가 대표든대표 비서든 간에 정지용 너 분발해. 그 여자를 해결해서 우리 정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라.""할아버지,그냥 안심하세요. 제가 누구처럼 여자를 등쳐먹는 남자와 달라요. 남해시에 저처럼 훌륭한 남자도 많지 않아요."정지용은 우쭐대며 생각할수록 신났다."됐어. 오늘 밤 일은 여기까지.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말고. 다른 집에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어 먼저 손을 쓴다면 내가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어르신이 냉정하게 말했다.정씨 일가의 모든 사람들이 예예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때 김예훈은 참지 못하고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정지용은 정말 머리가 잘못된 건가? 어떻게 하은혜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지금 그는 인생의 정점에 있고, 언제든지 예쁜 여자와 결혼할 수 있고, 돈과 미인을 모두 가질 수 있는데, 결국 김예훈이라는 병신 새끼 데릴 사위가 감히 자신을 비웃는다고? 너무 건방진 거 아닌가?갑자기 모든 시선이 김예훈에게 집중되었고, 그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김예훈이 이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면 그들에게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죄송합니다. 제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요." 김예훈은 입을 가렸다. "어떤 사람은 꿈을 꾸는 재간이 너무 대단한 거 같아요. 정지용 씨, 제 생각에 당신은 그 여자를 건드리지 말아요. 당신이 하은혜에게 가서 데릴사위를 한다고 해도 그 여자가 당신을 원할까요!""너...... 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나를 비아냥거려!"정지용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비록 그는 진짜 여자를 등쳐먹을 생각이었지만, 생각은 생각뿐이고, 다른 사람에게 진심이 들통이 나자, 작은 자존심이 견딜 수 없어 그 순간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사실 어르신도 잘 알겠지만, 여자를 꼬셔 투자를 받는 것은 여자를 등쳐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씨 일가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상류 사회에 속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일은 여자 등쳐먹는 짓이 아니고 기껏해야 강자들끼리 손잡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순간 김예훈이 직접 까발리니까 정지용이 창피하지 않겠는가? 이 말이 밖으로 나가면 재벌 2세들 사이에 끼어들 수 없어진다."김예훈, 함부로 말하지 마."정민아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귀띔해 주면서 이 녀석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지금 하는 행동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이 이때 정지용을 건드리면 정지용뿐만 아니라 어르신도 물론 화가 날 것 같았다.과연 정지용은 냉소하고 말했다. "데릴사위 주제가 뭘 알아? 네가 여자를 등쳐먹는다고 다른 사람도 너랑 똑같다고 생각해? 하은혜가 나를 많이 좋아하는 거 못 봤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인데, 네가 뭘 알아?"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
정민아는 호기심이 발동되어 참지 못해 물었다. "너 도대체 하은혜랑 무슨 사이야? 둘이 대학교때 사귀었던 거 아니지?"이 말을 할 때, 정민아도 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 쓸모없는 남편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 잘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은혜처럼 훌륭한 전 여자친구가 있을까?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여보, 이상한 생각하지 마. 우리 진짜 그런 사이 아니야. 그냥 사이가 안 좋은 걸로 해!”한쪽의 임은숙은 마치 김예훈의 약점을 잡은 듯 눈을 번쩍 뜨고 성을 냈다. "좋아! 너 같이 여자를 등쳐먹는 놈이 우리 딸 속이고 밖에서 여자를 만나. 김예훈, 잘 들어! 너 우리 딸하고 무조건 이혼해. 당장! 지금!”"엄마!" 정민아는 임은숙을 노려보았다.”집에 가서 얘기해.”"안 돼!"임은숙이 입을 열기도 전에 정지용은 이미 차갑게 말했다. "이 일이 아직 안 끝났어. 김예훈, 너 지금 하은혜에게 전화해서 분명하게 얘기해.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나갈 생각하지 마.""정말 어디가 잘못된 거 아니죠?"김예훈은 어이가 없었으며 정지용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지?이때 윗자리에 있던 정민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김예훈, 만약 네가 하은혜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정지용에게 알려주면, 내일 정씨 일가에서 출근해. 월급 100만 원 줄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큰아버지, 잊으셨나 보네요. 저 지금 일자리 찾았어요."“헐, YE 투자 회사에서 청소하는 게 일이야?”누군가 차갑게 입을 열었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김예훈에게 개인감정으로 불쾌했다.하지만 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모르겠는데, 입을 열자마자 정지용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김예훈, 혹시 YE 투자회사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어? 그래서 하은혜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따로 알아낸 거지? 하하하, 웃겨 죽겠네! 잘난 척하는 놈 봤어도 너처럼 이렇게 잘난 척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 정민아, 네 남편이 너무 웃긴다. 너 바보네. 저런 놈이랑 결혼하다니? 하하하…
별장 구역 밖으로 나가자 김예훈은 또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바로 연결이 되었다. 전화 저쪽에서 하은혜는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방금 지하 차고에 있어서 휴대폰에 신호가 없었어요.""괜찮아요. 나 데리러 이쪽으로 와줘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어차피 오늘 밤에 어디 갈 곳도 없으니, 회사에 가서 좀 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네? 아 네. 대표님 어디 계세요? 금방 갈게요.”하은혜는 어리둥절해 보였지만 곧 재빨리 대답했다.김예훈은 주소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10여 분 후에 빨간 페라리 한 대가 김예훈 옆에 멈춰 섰고 차창이 열리자 하은혜는 언제 가죽 외투에 미니스커트로 갈아입었는지 김예훈을 보며 약간 수줍어하면 말했다. "대표님, 제가 막 드라이브 나가려던 참인데, 전화가 왔어요.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어요.""괜찮아요. 내가 사적인 시간을 방해한 거 아닌가요?"김예훈이 말했다."아니에요. 24시간 대표님을 모시는 게 당연한 거예요."하은혜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가서 김예훈을 도와 문을 열었다.김예훈은 이 장면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게 되면 자신은 정말 여자를 등쳐먹는 놈이 된다.페라리는 빠르게 시동을 걸고 굉음을 내며 달렸다.차 안에서 하은혜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조금 긴장하면서 물었다. "대표님, 어디 가실 거예요?"김예훈은 원래 회사에 바로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 생각나서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송문영이 정씨 일가에 가서 물건을 돌려주는 건 괜찮은데, 당신은 정씨 일가에 왜 왔어요?"하은혜는 난처하면서 말했다."대표님, 송문영은 자신의 신분이 부족할까 봐 물건을 돌려준 후 정씨 일가에서 인정하지 않을 것 같아서 저를 증인으로 내세운 거예요. 제가 보기에 그녀는 우리 회사의 직원이기도 하고 또 대표님의 대학 동창이기도 해서 거절하기 어려웠어요.”"그런데 정지용 그놈은 진짜 뻔뻔해요. 감히 송문영에게 청혼을 하다니, 자
그녀의 뒤에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강문탁도 이때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이 아가씨가 낯설어 보이는데 우리 남해시에 온 지 얼마 안 됐나 봐요. 아가씨,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우리 남해시의 어떤 사람들은 할 일은 하지 않고 매일 빈둥거리기만 하거든요. 반드시 조심해야 돼요. 절대 엮이지 마세요. 매우 역겨워요. 만약 아가씨가 필요하시면 제가 모시고 이곳의 상가를 구경시켜 드릴 수 있어요. 저는 미자이 식당의 매니저예요. 이곳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어요.”분명히 강문탁은 하은혜에게 관심이 많다. 미녀이기도 하고 페라리를 몰고 다니고, 딱 봐도 신분이 만만치 않은데, 만약 이런 여자와 사귄다면 돈과 예쁜 여자를 다 얻을 수 있지 않을까?김예훈은 원래 정말 그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두 사람은 정말 짜증 나게 굴어서 그는 참지 못하고 강문탁을 쳐다보며 말했다. "강문탁, 식당에서 서빙하는 주제에 자꾸 까불지 말래? 내 사람이 너와 무슨 상관인데?"강문탁은 안색이 어두워졌으며 김예훈이 감히 말대꾸를 할 줄 몰랐다. 그는 이때 차갑게 말했다. "김예훈, 너 같은 데릴사위가 여기서 잘난 척이냐? 여자를 등쳐먹는 게 정말 대단한 줄 알아? 이 예쁜 아가씨가 너의 실제 모습을 보고 나면 넌 여자를 등쳐먹을 기회도 없을 거야!"강문탁은 말하면서 하은혜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특히 여자를 등쳐먹는다는 말을 더 힘주고 말했다.이때 강문탁은 이미 김예훈이 여자를 등쳐먹는 놈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면 이 페라리가 하은혜 거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김예훈과 하은혜의 관계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김예훈이 냉소하는 것을 보고 강문탁은 계속 말했다. "김예훈, 너 정말 대단하다! 정씨 일가에서 3년 동안 공짜로 먹고살고, 여자를 등쳐먹는 것도 그렇다 치고 이제 또 돈 많은 여자한테 매달리다니. 너 같은 놈은 정말 남자의 얼굴에 먹칠하는구나!"이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었고, 김예훈의 옆에 명품 차에 예쁜 여자까지 있어서 원래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이 정도로 칼 같다니. 김청미한테 모든 죄를 떠넘겼다고?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다고 분풀이하나 보네.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김청미한테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야.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에서 보호해 줬다면 어쩌면 다시 해 뜰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는데...’“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배후자인 김현민을 불어내.”김예훈은 그림과도 같은 김청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너의 안전을 책임져 줄 거야. 나머지 인생을 해외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줄게.”“김현민을 불라고?”김청미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현민은 선배랑 만난 적도 없고, 선배를 타깃으로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어. 비록 김현민이 배후자인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가 혼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김현민이 한 의미심장한 말에 내가 알아서 움직였거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잘못을 인정하려고 오늘 나를 부른 거라면 이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당연히 의미 있는 일이지. 이렇게 된 이상 난 용연옥을 떠날 수 없어. 나랑 함께 지옥에 갈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 김현민이 선배를 짓밟으려고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김예훈은 김청미더러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했다.”“선배와 나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일부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족보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선배 때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이 경기도 김씨 가문을 여겨보기 시작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수장 자리를 빼앗을까 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김청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모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김청미는 이미 하얀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여느 때와 달리 지적인 느낌이었다.김예훈은 그제야 알고 지내던 익숙한 김청미라는 느낌이 들었다.“장 옥주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시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를 데려온 걸 보면.”김예훈이 나타나자 김청미의 표정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용연옥 감방장님 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김예훈은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날 왜 불렀는데? 마음껏 욕하려고? 아니면 내 모습을 기억해 뒀다가 귀신이 되어서까지 내버려두지 않으려고?’김예훈이 말했다.“우리가 혈연관계가 있는 점을 봐서 10분만 줄게. 10분 뒤에 바로 갈 거야. 추하린 씨와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리려면 바빠.”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린다는 말에 김청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방수아, 추하린 같은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선배라고 불러주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 정도로 냉정할 수 있어?”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할수 없지 뭐. 네가 날 한두 번 죽이려고 했어? 그러고도 너를 잘해달라고? 내가 뭐 바보야? 솔직히 말해서 용연옥에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여버렸어.”“역시나 김 세자님은 다르네.”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선배가 소문으로만 듣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맞아?”“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김예훈이 냉랭하게 물었다.“난 잘 모르겠어.”김청미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김현민이야말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했어. 곧 대한민국 9대 국방부 총사령관직을 맡게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김예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무슨 자격으로?”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은
추하린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김서하, 김청미, 김병욱 등을 차례대로 쳐다보았다.자기 능력으로는 진주·밀양 용전을 접수하고 진주·밀양에서 한 획을 긋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밖에도 자기가 일어서면 추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제일 잘나가는 명문가로 될수있는 기회인 것도 알고 있었다.성공하면 추씨 가문의 일등 공신이고, 실패하면 추씨 가문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원흉이기도 했다.추씨 가문의 미래가 어떨지는 그녀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었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요. 저희 아버지는 이 바닥을 벗어나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셨는데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추씨 가문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저도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김예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지금부터 추하린 씨가 진주·밀양 용전의 전주를 맡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의견 없으시죠?”...밀양 국제공항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밀양 기관에서는 이 사건의 진범이 진두준이라는 공고를 낸 것도 모자라 200억 원을 들여 국제 수배령을 내리기도 했다.용전, 용문당, 홍성에서도 상금을 추가하는 바람에 진두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배자가 되고 말았다.진주·밀양 용전은 오늘부로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이 사건의 최대책임자인 김청미는 용연욕에 끌려가 심층 심문을 받게 되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경황이 있는지 더 확인해 보려는 의도였다.이번 사건으로 용전에서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다음 날 아침, 진주 빅토리아 항구 5성급 호텔에서 자고 있던 김예훈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로비로 내려갔을 때, 오래 기다리고 있던 장덕수를 만나게 되었다.“어르신.”김예훈은 용연옥 옥주인 장덕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컸다.어제저녁 용인주, 하은우, 박인철 등은 급한 사정이 있어 밤을
“김 회장님께서 진주와 밀양의 중요성을 알고 계신다면 외부인은 관리하기 어려운 곳인 것도 아실 텐데요? 진주·밀양 용전의 독자적 운영과 고위층 퇴임은 약속드릴 수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 관리자가 진주·밀양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김 회장님께서 약속하신다면 저 또한 약속을 지켜드리죠. 하지만 김 회장님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없었던 일로 합시다. 용문당에서는 저희 용전에 복수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늘 우아함을 지키고 있던 김서하는 순간 자기편을 들어주는 성격이 드러나고 말았다.보여주는 태도를 봐도 어느정도 선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보였다.김서하의 뜻을 알아차린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진주와 밀양은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었다.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과 용문당 간의 단결을 위해 대가를 치르겠다고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재미있는 요구를 내놓을 줄 몰랐다.진주·밀양 상류인사 중에서 용전을 진압할 만한 사람 중에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없었다.대부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거나 그 가문과 밀접히 연관된 사람이었다.간단히 말해서 김예훈이 김서하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 누구를 관리자로 선택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안동 김씨 가문의 손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김서하는 양보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강경하게 보여주었다.이에 용인주, 장덕수 등은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잘 따져보면 김예훈이 직접 진주·밀양 용전의 수장을 맡기에는 어려웠다.외부인으로서는 진주·밀양에 발붙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어디 가서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김서하를 향해 피식 웃었다.“사모님께서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는데 제가 어떻게 사모님 조건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후보자를 용전에서 직접 뽑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김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김 회장님께서 직접 뽑는 거죠.”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청미, 김병욱과 곽영현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제가 마침 소식을 듣고 진주로 왔기 다행이지 하마터면 용문당의 기둥인 김 회장님이 용전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유사한 사건이 얼마나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수 없어요. 용전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전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다고요.”김청미가 죄를 인정하면서 용인주, 장덕수, 하은우는 하나둘씩 용전에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용문당, 용연옥, 용의 부대의 절대다수의 힘은 국내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 감시하고, 서로 다툼없이 평화롭게 지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질 리가 없었다.하지만 대외적인 업무를 맡은 용전은 최근 몇 년 동안 놀라운 발전을 보였기 때문에 차마 간섭할 방법이 없었다.오늘 이 사건을 빌미로 용전을 대대적으로 수색하자는 것도 어쩌면 대한민국 고위층의 뜻일 수도 있었다.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태양혈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그녀는 각 대표들의 발언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여러분, 김청미 씨가 잘못한 것도 사실이고, 용전도 책임을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다들 정의로운 척하지 말고 뭘 원하시는지 한번 말씀해 보시죠?”장덕수와 하은우가 힐끔 쳐다보자 용인주가 말했다.“저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김 회장님께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용인주를 힐끔 쳐다보았다.‘내가 이 기회를 빌어 용전을 손봐주고 싶어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김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김 회장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가요? 혹은 저희가 어떻게 보상해 드리면 좋을까요?”김예훈이 김서하를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부족한 것이 없어서 보상은 필요 없습니다. 괜히 정의로운 척하기도 싫고요. 용전이 대외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고 있는지는 몰라도 오늘부로 진주·밀양 용전은 용전 본부에서 계속 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하고, 모든 고위직은 자리에서
‘큰 죄를 지었습니다?’간단하기 그지없는 말에 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 용문당 대표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김예훈마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힐끔 쳐다볼 정도였다.사실 그녀가 쉽게 잘못을 인정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김씨 가문 사걸 중에세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이렇게 쉽게 잘못을 인정하다니.’“김예훈 씨는 경기도에 있을 때 저희 김씨 가문을 풍비박산 내버리고 진주까지 쫓아냈기 때문에 죽도록 미웠습니다. 그래서 진주에 오고부터 계속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성남에서 부산까지, 모두 저의 계획대로였죠. 김예훈 씨는 결국 제가 함정을 파놓은 진주와 밀양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 두 번이나 암살 작전에 나선 킬러 역시 저였고요. 그런데 운이 얼마나 좋은지 전부 다 비켜 가더라고요.”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밀양 국제공항 사건이 너무 크게 벌어진 바람에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김예훈 씨를 짓밟아 버리는 것이었어요. 1부터 100까지 전부 다 짜놓은 판에 발만 내디디면 총살감이었어요. 그런데 용문당 당주님께서 직접 진주에 와서 4자 대면까지 진행할 정도로 김예훈 씨를 아낄 줄 몰랐어요. 그리고 임현우 저 자식도 돈 받고 저를 배신할 줄 몰랐고요.”김청미는 씁쓸한 표정이었다.“정말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나 보네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요. 제가 용전을 먹칠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떠안겠습니다.”김예훈은 김청미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도도하기만 하던 그녀가 갑자기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고 해서 수상한 느낌이었다.김청미의 신분과 힘으로는 일을 이렇게 크게 벌였을 리가 없었다.간단히 말해서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김청미가 나서서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김청미 씨, 당신은 진주·밀양 용전 서열 2위로써 공권력을 남용한 것도 모자라 용문당 김 회장님까지 모함하려고 했어요. 용전을 먹칠한 것도 모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