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서가 나타났을 때, 김예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분위기로 보나, 외모로 보나 매력이 넘치는 것이 젊었을 때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았다.가장 매력적인 것은 눈썹 사이에 지울 수 없는 슬픔이 담겨있어 연민을 느끼게 했다.심지어 김예훈 같은 남자도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하지만 그는 이상한 감정을 억지로 누르고 민낯의 박연서를 쳐다보았다.추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사모님.”“하린이구나. 오랜만이네? 이렇게 많이 자랐어?”박연서는 추하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다 의아한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분은?”“사모님,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자 경기도 김 세자인 김예훈 도련님이세요.”추하린은 바로 김예훈의 신분을 밝혔다.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는 말에 박연서는 살짝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젊은 나이에 용문당 만 명 부대를 이끌 줄 몰랐던 것이다.하지만 경기도 김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있는 모양인지 김 세자라는 말에 멈칫하기도 했다.김 세자라는 호칭은 차분하기만 하던 박연서마저 유심히 살펴보게 했다.박연서가 김예훈을 살펴보는 동안, 김예훈도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이때 김예훈은 무언가 깨달았는지 갑자기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사모님, 어디 아픈 거 아니죠?”박연서는 멈칫하더니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구석에 있던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보디가드들도 따라서 표정이 굳어졌다.박연서는 항상 우울해 보이긴 해도 어디 아프다고 한 적은 없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 앞에서 감히 이런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그런데 만나자마자 어디 아프냐고 묻는 김예훈은 그저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으로 보였다.보디가드 대장이 가장 먼저 뛰쳐나와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눴다.“이런 제기랄. 사모님이 네가 함부로 모욕해도 되는 분인 줄 알아? 기껏 집에 들여서 차를 대접했더니 헛소리나 하고 있어. 죽고 싶어?”총을 마주하고도 김예훈은 여전히 담담한
두둥!김예훈이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모든 사람의 얼굴이 변하고 말았다.몇몇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보디가드들도 하나같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들은 앞으로 걸어 나와 김예훈의 이마에 총을 갖다 대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이런 제기랄. 도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우리 사모님과 김현민 도련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서 치료해 주겠다고 할수 있어? 얼마나 많은 의사가 속수무책이었는지 알아? 머리털도 제대로 안 자란 놈이 우리 사모님을 치료해 주겠다고? 어디서 잘난 척이야.”그는 김예훈이 박연서의 심리 질환을 알아채서 놀라운 모양이다.하지만 그래도 김예훈이 이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누군가 시켜서 일부러 박연서와 김현민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로 보였다.이곳이 피를 보면 안 되는 박연서의 휴양지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이 새끼가.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여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이라고. 이곳에서 헛소리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이나 해봤어? 눈치 있는 사람이면 얼른 사모님께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어떻게든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이순간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보디가드는 탑 장병급 실력자로 보였다.김예훈은 박연서의 보디가드마저 탑 장병급 실력자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박연서의 신분으로 탑 장병급 실력자를 보디가드로 들이는 것도 정상이었다.계속 기운을 모으는 중이던 보디가드는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이 사과하지 않거나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이때 김예훈은 총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팅.탑 장병급 실력자인 보디가드는 반응할 틈도 없이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고 총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그는 깜짝 놀라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이 전부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그리고 그가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전
박연서의 명령에 보디가드들은 잠시 망설이다 하나둘씩 주저하며 총을 내려놓았다.그들은 한편으로는 박연서의 안전을 지키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김 도련님이라고 하셨죠? 미안해요. 저희 윤후가 너무 충동적이었죠? 착한 아이예요. 저를 보호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이때 박연서가 표정이 좋지 않은 김윤후를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김윤후, 얼른 김 도련님께 사과해.”김윤후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외부인이 김 도련님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박연서는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있다면 있는 거야. 얼른 사과해!”김윤후는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어렵게 앞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김 도련님, 죄송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후 씨도 사모님을 보호하느라 그런거 알아요. 윤후 씨를 탓할 마음 없어요. 그런데 아랫사람으로서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는 성격이 좋아서 이대로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윤후 씨는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요.”원래 불만이 많았던 김윤후는 김예훈이 방금 자신을 쉽게 제압한 장면이 떠올라 눈꺼풀이 떨렸다.아무리 김예훈의 나이가 어려 보이고 사기꾼처럼 보인다고 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총격전에서 임수민을 구한 것도 모자라 박연서 앞에서 소신 있게 할 말을 다 하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사람인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최소한 진주·밀양에서 김현민 외에는 박연서 앞에서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젊은이는 없었기 때문이다.“아랫사람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도 있죠.”박연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제가 대신 사과의 말씀을 드릴게요.”“괜찮습니다.”김예훈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의 잘못도 있죠. 의사도 아니면서 치료해 드릴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믿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죠.”박연서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쳐다보면서 김예훈에게 앉으라
얼굴이 창백해진 박연서는 잠시 후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대단한 분이시네요. 김 도련님께서 알아차렸다면 굳이 저도 숨기지 않을게요. 10년 전 저한테 아들이 있었던 건 맞지만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이 세상을 떠났어요. 이것이 바로 저를 우울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죠. 그동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이 일을 언급한 적도 없는데 김 도련님께서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물을게요. 제 병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제 아들을 돌려주기라도 할 거예요?”박연서는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들이 다시 살아나야만 이 병이 나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아니면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제 요구만 들어주시면 그 병을 치료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박연서는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천천히 말했다.“제가 요구를 들어줬는데도 해결하지 못하면요?”“사모님께서 동의하기만 하면 무조건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제가 무슨 능력으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인 사모님을 속이겠어요. 아무튼 아무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인데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요?”박연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이 조건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요? 제가 김현민, 심지어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거나 다름없어요. 즉 이 세상과 등지는 거죠. 제 병을 치료해 줄 수 있다고 해서 제가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할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절대 후회하게 안 할 자신도 있고요.”박연서는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그 조건을 들어주긴 하겠지만 효과가 있는지부터 봐야겠어요. 제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아니면 며칠동안 먼저 조용히 쉬고 있을까요?”“필요 없어요.”김예훈은 고개를 흔들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박연서의 뺨을 때렸다.쨕!뺨
남해시, 정진 별장.오늘은 정씨 집안 어르신의 칠순 잔칫날이다.정씨 일가의 자손들은 각각 생신 예배를 올리며 일제히 "어르신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어르신은 상석에 앉아 얼굴이 붉히며 답했다."그래, 그래. 참으로 착한 아이들이구나. 오늘 이 할아버지의 기분이 몹시 좋아 너희들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겠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보거라!""할아버지, 바닷가 인근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싶어요, 고작 2억 원 남짓해요.""할아버지, 샤넬 한정판 백을 사주세요.""할아버지, BMW 스포츠카가 가지고 싶어요.""할아버지, 롤렉스 시계를 사고 싶어요.”"그래, 다 사주마!" 어르신은 시원시원하게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입을 연 손아랫사람들은 너무 기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싶었다.그때 문득 정 씨 집안의 데릴 사위로 들어온 김예훈은 앞으로 나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장을 볼 수 있게 전기 스쿠터 한 대 사주시면 안 될까요?"말이 끝나자 집안 분위기는 싸해졌고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여 멍하니 김예훈을 바라보았다.혹시 저 데릴사위가 미쳐버린 건가? 오늘이 어떤 날인데 별 볼 것 없는 데릴사위가 입을 열었다니?게다가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 김예훈은 아무런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도 선물을 달라고 하다니? 진정 원하는 것이 전기 스쿠터인지 아니면 어르신의 체면을 깎기 위함인지 의심이 들었다.3년 전, 정 씨 일가의 증조할아버지는 가난뱅이 차림을 한 김예훈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정민아를 그에게 시집보냈다.결국 결혼식 당일, 증조할아버지는 기뻐할 겨를도 없이 세상을 떠났고 그때부터 이 집안에서는 아무도 이 데릴사위를 존중하지 않았다.3년 동안 김예훈은 발 씻는 물을 가져오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요리를 해왔다,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살았다.김예훈이 오늘 전기 스쿠터를 사달라고 말한 것은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꺼낸 말이었다.어제 장을 보는 도중 스쿠터의 배터리를 누군가가
”YE 가문에서 온 문자이다.” 김예훈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YE 가문은 경기도의 유일한 명문가문이다, 경기도의 간판이었다. 김예훈은 집안의 장손이었다.3년 전 그는 혼자의 힘으로 아무것도 아니던 YE 가문을 최정상으로 이끌기도 했었고 맨손으로 Q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그러나 그가 가문을 전국 10대 명문가의 서열로 다가갈 즈음, YE 가문 내부의 누군가가 김예훈을 공격했다.김예훈은 족보에서 바로 제명되었고, 그의 부모님도 강원도 직접 파견되어 소위 말하는 인수 계획을 수행하게 되었지만 실상은 부모님들의 소식은 끊겨버렸고 속세와 단절되었다. 3년 전 YE 집안을 나왔을 때 김예훈은 무일푼 신세였고 중상을 입었다. 그때 정 씨의 증조할아버지가 그에게 호의를 베풀면서 그를 거두어주었고 데릴사위로 삼았다, 덕분에 김예훈은 길거리에서 죽지 않았던 것이었다.하지만 정민아와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부부라는 허울뿐인 부부였다.정씨 일가가 대외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지 않았더라면 김예훈이 서재에서 잠자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시간은 이미 3년이 지났지만, 모든 것이 어제처럼 생생했다.김예훈은 자신이 이미 이런 생활에 익숙해졌다, 데릴 사위의 신분으로 정민아의 남편으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느꼈다.그리고 김예훈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정민아라는 여자가 너무 훌륭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3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김예훈은 자신이 이미 그녀를 구제불능으로 사랑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에 또 한 통의 문자가 왔다."큰 도련님, YE 가문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면초가입니다, 도련님께서 직접 만든 Q 그룹의 자금줄이 끊어져 파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제발 도와주세요! 그때 맨손으로 Q 그룹을 만들었으니 이번에도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가문은 당신이 돌아와서 대세를 장악해야 합니다. 당신이 없으면 가문은 망합니다!"바로 그때,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낯선 국제
30분 후, 김예훈은 정민아의 회사 정문 앞에 도착했다.그가 막 정문을 들어서려 할 때 경비원이 갑자기 삼단봉으로 김예훈을 막으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특히 몰골이 거지 같은 사람은 안됩니다.”라고 차갑게 말했다.김예훈은 일어나자마자 씻지 않고 구멍이 몇 개 뚫린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정말 거지와 비슷해 보였다.김예훈은 오히려 익숙한지 "경비원 형님, 제 아내에게 서류를 가져다주러 왔습니다."라고 웃기만 했다.경비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한테 마누라가 있다고요? 청소부 아주머니, 주방일 하는 이 아주머니?”“제 아내는 정민아입니다.”그 경비원은 흠칫거리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었군요, 정 씨 일가의 데릴 사위가. 하하하하.”김예훈은 자신의 명성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자, 서류 저한테 주세요, 정 대표님이 서류는 제가 대신 받으라고 하셨습니다.""안됩니다." 김예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처제가 이 서류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내가 직접 아내에게 넘겨야 할 거 같아요. 죄송하지만,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너!" 경비원은 김예훈을 가리키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건가? 정 씨 일가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모르는 건가? 게다가 이런 모습으로 회사에 출입을 한다면 회사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 뻔했다.두 사람이 말을 하는 동안 뒤에서 갑자기 엔진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BMW 5시리즈 한 대가 김예훈의 스쿠터 옆에 멈추더니 박동훈이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안녕하세요! 박대표님." 경비원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박동훈에게 인사를 건넸다.박동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박 대표님, 이쪽으로 드시죠, 정 대표님께서 사무실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박동훈은 김예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회사 로비로 들어갔다.김예훈이 막 따라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은 삼단봉을 들어
"해명?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죠?"김예훈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민아는 내 아내입니다. 민아한테서 떨어지세요, 썸은 다른 사람이랑 타세요!”"내 아내가 장미를 좋아하면 내가 사주면 됩니다, 당신이 나설 이유 없습니다.”"민아가 이렇게 예쁜데, 당신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오늘 밤 프라하의 장미를 선물하면 됩니다.”"그 장미가 얼마인 줄 알고 하는 소리입니까? 프라하 장미는 한 송이에 천만 원인데, 당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어젯밤에 어르신한테 전기 스쿠터 한 대 사달라고 했다면서요? 너 같은 버러지의 장기를 팔아도 한 송이 못 살 겁니다, 허세 부리지 마세요.”박동훈의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 그는 YE 투자회사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 그런데 데릴사위 주제에 자기에게 훈계질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김예훈이 감히 꽃을 짓밟고 자신의 여신을 엘리베이터로 끌고 들어갔다는 것이다.박동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민아 씨, 9억 원 투자를 원하셨죠?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고 말했다."뭐라고요?" 정민아가 의아해했다.박동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민아 씨, 회사에 9억의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마침 내 손에 프로젝트 자금이 있어서 투자할 수 있어요. 당신이 저와 점심 식사를 같이 해준다면 회사에 투자해 드리죠.” "진심이세요?" 정민아는 무의식으로 김예훈의 손을 놓았다, 그녀의 회사는 정말 이 자금이 필요했다."약속드리죠.”"그래요." 정민아는 잠시 고민을 하다 답했다.어쨌든 이 자금이 없다면 그녀의 회사는 아마 파산할 것이다."민아 씨, 가시죠. 프로젝트도 토론해 보고 점심도 어디서 먹을지…" 박동훈은 매너 있게 입을 열었다."여보! 당신은 저 자와 함께 갈 수 없어!" 정민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예훈은 박동훈을 노려보며 얼굴을 굳혔다. “박동훈 씨, 경고하는데 내 아내한테서 떨어지세요!”"허, 이 일을 데릴 사위가 왈가불가 할수 있다고 보는 겁니까?”"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만으
얼굴이 창백해진 박연서는 잠시 후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대단한 분이시네요. 김 도련님께서 알아차렸다면 굳이 저도 숨기지 않을게요. 10년 전 저한테 아들이 있었던 건 맞지만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이 세상을 떠났어요. 이것이 바로 저를 우울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죠. 그동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이 일을 언급한 적도 없는데 김 도련님께서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물을게요. 제 병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제 아들을 돌려주기라도 할 거예요?”박연서는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들이 다시 살아나야만 이 병이 나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아니면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제 요구만 들어주시면 그 병을 치료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박연서는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천천히 말했다.“제가 요구를 들어줬는데도 해결하지 못하면요?”“사모님께서 동의하기만 하면 무조건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제가 무슨 능력으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인 사모님을 속이겠어요. 아무튼 아무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인데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요?”박연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이 조건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요? 제가 김현민, 심지어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거나 다름없어요. 즉 이 세상과 등지는 거죠. 제 병을 치료해 줄 수 있다고 해서 제가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할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절대 후회하게 안 할 자신도 있고요.”박연서는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그 조건을 들어주긴 하겠지만 효과가 있는지부터 봐야겠어요. 제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아니면 며칠동안 먼저 조용히 쉬고 있을까요?”“필요 없어요.”김예훈은 고개를 흔들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박연서의 뺨을 때렸다.쨕!뺨
박연서의 명령에 보디가드들은 잠시 망설이다 하나둘씩 주저하며 총을 내려놓았다.그들은 한편으로는 박연서의 안전을 지키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김 도련님이라고 하셨죠? 미안해요. 저희 윤후가 너무 충동적이었죠? 착한 아이예요. 저를 보호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이때 박연서가 표정이 좋지 않은 김윤후를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김윤후, 얼른 김 도련님께 사과해.”김윤후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외부인이 김 도련님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박연서는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있다면 있는 거야. 얼른 사과해!”김윤후는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어렵게 앞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김 도련님, 죄송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후 씨도 사모님을 보호하느라 그런거 알아요. 윤후 씨를 탓할 마음 없어요. 그런데 아랫사람으로서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는 성격이 좋아서 이대로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윤후 씨는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요.”원래 불만이 많았던 김윤후는 김예훈이 방금 자신을 쉽게 제압한 장면이 떠올라 눈꺼풀이 떨렸다.아무리 김예훈의 나이가 어려 보이고 사기꾼처럼 보인다고 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총격전에서 임수민을 구한 것도 모자라 박연서 앞에서 소신 있게 할 말을 다 하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사람인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최소한 진주·밀양에서 김현민 외에는 박연서 앞에서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젊은이는 없었기 때문이다.“아랫사람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도 있죠.”박연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제가 대신 사과의 말씀을 드릴게요.”“괜찮습니다.”김예훈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의 잘못도 있죠. 의사도 아니면서 치료해 드릴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믿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죠.”박연서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쳐다보면서 김예훈에게 앉으라
두둥!김예훈이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모든 사람의 얼굴이 변하고 말았다.몇몇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보디가드들도 하나같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들은 앞으로 걸어 나와 김예훈의 이마에 총을 갖다 대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이런 제기랄. 도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우리 사모님과 김현민 도련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서 치료해 주겠다고 할수 있어? 얼마나 많은 의사가 속수무책이었는지 알아? 머리털도 제대로 안 자란 놈이 우리 사모님을 치료해 주겠다고? 어디서 잘난 척이야.”그는 김예훈이 박연서의 심리 질환을 알아채서 놀라운 모양이다.하지만 그래도 김예훈이 이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누군가 시켜서 일부러 박연서와 김현민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로 보였다.이곳이 피를 보면 안 되는 박연서의 휴양지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이 새끼가.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여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이라고. 이곳에서 헛소리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이나 해봤어? 눈치 있는 사람이면 얼른 사모님께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어떻게든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이순간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보디가드는 탑 장병급 실력자로 보였다.김예훈은 박연서의 보디가드마저 탑 장병급 실력자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박연서의 신분으로 탑 장병급 실력자를 보디가드로 들이는 것도 정상이었다.계속 기운을 모으는 중이던 보디가드는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이 사과하지 않거나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이때 김예훈은 총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팅.탑 장병급 실력자인 보디가드는 반응할 틈도 없이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고 총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그는 깜짝 놀라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이 전부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그리고 그가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전
박연서가 나타났을 때, 김예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분위기로 보나, 외모로 보나 매력이 넘치는 것이 젊었을 때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았다.가장 매력적인 것은 눈썹 사이에 지울 수 없는 슬픔이 담겨있어 연민을 느끼게 했다.심지어 김예훈 같은 남자도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하지만 그는 이상한 감정을 억지로 누르고 민낯의 박연서를 쳐다보았다.추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사모님.”“하린이구나. 오랜만이네? 이렇게 많이 자랐어?”박연서는 추하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다 의아한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분은?”“사모님,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자 경기도 김 세자인 김예훈 도련님이세요.”추하린은 바로 김예훈의 신분을 밝혔다.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는 말에 박연서는 살짝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젊은 나이에 용문당 만 명 부대를 이끌 줄 몰랐던 것이다.하지만 경기도 김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있는 모양인지 김 세자라는 말에 멈칫하기도 했다.김 세자라는 호칭은 차분하기만 하던 박연서마저 유심히 살펴보게 했다.박연서가 김예훈을 살펴보는 동안, 김예훈도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이때 김예훈은 무언가 깨달았는지 갑자기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사모님, 어디 아픈 거 아니죠?”박연서는 멈칫하더니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구석에 있던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보디가드들도 따라서 표정이 굳어졌다.박연서는 항상 우울해 보이긴 해도 어디 아프다고 한 적은 없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 앞에서 감히 이런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그런데 만나자마자 어디 아프냐고 묻는 김예훈은 그저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으로 보였다.보디가드 대장이 가장 먼저 뛰쳐나와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눴다.“이런 제기랄. 사모님이 네가 함부로 모욕해도 되는 분인 줄 알아? 기껏 집에 들여서 차를 대접했더니 헛소리나 하고 있어. 죽고 싶어?”총을 마주하고도 김예훈은 여전히 담담한
김예훈은 잠깐 생각하다 추하린을 향해 손짓했다.그는 직접 의식을 잃은 임수민을 운전석에서 끌어내렸고, 추하린은 트렁크에서 구급상자를 꺼냈다.충격받은 임수민의 몸에는 타박상밖에 없었기에 응급처치 과정도 순조로웠다. 추하린이 그녀에게 아드레날린 주사를 놔주자 조금씩 의식을 되찾기 시작했다.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김예훈과 추하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녀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어 보였다.김예훈은 피식 웃을 뿐 아무 말 없이 앞에 있는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을 바라보았다.이곳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인 박연서의 휴양지라 순간 그녀의 보디가드들이 총을 쥐고 달려왔다.문도 부서지고,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보디가드들이 빨리 모이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였다.“움직이지 마.”“누구야.”“도대체 무슨 일이야.”앞장선 안동 김씨 가문 보디가드가 이미 총알을 장전한 채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김예훈과 추하린을 주시했다.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추하린이 앞으로 나서면서 신분을 밝혔다.“저는 진주·밀양 용전의 전주, 추하린이라고 해요.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은 박연서 씨를 믿고 따르는 임수민 씨고요. 아까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길래 지나가는 김에 구해준 거예요.”추하린은 불필요한 말은 생략하고 중요한 말만 했다.이에 안동 김씨 가문의 보디가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우리 사모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쫓기고 있었다고? 그걸 진주·밀양 용전 전주가 구해줬다고? 이런 우연이. 드라마도 이렇게 못 찍겠는데?’...10분 뒤, 김예훈과 추하린은 호화로운 복고풍의 거실에 앉아있었다.추하린은 박연서의 신분 때문에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진주·밀양에서의 지위는 그야말로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진주·밀양에서 그녀보다 신분 높은 사람은 아마도 안동 김씨 가문의 큰 어르신과 오륜 사찰의 오륜 승려뿐일 것이다.이밖에는 그녀보다 신분 높고 능력 있는 사람이 없었다.아무튼 아무도 가볍
총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포르쉐 차량에는 총알 자국이 가득했다.하지만 총알은 모두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임수민을 맞히지는 못했다.임수민은 경험이 부족하여 이상한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운이 좋다고만 생각했다.퍽.바로 이때, 녹색 토요타 차량이 측면 도로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튀어나와 세워져 있던 토요타 차량을 뒤에서 박았다.퍽.토요타 차량은 즉시 튕겨 나가 몇 바퀴 굴러서야 중심을 잡았다. 안에 있던 총잡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퍽. 퍽. 퍽.이어 토요타 차량이 연이어 날아가고, 그중 한대는 전복되기까지 했다.검은 마스크를 쓴 한 총잡이가 차에서 기어 나왔을 때, 차량은 그대로 폭발하고 말았다.김만태도 얼굴에 유리 조각이 가득한 채로 차에서 기어나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분위기가 맴돌기 시작하면서, 마치 그는 모든 것을 예상한 듯했다.토요타 프라도 운전석에 앉아있는 추하린과 조수석에 앉아있는 김예훈을 보는 순간 김만태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그는 김예훈을 향해 죽여버리겠다는 제스처를 하고서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현장에는 번호판도 없는 토요타 차량 두 대만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바닥에 있는 총알구멍과 탄피 덕분에 이곳은 할리우드 영화 촬영 현장과도 같았다....김예훈은 이상한 메시지를 받자마자 공진해에게 출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공진해의 능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10분도 안 되어 상대방이 길가의 노점에서 핸드폰을 방금 구매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어 공진해는 바로 그곳 CCTV를 추적했고, 구매자의 얼굴은 낯설었지만 차 번호를 보아하니 김병욱과 연관 있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결국 문자를 보낸 사람이 김병욱인 것을 확인한 김예훈은 그가 다른 사람에게 허리를 굽신거리기 싫어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에 앉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런 일을 꾸민 것도 박연서를 이용해 김현민을 방해하고 싶었던 것이다.김예훈과 김현민이 서로 물고
이 시각, 진주 고속도로에는 포르쉐 718 한대가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운전자는 바로 옥루회관의 임수민이었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한 채 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옥루회관에 수년간 잠복해 있던 그녀의 임무는 바로 박연서를 위해 정보를 염탐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조금 전, 우연히 김서하와 김현민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현민아, 너도 이제 곧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에 앉을 날이 머지않았네. 박연서가 어르신 생신날 너를 아들로 들이면 그 집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너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되는 건 어렵지 않을거야. 물론 일이 성사되면 제일 먼저 박연서를 죽여야겠지. 너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만약에 다른 남자가 생기면 네 자리를 대체할지도 몰라.”임수민은 겁에 질려 옆에 있던 꽃병을 깨뜨리면서 신분이 폭로되고 말았다.이제 곧 그녀를 죽이려고 누군가 쫓아올 것이 뻔했다.임수민은 다른 걸 신경쓸 새도 없이 포르쉐 718을 운전해서 박연서가 있는 해변 별장으로 향했다.우연히 파격적인 소식을 들은 임수민은 이 소식을 박연서에게 전달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어느새 뒤쪽에 토요타 몇 대가 따라붙기 시작했고, 속도가 빨라서 곧 따라잡힐 것만 같았다.백미러를 통해 상대방의 잘생긴 얼굴을 확인한 임수민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그는 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만태였기 때문이다.그 역시 경기도 김씨 가문 4걸 중의 한 명으로 진주에서 워낙 겸손하게 지낸 덕에 김현민이 가장 믿는 사람 중의 한명이기도 했다.김만태를 보자 임수민은 방금 들은 것이 모두 사실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 순간 그녀는 빠른 속도로 진주·밀양 별장으로 달리고 있었다.뒤쪽 토요타 차량을 타고 있는 김만태는 여유롭게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다.임수민의 운전 실력이 별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까이 붙어 압박하는 대신 담배까지 입에 물고 천천히 따라붙었다.그저 임수민이 다른 곳
진주 태산 남씨 가문 별장.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는 곽영현과 남지훈의 안색은 너무나도 안 좋았다.그들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차를 마시고 있는 김병욱이 있었기 때문이다.김병욱은 새 번호로 문자 한 통을 보내고 나서 곽영현과 남지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두 분, 같은 진주 4대 도련님으로서 제가 방금 말씀드린 거래에 참여하실 건가요? 만약 참여하실 거라면 오늘부터 저희는 한편이 되는 것이고, 제가 수장 자리에 앉게 된다면 두 분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런데 만약 참여하지 않는다면 김현민 도련님께 두 사람이 배신하려 했다고 할 거예요.”아까 김예훈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로 김병욱이었다.이 말을 들은 곽영현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오랜 침묵 끝에 차갑게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으로 저희를 협박하려고요? 김병욱 씨, 정신이 나간 거 아니에요?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김현민 도련님이 당신 말을 믿어줄 것 같아요? 당신은 김현민 도련님이 기르고 있는 개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거 몰라서 그래요? 오랜 세월을 형제처럼 지내온 저희가 기르던 개 한 마리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되려고 한다면 김현민 도련님이 당신을 바로 한 대 쳐서 죽여버리려고 하지 않을까요?”김병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하는데요. 4대 도련님이라는 신분도 김현민 도련님이 저에게 준건데 도련님을 떠나면 제가 무슨 자격으로 수장 자리에 오르겠어요. 그래서 도련님은 당신들 말을 믿지 않을 거예요. 반대로 저한테 동영상이 하나 있는데 다 보고 나서도 지금처럼 태연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말하는 사이 김병욱은 핸드폰을 꺼내 이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남자 대장부는 맨날 다른 사람 밑에 있으면 안 돼.”화면 속 곽영현은 패기가 넘치고 거만한 표정으로 힘차게 말하고 있었다.흐뭇하게 보는 김병욱과는 달리 곽영현과 남지훈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몰래 촬영하다니!’“말해보세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곽영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왜 그분이 먼저 다가오지 않고 저희가 접근해야 하는데요? 저 대신 쪽지를 건네주세요. 경기도 김 세자, 김예훈이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요.”김예훈의 확신에 찬 표정에 추하린은 멈칫하다 결국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김 도련님, 저는 왜 이런 중요한 시점에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이 다가오는데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이 박연서 사모님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데요. 생신날 박연서 사모님이 김현민을 아들로 받아들이겠다고 선포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집을 나서지 못 가게 할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려고 하는 건 엄연히 안동 김씨 가문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저희가 가만히 있다고 해도 김현민이 저희를 가만히 내버려 둘 것도 아니잖아요. 생신날이 다가오는 관계로 어쩌면 김현민이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수장 자리에 앉는 순간 저를 죽이기 위해 반드시 최선을 다할 거예요.”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김예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추하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김 도련님 뜻은...”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경기도 김씨 가문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소속인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경기도 김 세자로서 진주·밀양에 온 지도 오란데 수장님 부인께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요.”“이상하진 않죠.”추하린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김현민이 골치가 아프겠네요.”추하린이 김현민을 위해 기도할 정도였다.김예훈은 사실 안동 김씨 가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김현민이 자꾸만 건드려서 적극적으로 나설 욕구가 생긴 것이다.게다가 김현민은 김예훈과 박연서가 만난다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사실 추하린도 경기도 김 세자와 안동 김씨 가문이 어느 정도 연관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골치 아프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