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자는 임씨, 나씨, 손씨, 윤씨 가문이 모두 3년 전 사건과 연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김세자가 다시 돌아왔으니 네 가문은 앞으로 두 발 뻗고 잠들 수 없을 것이다....성남 명월호수, 이곳은 풍경이 뛰어난 관광지였다. 그러나 이곳의 중심은 이미 몇 년 전 누군가의 개인 장소가 되었다. 주변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흩어져 이곳의 안전을 엄호하고 있었다. 게다가 몸을 숨긴 스나이퍼들이 이곳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가끔씩 빨간 점이 이곳을 훑고 지나갔다.오늘 이 구역은 철저히 봉쇄되었다. 대외적으로 공사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이곳을 전세 냈다.관광지 주변에 특수한 장비를 설치해 이곳은 신호가 없었고 전화를 할 수도 받을 수도 없었다.이때, 관광지 중심에 위치한 작은 섬에 네 노자가 마주한 채 앉아있었다. 그들 뒤엔 젊은이들이 서 있었다. 네 노자 중 한 명은 임옥희였다.경기도에서 3번째로 힘이 센 임무경도 서 있었으니 나머지 세 노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각각 나씨, 손씨와 윤씨 가문의 회장님들이었다.성남에 원래 6개의 1류 가문이 있었지만 복씨 가문은 이미 망하고 선우 가문은 자기 코가 석자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성남의 꼭대기인 김씨 가문이 해산된 상황에서 지금 이 4대 가문이 성남의 권세를 대표하고 있었다.특히 나씨, 윤씨와 손씨 가문은 진정 실력이 뛰어난 가문이라 관직 가문인 임씨 가문과는 좀 달랐다. 간단히 말하면 임씨 가문이 4대 가문 중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였다.원래 네 가문 모두 김씨 가문의 큰 어르신인 이일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었지만 이일매가 떠난 지금 김만태가 자리를 주도하고 있었다. 네 어르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으니 말이다.그러나 김만태는 자리에 앉지 않고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그는 김씨 가문 사걸 중 한명이었다. 예전에 김병욱한테 밀려 머리를 들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김만철과 달리 그는 김예훈한테 경쟁
이때, 김만태의 낚싯대가 보일 듯 말 듯 움직였다. 그가 낚싯대를 힘껏 잡아당기자 커다란 몸집의 돔이 높게 날아 언덕으로 떨어졌다. 돔은 펄떡이며 살려고 애를 썼다. 네 가문의 회장님은 이 광경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김만태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펄떡이는 물고기를 바라봤다. 돔의 숨이 완전히 끊기고 나서야 낚싯대를 내려놓고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여러분, 근래 성남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에 임옥희가 가장 먼저 의혹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제가 오히려 만태 도련님한테 묻고 싶습니다. 왜 모두들 김씨 가문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거죠? 김씨 가문의 모든 자산이 CY그룹으로 넘겨졌다는 게 사실인가요?”김만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냥 힘에서 밀렸을 뿐이죠. 그냥 그 사람한테 조그만 양의 물건을 뺏긴 거죠. 하지만 우리가 얻은 정보에 비하면 잃어버린 자산이 많지는 않아요.”임옥희가 눈살을 찌푸렸다.“만태 도련님, 3년 전의 김세자는 진정한 강자였을지 몰라도 오늘날 우리와 겨룰 자격은 없죠!”“인맥.”김만태가 담담하게 말했다.“이 세상에서 가장 이용하기 좋은 게 인맥 아닙니까? 어떨 때 보면 권력보다 더 쓸모있는 게 인맥 같아요.”이에 임옥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럼 저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김세자가 인맥으로 이일매를 쫓아낸 거라면 4대 가문도 그와 겨룰 힘은 없었다.이에 김만태가 대꾸했다.“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만 한번의 패배로 뭘 결정할 수는 없어요. 지금 배후에서 이 모든 걸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김씨 가문의 큰 어르신이란 걸 잊지 마세요.”이에 네 회장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이일매가 보여준 게 빙산의 일각이라면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은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김씨 가문은 심지어 성남에 보유하고 있는 대량의 재산을 기꺼이 포기했다. 4대 가문의 회장님들은 그만한 담력이 없었다.김만태가 말을 이어갔다.“그분이 이번에 등용한 인맥
네 회장의 안색이 어두웠다.이를 보며 김만태가 씩 웃었다.“네 분이 이렇게 진지한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진짜 걱정이 많은가 봐요.”이에 윤해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만태 도련님, 약속한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많습니다.”손장건도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경기도에 있은 시간만 해도 얼맙니까? 김세자가 아니라 염라대왕이 온다고 해도 저희 털끝도 건드릴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만태 도련님이 뒤를 봐주고 계시니 마음이 어느 정도 놓입니다.”나성군도 질세라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김세자가 아무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를 공격했다면 꼼짝없이 무너지겠지만 지금 미리 알게 되었으니 쉽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저희 네 가문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그들은 김세자와 맞설 자신이 있는 듯했다. 비록 4대 가문 중 그 누구도 과거의 김씨 가문과 비할 수 없었지만 네 가문이 힘을 합치면 경기도에서 그들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이때, 임옥희가 미소를 지었다.“여러분, 김세자가 우리를 당해낼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한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먼저 김세자부터 없애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김만태 도련님 근심도 없어질 거고 우리도 맘 편히 지낼 수 있게 되지 않습니까?”임옥희의 말에 나머지 세 회장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의 말에 다른 뜻이 담겨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바로 김씨 가문이 경기도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김세자를 무너뜨리고 그의 재산을 똑같이 분할하려는 것이다. 비록 네 가문 모두 이일매의 지시에 따르긴 했지만 이건 천재일우의 기회 아닌가! 이번 기회에 네 가문 모두 최상급 가문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김만태는 임옥희의 뜻을 바로 알아채고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 김씨 가문이 경기도에서 물러난 이상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경기도를 네 분한테 맡기면 저희 집 큰 어르신도 마음이 놓일 겁니다. 이 일이 잘 마무리되면 저도 금릉으로
나머지 세 회장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윤해진은 바로 화두를 돌리며 짐짓 엄숙하게 말했다.“제가 며칠 전에 들은 바로는 당도 부대의 총사령관이 당도 부대의 시험장에 나타났대요. 저희가 현장에 없었던 게 아쉽기만 하네요.”나성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이일매가 경기도를 떠난 지금 우리도 우리의 앞날을 걱정해야 합니다. 총사령관이 우리의 편이 될 수 있다면 김세자 따위는 두렵지도 않습니다.”손장건도 한마디 거들었다.“그러니깐요. 김세자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비즈니스계의 거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총사령관은 살아있는 전설이죠! 나중에 우리 나라 국방부장이 될 지도 몰라요. 어떤 힘을 갖게 될 지 모른다는 얘기죠.”그의 말에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근데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울 뿐입니다. 다른 건 고사하고 그냥 만나보는 것도 영광인데...”임옥희가 탄식하며 말했다.동시에 그녀는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그 살아있는 전설이 그녀의 손녀 사위가 된다면 경기도에서 그녀를 괴롭힐 수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이때, 임무경이 마른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여러분, 이런 말을 해도 될 지 모르겠는데요.”“응? 총사령관이랑 연관 있어? 얼른 말해 봐!”모두의 눈길이 임무경한테로 향했다.임무경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훑어봤다.“제가 들은 소식에 의하면 9대 국방부가 근래 방어 임무를 서로 교환한답니다. 강남 국방부 총사령관이 경기도 국방부랑 교대할 거라 했습니다. 때가 되면 성대한 의식이 열릴 거고 경기도 국방부 총사령관도 분명히 초대받을 것입니다. 고위 관직과 국방부 외에 비즈니스계의 거물들도 초대한다고 하던데, 여러분들 실력으로 의식에 참석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그럼 이번 기회에 총사령관을 한번 뵐 수 있겠네!”회장님들은 설렜다.나성군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총사령관이 부대를 이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강대한 글로벌 그
회장들은 투닥거리다가 깔깔 웃었다. 모두 장난치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잠시 후, 나성군이 손짓하자 부하가 자료 한 아름을 안고 나타났고 다른 사람한테 나누어 줬다. 3일 후, 김씨 가무의 모든 프로젝트와 자산이 CY그룹한테로 넘어간다는 계약서였다. 그리고 그날 성대한 의식이 열릴 것이다.“여러분, 이 일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얘기를 나눠보죠.”이에 윤해진이 대꾸했다.“그럴 필요없이 김세자와 만나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만약 김세자 실력이 3년 전과 같다면 바로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만약 3년 전보다 강해졌다면 대책을 마련해야죠.”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김씨 가문이 무너진 이상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 그들을 짓밟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지금 4대 가문은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4대 가문뿐만 아니라 정민아도 CY그룹이 김씨 가문을 삼킬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김세자가 김씨 큰 어르신 잔치에 귀인들과 나타나 김씨 큰 어르신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협박했다고 했어. 그래서 김세자라는 사람도 인맥의 힘을 빌려야 자기 물건을 돌려받을 수 있구나 생각했어.”정민아가 감탄했다.이에 김예훈이 눈살을 찌푸렸다.“소문이 그렇게 돌았어?”“소문이야 무성하지. 뭐 김세자가 우리 나라 우두머리의 사생아라고 해. 심지어 김세자가 우리 나라에서 꽤나 힘이 센 여자의 남자가 되어 복수한다나...”김예훈이 고개를 저었다.“내가 들은 바로 김세자가 자기 힘으로 상황을 뒤집었다고 하던데? 김씨 큰 어르신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김씨 가문은 끝났을 거래.”이에 정민아가 피식 웃었다.“나도 들었어. 하지만 그건 현실적이지 않아. 김세자도 사람인데... 배후에 아무런 힘도 없이 혼자 경기도의 김씨 가문을 뒤집었? 말도 안 돼.”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민아는 무엇보다 김세자의 연애에 관심이 많았다.“그 여자가 40이 넘었다고 하던데, 김세자는 서른도 되지
“뭐야? 김세자가 한 명만 바라본다고?”정민아는 궁금한 듯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한 명이 엄청 중요하다고 했어.”“네가 김세자에 대해 그렇게 잘 알아?”정민아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리고 다시는 네가 김세자라는 말은 하지 마. 절대 믿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하지만 김세자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으니까 3일 후 의식에 참석할 거지?”정민아가 초대장을 내밀며 말했다. CY그룹이 산하 그룹에 보낸 초대장이었다.정민아는 참석하고 싶었지만 요즘 정씨 가문을 떠날 일 때문에 너무 바빴다. 그러나 의식엔 꼭 참석해야 했기에 자기 대신 김예훈을 보내려고 했다.“그래, 한번 가볼게.”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남문호 부모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다. CY그룹한테 넘길 자산 중 3년 전 김예훈이 남문호의 도움으로 세운 Q그룹도 있었기 때문이다.이날 밤, 김예훈은 프리미엄 가든으로 가 남문호 부모한테 이 계획을 알렸다. 두 분의 삶은 예전에 비해 많이 부유해졌다. 두 사람은 김예훈의 얘기를 듣고 눈물을 보였다.김예훈은 두 분한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나중에 CY그룹의 지분으로 두 분한테 보상해드리고 싶었다....늦은 밤, 김예훈이 집에 도착했을 때 정군과 임은숙이 와 있었다. 정소현은 학교로 가 며칠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정군과 임은숙은 김예훈을 보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정군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예훈아, 마침 잘 왔어. 내일 우리 도와 일 하나만 처리해줘.”김예훈은 흠칫 놀랐다. 몇 년 동안 그가 부탁하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의아하긴 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정군이 말을 이어갔다.“우리 아내한테 사촌 동생이 한 명이 있는데 내일 해외에서 돌아올 거야. 반월만에 가서 놀고 싶다고 했는데 우리가 마침 일이 있지 뭐야. 너랑 민아가 가서 같이 가줘, 우리가 며칠 있다가 갈게.”김예훈은 먼저 정민아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정군과 임은숙은 집으로 돌아갔다
프리미엄 가든, 김예훈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반월만에 들를 거야.”“총사령관님, 영광입니다! 제가 마중하러 나갈까요?”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은 바로 거절했다.“아니야. 도착하면 전화할게.”“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송준이었다. 과거 당도 부대 경호팀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제대한 지 1년이 넘었다. 송준은 반월만에서 알아주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반월만에 갈 때마다 그한테 연락하는 게 먼저였다.다음날 이른 아침, 김예훈은 하은혜한테 콜택시를 부탁하지 않고 정민아의 차에 타 바로 반월만으로 향했다. 반월만은 성남의 항만으로 유람객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임은숙의 사촌 동생이 귀국한 후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반월만 호텔에 도착한 후 이들은 드디어 만났다.정민아의 사촌 이모의 이름은 장미순이었다. 비록 나이가 반백 살에 가까웠지만 패션이 젊은 사람에 못지않았다.그녀는 정민아를 보자마자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민아야, 진짜 오랜만이야! 부모님은 어디 계셔? 같이 오지 않았어?”“네, 잠시 볼일이 있어서 이틀 후에 올 거예요.”장미순은 미소를 지은 채 정민아를 보고 있었다.“볼일이 있는 게 아니라 부끄러워서 안 온 거 아니야? 뭐, 그럴 수도 있지. 우리 사위 유문석이 해외에서 박사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 대기업 팀장 자리까지 올랐잖아. 네 남편보다 훨씬 낫지. 우리 사위랑 자기 사위랑 비교될까 봐 창피해서 못 온 거 아니야? 부모님한테 전화 드려, 절대 비교하지 않을 테니까 마음 놓고 와도 된다고.”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득의양양했다.정민아는 순식간에 기분이 상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이모, 전 제 부모 대신 마중하러 온 거지, 이모한테 비웃음당하려고 온 게 아닙니다.”이에 장미순이 가볍게 웃었다.“말 그렇게 하지 마. 난 그냥 솔직한 거지, 나쁜 사람은 아니야. 다 널 위해서 하는 말 아니냐. 자, 자, 여긴 네 사촌 동생 이아영,
“어?”유문석은 당황했다.이때, 장미순은 유문석의 표정을 보고 얼른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내가 제대로 소개해줄게. 유문석은 지금 경기도 CY그룹 팀장이야. CY그룹 알지? 전설의 김세자가 세운 회사잖아. 회사가 우리 사위의 재능을 알아보고 거금을 들여 귀국시켰잖아. 앞으로 회사에 어떤 공헌을 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라나 뭐라나. 앞으로 우리도 성남에 눌러앉을 계획이니까 자주 보자.”유문석은 장미순의 말을 들으며 겸손하게 미소를 지었다.“민아 씨, CY그룹 자회사에서 일한다면서요? 그럼 저희랑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세요.”정민아도 웃으며 답했다.“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제가 CY그룹 고위 인사들이랑 다 아는 사이거든요. 예전에 하은혜 비서가 절 보러 직접 찾아왔는걸요.”유문석의 어깨가 으쓱했다.그러나 김예훈은 그의 말을 듣고 ‘풉’하고 웃었다.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 하은혜가 회사 팀장 마중을 나간다고?“왜 웃어요?”유문석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회장님 비서인 하은혜와 한번 만나는 건 CY그룹 모든 직원의 꿈이었다.“아닙니다, 계속하세요.”김예훈이 손을 내저었다.“절 비웃은 거예요? 데릴사위인 당신보다 CY그룹에서 일하는 제가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유문석은 아까부터 김예훈이 아니꼬웠다.김예훈이 얼른 사과했다.“맞아요. 아주 큰 영광이고 가문을 빛내는 일이죠.”유문석의 표정이 더욱 보기 안 좋았다. 그는 김예훈이 일부러 조롱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언니, 이 사람 뭐야?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질투심만 가득하네. 도대체 어디가 좋아서 이런 사람한테 시집간 거야?”이아영은 불쾌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여보, 신경 쓰지 마. CY그룹에 오자마자 하은혜 비서의 대접을 받았잖아. 곧 있으면 김세자의 눈에 들어 그분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유문석은 김예훈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사실 그는 회사에 온 첫날 멀리에서 하은혜를 봤을 뿐이었다. 그는 김예훈이 CY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