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오정범의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고 그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 용병들인 것 같습니다!”“네, 알아요.” 김예훈은 무심하게 밖을 쳐다보면서 갑자기 말했다. “우리 사람들한테 다 철수하라고 하세요!”“네!”박인철은 망설임없이 무선기를 꺼내 들어 명을 내렸다. 오정범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보스는 지금 뭘 하려고 하는 걸까? 제정신인가?상대방에서 늑대 부대까지 불러온 마당에 당도 부대의 군사들을 철수시킨다고? 이건...설마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가?그 생각을 한 오정범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한편, 김씨 가문의 경호원 중 한 명이 밖에서 뛰어 들어와 김연철의 귓가에 대고 수군거렸다. 이내, 김연철은 갑자기 큰소리로 웃었다. “김예훈, 네가 준비한 게 뭐라도 된 줄 알았는데!”“고작 20명의 병사였어?!”“20명? 고작 그걸 비장의 무기로 우리 김씨 가문을 상대하려 했던 거야?! 바보인 거야 아니면 무식한 거야?”김연철은 차갑게 웃었다. 박인철은 앞으로 걸어 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당도 부대의 20명 군인은 천군만마나 다름없습니다.”“하하하하-”김연철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그래, 당도 부대가 대단한 건 맞지. 20명이면 천군만마나 다름없다니! 아이고 무서워라!”“근데 방금 그 천군만마가 철수를 했다고 하네!”“하하하하—”이 말을 듣고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았다. 경호원이 들어와서 김연철한테 당도 부대 20명의 군인이 이미 철수를 했다고 보고를 한 게 틀림없었다. “푸하하하-”“김예훈, 너 진짜 웃기는 놈이구나? 고작 20명으로 우리 김씨 가문을 상대하려 한 거야?”“결국은? 아직 시작도 하기 전에 무서워서 다 도망가 버렸네! 그런 인간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이미 다 철수를 한 마당에 넌 이제 어떡할 거야?”“우리는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있는데. 널 처리하는 건 개미 한 마리 죽이듯이 아주 간단한 일이야!”김씨 가문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입을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고 조롱하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지금의 김세자는 경기도 최고 가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이런 힘!이런 수단!이런 비장의 무기!경기도 전체에서 이걸 막아낼 자가 또 누가 있을까?그들은 경기도 군대의 일인자를 모셔 와야만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김예훈은 곧 죽을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보스!”박인철은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오른손으로 칼을 붙잡고 있었고 손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오정범은 간신히 서 있었지만 충성을 다하고자 김예훈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부하들도 지금 이 순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싸움을 하러 나왔을 뿐이었다. 상대도 양아치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근데 왜 중형 무기들이 나온단 말인가?비록 비행기나 탱크 같은 것은 없었지만 무장 헬기가 계속 공중에서 맴돌고 있었고 언제든지 총알이 비처럼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렵지 않은 자가 어디 있겠는가?한편, 김예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오정범을 보며 입을 열었다.“부하들의 실력이 말이 아니네요. 기회가 된다면 유라시아 전장에 내보내 단련하도록 하세요.”“툭하면 다리에 힘이 풀려서야 어떻게 나랑 같이 일을 합니까?”“죄송합니다! 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이 순간, 오정범은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천군만마가 두렵기도 했지만 김예훈의 말에 그는 더 두려움이 몰려왔다.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오정범이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서로 마주 보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저 사람이 성남시에서 떠오르는 인물 오정범인가? 왜 저렇게 찌질해?”“우리가 손을 쓰지도 않았는데 바로 무릎을 꿇은 거야?”“이젠 우리 김씨 가문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큰 흥미가 없네!”“줄을 잘못 서는 사람들은 보통 처절한 죽임을 당하게 되는 거지!”“기대되는데! 오정범이 무릎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김예훈한테로 쏠렸다. 김예훈은 일어서서 박인철을 쳐다보며 말했다. “일어나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박인철은 더는 반박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예훈!”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연철은 입을 열었다. “네가 만약 지금 여기서 무릎을 꿇는다면 큰 어르신한테는 내가 가서 사정해 줄게.”김예훈은 김연철을 힐끗 쳐다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옆에서 무릎 꿇고 있어요. 지금 한 말을 생각해서라도 안 건드릴 테니까. 일이 끝나면 당신은 여전히 김씨 가문의 회장이에요.”“겁도 없이! 감히 어르신을 모욕해?!”“김예훈! 곧 죽을 자가 이렇게 상황 파악이 안 돼서야!”“너의 뒤를 봐주는 사람도 무릎을 꿇었어! 근데 넌 왜 이렇게 당당한 거야?!”“어르신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널 살려주겠다는데 감히 너 따위가. 죽고 싶어 환장했어?”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들의 보기에 김예훈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죽음을 자초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르신, 김예훈과 시간 낭비할 필요 있을까요?”“바로 처리하시죠. 큰 어르신께서 결과를 기다리고 계십니다!”김병욱은 담담하게 말했다. 김연철은 가볍게 웃으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세게 내리쳤다. “타닥타닥—”가지런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늑대 부대의 용병들이 현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기를 들고 있었고 순식간에 김예훈의 주위를 에워쌌다. 눈 깜짝할 새에 김예훈의 일행들은 그들한테 포위되었다. 차가운 총구가 김예훈을 가리키고 있었다. 명령 한마디면 김예훈은 모래가 되고 말 것이다.이 모습은 보고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김씨 가문의 사람들조차도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이따가 싸움이 시작되면 아마 많은 사람이 몰려와서 구경하게 될 것이다. 김연철도 그걸 생각하고 웃으며 말했다. “병욱아, 오늘은 잔칫날이야. 가족들한테 피를 보이면 되겠니?”“다른 사람들 데리고 백운별원으로 가 있어.”“좀 있다가 김
“잭, 큰 어르신께서는 김예훈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길 바라네.”김연철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 같은 동양인들은 참 성가시게 하는 것 같네요!”“파악-”이내, 잭은 짧은 불의 무기를 김예훈 앞으로 던졌다. 그러고 나서 그가 차갑게 말했다. “당신들이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값을 세배로 받은 이상 난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기회를 줄 테니, 무릎을 꿇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내가 손을 쓰는 순간에는 당신의 처지가 많이 비참해질 겁니다!”“그때가 되면 이 세상에 온 걸 후회하게 되겠죠.”잭이라는 사람은 늑대 부대 용병 중의 우두머리였다. 그는 평소에도 워낙 기세등등한 사람이었고 김예훈을 처리하는데 직접 손을 쓸 생각이었다. 그는 김예훈이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자결하길 바랐다. 이보다 더 굴욕적인 죽음은 없으니까. 김예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확실해요?”“퍼엉-”잭은 앞으로 한발 다가가 땅을 밟았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손을 쓰는 건 당신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손을 쓴다면 그쪽을 한방에 죽여버릴 거니까!”“무엄하군요!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박인철은 살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호통쳤다. 잭은 살벌한 그의 모습을 쳐다보았지만 이 동양인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늑대 부대의 용병들은 그동안 순풍에 돛을 단 듯 많은 큰일을 도모해 왔고 군대 킹이라는 사람들도 많이 전멸시켰기 때문에 그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내가 방자하다는 말인가요? 아직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나보군요!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이곳에서 살아서 나가지 못하게 될 겁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 한번 물어봐요!” 잭은 기세등등하게 큰 소리로 웃었다. “늑대 부대의 용병들이라, 확실히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죠.”“그러나, 전쟁터의 뒤처리나 할 정도의 실력 아닌가요?”김예훈은 갑자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화가 난 잭은 악랄하게 말했다. “생각이 바뀌었어요.
김예훈이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자는 지금 제 앞에 있어요.”제임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예훈 씨, 전화 좀 바꿔주실 수 있나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시간을 주십시오!”김예훈은 무심하게 핸드폰을 잭한테 건네줬다. 방금 전까지도 기세등등하던 잭은 지금 이 순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전전긍긍하며 두 손으로 핸드폰을 건네받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장님. 접니다!” “잭, 내가 언제 너한테 그런 권리를 줬어? 누가 너한테 동방으로 가서 제멋대로 날 뛰라고 했어?!” 제임스는 호통을 쳤다. “저...저는...”늑대 부대의 제왕인 제임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잭은 목소리를 떨었다. 만약 그한테 무례하게 군다면 바로 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네 앞에 있는 분이 어떤 분인지 알고 있긴 한 거야? 감히 그분을 모욕하다니! 네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우리 늑대 부대의 형제들을 다 끌고 죽지 말고!”“도대체...” 잭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분이 어떤 신분인지 아직도 궁금한 거야?”“그분이 바로 그때 당시 5대 강국의 백만 용병을 휩쓸었던 분이야, 감히 그분 앞에서 무엄한 행동을 하다니!”“당장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털썩-”말이 끝나기도 전에 잭은 바로 김예훈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내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현장에 있던 홍인태 그리고 김연철 등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미국 코브라 부대를 전멸시킨 늑대 부대가 아니던가?그리고 이 잭이라는 사람은 전생의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가 김예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기 뺨을 치고 있다. 전화기 맞은편에 있는 제임스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잭은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열 대를 때리니, 잭은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 맞은편에서 제임스의 하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무릎
한국어를 잘 알고 있는 잭은 “버려진 자식”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내 눈치챘다. 그는 흠칫하다가 이내 차갑게 웃었다.도대체 어떤 가문이기에 감히 이런 분을 쫓아낸 것인가? 그들은 자신의 가문이 세계 정상에 오를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그가 무전기를 꺼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우르릉”바깥의 인기척 소리까지 더해져 공중에서는 굉음이 들려왔고 이때 차가운 무기들은 모두 방향을 틀어 김연철과 홍인태 등 사람을 향하였다.방금 김연철의 일을 도와줄 때 잭은 귀찮은 듯 건성건성 했지만 지금의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마 전쟁터에 나가서도 이렇게는 필사적이지 않았을 것이다.지금 이 순간, 김연철과 홍인태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한 편이었던 사람이 지금은 그들을 빈틈없이 둘러싸고 무기를 들어 그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판을 치고 날뛰던 그들한테는 지금 절망밖에 남지 않았다.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지금 바로 딱 그 상황이다. 제일 먼저 이 상황을 못 버틴 자는 홍인태였다.이때 그가 두 손을 들고 탄식하며 말했다.“김세자,난 당신 집안 어르신의 신세를 갚기 위해 온 거예요. 이현숙은 어르신이 저한테 베푼 은혜를 이용하여 협박을 했어요.집안 어르신이 이현숙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어요. 이제는 당연히 당신 편이 되어 어르신을 위해 복수를 할 거예요!”모든 것을 알게 된 홍인태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김세자는 더 이상 3년 전의 김세자가 아니라 3년 전보다 더 강해졌고 더 두려운존재가 되었다.경기도 지하세계의 왕이라 불리는 홍인태는 이 순간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김예훈이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김연철 뒤에 있는 김씨 가문 경호원들은 서로 마주 보고 있다가 잠시 후 손에 든 물건을 하나둘씩 바닥에 떨어트렸다.하나같이 두 손을 번쩍 들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지금 이 순간, 그들 중 상황 파악
김연철은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때 김예훈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김씨 가문의 미래는 어떠했을까? 경기도 최고의 명문 가문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을 것이다!한국에서 명문 가문을 휩쓸고 가장 높은 자리에 우뚝 섰을 것이다!그리고 김연철은 아마 한국에서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권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 중 한 명이 되었을 것이다!그러나 기회를 놓쳤으니 이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이 세상에 돌이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그리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내가 김세자의 신분이었을 때, 난 김씨 가문을 한국의 10대 명문가로 만들고 싶었어요!”“언젠가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최고가 되고 싶었어요!”“그러나 내 계획이 반쯤 성공했을 때 당신들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나요?”“김연철, 하나만 물을게요. 후회한 적 있습니까?”김연철은 온몸에 힘이 풀렸지만 한 가문의 회장인 그는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무릎을 꿇을 수가 없었다. 이때,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예훈... 아니... 김세자...”“3년 전에는 우리가 잘못했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내가 큰 어르신한테 말씀 잘 드려서 다시 널 세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할게!”“원한다면 김씨 가문 전체를 너한테 줄 거야!”김연철의 추악한 몰골을 보고 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 “그래요? 방금 이현숙의 한 말을 잊은 건가요? 날 김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겠다고요? 그 사람이 동의할 것 같나요?”“이현숙이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허락할 것 같은가요?”“오늘 한 말들이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당신을 시작으로 김씨 가문은 이제 끝장이에요.”김예훈의 마지막 말을 듣고 김연철은 그 충격으로 피를 토하고 끝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가 고개를 들고 김예훈의 차가운 얼굴을 쳐다보면서 비참하게 웃었다. “김예훈, 내 말 대로 해. 돌아와!”“네가 날 거절하고 김씨 가문을 거절한다면
“보스, 방금 백운별원 밖에 있던 애들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무장 헬기가 와서 김씨 가문의 중요한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박인철은 한 발 앞으로 걸어 나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현숙이 도망을 쳤다고요?” 김예훈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가보죠. 어떻게 된 일인지...”이내, 그들은 백운산에 자리 잡고 있는 백운별원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이현숙, 김병욱, 김만태 그리고 김청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늑대 부대의 용병들도 뒤를 따라왔다. 김예훈의 명령이 없이도 그들은 알아서 백운별원을 봉쇄했다. 이내,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고 끊임없이 용서를 구했다. “이현숙은요?”김예훈이 물었다. “큰 어르신은 컨벤션 센터의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떠났어요.”“떠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김씨 가문의 한 사람이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서...”“어르신께서 당신과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습니다!”말을 마친 그 사람은 김예훈이 자신을 당장 죽이기라도 할까 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김예훈은 실눈을 뜨고는 이내 김연철을 쳐다보았다. “오늘부터 김씨 가문은 당신이 이끈다고 소문을 내요...”김연철은 얼굴이 활짝 피었다. “맡겨줘서 고맙네, 내가 몸을 사리지 않고 자네를 도울 거야...”김예훈은 계속해서 말했다. “3일 안으로 김씨 가문의 모든 사업과 자산을 CY그룹의 명의로 바꿔요.”“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절대 백운별원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알았네!”김연철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의 요구에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부터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대저택에 갇히게 되었다.대저택이라고는 하나 사실 살아있는 사람의 무덤이나 다를 바 없었다. 컨벤션 센터로 돌아온 김예훈은 정소현을 데리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올 때도 곁에는 한 사람, 갈 때도 곁에는 한 사람. 그러나 성남시와 경기도의 판이 뒤집어졌다!…오늘, 성남시에는 큰 사건이 두 개
“김 회장님, 농담도 참.”허순재는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애써 화제를 돌려보려고 했다.“그런데 김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맞는 말씀도 있어요. 반년 동안 저희 허씨 가문은 정말 바람 잘 날이 없었거든요. 제 건강은 물론 제 불효자식들도 하나둘씩 김 회장님을 건드려서 병신이 되어서 돌아왔잖아요. 김 회장님 실력도 물론 대단하시겠지만, 저희 허씨 가문의 운도 예전 같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저는 김 회장님을 믿어보려고요!”허순재는 다른 각도에 서서 김예훈과 허씨 가문의 작은 원한을 언급하면서 자기 진심을 보여주기도 했다.커피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마침 점심시간이 풍수지리를 보는 가장 적합한 시간인데 제 생각이 맞는지 한번 구석구석 확인해 볼까요?”허순재가 흔쾌히 대답했다.“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 얘들아! 현장 정리 좀.”...김예훈이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선재 스님은 토요타 알파드 차에 올라타 뒤따라오는 허유주를 아예 무시했다.밀양 송산 별장 구역을 벗어났을 때, 선재 스님은 그제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일은 잘 해결되고 있나요?”전화기 너머에서 중저음의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재 스님은 김예훈 앞에서 기세등등하던 모습과는 달리 온화한 표정이었다.“현민 씨, 김예훈 그놈이 나타나는 바람에 변고가 생겼어요. 실력이 어마어마한 것도 모자라 풍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서 저희 구음술을 바로 알아버렸어요.”전화기 너머의 김현민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알았어요.”선재 스님이 계속해서 말했다.“지금 제가 제일 걱정하고 있는 것은 김예훈이 구음술을 풀어버리고 허순재의 목숨을 구제해 주는 거예요. 허씨 가문 자식들은 현민 씨 손바닥 안에 있다지만 허순재 그 능구렁이는 현민 씨를 믿을 생각을 하지 않잖아요. 허순재가 권력을 쥐고 계속 살아있는 한 밀양 허씨 가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러면 밀양 상류 인사
야단법석 이후에 허도겸이 응급실로 실려 가는 바람에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심각해지고 말았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조각들을 보고 하나같이 식은땀을 흘렸다.“여러분, 이제 믿으시겠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이때 허유주가 여전히 고집을 부리면서 말했다.“김 세자님, 저희 셋째 오빠가 쓰러진 건 우연일 수도 있으므로 확실한 증거로 될수 없어요.”“확실한 증거가 필요해요?’김예훈은 바닥에서 수맥 탐지 봉 조각을 주워 마당으로 튕겼다.퍽!이때, 햇살을 맞은 조각에서 귀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하늘에 순식간에 밀려온 먹구름은 귀실 얼굴로 변했고, 따라서 원망이 가득한 비명이 들려오더니 햇빛이 비쳐오면서 다시 말끔히 사라졌다.빠직.음기가 흩어져 가는 순간, 유일하게 남은 조각이 가루로 변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이거면 확실한 증거가 될수 있겠어요?”김예훈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아까는 조각 하나뿐이지만 전체 수맥 탐지 봉을 만졌다간 재난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맥 탐지 봉으로 풍수를 본다고 해도 음기가 가득할 것입니다. 풍수로 현재 문제점을 해결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고요. 3년 정도 지났을 때 사람이 한 명씩 죽어 나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도 그저 우연일 뿐 오륜 사찰에서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고 믿고 싶네요.”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선재 스님의 표정은 일그러지고 말았다.“아빠, 어떻게 김 세자님의 말을 믿을 수가 있어요?”허유주는 화가 나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요? 지금 허씨 가문과 오륜 사찰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거라고요!”허유주는 지금 당장 김예훈의 멱을 따서 죽여버리고 싶었다.‘내가 어떻게 오륜 사찰에 들어갔는데. 이러다 성녀분의 미움을 사면 어떡하지?’허순재는 진지하게 허유주를 쳐다보면서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아빠도 아빠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퍽!이때 선재 스님이 갑자기 차가운 얼굴을 하고서 자리에서 벌
김예훈의 의미심장한 말에 허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쳐다볼 뿐이다.이때 허유주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김 세자님, 너무 없는 말을 지어내시는 거 아니에요? 최근 반년 동안 저한테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요?”김예훈이 허유주를 힐끔 보더니 피식 웃었다.“허유주 씨는 아직 공부할 나이라 평소에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서 음기를 흡수할 기회가 없었겠죠.”허유주는 이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한지 여전히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허씨 가문 사람들은 잠깐 고민하더니 얼굴이 확 변하고 말았다.이때 허준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맞는 말이야. 요즘 도박할 때마다 돈을 잃고 있어.”허성빈 역시 마른기침하더니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요즘 들어 예전보다 잔병치레가 많아진 허씨 가문의 여자들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다.약을 먹으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병은 아니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다년간 보약이란 보약은 다 먹어본 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력을 봤을 때 10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한 병을 요즘 들어 몰아서 앓고 있으니 말이다.허순재 역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맞아요. 최근 들어 저도 몸이 많이 허약해진 느낌이에요. 기침을 할때 피까지 봤다니까요? 밖에서 도는 소문에 의하면 제가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어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맞네요.”선재 스님이 냉랭하게 말했다.“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내에 음기가 있다고 해도 저희 오륜 사찰 수맥 탐지 봉에서 흡수한 거라고 증명할 수 있어요? 저희 수맥 탐지 봉이 허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냐고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선재 스님, 이것마저 증명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인데 말이죠. 이 자그마한 조각을 봐도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했다는 것을 느낄수 있어요. 허유주 씨를 제외한 분들이 이 조각을 3초 이상 쥐고 있으면 무조건 기절할 거예요.
“어디서 감히! 오륜 사찰이 어떤 곳인지나 알고 그러시는 거예요? 저희 오륜 사찰은 경기도 지역의 무술의 경지라고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희 오륜 사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도박왕님께서는 매년 저희 오륜 사찰에 얼마나 많이 기부하시는데요. 저희 오륜 사찰은 늘 밀양 허씨 가문을 보호하고 있었다고요. 지금 저희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흑심을 품고 계시는 거예요!”선재 스님의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지자, 허순재가 다급하게 설명했다.“선재 스님, 화내지 마세요. 김 회장님도 좋은 마음에...”“좋은 마음이요?”선재 스님은 바로 허순재의 말을 끊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좋은 마음에 이런 말을 한다고요? 도박왕님, 비록 저는 오륜 사찰의 핵심 인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륜 사찰의 스님이라고요. 저 자체가 오륜 사찰의 체면과 이미지를 대표한다고요.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의심받는 것도 모자라 저희 오륜 사찰의 보물마저 잃어버린 거,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저 사람은 분명 저희 오륜 사찰을 모함하고 도박왕님을 해치려고 하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김 세자님!”선재 스님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차갑게 말했다.“저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저랑 오륜 사찰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맞아. 그렇게 대단하면 증거를 내놓든가!”“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배상도 해야 하고 오륜 사찰 입구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거예요!”허유주도 울분을 토해내듯이 소리를 질렀다.허순재는 한숨을 내쉬더니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김 회장님, 제가 김 회장님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제 체면을 봐서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허유주를 포함한 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랭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어르신 믿음을 얻었다고 허씨 가문에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나 봐.’“선재 스님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오륜 사찰의 보물까지 망가뜨려?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
김예훈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허유주가 먼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김 세자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선재 스님이 제 편을 들어줬다고 불만을 품고 오륜 사찰의 보물을 깨트린 거예요? 화를 내시려면 저한테 내시지, 왜 선재 스님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이 수맥 탐지 봉에 문제가 있어서요.”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수맥 탐지 봉의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 할까요?”“김 세자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표정이 어두워진 선재 스님은 말투마저 상냥하지 않았다.“근 200년 동안 물려받은 저희 오륜 사찰의 수맥 탐지 봉은 천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보물이라고요. 풍수를 볼 때마다 이 수맥 탐지 봉을 사용했고, 이것으로 저희 오륜 사찰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그런데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요? 어디 제대로 말씀해 보시죠!”허유주는 자기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 잔뜩 화가 난 생태인데 김예훈이 수맥 탐지 봉마저 망가뜨렸으니 더는 그 화를 참을 수 없었다.“김 도련님, 비록 오륜 사찰이 무술의 성지이긴 하지만 의술이나 풍수, 관상 방면에서도 일반적인 풍수 대가나 의사보다는 훨씬 뛰어납니다. 저도 이 수맥 탐지 봉을 여러 번 보았는데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았습니다.”허순재는 망설이다 결국 나서기로 했다.“아까 김 회장님께서 망가뜨린 수맥 탐지 봉은 확실히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습니다. 잘못 보셔서 실수로 망가뜨린 거라면 제가 대신 배상해 드리죠. 이 기회를 빌어 다 같이 친구로 지내는 거 어떨까요?”김예훈은 바닥에 남은 일부 조각을 주으면서 말했다.“선재 스님, 제가 본것이 맞다면 이 수맥 탐지 봉은 소문으로만 듣던 얼음 형 옥석으로 만들어진 거 맞죠?”선재 스님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얼음 형 옥석을 알아보시다니 안목이 높으시네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얼음 형 옥석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알고 있지만 이 수맥 탐지 봉은 그만큼 귀한 물건은 아니에요. 어디서 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중에 음기가 가
“유주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잘못했으면 인정할 줄 알아야지. 다음부터 너무 흥분해하지 마.”여자 스님은 웃으면서 허유주를 위로해 주었다.허유주는 막무가내의 성격이긴 해도 여자 스님의 말은 잘 들었다.허순재는 더는 허유주를 혼내지 않고 웃으면서 김예훈에게 말했다.“김 회장님, 제가 자식 교육을 잘 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침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오륜 사찰에 계시는 선재 스님이시고, 제 불효자식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유주도 오륜 사찰에서 수행하고 있거든요. 저희 허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듣고 보러오신 겁니다. 선재 스님, 스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분은 김 세자님이시자 김 회장님이신 진주·밀양의 귀인이기도 합니다.”허순재가 웃으면서 소개해 주자 김예훈이 먼저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하지만 김예훈은 손이 가까워지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륜 사찰에 대해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오륜 사찰은 경기도 구역에서 무술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오륜 사찰에서 가장 유명한 영춘권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오륜 사찰 스님이라니. 글쎄 포스가 일반인들과 다르다 했어.’“김 세자님, 안녕하세요.”선재 스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예훈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은지 굳이 오래 악수할 생각 없이 바로 손을 거뒀다.선재 스님은 도도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쳐다보았다.“허씨 가문에 벌어진 일을 저희 성녀분께서 아시고 해결하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무슨 일때문에 하인들이 실종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다른 분들을 이만 보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허순재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성녀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하인은 다 내보내긴 하겠는데 여러분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보디가드 몇 분은 남겨둬도 괜찮지 않을까요?”선재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쓸데없는 사람만 나가주시면 됩니다.”선재 스님은 일부러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