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일찍.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김예훈과 정민아의 뒤를 따라 BJ그룹으로 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정동철도 함께 왔다.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야 한다!BJ그룹의 고층 빌딩을 보고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J그룹은 CY그룹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력 있는 회사였다.그도 그럴 것이CY그룹은 김세자가 이끄는 그룹이니 일반 그룹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BJ그룹도 성남의 일류 가문 중에서는 손꼽히는 회사였다. 지금 이 순간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모두 흥분한 상태였고 정민아조차도 엄청 흥분하고 있었다.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프런트 데스크를 찾아가 김예훈은 자신의 온 목적을 밝혔다.“김예훈이라고 하는데 오늘 BJ그룹을 인수하러 왔습니다!”프런트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제 정신이에요? 회사를 인수하러 온다는 소식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정민아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복씨 가문은 이미 BJ그룹에서 퇴출된 거 아니에요? 복률은 이미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았어요?”“맞아요. 맞긴 하지만 우리 BJ그룹은 복씨 가문의 소유가 아니에요. 이사회도 있어요. 현재 이사회에서 복씨 가문의 지분을 가져갔어요.”프런트 직원이 해명했다.정민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슨 뜻이에요?”“BJ그룹의 뒤에 누군가 절대적인 지분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나요?”“복씨 가문은 그저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걸 그룹 내에서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프런트 직원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도 식견이 넓은 편이라 왠만한 일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참 보기 드문 일이었다.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바로 눈치챘다. 김씨 가문!김병욱!김병욱은BJ그룹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복씨 가문은 김씨 가문과 김병욱의 개나 다름없었다!BJ그룹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병욱의 것이었다.정동철과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앞으로 비집고
BJ그룹의 과거 대표는 복률이었다.근데 어젯밤 복률은 대표직을 내려놓고 복씨 가문의 모든 지분을 내놓았다. 곽진택은 김병욱의 심복으로서 임시로BJ그룹의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병욱은 집중적으로 그를 배양하고 있었고 곽진택은 외국에서 대학을 마친 사람이었다. 어젯밤 갑자기 BJ그룹의 대표직을 맡으라는 소식을 받고 곽진택은 너무 흥분되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재산 총액이 몇천억에 달하는 그룹의 대표라니, 이건 엄청난 행운인 것이다!복씨 가문에서 왜 갑자기 모든 지분을 내놓았는지, 복률이 왜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는지 그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대표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김병욱의 요구는 딱 하나였다. BJ그룹을 잘 경영하고 BJ그룹을 넘보는 인간은 죽여버리라는 것이었다. 곽진택의 뒤에는 김씨 가문이 있다. 경기도 최고 가문인 김씨 가문이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는 이상 곽진택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 BJ그룹을 맡게 될 때 각 부서에서 절대적으로 협조해 줘서 그는 기분이 좋았다. 방금 절차를 마친 그는 잠깐 쉬려고 했다. 근데 김예훈의 일행이 이곳에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걸어와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프런트 직원은 냉큼 대답했다. “곽 대표님, 이 사람들이 밑도 끝도 없이 회사를 인수하러 왔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소란을 피우러 온 것 같습니다.” 곽진택은 김예훈과 정민아를 쳐다보았다. 정민아를 잠깐 쳐다보던 그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냉정해진 그는 차갑게 웃었다. “난 또 누구인가 했네! 복씨 가문에서 성남으로 불러들인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아닌가요?”“참 웃긴 일입니다. 작은 도시의 이류 가문이 감히 성남에서 새로 떠오른 가문이라고 스스로 칭하다니.”“뒤를 봐주던 복씨 가문이 무너졌는데 그들의 회사를 인수하려 왔다고요? 무슨 생각인지 참?”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 “김병욱이 보내서 왔나?”곽진택은 흠칫하더니 위아래로 김예
정말 창피했다! 너무 창피해서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 정씨 일가의 사람은 농촌에서 갓 상경한 사람들처럼 있는 대로 망신을 당하고 있었다. 앞으로 정씨 일가가 성남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지, 성남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당장 꺼져요! 우리 그룹은 바보들을 환영하지 않아요!?”“보안팀, 이 사람들 밖으로 내쫓아요!”곽진택이 명을 내리자 주위에서 보안 요원들이 모여들었다. 결국 김예훈과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보안 요원들에 의해 쫓겨났다.“바보 같은 인간들!”보안 요원들은 욕설을 퍼부었고 하나같이 박장대소했다. 보안 요원으로 근무한 지 오래되었어도 이런 바보들은 또 처음 본다.굴욕이다!정씨 일가 역사상 가장 큰 굴욕이었다!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앞으로 정씨 일가는 성남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다.안색이 어두운 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곽진택을 처리하지 않은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김병욱은 비장의 카드를 대놓고 보여줄 정도로 순진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김병욱을 처리하려면 아마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김씨 가문의 사걸, 김병욱은 역시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쫓겨난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창피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눈앞의 이놈은 어젯밤까지만 해도 엄청난 재산을 가진 재벌인 줄 알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이놈한테 잘 보이려 했다!근데 뜻밖에도 그는 여전히 땡전 한 푼 없는 찌질한 인간이었다. 이런 놈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이놈 때문에 정씨 일가는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앞으로 어떻게 성남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김예훈!”“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제대로 상황 파악도 안 하고 남의 회사를 인수하러 온 거야?”“젠장, 널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야!”정동철은 부들부들 떨었고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정지용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BJ그룹이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정민아를 보면서 김예훈은 웃음이 나왔다. “알았어. 앞으로는 당신 말 들을게.”“근데 걱정하지 마. BJ그룹은 언젠가는 내가 찾아올 거야.”“그때 가서 회사 이름 바꾸고 당신한테 선물할게.”김예훈은 실실거리며 웃었다. 그는 정말 그럴 생각이었고 그한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김병욱만 해결한다면 이 일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허튼 소리 그만해!” “정말 당신 한 대 때리고 싶어!”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김예훈을 보니 정민택과 정지용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정동청은 심호흡을 하고 재차 경고했다. “정군, 네 사위 잘 좀 지키고 있어. 앞으로 우리 정씨 일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까!”“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정씨 일가의 발목을 잡을 생각 하지 마!”“안 그러면 너희들도 모두 집안에서 내쫓아 버릴 거야!”“가자!”말을 마치고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자리를 떴다.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김예훈을 노려보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넌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말을 마친 두 사람도 자리를 떴다. 정민아는 그를 위로했다. “예훈 씨, 엄마 아빠는 홧김에 그러시는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나도 조금은 화가 났었으니까 …”“괜찮아, 우리한테는 백운 그룹이 있잖아. 잘 경영하면 내가 당신 먹여 살릴 수 있어.”김예훈은 쿨하게 웃었다. “괜찮아,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야.”그는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이런 일로 마음에 담아둔다면 3년 동안 데릴사위로 살면서 진작에 때려치웠을 것이다. 김예훈과 정민아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렉서스 한 대가BJ그룹 빌딩 입구에 멈춰 섰다. 곽진택은 직접 마중하러 나왔다. 이분이 얼마나 티를 내지 않은 분인지 잘 알기에 그는 수행원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김씨 가문 사걸 중의 우두머리인 김병욱이었다. 그는 여전히 당나라 복장을 하고 있었고 기품이 흘러넘쳤다. “도련님, 그들은 이
성남시의 상류층은 크다고 하면 크고 작다고 하면 작은 바닥이었다. 하루 사이에 복씨 가문이 무너진 소식이 이 바닥에 퍼졌다.그리고 이제 막 발을 붙인 정씨 일가가 BJ그룹을 인수한다고?이렇게 우스운 일은 당연히 웃음거리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정동철마저도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것이 두려워 별장의 대문을 나가지 못했다.하룻밤 사이에 정씨 일가는 성남시 상류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그로 인해 복씨 가문이 성남시에서 퇴출당한 소식은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복씨 가문에 대해 말을 하면 사람들은 자연히 정씨 일가에 관해 얘기했다. 김예훈과 정민아는 정군 부부와 함께 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안 그러면 정군의 가족들도 아마 집을 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유독 정소현만이 형부가 BJ그룹을 언니한테 선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정민아는 그저 김예훈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은 후 복씨 가문의 압박이 없는 관계로 백운 그룹의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정민아는 정상적으로 회사로 출근하였다. 돈을 벌어 김예훈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한편, 김예훈은 아침 일찍 오정범의 머물고 있는 곳으로 왔다. 장사가 잘 안되는 골프장을 오정범은 아예 통째로 빌려 훈련 장소로 만들어버렸다. 김예훈은 이곳에서 쓸모 있는 사람을 몇 명 뽑을 생각이었다. 앞으로 그한테 이러저러한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말이다. 그때마다 오정범한테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그건 김예훈 자신조차도 너무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곁에 쓸만한 사람을 몇 명 두면 뭐든 편할 것 같았다. 자신이 김세자의 경호원이 된다는 사실에 오정범한테 뽑힌 선수들은 하나같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남문호의 묘 앞에서 생긴 일을 이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전설 속의 김세자를 위해 일을 한다는 건 전생에 나
“아참, 내일 양부모님이 성남에 온다고 했어요. 식구들이 식사 대접을 할 계획이니 형부도 참석해요.”정소현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김예훈은 대충 알고 있었다. 정소현이 태어나던 해 한 귀인의 귀띔으로 인해 그녀는 신분이 높은 부부의 양딸이 되었다. 정소현은 매년 그 부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 부부는 아마 실력 있는 가문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 비록 정소현을 양딸로 삼았지만 정씨 일가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예훈은 정소현의 양부모님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신분이 높은 그들이 이곳으로 온다는 건 큰일이었다. 그날 밤, 정군은 김예훈과 정민아를 따로 불렀다. 정군은 김예훈을 노려보고는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 “어제 있었던 일은 다 지나간 일이야. 내일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 절대 날 망신시키지 마!”“또다시 망신을 주면 그때 이 집안에서 쫓아낼 거야!”정민아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아빠.”그녀는 정말 궁금했다. 정군은 분명 김예훈을 죽도록 미워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김예훈을 불러 이렇게 신중하게 말을 하는지. 설마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은 아닌지?생각을 마친 정군이 이내 입을 열었다. “민아야, 넌 네 동생의 양부모님에 대해 알고 있지? 소현이 매년 그 집에 가서 몇 달씩 지내다 오잖아?”정민아가 대답했다. “네, 알고 있어요…”“네 동생의 양부모님은 사실 너희 작은이모, 작은이모부야...”“네 엄마는 임씨 가문의 사람이었어. 임씨 가문은 실력이 강하고 오래된 가문이야. 그 당시 네 엄마가 나한테 시집을 온 건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그동안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 두 사람을 인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에 갑자기 사람을 보내 우리한테 연락을 해왔어. 그리고 우리 가족들과 같이 밥 한 끼 먹고 싶다고 했어.”“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의 체면을 구겨서는 안 돼. 알았지?”정군은 노파심에 거듭 주의를 줬다. 만약 임씨 가문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참석
다음날, 임은숙의 동생 임지숙과 그녀의 남편 여경택이 찾아왔다.그들은 성남시에서 제일 비싼 풀비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호텔에 마련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풀비스 호텔의 하룻밤 가격은 100만 가까이한다. 로열 스위트룸의 가격은 1500만 원 가까이할 것이다.임지숙과 여경택 두 사람이 밖에서 밤을 보낼 때면 무조건 5성급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에 묵었다.호텔의 하룻밤 가격이 1500만 원 가까이한다는 말을 들은 정군과 임은숙은 배가 아팠다.그들이 호텔에서 하룻밤 묵는 돈을 자신들은 몇 날은 쓸 수 있기 때문이다.호텔의 2층에 있는 연회장 VIP 룸.룸에는 4사람이 앉아있었다.주인공의 자리에 앉은 임지숙과 여경택의 곁에 정소현이 앉아있었다.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이었다.그리고 그녀의 맞은편에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김예훈은 정소현을 힐끔 쳐다보았다. 어제저녁 까지만 해도 신이 나 보였던 처제의 기분이 여경택과 임지숙을 만난 이후 시무룩해 보였다.김예훈과 정민아를 발견한 정소현이 뛰어오더니 말했다.“형부, 언니 왔어요!”여경택과 임지숙 그리고 젊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여경택은 중후한 사업 파트너의 느낌을 풍겼다.개량한복을 입은 임지숙의 액세서리와 몸에서 고귀한 자태가 물씬 느껴졌다.관리를 잘한 얼굴과 몸매에 연예인 못지않은 자태를 풍기는 모습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젊은 남자는 한눈에 보아도 점잖아 보였고, 그의 눈동자에는 이따금씩 날카로운 빛이 새어 나왔다.김예훈은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바로 알아차렸다. 젊은 남자는 군부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의 실력과 지위가 있는 것 같다.서로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정군 부부는 공손하게 자리에 앉았다.임은숙의 동생과 동생 남편이었지만 두 사람은 아이가 없어 정소현을 마치 자신의 자식인 것 마냥 이뻐했다.정군과 결혼을 하던 그때, 임은숙은 임씨 가문을 배신했다. 임지숙과 함께 있으니 누가 보아도 승패는 이미 갈린 상황이다.정군은 자신의 동서인 여경택 앞에서 아무
“아저씨 아주머니, 민아 누나.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저를 찾아오세요. 제가 어떻게든 해결해 드리겠습니다.”인청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여경택은 연신 칭찬을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정군아, 어린애가 실력이 좋아. 앞으로 장군이 될 사나이야. 기대가 아주 많아.”임지숙도 웃으며 말했다.“내가 점 찍어둔 사람이 틀린 걸 보셨나요?”“앞으로 들어갈 부대가 바로 박인철의 당도 부대라니까!”“박인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자신이 아는 분야를 물어보자 정군은 잽싸게 대답했다.“박인철, 당도 부대의 수령이자 경기도 4대 부대 전쟁의 신. 경기도의 시장과 지위가 비슷하다고 했어.”“맞아. 그래도 뭘 좀 아나 보네. 인청하는 앞으로 당도 부대를 이끌어갈 사람이야. 앞으로 얼마나 잘 나갈지 이제 알 것 같지?”임지숙은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 모두 김예훈을 힐끔 거리더니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두 사람은 바로 웃으며 말했다.“청하의 앞날이 기대되네!”말은 그렇게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성별이 다 같은 남자들의 수준 차이가 왜 이렇게 클까?“그럼! 데릴 사위와 비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여경택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정군의 안색이 삽시간에 바뀌더니 말했다.“매제. 그만해. 우리가 들인 데릴 사위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제일 잘 알아. 김예훈, 아무 능력도 없어!”“아빠, 삼촌! 그만하세요! 우리 형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정소현은 김예훈의 곁에 붙어 앉으며 말했다.자신을 치켜세우는 말을 들으며 자만심에 빠져있던 인청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소현을 처음 만난 순간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인청하였다. 여경택과 임지숙은 오늘 정군과 임은숙을 만나 두 사람의 혼사를 결정하려고 만난 것이다.하지만 정소현은 자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웃어주지도 않았다.그런 그녀가 지금 데릴 사위의 편을 들고 있으니 인청하가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소현아, 너 대체 왜
김예훈의 의미심장한 말에 허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쳐다볼 뿐이다.이때 허유주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김 세자님, 너무 없는 말을 지어내시는 거 아니에요? 최근 반년 동안 저한테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요?”김예훈이 허유주를 힐끔 보더니 피식 웃었다.“허유주 씨는 아직 공부할 나이라 평소에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서 음기를 흡수할 기회가 없었겠죠.”허유주는 이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한지 여전히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허씨 가문 사람들은 잠깐 고민하더니 얼굴이 확 변하고 말았다.이때 허준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맞는 말이야. 요즘 도박할 때마다 돈을 잃고 있어.”허성빈 역시 마른기침하더니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요즘 들어 예전보다 잔병치레가 많아진 허씨 가문의 여자들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다.약을 먹으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병은 아니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다년간 보약이란 보약은 다 먹어본 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력을 봤을 때 10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한 병을 요즘 들어 몰아서 앓고 있으니 말이다.허순재 역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맞아요. 최근 들어 저도 몸이 많이 허약해진 느낌이에요. 기침을 할때 피까지 봤다니까요? 밖에서 도는 소문에 의하면 제가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어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맞네요.”선재 스님이 냉랭하게 말했다.“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내에 음기가 있다고 해도 저희 오륜 사찰 수맥 탐지 봉에서 흡수한 거라고 증명할 수 있어요? 저희 수맥 탐지 봉이 허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냐고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선재 스님, 이것마저 증명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인데 말이죠. 이 자그마한 조각을 봐도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했다는 것을 느낄수 있어요. 허유주 씨를 제외한 분들이 이 조각을 3초 이상 쥐고 있으면 무조건 기절할 거예요.
“어디서 감히! 오륜 사찰이 어떤 곳인지나 알고 그러시는 거예요? 저희 오륜 사찰은 경기도 지역의 무술의 경지라고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희 오륜 사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도박왕님께서는 매년 저희 오륜 사찰에 얼마나 많이 기부하시는데요. 저희 오륜 사찰은 늘 밀양 허씨 가문을 보호하고 있었다고요. 지금 저희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흑심을 품고 계시는 거예요!”선재 스님의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지자, 허순재가 다급하게 설명했다.“선재 스님, 화내지 마세요. 김 회장님도 좋은 마음에...”“좋은 마음이요?”선재 스님은 바로 허순재의 말을 끊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좋은 마음에 이런 말을 한다고요? 도박왕님, 비록 저는 오륜 사찰의 핵심 인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륜 사찰의 스님이라고요. 저 자체가 오륜 사찰의 체면과 이미지를 대표한다고요.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의심받는 것도 모자라 저희 오륜 사찰의 보물마저 잃어버린 거,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저 사람은 분명 저희 오륜 사찰을 모함하고 도박왕님을 해치려고 하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김 세자님!”선재 스님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차갑게 말했다.“저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저랑 오륜 사찰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맞아. 그렇게 대단하면 증거를 내놓든가!”“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배상도 해야 하고 오륜 사찰 입구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거예요!”허유주도 울분을 토해내듯이 소리를 질렀다.허순재는 한숨을 내쉬더니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김 회장님, 제가 김 회장님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제 체면을 봐서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허유주를 포함한 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랭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어르신 믿음을 얻었다고 허씨 가문에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나 봐.’“선재 스님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오륜 사찰의 보물까지 망가뜨려?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
김예훈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허유주가 먼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김 세자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선재 스님이 제 편을 들어줬다고 불만을 품고 오륜 사찰의 보물을 깨트린 거예요? 화를 내시려면 저한테 내시지, 왜 선재 스님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이 수맥 탐지 봉에 문제가 있어서요.”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수맥 탐지 봉의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 할까요?”“김 세자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표정이 어두워진 선재 스님은 말투마저 상냥하지 않았다.“근 200년 동안 물려받은 저희 오륜 사찰의 수맥 탐지 봉은 천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보물이라고요. 풍수를 볼 때마다 이 수맥 탐지 봉을 사용했고, 이것으로 저희 오륜 사찰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그런데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요? 어디 제대로 말씀해 보시죠!”허유주는 자기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 잔뜩 화가 난 생태인데 김예훈이 수맥 탐지 봉마저 망가뜨렸으니 더는 그 화를 참을 수 없었다.“김 도련님, 비록 오륜 사찰이 무술의 성지이긴 하지만 의술이나 풍수, 관상 방면에서도 일반적인 풍수 대가나 의사보다는 훨씬 뛰어납니다. 저도 이 수맥 탐지 봉을 여러 번 보았는데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았습니다.”허순재는 망설이다 결국 나서기로 했다.“아까 김 회장님께서 망가뜨린 수맥 탐지 봉은 확실히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습니다. 잘못 보셔서 실수로 망가뜨린 거라면 제가 대신 배상해 드리죠. 이 기회를 빌어 다 같이 친구로 지내는 거 어떨까요?”김예훈은 바닥에 남은 일부 조각을 주으면서 말했다.“선재 스님, 제가 본것이 맞다면 이 수맥 탐지 봉은 소문으로만 듣던 얼음 형 옥석으로 만들어진 거 맞죠?”선재 스님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얼음 형 옥석을 알아보시다니 안목이 높으시네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얼음 형 옥석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알고 있지만 이 수맥 탐지 봉은 그만큼 귀한 물건은 아니에요. 어디서 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중에 음기가 가
“유주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잘못했으면 인정할 줄 알아야지. 다음부터 너무 흥분해하지 마.”여자 스님은 웃으면서 허유주를 위로해 주었다.허유주는 막무가내의 성격이긴 해도 여자 스님의 말은 잘 들었다.허순재는 더는 허유주를 혼내지 않고 웃으면서 김예훈에게 말했다.“김 회장님, 제가 자식 교육을 잘 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침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오륜 사찰에 계시는 선재 스님이시고, 제 불효자식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유주도 오륜 사찰에서 수행하고 있거든요. 저희 허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듣고 보러오신 겁니다. 선재 스님, 스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분은 김 세자님이시자 김 회장님이신 진주·밀양의 귀인이기도 합니다.”허순재가 웃으면서 소개해 주자 김예훈이 먼저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하지만 김예훈은 손이 가까워지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륜 사찰에 대해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오륜 사찰은 경기도 구역에서 무술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오륜 사찰에서 가장 유명한 영춘권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오륜 사찰 스님이라니. 글쎄 포스가 일반인들과 다르다 했어.’“김 세자님, 안녕하세요.”선재 스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예훈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은지 굳이 오래 악수할 생각 없이 바로 손을 거뒀다.선재 스님은 도도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쳐다보았다.“허씨 가문에 벌어진 일을 저희 성녀분께서 아시고 해결하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무슨 일때문에 하인들이 실종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다른 분들을 이만 보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허순재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성녀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하인은 다 내보내긴 하겠는데 여러분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보디가드 몇 분은 남겨둬도 괜찮지 않을까요?”선재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쓸데없는 사람만 나가주시면 됩니다.”선재 스님은 일부러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