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귀신 같아?” 김예훈은 로비로 들어와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지용을 향해 걸어갔다. 정지용은 부들부들 떨면서 손을 뻗어 김예훈의 손을 만졌다. 이내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따뜻해. 정말 살아있었던 거야? 이럴 리가 없는데 ?”김예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보니 내가 죽기를 바랐구나!”“엉? 아니야!” 정지용은 무의식적으로 부인했다. 왠지 모르게 지금 이 순간의 김예훈은 조금 두려웠다. “예훈 씨!” 바로 이때 정신을 차린 정민아가 달려와서 김예훈을 꼬옥 끌어안았다. 김예훈도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일찍 돌아왔어야 했는데…”“아니야, 당신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두 사람의 훈훈한 광경을 목격한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싫은 표정을 지었다. 부들부들 떨고 있던 정동철이 평정심을 되찾고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복씨 가문과 이일도가 널 그냥 살려둘 리가 없는데 말이야!”“그러니까! 복씨 가문에서 너한테 손을 썼는데 네가 살아 돌아온다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넌 이미 죽었어야 하는 건데!”김예훈의 품 안에 있던 정민아마저도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게, 예훈 씨 어떻게 된 일인지 얼른 설명해 봐.”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진작에 얘기했잖아. 해결할 수 있다고.”“친구가 있는데 3년 전에 복씨 가문에 의해 살해당했어. 그 친구의 부모님이 아주 대단한 분들이셔. 그 친구의 복수를 위해 3년 동안 준비하고 있었어…”“내가 복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그 친구 부모님의 부탁을 받고 그런 거야…”“오늘 친구의 묘지 앞에서 그의 부모님은 복씨 가문 과 이일도 등을 바로 해결해 버렸어. 군사들도 불러서 아주 난리가 났었지...”“마지막에 복씨 가문은 끝장났고 복씨 가문의 재산을 나한테 넘기겠다고 했어…”김예훈의 설명을 듣고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 이 데릴사위가 이렇게
다음 날, 아침 일찍.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김예훈과 정민아의 뒤를 따라 BJ그룹으로 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정동철도 함께 왔다.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야 한다!BJ그룹의 고층 빌딩을 보고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J그룹은 CY그룹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력 있는 회사였다.그도 그럴 것이CY그룹은 김세자가 이끄는 그룹이니 일반 그룹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BJ그룹도 성남의 일류 가문 중에서는 손꼽히는 회사였다. 지금 이 순간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모두 흥분한 상태였고 정민아조차도 엄청 흥분하고 있었다.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프런트 데스크를 찾아가 김예훈은 자신의 온 목적을 밝혔다.“김예훈이라고 하는데 오늘 BJ그룹을 인수하러 왔습니다!”프런트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제 정신이에요? 회사를 인수하러 온다는 소식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정민아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복씨 가문은 이미 BJ그룹에서 퇴출된 거 아니에요? 복률은 이미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았어요?”“맞아요. 맞긴 하지만 우리 BJ그룹은 복씨 가문의 소유가 아니에요. 이사회도 있어요. 현재 이사회에서 복씨 가문의 지분을 가져갔어요.”프런트 직원이 해명했다.정민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슨 뜻이에요?”“BJ그룹의 뒤에 누군가 절대적인 지분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나요?”“복씨 가문은 그저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걸 그룹 내에서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프런트 직원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도 식견이 넓은 편이라 왠만한 일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참 보기 드문 일이었다.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바로 눈치챘다. 김씨 가문!김병욱!김병욱은BJ그룹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복씨 가문은 김씨 가문과 김병욱의 개나 다름없었다!BJ그룹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병욱의 것이었다.정동철과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앞으로 비집고
BJ그룹의 과거 대표는 복률이었다.근데 어젯밤 복률은 대표직을 내려놓고 복씨 가문의 모든 지분을 내놓았다. 곽진택은 김병욱의 심복으로서 임시로BJ그룹의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병욱은 집중적으로 그를 배양하고 있었고 곽진택은 외국에서 대학을 마친 사람이었다. 어젯밤 갑자기 BJ그룹의 대표직을 맡으라는 소식을 받고 곽진택은 너무 흥분되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재산 총액이 몇천억에 달하는 그룹의 대표라니, 이건 엄청난 행운인 것이다!복씨 가문에서 왜 갑자기 모든 지분을 내놓았는지, 복률이 왜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는지 그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대표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김병욱의 요구는 딱 하나였다. BJ그룹을 잘 경영하고 BJ그룹을 넘보는 인간은 죽여버리라는 것이었다. 곽진택의 뒤에는 김씨 가문이 있다. 경기도 최고 가문인 김씨 가문이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는 이상 곽진택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 BJ그룹을 맡게 될 때 각 부서에서 절대적으로 협조해 줘서 그는 기분이 좋았다. 방금 절차를 마친 그는 잠깐 쉬려고 했다. 근데 김예훈의 일행이 이곳에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걸어와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프런트 직원은 냉큼 대답했다. “곽 대표님, 이 사람들이 밑도 끝도 없이 회사를 인수하러 왔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소란을 피우러 온 것 같습니다.” 곽진택은 김예훈과 정민아를 쳐다보았다. 정민아를 잠깐 쳐다보던 그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냉정해진 그는 차갑게 웃었다. “난 또 누구인가 했네! 복씨 가문에서 성남으로 불러들인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아닌가요?”“참 웃긴 일입니다. 작은 도시의 이류 가문이 감히 성남에서 새로 떠오른 가문이라고 스스로 칭하다니.”“뒤를 봐주던 복씨 가문이 무너졌는데 그들의 회사를 인수하려 왔다고요? 무슨 생각인지 참?”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 “김병욱이 보내서 왔나?”곽진택은 흠칫하더니 위아래로 김예
정말 창피했다! 너무 창피해서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 정씨 일가의 사람은 농촌에서 갓 상경한 사람들처럼 있는 대로 망신을 당하고 있었다. 앞으로 정씨 일가가 성남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지, 성남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당장 꺼져요! 우리 그룹은 바보들을 환영하지 않아요!?”“보안팀, 이 사람들 밖으로 내쫓아요!”곽진택이 명을 내리자 주위에서 보안 요원들이 모여들었다. 결국 김예훈과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보안 요원들에 의해 쫓겨났다.“바보 같은 인간들!”보안 요원들은 욕설을 퍼부었고 하나같이 박장대소했다. 보안 요원으로 근무한 지 오래되었어도 이런 바보들은 또 처음 본다.굴욕이다!정씨 일가 역사상 가장 큰 굴욕이었다!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앞으로 정씨 일가는 성남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다.안색이 어두운 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곽진택을 처리하지 않은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김병욱은 비장의 카드를 대놓고 보여줄 정도로 순진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김병욱을 처리하려면 아마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김씨 가문의 사걸, 김병욱은 역시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쫓겨난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창피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눈앞의 이놈은 어젯밤까지만 해도 엄청난 재산을 가진 재벌인 줄 알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이놈한테 잘 보이려 했다!근데 뜻밖에도 그는 여전히 땡전 한 푼 없는 찌질한 인간이었다. 이런 놈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이놈 때문에 정씨 일가는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앞으로 어떻게 성남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김예훈!”“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제대로 상황 파악도 안 하고 남의 회사를 인수하러 온 거야?”“젠장, 널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야!”정동철은 부들부들 떨었고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정지용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BJ그룹이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정민아를 보면서 김예훈은 웃음이 나왔다. “알았어. 앞으로는 당신 말 들을게.”“근데 걱정하지 마. BJ그룹은 언젠가는 내가 찾아올 거야.”“그때 가서 회사 이름 바꾸고 당신한테 선물할게.”김예훈은 실실거리며 웃었다. 그는 정말 그럴 생각이었고 그한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김병욱만 해결한다면 이 일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허튼 소리 그만해!” “정말 당신 한 대 때리고 싶어!”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김예훈을 보니 정민택과 정지용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정동청은 심호흡을 하고 재차 경고했다. “정군, 네 사위 잘 좀 지키고 있어. 앞으로 우리 정씨 일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까!”“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정씨 일가의 발목을 잡을 생각 하지 마!”“안 그러면 너희들도 모두 집안에서 내쫓아 버릴 거야!”“가자!”말을 마치고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자리를 떴다.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김예훈을 노려보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넌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말을 마친 두 사람도 자리를 떴다. 정민아는 그를 위로했다. “예훈 씨, 엄마 아빠는 홧김에 그러시는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나도 조금은 화가 났었으니까 …”“괜찮아, 우리한테는 백운 그룹이 있잖아. 잘 경영하면 내가 당신 먹여 살릴 수 있어.”김예훈은 쿨하게 웃었다. “괜찮아,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야.”그는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이런 일로 마음에 담아둔다면 3년 동안 데릴사위로 살면서 진작에 때려치웠을 것이다. 김예훈과 정민아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렉서스 한 대가BJ그룹 빌딩 입구에 멈춰 섰다. 곽진택은 직접 마중하러 나왔다. 이분이 얼마나 티를 내지 않은 분인지 잘 알기에 그는 수행원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김씨 가문 사걸 중의 우두머리인 김병욱이었다. 그는 여전히 당나라 복장을 하고 있었고 기품이 흘러넘쳤다. “도련님, 그들은 이
성남시의 상류층은 크다고 하면 크고 작다고 하면 작은 바닥이었다. 하루 사이에 복씨 가문이 무너진 소식이 이 바닥에 퍼졌다.그리고 이제 막 발을 붙인 정씨 일가가 BJ그룹을 인수한다고?이렇게 우스운 일은 당연히 웃음거리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정동철마저도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것이 두려워 별장의 대문을 나가지 못했다.하룻밤 사이에 정씨 일가는 성남시 상류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그로 인해 복씨 가문이 성남시에서 퇴출당한 소식은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복씨 가문에 대해 말을 하면 사람들은 자연히 정씨 일가에 관해 얘기했다. 김예훈과 정민아는 정군 부부와 함께 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안 그러면 정군의 가족들도 아마 집을 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유독 정소현만이 형부가 BJ그룹을 언니한테 선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정민아는 그저 김예훈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은 후 복씨 가문의 압박이 없는 관계로 백운 그룹의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정민아는 정상적으로 회사로 출근하였다. 돈을 벌어 김예훈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한편, 김예훈은 아침 일찍 오정범의 머물고 있는 곳으로 왔다. 장사가 잘 안되는 골프장을 오정범은 아예 통째로 빌려 훈련 장소로 만들어버렸다. 김예훈은 이곳에서 쓸모 있는 사람을 몇 명 뽑을 생각이었다. 앞으로 그한테 이러저러한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말이다. 그때마다 오정범한테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그건 김예훈 자신조차도 너무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곁에 쓸만한 사람을 몇 명 두면 뭐든 편할 것 같았다. 자신이 김세자의 경호원이 된다는 사실에 오정범한테 뽑힌 선수들은 하나같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남문호의 묘 앞에서 생긴 일을 이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전설 속의 김세자를 위해 일을 한다는 건 전생에 나
“아참, 내일 양부모님이 성남에 온다고 했어요. 식구들이 식사 대접을 할 계획이니 형부도 참석해요.”정소현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김예훈은 대충 알고 있었다. 정소현이 태어나던 해 한 귀인의 귀띔으로 인해 그녀는 신분이 높은 부부의 양딸이 되었다. 정소현은 매년 그 부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 부부는 아마 실력 있는 가문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 비록 정소현을 양딸로 삼았지만 정씨 일가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예훈은 정소현의 양부모님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신분이 높은 그들이 이곳으로 온다는 건 큰일이었다. 그날 밤, 정군은 김예훈과 정민아를 따로 불렀다. 정군은 김예훈을 노려보고는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 “어제 있었던 일은 다 지나간 일이야. 내일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 절대 날 망신시키지 마!”“또다시 망신을 주면 그때 이 집안에서 쫓아낼 거야!”정민아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아빠.”그녀는 정말 궁금했다. 정군은 분명 김예훈을 죽도록 미워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김예훈을 불러 이렇게 신중하게 말을 하는지. 설마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은 아닌지?생각을 마친 정군이 이내 입을 열었다. “민아야, 넌 네 동생의 양부모님에 대해 알고 있지? 소현이 매년 그 집에 가서 몇 달씩 지내다 오잖아?”정민아가 대답했다. “네, 알고 있어요…”“네 동생의 양부모님은 사실 너희 작은이모, 작은이모부야...”“네 엄마는 임씨 가문의 사람이었어. 임씨 가문은 실력이 강하고 오래된 가문이야. 그 당시 네 엄마가 나한테 시집을 온 건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그동안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 두 사람을 인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에 갑자기 사람을 보내 우리한테 연락을 해왔어. 그리고 우리 가족들과 같이 밥 한 끼 먹고 싶다고 했어.”“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의 체면을 구겨서는 안 돼. 알았지?”정군은 노파심에 거듭 주의를 줬다. 만약 임씨 가문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참석
다음날, 임은숙의 동생 임지숙과 그녀의 남편 여경택이 찾아왔다.그들은 성남시에서 제일 비싼 풀비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호텔에 마련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풀비스 호텔의 하룻밤 가격은 100만 가까이한다. 로열 스위트룸의 가격은 1500만 원 가까이할 것이다.임지숙과 여경택 두 사람이 밖에서 밤을 보낼 때면 무조건 5성급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에 묵었다.호텔의 하룻밤 가격이 1500만 원 가까이한다는 말을 들은 정군과 임은숙은 배가 아팠다.그들이 호텔에서 하룻밤 묵는 돈을 자신들은 몇 날은 쓸 수 있기 때문이다.호텔의 2층에 있는 연회장 VIP 룸.룸에는 4사람이 앉아있었다.주인공의 자리에 앉은 임지숙과 여경택의 곁에 정소현이 앉아있었다.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이었다.그리고 그녀의 맞은편에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김예훈은 정소현을 힐끔 쳐다보았다. 어제저녁 까지만 해도 신이 나 보였던 처제의 기분이 여경택과 임지숙을 만난 이후 시무룩해 보였다.김예훈과 정민아를 발견한 정소현이 뛰어오더니 말했다.“형부, 언니 왔어요!”여경택과 임지숙 그리고 젊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여경택은 중후한 사업 파트너의 느낌을 풍겼다.개량한복을 입은 임지숙의 액세서리와 몸에서 고귀한 자태가 물씬 느껴졌다.관리를 잘한 얼굴과 몸매에 연예인 못지않은 자태를 풍기는 모습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젊은 남자는 한눈에 보아도 점잖아 보였고, 그의 눈동자에는 이따금씩 날카로운 빛이 새어 나왔다.김예훈은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바로 알아차렸다. 젊은 남자는 군부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의 실력과 지위가 있는 것 같다.서로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정군 부부는 공손하게 자리에 앉았다.임은숙의 동생과 동생 남편이었지만 두 사람은 아이가 없어 정소현을 마치 자신의 자식인 것 마냥 이뻐했다.정군과 결혼을 하던 그때, 임은숙은 임씨 가문을 배신했다. 임지숙과 함께 있으니 누가 보아도 승패는 이미 갈린 상황이다.정군은 자신의 동서인 여경택 앞에서 아무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