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허유주는 화가 나서 김예훈한테 손가락질하면서 부들부들 떨었다.“우리 엄마 죽게 생겼다고! 얼른 구해보라니까? 우리 엄마가 잘못되면 그 대가를 감당할 수나 있겠어? 너 때문에 우리 엄마가 잘못되는 날엔 똑같이 지옥으로 보내줄 거야!”허유주는 이를 갈면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뭐 더 얻어내려고 버티고 있지 말고. 내가 말해주는데 우리 엄마를 구하지 못하면 너한테 좋은 일 하나도 없을 거야.”허유주는 김예훈이 손도영과 선재 스님의 인정을 받은 이상 무조건 황수련을 치료해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이름날릴수있는 좋은 기회인데 나한테 감지덕지해야지!’이순간 김예훈은 잘난 척할 것이 아니라 냉큼 달려가 황수련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데. 김예훈 그 더러운 피를 우리 엄마 얼굴에 묻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줄 알아.”“뭔가 오해하고 있나 본데 당신은 내가 체면을 지켜줄 만한 상대가 아니야.”김예훈은 가소로운 눈빛으로 허유주를 쳐다보면서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내가 도와주는 거 어렵지 않아. 무릎부터 꿇어. 무릎 꿇으면 도와줄지 말지 생각은 해볼게. 무릎 꿇을 생각이 없으면 손도영 대가님한테 도와달라고 하던가. 어차피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이신데 체내에 남아있는 음기 같은 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김예훈, 내 체면 좀 지켜주면 안 되겠어?”김예훈이 떠나려고 하자 선재 스님이 나서서 김예훈의 앞길을 막았다.“체면이요? 참 이상하네요. 오늘 왜 다들 저한테 체면을 지켜달라고 하는 거죠? 얼마나 대단한 체면이길래. 선재 스님이라고 하셨죠? 제가 지켜드려야 할 체면은 있는 거예요?”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선재 스님을 쳐다보았다.“그리고 오륜 사찰은 경기도 무술의 경지면서 저 같은 사람한테 도움을 청하는 거 창피하지도 않으세요?”선재 스님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허순재는 죽고, 다른 가족들은 살려내야 한다는 김현민의 부
“김예훈,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말해주는데. 만약에 우리 엄마가...”허유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려서 전화부터 받았다.그런데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전화를 끊자마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 그래?”선재 스님은 황수련이 죽었을까 봐 순간 긴장했다.황수련이 죽어버리는 순간 김현민의 계획이 모두 물거품으로 되기 때문이다.김현민한테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도 못 지킬 수 있었다.이순간, 선재 스님은 허유주보다도 더 긴장한 상태였다.“의사 선생님께서 전화가 왔는데 엄마 상태가 시급하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네요... 어떡하면 좋죠?”허유주는 순간 어린아이로 돌아갔다.“우리 엄마가 죽게 생겼다고요! 이제부터 저는 엄마 없는 아이로 되는 거라고요. 흑흑흑...”퍽!선재 스님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이 모습에 허유주, 손성현은 깜짝 놀라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선재 스님은 누구인가? 오륜 사찰의 대단한 인물인데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선재 스님은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신경 쓰지 않고 머릿속에는 온통 김현민의 계획뿐이었다.그녀는 치욕을 무릅쓰고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김예훈, 이제 사람을 구해줄 거지?”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머리를 세 번 박을 때마다 한 명의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했을 텐데요?”선재 스님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차피 무릎도 꿇었는데 더이상 창피한 것도 없었다.퍽! 퍽! 퍽!김예훈이 트집을 잡을까 봐 일부러 큰 소리로 머리를 박았다.이때 허유주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선재 스님께서 무릎도 꿇고, 머리도 박았는데 이제 우리 엄마 살려줄 수 있는 거지?”김예훈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다시 거실로 들어갔다.어떻게든 황수련을 살려야만 하는 의사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절망적인 표정이었다.황수련은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태였지만 어디서 나온 힘인지 힘껏 발버둥 치고 있었다.아까까지만 해
“얼른 사람부터 구해야 해요!”당황한 간호사들이 다급하게 달려왔다.이들은 김예훈만이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지 김예훈을 보자마자 흠칫했다.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에 묻은 피를 닦아내면서 피식 웃었다.“바닥에 머리를 몇번 박을 생각인가요?”선재 스님은 이를 꽉 깨물면서 창백한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허씨 가문의 도련님들과 사모님들은 김현민 계획 중의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한 명도 죽어서는 안 되었다.김현민을 위해서라면 이 치욕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다.김예훈은 약속대로 허씨 가문 사람들을 살려냈고, 살리는 김에 하인들과 보디가드들도 살려냈다.하인들과 보디가드들은 선재 스님이 바닥에 머리를 박으면서까지 사정할 필요는 없었다.김예훈에게는 그저 피 몇 방울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김예훈은 허씨 가문 내부가 안정을 되찾아서야 뒤돌아 거실을 떠났다.조사를 확인하려던 찰나, 정장을 입은 한 여자가 김예훈의 앞에 나타나 공손하게 말했다.“김예훈 씨, 손도영 대가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이 여자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손성현의 말투보다는 백배 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손도영 대가님께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답니다. 그리고 고마움도 전하려고 하는데 대가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김예훈 씨께서 시간을 좀 내주셨으면 합니다.”“그러죠.”김예훈은 손도영이 찾을 거라고 예상했는지 바로 동의했다.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라는 사람이 궁금하기도 했고, 상대방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했다.손도영의 부하인 그녀는 김예훈을 서재로 안내했다.30평 정도 되는 호화스러운 이곳은 딱봐도 허순재의 서재로 보였다.고급스러운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에 골동품들도 놓여있어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손도영은 삼베옷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쓴 채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대가님, 김예훈 씨께서 오셨습니다.”손도영은 서서히 뒤돌아서면서 김예훈을 관찰했다.“아주 대단한 사람이더군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별말씀을요.”“피로
김예훈이 이런 거에 관심이 없는 것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칭찬에 넘어갈 만한 사람이 아니기도 했다.그리고 손도영이 자신을 칭찬하는 데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설마 범령산 출신은 아니죠? 그쪽에서 외부인은 받지 않는다고 하던데 김예훈 씨는 어떻게 들어간 거예요?”손도영은 또 한 번 떠보는 식으로 물어보았다.전체 대한민국 풍수 계에서 존경할 만한 곳은 범령산 천지부였다.“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전문적으로 풍수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풍수에 대해 잘 모른다고요.”김예훈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 그의 피가 음기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전쟁터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에 살기가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부분은 김예훈조차도 설명할 수 없었다. 설명했다간 신분이 들통날지도 몰랐다.“그러면 모시고 있는 사부님이 없다는 말씀인가요?”손도영은 멈칫하더니 다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가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우연히 비법이 적혀 있는 책을 발견하여 스스로 비법을 터득했다는 내용을 보긴 했는데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거예요.”손도영과 이 화제를 더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맞습니다. 저 스스로 배운 거예요. 제가 뭘 보고 배웠는지 궁금한 거예요?”김예훈은 임의로 풍수 계에서 유명한 책 몇 권을 언급했다.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은 아니었다. 누구나 이 책 몇 권을 터득하기만 한다면 풍수 대가로 거듭나기 일쑤였다.“혼자 터득한 거였군요...”김예훈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자, 손도영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제 앞에서도 기가 하나도 꺾이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니 어느 명문가 출신인가 봐요? 제가 그쪽 가문에 가서 풍수를 봐 드렸을 수도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서로 아는 사이일지 어떻게 알아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명문가 출신이긴 하지만 진작에 뿔뿔이 흩어졌어요. 제가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건 그동안 겪
손도영은 정갈한 메이크업을 한 여자한테 손짓했다.그 여자의 전화 한 통에 몇몇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큰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열어봐.”박스가 열리는 순간, 안에는 현금이 가득 들어있었다.20만 원짜리 홍콩 달러, 리카 제국 현금과 유로가 한 무더기 들어있었다.차곡차곡 쌓여있는 현금에서 돈 냄새가 풍겨오자, 호흡부터 가빠지는 느낌이었다.한평생 만져보지도 못하는 돈이라 보디가드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손도영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대가님, 이게 무슨 뜻이죠?”손도영은 먼저 홍콩 달러가 가득 담겨있는 박스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이 안에는 20억 원 상당의 홍콩 달러가 들어있습니다. 허씨 가문 도련님들과 사모님들을 살려주신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겁니다. 원래는 제가 구해드렸어야 하는데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결국 아무것도 못 했네요. 김예훈 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제가 큰 수모를 당했을 것입니다. 저는 은혜를 갚는 사람이라 사양하지 말고 이 돈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손도영은 또 한 번 홍콩 달러가 들어있는 상자를 김예훈 앞에 내밀면서 말했다.김예훈이 허유주의 은행 카드를 받는 행동에서 돈을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김예훈은 현금 한 묶음을 만지작거리면서 피식 웃었다.“역시나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는 다르군요. 돈 꾸러미를 보고 마음이 안 흔들릴 자가 있겠습니까!”“드릴 것이 아직 더 있습니다.”손도영은 또 두번째 상자를 김예훈 앞에 내밀면서 말했다.“이건 100억 원 상당의 리카 제국 현금입니다. 환율을 따져봤을 때 8,000만 원 정도의 홍콩 달러인 거죠.”김예훈은 또 리카 제국 현금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정말 큰돈이네요. 이건 또 왜 저한테 주시는 거죠?”“똑똑한 분이시라 말이 잘 통하네요.”손도영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이 일은 없었던 일로 해주십시오. 진주·밀양 사람들한테 저 손도영이 허씨 가문을 살려줬다고 믿게 해주신다면 이 돈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떠신가
김예훈 역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손도영을 쳐다보면서 물었다.“그러면 마지막 한 박스는 어떤 용도인 거죠?”딱봐도 액수가 더 많아 보이는 세 번째 박스를 봤을 때, 마지막 요구가 가장 높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똑똑한 사람이라 재밌군요.”손도영은 눈치가 빠르고도 똑똑한 김예훈의 모습에 감탄했다.이때, 손도영의 손짓하나에 마지막 박스가 열리고, 한 무더기로 쌓여있는 현금이 모습을 드러냈다.“피로 음기를 물리칠 수 있는 기술을 전수 받고 싶은 의미에서, 그리고 김예훈 씨를 저의 제자로 삼고 싶은 의미에서 드리는 현금이에요.”“150억 원 상당의 현금으로 저의 기술을 사가는 것도 모자라 저를 제자로 삼고 싶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으면서 겉으로는 멋있는 척하면서 가소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손도영을 똑같이 쳐다보았다.“정말 나름대로 계획을 잘 세우셨네요. 그런데 이러다 나락으로 갈까 봐 두렵지도 않으세요?”김예훈이 무례했다고 생각했는지 아까 그 여자 부하가 미간을 찌푸렸다.“이번에 급하게 허씨 가문에 오는 바람에 많이 준비하지도 못했네요.”손도영은 김예훈의 숨은 말뜻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현금 한 묶음을 김예훈 앞에 던지면서 말했다.“제가 허씨 가문의 상황을 빨리 수습하려고 많이 급하게 왔나 봐요. 그런데 이 와중에 김예훈 씨를 만난 걸 보면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이 아닌가 싶네요. 김예훈 씨가 그 기술을 저한테 전수해 주시면 대한민국 풍수 계에서 1인자로 꼽힐지도 모르는데 그때되면 김예훈 씨한테 모든 걸 물려줄게요. 김예훈 씨처럼 아무런 가족 배경도 없는 사람은 무조건 진가를 잘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손도영은 앞으로 다가가 김예훈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김예훈 씨, 제 제자로 들어온다면 평생 호의호식하게 해줄게요. 진주·밀양 상류 인사가 될수 있다는 것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손도영은 여전히 배시시 웃고 있었다.“저를 사부님으로 모시면 밀양 허씨 가문에서도 김예훈 씨의 체면을 지켜줄 거예요.
“풍수 대가들은 자기보다 더 대단한 풍수 대가가 나타나는 걸 꺼리잖아요. 제1 풍수 대가라는 타이틀을 빼앗길까 봐 그런거 아니에요? 아무리 저를 제자로 삼고 싶다고 해도 저를 죽이는 순간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저를 바로 죽일 거잖아요.”김예훈이 이 정도로 깊이 생각할 줄 몰랐는지 손도영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김예훈의 어깨를 툭툭 쳤다.“제 의도를 너무 나쁘게 생각했나 봐요. 제가 아무리 명예와 돈을 좋아한다고 해도 어떤 일은 해도 되는지,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이깟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죠. 젊은 나이에 왜 이런 나쁜 생각을 하는 거죠?손도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만약 제가 정말 나쁜 마음을 품었다면 왜 돈까지 주면서 제자로 삼고 싶다고 했겠어요. 아직 사회초년생이라 경계심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김예훈 씨를 탓하진 않을게요.”손도영은 애써 원망이 가득한 표정을 숨기고 김예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야 했다.김예훈이 한 말에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는 티를 내야 했다.이때 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도영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무슨 이유로 저를 제자로 삼고 싶은지 꼭 말해야 아나요? 제가 제자로 들어가는 순간, 직접 저를 죽일 필요도 없이, 돈으로 저를 속박하고, 심지어 저를 궁지로 몰고 갈 거잖아요. 당신의 이익을 위해서 돈으로 저의 입을 막고 싶은 거잖아요. 제가 이 돈을 다 썼을 때 술에 취해서 당신의 실체를 밝혀버리면 어떡하려고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신경 쓰지도 않았을 텐데 제가 음기를 없애버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견제하는 거 아니에요? 아직 저를 죽이지 않았던 것도 그 기술을 전수 받고 싶어서잖아요. 기술을 얻어가는 순간 저를 죽일 거잖아요. 저를 죽이지 못해도 저를 철저히 이용할 거잖아요. 제 기술을 캐내고, 또 저한테 심부름시킬 거잖아요. 저를 직접 죽일 필요도 없이 함정을
“그래서요?”김예훈의 태도는 차갑기만 했다.“죄송한데 저는 도박왕님 구하러 조사 확인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도박왕님만 살려드리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보다도 더 많을 거거든요.”김예훈은 한 무더기의 현금을 쳐다보지도 않고 뒤돌아 이곳을 떠났다.“흠...”김예훈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손도영은 시가에 불붙여 연기를 뿜어내면서 말했다.“요즘 젊은이들은 잘해줄수록 기어오르더라고. 일부러 대우를 해줬더니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잘난 척하긴. 지금 일부러 내 화를 돋우는 거야? 어디 본때를 보여줘?”손도영은 점잖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포악스러운 얼굴만 남아있었다.김예훈이 뒤돌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손도영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대가님께서 지금 저한테 손대려고요?”“그냥 주제 파악 좀 하게 본때를 보여주는 거지.”이때 손도영이 정갈하게 메이크업을 한 여성에게 말했다.“니콜 리, 김예훈이 반성할 수 있도록 본때를 좀 보여줘. 음기를 물리치는 비법을 내놓고, 우리 손씨 풍수협회에 가입하겠다고 할때까지 절대 못 가.”손도영은 피식 웃으면서 뒤돌아 서재를 떠났다.김예훈이 발걸음을 움직이자 니콜 리가 손을 뻗어 그의 앞길을 막았다.“김 도련님, 발걸음을 멈추시죠. 떠나기 전에 대가님의 조건부터 들어주셔야죠.”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지금 저를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시는 거예요?”이때 니콜 리가 피식 웃으면서 왼쪽 손바닥에 붙어있는 노란색 부적 몇 개를 보여주었다.그러더니 오른손으로 뒤에서 목검을 하나 꺼내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풍수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거예요. 제가 수련한 것이 마침 살인술인데 과연 도망칠 수 있을지 확인해 보시든가요.”이때 네명의 손씨 풍수협회 제자들이 걸어들어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수맥 탐지 봉에 목검을 들고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니콜 리가 목검을 수중에 있는 석 장의 부적에 갖다
“쯧쯧쯧. 강서연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씨 가문에서 옥루정 지분을 30%만 가지고 있다는 거 잊었어요? 그리고 저희 남씨 가문에서는 40%나 가지고 있다고요!”남윤지는 사람들과 함께 강서연 앞으로 다가가 아래위로 훑어보았다.“간단히 말해서 옥루정의 진정한 주인은 저희 남씨 가문이고, 매니저님도 저희 남씨 가문에서 고용한 매니저라고요. 강서연 씨가 때리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감히 해고할 수 있겠냐고요!”얼굴이 시퍼레진 손다미는 이 순간 거만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남윤지가 자기편을 들어주면 강서연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남씨 가문이야말로 주인이라고요?”강서연은 피식 웃고 말았다.“남윤지 씨, 먼저 가서 의사를 보이는 거 어때요? 남씨 가문이 창피를 당하기 전에 텅 빈 머리를 메꾸고 나서 다시 찾아오시죠. 주식을 양도할 때 저희 강씨 가문이야말로 옥루정의 영원한 결정권자라고 똑똑히 말했을 텐데요?”“영원한 결정권자라고 똑똑히 말했다고요?”남윤지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강서연 씨도 이 바닥에 오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순진한 거예요? 이 세상에 계약서에 똑똑히 적혀있는 글씨 빼곤 말로만 하는 약속은 없다고요. 저희도 그때 강씨 가문에서 더 이상 옥루정의 일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솔직히 그동안 옥루정을 관리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잖아요. 옥루정의 인사 채용부터 기타 모든 업무는 저희 남씨 가문에서 관리하고 있었다고요. 간단히 말해서 매년 30%의 이익을 챙기는 것 빼고는 할수 있는 말이 없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매니저님께 사과하시고 아까 했던 말을 다시 거두는 것이 좋을 거예요. 일이 커졌다간 강씨 가문한테도 좋은 일이 없을 테니까요. 이 언니가 지금 동생 걱정을 하는 게 안 보여요? 제 말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죠?”강서연이 냉랭하게 말했다.“이익? 남윤지 씨, 솔직히 말해서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당신들이 그동안 허위로 회계보고를 하는 바람에 저희 강씨 가문에서
강서연이 연속으로 뺨을 열몇 대 때리는 바람에 손다미는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어 비명을 질렀다.“우리 강씨 가문이 몇 년 동안 너무 겸손해서 함부로 건드려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오냐오냐해 줬더니 우리 강씨 가문을 뭐로 보는거야. 다른 주인에게 붙으면 우리 강씨 가문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쨕!“당장 꺼져!”강사연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뺨을 때리면서 말했다.“기회를 줄 때 짐 싸서 꺼져. 다음에 또 옥루정에서 만나면 죽여버릴 줄 알아.”아까 거만한 모습과는 달리 손다미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은 멍투성이인 모습이었다.오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함만이 남아있었다.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으로 강서연을 힐끔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용문당 회장의 손녀로서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면 오히려 무시당했을 것이다.그런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호한 모습에 다시 보게 되었다.다른 재벌 2세들도 입이 떡 벌어진 채 강서연을 쳐다보았다.평소에 온순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강서연이 화가 나면 이런 모습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른바 군계일학이란 지금의 강서연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강서연 씨, 옥루정은 강씨 가문에서 독점 운영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다른 주주들의 동의 없이 옥루정의 매니저를 함부로 폭행하고 해고하는 건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요?”손다미가 기어서 나가려고 할 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열몇 명의 남녀가 쏟아져 들어왔다.가장 앞에 서 있는 여인은 얼굴이며 몸매가 환상적이었다.비록 최대 스물세네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귀부인 같은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지방시 최신 미니스커트를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손목에 무심하게 다이아몬드 팔찌를 하고 있어 마치 선녀처럼 돋보였다.새하얀 허벅지, 입체감 있는 가슴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단순히 말하자면 그녀의 매력과 기품은 일반 여성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녀는 바로 진주 남씨 가문의 남윤지였다.고개 들어 그녀를 쳐다보던 김예훈 역시
남윤지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아까까지만 해도 화를 내던 주우섭은 바로 기가 죽어 뻘쭘하게 다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다른 재벌 2세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남윤지는 진주 4대 명문가인 남씨 가문의 따님일 뿐만 아니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고 했다.남윤지를 건드리는 것은 김현민을 건드리는 것과도 같았다.이 자리에 있는 재벌 2세들은 김현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바로 겁이 나서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강서연 씨, 남윤지 씨가 오겠다는데 다 설명이 된 거 아니에요?”손다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강서연을 쳐다보았다.“괜찮으시다면 화장실 옆에 있는 테이블로 옮겨주실 수 있을까요? 잠시 후에 음료수와 맥주 같은 걸 보내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얼마든지 드릴게요.”웃을 듯 말 듯 한 손다미의 표정에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여자는 충분히 처벌받아도 마땅했다.만약 오늘 밤 강서연이 정말 남윤지라는 이름에 겁을 먹는다면 강씨 가문, 그리고 진주·밀양 용문당의 체면은 아마도 거의 다 잃게 될 것이다.강서연이 꼬리를 내릴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이다.그러고선 뒷짐을 쥔채 손다미 앞으로 걸어갔다.“매니저님, 옥루정의 매니저님이면 이곳 주인이 누군지는 알고 있겠죠?”강서연이 웃으며 물었다.그런데 손다미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알죠. 강씨 가문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쨕!손다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서연은 바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주인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여기서 날뛰고 있다고? 개 한 마리를 방치해 뒀더니, 자기가 주인인 줄 착각하고 있나 보네.”“악!”손다미는 얼굴을 감싼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얀 얼굴에 손바닥이 닿은 곳은 메이크업이 지워져 있었다.그 외에도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와 매우 처참해 보였다.손다미는 퉁퉁 부어오른 얼
“손다미 매니저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주문한 지 반 시간도 되어가는데 왜 음식이 아직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지금 저 주우섭을 무시하는 거예요?”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주우섭이 일어나 손목에 있는 오메가 시계며 BMW 차 키를 흔들며 거만하게 말했다.“여러분, 안녕하세요.”손다미는 피식 웃을 뿐 주우섭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한 바퀴 쭉 둘러보고는 강서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여러분, 죄송해요. 방금 알게 되었는데 이 룸은 이미 예약된 룸이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여유 있는 룸도 없는데 밖에 나가서 드시면 안 될까요? 회장실 옆에 테이블 하나 추가했거든요. 제 성의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20% 할인해 드릴게요.”손다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이미 예약된 룸이라고요?”주우섭은 바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서연이가 예약도 했고, 들어와서 앉아있는지도 언젠데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이 먼저 예약했다고 했어요? 저희보고 나가라고요? 무슨 농담을 하시는 거예요.”“그래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직원이 저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나 봐요. 제가 잘 조치하도록 할게요.”손다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그런데 진주에서 내로라하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이 룸은 웬만한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들어오지 못한다는 거 아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러분은 이곳에 들어올 자격도 없는데 제가 특별히 화장실 옆에 테이블을 마련해 드린 것만 해도 여러분들의 체면을 세워준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들도 예의를 좀 지켜주시기를 바랄게요.”손다미가 계속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따 귀한 분들이 오셔서 여러분들이 여전히 여기에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될지 저희도 모르는 일이에요. 저도 여러분들을 위해서 이러는 거 못 느끼겠어요?”제벌 2세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어두워졌다.옥루정은 원래 진주·밀양 용문당에서 운영하던 곳으로 현재 일부 지분을 내놓았다고 해도 그중에 강씨 가문에서 30%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손다미를 포함한 직원들은
강씨 가문 따님인 강서연은 평소에 옥루정에서 소비하는 일이 드물었다.지금 친구들까지 불러온 걸 보면 허영심이 크게 만족을 얻은 모양이다.이 순간 그녀는 김예훈의 의견도 묻지 않고 태블릿 PC로 거침없이 요리를 주문했다.그러고서 친구들과 크게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김예훈은 그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비록 강준이 이 둘을 맺어주고 싶어 했지만 김예훈은 이 어린 계집애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그냥 온 김에 밥이라도 먹고 가려고 했다.아무 말도 없는 김예훈과 달리, 강서연과 그녀의 친구들은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보았다.강준이 직접 소개해 준 남자인데 분명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남자친구들은 김예훈이 조용히 있는 것을 보고 옥루정의 스케일에 깜짝 놀란 줄 알고 하나같이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서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했다.꽤 유명한 제벌 2세만 아니었다면 강서연과 어울릴 수도 없었다.이들은 가끔 손목에 있는 롤렉스 시계며, 오메가 시계며, BMW 차 키, 그리고 벤츠 차 키까지 꺼내 부유함을 과시했다.강서연의 여자친구들은 여기에 넘어가 하나같이 매력 발산하기 시작했다.오직 강서연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진주·밀양 용문당이 겸손하긴 해도 충분히 진주 4대 명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었다.그래서 이런 어린아이 같은 장난에 강서연은 전혀 관심도 없었다.오히려 항상 침묵을 지키고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는 김예훈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물론 부잣집 따님이라 김예훈이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 절대 먼저 다가갈 리가 없었다.시간이 일분일초 흘러 반 시간쯤 지나고, 김예훈이 보이차 한 주전자를 다 마시기까지 여전히 주문한 음식은 감감무소식이었다.이때 주우섭이라는 재벌 2세가 벌떡 일어나 문을 벌컥 얼면서 소리쳤다.“웨이터 어디 갔어! 왜 지금까지 음식이 올라오지 않는 거냐고! 문 닫고 싶어?”옥루정은 진주에서 오래된 브랜드의 술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상류 인사들은 거의 모두 이곳 주인이 사실 진주·밀양 용문당인 것을 알
남윤지는 단기간에 급성장한 평범한 사람이 전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이 바닥에서는 재벌 2세든, 3세든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했는데 말이다.거만한 자가 때로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리면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수도 있었다.남윤지가 감탄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받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강준 그 늙은 여우가 김예훈을 직접 접대하지 않았대요. 옥루정에 데려가서는 자기는 핑계를 대고 떠나고 강서연더러 접대하라고 했대요. 정말 손녀를 팔아먹을 생각인가 봐요. 아니면 정말 김예훈과 우정을 쌓으려는 생각일까요?”남윤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만약 김예훈이 강준과 친분을 쌓게 된다면 진주·밀양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이것은 김현민에게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강서연이라...”김현민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강준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제대로 경고해야지. 나 김현민 구역을 벗어나려면 쉽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줘야지. 진주·밀양은 결국엔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김예훈일지라도 아무도 이 구역에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어.”...진주 옥루정. 김예훈은 메인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보기에 스무 살도 채 안 된 소녀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날씬한 몸매에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었다.강준이 자리에 앉자마자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떠나는 바람에 이곳에는 김예훈과 강서연뿐이다.바로 소개팅 자리였다.맞은편의 소녀가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길래 김예훈은 강준이 뭘 하려는지 바로 이해했다.그는 자기의 소중한 손녀를 김예훈에게 소개하려는 것이다.이 순간 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비록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아무 이유 없는 소개팅은 결사반대였다.김예훈이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강서연은 일어나 그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도련님, 저희 할아버지께서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가셨으니 절대
남윤지는 원망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번에 김현민이 만반의 준비를 한 것도 오직 김예훈을 한 번에 짓밟아 버리기 위해서였다.강준이 장현준의 부름을 들었다는 소식에 특별히 김현민과 함께 구경하러 온 것이다.그런데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장면을 볼 줄 몰랐다.항상 거만하고 기세등등하던 강준은 장무준을 도와줄 생각은커녕 오히려 공손하게 김예훈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남윤지, 내가 몇번을 말해. 사람이 차분해야 한다고. 그렇게 초조해할 필요가 뭐가 있어?”김현민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듯이 담담하기만 했다.“내가 이미 소식을 들었는데 전에 진주·밀양 용전 사건 때 용문당 당주님이 나타나서 김예훈의 편을 들어줬다는 거 강준이 알게 되었다고 했어. 여우 같은 성격을 봤을 때 쉽게 누구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아니야. 오늘 김예훈에게 저녁을 사는 것도 강해 보이니까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탐색하려는 의도일 것이야. 김예훈이 여자 등이나 처먹는 사람인 걸 알게 된 순간 지금 공손한 만큼 잔인해질지도 몰라. 사실 마리아가 한 말도 틀리지 않았어. 강씨 가문은 영국 제국 덕분에 일어난 것이 맞거든. 김예훈이 용문당 당주님의 후계자가 아닌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직접 김예훈을 죽여버릴 거야. 한편으로는 영국 제국에, 한 편으로는 용문장 집법부대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는 거지. 마지막으로 장씨 가문에도, 우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도 할 말이 있지 않겠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인 거지.”김현민은 확신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이때 남윤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정말 김예훈이 용문당 당주님의 후계자가 아닌 것이 확실해요?”“당연히 아니지.”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용문당은 오직 용씨 가문의 용문당일 뿐, 다른 사람의 용문당이 될수 없어. 외부인을 후계자로 선택한다면 용문당 내부의 사람들이 동의하더라도 용 도련님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 아니면 용문당 집법부대가 머나먼 진주까지 찾아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강 회장님, 저들이 회장님을 자기가 키우던 개라고 말하더라고요. 이제 문을 닫고 개를 풀어 저를 물어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눈가를 파르르 떨던 장무준은 김예훈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고개를 낮춰 말할 수밖에 없었다.“강 회장님, 오해예요. 다 저희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잊어버려서 급한 마음에 헛소리한 것뿐이에요. 부디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는...”쨕!강준은 장무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넘어뜨리고는 실크 손수건으로 손바닥을 닦으며 말했다.“법을 어긴 놈들을 다 끌어내. 그리고 손과 발을 다 부러뜨려.”강준은 장무준의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김예훈 같은 냉혹한 사람 앞에서는 사과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용문당 당주님이 그를 이 정도로 신경 쓰는 걸 보니 어쩌면 후계자로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이참에 김예훈에게 잘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을 위해 집법부대와 맞서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김예훈을 위해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강준의 명령을 들은 건장한 용문당 제자들은 장무준을 끌고 나가 그의 손발을 부러뜨리려 했다.“강준! 넌 무준 씨를 해칠 자격이 없어!”마리아가 앞을 막으면서 영국 제국 시민권을 꺼내 자랑스럽게 말했다.“이거 잘 봐. 무준 씨는 이미 영국 제국의 사람이라고! 무준 씨를 건드리는 건 나 마리아, 그리고 영국 제국과 맞서는 거라고!”쨕!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준은 직접 나서서 마리아의 뺨을 때려 바닥에 넘어뜨렸다.그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이 년도 데려가서 손발을 부러뜨려! 아, 그리고 아까 우릴 보고 자기가 키우던 개라고 했댔지? 이참에 혀까지 잘라버려!”...한 시간 뒤, 구급차 몇 대가 동씨 가문에 도착해 장무준과 마리아를 데려갔다.이들은 최소한 병원에서 반년은 보내야 할 운명이었으며, 언제 퇴원할지는 아무도 몰랐다.추문성은 추씨 가문에 전화해
체면을 안 준다고?이 말은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친구 사이의 대화였다.그런데 이 간단한 한마디로 별장 전체가 조용해지고 말았다.장무준과 마리아 등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김예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알다시피 강준은 겸손한 사람이긴 해도 항상 거만하고 폭력적인 사람으로 유명했다.그런데 어떻게 여자 등이나 처먹는 사람한테 이 정도로 공손할 수 있겠는가.진주 1인자조차, 홍성파 우두머리조차 그에게는 별로 대접받지 못하는데 말이다.장무준이 장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마리아가 영국 제국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강준을 만날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이 순간, 강준은 공손하게 김예훈 앞에 서서 심지어 그를 존경하는 것으로 보였다.추문성과 동하임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충격일 뿐이다.김예훈이 강준을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강 회장님, 저희 초면이 아닌가요?”“비록 초면이긴 하지만 용문당 당주님이 저번에 진주·밀양을 방문하셨을 때 용문당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저도 이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서요.”강준의 진지한 표정에 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용전의 일이 끝난 지가 언젠데 내내 오지도 않다가 용문당 집법부대를 건드렸다고 와? 이게 무슨 뜻이지? 집법부대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타이밍에 온 건가?’웃는 얼굴에 침 뱉지 않는다고, 김예훈은 웃으면서 말했다.“강 회장님 말씀이 맞으세요. 용문당은 한목소리를 내야 하죠. 사실 강 회장님을 연회에 초대하려고 했는데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양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장무준과 마리아는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거의 욕이 나올 뻔했다.‘김예훈, 이 뻔뻔한 자식. 감히 강 회장님을 이용하려고 하다니.’방금 강준이 나타났을 때 구세주를 만난 줄 알고 김예훈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두세 마디에 강준이 총구를 돌릴 줄 몰랐다.강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 회장님, 진주·밀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