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니콜 리의 목검이 김예훈에게 닿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발을 뻗었다.다음 순간, 저 멀리 날아가 책장에 부딪힌 니콜 리는 한참동안 일어서지도 못했다.손에 쥐고 있던 목검도 두 동강 나고 말았다.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한 니콜 리의 얼굴은 잿빛보다도 더 어두웠다.김예훈은 이들한테 눈길 한번 주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이곳을 떠났다.김예훈이 어느새 손에 수맥 탐지 봉을 쥐고 뒷짐 쥐고 있는 손도영의 앞에 나타나자, 제자들은 한순간에 반응하지도 못했다.이들이 멍때리고 있을 때 김예훈은 이미 손도영의 앞으로 가 앞길을 막았고, 수맥 탐지 봉을 들고 있던 손도영은 김예훈을 발견하자마자 멈칫하고 말았다.“대가님,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게요.”김예훈은 어느샌가 다가온 손씨 풍수협회 제자를 저 멀리 날려버리더니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세상이 좁다고 하더니,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 몰랐네요.”손도영은 자기 실력을 물려받은 니콜 리가 김예훈이 이렇게 거들먹거리기까지 잡지 못한 것에 의외였다.손도영은 앞길을 막고 있는 김예훈을 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뭐하는 짓이야.”“무슨 짓이긴요.”김예훈은 배시시 웃기만 했다.“그냥 제가 여기 오기 전에 도박왕님께서 미리 저한테 전화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대가님께서 도박왕님을 죽이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꼭 살려야겠어요. 대가님께서는 살아서 밀양을 벗어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세요?”손도영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대노하면서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감히 날 모함해? 김예훈, 내가 말해주는데...”쨕!손도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은 이미 손을 손도영의 얼굴에 갖다 댔다.이때 깔끔한 뺨 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한데 저는 지금 대가님이랑 쓸데없는 말이나 할 시간이 없어서요. 이러고 있을 바에 도박왕님께 어떻게 말씀드릴지나 미리 생각해 보세요.”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허씨 가문 조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손도영은 얼굴을 감싸쥔 채 멍하니 서 있다가 박장대소를 지었다.이내 눈빛이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이 빵빵 틀어져 있는 실내로 들어간 것처럼 차가운 기운이 확 다가오자,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얼마 크지도 않은 마당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모습은 많이 비참하긴 해도 아직 목숨을 잃은 건 아니었다.김예훈은 이 사람들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었다. 이들은 조사 밖으로 도망치려고 버둥거리는 것 같지만 차마 입구를 벗어나지 못했다.김예훈이 이곳 상황을 확인하려고 할때, 멀지 않은 곳에서 자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회장님...”구석 쪽을 쳐다보았더니 허순재가 초췌한 모습으로 벽에 기대어있는 것이다. 그의 옆에는 총을 맞고 목숨을 거둔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김예훈이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도박왕님,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허순재가 피를 토해내면서 말했다.“제가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어요. 손도영 그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줄 알고 같이 들어온 거예요. 그런데 주문을 외치다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지 핑계 대고 도망치더라고요. 저희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이런 봉변을 당하게 되었어요.”“악령이 판장을 둘러친 거군요.”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몽롱한 공기가 사람들의 오감을 둔감하게 만들어 조사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그렇군요. 아기 귀신이라는 것도 어찌나 흉악하던지 전혀 상대할 수가 없었어요. 심지어 아기 귀신 때문에 보디가드들이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웠다니까요?”아기 귀신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는지 다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정도였다.심지어 김예훈마저도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근심되기도 했다.“김 회장님께서 저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이제부터 제 목숨도, 전체 허씨 가문도 김 회장님의 것이 되는 거예요.”김예훈이 아기 귀신을 해결하지 못할 줄 알고 그저 목숨만 구제하고 싶은 모양이다.“왜 도망쳐요?”김예훈은 덤덤하게 뒤돌아서더니 자신의 검지를 깨물었다.“이제 모두 끝날 때도 되었어요.”“김 회장님, 아기 귀신이 정말 만
누군가 김예훈과 실력을 겨루고 있었다.김예훈이 빠른 속도로 주먹을 뻗자, 상대방은 정통으로 맞아 비명과 함께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널브러졌다.이어 김예훈은 공중으로 뜨더니 상대방의 오른쪽 발목을 짓밟았다.빠직!벼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꺅!”처참한 비명과 함께 상대방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남양 의상을 입고 검은 피부에 온몸에서 악취를 풍기는 그는 마치 성성이와도 같았다.그는 발버둥 치면서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이런 젠장! 감히 내 일을 그르치다니. 빨리 안 놔줘? 너희 온 가족을 죽여줄까?”남양인은 이 처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흉악한 모습을 하고있었다.빠직!김예훈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든 나머지 한쪽 발목마저 부러뜨렸다.“꺅!”또 한 번 처참한 비명이 들려오고, 남양인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바닥에서 몸부림쳤다.김예훈이 이 정도로 막무가내인 사람인 줄 몰랐는지 흉악스럽던 표정은 두려운 표정으로 변하고 말았다.이때, 뒤따라오던 허순재가 남양인을 보자마자 멈칫했다.“신대호?”김예훈이 허순재를 힐끔 보면서 물었다.“도박왕님께서 아는 사람이세요?”“남양파면 진주에서 꽤 잘나가는 조직인데 왜 저희 허씨 가문에 나타났는지 모르겠네요...”남양파는 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양인 조직으로서 어느정도 홍성파와 붙어볼 만한 존재였다.남양인이 워낙 신비롭고 흉악스러운 관계로 홍성파 사람들도 많이 꺼렸기 때문에 진주에서 악명이 자자했다.상류 인사들도 그들을 만나면 목숨을 구제하려고 큰돈 들이는 일이 많았다.남양파한테 잘못 보이면 바로 목숨을 잃진 않아도 서서히 고통스럽게 피 말라 죽을 것이 뻔했다.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신대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내 생각이 맞는다면 당신이 아기 귀신을 만든 장본인 맞지? 도박왕님, 허씨 가문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원인도 이 사람 때문이에요.”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총을 꺼내 신대호의 이마를 겨냥했다.“이런 제기랄! 감히 허씨 가문을 건드려? 죽고 싶
김예훈이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독한 사람이네. 평소에는 점잖은 늙은 여유처럼 보여도 칼 같은 사람이었어.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야.’허순재는 이 한방으로 자기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신대호 하나쯤은 죽이든 말든 상관없었지만, 김예훈은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잘하셨어요!”김예훈이 허순재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칭찬했다.“도박왕님께서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여주셨는데 저도 제 성의를 보여야죠. 날이 밝아지기 전까지 조사를 태워버리고 굴착기로 깔끔하게 뿌리까지 뽑아야겠어요.”허순재는 문뜩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아까 남양파가 무서워서 신대호를 죽이지 않고 김예훈을 배신했다면 지금쯤 자신이 어떻게 죽었을지도 몰랐다.허순재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김 회장님 말씀을 따를게요.”지금의 허순재는 김예훈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다.허순재는 바로 사람을 불러와 조사를 모조리 태워버렸고, 날 밝을 때쯤 굴착기도 빌려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조사 무덤 위에 올라서서 마당 정중앙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여기를 파세요.”허순재는 이곳이 허씨 가문의 명당자리라 아쉽긴 했지만 곧 작업을 시작하라고 명령했다.파놓은 땅 면적이 점점 커지면서 깊이도 4, 5미터 가까이 되었다.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여기 뭐 있어요!”얼마 안 지나 사람시체며 동물시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정중앙에는 매장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새로운 관이 놓여있었다.음기가 공중에 솟아오르면서 사람들은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에 또 쓰러질 지경이었다.허씨 가문의 조사 밑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 몰랐는지 허순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누군가 허씨 가문의 설계도를 얻게 되면서 아래에 지하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 봐요. 아까 저 남양인도 아기 귀신을 여기에 숨겨뒀고요. 허씨 가문에서 실종된 하인들도 모두 여기 갇혀있었어요.”김예훈의 설명에 허순재는 한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한참 지나 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물었다.“김 회장님, 그러면 지
모든 일을 해결 마친 김예훈은 이만 허씨 가문을 떠나려고 했다.손도영과 선재 스님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허순재의 성격에 무조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 뻔했다.김예훈은 손도영과 선재 스님이 김현민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것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이들이 살아있든, 허순재의 손에 죽든 김현민과 밀양 허씨 가문 사이를 이간질하는 존재로 남게 될 것이다.가만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싶은 김예훈은 이 둘을 전혀 죽일 마음이 없었다....허씨 가문을 떠났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김예훈이 보이지 않자, 추하린은 직접 레드 페라리 488를 몰고 허씨 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음기가 사라진 허씨 가문에는 다시 따스한 햇볕이 비춰들어 오기 시작하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일부러 신경 써서 메이크업을 한 추하린이 허씨 가문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김 도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제가 알기로는 이번 사건의 주선자가 선재 스님이고 행동파가 손도영이었어요. 목적은 허순재를 죽이고 밀양 허씨 가문을 접수하는 것이었어요. 도박패를 석 장이나 가지고 있어 밀양을 휘어잡고 있으니까 선재 스님이 김현민을 대신해 허씨 가문을 접수하는 것으로 자금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겠죠.”“역시나 김현민이였어요?”김예훈이 차에 올라타면서 말했다.“선재 스님이 김현민을 대신해서 한 짓이라는 걸 증명할 만한 증거는 있어요? 그리고 선재 스님은 오륜 사찰의 사람이 아닌가요? 왜 김현민을 위해 목숨을 다하는 거죠?”조금 전까지만 해도 냉랭하던 추하린이 미소를 활짝 짓자 매혹스럽기 그지없었다.“선재 스님도 결국엔 여자잖아요. 오륜 사찰에서 다년간 속세를 잊고 살다가 진주에 오자마자 김현민 같은 멋진 사람을 보고 빠져든 거죠.”“그러면 김현민이 선재 스님을 유혹했다는 말이에요?”김예훈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추하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예훈에게 사진 한장을 보여주었다.“그래도 한 인물은 하잖아요.”사진을 확대해 보니 진주 빅토리아 항구에서 열린 연말 파티 모습이었다.
“오륜 사찰의 성녀 혜선 스님이라...”김예훈은 이 이름만 들어도 만만치 않은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김 도련님, 다른 사람은 말고 저희 얘기나 해볼까요?”추하린은 갑자기 화제를 돌리면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저희요?”김예훈은 그녀가 무슨 뜻인지 멈칫하고 말았다.추하린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말했다.“어젯밤 김 도련님께서 떠나신 뒤로 엄청나게 오래 고민해 봤어요. 어떻게 하면 추씨 가문과 김 회장님을 단단히 묶어놓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김 회장님께서도 저희를 믿고, 저희도 김 회장님을 믿을 수 있을지 한참동안 고민하다 생각나는 것이 있었어요.”김예훈이 생수를 한 모금 마시면서 물었다.“뭔데요? 말씀해 보세요.”추하린이 진지하게 말했다.“자세히 분석해 봤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맹이 이익을 전제로 한 동맹이더라고요. 결국엔 이익 때문에 모순이 생길 것이고, 또 무력을 전제로 동맹을 맺어도 불안정할 것 같더라고요. 저희 추씨 가문이 모든 걸 바치면서 김 도련님께 충성하겠다고 해도 어느 날 김 도련님께서 저희를 믿지 않을수도 있고, 또 저희 추씨 가문이 언젠가 더욱 대단한 권력 앞에 고개를 숙일지도 몰라요.”김예훈은 그녀의 말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송산 별장을 떠나 서해안 방향으로 달리던 추하린은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창문을 내려 바람을 만끽하면서 입을 열었다.“저녁 내내 고민해 봤는데요... 김 도련님, 저를 여자로 받아들이면 안 될까요?”갑작스러운 화제전환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뭐라고요?”부끄럼을 타는 추하린의 얼굴을 발그레해지고 말았다.“이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관계가 혼인이 아니겠어요? 제가 김 도련님 여자가 되는 순간 저에게도, 추씨 가문에도 절대적인 믿음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요? 김 도련님께서 동의만 해주신다면 오늘 저녁에 바로...”“풉!”생수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은 하마터면 물을 뿜어낼 뻔했다.추하린은 본능적으로 길옆에 차를 세웠
푸슉! 푸슉! 푸슉!화살이 끊임없이 날아오면서 산골짜기 앞뒷면을 막아버렸다. 반응이 조금만 느렸다면 고슴도치 신세가 되었을지도 몰랐다.“일단 여기 있어 봐요. 잠깐 다녀올 테니 꼭 조심하세요.”김예훈이 어색하던 분위기를 먼저 풀면서 말했다.그는 창문으로 빠져나가 굴러서 풀숲에 몸을 숨기더니 그대로 사라졌다.추하린은 연약한 여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총을 꺼내 경계심을 품었다....100미터 밖의 산언덕.갓을 쓰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김예훈이 사라진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손에는 활을 쥐고 있었고, 등에는 화살이 절반밖에 남지 않은 활 가방을 메고 있었다.자세히 보면 키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기껏해야 160cm 정도의 키였지만 손가락이 유난히 가늘고 길었다.그는 주위를 둘러보다 여전히 김예훈이 보이지 않자, 활을 거두고 뒤에 있던 숲속으로 들어갔다.경험이 풍부한 킬러로서 상대방을 한 방에 죽이지 못하면 바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록 김예훈에게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발견된 가능성이 0.1퍼센트라고 해도 위험을 무릅쓰면 안 되었다.아까 김예훈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 바람에 불안하기 그지없었다.예전에는 한방이면 상대방의 목숨을 끊어버렸는데 말이다.이순간 그는 쏜살같이 이곳을 벗어나고 있었다.이 숲을 벗어나는 순간 해변에서 놀고 있는 여행객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이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바로 이때,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와 숲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으스스해졌다.이 키 작은 남성은 숲을 벗어나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면서 온몸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누군가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고요한 숲속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그는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오른손에 단검을 쥐더니 한 나무 기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누구야!”“남양인? 신대호를 죽이자마자 찾아올 줄 몰랐네. 정말 움직이는 속도가 존경스러울 따름이야.”은은한 웃음소리와 함께 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남양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내가 들은 소식이 맞긴 맞는구나. 신대호 도련님이 너한테 살해당했다는 거.”남양파는 아침부터 신대호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것도 모자라 그 범인이 며칠간 진주·밀양에서 피바람을 일으킨 김예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남양파의 우두머리는 사람을 잘못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김예훈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로 남양파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사수를 보낸 것이다.하지만 사수는 김예훈이 바로 살인한 사실을 인정해 버릴 줄 몰랐다.“이렇게 빨리 내 앞에 나타난 건 의외긴 하네.”비록 신대호를 죽인 사람은 허순재였지만 그가 죽게 된 이유도 김예훈 때문이었기 때문에 굳이 부인할 생각도 없었다.“뒤에서 시키는 사람이 있나 보네. 그 배후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또 무릎 꿇고 사과하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거로 할게. 없었던 일로 해줄 테니 각자 갈 길 가자고. 어때?”김예훈은 피식 웃으면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사수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일 줄 모르고 멈칫하고 말았다.늘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남양인은 김예훈을 보고 겁을 먹긴 했지만 이렇게 냉랭하게 말했다.“사람을 죽이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거 몰라? 신대호 도련님께서 너의 손에 죽었으면 너도 똑같이 목숨을 내놔야 하는거야. 그리고 우리 남양파는 우리 조직원을 죽이면 상대방의 온 가족을 죽이는 경향이 있거든. 김예훈, 내가 너 며칠만 더 살 수 있도록 며칠 뒤에 찾아가려고 했는데 제 발로 찾아올 줄 몰랐네? 마침 잘됐네. 오늘 너를 죽이고 부산에 가서 너의 온 가족을 죽여버리면 되겠네.”사수는 김예훈이 만만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주친 이상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온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면 그래도 겁먹을 줄 알았다.이때 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난 너 같은 놈을 죽일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우리 온 가족을 죽이겠다고?”김
현장은 잠시 고요해지고 말았다.온화하기만 하던 강서연이 화를 내면 이렇게 무서울 줄은 아무도 몰랐다.남윤지는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그래요? 김 도련님을 모시는 날이었어요? 그러면 저분을 밖으로 쫓아내면 이 자리도 없어지겠네요?”말하는 사이, 남윤지는 웃으며 손뼉을 쳤다.이때, 건장한 경호원들이 살기를 뿜어내며 서서히 다가왔다.장병급! 이들은 장병급 실력자들이자 김현민이 특별히 남윤지 옆을 지키라고 보낸 사람들이었다.솔직히 말해서 강씨 가문과 남씨 가문 간의 원한은 그저 핑계일 뿐 오늘의 타깃은 김예훈이었다.동시에 김현민은 강준을 떠볼 생각도 있었다.진주·밀양 용문당 회장이 정말 김예훈의 편을 들어줄 것인지, 아니면 그저 쇼인지 보고 싶었다.“강서연 씨, 저들이 노리는 사람이 저라 제가 해결할게요.”계속해서 구경만 하던 김예훈이 드디어 일어섰다.그는 강서연 앞으로 다가가 눈앞에 서 있는 남윤지를 쳐다보았다.강서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예훈을 배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녀가 장병급 실력자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었기에 자연스레 김예훈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보면 강서연도 김예훈 때문에 이런 무고한 재앙을 겪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도련님...”김예훈이 앞으로 나서자, 아까까지만 해도 잘난 척하던 재벌 2세들과 강서연은 이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강서연은 할아버지가 이런 남자를 소개해 준 것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을 정도로 연약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 순간 자신이 잘못 추측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남자를 소개해 준 이유는 정말 충분히 우수해서였다.그야말로 진정한 남자였기 때문이다.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재벌 2세들과 비교했을 때 김예훈은 그들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뛰어났다.“쉬세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남윤지에게 시선을 돌렸다.“저희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괴롭히러 온 거라면 저한테 뭐라 하시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그동안 강씨 가문에서 옥루정 관리에 참여도 하지 않았으면서 매년 공짜로 30%의 지분을 챙겨가려는 거, 너무 양심 없는 짓 아니에요? 제가 말해주는데 강씨 가문에서 챙겨가야 할 부분은 저희 남씨 가문의 손에 있어요. 매년 2천만 원을 챙겨드리는 것도 충분히 체면을 세워 드린 거라고요. 무슨 불만이 있으면 얼마든지 고소해도 좋아요. 사건이 커지면 누가 더 창피해질지 어디 지켜보자고요.”남윤지의 표정은 더욱더 날카로워졌다.“그래요? 저희 강씨 가문의 이익을 남씨 가문에서 가져갔다고요?”강서연은 화내는 대신 오히려 피식 웃었다.“그러면 그동안 저희를 위해 돈을 저축해 준 것에 감사드려야겠네요. 매년 10% 이자 기준으로 돌려받을게요. 그동안 남씨 가문에서 얼마를 챙겨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다 10%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받아야겠어요. 일주일의 시간을 드릴 테니 한 푼도 빠짐없이 돌려주길 바랄게요. 남씨 가문이 얼마나 잘나가는데 그깟 돈은 필요 없지 않을까요? 고소해서 창피를 당하는 것까지는 상관없지만 남씨 가문에서 다음 총독님 자리를 경쟁하고 싶어 한다면서요? 기본적인 신뢰도 없는 가문이 어떻게 총독님 자리를 탐낼 수 있죠? 이 일이 커지면 의원님들이 과연 남씨 가문에 투표할까요?”강서연은 아무 감정 없는 말로 바로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그만 해요! 강서연 씨, 여기서 그런 쓸데없는 말이나 하지 마요!”남윤지는 웃음을 거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말해주는데 그동안 옥루정의 이익은 저희 남씨 가문 것이지, 강씨 가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요! 괜히 그 돈을 탐내지도 마세요! 그리고 강씨 가문에서 가지고있는 그깟 지분으로는 옥루정을 관리할 자격조차 없다고요. 눈치가 있으면 강씨 가문 어르신께 나머지 30%의 지분마저 저희 남씨 가문에 넘기라고 하세요! 서로에게 좋은 일이잖아요.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옥루정 주인행세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오늘은 강 회장님의 체면을 봐서 이대로 넘어가는데 다음에 또 주인행세를 하면 그 입을
“쯧쯧쯧. 강서연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씨 가문에서 옥루정 지분을 30%만 가지고 있다는 거 잊었어요? 그리고 저희 남씨 가문에서는 40%나 가지고 있다고요!”남윤지는 사람들과 함께 강서연 앞으로 다가가 아래위로 훑어보았다.“간단히 말해서 옥루정의 진정한 주인은 저희 남씨 가문이고, 매니저님도 저희 남씨 가문에서 고용한 매니저라고요. 강서연 씨가 때리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감히 해고할 수 있겠냐고요!”얼굴이 시퍼레진 손다미는 이 순간 거만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남윤지가 자기편을 들어주면 강서연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남씨 가문이야말로 주인이라고요?”강서연은 피식 웃고 말았다.“남윤지 씨, 먼저 가서 의사를 보이는 거 어때요? 남씨 가문이 창피를 당하기 전에 텅 빈 머리를 메꾸고 나서 다시 찾아오시죠. 주식을 양도할 때 저희 강씨 가문이야말로 옥루정의 영원한 결정권자라고 똑똑히 말했을 텐데요?”“영원한 결정권자라고 똑똑히 말했다고요?”남윤지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강서연 씨도 이 바닥에 오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순진한 거예요? 이 세상에 계약서에 똑똑히 적혀있는 글씨 빼곤 말로만 하는 약속은 없다고요. 저희도 그때 강씨 가문에서 더 이상 옥루정의 일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솔직히 그동안 옥루정을 관리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잖아요. 옥루정의 인사 채용부터 기타 모든 업무는 저희 남씨 가문에서 관리하고 있었다고요. 간단히 말해서 매년 30%의 이익을 챙기는 것 빼고는 할수 있는 말이 없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매니저님께 사과하시고 아까 했던 말을 다시 거두는 것이 좋을 거예요. 일이 커졌다간 강씨 가문한테도 좋은 일이 없을 테니까요. 이 언니가 지금 동생 걱정을 하는 게 안 보여요? 제 말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죠?”강서연이 냉랭하게 말했다.“이익? 남윤지 씨, 솔직히 말해서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당신들이 그동안 허위로 회계보고를 하는 바람에 저희 강씨 가문에서
강서연이 연속으로 뺨을 열몇 대 때리는 바람에 손다미는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어 비명을 질렀다.“우리 강씨 가문이 몇 년 동안 너무 겸손해서 함부로 건드려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오냐오냐해 줬더니 우리 강씨 가문을 뭐로 보는거야. 다른 주인에게 붙으면 우리 강씨 가문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쨕!“당장 꺼져!”강사연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뺨을 때리면서 말했다.“기회를 줄 때 짐 싸서 꺼져. 다음에 또 옥루정에서 만나면 죽여버릴 줄 알아.”아까 거만한 모습과는 달리 손다미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은 멍투성이인 모습이었다.오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함만이 남아있었다.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으로 강서연을 힐끔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용문당 회장의 손녀로서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면 오히려 무시당했을 것이다.그런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호한 모습에 다시 보게 되었다.다른 재벌 2세들도 입이 떡 벌어진 채 강서연을 쳐다보았다.평소에 온순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강서연이 화가 나면 이런 모습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른바 군계일학이란 지금의 강서연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강서연 씨, 옥루정은 강씨 가문에서 독점 운영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다른 주주들의 동의 없이 옥루정의 매니저를 함부로 폭행하고 해고하는 건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요?”손다미가 기어서 나가려고 할 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열몇 명의 남녀가 쏟아져 들어왔다.가장 앞에 서 있는 여인은 얼굴이며 몸매가 환상적이었다.비록 최대 스물세네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귀부인 같은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지방시 최신 미니스커트를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손목에 무심하게 다이아몬드 팔찌를 하고 있어 마치 선녀처럼 돋보였다.새하얀 허벅지, 입체감 있는 가슴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단순히 말하자면 그녀의 매력과 기품은 일반 여성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녀는 바로 진주 남씨 가문의 남윤지였다.고개 들어 그녀를 쳐다보던 김예훈 역시
남윤지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아까까지만 해도 화를 내던 주우섭은 바로 기가 죽어 뻘쭘하게 다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다른 재벌 2세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남윤지는 진주 4대 명문가인 남씨 가문의 따님일 뿐만 아니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고 했다.남윤지를 건드리는 것은 김현민을 건드리는 것과도 같았다.이 자리에 있는 재벌 2세들은 김현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바로 겁이 나서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강서연 씨, 남윤지 씨가 오겠다는데 다 설명이 된 거 아니에요?”손다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강서연을 쳐다보았다.“괜찮으시다면 화장실 옆에 있는 테이블로 옮겨주실 수 있을까요? 잠시 후에 음료수와 맥주 같은 걸 보내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얼마든지 드릴게요.”웃을 듯 말 듯 한 손다미의 표정에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여자는 충분히 처벌받아도 마땅했다.만약 오늘 밤 강서연이 정말 남윤지라는 이름에 겁을 먹는다면 강씨 가문, 그리고 진주·밀양 용문당의 체면은 아마도 거의 다 잃게 될 것이다.강서연이 꼬리를 내릴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이다.그러고선 뒷짐을 쥔채 손다미 앞으로 걸어갔다.“매니저님, 옥루정의 매니저님이면 이곳 주인이 누군지는 알고 있겠죠?”강서연이 웃으며 물었다.그런데 손다미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알죠. 강씨 가문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쨕!손다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서연은 바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주인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여기서 날뛰고 있다고? 개 한 마리를 방치해 뒀더니, 자기가 주인인 줄 착각하고 있나 보네.”“악!”손다미는 얼굴을 감싼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얀 얼굴에 손바닥이 닿은 곳은 메이크업이 지워져 있었다.그 외에도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와 매우 처참해 보였다.손다미는 퉁퉁 부어오른 얼
“손다미 매니저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주문한 지 반 시간도 되어가는데 왜 음식이 아직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지금 저 주우섭을 무시하는 거예요?”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주우섭이 일어나 손목에 있는 오메가 시계며 BMW 차 키를 흔들며 거만하게 말했다.“여러분, 안녕하세요.”손다미는 피식 웃을 뿐 주우섭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한 바퀴 쭉 둘러보고는 강서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여러분, 죄송해요. 방금 알게 되었는데 이 룸은 이미 예약된 룸이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여유 있는 룸도 없는데 밖에 나가서 드시면 안 될까요? 회장실 옆에 테이블 하나 추가했거든요. 제 성의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20% 할인해 드릴게요.”손다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이미 예약된 룸이라고요?”주우섭은 바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서연이가 예약도 했고, 들어와서 앉아있는지도 언젠데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이 먼저 예약했다고 했어요? 저희보고 나가라고요? 무슨 농담을 하시는 거예요.”“그래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직원이 저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나 봐요. 제가 잘 조치하도록 할게요.”손다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그런데 진주에서 내로라하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이 룸은 웬만한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들어오지 못한다는 거 아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러분은 이곳에 들어올 자격도 없는데 제가 특별히 화장실 옆에 테이블을 마련해 드린 것만 해도 여러분들의 체면을 세워준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들도 예의를 좀 지켜주시기를 바랄게요.”손다미가 계속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따 귀한 분들이 오셔서 여러분들이 여전히 여기에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될지 저희도 모르는 일이에요. 저도 여러분들을 위해서 이러는 거 못 느끼겠어요?”제벌 2세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어두워졌다.옥루정은 원래 진주·밀양 용문당에서 운영하던 곳으로 현재 일부 지분을 내놓았다고 해도 그중에 강씨 가문에서 30%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손다미를 포함한 직원들은
강씨 가문 따님인 강서연은 평소에 옥루정에서 소비하는 일이 드물었다.지금 친구들까지 불러온 걸 보면 허영심이 크게 만족을 얻은 모양이다.이 순간 그녀는 김예훈의 의견도 묻지 않고 태블릿 PC로 거침없이 요리를 주문했다.그러고서 친구들과 크게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김예훈은 그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비록 강준이 이 둘을 맺어주고 싶어 했지만 김예훈은 이 어린 계집애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그냥 온 김에 밥이라도 먹고 가려고 했다.아무 말도 없는 김예훈과 달리, 강서연과 그녀의 친구들은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보았다.강준이 직접 소개해 준 남자인데 분명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남자친구들은 김예훈이 조용히 있는 것을 보고 옥루정의 스케일에 깜짝 놀란 줄 알고 하나같이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서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했다.꽤 유명한 제벌 2세만 아니었다면 강서연과 어울릴 수도 없었다.이들은 가끔 손목에 있는 롤렉스 시계며, 오메가 시계며, BMW 차 키, 그리고 벤츠 차 키까지 꺼내 부유함을 과시했다.강서연의 여자친구들은 여기에 넘어가 하나같이 매력 발산하기 시작했다.오직 강서연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진주·밀양 용문당이 겸손하긴 해도 충분히 진주 4대 명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었다.그래서 이런 어린아이 같은 장난에 강서연은 전혀 관심도 없었다.오히려 항상 침묵을 지키고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는 김예훈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물론 부잣집 따님이라 김예훈이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 절대 먼저 다가갈 리가 없었다.시간이 일분일초 흘러 반 시간쯤 지나고, 김예훈이 보이차 한 주전자를 다 마시기까지 여전히 주문한 음식은 감감무소식이었다.이때 주우섭이라는 재벌 2세가 벌떡 일어나 문을 벌컥 얼면서 소리쳤다.“웨이터 어디 갔어! 왜 지금까지 음식이 올라오지 않는 거냐고! 문 닫고 싶어?”옥루정은 진주에서 오래된 브랜드의 술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상류 인사들은 거의 모두 이곳 주인이 사실 진주·밀양 용문당인 것을 알
남윤지는 단기간에 급성장한 평범한 사람이 전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이 바닥에서는 재벌 2세든, 3세든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했는데 말이다.거만한 자가 때로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리면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수도 있었다.남윤지가 감탄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받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강준 그 늙은 여우가 김예훈을 직접 접대하지 않았대요. 옥루정에 데려가서는 자기는 핑계를 대고 떠나고 강서연더러 접대하라고 했대요. 정말 손녀를 팔아먹을 생각인가 봐요. 아니면 정말 김예훈과 우정을 쌓으려는 생각일까요?”남윤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만약 김예훈이 강준과 친분을 쌓게 된다면 진주·밀양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이것은 김현민에게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강서연이라...”김현민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강준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제대로 경고해야지. 나 김현민 구역을 벗어나려면 쉽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줘야지. 진주·밀양은 결국엔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김예훈일지라도 아무도 이 구역에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어.”...진주 옥루정. 김예훈은 메인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보기에 스무 살도 채 안 된 소녀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날씬한 몸매에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었다.강준이 자리에 앉자마자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떠나는 바람에 이곳에는 김예훈과 강서연뿐이다.바로 소개팅 자리였다.맞은편의 소녀가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길래 김예훈은 강준이 뭘 하려는지 바로 이해했다.그는 자기의 소중한 손녀를 김예훈에게 소개하려는 것이다.이 순간 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비록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아무 이유 없는 소개팅은 결사반대였다.김예훈이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강서연은 일어나 그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도련님, 저희 할아버지께서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가셨으니 절대
남윤지는 원망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번에 김현민이 만반의 준비를 한 것도 오직 김예훈을 한 번에 짓밟아 버리기 위해서였다.강준이 장현준의 부름을 들었다는 소식에 특별히 김현민과 함께 구경하러 온 것이다.그런데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장면을 볼 줄 몰랐다.항상 거만하고 기세등등하던 강준은 장무준을 도와줄 생각은커녕 오히려 공손하게 김예훈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남윤지, 내가 몇번을 말해. 사람이 차분해야 한다고. 그렇게 초조해할 필요가 뭐가 있어?”김현민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듯이 담담하기만 했다.“내가 이미 소식을 들었는데 전에 진주·밀양 용전 사건 때 용문당 당주님이 나타나서 김예훈의 편을 들어줬다는 거 강준이 알게 되었다고 했어. 여우 같은 성격을 봤을 때 쉽게 누구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아니야. 오늘 김예훈에게 저녁을 사는 것도 강해 보이니까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탐색하려는 의도일 것이야. 김예훈이 여자 등이나 처먹는 사람인 걸 알게 된 순간 지금 공손한 만큼 잔인해질지도 몰라. 사실 마리아가 한 말도 틀리지 않았어. 강씨 가문은 영국 제국 덕분에 일어난 것이 맞거든. 김예훈이 용문당 당주님의 후계자가 아닌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직접 김예훈을 죽여버릴 거야. 한편으로는 영국 제국에, 한 편으로는 용문장 집법부대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는 거지. 마지막으로 장씨 가문에도, 우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도 할 말이 있지 않겠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인 거지.”김현민은 확신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이때 남윤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정말 김예훈이 용문당 당주님의 후계자가 아닌 것이 확실해요?”“당연히 아니지.”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용문당은 오직 용씨 가문의 용문당일 뿐, 다른 사람의 용문당이 될수 없어. 외부인을 후계자로 선택한다면 용문당 내부의 사람들이 동의하더라도 용 도련님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 아니면 용문당 집법부대가 머나먼 진주까지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