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소나린의 말을 무시한 채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내 생각이 맞는다면 네가 성남에서 사고를 저지른 이후로 뒤에 숨어있어야만 했어. 성형하고 신분까지 바꿔서 다시 진주로 들어간거지. 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거겠지. 네가 이럴 정도라면 상대방이 많이 챙겨준 모양이야. 예를 들어 천억 원의 현금이라든지.”김예훈이 핸드폰을 꺼내 계정이 적혀 있는 사진을 보여주자 소나린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저는 그쪽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모르겠어요!”소나린이 대뜸 화를 내자 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여기 들어오기 전에 어제 있었던 일을 한번 돌이켜봤거든. 너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전에는 진주에 있어서 움직일 기회가 없었겠지. 그런데 내가 며칠 전에 진주와 밀양에 오는 바람에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 거지. 내가 도착한 그날부터 희망호로 불려 간 거고, 바로 그날에 희망호를 타고 일본에서 밀양까지 온 거야. 그러다 누군가가 너에게 밀양 1인자의 아들인 추문성의 빚 쪽지를 건네준 거고. 너한테 준 목적은 추문성한테 접근해서 그 누나까지 희망호로 유인하려는 작전이었겠지. 특별히 뭐 말할 것도 없었을 거야. 희망호에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만 말하면 되니까. 추문성한테 빚이 있다는 것만 알려지면 추하린도 따라서 올 거라고 예상했던 거지.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던 허민재는 바로 추하린한테 덮칠 수 있었고. 추하린이 예뻐서,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추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짓누르고 있어서 불만이 많았던 거지. 네 뒤에 있는 사람은 내가 추문성이랑 친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씨 가문 오누이가 희망호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을 때 내가 나타나 도와줄 거라고 이미 예상했던 거지. 그런데 오히려 허민재가 나한테 짓밟혔으니 임현우를 보낼 수밖에. 그러면 나는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거고. 그런데 내가 쉽게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지. 그래서 오늘 아침에 희망호를 압류하는 연기까지 펼쳤던 거 아
김예훈은 여유롭게 홍차를 마시면서 말했다.“지금 너를 가장 원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굳이 신분을 감출 필요 없어. 네가 소한미라는 것을 내가 알아낼 수 있는 만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만약에 네가 여전히 신분을 감추고 나한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 네 신분을 폭로해 버릴 거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나랑 스타일이 다르더라고. 너의 모든 조상님을 무덤에서 파내서 그 뼈를 갈아버릴 사람들이야.”“너!”소나린은 몇번이고 김예훈의 말을 끊고 싶었지만 동공이 흔들렸다.예전에 잘나갔던 블랙 위도우라고 해도 죄지은 사람처럼 숨어지내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겁먹은 모양이다.왕년의 포스를 잃어버리니 이제는 영락없는 나약한 여인이었다.그녀 역시 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번에 소한미가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바람에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명성도 잃고, 희망호도 잃고, 몇조 원에 달하는 손해도 보게 되었다.충분히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그녀의 모든 조상님을 무덤에서 파내서 그 뼈를 갈아버릴 정도였다.이 순간 소나린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냉수를 들이켰다. 이렇게 해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만약 너의 뒤에 있는 사람을 폭로하고 싶지 않거나, 그 사람의 이름을 직접 말하고 싶지 않으면 내가 물어보는 대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 내가 진주와 밀양에 온 이유는 우리 장모님이 납치되어서야. 그 배후자의 타깃이 나고. 아주 칼같은 사람이더라고. 내가 어느 만큼 미웠으면 이렇게까지 하겠어. 그러니까 그 사람은 너의 주인이 아니야. 이건 그 사람의 스타일이랑 맞지 않거든. 내가 진주와 밀양에서 가장 많이 접촉한 사람은 허씨 가문과 홍성파 사람들이었어. 비록 나한테 많이 당하긴 했지만 예전부터 나를 죽이려고 계획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 그러니까 네 뒤에 있는 사람은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는
본능적으로 일어나 보았더니 VIP 대기실에 있던 그 많은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선물 박스 하나 빼곤 아무도 없었다.김예훈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발로 유리로 된 테이블을 걷어찼다.“빨리 도망쳐!”깜짝 놀란 소나린은 벌떡 일어나 김예훈과 함께 도망쳤다.퍽!이 둘이 VIP 대기실을 벗어난 순간, 선물 박스가 폭발하면서 이곳이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비록 제때 도망치긴 했지만, 그 여파로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거대한 폭발 소리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다행히 VIP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은 진주와 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상대방도 이들을 건드리기 무서웠는지 일부러 사람이 적을 때 움직인 것이다.아니면 어떤 감당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몰랐다.김예훈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려고 했을 때...갑자기 번호판도 없는 두 대의 허머 차량이 벽을 부수고 그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다.바로 이때, 차 문이 열리면서 총을 쥐고 있는 열몇 명의 남녀가 차에서 내렸다.김예훈의 표정은 확 변하고 말았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비록 낯선 이들이었지만 스타일을 보면 제일 먼저 리카 제국 독수리파가 떠올랐다.이번 희망호 사건은 곽영현이 뒤에서 지휘하고 밀양 허씨 가문이 앞에서 움직이긴 했지만 두 가문 모두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유일하게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막심한 손해를 입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일 것이다.김예훈이 반응하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는 사람무리에 섞여 있던 몇십 명의 남녀가 살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달려오더니 메고 있던 가방에서 비수와 총을 꺼냈다.임현우는 다른 목적 없이 그저 김예훈을 죽이고 싶었나 보다.“왜? 임 도련님께서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거지?”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말에 소나린은 제일 먼저 임현우가 생각났다.하지만 임현우의 목적은 소나린이 아니라 김예훈이었다.임현우의 성격을 봤
“나를 살려줄 수만 있다면 모든 디테일을 다 알려줄게. 증거도 가지고 있어. 통화녹음도 있고 곽영현이 나한테 준 현금수표도 있어. 모두 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인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목숨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에 떨고 있던 소나린은 결국 모든 것을 실토해 버렸다.곽영현이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약속보단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했다.“그래. 약속 지켜. 이따 나한테 모든 증거를 보여줘. 일단 나랑 같이 가.”김예훈은 소나린의 손을 잡고 재빨리 아까 폐허로 변한 VIP 대기실로 몸을 피했다.공항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고, 김예훈은 이곳에서 싸웠다가 억울한 사람이 피해를 당할까 봐 두려웠다.오히려 VIP 대기실은 아까 폭발하는 바람에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두 사람은 다시 연기가 자욱한 VIP 대기실로 들어가게 되었다.바닥에 보이는 몇구의 시체에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김예훈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이프를 챙겨 소나린을 데리고 재빨리 뒤에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납장과 통유리 창문이었다.김예훈은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수납장으로 통유리 창문을 깨뜨렸다.그러고서 소나린을 데리고 밖으로 도망치는 대신 그나마 큰 수납장에 몸을 숨겼다.퍽!다 숨었을 때, 킬러들이 발로 주방 문을 걷어차면서 달려 들어왔다.딱 봐도 전투 경험이 많아 보이는 전역 병사들 같아 보였다. 이들은 주방에 들어오자마자 사정없이 사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이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김예훈과 소나린이 몸을 숨긴 수납장에도 구멍이 몇 개 생겼다.김예훈의 평온한 표정으로 소나린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게 그녀의 입을 막고 있었다.뒤이어 또 열몇 명의 킬러가 수상한 낌새를 차리고 이곳으로 달려왔다.이들은 장전된 총을 들고 살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원하던 타깃을 발견하지 못했다.우두머리로 보이는 금발의 남성이 무전기를 향해 말했다.“창문을 통해 도망친 모양이야! 얼른 쫓아가!”그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김예훈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김예훈은 상대방이 총구를 자신한테 겨눌 기회도 주지 않고 자세를 낮춰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마지막 나이프를 사정없이 휘두르다 보니, 반사된 불빛과 함께 한 무리의 사람이 쓰러지는 것이다.킬러들은 하나같이 씩씩거리면서 분노의 극치에 도달하고 말았다.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 총알은 반사되어 함께한 동료의 몸에 박혀버리고 말았다.이 모습에 유일하게 생존한 네명의 킬러들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다음 순간, 이들은 동시에 총을 거두고 군사용 비수를 꺼내 살기를 뿜어내면서 김예훈에게 접근했다.샤샥!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또 한 번 나이프를 휘둘렀다.다음 순간, 네명의 킬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목을 쥐어 잡은 채 하나같이 쓰러지고 말았다.얼마 지나지도 않아 주방으로 뛰어 들어온 적들은 전투력을 상실하고 말았다.김예훈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바닥에 있던 총을 주워 앞구르기로 로비를 향했다.밖에는 열몇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김예훈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하나같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 피융! 피융!총알이 수도 없이 날아왔지만 김예훈은 모조리 피하면서 똑같이 상대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 피융! 피융!잠시 후, 절반 가까이 되는 적들이 맥 없이 쓰러졌고, 나머지 적들은 당황한 나머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사이 20명 가까이 죽어 나간 것을 보면 김예훈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이 전역 병사들은 무신 급 실력자를 상대할 능력은 안 되어도 다함께 힘을 합치면 장병급은 끄떡없었다.그런데 김예훈 앞에서는 그저 가벼운 종잇장처럼 맥을 추지 못했다.이들이 뒤로 물러설까 망설이고 있을 때, 김예훈은 자세를 바로잡고 아무렇지 않게 탄알이 없는 총을 내던지더니 앞으로 걸어갔다.상대들은 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예훈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설 뿐이다.기세등등하던 처음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두려움뿐이었다.마치 눈앞에 서있는 사람이
김예훈은 멈춰서는 대신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이 와중에 가끔은 앞으로, 가끔은 뒤로 물러서면서 불시로 날아오는 총알을 피했다.피융! 피융! 피융!끊임없이 들려오는 총소리에 바닥과 벽면에는 구멍이 수없이 생겼다.맞은편에 서 있던 상대가 다시 공격에 나서려고 움직이는 순간, 저격수한테 총을 맞아 머리가 깨지고 말았다.김예훈은 여전히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면서 상대방의 총알이 강철기둥에 부딪혀 반사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아무 일도 없었지만 상대가 하나둘씩 쓰러졌다.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시체로 몸을 막고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갔다.저격수는 생각보다 먼곳에 있지 않았다. 그저 맞은편에 있는 창고 옥상에 있을 뿐이었다.피융! 피융!이 과정에 끊임없이 총알이 날아왔지만 김예훈은 전부 시체로 막아버렸다.창고 아래에 도착해서야 시체를 버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창고 옥상으로 향했다.상대방의 저격 기술이 그날 스카이 팰리스에서 자신을 저격하던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문득 상대방의 신분이 궁금했다.퍽!김예훈이 발로 창고 문을 걷어차는 순간, 총구가 자신을 향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상대방한테 저격할 기회도 주지않고 앞구르기로 총구를 피했다.바로 이때, 아까 눈깜짝할 사이 바닥에서 주웠던 총으로 전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이때, 맞은편에 검은색 쫄쫄이 옷을 입고 여우 가면을 쓴 여자가 나타났다.몸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비록 뾰족한 하관만 살짝 보였지만 무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그런데 김예훈은 왠지 모를 익숙함에 급히 상대를 제압하는 것보다 피식 웃을 뿐이다.“아는 사람인가 보군. 김씨 가문의 사람이지? 김병욱이 그렇게 날 죽이고 싶어 해? 임현우가 먼저 나를 죽이겠다고 발 벗고 나섰는데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 너까지 보낸 거야? 도대체 얼마나 큰 원한을 가지고 있길래.”김예훈의 담담함에 여우 가면을 쓴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볼 뿐이다.김예훈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적은 없었지만 이
김예훈이 신속히 창고 옥상을 벗어날 때, 두려움에 떨고 있던 소나린이 수납장에서 기어 나왔다.그녀의 표정은 평온하고 차갑기만 했다. 마치 예전의 블랙 위도우처럼 냉정하게 지금 이 상황을 마주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소나린은 신속히 VIP 대기실을 벗어나 누군가에게 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무리와어울렸다.통화가 연결되고, 소나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곽 도련님, 저예요. 저 지금 밀양 국제공항에 있는데 김예훈이 역시나 리카 제국 임씨 가문 사람들과 맞닥뜨렸어요. 계획에 성공하셨어요. 이 정도면 김예훈은 이미 죽은 것 같아요.”“소한미 씨?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한테 직접적으로 전화하지 마시라고요.”전화기 너머에서 곽영현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이러라고 시킨 거예요?”소나린은 멈칫도 잠시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곽 도련님 대신 제가 너무 기뻐서요. 계획에 성공하신 걸 축하드려요. 김예훈이 살아있다고 해도 아마 감옥에 잡혀갈 것이 뻔해요. 이곳은 밀양이라 힘을 쓰지도 못할 거예요. 이제 다른 가문들과 손잡고 밀양 기관을 압박하면...”퍽!말도 채 끝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복부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한 여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소나린에게 무언의 협박을 보냈다.소나린은 고개 숙여 복부 상처를 보면서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었다.“방...”소나린은 말도 못 하고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거두게 되었다....이 시각 밀양 홍천 팰리스 VIP 로열룸.임현우는 한 무더기의 자료를 테이블 위에 던지더니 말했다.“그 사람이었네. 글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익숙함이 든다 했어. 우리 셋째 할아버지와 넷째 할아버지를 망친 사람이었어. 역시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마주해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어. 그것도 모자라 나랑 맞서기까지. 감히 희망호를 압류하고 몇조 원에 달하는 재산까지 몰수해? 이런 젠장!”김예훈의 진정한 신분과 실력이 놀라운 것보다 그한테 맞은 열
임현우가 이를 갈고 있을 때, 맞은편에 않아 있던 진두준이 시가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내가 봤을 때 넌 너무 조심스러워. 고작 이방인인 김예훈을 죽여버리면 될 거 아니야. 아무리 세력이 강대하고 배경이 어마어마하다고 해도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짓밟아 버릴 수 있는 거 아니야? 전에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진두준은 자료를 꺼내 임현우 앞에 던져주었다.“네가 조사받고 있을 때 황금 삼각지대에 있는 리카 제국 전역 병사들이 김예훈 해결하러 갔어. 얼마 안 지나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야.”“뭐라고?”임현우의 표정은 확 변하고 말았다.“김예훈 죽이라고 사람을 보낸 거야?”“맞아. 50명의 전역 병사들을 보냈어. 그것도 모자라 인맥까지 동원하여 폭발물과 총도 보냈거든. 걱정하지 마. 증거될 만한 물건은 없어. 이래도 김예훈이 안 죽는지 한번 지켜봐야겠어.”“이런 젠장! 왜 하필 리카 제국 전역 병사들을 보낸 거야.”임현우가 버럭 화를 냈다.“나를 궁지로 몰고 가려고? 걔가 죽든 말든 그 죄를 내가 뒤집어써야 하잖아.”“흥분하지 마. 임현우, 유학 좀 다녀왔다고 왜 리카 제국 독수리파처럼 급해서 안달인데. 내가 몇번 말해. 좀 진정하라고.”진두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김예훈이 내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네 희망호도 압류하고 몇조 원에 달하는 재산까지 빼앗아 갔잖아. 그래도 안 죽이고 내버려둘거야? 걱정하지 마. 진주와 밀양은 우리 홍성파 구역이야.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네가 죄를 뒤집어쓸 일은 없다고.”“네가 뭘 안다고 그래!”임현우는 벌떡 일어나 진두준의 멱살을 잡았다.“진두준, 미친 거 아니야? 허민재가 감옥에 들어간 거 못 봤어? 어떻게 나한테 미리 말하지도 않고 움직여? 감히 국제공항에서 이 사달을 내? 다른 세력까지 건드리면 어떡해. 큰 사건이 벌어지면 우리 선에서는 수습하지도 못한다고. 한국 정부에서 관여할지도 모른다고. 지금 최대 용의자인 나를 궁지로 몰고 가는
김예훈은 사라지는 차량 행렬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김서하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사모님, 조금 전까지는 박연서 사모님께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었나요? 쇼 타임은 이미 끝난 것 같은데 왜 문은 잠그는 거죠? 내가 여기에서 당신을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김예훈은 말하면서 눈앞에 있는 김서하를 훑어보았다.그는 오늘 김서하와 김현민 사이에 분쟁을 만들려고 김서하의 차에 탄 거였는데 김서하 역시 그를 골탕 먹이려는 계획으로 두텁지 않은 김예훈과 박연서와의 동맹을 깨려고 꾸민 짓이었다.김예훈은 김서하가 정말로 재미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여자로서 조카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흥미로웠다.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건 김예훈의 눈에 어린이들의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박연서는 이미 멀리 떠나 쫓아갈 수도 없을 텐데 지금 제 차에서 내리면 비를 맞아야 하는데요?”김서하는 자기 자리로 돌아앉았는데 조금 전의 애교가 듬뿍 담겼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는 도도한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글쎄요? 과연 사모님이 원하는 대로 될까요? 저와 박연서 사모님은 처음부터 이해관계로 맺어진 사이이고 그분이 저의 조건은 받아들인 이유는 병을 고쳐주는 것도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원인은 그분도 10년 전의 진실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만약 조금 전의 상황 때문에 박연서 사모님이 10년 전의 일을 조사하는 것을 포기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김서하가 담담하게 웃었다.“우리 넷째 언니는 진주·밀양의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고 서울 박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당연히 나의 꼼수를 모를 리가 없고 또 10년 전의 일에 대한 조사도 그만두지 않겠지만 당신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감정결벽증이 있는 사람인지라 자기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는 절대 협력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간단하게 말하면 조금 전의 상황 이후로 당신은 이제 우리 넷째 언니를 만날 자격을 잃었다는 뜻이에요.
“당신...”김예훈의 말에 김서하는 잠시 멍해졌다.그녀의 눈에는 누구보다도 완벽한 안동 김씨 가문의 후계자가 김예훈의 눈에는 사람조차 아니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김서하는 심호흡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에 김예훈을 바라보며 약간의 애교를 담아 말했다.“김예훈 씨, 당신이 얘기한 것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옛말에 큰일을 도모하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현민이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현민이가 성공적으로 당주 자리를 이어받으면 한국을 위해 노력할 거예요. 만약 현민이가 그런 애국심과 포부가 없다면 제가 왜 밀어주겠어요? 현민이를 믿지 못하겠다면 저를 믿어주시고 그것도 안 된다면 저희 용전을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용전은 나라가 외부에 대항하는 기본 조직이고 또한 우리 나라에 제일 충성하는 조직이에요. 용전은 절대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아요.”김서하는 말하면서도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김예훈의 가까이로 다가가더니 어찌나 가까웠는지 서로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달콤한 향기는 그녀의 숨결을 타고 김예훈의 얼굴에 닿았는데 고귀한 기품과 아름다운 미모의 조합은 남자라면 누구나 영혼을 빼앗길만했다.“김예훈 씨, 만약 내가 제시한 조건이 부족하다면 당신이 원하는 걸 얘기해 봐요. 오늘 일이 해결되어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고 현민이가 안동 김씨 가문의 일인자가 될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것을 걸 수 있어요.”김예훈은 위아래로 눈앞의 김서하를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 김현민의 고모가 맞는 거야? 그런데 고모가 왜 조카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하는 거지? 천하의 용전 사모님이 왜 하찮은 조카를 위해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굴며 미인계까지 사용하는 거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설마 두 사람...’순간적으로 터무니없는 생각이 김예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만약 김서하와 김현민의 관계가 정말로 그런거라면 김현민은 정말로 인간도
“김예훈 씨, 제 생각에는 현민이 옆에 잠입해 있는 놈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일은 저희가 철저히 조사해서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드릴게요.”김예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어서 김서하는 조금 전의 도도한 표정을 거두고 부드러운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김예훈 씨, 제가 지금 어떤 말을 하든 믿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만 부탁해요. 우리 넷째 언니에게 가서 얘기했던 조건을 취소해 주세요. 부디 현민이가 지금처럼 착한 아들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면 그 뒷일은 제가 다 해결할게요.”김예훈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사모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알고 있어요? 사모님은 자신의 매력에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제가 여자라면 꼼짝 못 하는 줄 아시나 봐요. 아무렴 향수를 뿌리고 바다 구경을 좀 시켜줬다고 저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아니죠. 뭔가 그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도 않고 말로만 모든 것을 얻으시려는 거예요?”김예훈의 말에 김서하는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다.“김예훈 씨, 우리 언니에게 가서 얘기했던 조건을 취소하고 다시는 현민이와 대립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주시면 우리 사이의 원한을 깨끗이 없던 일로 할게요. 그리고 앞으로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당신은 우리 김씨 가문의 귀빈으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에게 별장과 20조를 줄 것이고 또 용전에 잠입해 있는 부하들을 모두 철수시켜 당신이 용전을 완전히 장악하도록 할게요. 돈과 지위, 그리고 권력을 모두 줄 것이니 한 번만 도와줘요. 이 외에도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요.”김서하는 안전벨트까지 풀고 자신의 아리따운 얼굴을 김예훈 눈앞에 들이댔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 사이로 깊게 파인 가슴골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냈는데 어떤 남자라도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김예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아가씨이고 한국 용전의 사모님이 이깟 일에 자신을 희생할 거라고 상상
“쓰레기”라는 세 글자에 김서하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김예훈 씨, 당신 말 대로 우리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당신이 반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확실하게 현민이 잘못이 맞으니 제가 돌아가면 반드시 단단히 교육시켜서 직접 사과하게 할게요. 그러니 김예훈 씨도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 모두 오해를 풀고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필경 현민이도 그렇고 김예훈 씨도 모두 큰 일을 할 사람인데 이렇게 싸우면 다른 경쟁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되는 거잖아요.”김예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의를 보여달라고요? 그럼 먼저 멀리도 말고 바로 어제 용문도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야밤에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말로는 오해를 풀자고 하면서 매번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심지어 저를 박연서 사모님 댁으로 가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 꾸민 거잖아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삑!”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김서하는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이 메시지는 누가 보낸 건가요?”김서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현민의 부하일 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만약 정말로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안동 김씨 내부에 김현민을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순간 김서하는 오늘 자기가 직접 김예훈을 찾아온 것은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비웃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이쯤 되면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 메시지는 당연히 김현민이 보낸 것이고 저를 임수민 구하러 가게 해서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게 하려는 계획이었잖아요. 당신들이 박연서 사모님의 손을 빌려 저를 죽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손을 빌려 박연서 사모님을 어떻게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어찌 됐든 당신들의 계
“사모님이 초대하시는데 제가 왜 거절하겠어요?”김예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김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김서하가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싶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했다.김예훈이 차에 타자 김서하는 가볍게 웃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페라리 488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며 맹수와 같이 순환고속도로를 향해 질주했다.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김예훈이 고개를 돌려 김서하에게 물었다.“사모님, 정말로 저와 함께 비를 구경하면서 드라이브하려고 오신 건 아니죠? 저는 사모님과 함께 비 구경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그러니 이제 솔직하게 말씀하시죠.”김서하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김예훈 씨가 우리 넷째 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서요. 그리고 그 대가로 조건을 걸었다고 들었어요.”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모님, 역시 소식이 빠르시네요. 저의 조건이 무엇인지 아시는 것 같은데요. 그건 바로 김현민을 양자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였어요.”김예훈의 말에 들은 김서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주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실제로 그 조건 때문에 김현민은 정정당당하게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가 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그야말로 사람을 죽이고 마음마저 짓밟는 격이다.“김예훈 씨, 잘 모르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안동 김씨 가문의 일에 간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김서하가 계속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현재 권력 교체의 중요한 시기예요. 외부 사람들에게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엄청 치열하거든요. 아무리 진주·밀양 두 도시의 거물이라 할지언정 안동 김씨 가문의 싸움에 끼어들면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혼자서 거기에 끼어들겠다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김서하는 말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았다.그녀의 오른쪽 다리의 치맛자락이 살짝 흩날리더니 보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김서하의 적나라한 유혹
“내가 김예훈을 설득해 볼게. 그런데 계속해서 제멋대로 행동하면 죽여버릴 수밖에.”김서하는 어떻게든 김현민을 수장 자리에 앉히고 싶었다.비록 큰 피해를 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양보하기만 한다면 진주·밀양 용전을 내놓을 마음도 있었다....시즌 호텔.하늘에서는 가랑비가 쏟아졌고, 호텔 전체가 안개에 휩싸이고 말았다.토요타 프라도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가려던 김예훈 뒤로 갑자기 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그의 앞에 페라리 488 한대가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면서 백옥과도 같은 아름다운 얼굴에 샤넬 드레스를 입고 구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요정 같은 얼굴이 보이자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상대는 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서하였다.갑작스러운 등장이 놀랍긴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김병욱이 이 큰일을 꾸민 걸 보면 무조건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재조사하려는 것을 김현민에게 알려줬을 것이고, 이 타이밍에 김서하가 찾아온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것은 싸우러 총이나 칼을 들고 온 것이 아니라 홀몸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김예훈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의외였다.김서하도 의문스러운 그의 표정을 감지했는지 핸들을 잡고 창가에 기대어 김예훈을 향해 피식 웃었다.“김예훈 씨, 저랑 대화 좀 나눌까요? 비 오는 날 고속도로 풍경이 꽤 볼만한데 한번 보실래요?”침착하고 여유로운 표정, 무심하면서도 약간의 유혹이 담겨있는 말투였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이 둘이 꽤 괜찮은 사이라고 오해할 만도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두 손을 창문에 갖다 대면서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사모님,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저희 둘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가요? 그것도 깊은 원한이 있는 그런 관계 말이에요. 언제부터 저희가 비 오는 날 같이 드라이브하는 사이가 된 거죠? 말도 안 되잖아요.”김예훈은 그녀의 손에서 진주·밀양 용전을 빼앗아 왔는데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
김서하는 김현민의 말을 듣고서야 조금씩 차분해지기 시작했다.“맞아. 그깟 임수민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을거야. 그런데 이런 사람을 살려두는 건 위험 요소가 될 수밖에 없어. 기회를 봐서 일본인한테 처리해달라고 해.”김서하는 단 한마디로 임수민의 생을 마감시켜 버렸다.바로 이때, 김병욱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구석에 가서 전화를 받더니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지기 시작했다.이어 그는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김현민한테 말했다.“도련님, 큰일 났어요. 방금 별장에서 전해온 소식인데 박연서 사모님께서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하네요. 김예훈이 설득하기도 했고, 임수민의 증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높아요.”쨍그랑.김서하는 표정이 다시 창백해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김현민도 표정이 변하면서 앞으로 걸어가 무릎 꿇고 있는 김만태를 발로 걷어찼다.“이런 병신. 너 같은 병신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 안 돼.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게 해서는 안 돼.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다 죽을 수도 있고 나까지 수장 자리에 앉지 못할 수 있어.”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현민아, 흥분하지 마. 그때 그 사건 흔적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어. 박연서가 아무리 대단해도 증거를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거야. 어차피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다 죽었어.”김서하는 이어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곽영현 일행을 쳐다보았다.필요하다면 이 사람들도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김현민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다 내가 신뢰하는 부하들인데 아쉽더라도 정말 죽여야 하는건가? 하지만 정말 그랬다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도 지킬 수 없을텐데?’다음 순간, 김현민은 억지로 냉정을 취하면서 말했다.“고모, 저희끼리 알고 있는 건 괜찮을 거예요. 기껏해 다 같이 잘되거나 다같이 망하는 거겠죠.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어차피 다 죽었는데 아무것도
“비록 10년이나 지난 사건이긴 하지만 밝히려고 하면 분명 단서가 보일 거예요. 굳이 증거가 필요할까요? 제가 증거를 보여주면 안동 김씨 가문 수장님이 과연 믿어줄까요?”박연서의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오늘은 이만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빨리 답변드릴게요. 만약에 진짜라면 그 조건이 아니더라도 김현민은 절대 수장 자리에 앉을 수 없어요.”김예훈은 일어나 연락처를 남긴 후에 추하린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김윤후 등은 휘둥그레한 모습으로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들은 김예훈이 뺨 몇 대와 말 몇 마디로 안동 김씨 가문, 심지어 진주·밀양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퍽.김예훈이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떠났을 때,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한 건물에는 김서하가 일그러진 얼굴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안동 김씨 가문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현민, 네 부하들은 어쩜 다 병신들밖에 없어. 어떻게 임수민 그년한테 우리 대화 내용을 듣게 할수 있냐고. 심지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들어서게 하다니. 걔가 박연서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었다는 거 몰라? 그년이 살아있기만 하면 들은 거 전부 다 박연서한테 전할 거라고. 그때되면 네가 수장 자리에 앉는 것도 문제일 거야. 김현민, 요즘 너무 편해서 그래? 아랫사람도 잘 간수하지 못할 정도로?”김병욱, 곽영현, 남지훈은 맞은편에 서서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김만태는 무릎 꿇고 바닥에 머리까지 박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제 잘못이에요.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쫓아갔다면 그년을 죽였을 거예요. 그러면 김예훈과 추하린이 기회를 틈타 별장으로 몰래 들어갈 일도 없고요.”“고모, 그만 탓해요.”김현민은 김서하에게 차를 건네면서 웃으며 말했다.“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임수민 그년이 중요한 순간에 박연서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만태도 최선을 다했어요
“멈춰. 아무도 움직이지 마.”바로 이때, 다시 평온을 되찾은 박연서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일어났다.“김 도련님께서는 지금 내 병을 치료하는 중이야. 너무 무례하게 대하지 마.”김윤후가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이 새끼가...”“괜찮아. 정말 내 병을 치료해 주는 중이니까.”박연서는 처음에는 김예훈이 건방지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검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순간 그녀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표정이 훨씬 편안해 보였다.김윤후 등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맨날 우울하고 차갑기만 하던 사람이 이제야 되살아난 것 같네. 그래. 바로 이래야지.’김예훈이 뺨으로 박연서의 가슴 한쪽에 고여있던 묵은 피를 뚫어낸 것이다.이건 또 무슨 치료법이람?김윤후 등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진주 10대 명의, 유럽 의학 대가, 일본 왕실 어의도 속수무책이었는데 이 김예훈이라는 놈이 뺨으로 바로 해결했다고? 믿을 수가 없어.’“사모님, 제가 뺨으로 사모님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분노를 깨워드린 거예요. 10년 동안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것을 토해내게 한 거죠. 앞으로 한 달 동안은 편히 잠들 수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려 매일 밤 아들을 잃었던 그날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닦았다.“그런데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박연서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훨씬 개운해진 느낌이었다.이순간 그녀는 더 이상 김예훈을 의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젊은 나이에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 되고, 경기도 토박이인 이일매, 김병욱을 하룻밤 사이에 해결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요. 전에는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조건을 들어줄게요.”박연서의 말에 보디가드들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김예훈의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곧 피바람이 불 것임을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