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김예훈이 송산 빌라로 돌아갔을 때, 이지윤한테서 전화가 왔다.전화기 너머의 이지윤은 태도가 공손하기 그지없었다.“김 대표님께서 부탁하신 사람에 대해 조사가 끝났습니다. 얼굴 성형을 한 것도 모자라 몸매 성형까지, 또 신분 세탁을 위해 큰돈을 들였더라고요. 그런데 인도는 저희 청별 그룹의 구역이 아니겠습니까. 조사해 보니 바로 나오더라고요. 이 사람 신분을 아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김예훈이 평온하게 물었다.“누군데요?”“진주에서 이름난 미녀이자 사람마다 두려워하는 블랙 위도우 소한미 씨였습니다.”...오후 4시, 밀양 국제공항 VIP 대기실.김예훈은 문을 열고 들어가 사방을 둘러보다 가장 구석에 있는 위치로 가서 앉았다.맞은편에는 정갈하게 메이크업하고, 선글라스까지 하고, 손에는 인도로 가는 티켓을 들고 있는 여자가 앉아있었다. 자꾸만 손목에 있는 까르띠에 시계를 쳐다보는 것이 매우 급한 모양이었다.“얼굴도 바뀌고, 몸매도 바뀌었는데 분위기는 여전하네.”김예훈은 그녀의 앞에 가서 앉더니 피식 웃었다.“난 그래도 예전의 블랙 위도우가 좋은데. 포스도 있고 애교도 넘치고. 그런데 지금의 소나린은 예전의 소한미 느낌이 나지 않네. 아쉽네. 너무 아쉬워.”김예훈이 중얼거리면서 직원이 가져다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곳 주인처럼 자유롭기 그지없었다.상대는 멈칫하더니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고개 들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모르는 분이신 것 같은데 사람 잘 못 본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소한미, 우리 둘 사이에 원한이 있는 건 맞지만 이 정도 원한은 아무것도 아니야. 너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내가 특별히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 네가 죽든 살든, 어떤 모습으로 변했든 관심도 없어. 그런데 하지 말아야 할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잘못을 저질렀으면 인정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소나린은 멈칫하더니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봐요. 저는 당신이 무슨 말
김예훈은 소나린의 말을 무시한 채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내 생각이 맞는다면 네가 성남에서 사고를 저지른 이후로 뒤에 숨어있어야만 했어. 성형하고 신분까지 바꿔서 다시 진주로 들어간거지. 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거겠지. 네가 이럴 정도라면 상대방이 많이 챙겨준 모양이야. 예를 들어 천억 원의 현금이라든지.”김예훈이 핸드폰을 꺼내 계정이 적혀 있는 사진을 보여주자 소나린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저는 그쪽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모르겠어요!”소나린이 대뜸 화를 내자 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여기 들어오기 전에 어제 있었던 일을 한번 돌이켜봤거든. 너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전에는 진주에 있어서 움직일 기회가 없었겠지. 그런데 내가 며칠 전에 진주와 밀양에 오는 바람에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 거지. 내가 도착한 그날부터 희망호로 불려 간 거고, 바로 그날에 희망호를 타고 일본에서 밀양까지 온 거야. 그러다 누군가가 너에게 밀양 1인자의 아들인 추문성의 빚 쪽지를 건네준 거고. 너한테 준 목적은 추문성한테 접근해서 그 누나까지 희망호로 유인하려는 작전이었겠지. 특별히 뭐 말할 것도 없었을 거야. 희망호에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만 말하면 되니까. 추문성한테 빚이 있다는 것만 알려지면 추하린도 따라서 올 거라고 예상했던 거지.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던 허민재는 바로 추하린한테 덮칠 수 있었고. 추하린이 예뻐서,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추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짓누르고 있어서 불만이 많았던 거지. 네 뒤에 있는 사람은 내가 추문성이랑 친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씨 가문 오누이가 희망호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을 때 내가 나타나 도와줄 거라고 이미 예상했던 거지. 그런데 오히려 허민재가 나한테 짓밟혔으니 임현우를 보낼 수밖에. 그러면 나는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거고. 그런데 내가 쉽게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지. 그래서 오늘 아침에 희망호를 압류하는 연기까지 펼쳤던 거 아
김예훈은 여유롭게 홍차를 마시면서 말했다.“지금 너를 가장 원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굳이 신분을 감출 필요 없어. 네가 소한미라는 것을 내가 알아낼 수 있는 만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만약에 네가 여전히 신분을 감추고 나한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 네 신분을 폭로해 버릴 거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나랑 스타일이 다르더라고. 너의 모든 조상님을 무덤에서 파내서 그 뼈를 갈아버릴 사람들이야.”“너!”소나린은 몇번이고 김예훈의 말을 끊고 싶었지만 동공이 흔들렸다.예전에 잘나갔던 블랙 위도우라고 해도 죄지은 사람처럼 숨어지내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겁먹은 모양이다.왕년의 포스를 잃어버리니 이제는 영락없는 나약한 여인이었다.그녀 역시 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번에 소한미가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바람에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명성도 잃고, 희망호도 잃고, 몇조 원에 달하는 손해도 보게 되었다.충분히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그녀의 모든 조상님을 무덤에서 파내서 그 뼈를 갈아버릴 정도였다.이 순간 소나린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냉수를 들이켰다. 이렇게 해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만약 너의 뒤에 있는 사람을 폭로하고 싶지 않거나, 그 사람의 이름을 직접 말하고 싶지 않으면 내가 물어보는 대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 내가 진주와 밀양에 온 이유는 우리 장모님이 납치되어서야. 그 배후자의 타깃이 나고. 아주 칼같은 사람이더라고. 내가 어느 만큼 미웠으면 이렇게까지 하겠어. 그러니까 그 사람은 너의 주인이 아니야. 이건 그 사람의 스타일이랑 맞지 않거든. 내가 진주와 밀양에서 가장 많이 접촉한 사람은 허씨 가문과 홍성파 사람들이었어. 비록 나한테 많이 당하긴 했지만 예전부터 나를 죽이려고 계획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 그러니까 네 뒤에 있는 사람은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는
본능적으로 일어나 보았더니 VIP 대기실에 있던 그 많은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선물 박스 하나 빼곤 아무도 없었다.김예훈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발로 유리로 된 테이블을 걷어찼다.“빨리 도망쳐!”깜짝 놀란 소나린은 벌떡 일어나 김예훈과 함께 도망쳤다.퍽!이 둘이 VIP 대기실을 벗어난 순간, 선물 박스가 폭발하면서 이곳이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비록 제때 도망치긴 했지만, 그 여파로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거대한 폭발 소리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다행히 VIP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은 진주와 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상대방도 이들을 건드리기 무서웠는지 일부러 사람이 적을 때 움직인 것이다.아니면 어떤 감당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몰랐다.김예훈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려고 했을 때...갑자기 번호판도 없는 두 대의 허머 차량이 벽을 부수고 그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다.바로 이때, 차 문이 열리면서 총을 쥐고 있는 열몇 명의 남녀가 차에서 내렸다.김예훈의 표정은 확 변하고 말았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비록 낯선 이들이었지만 스타일을 보면 제일 먼저 리카 제국 독수리파가 떠올랐다.이번 희망호 사건은 곽영현이 뒤에서 지휘하고 밀양 허씨 가문이 앞에서 움직이긴 했지만 두 가문 모두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유일하게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막심한 손해를 입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일 것이다.김예훈이 반응하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는 사람무리에 섞여 있던 몇십 명의 남녀가 살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달려오더니 메고 있던 가방에서 비수와 총을 꺼냈다.임현우는 다른 목적 없이 그저 김예훈을 죽이고 싶었나 보다.“왜? 임 도련님께서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거지?”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말에 소나린은 제일 먼저 임현우가 생각났다.하지만 임현우의 목적은 소나린이 아니라 김예훈이었다.임현우의 성격을 봤
“나를 살려줄 수만 있다면 모든 디테일을 다 알려줄게. 증거도 가지고 있어. 통화녹음도 있고 곽영현이 나한테 준 현금수표도 있어. 모두 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인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목숨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에 떨고 있던 소나린은 결국 모든 것을 실토해 버렸다.곽영현이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약속보단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했다.“그래. 약속 지켜. 이따 나한테 모든 증거를 보여줘. 일단 나랑 같이 가.”김예훈은 소나린의 손을 잡고 재빨리 아까 폐허로 변한 VIP 대기실로 몸을 피했다.공항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고, 김예훈은 이곳에서 싸웠다가 억울한 사람이 피해를 당할까 봐 두려웠다.오히려 VIP 대기실은 아까 폭발하는 바람에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두 사람은 다시 연기가 자욱한 VIP 대기실로 들어가게 되었다.바닥에 보이는 몇구의 시체에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김예훈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이프를 챙겨 소나린을 데리고 재빨리 뒤에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납장과 통유리 창문이었다.김예훈은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수납장으로 통유리 창문을 깨뜨렸다.그러고서 소나린을 데리고 밖으로 도망치는 대신 그나마 큰 수납장에 몸을 숨겼다.퍽!다 숨었을 때, 킬러들이 발로 주방 문을 걷어차면서 달려 들어왔다.딱 봐도 전투 경험이 많아 보이는 전역 병사들 같아 보였다. 이들은 주방에 들어오자마자 사정없이 사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이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김예훈과 소나린이 몸을 숨긴 수납장에도 구멍이 몇 개 생겼다.김예훈의 평온한 표정으로 소나린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게 그녀의 입을 막고 있었다.뒤이어 또 열몇 명의 킬러가 수상한 낌새를 차리고 이곳으로 달려왔다.이들은 장전된 총을 들고 살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원하던 타깃을 발견하지 못했다.우두머리로 보이는 금발의 남성이 무전기를 향해 말했다.“창문을 통해 도망친 모양이야! 얼른 쫓아가!”그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김예훈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김예훈은 상대방이 총구를 자신한테 겨눌 기회도 주지 않고 자세를 낮춰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마지막 나이프를 사정없이 휘두르다 보니, 반사된 불빛과 함께 한 무리의 사람이 쓰러지는 것이다.킬러들은 하나같이 씩씩거리면서 분노의 극치에 도달하고 말았다.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 총알은 반사되어 함께한 동료의 몸에 박혀버리고 말았다.이 모습에 유일하게 생존한 네명의 킬러들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다음 순간, 이들은 동시에 총을 거두고 군사용 비수를 꺼내 살기를 뿜어내면서 김예훈에게 접근했다.샤샥!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또 한 번 나이프를 휘둘렀다.다음 순간, 네명의 킬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목을 쥐어 잡은 채 하나같이 쓰러지고 말았다.얼마 지나지도 않아 주방으로 뛰어 들어온 적들은 전투력을 상실하고 말았다.김예훈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바닥에 있던 총을 주워 앞구르기로 로비를 향했다.밖에는 열몇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김예훈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하나같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 피융! 피융!총알이 수도 없이 날아왔지만 김예훈은 모조리 피하면서 똑같이 상대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 피융! 피융!잠시 후, 절반 가까이 되는 적들이 맥 없이 쓰러졌고, 나머지 적들은 당황한 나머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사이 20명 가까이 죽어 나간 것을 보면 김예훈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이 전역 병사들은 무신 급 실력자를 상대할 능력은 안 되어도 다함께 힘을 합치면 장병급은 끄떡없었다.그런데 김예훈 앞에서는 그저 가벼운 종잇장처럼 맥을 추지 못했다.이들이 뒤로 물러설까 망설이고 있을 때, 김예훈은 자세를 바로잡고 아무렇지 않게 탄알이 없는 총을 내던지더니 앞으로 걸어갔다.상대들은 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예훈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설 뿐이다.기세등등하던 처음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두려움뿐이었다.마치 눈앞에 서있는 사람이
김예훈은 멈춰서는 대신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이 와중에 가끔은 앞으로, 가끔은 뒤로 물러서면서 불시로 날아오는 총알을 피했다.피융! 피융! 피융!끊임없이 들려오는 총소리에 바닥과 벽면에는 구멍이 수없이 생겼다.맞은편에 서 있던 상대가 다시 공격에 나서려고 움직이는 순간, 저격수한테 총을 맞아 머리가 깨지고 말았다.김예훈은 여전히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면서 상대방의 총알이 강철기둥에 부딪혀 반사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아무 일도 없었지만 상대가 하나둘씩 쓰러졌다.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시체로 몸을 막고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갔다.저격수는 생각보다 먼곳에 있지 않았다. 그저 맞은편에 있는 창고 옥상에 있을 뿐이었다.피융! 피융!이 과정에 끊임없이 총알이 날아왔지만 김예훈은 전부 시체로 막아버렸다.창고 아래에 도착해서야 시체를 버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창고 옥상으로 향했다.상대방의 저격 기술이 그날 스카이 팰리스에서 자신을 저격하던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문득 상대방의 신분이 궁금했다.퍽!김예훈이 발로 창고 문을 걷어차는 순간, 총구가 자신을 향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상대방한테 저격할 기회도 주지않고 앞구르기로 총구를 피했다.바로 이때, 아까 눈깜짝할 사이 바닥에서 주웠던 총으로 전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이때, 맞은편에 검은색 쫄쫄이 옷을 입고 여우 가면을 쓴 여자가 나타났다.몸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비록 뾰족한 하관만 살짝 보였지만 무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그런데 김예훈은 왠지 모를 익숙함에 급히 상대를 제압하는 것보다 피식 웃을 뿐이다.“아는 사람인가 보군. 김씨 가문의 사람이지? 김병욱이 그렇게 날 죽이고 싶어 해? 임현우가 먼저 나를 죽이겠다고 발 벗고 나섰는데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 너까지 보낸 거야? 도대체 얼마나 큰 원한을 가지고 있길래.”김예훈의 담담함에 여우 가면을 쓴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볼 뿐이다.김예훈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적은 없었지만 이
김예훈이 신속히 창고 옥상을 벗어날 때, 두려움에 떨고 있던 소나린이 수납장에서 기어 나왔다.그녀의 표정은 평온하고 차갑기만 했다. 마치 예전의 블랙 위도우처럼 냉정하게 지금 이 상황을 마주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소나린은 신속히 VIP 대기실을 벗어나 누군가에게 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무리와어울렸다.통화가 연결되고, 소나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곽 도련님, 저예요. 저 지금 밀양 국제공항에 있는데 김예훈이 역시나 리카 제국 임씨 가문 사람들과 맞닥뜨렸어요. 계획에 성공하셨어요. 이 정도면 김예훈은 이미 죽은 것 같아요.”“소한미 씨?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한테 직접적으로 전화하지 마시라고요.”전화기 너머에서 곽영현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이러라고 시킨 거예요?”소나린은 멈칫도 잠시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곽 도련님 대신 제가 너무 기뻐서요. 계획에 성공하신 걸 축하드려요. 김예훈이 살아있다고 해도 아마 감옥에 잡혀갈 것이 뻔해요. 이곳은 밀양이라 힘을 쓰지도 못할 거예요. 이제 다른 가문들과 손잡고 밀양 기관을 압박하면...”퍽!말도 채 끝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복부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한 여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소나린에게 무언의 협박을 보냈다.소나린은 고개 숙여 복부 상처를 보면서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었다.“방...”소나린은 말도 못 하고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거두게 되었다....이 시각 밀양 홍천 팰리스 VIP 로열룸.임현우는 한 무더기의 자료를 테이블 위에 던지더니 말했다.“그 사람이었네. 글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익숙함이 든다 했어. 우리 셋째 할아버지와 넷째 할아버지를 망친 사람이었어. 역시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마주해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어. 그것도 모자라 나랑 맞서기까지. 감히 희망호를 압류하고 몇조 원에 달하는 재산까지 몰수해? 이런 젠장!”김예훈의 진정한 신분과 실력이 놀라운 것보다 그한테 맞은 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