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토요타 프라도 몇 대가 서서히 승마 클럽으로 들어갔다.움직임은 빠르지 않았지만 살기가 가득했다.차 문이 열리는 순간, 열몇 명의 특수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차에서 내려 차가운 표정으로 VIP 대기실로 걸어갔다.길을 막으려던 보디가드들은 이들의 제복을 보자마자 표정이 확 변하더니 바로 길을 비켰다.진주와 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도 표정이 굳어지더니 저마다 고개를 숙였다.이때, 누군가 7번 VIP 대기실의 문을 발로 걷어차고는 얼굴에 살기가 가득한 채 방으로 들어갔다.곧 열몇 대의 총이 장전된 채로 VIP 대기실에 있던 손님들과 보디가드들을 겨누었다.이때 앞장서고 있던 여자가 경찰증을 보여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용전에서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당신들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하는 말마다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담담하고 살기가 가득한 말투였다.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던 곽영현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이제 막 소한미의 연락을 받고 사건 경과와 결과를 조사해 보려고 했는데 용전 사람들이 바로 들이닥칠 줄 몰랐다.반응이 빠른 그는 제일 먼저 통화기록을 삭제하려고 했다.퍽!하지만 그전에 앞장서고 있던 여자가 동전으로 곽영현의 손목을 튕겨 핸드폰을 떨어뜨렸다.표정이 어두워진 곽영현은 핸드폰을 짓밟아 망가뜨리고 싶었다.바로 이때, 앞장서고 있던 여자가 냉랭하게 말했다.“핸드폰을 망가뜨리는 순간 당신을 사격할 것입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한번 해보든가요.”곽영현이 움직이기도 전에 총구 몇 대가 그의 머리에 닿았다.그렇게 그의 핸드폰은 증거물로 압수되고 말았다.곽영현의 보디가드들이 그를 보호하려고 나서려고 하자 바로 사격했다.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이 살기가 가득했다.이들의 소름 끼치는 냉철함에 곽영현은 한동안 진정할 수 없었다.“곽 도련님, 안녕하세요. 저는 진주·밀양 용전 소대장이며 이것이 바로 저의 명함입니다.”앞장서고 있던 여자는 곽영현에게 경찰증을 보여주었다.“당신과
“함께 갈게요!”곽영현은 몇몇 총 맞은 보디가드들을 보고 벌버둥 칠 생각하지 않았다.“저 사람들은 아무 죄가 없잖아요. 구급차 좀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앞장서던 여자가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좋은 사람에게 억울함을 선사하지 않고, 나쁜 사람은 절대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보디가드분들이 함부로 나서지만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예요.”곽영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보디가드한테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집안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임현우와 곽영현이 용전에서 조사받고 있을 때, 김예훈은 밀양 경찰서 심문실에 앉아있었다.맞은편에 앉아있는 추하린과 조사를 마치고 안부를 주고받았다.추하린은 모든 경과에 대해 알고 나서 한 대의 핸드폰을 꺼내 김예훈에게 보여주었다.“김 도련님,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이 있습니다. 김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소나린 씨는 이미 죽었습니다. 공항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심장에 총알이 박혀 그대로 목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CCTV는 전부 다 파괴되어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소나린이 비껴간 총알을 맞았는지, 아니면 누가 일부러 사격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3분 동안의 통화가 있었는데 상대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곽영현이었습니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곽영현이요? 저랑 대화할 때 계속 곽영현을 숨기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시기에 곽영현한테 연락할 수가 있죠?”“곽영현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한 건 아닐까요?”추하린의 분석에 김예훈은 태양혈을 어루만졌다.“아니요. 제 생각엔 곽영현을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분명 목숨을 잃을 줄 알고 죽기 전에 저희한테 증거를 남긴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이상해요. 혹시...”“혹시 뭐요?”추하린은 소나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고, 여전히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김예훈이 진지하게 말했다.“목숨을 바쳐 진정한 배후자를 보호해야 했던 걸지도 몰라요. 아니면 왜 그렇게 행
추하린은 김예훈을 여기까지 데려다주고 조심하라는 말만 남겨두고 이곳을 떠났다.커다란 마당에는 김예훈만 우두커니 서 있었다.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이 순간 얼마나 많은 실력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 몰랐다.“용전은 역시 대한민국 중심지 중의 하나야.”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대한민국 중심지 중에서 용의 부대는 주로 유치를, 용연옥은 주로 형벌을, 용문당은 주로 국내를, 용전은 주로 해외를 담당하고 있었다.이렇게 큰 사건이 벌어졌으면 용연옥에서 나섰어야 했다.그런데 진주와 밀양은 대한민국 관할구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용전에서 나서는 것도 정상이었다.김예훈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먼곳에 특수제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그는 김예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곧 별로 크지 않은 심문실이 눈앞에 나타났고, 이곳에는 최소한 열몇 대의 CCTV가 있었다.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있던 차가운 표정의 남녀는 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고 인사했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진주·밀양 용전 조사팀장을 맡고 있는 백우석이라고 합니다. 이 두 분은 저의 파트너고요. 코드명은 기밀이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오늘 김 회장님을 모시고 온 이유는 밀양 국제공항 테러 사건에 대해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용문당 회장님을 직접 체포할 권력이 없어 용문당 집법부대를 통해 연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이 사건이 심각하므로 회장님께서 잘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평온한 표정으로 부탁하는 것 같았지만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무조건 자기 말을 따르라는 것처럼 들렸다.김예훈은 그 차가움을 느끼지 못했는지 아무렇지도 않았다.“오늘 사건이 심각하긴 했어요. 저도 용전에서 하루빨리 사건 배후자를 찾아내서 죽일 건 죽이고, 형벌을 내릴 건 형벌을 내렸으면 좋겠어요.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원한을 갚아드려야죠. 오
형식적인 심문은 온밤 진행되었다.백우석은 결정적인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십 번을 물었다.김예훈은 처음에는 담담하더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간을 찌푸렸다.진주·밀양 용전 심문이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형식적인 것 같아도 이 중에는 수상함이가득했다.백우석의 질문은 알게 모르게 김예훈을 함정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그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똑같은 질문을 31번이나 했더니 시간은 벌써 다음 날 점심이 되었다.맞은편에 앉아있는 세 사람은 이런 심문이 익숙하다는 듯이 표정이 평온하기만 했다.김예훈은 마지막 10잔째 되는 커피를 다 마시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서면서 말했다.“그만하시죠. 백우석 씨, 똑같은 질문에 31번이나 대답했으면 됐잖아요. 또 발견한거 있으면 저한테 연락해 주시죠.”철컥!백우석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견고한 벽면으로 보이던 벽이 서서히 위로 올라가면서 밝은 후광과 함께 열몇 명의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이어 몸매도 좋고, 메이크업한 여자가 몇몇 제복을 입은 여자들을 데리고 나타나 김예훈을 향해 예의를 갖췄다.“선배, 여기는 용전이야.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아무리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고 해도, 용문당 제36대 회장이라고 해도 밀양 국제공항 테러 사건을 조직한 사람이라고 의심되면 충분히 체포할 수 있다고.”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꽃다운 얼굴에 뾰족한 턱을 가지고있는 그녀를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여우 가면을 쓴 사람이 바로 너 김청미였구나! 네가 진주·밀양 용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용문당 회장인 나를 체포할 수 있다고?”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김씨 가문의 김청미였다. 밀양에서 두 번이나 김예훈을 암살하려던 장본인이기도 했다.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눈앞에 나타날 줄 몰랐다.김청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에게 가까이하더니 피식 웃고 말았다.“난 그저 진주·밀양 용전에서 타주를
김예훈이 아무렇지 한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전체 사건을 주름 쥐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다음 순간, 김청미는 김예훈의 오른손을 쳐내고 뒤로 물러서더니 명령했다.“저 손목을 잘라버려!”철컥!김청미 뒤에 서 있던 열몇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총구를 김예훈의 손발 쪽으로 돌렸다.이 외에도 밖에 살기를 뿜어내면서 김예훈을 지켜보고 있는 눈들이 많았다.김청미 한마디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길 준비가 되어있었다.김예훈은 살기를 느끼면서 아무렇지않게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자기 오른쪽 어깨를 가리켰다.“자, 쏴봐. 과연 나를 병신으로 만들수 있는지 지켜보겠어. 만약 나를 병신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내가 너를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진주·밀양 용전 타주라는 사람이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인 나에게 총을 쏠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김예훈은 담담하기만 했다. 비록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신분이 탐탁지 않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는 으름장을 놓을만했다. “너!”김청미는 한참 동안 김예훈을 쳐다보다 표정이 확 바뀌더니 총을 거두라고 손짓했다.이에 김예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김청미가 먼저 움직였다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는데 말이다.김청미는 김예훈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이렇게 냉랭하게 말했다.“선배, 걱정하지 마. 그 팔 내가 직접 병신으로 만들어 줄게. 그런데 죄가 확실하기 전까진 움직이지 못해.”“증거 있어? 어젯밤 반복해서 물어봤던 질문들?”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이런 의미 없는 질문들로 죄를 확정 지을 수 있다면 용전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공평성을 의심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용전 사람들이 다 너같이 쓸모없는 인간들이라면 용전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대한민국은 나라를 위해 싸워주는 용전이 필요하지 썩어 문드러진 용전은 필요하지 않아.”김예훈은 용전을 없애버리고 싶으면 바로
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나를 체포했으면 증거 정도는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김청미가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어제 밀양 국제공항에서 누군가 소한미가 폭탄이 들어있는 선물 박스를 가져다 놓는 장면을 찍었어. 폭탄이 폭발하기 전에 네가 옆에 있는 유리를 깨부수고 도망친 점을 봤을 때, 네가 소한미한테 시킨 것이 분명해. 그리고 밀양 경찰서에서 증거를 수집할 때 추하린이 일부러 너에게 불리한 CCTV를 삭제한 거고. 그러니까 너는 이 사건과 밀접히 연관된 것이 틀림없어. 전체 사건은 다 너 때문에 시작된 거니까 책임져!”김청미는 증거를 들먹이면서 김예훈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김예훈이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깟 증거로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김청미, 미친 거 아니야?”김청미가 계속해서 말했다.“당연히 이것뿐만은 아니지. 우리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이 사건의 배후자는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임현우야. 바로 임현우를 체포하고 최면제까지 먹여가면서 온갖 심문을 다 시도해 보았는데 이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어. 테러 사건을 조직한 사람은 황금 삼각지대에서 온 깡패들이었어. 그저 2천억 원 상당의 칩을 받은 대가로 시키는 대로 한 거였지. 그리고 그 칩에는 너의 지문이 묻어있었고. 각 증거들을 모아 봤을 때 너 김예훈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제일 커.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 복수하기 위함인 거지. 전에 희망호에서 임현우와 충돌이 있었고, 그 골칫덩어리를 해결하기 위해 이 일을 벌인 거지. 김예훈, 인증 물증도 모두 확실한데 더 이상 발뺌 못 해!”김예훈은 미소를 거두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임현우가 충동하에 이 일을 꾸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이용당한 거라니.진주·밀양 용전을 출동시킬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이유를 가지고있는 사람도 단 한 명뿐이었다.그 사람은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진주·밀양 용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이제는 실제 배후자가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김현민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제대로 짓밟아 버리겠다고 다짐했다.열몇 명의 제복을 입은 사람들의 안내하에 김예훈은 곧 더 큰 공간에 도착했다.앞에 계단이 있고 양옆에 총을 메고 있는 제복을 입은 사람이 서있는 것이 재판장과도 같았다.벽에는 이런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나라를 위해 헌신하자!”“청렴결백!”등등...이런 문구를 보면서 김예훈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냈다. 누가 보면 참관하러 온 사람인 줄 알 정도였다.김예훈이 구경하고 있을 때, 밖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문이 열리더니 차가운 포스의 남녀 한 무리가 걸어들어오는 것이다.그 뒤에는 체포된 사람이 두 명 있었다.그 두 사람은 다름아닌 추하린과 추문성이였다.추하린은 괜찮아 보였지만 추문성의 얼굴에는 뺨 자국이 나 있었다.체포될 때 용전 사람들과 충돌이 생겨 맞은 듯싶다.이 모습에 김예훈의 눈빛은 어두워지고 말았다.“김 대표님.”김예훈을 발견한 추문성은 멈칫도 잠시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김예훈은 잠깐 그를 쳐다보고는 뒤돌아 김청미를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문성이는 이번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는데? 왜 체포한 거야?”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희망호에 나타난 것만 봐도 이번 사건과 연관된 사람이지 않겠어? 그냥 형식적으로 조사만 진행할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퍽!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누군가 문을 걷어찼다.곧이어 뒷짐을 쥔 채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고 있는 두 남자가 열몇 명의 보디가드를 데리고 모습을 나타냈다.생김새가 김예훈과 많이 닮은, 앞장서서 걸어오던 남자는 먼곳에서부터 인사하면서 걸어왔다. 이 사람은 바로 김씨 가문 사걸 중의 우두머리이자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김병욱이었다.그의 옆에는 허준서 등 허씨 가문 도련님들과 많이 닮은 듯한 남자가 서 있었다. 김예
용전 사람들은 여전히 못 들은 것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추하린은 본능적으로 동생을 보호하려고 몸을 날렸다.“그만해! 그만하라고!”쨕!추하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허성빈이 앞으로 다가와 추하린의 멱살을 잡더니 다른 한쪽 손으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년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어리석은 너때문에 우리 허씨 가문에서 본 손해가 2조 원을 넘는다고! 내 동생이 너랑 하룻밤 자겠다는데 그게 뭐 어때서. 감히 반항해? 죽고 싶어?”허성빈은 또 추하린의 뺨을 연속으로 때렸다. 추하린은 얼굴에 뺨자국이 나 있는 채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그만해!”김예훈도 허성빈이 용전에서 난동을 부릴 줄 몰랐는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쨕!허성빈은 또 추하린의 뺨을 때리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이 둘 다음으로 네 차례야!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아? 진주·밀양 용전이라고. 간단히 말해서 이곳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라고! 넌 그냥 가만히 지켜봐야 할 거야. 움직였다간 바로 죽여버릴 거라고!”허성빈의 손짓하나에 옆에 있던 일곱, 여덟 명의 보디가드들이 김예훈에게 총구를 겨누면서 협박했다.김예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저 두사람을 한 번만 더 건드렸다간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거야!”“그만하라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곳이 어딘 줄 알고. 여긴 진주·밀양이란 말이야. 내 구역에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시비 거는데?”허성빈은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도박왕 허순재 앞에서만 얌전했지 지금은 아무도 막을 자가 없었다. 이때 또 발로 추하린의 머리를 걷어차는 것이다.“때렸는데 뭐 어쩔 건데? 용전에서 이방인 주제에 무슨 짓을 할수 있는지 한번 지켜봐야겠어. 함부로 움직였다간 바로 총으로 쏴버릴 거야. 얘들은 그저 허씨 가문의 종일 뿐이야. 천하디천한 목숨이라고. 너를 죽이고 알아서 자살해버리면 나를 탓할 사람이 없겠지?”허성빈은 또 한 번 옆에 있던 추문성을 발로 걷어찼다.추문성은 머리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