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정지용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그가 이번에 저지른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그도 잘 알고 있지만, 문제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반년 월급 감봉하고 반성하게 하는 것에 불과했다.분명히 이 일을 겪은 후에도 정씨 집안에서 그의 지위는 여전히 흔들릴 수 없었다."정민아, 이 나쁜 년,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뭔데?" 정지용은 마음속으로 욕을 하고 겉으로 후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잠시 눈이 멀었어요. 이번에 잘 반성하고 나중에 돌아와서 계속 정씨 집안을 위해 일할 거예요!""네가 그런 태도를 보이니 내가 안심이 되는구나."어르신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일은 어쨌든 우리 정씨 집안의 망신이다. 일단 알려져서 더욱 심해지면 우리 정씨 집안에 좋을 게 하나도 없어. 그래서 오늘 일은 모두 무덤까지 안고 가야 해. 누가 감히 반 마디라도 내뱉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어르신은 회의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고 나서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것은 노골적으로 편들어주는 것이고 조금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정민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거의 모든 이를 깨물었다. 그녀는 어르신을 바라보며 억울했지만 싫은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정씨 어르신이 두 손을 뒤로 짊어지고 회의실을 떠난 후 정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려고 웃었다."지용아, 우리가 방금 그렇게 말했지만, 우리도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그 상황에서 네 좋은 말만 하면 어르신께서 화를 내실 지도 몰라!""맞아. 어르신이 원래 그러셔. 우리가 너를 도와줄수록 더욱 체면이 깎일 거야!""절대 우리를 탓하지 마!"정지용은 웃으며 다른 사람들을 향해 손사래를 치더니 일어서서 의기양양하게 정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민아, 너 이번에 운이 좋아서 그냥 넘어갔지만 다음번엔 절대 이렇게 좋은 운이 없을 거야!""할아버지가 내 편드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야! 너 화가 많이 났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나는 남자고 너는 여자니까.
이 말에 김예훈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 말했다. "어르신께서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정지용이 이렇게 심각한 일을 저질렀는데 적어도 좌천 처리를 해야죠. 최소한 다른 정씨 집안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런 큰일을 반성하게 하다니 너무 웃기지 않아요?""게다가 어르신이 정지용을 감싸주는 것으로 간단한 게 아니라, 완전히 민아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거죠. 민아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으니까요.""어머? 네가 심리분석가가 됐어? 분석이 들어맞는 거 같네? 문제는 무슨 소용이 있어? 쓸모가 있냐고?"임은숙이 되물었다.”오늘 뭐 하러 갔어? 왜 민아와 함께 회사에 가지 않았어? 그러면 적어도 민아 편에서 말이라도 하지! 폐인!"김예훈은 임은숙의 스타일에 이미 익숙해져서 그녀의 말을 받지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한심한 것은 정씨 어르신이 제대로 정민아의 약점을 잡았다는 것이다.그는 정민아가 정씨 집안과 감히 얼굴을 붉히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이것을 파렴치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자부하다고 해야 하나?정민아는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됐어. 그 얘긴 그만하자."그 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참, 어제 내가 오해했어…”"오해? 오해할 게 뭐가 있어? 이 폐인이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가 너무 바보라서 그런 거야. 그렇지 않다면 정지용 그 바보가 감히 너를 해치려고 해!"임은숙은 화가 났고 생각할수록 더 화가 났다. 만약 사위가 조금만 더 능력이 있었다면 자신의 딸이 이렇게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까? 지금 정씨 집안사람들이 정민아를 이렇게 괴롭히는데, 임은숙이 보기에 가장 큰 이유는 김예훈이 너무 무능력했기 때문이다.결혼을 잘하는 게 여자에게 너무 중요하다!"엄마, 김예훈의 탓이 아니야. 게다가 어제 날 구해줬어. 그렇지 않으면 내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어…." 정민아는 이 말을 꺼내면서 또 벌벌 떨었고, 어제 현장에 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 곰곰이 생각할수록 더 무서워졌다.만약 송우에게 정말로 당했다면 지위와 명예
다음날 아침 일찍, 서재에서 자고 있던 김예훈은 정민아가 불러서 깨웠다. "김예훈, 할아버지 가 정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급히 소집했어. 당신도 반드시 참석해야 된대!""알았어."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으며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다. 어제 이미 지시했으니 하은혜의 일 처리 스타일로는 어젯밤에 정씨 집안에서 YE 투자 회사의 변호사 서한을 받았겠지?오전 9시, 정씨 가족들 모두 별장 로비에 모였고 어르신은 상석에 앉았으나 이 순간에 안색이 지극히 어두웠다.어제 한밤중에 YE 투자회사에서 변호사 서한을 보내왔는데, 내용은 간단했다. 정씨 집안에서 감히 사람을 찾아 정씨와 김씨가 투자한 프로젝트를 망치려고 했으며 YE 투자 회사는 정씨가 이를 핑계로 김씨의 돈을 뜯어먹으려는 목적이라고 생각했다.현재 YE 투자 회사는 정씨 집안에서 책임지는 것을 원하며 기존 투자금의 10배인 5500억 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이번에 YE 쪽 임원은 한 명도 오지 않았지만, 이 냉랭한 태도는 오히려 YE 투자 회사의 그 미스터리한 대표가 화를 냈을 거라는 걸 말해줬다.하지만 이것도 정상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이류 가문이 감히 이렇게 자신의 돈을 사기 치려고 하는데 YE 같은 대기업이 화를 낼 수도 있다.어르신의 시선은 천천히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한번 보고, 잠시 후에야 차갑게 말했다. "어제 내가 이미 발설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결국 YE 투자 회사 쪽에서 알게 되었어. 지금 그쪽에서 우리에게 변호사 서한을 보내왔으니, 너희들 모두 눈을 크게 뜨고 봐!"어르신은 말하면서 그 변호사 서한을 책상 위에 내던졌다. 지금 정씨 집안사람들이 하나둘씩 가져가서 보고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변호사 서한은 간단했다. 결국 정씨 집안이 이 일을 책임지고 계약서에 따라 5500억 원을 배상하라는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정씨 집안에 어디 이렇게 많은 돈이 있을까?"할아버지, 누군가 고의로 이 일을 발설한 거 같은데요. 아마도 민아가 억울해서 정씨 집안
"맞아. 민아야. 전에 우리 정씨 집안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는데 역시 네가 가장 능력이 있으니, 네가 나타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네가 쇼핑센터 프로젝트 책임자인데 거절하진 않겠지?""민아야, 나도 이 제안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네가 YE 투자 회사에 한 번 가볼래?"순식간에 정민아에게 화살이 쏠렸고, 모든 사람들은 정민아가 정씨 집안을 대신해서 이 큰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했고 정씨 집안의 파산으로 인해 그들 역시 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정민아는 지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며 어젯밤 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커져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어제까지만 해도 이 사람들은 정지용이야말로 정씨 가문의 희망이라고 말했는데 결국 지금은? 또 그녀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다니? 지금 정민아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정민아, 거절하는 거 아니지? 쇼핑센터 프로젝트는 네 거야. 지금 너의 프로젝트 때문에 우리 정씨 가문이 전에 없던 위기를 맞았는데, 설마 손을 놓겠다는 건 아니지?” 정가을은 냉담한 표정으로 그녀는 여전히 어제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다. 오늘 이 일은 어떻게든 정민아에게 뒤집어 씌워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모두 문제가 많을 것이다.임은숙은 지금 정민아 옆에 앉아 있지만, 정민아를 대신해서 말할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지금 약간 긴장했으며 만약 정씨 가문이 정말 파산한다면, 그녀도 별로 잘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정민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를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유일하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일단 정민아가 나섰는데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 큰일은 정민아가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정씨 어르신은 아무리 자부심이 있다 하더라도 이 제안이 정민아에게 매우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순간 그는 생각하고 계속 말했다. "민아야, 이번에 만약 네가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내가 쇼핑센터 프로젝트의 지분 10%를 넘
정씨 집안사람들이 모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으며 어차피 그들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이럴 때 듣기 좋은 말을 몇 마디 해서 어르신을 기쁘게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정민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정지용은 너무 뻔뻔했다. 원래 그가 문제를 일으켰는데, 결국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의젓한 모습을 하고 있어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그럼 우리 정씨 집안의 후계자께서 번거로우시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정민아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쳇, 내가 쇼핑센터 프로젝트 책임자도 아닌데, 내 왜 쓸데없는 짓을 해! 정민아, 만약 네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네가 5500억의 빚을 책임지고 갚아야 돼!"정지용은 험상궂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는 YE 투자 회사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정민아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더 큰 이익을 위해 작은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를 생각하자 정지용은 의기양양해하며 자신을 똑똑하다고 칭찬하기 시작했다."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맞아! 우리 정씨 집안만 빚지지 않으면 되잖아!""기껏해야 쇼핑센터 프로젝트를 그만두고 정민아가 배상하게 해! 이것이 그녀의 책임이다!""맞아! 계약은 원래 그녀가 한 것이니 당연히 그녀가 책임져야지!"이때 거의 모든 정씨 가족들의 눈앞이 밝아졌다.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정민아에게 떠넘기면 쇼핑센터 프로젝트를 잃고 정씨 가문이 일류 가족이 될 기회를 잃는다.하지만 정씨 집안이 파산하지 않고 그들이 계속 사치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면 이 작은 희생이 뭐가 문제야? 별 큰일도 아닌데?정씨 어르신의 눈빛도 반짝거렸다. 만약 정민아가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지용의 말도 방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퍽."바로 이때, 줄곧 입을 열지 않고 앉아 있던 김예훈이 갑자기 재떨이를 만지작거리더니 닥치는 대로 내던졌다."아, 김예훈 너…" 정지용은 얼굴 가리고 울 것 같았으며 이 데릴사위가 미쳤나? 다
모든 정씨 가족들이 놀랐으며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김예훈이 두말없이 정지용의 얼굴에 내던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정지용도 정말 재수 없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이며 매번 피하지 못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정말 머리가 이상한 놈이다. 그가 언제 물건을 내던질지 누가 알겠어? 이번 가족회의에 그를 부르지 말아야 했다!"김예훈,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해?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너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거 믿어?” 정지용은 코를 막고 펄쩍펄쩍 뛰었다."송우같은?"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송우 형님. 내가 말해주는 데 나와 송우 형님은 친한 형제야. 그분은…." 화가 났을 때 정지용은 거의 당황해서 말을 가리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말했을 때 갑자기 정신 차리고 안색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졌다."송우 형님, 정말 친절하네." 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 "정씨 가문이 이 문제에 연루된 것은 너와 너의 그 송우 형님 때문이라는 것을 잊었어? 네가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또 정씨 가문이 쇼핑센터 프로젝트를 잃게 만들려고 하는데 혹시 네가 YE 투자 회사가 우리 정씨 가문에 꽂은 스파이 아니야?""씨발. 네가 스파이다! 너네 가족이 다 스파이야!” 정지용이 욕설을 퍼부었다."아니면 됐고.” 김예훈은 정지용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정씨 어르신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어르신, 사실 여러분들이 변호사 서한을 자세히 보지 않으신 거 같은데요. 이 일은 다른 해결책이 있고 꼭 돈으로 배상할 필요 없어요."말하는 동안 김예훈은 방금 그에게 전달된 변호사 서한을 만지작거리면서 의미심장한 얼굴이었다."어떤 방법이 있는지 말해 봐! 돈만 안 내면 어떻게 해도 돼."정씨 어르신은 온몸을 떨면서 얼굴이 흥분해 있었다.사실 그도 쇼핑센터의 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으며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지용이 방금 제안한 방법을 채택하고 싶지 않았다."YE 투자 회사가 우리의 이 정도 돈이 부족하겠어요? 이번
모든 시선이 정민아를 주목하고 있다, 정민아는 화가 잔뜩 치밀어올랐다.김예훈은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어찌 됐든 정동철은 쇼핑센터의 일로 정지용을 처리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정동철한테는 남자와 여자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이젠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걸 김예훈은 잘 알고 있었다, 안 그러면 아내의 처지가 더 곤란해질지도 모른다.생각을 마친 김예훈이 정민아한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정민아가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를 보고는 몸을 살짝 떨었다, 뜻밖에도 김예훈은 그녀에게 이 일을 해결하겠다고 대답하고 그 대신 조건을 걸라고 했다.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정민아를 향해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날 믿어."정민아는 그저께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김예훈을 믿기로 했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일어섰다:"할아버지,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할아버지께서 더 잘 알고 계실 거예요, 다들 제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다시 한번 YE 투자 회사를 찾아갈 거예요..."이 말을 듣고 정지용이 차갑게 웃었다.정민아, YE 투자 회사가 네 회사인 줄 알아? 네가 찾아가서 뭘 할 수 있는데? 하지만 이번이 정민아를 정씨 일가에서 내쫓을 절호의 기회야, 비록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정지용은 후계자 라이벌인 정민아를 처리하는데 이 정도의 손실은 감수할 수 있었다."가기로 결정한 거야?" 정동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확실히 너무 큰 사안이어서 여전히 걱정됐다."할아버지, 인정을 베풀어달라고 하는 것도 한두 번이에요, 일단 시도는 해볼게요, 하지만 보장은 못 해요." 정민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쳇, 그런 말을 누가 못해요? 해결하지 못하겠으면 나서지 말아요, 그때 가서 또 내 책임이라고 하지 말고요!" 정지용이 차갑게 말했다."지용, 정민아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하게 해, 하지만 해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미리 말해두는 게 좋겠어." 정가을이 차갑
솔직히, 정동철은 회사의 재무를 정민아한테 맡길 생각이 없다, 그렇게 된다면 정씨 일가에서 정민아의 지위는 흔들 수 없게 되고 심지어 정지용의 지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정민아가 스스로 나와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면 정씨 일가는 파산의 위기에 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할아버지, 믿지 마세요!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해결하겠어요? YE 투자 회사에서 이미 고소장을 보내왔어요! 정민아가 일찌감치 YE 투자 회사와 결탁하여 이 기회에 우리 가문의 실권을 손에 넣으려는 속셈이에요!"이때 정지용이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민아한테 모든 걸 덮어씌울 작정이었으나, 지금은 정동철이 정민아의 요구를 들어줄까 봐 두려웠다.정민아가 재무팀을 장악하게 된다면, 정씨 일가에서 자신의 지위가 난처해진다, 심지어 후계자 자리까지 흔들리게 된다."정민아, 할아버지께서 언니의 그런 꼼수에 넘어갈 거 같아요? 할아버지를 그리 쉽게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가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회사의 재무를 관리하고 싶다면 적어도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말해야 하는 거 아니니?" 정민택도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정민아가 회사 재무를 관리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민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하은혜한테 전화 한 통만 하면 해결되는 일입니다..."다들 고개를 돌리는데 뜻밖에도 입을 연 사람이 김예훈이었다."김예훈, 어떤 자리인데 네가 감히 끼어들어? 네가 하은혜와 동창이라고 해서 이 큰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6000억이 얼마인지 짐작도 안 되지? 네 주제에는 60만이 얼마인지도 모를 것 같은데? 내 앞에 잘난 척 그만해, 그러다가 벼락 맞아!" 정지용이 김예훈을 쳐다보며 이를 갈며 말했다."6000억이야, YE 투자 회사한테도 적은 액수는 아니지, 하은혜가 대표 비서라고 해
체면을 안 준다고?이 말은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친구 사이의 대화였다.그런데 이 간단한 한마디로 별장 전체가 조용해지고 말았다.장무준과 마리아 등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김예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알다시피 강준은 겸손한 사람이긴 해도 항상 거만하고 폭력적인 사람으로 유명했다.그런데 어떻게 여자 등이나 처먹는 사람한테 이 정도로 공손할 수 있겠는가.진주 1인자조차, 홍성파 우두머리조차 그에게는 별로 대접받지 못하는데 말이다.장무준이 장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마리아가 영국 제국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강준을 만날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이 순간, 강준은 공손하게 김예훈 앞에 서서 심지어 그를 존경하는 것으로 보였다.추문성과 동하임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충격일 뿐이다.김예훈이 강준을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강 회장님, 저희 초면이 아닌가요?”“비록 초면이긴 하지만 용문당 당주님이 저번에 진주·밀양을 방문하셨을 때 용문당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저도 이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서요.”강준의 진지한 표정에 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용전의 일이 끝난 지가 언젠데 내내 오지도 않다가 용문당 집법부대를 건드렸다고 와? 이게 무슨 뜻이지? 집법부대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타이밍에 온 건가?’웃는 얼굴에 침 뱉지 않는다고, 김예훈은 웃으면서 말했다.“강 회장님 말씀이 맞으세요. 용문당은 한목소리를 내야 하죠. 사실 강 회장님을 연회에 초대하려고 했는데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양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장무준과 마리아는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거의 욕이 나올 뻔했다.‘김예훈, 이 뻔뻔한 자식. 감히 강 회장님을 이용하려고 하다니.’방금 강준이 나타났을 때 구세주를 만난 줄 알고 김예훈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두세 마디에 강준이 총구를 돌릴 줄 몰랐다.강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 회장님, 진주·밀양은
“전체 진주 상류 인사들이 전부 영국 제국에서 키우던 개라고? 그렇게나 대단해?”김예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그러면 개 한 마리 불러와서 나한테 겁줄 수 있는지 지켜보자고. 한 마리로 부족하면 얼마든지 불러와. 내가 무서워할 만한 사람을 불러오는 것이 좋을 거야.”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마리아의 뺨을 때려 바닥에 넘어뜨렸다.“이런 사람은 내가 한 달에 열 명은 짓밟아 죽였을 거야. 시간 절약도 할 겸 한 번에 짓밟을 수 있게 전부 다 불러와.”“악!”마리아는 얼굴을 감싼 채 바닥에 널브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오늘 무조건 김예훈을 죽여버리라 다짐했다.김예훈을 죽이기 전까지 오늘 이 일은 끝나기가 어려웠다.김예훈이 전화를 걸라고 마리아에게 핸드폰을 던졌을 때,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멀리서 토요타 프라도 열몇 대가 갑자기 동씨 가문 별장 앞에 나란히 나타났다.차 문이 열리고, 수십 명의 도복을 입은 남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상대방이 진주·밀양 용문당 사람인 것을 확인한 순간 추문성과 동하임은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김예훈 역시 상대방을 알아보고 뒷짐을 쥔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이때 고릴라처럼 키 크고 제복을 입은 네모난 얼굴의 노인이 차 뒷좌석에서 내렸다.그는 기운이 넘치고, 걸음걸이가 힘찬 것이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장무준은 본능적으로 예의를 갖췄다.“강 회장님!”마리아도 상대방을 확인하고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 넌 이제 끝났어!”표정이 미세하게 변한 동하임은 본능적으로 동태원을 불러오려고 했다.눈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은 바로 진주·밀양 용문당 회장인 강준이었기 때문이다.동하임은 이 사람을 상대로 김예훈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비록 똑같이 용문당 36대 회장이긴 하지만 강준은 진주·밀양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고, 제자가 거의 8만 명에 달해 세력이 어마어마했다.홍성파, 그리고 남양파조차 그를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다만 강준이 평소에 겸손하고 공식
김예훈은 장무준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얼굴을 툭툭 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차를 그의 머리 위에 쏟았다.“악!”갑작스러운 전개에 장무준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바로 이 순간,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다른 사람이 도리를 따질 때 폭력을 행사하더니, 다른 사람이 폭력을 행사할 때 도리를 따져보자는 이런 사람은 어떻게든 남을 밟고 올라가려고 했고, 또 어떻게든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 부잣집 도련님의 스타일이었다.하지만 장무준은 어느 날 다른 사람에게 짓밟힐 줄은 몰랐다.자신보다 도리를 더 잘 따지고, 주먹도 자기보다 센 사람은 처음이었다.이 순간, 장무준은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하지만 영국 앞잡이로서 그래도 자존심은 있었다.아무리 영국 사람들에게 존엄이 마음대로 짓밟힌다고 해도 대한민국 사람한테는 절대 모욕당할 수는 없었다.외국인의 개가 될지언정 절대 대한민국 사람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김예훈, 네가 폭력을 행사한 것이 바로 증거야.”장무준은 이를 악물고 머리 위에 있는 찻잎을 가리켰다.“내가 말해주는데, 넌 이제 죽었어!”김예훈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죽는다고?”그는 또 장무준의 뺨을 때렸다.쨕!“그럼 이건 뭔데.”쨕!“이건 뭐냐고!”쨕!“왜. 네 뺨을 때렸다고 책임지라고 할 건 아니지?”쨕!“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어떻게 양심도 없이 외국인 앞잡이가 될 수 있어. 외국인의 개가 되든 말든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내 앞에서 잘난 척하는 것은 너의 잘못이지.”쨕!“우리 대한민국은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이미 세계 최정상에 섰는데 자랑스러워해야지. 어떻게 부끄러워할 수 있어? 이렇게 불만이 많으면 그냥 이민 신청을 하지 그랬어.”쨕!“몸에서 대한민국의 피가 흐르면서, 이름에 대한민국 성까지 붙였으면 여기서 날뛰지 말고 조상님을 잘 기억해야지. 외국 생활이 그렇게 부러우면 지금 당장 꺼져! 대한민국의 보호가 없이 너 같은 쓰레기가 외국에서 제대로 살아남을
마리아도 반응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난 영국 귀족이야. 네가 내 물건을 훔쳤다고 하면 훔친 거지. 넌 변명할 자격도 없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냉랭하게 말했다.“그러면 이성적으로 이야기할 준비가 안 된 거네?”“이성적으로 말하라고?”장무준은 여전히 경멸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랑 이성적으로 말할 자격이 있기나 하고? 우리 마리아가 네가 도둑이라고 하면 도둑인 거지. 오늘 내로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이때 장무준의 손짓 하나에 열몇 명의 보디가드들이 건들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그래. 어차피 너희들도 도리를 안 따지겠다는데 나도 따질 필요가 없는거지. 안 그래?”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네까짓 게?”장무준은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왜? 나를 때리기라도 하게? 내 몸에 손대는 순간 너희 온 가족을 죽여버릴 거야.”쨕!김예훈은 아무렇지않게 한 걸음 다가가 장무준의 뺨을 때렸다.“악!”장무준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처참한 모습으로 대여섯 명의 보디가드를 넘어뜨렸다.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된다고 다시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큰소리쳤다.“이런 제기랄! 감히 나를 때려? 너...”쨕!김예훈은 또 손을 들어 장무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이때 옆에 있던 마리아가 분노했다.“이런 제기랄! 감히 우리 자기야를 때려? 넌 이제 죽었어. 국제 사건으로 외국 언론에 폭로해 버릴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쨕!김예훈은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 바닥에 눕히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시끄러워.”“이런 제기랄!”이때 한 무리의 외국 보디가드들이 소리치며 달려왔다.하지만 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뺨도 때리고 발로도 차서 한 명씩 날려 보냈다.눈깜짝할 사이, 외국 보디가드들은 하나같이 바닥에 쓰러져 앓는 소리를 냈다.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장무준과 마리아는 아무리 사람을 많이 데려와봤자 김예훈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저마다 보잘것없는 상대일 뿐이다.장무준은 저 멀리
“언제부터 추씨 가문에서 장씨 가문의 일에 간섭했다고 그래. 어울린다고 생각해?”분노한 장무준은 거만한 표정으로 추문성에게 삿대질했다.추문성이 발끈하려고 하는 순간, 동하임이 손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무준, 다시 한번 말하는데 김예훈 도련님은 너의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그리고 총사령관님의 칼은 도련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아무런 의미도 없다고?”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1조 원을 들여서까지 나랑 경쟁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의미 없다고 하는 거야? 반드시 얻으려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진주에서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김예훈밖에 없다고. 가슴만 컸지, 머리는 텅 빈 너 같은 대한민국 여자는 여기서 헛소리하지 마. 한마디라도 더하는 순간 국제 경찰에 같이 잡힐 줄 알아.”동하임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이 일이 커져서 김예훈이 결국 다시 오륜 사찰과 맞붙게 될까 걱정이었다.그리고 장씨 가문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장무준이 김예훈에게 짓밟히는 모습도 보고싶지 않았다.그런데 진신 어린 충고를 했다가 뺨 맞은 것도 모자라 무차별적으로 모욕까지 당할 줄 몰랐다.동하임은 더 이상 이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동하임이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고 마리아는 더욱더 의기양양해하면서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김예훈, 너 그러고도 남자야? 남자구실은 하냐고. 설마 책임감이라곤 없는 사람이었어? 대한민국에 먹칠하지 말고 얼른 내 물건 내놔!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 내로 물건 내놓지 않으면 내일 바로 국제 경찰이 찾아올 거야. 그때되면 대한민국은 너 때문에 망할 줄 알아.”마리아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국제경찰 앞에서는 예수님이 오셔도 너를 구하지 못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정말 내가 훔친 거라고 확신한다면 국제 경찰을 불러보든지. 다 같이 천천히 조사해 보자고. 어떻게 조사하든 상관없어. 이 과정에서 내가 훔쳤다는 증거를 찾으면 2조 원을 배상할게. 그리고 이 두 손까지 잘라서 너
별장 앞에는 마리아와 장무준 외로 동하임과 추문성도 있었다.이 두 사람이 나서서 막지 않았다면 살기가 가득한 외국인들이 진작에 동씨 가문을 쳐들어가서 난리 쳤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씨 가문의 몇몇 경호원들은 얼굴도 얻어맞고, 발에 차여 넘어져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뭐하는 거야.”김예훈이 걸어 나와 무표정으로 말했다.“누가 경호원을 때렸어?”“내가 때렸다. 왜!”양복을 입은 장무준은 씩씩거리면서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김예훈, 드디어 나타났구나! 어젯밤 낙찰받지 못해 도둑질까지 해? 너 같은 인간은 정말 비겁하고 천박해! 어떻게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칵! 퉤! 너는 인간도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창피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어. 난 내 피를 모두 뽑아내고 외국인 피로 바꿔버리고 싶어. 그렇게라도 너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고!”장무준은 이를 갈고 있었다. 그에게는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모욕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짐승보다도 못한 그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김예훈, 당장 총사령관님의 칼을 내놔! 아니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 너를 죽이고 직접 찾으면 되지.”마리아 역시 자존심을 세우며 말했다.“빨리 물건 내놔. 아니면 외교 사건으로 국제 경찰까지 불러올 거야.”“장무준! 마리아! 함부로 말하지 마!”동하임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어젯밤 우리는 시즌 호텔을 떠나 바로 동씨 가문으로 왔다고. 너희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계속 헛소리할 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버릴 거야.”쨕!김예훈의 편을 들어주는 동하임의 모습에 장무준은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 년이. 어디서 감히 편을 들어줘. 여긴 네가 말할 곳이 아니야. 아직 동씨 가문에 따지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감히 내 앞에서 떠들어! 죽고 싶어?”동하임이 본격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외국인 보디가드가 손목을 꽉 잡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동하임 얼굴에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