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누군가 호텔 로비 문을 발로 걷어찼다.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대로 멈춰버렸다.김예훈은 뒷짐을 쥔 채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난입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사람들은 곁눈으로 문밖에 방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들은 앞장서고 있는 김예훈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지, 아니면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놈인지 몰랐다.‘여긴 스카이 호텔이라고! 어떻게 감히 스카이 호텔 개업식에서 난동을 부릴 수 있어! 정말 죽으려고 환장했네!’후다닥.사람들이 가소롭게 쳐다보고 있을 때, 몇십 명의 용문당 제자들이 모든 출입구를 막아버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설마 납치극? 우리를 인질로 삼은 거야?’사쿠라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지고 말았다.“김예훈?”그녀는 김예훈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이곳까지 쫓아올 줄 몰랐다. 바로 그녀를 잡아갈 것만 같은 기세였다.사쿠라는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했다.‘설마 내 생각이 틀렸던 거야? 김예훈이 이런 사람이었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막 나가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5대 강국을 누르고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던 거야?’사쿠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얼마 남지 않은 보디가드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면서 무전기에 도움을 청했다.하지만 이들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진윤하가 앞에 나타났다.쨕! 쨕! 쨕!진윤하는 보디가드들을 때려눕히고 미야모토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미야모토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진윤하는 그녀 역시 바닥에 때려눕혔다.진윤하는 말 한마디도 없이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다.이때 한 용문당 제자가 미야모토를 발로 짓밟더니 김예훈에게 보고했다.“회장님. 한 명 해결했습니다.”미야모토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소리 질렀다.“지금 뭐 하는 거야! 외국 손님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거야? 외교 분쟁을 일으킬까 봐 겁나지도 않아?
“김예훈,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그제야 정신 차린 사쿠라는 애써 침착한 모습으로 김예훈의 앞에 나타났다.“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알아? 오늘은 스카이 호텔 개업식이 열리는 날이라고! 여기 계신 분들은 저마다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라고! 넌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이 난리인데! 이러기 전에 자기가 방씨 가문의 상대가 될수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 방씨 가문이 괜히 전국 10대 가문의 으뜸이라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당장 내 동생 풀어줘! 방 도련님께서 화내시면 엄청 무서운 분이야.”미야모토가 소리를 질렀다.“맞아! 이거 안 놔? 김예훈, 방 도련님께서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내 아내한테 독을 퍼뜨린 것도 모자라 내 친구를 납치까지 한 주제에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길래 내가 놓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만약 이번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면 정말 이 두 일본 놈한테 당했을지도 모른다.“젊은이. 난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스카이 호텔 개업식에서 이러는 거, 방 도련님한테 큰 죄를 지은 거야.”이때 한 느끼한 아저씨가 미인 구출 작전을 하듯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말해주는데, 좋기는 무기를 내려놓고 이만 가보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자네가 죽을 수도 있다고!”몇백 명이 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스카이 호텔이 함부로 막 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방씨 가문이든 용전이든 너 같은 놈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야.’“저랑 이 일본 여자의 사적인 일이에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저희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 사적인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저는 그저 이 여자를 데려가면 끝이에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여러분께 인당 200억 원을 드리도록 할게요. 그런데 누군가 눈치 없이 저희 일에 끼어들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오늘 저녁은 아무도 저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느끼해 보이는 아저씨가 펄쩍 뛰면서 말했다.“사쿠라 씨와 미야모토 씨는 존귀한 외국 손님이라고! 어떻게 함부로 대할 수 있어! 이렇게 되면 외교 분쟁이 일어나는 거 몰라? 만약 일본에서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떡할 건데? 지금 당장 멈추고 사과해! 아님.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느끼한 아저씨가 격분하면서 말했다.“부산 1인자인 임강호 씨는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너희들을 모조리 잡아서 감옥에 처넣을 거야!”쨕!말하기도 싫은 오정범은 아예 그의 뺨을 때렸다.“헉!”처음 보는 막무가내의 행동에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뭐 하는 짓이야!”김예훈 일행이 사쿠라와 미야모토를 끌고 가려던 때, 엘리베이터에서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상류 인사들은 물론 아까 얻어맞은 느끼한 아저씨도 쏜살같이 달려가면서 인사했다.“하수연 씨!”이 이름을 들은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장소에서 하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만 봐도 서울 하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서울 하씨 가문과 서울 방씨 가문은 워낙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하수연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주위를 삥 둘러보더니 냉랭하게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오늘은 스카이 호텔 개업식인 거 몰라? 그리고 이 호텔에 서울 하씨 가문과 서울 방씨 가문이 투자했다는 것도 모르냐고. 어떻게 이런 장소에서 난동을 부려. 우리랑 한판 붙어보겠다는 거야?”하수연은 전국 10대 가문인 서울 방씨 가문과 하씨 가문을 수도 없이 언급했다.이것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었다.그녀의 심상찮은 기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굽히게 되었다.아까 그 느끼한 아저씨가 급히 머리를 저었다.“하수연 씨, 오해에요. 사고 친 사람은 저놈들이에요!”“수연 씨, 오셨어요?”사쿠라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이라는 놈이 저랑 미야모토를 끌고 가려고 해요! 저희는 잘못한 것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수연은 거침없이 핸드폰을 꺼내 김예훈의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잠시 후, 핸드폰이 울리고, 통화를 마친 하수연은 김예훈을 우습게 쳐다보았다.“누군가 했더니, 부산 견씨 가문 수장인 정민아의 데릴남편이잖아! 내 기억이 맞다면 성남에 있을 때 우리 만난 적 있지? 증조할아버지께서 경고했을 텐데? 우리 은혜 언니한테서 떨어지라고. 그 좋은 데릴사위는 안 하고 왜 우리 호텔 개업식에서 난리인데? 겁도 없이! 아, 방 도련님이 은혜 언니랑 결혼한다고 해서 여기서 이러는 거야? 걱정하지 마. 은혜 언니는 혼외 자식이라 방 도련님과 결혼할 자격도 없어! 전체 서울 하씨 가문에서 방 도련님과 결혼할 만한 사람은 나 하수연밖에 없다고!”하수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부산 견씨 가문의 언급에 사람들은 두렵긴 했지만 김예훈이 데릴사위라는 사실을 안 순간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부산 견씨 가문은 전국 10대 가문 중의 하나로서 역시나 대단한 집안이었다.‘그런데 저놈은 견씨 가문과 혈연관계도 없는 데릴사위인 주제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그것도 모자라 서울 하씨 가문의 수연 씨를 건드려? 정말 죽고 싶은 거네.’사람들은 시체 보듯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잠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은혜 씨를 봐서 인당 200억 원을 배상해 드릴게요. 그런데 사쿠라와 미야모토는 꼭 데려가야겠어요.”“어머, 200억 원씩이나?”하수연이 오버했다.“정말 통도 크시네! 데릴사위가 언제부터 이렇게나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었대? 부산 견씨 가문도 몰락하는 날이 오는구나! 견청룡이 죽으니 데릴사위라는 사람이 미쳐 날뛰네! 그런데 오늘 이 일은 이대로 끝낼 수 없겠는데? 이봐, 보디가드들 전부 다 불러와! 그리고 방민지 씨한테 개미 한 마리 기어들어 왔다고, 해결이 끝나면 오시라고 해!”명령을 마친 하수연은 소파에 앉아 꼰 다리를 건들거리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개업식 따위에 관
“증조할아버지께서 알고 계시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넌 오늘 끝장이야!”하수연의 기세는 아직도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그녀는 웨이터가 건넨 샴페인 한잔을 들이마시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하수연의 명령이 끝나기 바쁘게 몇십 명의 보디가드들이 총을 들고 살기를 뿜어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이 밖에도 저 멀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느끼해 보이는 아저씨 말고 다른 하객들도 가슴을 쭉 펴고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하수연한테 들이대? 이따 금호강에 있는 물고기 밥이 될지도 모르는데?’‘부산 견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지금 데릴사위들은 다 이런가?’오정범과 진윤하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이들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봤자 김예훈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다른 건 몰라도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신분만으로도 대부분 압도할 수 있었다.수많은 보디가드들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중에 장전을 준비하고 있던 한 사람을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하수연 씨, 정말 저랑 한판 붙어보실 거예요? 정말 제 앞길을 막을 거예요? 그러다 자기 발등을 찍으면 어떡해요?”하수연은 데릴사위 주제에 잘난 척하는 김예훈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부산 견씨 가문을 등에 업고 잘난 척하는 것이 습관 되었나 보네.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하수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또 담담하게 말했다.“그만해. 김예훈, 네가 부산 견씨 사람이라는 것을 봐서 기회 한 번만 줄게. 마지막 기회. 사쿠라 씨를 풀어줘. 그리고 사쿠라 씨한테 무릎 꿇고 머리에서 피가 날 때까지 사과하고, 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이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 잘 기억해. 이건 부산 견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주는 기회라는 거. 잘 간직해. 아니면 오늘 어떻게 될지도 몰라. 나한테 짓밟히는 건 상관없겠지만 견씨 가문에서 쫓겨나면 거지꼴이 될까봐서 그래. 이제야 우리 둘 사이의 신분 차이를 알겠어? 네가 함
“이런 젠장!”바로 이때, 하수연의 뒤에 서 있던 장발의 청년이 더는 참지 못하고 나섰다.그는 마음에 품고 있는 하수연에게 잘 보이려고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이봐. 어디서 잘난 척이야! 수연 씨 한마디면 내가 널 죽일 수 있는 거 몰라? 너의 온 가족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어디서 데릴사위 주제에 우리 앞에서 잘난 척이야.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쨕!김예훈은 두말없이 바로 그의 뺨을 때렸다.“웁!”장발의 청년은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피를 토해냈다.김예훈이 이 정도로 막무가내인 사람인 줄 몰랐는지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의 행동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 아무도 김예훈이 하수연 앞에서 누군가를 때릴 줄 몰랐다.이것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하수연의 뺨을 때린 것과도 같았다.서울에서 온 하객들은 하수연이 서울 하씨 가문에서의 지위를 잘 알고 있었다.‘서울 가문에서 얼마나 오냐오냐 곱게 키운 공주님인데... 그런 그녀의 부하를 때려? 정말 죽으려고 환장했네!’사쿠라마저 넋을 잃고 말았다.그녀는 하수연이 전국 10대 가문이라는 것을 봐서, 지금 이 분위기를 봐서 김예훈이이대로 물러날 줄 알았는데 막무가내로 그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을 줄 몰랐다.사쿠라는 문득 서울 하씨 가문의 증조할아버지가 와도 김예훈의 존중을 받지 못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전국 10대 가문이라는 타이틀은 김예훈 앞에서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사쿠라는 놀란 나머지 또다시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하수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의 이런 행동은 직접 그녀의 뺨을 때린 것보다도 더했다.‘만약 이 일이 소문 나면 내가 서울 상류사회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 나도 체면이 있지.’하수연이 명령하기도 전에 김예훈에게 뺨 맞아 날아간 장발의 청년이 힘겹게 일어서더니 얼굴을 움켜쥐고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죽여버려!”이때 열몇 명의 보디가드들이 총을 들고 김예훈에게 덮쳤다.하지만 이 먼저 오정범이 어느샌가 장발의
쨍그랑!소파에 앉아있던 하수연은 와인 잔을 바닥에 내던졌다.철저히 화난 듯했다.그녀는 팔짱을 낀 채 김예훈을 내려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정말 자기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네! 지금 뭐 하는지나 알고 있어? 내가 건방진 놈들을 많이 만나보았는데 저마다 실력도 있고 능력도 있는 신분 높은 사람들이었어. 그런데 데릴사위 주제에 이 정도로 잘난 척하는 것은 정말 처음 보네! 넌 내가 준 기회를 낭비한 것도 모자라 내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어. 오늘 이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차가운 표정의 하수연의 말투는 단호하기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요. 하수연 씨, 더는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비장의 카드가 있으면 빨리 꺼내놔요. 없으면 그만두세요. 저 김예훈을 무너뜨리면 정말 인정해 줄게요. 그런데 경고 한마디 해야겠어요. 최근 한 달 동안 당신처럼 가문의 힘을 등에 업고 잘난 척하는 병신같은 놈을 몇 명이나 처리했는지 알아요? 비장의 카드나 빨리 꺼내놔요. 한 번에 짓밟아 줄 거니까! 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하수연의 뒤를 지켜주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그녀의 증조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사쿠라를 데려가야만 했다.사쿠라는 김예훈의 인내심의 한계를 건드리고 말았다.“좋아! 아주 좋아!”하수연이 감탄했다.“김예훈, 정말 잘난 척하는 건만은 인정해 줄게. 서울 4대 도련님이 와도 울고 갈 정도야. 다른 사람은 정말 능력 있어서 잘난 척하는데 너는 도대체 뭐야.”하수연은 허세많은 김예훈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찼다.신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이러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그런데 데릴사위가 이러는 것은 하수연 눈에는 그저 우스운 광대처럼 보였다.‘하긴, 촌놈 주제에 데릴사위가 되었으니 친척 앞에서 얼마나 잘난 척했겠어. 그러다 보니 자기 신분을 망각하고 밖에서도 이러는 거겠지. 어느정도 이해가 가네.’“누가 감히 하수연 씨한테 함부로 하는 거야!”이때 갑자기 2층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
데스 스님은 중국에서 유명한 스님이었다.중국 요가술을 배운 그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압도된 사람들은 숨을 죽이게 되었다.김예훈은 한눈에 이 사람이 고수라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2층을 올려다볼 뿐이다.그곳에 누군가 1층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재미있네.’김예훈은 심지어 기대되기까지 했다.‘개업식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대단한 사람이 참석한 거야.’이때 진윤하가 냉랭하게 말했다.“어디서 감히 우리 회장님 앞에서 잘난 척을 해! 너...”쨕!데스 스님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몸을 비틀면서 진윤하를 향해 손을 뻗었다.동작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전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기괴한 움직이라 진윤하는 준비도 못 한 상황에서 정통으로 맞아 뒤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하지만 땅에 닿으려던 순간, 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잡아주면서 등을 툭 쳤다.이 순간 진윤하 몸에 있던 이상한 기운이 말끔히 사라지긴 했지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다.“회장님. 제가 무능했습니다.”진윤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급히 사과했다.‘오늘 회장님한테 힘도 못 되어주고 오히려 뺨까지 맞아 회장님 얼굴에 먹칠했네...’“브라보!”“그깟 무술을 좀 배웠다고 잘난 척해도 된다고 생각했나 보지?”상류 인사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을 비웃으면서 데스 스님의 실력을 칭찬했다.방금까지만 해도 김예훈의 기세에 압도되었던 이들은 누군가 나타나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속이 후련했다.진윤하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하지만 김예훈이 그녀의 행동을 말렸다.‘데스 스님이라는 사람은 실력은 대단해 보이진 않아도 갈피를 파악하지 못하겠어.’이런 상대를 처음 만난 진윤하가 한 방을 먹은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사람들은 김예훈이 가만히 있는 걸 보고 겁먹은 줄 알고 환호했다.이때 데스 스님이 냉랭하게 말했다.“아직도 무릎 안 꿇어? 김예훈. 이분은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