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뭘. 가족끼리 화목한 게 최고지. 그리고 밑지는 장사도 아닌데, 뭘.”“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요?”정소현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표정에 의문이 가득했다.김예훈은 구석으로 가서 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인 성수현에게 전화했다.“동생, 오랜만이야. 요즘 ‘분노의 질주’를 찍고 있다며? 실제 스포츠카가 필요하다지?”“형님, 소식도 빠르네요. 예산만 해도 1조 원이 넘어요. 절반 이상은 스포츠카를 구매하는 데 쓰이고 있어요. 나중에 영화 시나리오상 폐차할 거지만요.”성수현은 오랜만의 안부 전화에 최근을 알렸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마침 잘됐어. 나한테 괜찮은 차들이 있는데 총 800억 원에 싸게 줄게. 어때?”성수현은 김예훈이 보내준 사진을 보더니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형님, 이 중에 전 세계 한정판도 있고 심지어 출시한지 십몇 년 된 차도 있네요. 암튼 제가 다 살게요. 8천억 원 어때요?”“그래.”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바로 보내줄게.”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같은 거실에 있던 임은숙 등도 통화 내용을 엿듣게 되었다.임은숙과 육미선은 서로 마주 보더니 입을 삐쭉 내밀었다.이때 육지후가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어디서 허세를 부려? 그 낡아빠진 차들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네가 멋도 모르고 비싼 가격에 산 거야. 탓하려면 멍청한 너 자신을 탓할 수밖에. 그러고는 뭐? 8천억 원에 팔았다고 거짓말을 해? 누가 너처럼 그런 멍청한 짓을 한다고 그래!”육지후는 김예훈을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임은숙은 김예훈이 정말 8천억 원에 판 줄 알고 후회했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게. 세상에 그런 멍청이가 있을 리가? 저런 낡아빠진 차를 누가 산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임은숙은 팔짱을 끼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김예훈. 내가 괜히 하는 말이 아닌데. 사람은 진실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밑진 장사라고 해도 교훈이라고 생각해. 차라리 그
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결국 임은숙의 상태를 확인하러 의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검사 결과 혈압이 조금 높은 것 외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오늘 일어난 일들 때문에 김예훈은 더 이상 포레스트 1호 별장에 있고 싶지 않았다.임은숙이 자신을 내쫓으려는 목적이 명확했고, 사위 될 사람을 미리 점찍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맨날 싸울 바에 정민아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포레스트 1호 별장에서 나온 김예훈은 오정범 등이 있는 곳에서 두 날 묵기로 했다.띵!바로 이때,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대표님, 주무세요? 제가 주무시는 걸 방해한 건 아니죠?”하은혜가 아주 정확한 타이밍에 전화한 것이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지금 막 쉬려던 참이었어요. 왜요? 왜 갑자기 전화한 거예요? 집안일은 해결되었어요?”하은혜가 나지막하게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직접 나서서 작은삼촌을 해결했는데 어려운 일이 뭐가 있겠어요. 김 대표님 덕분에 우리 엄마가 상속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심씨 가문에서의 권력이 작은삼촌보다 약해서 이대로라면 다시 권력이 뺏길지도 말라요. 큰외삼촌은 상속받는 데 별로 관심이 없고요.”김예훈이 듣더니 피식 웃었다.“잘됐네요. 어머님께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요.”김예훈은 갑자기 계약서를 언급했다.전화기 너머의 하은혜는 멈칫하더니 기분이 조금 다운되어 있는 것 같았다.“김 대표님, 그러면 사모님께서 두 날 뒤 부산에 오시는 거예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별문제 없으면 아마도요.”하은혜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러면 저희 CY 그룹 본사를 부산에 옮기는 것도 얼른 진행해야 하겠네요. 요 며칠 송준 씨한테 얘기해서 성남 쪽에 최소인원만 남겨두고 직원들을 부산으로 옮겨야겠어요. 전문적인 팀에 맡겨서 부산 버뮤다 H 번지에 저희 본사 빌딩을...”김예훈은 듣고만 있으면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하은혜의 마음을 모를
김예훈은 그제야 표정이 밝아지더니 말했다.“은혜 씨, 어려워하지 말고 얼마든지 말씀하세요.”하은혜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할아버지 친한 친구분이 손녀딸 병을 치료해 주려고 계속 방방곡곡 알아보고 있는데 아무런 소용도 없어서요. 어떤 분은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혼이 빠져나간 거라고 하더라고요. 어르신께서 처음에는 믿지 않으셨는데 임강호 씨 부부네 일을 듣고 시간 되면 혹시 봐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도움은 안 되어도 서로 알고 지내는 것이 좋을 거예요.”김예훈이 살짝 흔들렸다. 심현섭과 친한 친구라면 그 역시 신분이 심상치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심현섭이 임강호 일을 알게 된 것도 하은혜가 말해줘서였다.어떻게 보면 김예훈이 부산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일부러 소개해 주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자기를 생각해 주는 마음에 김예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다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그래요? 그러면 내일 시간 내서 가볼게요. 아, 그 어르신은 어떤 분이세요?”하은혜는 상대방의 신분을 별로 숨길 생각이 없었다.“용연옥에 계시는 분이세요. 정확한 신분은 모르지만 용연옥에서 꽤 존경을 받고 계시는 분이에요. 할아버지께서 해결 못 하는 일이 있으면 그분을 찾아가거든요. 뭐, 용연옥 쪽에 자금상에 문제가 있으면 똑같이 할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요. 서로 돕는 관계라고 볼 수 있죠.”김예훈이 흥미진진해하면서 말했다.“용연옥에 계시는 분이라고요? 외부인들과 연락하지 않는다고 소문난 곳 아니에요?”“김 대표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용연옥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용연옥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는 정도면 나라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거예요.”하은혜가 자세하게 설명했다.“대표님께서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용연옥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안 좋을 거 없잖아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일 뿐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은혜와의 관계를 봤을 때 그런 고마움의 인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통화를 마친 김예
사실 하은혜도 마음대로 드나드는 곳이 아니었다.전화 몇 통 끝에 5분이 지난 뒤, 그제야 신분 확인 마친 보디가드들이 공손하게 이 둘을 안으로 모셨다.요양원 내부에도 경비가 삼엄했다.안전 문제로 환자마다 각자 개인 별장이 있었다.비교적 큰 별장에 도착했을 때, 하은혜가 안내한 안방으로 들어갔다.그 안에는 침대에 누워있는 한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몇몇 남녀가 침대 주위에서 무언가 수군거리고 있었다.기껏 해 4, 5살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의 예쁜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옆에 있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 김예훈의 시선을 끌었다.백발의 노인이었지만 키 180cm 정도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한 발짝이라도 내디디면 이곳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지니고 있었다.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김예훈은 그가 무신 급 실력자인 것을 느끼고 말았다.이런 사람이 폭발하기라도 한다면 오정범, 박인철은 전혀 상대도 안 되었다.이 사람이 바로 하은혜가 말했던 용연옥에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이런 실력에 심현섭과도 친한 것을 보면 용연옥에서 어느정도 위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은혜가 김예훈의 귓가에 속삭였다.“장덕수 어르신이에요. 환자는 이분 손녀 장나은이고요.”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전국 10대 가문인 중부 장씨 가문이요?”하은혜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예훈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이 장덕수라는 사람이 용연옥 고위층인 것 외에 중부 장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그러면 이분은...”김예훈은 의사 가운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쓴 사람을 가리켰다.“나은이의 주치의 아마미야 씨예요.”점잖아 보이는 주치의를 바라보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일본 사람이에요?”하은혜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그냥 외국인인 척하는 거예요.”바로 이때, 장덕수도 하은혜를 발견하고 뒤돌아 웃으면서 인사했다.“은혜야, 왔어?”하은혜가 바쁘게 인사했다.“어르
김예훈의 겸손함에 장덕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요즘 젊은이들은 잘난 척하지 못해서 안달이더니. 조그마한 자랑거리가 생기면 SNS에 올려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하던데. 다른 사람이었다면 임강호 부부를 도와준 것을 진작에 소문내고 다녔을 거야.’그런데 겸손한 김예훈의 태도에 장덕수는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제 손녀딸 상황을 은혜가 이미 알려줬을 거라고 믿어요. 자신 있으세요?”김예훈이 진지하게 말했다.“어르신, 100퍼센트 자신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죠.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저는 의사가 아닙니다. 만약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면 전남산 어르신을 모셔 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장덕수가 피식 웃었다.“전남산 어르신과 아는 사이에요? 그분도 이미 와서 보셨지만 병은 아니라고 했어요.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설명하지도 못하더라고요.”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전남산 어르신께서 병이 아니라고 하셨으니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김예훈이 앞으로 다가가 장나은의 상태를 확인했다.귀여운 얼굴에 생기를 잃은 채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은 마치 인형과도 같았다.장덕수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김예훈이 맥을 짚으려고 하자 아마미야 주치의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어르신, 이분은 누구신데요?”“내 친구가 추천해 준 나은이 상태를 확인하러 온 김예훈이라는 사람일세.”장덕수는 이 주치의에 대한 믿음이 강해 보였다.“김예훈 씨, 이분은 나은이 주치의 아마미야 씨에요. 니혼 의과대학 박사 출신이세요.”김예훈이 배시시 웃으면서 인사했다.“아마미야 씨, 안녕하세요.”김예훈이 장나은의 병 보러 왔다고 하자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죄송한데 김예훈 씨, 혹시 어느 의과대학에서 졸업하셨어요?”아마미야는 일본인 특유의 잘난 척하는 말투로 물었다.“옥스퍼드? 하버드? 아님. 서울의대?”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의사가 아니라서 의술에
아마미야는 한껏 잘난 척하는 표정이었다. 김예훈은 물론 전남산마저도 무시하는 말투였다.이 큰 대한민국에서 장나은의 병을 고칠만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했다.이에 장덕수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아마미야 씨, 제가 모셔 온 분입니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제가 책임질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김예훈 씨, 시작하시죠.”아마미야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그는 또다시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뭘 어떻게 책임진다고 그러세요? 어르신, 어차피 뒷수습은 제가 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 사기꾼한테 나은이를 맡겼다가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더 이상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네요.”김예훈이 나서기만 한다면 아예 손을 뺄 작정이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아마미야를 힐끔 보더니 별말 없이 앞으로 나섰다.그는 전남산 의술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병이 아니라면 병이 아닌 것이었다.김예훈은 장나은의 맥을 한참 동안 짚더니 손을 거두었다.장덕수는 김예훈마저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에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아마미야가 이 모습을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비아냥거렸다.“맥을 짚는다고 알 수 있겠어요? 저희 의사를 뭐로 보는 거예요. 저희 일본에 있는 대단한 의술 설비는 그냥 감상용인 줄 알아요? 사기꾼 주제에 잘난 척하긴. 정말 웃겨! 여기가 대한민국이길 다행인 줄 아세요. 일본이었다면 당신 같은 사기꾼은 진작에 감옥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을 거예요.”김예훈은 아마미야를 힐끔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맥을 짚는 건 한의술이라고 해요. 일본 의술도 한의술을 따라 배웠으면서, 그깟 의술을 좀 배웠다고 시조를 무시하면 안 되죠. 아마미야 씨는 안 되겠네요. 설마 나은이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니죠?”김예훈이 장덕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확인해 보니 전남산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병에 걸린 것이 아니네요.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뭐라고요?”장덕수는
“책임이요? 어떻게 책임질 건데요?”아마미야가 피식 웃었다.“한국인들은 참 재미있네요. 병을 치료할 생각이나 하지 않고 사기꾼이나 찾고 말이에요. 설마 그림 몇 장을 그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할 건 아니죠? 정말 웃겨!”김예훈이 한참 동안 아마미야를 차갑게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어르신, 나은이가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어요?”장덕수가 멈칫하더니 대답했다.“반년은 되었을 거예요.”“그러면 이렇게 되기 전에 음기가 가득한 곳에 다녀온 적은 있을까요? 무덤이나 구석진 마을이나 폐허 같은 곳이요...”김예훈이 진지하게 묻자 장덕수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있어요. 이렇게 되기 전에 사당에 한 번 데려간 적 있어요.”장덕수가 계속해서 설명했다.“예전에 전쟁 났을 때 사당을 부산 법조계에 옮긴 적이 있어요. 나은이를 데리고 부산에 왔을 때 마침 추석이라 조상님 뵈러 갔는데 며칠 뒤...”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혹시 그 사당에 가볼 수 있을까요?”장덕수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 씨, 설마 나은이가 사당에 가서 귀신에 씐 건 아니죠? 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아마미야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정말 웃기네요. 어르신, 설마 이 사기꾼 말을 믿는 거예요? 소아 치매를 사당이랑 연관 지으려는 거예요? 이봐! 지금 장난해? 당장 꺼지지 못해? 어디서 이곳에서 사기를 치고 있어! 안 가면 경찰에 신고해 버릴 거야!”아마미야는 김예훈을 밀쳐내려다 결국 참았다.하지만 표정을 보니 김예훈의 멱을 따서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이에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아마미야 씨는 나은이랑 사이가 좋은가 봐요. 그런데 나은이를 끔찍이 생각하시면서 왜 제가 치료해 주는 것을 방해하려고 그러시죠? 설마 일본에 계시는 그 스승님이 치료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마미야 씨 조상님도 한국인인 거 잊으셨어요? 일본에 잠깐 있는 사이 성까지 바꿔서 조상님도 잊으신 거 아니죠? 설마 나은이 병이 당신이랑 연관 있는 건 아니죠?”김예훈의 웃을
김예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아마미야를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나은이 상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심각해질 거예요. 제가 아무리 사기꾼이라고 해도 나은이한테 피해 가지 않을 텐데 시도해 보면 어때요? 아님, 제가 나은이를 살려내면 당신한테 불리한 상황이 일어나는 건가요?”아마미야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장덕수를 쳐다보았다.“어르신, 저는 나은이 주치의를 맡고 있으면서 누구보다 나은이 상태를 잘 알고 있다고 믿어요. 나은이한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에요. 제가 직접 일본에 가서 제 스승님을 모셔 올게요. 이상한 사람한테 맡겼다가 상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요. 그때 되면 저의 스승님이 오셔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어르신께서 저를 믿어만 주신다면 나은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저는 제 지금까지의 노력이 저 사람 손에 망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늘 무슨 사고가 발생하든 저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예요!”무조건 자기 뜻대로 해야 한다는 아마미야의 말투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지금까지 나은이를 돌보면서 장씨 가문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굳힌 것 같았다.아니면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야를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니혼 의과대학을 졸업하셨으면 일본 왕실 주치의를 맡았었겠네요?”아마미야가 뒷짐을 쥐고 으쓱해 하면서 말했다.“그래. 내 신분을 알았으면 스승님이 어떤 분이신지 짐작이 가겠네?”“일본에서 신의라고 불리고 있는 야마모토 씨 맞죠?”김예훈이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아마미야는 멈칫하더니 자기 스승을 자랑했다.“맞아. 내 스승님은 신의라고 불리고 있는 야마모토야. 이쯤 되면 전 세계에서 우리 스승님 빼고 나은이를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겠는데?”김예훈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야마모토 씨는 일본 신의라고 불리고 있는 동시에 음양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시죠? 야마모토 씨의 제자는 의술 외에도 음양술에도 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당신의 얼굴이 발그레하고 입술이 하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