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력이 넘치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모습에 육미선은 열세에 처하게 되었다.‘그런데 기사 주제에 나를 비웃는다고?’육미선을 김예훈의 멱을 따서 죽이고 싶었다.이때 정소현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이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지후 오빠가 차를 박았는데 사과할 건 사과하고 배상해야 할 건 배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이 별장을 내놓겠다고 난리인데요? 그리고 이 별장은 저희 형부...”정소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육미선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육미선은 다짜고짜 김예훈 앞으로 걸어가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여러분, 제가 너무 화나서 까먹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죠. 이분이 바로 정씨 가문 큰사위가 되시는 분입니다.”별장에 도착해서 이미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한 모양이다.“아까 저 토요타 알파드 차량은 이분 명의입니다. 돈 많은 사람이니 배상이 필요하시면 이분께 달라고 하세요! 잘잘못은 잘못한 사람한테 가서 따져야죠! 그리고 이 지분양도서를 보세요! 이 사람 명의잖아요! 이 정도로 돈이 많다니까요?”육미선은 임은숙이 SNS에 올린 사진을 확대해서 보여주었다.아줌마, 아저씨들은 SF 그룹 지분양도서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이 정도 재력이면 배상할 수 있겠지?’이때 기가 세 보이는 한 아줌마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씨 가문 큰 사위라고요?”이때 다른 한 아저씨도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저 토요타 알파드 차량이 정말 당신 거 맞아요?”김예훈은 굳이 정민아한테까지 이런 사소한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네. 정씨 가문 큰 사위 맞습니다. 저 토요타 알파드 차량도 제 것이고요.”“들었죠? 들었죠?”육미선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인정하잖아요. 그러니까 배상은 이 사람한테서 받으면 돼요.”그리고선 육미선은 육지후를 데리고 2층으로 도망쳤다.쿵!육미선은 아예 2층 문을
육미선 모자가 떠나고, 김예훈이 차 주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바람에 모든 사람들은 그를 타깃으로 바꿨다.아줌마,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을 둘러싸고 돈을 내놓으라고 말했다.이들은 1푼마저도 대단히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었다.몇백억 원을 내놓지 못하는 육미선 모자 대신 토요타 알파드를 소유하고 있는 김예훈 정도면 무조건 배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정소현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구석으로 떠밀려 간 상태였다.“그만 하세요. 제가 해결하면 될 거 아니에요!”왁자지껄한 분위기에 김예훈은 머리가 아파 났다.임은숙의 덫에 걸린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이들을 쫓아내고 싶었다.이렇게 시끄러운 대로 지낼 수는 없었다.정소현이 옆에서 소리를 질렀다.“형부, 형부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형부가 운전한 것도 아니고...”“왜 상관없다고 그러는 거예요?”“교통법도 몰라요?”“차주인 책임인 거 몰라요?”“저희는 법대로 이러는 거라고요!”“배상 안 해주면 맨날 찾아올 거예요!”“포레스트 별장에서 산다고 사람을 무시할 건 아니죠?”정소현이 한마디 했다고 아줌마, 아저씨들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심지어 누구는 김예훈의 옷깃을 잡고 잡아당기기 시작했다.김예훈은 이들한테 손댈 수도 없었다.워낙 전투력이 강한 사람들이라 손만 들어도 바닥에 드러누워 배 째라고 할 것이 뻔했다.“그만 하세요! 자동차 구매 영수증 가져와 보세요!”김예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지금 바로 돈 드릴게요. 폐기 처분까지 싹 다 해결해 드릴게요.”김예훈한테는 몇백억 원이 아무것도 아니었다.정민아가 신신당부까지 했는데 임은숙한테 꼬투리 잡히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빨리 일을 해결해 버리고 싶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인 줄 몰랐다.세계 한정판 외제 차 2, 30대를 전부 배상할 수 있을 정도라니.정군마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이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정소현은 더는 못 참겠는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오면서 소리쳤다.“이모, 너무 염치없는 거 아니에요? 지후 오빠 때문에 600억 원이나 배상했다고요. 미안해해야 할 판에 오토바이를 원래 가격대로 팔고 싶어요? 형부 돈은 무슨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아세요? 그리고 엄마도 그래요. 이 차도 다른 사람이 언니한테 선물한 거잖아요. 본인이 거절했는데 어떻게 영수증까지 챙겨서 팔 생각을 해요? 부끄럽지도 않아요?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요?”“닥쳐!”임은숙은 정소현의 뺨을 때렸다.“이게 어디서! 대학에 가더니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난 네 엄마라고! 지금 무슨 말버릇이야! 쟤가 600억 원을 배상했는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 누가 차주인 하라고 했어? 그리고 이 차들을 싸게 살 기회를 줬으면 감사해야지. 김예훈, 살 거야 말 거야! 안 살 거면 짐싸고 집에서 나가! 내가 말해주는데. 이 차를 사든지, 이혼서류에 사인하든지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임은숙은 씩씩거리더니 결국엔 속내를 보여주었다.차 사고를 빌미로 이혼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작전 실패로 다른 일을 꼬투리 잡기 시작했다.김예훈은 그저 임은숙을 힐끔 쳐다볼 뿐이다. 솔직히 이런 속셈은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그였다.이때 김예훈이 차량 정보를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이 차들을 파시게요? 확실하다면 원래 가격으로 살게요. 이 한 가지는 약속해주세요. 계약서를 쓰고 계좌이체까지 마치면 이 차는 제 것이 되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처리하든 어머님이랑 상관없는 거예요. 어때요?”“그래. 그러자고. 얼른 사인이나 해!”임은숙은 기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인 정민아가 워낙 재산을 꼼꼼히 챙기고 있어서 슬쩍할 기회마저 없었기 때문에 임은숙한테는 돈이 별로 없었다.이것이 마음에 안들어 미리 부산에 온다는 핑계로 김예훈한테서 돈을 뜯어내고 싶었던 것이다.사위를 바꾸고 싶었던 것도 자주 소비 돈을 챙겨주는 착한 사위로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김예훈은 별말 하지 않고 재빨리 계약서에 사인
김예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뭘. 가족끼리 화목한 게 최고지. 그리고 밑지는 장사도 아닌데, 뭘.”“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요?”정소현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표정에 의문이 가득했다.김예훈은 구석으로 가서 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인 성수현에게 전화했다.“동생, 오랜만이야. 요즘 ‘분노의 질주’를 찍고 있다며? 실제 스포츠카가 필요하다지?”“형님, 소식도 빠르네요. 예산만 해도 1조 원이 넘어요. 절반 이상은 스포츠카를 구매하는 데 쓰이고 있어요. 나중에 영화 시나리오상 폐차할 거지만요.”성수현은 오랜만의 안부 전화에 최근을 알렸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마침 잘됐어. 나한테 괜찮은 차들이 있는데 총 800억 원에 싸게 줄게. 어때?”성수현은 김예훈이 보내준 사진을 보더니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형님, 이 중에 전 세계 한정판도 있고 심지어 출시한지 십몇 년 된 차도 있네요. 암튼 제가 다 살게요. 8천억 원 어때요?”“그래.”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바로 보내줄게.”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같은 거실에 있던 임은숙 등도 통화 내용을 엿듣게 되었다.임은숙과 육미선은 서로 마주 보더니 입을 삐쭉 내밀었다.이때 육지후가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어디서 허세를 부려? 그 낡아빠진 차들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네가 멋도 모르고 비싼 가격에 산 거야. 탓하려면 멍청한 너 자신을 탓할 수밖에. 그러고는 뭐? 8천억 원에 팔았다고 거짓말을 해? 누가 너처럼 그런 멍청한 짓을 한다고 그래!”육지후는 김예훈을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임은숙은 김예훈이 정말 8천억 원에 판 줄 알고 후회했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게. 세상에 그런 멍청이가 있을 리가? 저런 낡아빠진 차를 누가 산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임은숙은 팔짱을 끼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김예훈. 내가 괜히 하는 말이 아닌데. 사람은 진실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밑진 장사라고 해도 교훈이라고 생각해. 차라리 그
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결국 임은숙의 상태를 확인하러 의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검사 결과 혈압이 조금 높은 것 외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오늘 일어난 일들 때문에 김예훈은 더 이상 포레스트 1호 별장에 있고 싶지 않았다.임은숙이 자신을 내쫓으려는 목적이 명확했고, 사위 될 사람을 미리 점찍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맨날 싸울 바에 정민아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포레스트 1호 별장에서 나온 김예훈은 오정범 등이 있는 곳에서 두 날 묵기로 했다.띵!바로 이때,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대표님, 주무세요? 제가 주무시는 걸 방해한 건 아니죠?”하은혜가 아주 정확한 타이밍에 전화한 것이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지금 막 쉬려던 참이었어요. 왜요? 왜 갑자기 전화한 거예요? 집안일은 해결되었어요?”하은혜가 나지막하게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직접 나서서 작은삼촌을 해결했는데 어려운 일이 뭐가 있겠어요. 김 대표님 덕분에 우리 엄마가 상속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심씨 가문에서의 권력이 작은삼촌보다 약해서 이대로라면 다시 권력이 뺏길지도 말라요. 큰외삼촌은 상속받는 데 별로 관심이 없고요.”김예훈이 듣더니 피식 웃었다.“잘됐네요. 어머님께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요.”김예훈은 갑자기 계약서를 언급했다.전화기 너머의 하은혜는 멈칫하더니 기분이 조금 다운되어 있는 것 같았다.“김 대표님, 그러면 사모님께서 두 날 뒤 부산에 오시는 거예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별문제 없으면 아마도요.”하은혜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러면 저희 CY 그룹 본사를 부산에 옮기는 것도 얼른 진행해야 하겠네요. 요 며칠 송준 씨한테 얘기해서 성남 쪽에 최소인원만 남겨두고 직원들을 부산으로 옮겨야겠어요. 전문적인 팀에 맡겨서 부산 버뮤다 H 번지에 저희 본사 빌딩을...”김예훈은 듣고만 있으면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하은혜의 마음을 모를
김예훈은 그제야 표정이 밝아지더니 말했다.“은혜 씨, 어려워하지 말고 얼마든지 말씀하세요.”하은혜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할아버지 친한 친구분이 손녀딸 병을 치료해 주려고 계속 방방곡곡 알아보고 있는데 아무런 소용도 없어서요. 어떤 분은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혼이 빠져나간 거라고 하더라고요. 어르신께서 처음에는 믿지 않으셨는데 임강호 씨 부부네 일을 듣고 시간 되면 혹시 봐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도움은 안 되어도 서로 알고 지내는 것이 좋을 거예요.”김예훈이 살짝 흔들렸다. 심현섭과 친한 친구라면 그 역시 신분이 심상치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심현섭이 임강호 일을 알게 된 것도 하은혜가 말해줘서였다.어떻게 보면 김예훈이 부산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일부러 소개해 주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자기를 생각해 주는 마음에 김예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다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그래요? 그러면 내일 시간 내서 가볼게요. 아, 그 어르신은 어떤 분이세요?”하은혜는 상대방의 신분을 별로 숨길 생각이 없었다.“용연옥에 계시는 분이세요. 정확한 신분은 모르지만 용연옥에서 꽤 존경을 받고 계시는 분이에요. 할아버지께서 해결 못 하는 일이 있으면 그분을 찾아가거든요. 뭐, 용연옥 쪽에 자금상에 문제가 있으면 똑같이 할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요. 서로 돕는 관계라고 볼 수 있죠.”김예훈이 흥미진진해하면서 말했다.“용연옥에 계시는 분이라고요? 외부인들과 연락하지 않는다고 소문난 곳 아니에요?”“김 대표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용연옥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용연옥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는 정도면 나라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거예요.”하은혜가 자세하게 설명했다.“대표님께서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용연옥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안 좋을 거 없잖아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일 뿐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은혜와의 관계를 봤을 때 그런 고마움의 인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통화를 마친 김예
사실 하은혜도 마음대로 드나드는 곳이 아니었다.전화 몇 통 끝에 5분이 지난 뒤, 그제야 신분 확인 마친 보디가드들이 공손하게 이 둘을 안으로 모셨다.요양원 내부에도 경비가 삼엄했다.안전 문제로 환자마다 각자 개인 별장이 있었다.비교적 큰 별장에 도착했을 때, 하은혜가 안내한 안방으로 들어갔다.그 안에는 침대에 누워있는 한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몇몇 남녀가 침대 주위에서 무언가 수군거리고 있었다.기껏 해 4, 5살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의 예쁜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옆에 있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 김예훈의 시선을 끌었다.백발의 노인이었지만 키 180cm 정도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한 발짝이라도 내디디면 이곳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지니고 있었다.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김예훈은 그가 무신 급 실력자인 것을 느끼고 말았다.이런 사람이 폭발하기라도 한다면 오정범, 박인철은 전혀 상대도 안 되었다.이 사람이 바로 하은혜가 말했던 용연옥에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이런 실력에 심현섭과도 친한 것을 보면 용연옥에서 어느정도 위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은혜가 김예훈의 귓가에 속삭였다.“장덕수 어르신이에요. 환자는 이분 손녀 장나은이고요.”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전국 10대 가문인 중부 장씨 가문이요?”하은혜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예훈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이 장덕수라는 사람이 용연옥 고위층인 것 외에 중부 장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그러면 이분은...”김예훈은 의사 가운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쓴 사람을 가리켰다.“나은이의 주치의 아마미야 씨예요.”점잖아 보이는 주치의를 바라보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일본 사람이에요?”하은혜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그냥 외국인인 척하는 거예요.”바로 이때, 장덕수도 하은혜를 발견하고 뒤돌아 웃으면서 인사했다.“은혜야, 왔어?”하은혜가 바쁘게 인사했다.“어르
김예훈의 겸손함에 장덕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요즘 젊은이들은 잘난 척하지 못해서 안달이더니. 조그마한 자랑거리가 생기면 SNS에 올려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하던데. 다른 사람이었다면 임강호 부부를 도와준 것을 진작에 소문내고 다녔을 거야.’그런데 겸손한 김예훈의 태도에 장덕수는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제 손녀딸 상황을 은혜가 이미 알려줬을 거라고 믿어요. 자신 있으세요?”김예훈이 진지하게 말했다.“어르신, 100퍼센트 자신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죠.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저는 의사가 아닙니다. 만약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면 전남산 어르신을 모셔 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장덕수가 피식 웃었다.“전남산 어르신과 아는 사이에요? 그분도 이미 와서 보셨지만 병은 아니라고 했어요.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설명하지도 못하더라고요.”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전남산 어르신께서 병이 아니라고 하셨으니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김예훈이 앞으로 다가가 장나은의 상태를 확인했다.귀여운 얼굴에 생기를 잃은 채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은 마치 인형과도 같았다.장덕수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김예훈이 맥을 짚으려고 하자 아마미야 주치의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어르신, 이분은 누구신데요?”“내 친구가 추천해 준 나은이 상태를 확인하러 온 김예훈이라는 사람일세.”장덕수는 이 주치의에 대한 믿음이 강해 보였다.“김예훈 씨, 이분은 나은이 주치의 아마미야 씨에요. 니혼 의과대학 박사 출신이세요.”김예훈이 배시시 웃으면서 인사했다.“아마미야 씨, 안녕하세요.”김예훈이 장나은의 병 보러 왔다고 하자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죄송한데 김예훈 씨, 혹시 어느 의과대학에서 졸업하셨어요?”아마미야는 일본인 특유의 잘난 척하는 말투로 물었다.“옥스퍼드? 하버드? 아님. 서울의대?”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의사가 아니라서 의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