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심옥연은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가더니 윤청이의 시체를 꽉 끌어안았다.하지만 심현섭은 그런 그가 꼼짝 못 하게 발로 짓밟았다.숨을 거두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심현섭이 윤청이한테 습격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직접 윤청이 같은 실력자를 죽일 줄 몰랐다.심지어 심옥연까지 짓밟다니!정말 실력이 어마어마하네!일반인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실력이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심 어르신이 무신 급 실력자였다니! 내가 너무 명문가를 만만하게 본 거였네.’임강호, 청현 도장 등도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저 경상 재벌인 줄만 알았던 심현섭이 이 정도의 실력자일 줄은 몰랐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심옥연은 고개 들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심현섭을 쳐다보았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말이다.심옥연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정말 모르겠네요.”심현섭이 담담하게 물었다.“뭘 모르겠는데? 넌 8살 때부터 너의 형님인 택연이를 넘어설 정도로 실력이 타고났어. 그때까지만 해도 택연이가 아니라 너한테 가업을 물려주려고 했어. 이 모든 것은 너에 대한 테스트였다고. 알아? 네가 모든 것을 이뤄내고 저년을 직접 죽이고 나한테 자리를 물려달라고 했다면 두말없이 내줬을 거야. 심씨 가문의 모든 것을 너한테 줬을 거라고. 그런데 너무 실망이야. 어떻게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런 짓을 해? 여자한테 놀아나는 너한테 내가 자리를 물려줄 것 같아? 심씨 가문을 너 같은 병신한테 맡길 것 같아? 그럴 바에 내가 몇 년 더 고생하는 것이 낫지.’이때 심현섭의 손짓하나에 열몇 명의 보디가드가 나타나 심옥연을 끌고 갔다.심옥연의 죄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심현섭은 아들을 죽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권력을 잡기란 평생 불가능한 일이었다.사람들은 표정이 복잡미묘하기만 했다.곧이어 로비에 있던 시체들이 수습되고, 피 흔적도 말끔히 사라졌다.다시 세팅된 테이블에 풍성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아직 공기 속에 피비린내가 나지 않았다면 사
깜짝 놀란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하지만 김예훈만은 제자리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있었다.김씨 가문 이일매를 상대할 때부터 명문가 수장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에 비하면 김씨 가문은 그저 평범한 명문가였다.하지만 전국 10대 명문가가 되기까지 심현섭이 아무런 실력도 없었다면 다른 사람의 공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모든 일 처리를 마친 심현섭은 아무렇지 않게 자기 전용석으로 가서 앉았다.생일파티가 끝나고, 심현섭은 떠나려는 김예훈을 붙잡았다.심현섭이 김예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여 다른 사람들은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었다.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심현섭이 그를 로비 밖으로 안내했다.화원에서는 부산 앞바다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이 보였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구경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심현섭이 부하들을 물러가게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 아, 김 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김예훈은 심현섭이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별로 숨긴 적도 없는 신분을 심현섭이 몰랐다면 무시했을지도 모른다.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라고 해도 어르신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죠. 그저 저를 김예훈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저한테 남으라고 한 이유가 있을까요?”심현섭은 넘실거리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김예훈, 지금 눈앞에 보이는 바다 경치 어때?”김예훈이 우두커니 바라보더니 말했다.“여기 심씨 가문 화원이 정말 좋은 곳이네요.”심현섭이 박장대소를 짓더니 크루즈 한 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아무리 커 보인다고 해도 사실 끝이 보이는 법이야. 다른 바다에 비하면 아주 작고 보잘것없지. 우리 심씨 가문은 이 크루즈와도 같아. 여기 앞바다에서 아무리 자유자재로 누비고 다녀도 밖에 나가면 아무것도 아니지.”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이 커다란 크루즈로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조타수 나름이죠. 훌륭한 조타수가
“기관에 몸을 담그고 있는 첫째는 기관의 힘으로만 심씨 가문을 보호하려고 하고있고, 둘째는 병신이나 다름없고. 심씨 가문이 지금은 평온해 보여도 10년 뒤에는? 20년 뒤에는?”심현섭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김예훈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어머님도 괜찮은 후보잖아요. 심씨 가문을 계승 받지 못할 이유는 없는 거잖아요.”심현섭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긴 하지. 은혜도 괜찮은 후보고. 그런데 나 말고도 다른 심씨 가문 사람들, 그리고 심씨 가문과 손잡은 사람들 마음에도 들어야 하잖아. 그리고 이 커다란 가업을 뒷받침해 줄 남자가 없으면 내가 마음 놓고 떠날 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김예훈,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난 자네가 우리 심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어줬으면 해. 심씨 가문의 모든 것을 10년 내로 물려줄게. 그러면 자네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거야. 한 번에 운명을 바꿀 기회는 흔하지 않아.”김예훈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고개를 흔들었다.“어르신,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유부남입니다.”심현섭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경기도 견씨 가문의 정민아를 말하는 거야? 그건 내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 줄 수 있어.”심현섭이 뭐든 들어주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이 늙은 여우 같은 사람이 도대체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거지? 외손녀도 주겠다, 가업도 물려주겠다, 전체 심씨 가문을 나한테 맡기려고 하잖아.’김예훈은 놀라운 표정을 하더니 연신 손을 저었다.“어르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정말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는 제 와이프랑 이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사이가 좋거든요. 그리고 저랑 은혜 씨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 어르신께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심씨 가문은 심택연 씨한테 물려주든 어머님께 물려주든 다 괜찮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아니면 심씨 가문에서 돈을 들여서라도 계승자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을까요?”심현섭이 재미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
이 계약서에 사인만 한다면 SF 그룹에서 어느정도 발언권이 있게 되는 것이고 부산 상류사회에 접어드는 거나 다름없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고개를 흔들면서 거절했다.“어르신,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더욱이 SF 그룹 지분은 가치가 어마어마하잖아요. 저는 심씨 가문에 별로 도움도 못 드렸는데 이대로 받을 수 없습니다.”비록 SF 그룹의 지분이 가치가 어마어마하다지만 김예훈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더욱 받을 수 없었다.“왜 못 받아?”심현섭이 피식 웃었다.“이번에 부산에 온 목적 중의 하나가 심씨 가문의 일 때문이 아니었어? 그리고 자네가 방호철과 맞서서 야마자키파의 전력을 무너뜨리지 않았다면 오늘 밤 꼭 찾아왔을 거야. 자네가 옥연이를 자극하지 않았다면 그때 그 크루즈에서 손해를 보지도 않았을 거고. 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 밤 위험을 무릅쓰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이렇게 깔끔하게 독사파를 해결했을 일도 없고. 자네가 도움을 준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나의 적은 성의일 뿐이라고.”심현섭은 억지로 계약서를 김예훈의 손에 밀어 넣었지만 김예훈은 또 고개를 흔들었다.“어르신, 저는 그저 은혜 씨를 위해서 그런 거였어요. 이것이 목적이 아니었다고요. 굳이 드리고 싶다면 은혜 씨한테 드리세요.”“그건 그거고. 은혜랑 정효한테도 섭섭지 않게 해줄 거야.”심현섭은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그런데 이건 받아줘. 자네, 난 이미 한번 거절당했어. 두 번 다시 거절할 거야? 그리고 받아주지 않으면 내가 다른 부탁하기도 미안하잖아.”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또 무슨 다른 부탁이 있을까요?”심현섭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난 자네가 국방부랑 연관 있다는 거 알아. 어떻게 우리 심씨 가문 사람들이 국방부에 가서 훈련받게 할 수 없을까? 예를 들어 당도 부대라든지.”김예훈은 정신을 번쩍 차리더니 심현섭을 유심히 쳐다보았다.하지만 심현섭은 그저 허허 웃을 뿐 얼굴에 다른 표정은 보이지 않아 일부러 한
전화를 한 사람은 바로 임은숙이었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며칠 전 정민아한테서 임은숙과 정군이 보다 일찍 부산에 도착할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일이 워낙 많아 까먹고 말았다.김예훈은 심현섭한테 인사하고 계약서를 들고 바로 공항으로 달려갔다.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심현섭은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잠시 후, 아까 그 집사가 걸어오더니 똑같이 김예훈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어르신, 정말 값진 투자였을까요? 1년 수익이 2조 원이나 되는 지분이잖아요.”심현섭이 웃으면서 말했다.“잊었어? 심씨 가문이 투자로 일어난 집안이라는 거? 난 값진 투자라고 봐.”...반 시간 뒤, 부산국제공항 VIP 대기실.머리부터 발끝까지 귀부인 티를 내고있는 임은숙은 이런 날씨에도 모피를 입고 도도한 척했다.크고 작은 가방 열몇 개를 들고있는 보디가드들은 불만이 많아도 뭐라 할 수가 없었다.상대는 임은숙과 정군이었기 때문이다.견청룡이 죽고 난 후, 정민아가 그의 자리에 오르면서 부산 견씨 가문의 새로운 수장이 되었다.갑작스러운 상황 역전에 임은숙과 정군의 지위도 따라서 순식간에 올라갔다.경기도에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떠받듦을 당했는지 모른다.정민아는 두 날 뒤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었다.부산 국제 대도시에서 자랑하려고 안달이 난 임은숙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정군과 함께 미리 온 것이다.얼마 전에 퇴원한 정소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임은숙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전학 수속이 끝나 곧 부산대학에 다닐 예정이었다.내심 싫었지만 기가 센 임은숙 앞에서는 차마 싫다고 말할 수 없었다.1분 1초가 흘러가고, 임은숙은 인내심이 부족한 표정으로 까르띠에 시계를 쳐다보더니 캐리어를 퍽 걷어찼다.“김예훈 이 자식 도대체 뭐야? 부산에서 제일 좋은 별장을 알아봐 놓고 좋은 외제차로 데디러 오기로 한 거 아니었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그깟 대표가 되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여보, 직접 김예훈한테 전화해 보세요! CY 그룹인지 뭔지 민아의 도움을 받아
임은숙이 기승을 부리는 모습에 정소현은 또다시 머리가 질끈질끈 아파져 왔다.정민아가 수장이 된 이후로 임은숙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성남에 있을 때 그나마 정상적이었지만 지금은 다시 남해에서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정군도 임은숙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는지 차마 뭐라고 하지 못했다.바로 이때, 바로 앞에 세워진 토요타 알파드 한대에서 김예훈이 내렸다.이 차도 하은혜가 빌려줬기 다행이지 아니면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차를 구하지도 못했다.임은숙은 트레이닝복 차림의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더니 더욱 싫증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부산에 보내줬더니 아주 팔자가 폈네? 나를 이곳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해? 그것도 모자라 이깟 토요타로 픽업하러 와? 아주 눈에 뵈는 것이 없네!”김예훈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정소현을 힐끔 보자 정소현이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형부, 언니는 두날 뒤에 도착할 거예요. 엄마가 적응해야 한다면서 먼저 오자고 하길래요. 일단 포레스트 별장으로 모셔요. 아니면 한참을 난리 칠 거예요.”김예훈은 임은숙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한 시간 늦은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김예훈은 가만히 임은숙의 꾸지람을 들으면서 캐리어를 트렁크로 옮겼다.임은숙은 차에 올라타서야 조용해졌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김예훈을 보더니 물었다.“김예훈, 이 차 괜찮아 보이네? 얼마나 하는데?”김예훈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2억 원은 될 거예요.”“2억 원?”임은숙은 잠깐 멈칫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너는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좋은 차를 몰고 다녀? 오늘부터 이 차는 내 거야. 민아더러 너한테 2,000만 원 더 주라고 할 테니 너는 혼다 핏이나 몰고 다녀. 그리고 한 가지 더. 민아가 쑥스러움이 많아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 할게.”임은숙은 자료 하나를 운전석 팔걸이에 툭 올려놓으면서 말했다.“이거 지분 양도 계약서야. 얼른 사인해. CY 그룹 지분을 전부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부산 심씨 가문 SF 그룹 지분양도서? 김예훈, 이거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아주 마음에 들어.”김예훈한테 뭐라고 하던 임은숙은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이 지분양도서 합의서의 가치가 최소 40조 원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위에는 김예훈의 사인만 있었지 공증처 도장은 없었다.김예훈의 이름을 지우고 자기 이름으로 바꾸면 이 지분이 자기 것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임은숙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있는 김예훈은 골치가 아파 나기 시작했다. 이 지분이 그녀의 것으로 된다면 무조건 사고가 발생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임은숙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새로 리모델링한 포레스트 1호 별장을 보고 두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김예훈, 여기 부산에서 제일 좋다는 고급 별장 아니야? 그것도 1호 별장?”임은숙은 눈알을 굴리더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말해봐. 미리 부산에 오는 대신 민아가 얼마를 줬는지.”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제가 부산에 오는데 왜 민아한테서 돈을 받겠어요.”“민아가 돈도 안 줬는데 어떻게 지분양도서를 손에 넣었어?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고급스러운 별장에서 살 수 있겠어? 김예훈, 내가 말해주는데, 네 물건은 전부 내 딸 거야. 내 딸 것도 내 딸의 것이고. 간단히 말해서 다 나의 것이지!”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는 임은숙은 별장 앞에서 사진찍기 시작했다.뒷짐 쥐고 있던 정군도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임은숙이 김예훈의 집을 점령하여 미안해진 정소현이 말했다.“형부, 저도 저희 엄마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언니가 오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다시 잘 생각해 봐요. 지금은...”정소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임은숙더러 이곳을 떠나라고 한다면 무조건 난리 칠 것이 뻔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괜찮아. 어차피 방금 리모델링하기도 했고, 마음에 드시면 그냥 계시라고 해. 그런데 지분양도서는 못 줘. 어머님
“성남 쪽은 아직 마무리가 안 되어 당분간 못 갈 것 같아. 빨라야 모레면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요 며칠 고생 좀 해줘.”“고생은 무슨. 그래봤자 그냥 기사님 노릇이나 하면서 여기저기 구경시켜 드리는 거지.”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정민아는 여전히 피곤한 말투였다.“엄마 SNS가 없어서 못 봤겠지만, 댓글에서 이미 친척분들이랑 대화가 오가고 있더라고. 내가 알기로는 전부 다 견씨 가문에서 별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알고 있어.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그중 한 분이 포레스트 별장에 가기로 했어. 엄마가 그분께 네가 데리러 간다고 말씀드렸어...”김예훈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 왔다.부산에서 천군만마를 상대하면서도 머리가 아픈 적 없는데 임은숙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될 줄 몰랐다...“아무튼 김예훈, 절대 엄마랑 싸우면 안 돼. 내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 부산에 간 목적이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심정이야. 모레면 갈 거니까 그동안 고생 좀 해줘.”김예훈은 그제야 임은숙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어이가 없었다.부산에 온 목적이 정민아와 이혼하게 만드는 것이라니.임은숙은 이미 김예훈이 더 이상 부산 견씨 가문 수장인 정민아한테 어울릴 만한 사람이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임은숙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임씨 가문에서든 정씨 가문에서든 별로 중시를 받지 못했다고 해도 욕심이 많은 그녀로서 딸이 병신한테 시집가서 따라서 고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정민아가 승승장구하여 전국 10대 명문가인 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이 되었다니.이런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체 대한민국 상류사회에서 으뜸으로 뽑힐 수 있었다.임은숙은 딸 덕분에 인생 역전을 맞이했다.이러한 상황에서 별로 쓸모없어 보이는 사위를 쫓아내고 명문가 도련님을 사위로 만드는 것이 인생이 꽃피는 지름길이었다.아무리 김예훈이 CY 그룹 대표라고 해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심지어 오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