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숙이 기승을 부리는 모습에 정소현은 또다시 머리가 질끈질끈 아파져 왔다.정민아가 수장이 된 이후로 임은숙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성남에 있을 때 그나마 정상적이었지만 지금은 다시 남해에서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정군도 임은숙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는지 차마 뭐라고 하지 못했다.바로 이때, 바로 앞에 세워진 토요타 알파드 한대에서 김예훈이 내렸다.이 차도 하은혜가 빌려줬기 다행이지 아니면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차를 구하지도 못했다.임은숙은 트레이닝복 차림의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더니 더욱 싫증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부산에 보내줬더니 아주 팔자가 폈네? 나를 이곳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해? 그것도 모자라 이깟 토요타로 픽업하러 와? 아주 눈에 뵈는 것이 없네!”김예훈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정소현을 힐끔 보자 정소현이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형부, 언니는 두날 뒤에 도착할 거예요. 엄마가 적응해야 한다면서 먼저 오자고 하길래요. 일단 포레스트 별장으로 모셔요. 아니면 한참을 난리 칠 거예요.”김예훈은 임은숙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한 시간 늦은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김예훈은 가만히 임은숙의 꾸지람을 들으면서 캐리어를 트렁크로 옮겼다.임은숙은 차에 올라타서야 조용해졌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김예훈을 보더니 물었다.“김예훈, 이 차 괜찮아 보이네? 얼마나 하는데?”김예훈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2억 원은 될 거예요.”“2억 원?”임은숙은 잠깐 멈칫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너는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좋은 차를 몰고 다녀? 오늘부터 이 차는 내 거야. 민아더러 너한테 2,000만 원 더 주라고 할 테니 너는 혼다 핏이나 몰고 다녀. 그리고 한 가지 더. 민아가 쑥스러움이 많아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 할게.”임은숙은 자료 하나를 운전석 팔걸이에 툭 올려놓으면서 말했다.“이거 지분 양도 계약서야. 얼른 사인해. CY 그룹 지분을 전부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부산 심씨 가문 SF 그룹 지분양도서? 김예훈, 이거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아주 마음에 들어.”김예훈한테 뭐라고 하던 임은숙은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이 지분양도서 합의서의 가치가 최소 40조 원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위에는 김예훈의 사인만 있었지 공증처 도장은 없었다.김예훈의 이름을 지우고 자기 이름으로 바꾸면 이 지분이 자기 것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임은숙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있는 김예훈은 골치가 아파 나기 시작했다. 이 지분이 그녀의 것으로 된다면 무조건 사고가 발생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임은숙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새로 리모델링한 포레스트 1호 별장을 보고 두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김예훈, 여기 부산에서 제일 좋다는 고급 별장 아니야? 그것도 1호 별장?”임은숙은 눈알을 굴리더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말해봐. 미리 부산에 오는 대신 민아가 얼마를 줬는지.”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제가 부산에 오는데 왜 민아한테서 돈을 받겠어요.”“민아가 돈도 안 줬는데 어떻게 지분양도서를 손에 넣었어?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고급스러운 별장에서 살 수 있겠어? 김예훈, 내가 말해주는데, 네 물건은 전부 내 딸 거야. 내 딸 것도 내 딸의 것이고. 간단히 말해서 다 나의 것이지!”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는 임은숙은 별장 앞에서 사진찍기 시작했다.뒷짐 쥐고 있던 정군도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임은숙이 김예훈의 집을 점령하여 미안해진 정소현이 말했다.“형부, 저도 저희 엄마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언니가 오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다시 잘 생각해 봐요. 지금은...”정소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임은숙더러 이곳을 떠나라고 한다면 무조건 난리 칠 것이 뻔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괜찮아. 어차피 방금 리모델링하기도 했고, 마음에 드시면 그냥 계시라고 해. 그런데 지분양도서는 못 줘. 어머님
“성남 쪽은 아직 마무리가 안 되어 당분간 못 갈 것 같아. 빨라야 모레면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요 며칠 고생 좀 해줘.”“고생은 무슨. 그래봤자 그냥 기사님 노릇이나 하면서 여기저기 구경시켜 드리는 거지.”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정민아는 여전히 피곤한 말투였다.“엄마 SNS가 없어서 못 봤겠지만, 댓글에서 이미 친척분들이랑 대화가 오가고 있더라고. 내가 알기로는 전부 다 견씨 가문에서 별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알고 있어.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그중 한 분이 포레스트 별장에 가기로 했어. 엄마가 그분께 네가 데리러 간다고 말씀드렸어...”김예훈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 왔다.부산에서 천군만마를 상대하면서도 머리가 아픈 적 없는데 임은숙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될 줄 몰랐다...“아무튼 김예훈, 절대 엄마랑 싸우면 안 돼. 내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 부산에 간 목적이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심정이야. 모레면 갈 거니까 그동안 고생 좀 해줘.”김예훈은 그제야 임은숙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어이가 없었다.부산에 온 목적이 정민아와 이혼하게 만드는 것이라니.임은숙은 이미 김예훈이 더 이상 부산 견씨 가문 수장인 정민아한테 어울릴 만한 사람이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임은숙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임씨 가문에서든 정씨 가문에서든 별로 중시를 받지 못했다고 해도 욕심이 많은 그녀로서 딸이 병신한테 시집가서 따라서 고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정민아가 승승장구하여 전국 10대 명문가인 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이 되었다니.이런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체 대한민국 상류사회에서 으뜸으로 뽑힐 수 있었다.임은숙은 딸 덕분에 인생 역전을 맞이했다.이러한 상황에서 별로 쓸모없어 보이는 사위를 쫓아내고 명문가 도련님을 사위로 만드는 것이 인생이 꽃피는 지름길이었다.아무리 김예훈이 CY 그룹 대표라고 해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심지어 오늘날
반 시간 뒤, 김예훈은 토요타 알파드 차량을 운전해서 한곳에 도착하게 되었다.이런 심부름을 하기 싫었지만 정민아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픽업하러 온 것이다.정민아가 와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나았다.아마도 임은숙이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자신과 싸우는 것일지도 몰랐다.이 순간까지도 정민아와의 이혼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앞에 딱 부산 현지인으로 보이는 모자가 보였다.5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엄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짜 명품을 입고 있었으며 짙은 화장을 하고서 심상찮은 포스를 풍겼다.현지인 텃세를 부리는 것만 같았다.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으로 보이는 아들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짜 명품을 입고 있었다.김예훈이 본 것이 맞다면 전부 가짜 명품이 맞았다.하지만 심상찮은 포스를 보면 진짜 같아 보이기도 했다.사진과 대조해 보던 김예훈은 상대가 임은숙이 SNS를 통해 연락이 닿은 부산에서 살고있는 친척, 육미선과 육지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면서 주차를 마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이때, 육미선은 화난 말투로 전화하고 있었다.“은숙아, 지금 뭐 하는 거야? 길가에서 5분이나 기다렸는데 왜 아무도 데리러 안 와? 외제 차 한 대를 보냈다며? 내가 말해주는데, 우리 부산에서는 벤츠, BMW, 아우디 이런 차는 별로 쓰게 안 봐. 포르쉐 아니면 앉지도 않는다고! 그리고 부산 견씨 가문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우리한테 잘해! 아니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니까! 우리가 별장에 가보는 게 싫어? 설마 SNS에 올린 사진들이 전부 가짜는 아니지? 글쎄 성남 촌놈이 포레스트 별장에서 산다 했어. 이렇게 행동하면서 방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꿈도 크셔. 3분 내로 차가 보이지 않으면 2날 뒤에 있을 소개팅을 취소할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마지막 한마디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방 도련님? 소개팅?’김예훈은 임은숙이 이렇게 속전속결로 일을 진행시킬 줄 몰랐다.비록
김예훈은 육미선의 손목을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이모님, 제 기억이 맞다면 파테크 필리프 브랜드는 쿼츠 시계를 출시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 매장에서 구매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대신 경찰에 신고해 드릴까요? 가짜 명품은 10배로 배상받을 수 있거든요. 2억 원이면 20억 원을 배상받을 수 있겠네요.”김예훈은 배시시 웃으면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육미선은 찔리는지 오른손으로 시계를 감추면서 화를 냈다.“기사 주제에 뭘 안다고 그래! 스위스에서 산 거거든? 스위스 같은데 가보기나 했어? 파테크 필리프가 무슨 네가 만든 브랜드도 아니고, 쿼츠 시계가 없다고 하면 없는 거야? 기사 주제에. 우리 집 기사가 아니기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에 쫓아냈어!”육미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기가 주제에 지각까지 했으면서 왜 이렇게 당당한 건데? 은숙이네가 벼락부자 집안이라 기사도 이 모양 이 꼴이네.’이때 옆에 있던 육지후가 인내심 부족한 말투로 말했다.“엄마, 기사 주제에 뭘 알겠어요. 뺨 때려도 꼼짝 못 하는 사람이랑 쓸데없는 말 해봤자 의미 없어요. 은숙 아줌마네 정말 포레스트 별장에서 사는지 얼른 가봐요. 아니라면 저녁에 부산 버뮤다에 공짜 뷔페나 먹으러 가요!”육지후는 김예훈을 무시하듯이 쳐다보았다.그저 기사로 보이는 김예훈은 고귀한 부산 현지인과 말 섞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육미선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말했다.“그래. 공짜 뷔페보다 중요할 게 뭐가 있겠어.”그녀는 김예훈을 힐끔 보면서 말했다.“차는 어디 있어! 좋은 차가 아니면 앉지도 않아!”김예훈 성격대로라면 진작에 이 둘을 버리고 갔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 모자한테서 무언가 캐내려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배시시 웃으면서 길가에 있는 토요타 알파드 차량을 가리켰다.“사모님, 도련님, 차는 저기 있습니다.”육미선과 육지훈은 그래도 부산에서 본 것이 있는 사람들이라 최신 알파드 차량을 보자마자 두 눈이 반짝거렸다.육지후는 다가가 차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엄마, 이거
김예훈은 입을 삐죽 내밀더니 어쩔 수 없이 차 문을 열어주었다.“사모님, 타시죠.”차 문이 열리고, 으리으리한 차량 내부가 보이자 육미선과 육지후는 두 눈이 반짝거렸다.차에 올라타자마자 임은숙 일가는 보이지 않게 사진을 여러 장 찍어 SNS에 올렸다.김예훈은 육지후가 SNS에 쓴 글을 힐끔 보고 어이가 없었다.[노력하면 보상받는 거야. 인생에서 첫 3억 원짜리 토요타 알파드.]‘좋아요’가 수없이 달리기 시작했다.이때, 한 여자 인플루언서가 육지후에게 음성메시지를 보냈다.“지후 오빠,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드라이브 좀 시켜주시면 안 돼요?”흥분한 육지후는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오빠 오늘 새로 산 별장에 입주하는 날이야. 저녁에 연락할게.”육지후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임은숙이 SNS에 올린 포레스트 별장 사진을 또 보내주었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저 못 들은 척하면서 말했다.“사모님, 방금 민아 씨한테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신 거 맞아요? 설마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 도련님은 아니죠?”“어머, 촌놈 주제에 방 도련님 이름도 알아?”육미선이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그래봤자 아예 다른 세계에서 살고있는 사람인데 알면 뭐 해. 그리고 기사 주제에 무슨 궁금한 게 그리 많아? 설마 네까짓 게 민아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육미선은 싫증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더는 그와 말을 섞기 싫었다.이미 답변을 얻은 김예훈 역시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이봐, 너무 천천히 가는 거 아니야?”몇 분 뒤, 육지후가 갑자기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이 속도로 언제 포레스트 별장에 도착한다고 그래! 길옆에 차 세워!”육지후가 길가에 있는 주차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왜요?”“세우라면 세워. 너무 느려서 내가 직접 운전해야겠어!”육지후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제대로 된 운전 실력을 보여줘야겠어.”“죄송합니다. 아무나 운전할 수 있는 차가 아닙니다.”“왜 내 아들이 운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육
이에 육미선도 덧붙였다.“맞아. 기사 주제에 왜 이리 호들갑이야? 네 것도 아닌 차를 우리 아들이 몰면 좀 어때서! 그리고, 우리 덕분에 이런 차를 몰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님. 평생 똥차나 몰고 다닐 팔자에!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얼른 차 세워!”육미선과 육지후는 자기 말에 도리가 있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했다.퍽!이 둘을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을 때, 앞에서 들려오는 굉음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고개 들어 쳐다보자 빨간 람보르기니 한 대가 뒤집혀 언제든지 강에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었다.“아가씨,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사람 살려요! 얼른 구급대원 불러주세요!”“비키세요! 비켜주세요!”이때, 뒤에 있던 롤스로이스 차량에서 집사로 보이는 중년남성이 달려오더니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그저 멍하니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김예훈은 인파 틈으로 람보르기니 차량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불씨를 발견하게 되었다.그리고 운전석에는 20살 가까이 되어보이는 젊은 여자가 기절해 있었다.한 폭의 그림과 같은 얼굴, 새하얀 피부, 우아한 분위기, 하지만 이마 쪽에 살짝 상처가 나 있었다.마침, 이 상처 때문에 기절해서 움직일 수 없어 보였다.뒤에 있는 롤스로이스에서 보디가드 두 명이 달려왔다.상황이 너무 험악하여 조금이라도 터치하면 바로 강에 떨어질 것만 같아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이러다 이 여자는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엔진이 폭발할 수도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뒀다간 최대3분 내로 폭발해서 시체도 보존할 수 없었다.행인들도 이 상황을 알아차리고 본능적으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부산 대교 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김예훈은 급히 차를 세우고 밖으로 뛰어갔다.육미선과 육지후는 그런 그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런 젠장. 우리를 데리고 이 위험한 곳을 벗어날 생각하지 않고
김예훈은 이 둘 모자를 무시하고 람보르기니 차량 앞에 도착했다.유심히 쳐다보니 엔진이 이미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집사 및 보디가드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차마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그러다 사람을 살리지도 못하고 자기 목숨마저 바쳐야 했기 때문이다.어느정도 판단이 선 김예훈은 최단 시간 내에 운전석 문을 열어 안전벨트를 풀고 차주인을 구해내려고 했다.3초 이내에 완성하지 못하면 차량과 함께 강에 떨어질지도 몰랐다.더 심각한 상황이라면 물속에서 폭발하여 그래도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빵빵!김예훈이 나서서 구하려고 할 때, 토요타 프라도 한대가 도착했다.한 키 크고 멋진 청년이 차에서 내리더니 의미심장하게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이렇게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지금 유일한 방법은 차를 강에 빠뜨리고 제가 내려가서 사람 구하는 거예요. 이러면 살 수 있는 확률이 30% 에요. 차량이 폭발하면 살 수 있는 확률이 1%도 남지 않을 수 있고요.”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강에 빠뜨리려고 했다.이때 집사로 보이는 중년남성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렸다.“멈추세요! 뭐 하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있죠? 저희 아가씨한테 사고 나면 책임질 수 있으세요?”이때, 조수석에서 가죽 재킷을 입은 몸매가 핫한 여자가 내리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이분은 부산 안전관리 전문가 조명훈이라고 합니다. 리카 제국에서 소방원으로 일하셨고 국내로 돌아와서는 안전관리 회사를 차렸습니다. 부산 소방서나 대기업에서 저마다 조 선생님께 강의해달라고 요청이 오고 있고요. 조 선생님께서 이곳을 우연히 지나치게 되어서 운 좋은 줄 아세요. 조 선생님께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은 부산, 그리고 전체 대한민국에서 해결할 사람이 없을 거예요! 조 선생님만 계시면 이분은 살 수 있는 확률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조 선생님을 말렸다간 알아서 그 책임을 져야 할 거예요.”“조명훈 선생님이셨네요!”집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성함 많이 들었습니다.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