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한 사람은 바로 임은숙이었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며칠 전 정민아한테서 임은숙과 정군이 보다 일찍 부산에 도착할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일이 워낙 많아 까먹고 말았다.김예훈은 심현섭한테 인사하고 계약서를 들고 바로 공항으로 달려갔다.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심현섭은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잠시 후, 아까 그 집사가 걸어오더니 똑같이 김예훈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어르신, 정말 값진 투자였을까요? 1년 수익이 2조 원이나 되는 지분이잖아요.”심현섭이 웃으면서 말했다.“잊었어? 심씨 가문이 투자로 일어난 집안이라는 거? 난 값진 투자라고 봐.”...반 시간 뒤, 부산국제공항 VIP 대기실.머리부터 발끝까지 귀부인 티를 내고있는 임은숙은 이런 날씨에도 모피를 입고 도도한 척했다.크고 작은 가방 열몇 개를 들고있는 보디가드들은 불만이 많아도 뭐라 할 수가 없었다.상대는 임은숙과 정군이었기 때문이다.견청룡이 죽고 난 후, 정민아가 그의 자리에 오르면서 부산 견씨 가문의 새로운 수장이 되었다.갑작스러운 상황 역전에 임은숙과 정군의 지위도 따라서 순식간에 올라갔다.경기도에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떠받듦을 당했는지 모른다.정민아는 두 날 뒤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었다.부산 국제 대도시에서 자랑하려고 안달이 난 임은숙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정군과 함께 미리 온 것이다.얼마 전에 퇴원한 정소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임은숙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전학 수속이 끝나 곧 부산대학에 다닐 예정이었다.내심 싫었지만 기가 센 임은숙 앞에서는 차마 싫다고 말할 수 없었다.1분 1초가 흘러가고, 임은숙은 인내심이 부족한 표정으로 까르띠에 시계를 쳐다보더니 캐리어를 퍽 걷어찼다.“김예훈 이 자식 도대체 뭐야? 부산에서 제일 좋은 별장을 알아봐 놓고 좋은 외제차로 데디러 오기로 한 거 아니었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그깟 대표가 되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여보, 직접 김예훈한테 전화해 보세요! CY 그룹인지 뭔지 민아의 도움을 받아
임은숙이 기승을 부리는 모습에 정소현은 또다시 머리가 질끈질끈 아파져 왔다.정민아가 수장이 된 이후로 임은숙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성남에 있을 때 그나마 정상적이었지만 지금은 다시 남해에서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정군도 임은숙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는지 차마 뭐라고 하지 못했다.바로 이때, 바로 앞에 세워진 토요타 알파드 한대에서 김예훈이 내렸다.이 차도 하은혜가 빌려줬기 다행이지 아니면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차를 구하지도 못했다.임은숙은 트레이닝복 차림의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더니 더욱 싫증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부산에 보내줬더니 아주 팔자가 폈네? 나를 이곳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해? 그것도 모자라 이깟 토요타로 픽업하러 와? 아주 눈에 뵈는 것이 없네!”김예훈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정소현을 힐끔 보자 정소현이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형부, 언니는 두날 뒤에 도착할 거예요. 엄마가 적응해야 한다면서 먼저 오자고 하길래요. 일단 포레스트 별장으로 모셔요. 아니면 한참을 난리 칠 거예요.”김예훈은 임은숙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한 시간 늦은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김예훈은 가만히 임은숙의 꾸지람을 들으면서 캐리어를 트렁크로 옮겼다.임은숙은 차에 올라타서야 조용해졌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김예훈을 보더니 물었다.“김예훈, 이 차 괜찮아 보이네? 얼마나 하는데?”김예훈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2억 원은 될 거예요.”“2억 원?”임은숙은 잠깐 멈칫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너는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좋은 차를 몰고 다녀? 오늘부터 이 차는 내 거야. 민아더러 너한테 2,000만 원 더 주라고 할 테니 너는 혼다 핏이나 몰고 다녀. 그리고 한 가지 더. 민아가 쑥스러움이 많아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 할게.”임은숙은 자료 하나를 운전석 팔걸이에 툭 올려놓으면서 말했다.“이거 지분 양도 계약서야. 얼른 사인해. CY 그룹 지분을 전부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부산 심씨 가문 SF 그룹 지분양도서? 김예훈, 이거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아주 마음에 들어.”김예훈한테 뭐라고 하던 임은숙은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이 지분양도서 합의서의 가치가 최소 40조 원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위에는 김예훈의 사인만 있었지 공증처 도장은 없었다.김예훈의 이름을 지우고 자기 이름으로 바꾸면 이 지분이 자기 것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임은숙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있는 김예훈은 골치가 아파 나기 시작했다. 이 지분이 그녀의 것으로 된다면 무조건 사고가 발생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임은숙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새로 리모델링한 포레스트 1호 별장을 보고 두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김예훈, 여기 부산에서 제일 좋다는 고급 별장 아니야? 그것도 1호 별장?”임은숙은 눈알을 굴리더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말해봐. 미리 부산에 오는 대신 민아가 얼마를 줬는지.”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제가 부산에 오는데 왜 민아한테서 돈을 받겠어요.”“민아가 돈도 안 줬는데 어떻게 지분양도서를 손에 넣었어?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고급스러운 별장에서 살 수 있겠어? 김예훈, 내가 말해주는데, 네 물건은 전부 내 딸 거야. 내 딸 것도 내 딸의 것이고. 간단히 말해서 다 나의 것이지!”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는 임은숙은 별장 앞에서 사진찍기 시작했다.뒷짐 쥐고 있던 정군도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임은숙이 김예훈의 집을 점령하여 미안해진 정소현이 말했다.“형부, 저도 저희 엄마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언니가 오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다시 잘 생각해 봐요. 지금은...”정소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임은숙더러 이곳을 떠나라고 한다면 무조건 난리 칠 것이 뻔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괜찮아. 어차피 방금 리모델링하기도 했고, 마음에 드시면 그냥 계시라고 해. 그런데 지분양도서는 못 줘. 어머님
“성남 쪽은 아직 마무리가 안 되어 당분간 못 갈 것 같아. 빨라야 모레면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요 며칠 고생 좀 해줘.”“고생은 무슨. 그래봤자 그냥 기사님 노릇이나 하면서 여기저기 구경시켜 드리는 거지.”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정민아는 여전히 피곤한 말투였다.“엄마 SNS가 없어서 못 봤겠지만, 댓글에서 이미 친척분들이랑 대화가 오가고 있더라고. 내가 알기로는 전부 다 견씨 가문에서 별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알고 있어.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그중 한 분이 포레스트 별장에 가기로 했어. 엄마가 그분께 네가 데리러 간다고 말씀드렸어...”김예훈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 왔다.부산에서 천군만마를 상대하면서도 머리가 아픈 적 없는데 임은숙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될 줄 몰랐다...“아무튼 김예훈, 절대 엄마랑 싸우면 안 돼. 내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 부산에 간 목적이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심정이야. 모레면 갈 거니까 그동안 고생 좀 해줘.”김예훈은 그제야 임은숙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어이가 없었다.부산에 온 목적이 정민아와 이혼하게 만드는 것이라니.임은숙은 이미 김예훈이 더 이상 부산 견씨 가문 수장인 정민아한테 어울릴 만한 사람이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임은숙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임씨 가문에서든 정씨 가문에서든 별로 중시를 받지 못했다고 해도 욕심이 많은 그녀로서 딸이 병신한테 시집가서 따라서 고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정민아가 승승장구하여 전국 10대 명문가인 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이 되었다니.이런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체 대한민국 상류사회에서 으뜸으로 뽑힐 수 있었다.임은숙은 딸 덕분에 인생 역전을 맞이했다.이러한 상황에서 별로 쓸모없어 보이는 사위를 쫓아내고 명문가 도련님을 사위로 만드는 것이 인생이 꽃피는 지름길이었다.아무리 김예훈이 CY 그룹 대표라고 해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심지어 오늘날
반 시간 뒤, 김예훈은 토요타 알파드 차량을 운전해서 한곳에 도착하게 되었다.이런 심부름을 하기 싫었지만 정민아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픽업하러 온 것이다.정민아가 와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나았다.아마도 임은숙이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자신과 싸우는 것일지도 몰랐다.이 순간까지도 정민아와의 이혼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앞에 딱 부산 현지인으로 보이는 모자가 보였다.5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엄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짜 명품을 입고 있었으며 짙은 화장을 하고서 심상찮은 포스를 풍겼다.현지인 텃세를 부리는 것만 같았다.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으로 보이는 아들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짜 명품을 입고 있었다.김예훈이 본 것이 맞다면 전부 가짜 명품이 맞았다.하지만 심상찮은 포스를 보면 진짜 같아 보이기도 했다.사진과 대조해 보던 김예훈은 상대가 임은숙이 SNS를 통해 연락이 닿은 부산에서 살고있는 친척, 육미선과 육지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면서 주차를 마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이때, 육미선은 화난 말투로 전화하고 있었다.“은숙아, 지금 뭐 하는 거야? 길가에서 5분이나 기다렸는데 왜 아무도 데리러 안 와? 외제 차 한 대를 보냈다며? 내가 말해주는데, 우리 부산에서는 벤츠, BMW, 아우디 이런 차는 별로 쓰게 안 봐. 포르쉐 아니면 앉지도 않는다고! 그리고 부산 견씨 가문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우리한테 잘해! 아니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니까! 우리가 별장에 가보는 게 싫어? 설마 SNS에 올린 사진들이 전부 가짜는 아니지? 글쎄 성남 촌놈이 포레스트 별장에서 산다 했어. 이렇게 행동하면서 방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꿈도 크셔. 3분 내로 차가 보이지 않으면 2날 뒤에 있을 소개팅을 취소할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마지막 한마디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방 도련님? 소개팅?’김예훈은 임은숙이 이렇게 속전속결로 일을 진행시킬 줄 몰랐다.비록
김예훈은 육미선의 손목을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이모님, 제 기억이 맞다면 파테크 필리프 브랜드는 쿼츠 시계를 출시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 매장에서 구매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대신 경찰에 신고해 드릴까요? 가짜 명품은 10배로 배상받을 수 있거든요. 2억 원이면 20억 원을 배상받을 수 있겠네요.”김예훈은 배시시 웃으면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육미선은 찔리는지 오른손으로 시계를 감추면서 화를 냈다.“기사 주제에 뭘 안다고 그래! 스위스에서 산 거거든? 스위스 같은데 가보기나 했어? 파테크 필리프가 무슨 네가 만든 브랜드도 아니고, 쿼츠 시계가 없다고 하면 없는 거야? 기사 주제에. 우리 집 기사가 아니기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에 쫓아냈어!”육미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기가 주제에 지각까지 했으면서 왜 이렇게 당당한 건데? 은숙이네가 벼락부자 집안이라 기사도 이 모양 이 꼴이네.’이때 옆에 있던 육지후가 인내심 부족한 말투로 말했다.“엄마, 기사 주제에 뭘 알겠어요. 뺨 때려도 꼼짝 못 하는 사람이랑 쓸데없는 말 해봤자 의미 없어요. 은숙 아줌마네 정말 포레스트 별장에서 사는지 얼른 가봐요. 아니라면 저녁에 부산 버뮤다에 공짜 뷔페나 먹으러 가요!”육지후는 김예훈을 무시하듯이 쳐다보았다.그저 기사로 보이는 김예훈은 고귀한 부산 현지인과 말 섞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육미선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말했다.“그래. 공짜 뷔페보다 중요할 게 뭐가 있겠어.”그녀는 김예훈을 힐끔 보면서 말했다.“차는 어디 있어! 좋은 차가 아니면 앉지도 않아!”김예훈 성격대로라면 진작에 이 둘을 버리고 갔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 모자한테서 무언가 캐내려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배시시 웃으면서 길가에 있는 토요타 알파드 차량을 가리켰다.“사모님, 도련님, 차는 저기 있습니다.”육미선과 육지훈은 그래도 부산에서 본 것이 있는 사람들이라 최신 알파드 차량을 보자마자 두 눈이 반짝거렸다.육지후는 다가가 차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엄마, 이거
김예훈은 입을 삐죽 내밀더니 어쩔 수 없이 차 문을 열어주었다.“사모님, 타시죠.”차 문이 열리고, 으리으리한 차량 내부가 보이자 육미선과 육지후는 두 눈이 반짝거렸다.차에 올라타자마자 임은숙 일가는 보이지 않게 사진을 여러 장 찍어 SNS에 올렸다.김예훈은 육지후가 SNS에 쓴 글을 힐끔 보고 어이가 없었다.[노력하면 보상받는 거야. 인생에서 첫 3억 원짜리 토요타 알파드.]‘좋아요’가 수없이 달리기 시작했다.이때, 한 여자 인플루언서가 육지후에게 음성메시지를 보냈다.“지후 오빠,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드라이브 좀 시켜주시면 안 돼요?”흥분한 육지후는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오빠 오늘 새로 산 별장에 입주하는 날이야. 저녁에 연락할게.”육지후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임은숙이 SNS에 올린 포레스트 별장 사진을 또 보내주었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저 못 들은 척하면서 말했다.“사모님, 방금 민아 씨한테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신 거 맞아요? 설마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 도련님은 아니죠?”“어머, 촌놈 주제에 방 도련님 이름도 알아?”육미선이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그래봤자 아예 다른 세계에서 살고있는 사람인데 알면 뭐 해. 그리고 기사 주제에 무슨 궁금한 게 그리 많아? 설마 네까짓 게 민아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육미선은 싫증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더는 그와 말을 섞기 싫었다.이미 답변을 얻은 김예훈 역시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이봐, 너무 천천히 가는 거 아니야?”몇 분 뒤, 육지후가 갑자기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이 속도로 언제 포레스트 별장에 도착한다고 그래! 길옆에 차 세워!”육지후가 길가에 있는 주차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왜요?”“세우라면 세워. 너무 느려서 내가 직접 운전해야겠어!”육지후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제대로 된 운전 실력을 보여줘야겠어.”“죄송합니다. 아무나 운전할 수 있는 차가 아닙니다.”“왜 내 아들이 운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육
이에 육미선도 덧붙였다.“맞아. 기사 주제에 왜 이리 호들갑이야? 네 것도 아닌 차를 우리 아들이 몰면 좀 어때서! 그리고, 우리 덕분에 이런 차를 몰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님. 평생 똥차나 몰고 다닐 팔자에!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얼른 차 세워!”육미선과 육지후는 자기 말에 도리가 있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했다.퍽!이 둘을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을 때, 앞에서 들려오는 굉음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고개 들어 쳐다보자 빨간 람보르기니 한 대가 뒤집혀 언제든지 강에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었다.“아가씨,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사람 살려요! 얼른 구급대원 불러주세요!”“비키세요! 비켜주세요!”이때, 뒤에 있던 롤스로이스 차량에서 집사로 보이는 중년남성이 달려오더니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그저 멍하니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김예훈은 인파 틈으로 람보르기니 차량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불씨를 발견하게 되었다.그리고 운전석에는 20살 가까이 되어보이는 젊은 여자가 기절해 있었다.한 폭의 그림과 같은 얼굴, 새하얀 피부, 우아한 분위기, 하지만 이마 쪽에 살짝 상처가 나 있었다.마침, 이 상처 때문에 기절해서 움직일 수 없어 보였다.뒤에 있는 롤스로이스에서 보디가드 두 명이 달려왔다.상황이 너무 험악하여 조금이라도 터치하면 바로 강에 떨어질 것만 같아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이러다 이 여자는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엔진이 폭발할 수도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뒀다간 최대3분 내로 폭발해서 시체도 보존할 수 없었다.행인들도 이 상황을 알아차리고 본능적으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부산 대교 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김예훈은 급히 차를 세우고 밖으로 뛰어갔다.육미선과 육지후는 그런 그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런 젠장. 우리를 데리고 이 위험한 곳을 벗어날 생각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