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다시 악독한 표정으로 돌아온 오려원은 일을 그르친 아줌마들을 욕하기 시작했다.이런 일은 실패한 순간 다시 시도해 보려고 해도 기관에서 허락하지 않았다.오려원은 고개 들어 누구나 질투할 만한 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는 하은혜를 쳐다보았다.하은혜는 향만 올릴 뿐 무릎을 꿇지도, 허리를 숙이지도 않고 그저 아무렇지 않게 오려원의 앞으로 가 앉았다.“오려원 씨,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게요.”“감사합니다. 하은혜 씨.”오려원은 하은혜를 알고있는 듯 주위 사람들한테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은혜 씨가 저랑 거래를 하고 싶다면서요? 어떤 거래인지 여쭤봐도 될까요?”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김예훈 씨가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할 만할 증거를 원합니다.”오려원이 멈칫하더니 대뜸 화를 냈다.“하은혜 씨, 심씨 가문의 손녀라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아세요? 김예훈 그놈은 제 딸을 죽였다고요. 어떻게 이곳에 와서 결백을 증명할 만한 증거를 달라고 할 수 있죠? 생각이 짧은 거예요 아니면 저희 오씨 가문을 만만하게 본 거예요?”오려원은 하은혜를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의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 시대의 진정한 막돼먹은 여자였다.“오려원 씨. 굳이 말을 돌려서 하지 않을게요... 저처럼 나약한 여자가 어떻게 당신을 건드릴 수 있겠어요.”하은혜는 아무렇지 않게 가방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 오려원에게 건넸다.“당신은 일본 국적을 따내기 위해 남편마저 살해한 사람이잖아요. 당신을 건드렸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까 봐 겁나네요.”하은혜의 담담한 말투에 오려원은 눈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건네받은 사진을 보고 특히나 그랬다.낡아빠진 사진들을 하나씩 보면 느끼는 바가 없을 테지만 선후 순서대로 보면 오려원이 남편을 살해한 과정을 알수 있었다.오려원은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침착한 척했다.“하은혜 씨, 왜 저한테 이런 사진을 보여주는 건데요? 제 남편은 일본에
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관심 없으시다? 그러면 흥미를 느낄만한 일에 대해 말해볼까요?”하은혜는 계좌이체 기록이 담겨있는 자료들을 꺼냈다.“이 은행 계좌들은 오려원 씨가 해외에서 사용하시는 계좌이죠? 따님이 죽기 전, 이 돈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입금되었더라고요. 저마다 거래 내용이 있긴 한데 조사해 보니 전부 가짜 거래더라고요. 누군가 돈세탁을 하기 위해 당신의 명의를 빌렸을 뿐이죠. 액수는 많지 않던데... 400억 원이었나?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네요? 어떻게 고작 400억 원 때문에 따님을 팔아넘길 수 있죠? 제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도박으로 빚진 6천억 원마저도 모두 청산되었더라고요? 따님의 몸값이 꽤 높았나요?”하은혜는 또 자료 몇 개를 꺼내 오려원의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오려원은 하은혜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누군가 저한테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안 믿었거든요. 오늘 은혜 씨를 보니 이제야 알겠네요. 심씨 가문은 역시 충청 부잣집이 맞네요! 말씀해 보세요. 원하는 게 무엇인지!”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저희 김 대표님은 무사히 풀려나야 합니다. 이미지에도 손상가면 안 되고요.”오려원의 미소는 어색하기만 했다.“제 딸이 자살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세요? 그리고 이 증거는 김예훈 씨가 모함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요?”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네.”오려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하은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고작 김예훈 같은 이방인 때문에 어떻게 죽은 사람을 건드릴 수가 있어요? 저주를 받을까 봐 두렵지도 않으세요?”하은혜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아니요. 저한테는 또 다른 자료도 있거든요. 당신은 어떻게든 딸을 이용해 영주권을 따내고 싶어 했죠. 영주권을 따내기 위해, 일본 성씨를 가지기 위해 당신의 딸은 여러 남자들의 애인이 되어야 했죠. 결국 몇 년이 안 지나 원하던 것을 따내긴 했지만 그때는 어려서 몰랐던 사실이 있었죠.
“정말 따님을 잘 두셨어요!”하은혜가 비꼬면서 말했다.“따님이 목숨 걸고 따낸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거 양심에 찔리지도 않으세요? 급히 부정할 필요도 없어요. 그 표정, 그 눈빛, 그 행동을 보니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것 같네요. 만약 모르는 사실이었다면 가만히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겠죠. 안 그래요?”오려원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냉랭하게 말했다.“하은혜 씨, 만약 김예훈이 제 딸 때문에 억울하게 잡힌 거라고 생각되면 이 자료를 들고 경찰서에 가서 억울함을 풀어주면 될 거 아니에요. 왜 굳이 시간 낭비하면서까지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하은혜가 솔직하게 말했다.“사실 이 자료들은 부정행위를 통해 얻은 자료들이에요. 증거로 제출해봤자 인정도 안해줄 거예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이나 마찬가지죠.”오려원이 피식 웃었다.“그러면 꺼지든가! 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어!”하은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저한테는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오려원 씨한테 유용할 거예요.”오려원은 하은혜를 째려보았다.“이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딸은 이미 죽었는데 나한테 어떻게 김예훈의 결백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있겠냐고! 도대체 무슨 논리야! 이 말을 믿어줄 사람이 있을 것 같아?”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믿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경찰분들만 믿으면 되니까. 그리고 당신 따님이 했던 짓들을 보면 정말 의심 많고, 똑똑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더라고요. 죽기 직전까지도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려고 했잖아요. 그런 사람은 분명 증거를 남겨뒀을 거예요. 상대방이 돈을 안 줄까 봐 증거로 남겨둔 거죠. 그래야 당신이 돈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증거는 바로 당신한테 있을 거라고요. 안 그래요?”오려원은 극도로 어두워진 표정으로 하은혜를 째려보았다.“이 년이 그만하지 못해? 그 잘난 얼굴에 흠집을 내줘? 내 딸이 아무리 자작극을 벌였다고 해도 어떻게 나한테 말할 수 있겠냐고! 내가 죽을힘을 다해
하은혜의 담담하고 차분한 모습에 오려원은 피식 웃고 말았다.“역시 서울 하씨 가문과 부산 심씨 가문의 후계자는 다르네. 10대 명문가는 상상력마저도 일반인들보다 뛰어난가? 그런데 똑똑히 말해주는데, 당신이 원하는 증거 따위는 없다고! 이 자료들이 쓸모 있다고 해도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나를 재판장님 앞에 세우려면 일본에 보내야 할 텐데? 대한민국 법은 나한테 아무 소용이 없어. 이 사실이 공개되어 사람들이 날 비난한다고 해도 내가 신경 쓸 것 같아? 딸마저 죽은 상황에서 이런 걸 신경 쓸 것 같냐고! 내 딸을 죽인 범인을 죽일 수만 있다면 이미지 따위는 필요 없어.”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려원 씨, 말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죠. 부산 버뮤다 거리에 시위하라고 보낸 아줌마들은 이미 법을 어겼어요. 용연옥에서도 관심 가지고 보고 있다는데 이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면 경찰이 가만둘 것 같아요?”오려원이 음흉하게 웃었다.“그렇구나. 누가 돈이 그렇게 많나 했네. 감히 거리에 돈을 뿌려가면서 내 일을 망쳐? 충청 갑부 심현섭의 손녀라면 말이 달라지지.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지금부터 법을 잘 지키고 일본에 가서 살면 되지. 왜, 날 죽이기라도 할 건가?”하은혜는 한숨을 내쉬더니 마지막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야마자키파에서 부산 버뮤다 H 번지를 그렇게 욕심내고 있던데 이 땅을 선물로 드리는 대가로 김 대표님의 결백을 증명해달라고 하면 들어주지 않을까요? 당신이 잘 협조해 주지 않으면 어렵게 얻은 영주권을 다시 잃을 수도 있겠죠? 영주권이 없어지만 그 은행 계좌가 어떻게 될까요?”오려원은 아까와는 다르게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그녀에게는 영주권이 인생의 전부이기도 했다.이것을 잃어버리면 죽기보다 못했다.“제 거래를 받아주면 200억 원을 더 드릴게요. 깨끗한 돈이니 걱정하지 말고요. 이 돈이면 충분히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어때요? 대신, 부산에서의 모든 재산은 김 대표님의 소유로 들어가는 거예요. 다른 선택지는 없어요
저녁 무렵, 유홍기는 자료 하나를 들고 부산 제1 경찰서에 도착했다.심택연은 그런 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도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뭐 하러 왔어? 김예훈을 풀어달라고 빌러 왔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오늘 임 어르신 전화를 10통이나 끊은 사람이야. 김예훈을 풀어달라고? 어림도 없어.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내가 권력을 남용했다간 부산 경찰서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고, 임 어르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야! 그러니까 나가!”심택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출입문을 가리키자 유홍기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심 도련님, 저는 김 도련님을 풀어달라고 사정하러 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익명으로 증거를 보내왔길래요. 심 도련님께서도 좋아하실 만한 증거죠. 자료에 의하면 후지와라 미유 씨는 에이즈 말기라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었습니다. 어머님이신 오려원 씨가 남은 평생 편하게 살라고 고의로 김 도련님을 모함했던 것입니다. 김 도련님한테 에이즈를 감염시키려고 우연한 만남을 가정해 김 도련님 욕실마저 빌렸던 것입니다. 이 첫 번째 계획이 실패하니 제 죽음으로 김 도련님을 궁지로 몰고 간 거죠. 그래서 모든 알리바이는 전부 거짓입니다. 김 도련님께서는 무죄로 석방되어야할 뿐만 아니라 저희 경찰서에서 사과해야할 정도입니다...”유홍기는 주머니에서 녹음기 하나를 꺼내 심택연에게 들려주었고, 또 사진 한 장과 친필서까지 보여주었다.심택연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서서히 말했다.“확실한 거 맞아? 원본이긴 하고? 다른 사람한테 공개한 적 있어?”유홍기가 담담하게 말했다.“이 증거들을 받자마자 임 어르신께 보고드렸습니다. 임 어르신께서는 심 도련님께 드리면 알아서 잘 처리해 주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심 도련님을 그 정도로 믿는다고 하셨습니다.”심택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공과 사를 엄연히 구분하는 것이 맞긴 하지. 내일 아침 바로 석방해 드려. 그리고 언론에 사건의 진실도 알려드리고, 일
부산 제1 경찰서.김예훈은 변장우가 준비해 준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로 풀려났다.변장우 이들은 이상한 표정으로 경찰서 앞까지 배웅했다.아무도 김예훈이 잡힌 지 48시간도 안 되어 모든 알리바이가 뒤집힐 줄은 몰랐다.어쩌면 내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을 다시 설명해야 할지도 몰랐고, 심지어 이 사건이 더 복잡해질지도 몰랐다.하지만 김예훈이 무죄로 풀려난 것은 사실이었다.변장우 이들은 김예훈에게 너무 지나치게 무례하지 않았던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포르쉐 918 한대가 김예훈 앞에 세워지고, 차창이 내려지자 하은혜의 아리따운 얼굴이 보였다. 변장우 이들은 질투 나고 부럽기 그지없었다.하은혜는 차에서 내려 김예훈을 위해 직접 차 문을 열어주면서 웃으면서 말했다.“김 대표님, 수고 많으셨습니다.”김예훈은 변장우 이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수석에 올라탔다.“어떻게 해결하셨어요?”하은혜는 운전대를 돌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후지와라 미유 씨 쪽에서 크게 발견된 점은 없었지만 방향만 잘 잡으면 사건을 파헤치기 어렵지 않을 거예요. 오려원 씨한테 며칠만 더 줬다면 진작에 도망쳤을지도 몰라요. 그러면 저희한테 아무런 희망도 없었을 텐데 배후자가 성급한 나머지 저희에게 틈을 보여준 거죠. 그리고 저희 외삼촌을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어요. 저희 외삼촌은 피도 눈물도 없으신 분이신데, 외삼촌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김 대표님을 궁지로 몰고 갔을 거예요. 아무튼 계획이 치밀해 보여도 빈틈이 있어서 김 대표님을 빼내는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김예훈은 창문을 닫더니 말했다.“배후자가 방호철 씨라는 거 저희가 모두 아는 사실이잖아요. 제가 경매장에서 방호철 씨를 자극하는 바람에 완벽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해도 믿을 거예요?”하은혜가 미간만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예훈이 계속해서 말했다.“방호철 씨는 서울 4대 도련님인 것만큼 철저하게 계획하여 빈틈이 없을 거예요. 처음부터 목적이 저랑 임 어르신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김 대표님의 뜻은...”하은혜는 잠깐 생각에 잠긴 듯했다.“일본인도, 방호철 씨도 해결해버리면 심씨 가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거예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거, 상대방도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방호철 씨든 사쿠라 씨든 제가 살아서 이곳을 떠나는 거 지켜보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이때 김예훈과 하은혜의 표정이 동시에 변했다.김예훈이 왼손으로 하은혜의 다리를 터치하자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던 포르쉐 차량이 쏜살같이 앞으로 달렸다.피융!이때 총알 하나가 뒷좌석 유리를 뚫고 뒷좌석에 떨어졌다. 반응이 일 분이라도 늦었다면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저격수예요!”김예훈은 방호철이 저격수를 보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지 표정이 심각해졌다.이미 대한민국의 법을 어기려는 작정이었다.하은혜도 표정이 일그러지긴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들을 꺾어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피융!바로 이때, 또 총알 하나가 맞은편에 있던 화물차 트럭에 꽂혔다.트럭 기사는 비명을 지르더니 아예 신호등에 차를 박고 말았다.사면팔방에서 오는 차들이 멈춰버리자, 차 주인들은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긴 했지만 도통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이때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차가 도착했다.김예훈과 하은혜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다. 김예훈은 저 멀리 있는 폐기된 건물에서 빨간 점이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이쪽을 노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저격수는 가면에 기다란 코트를 입고 있어 얼굴도, 성별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심지어 전체 부산을 사냥장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똑바로 서서 특이하게 총을 잡고 거침없이 김예훈을 노리고 있었다.“엎드려요!”“차를 버려요!”김예훈은 한순간에 판단이 섰는지 하은혜더러 핸들을 돌리라면서 비좁은 골목으로 안내했다.이때, 또 총알 하나가 앞바퀴를 관통했다.반응이 빨랐던 덕분에 차량은 비틀거리면서 골목에 들어서게 되었다.김예훈은 두 사람의 안전벨트를 풀어 하은혜를 안은 채 차 밖으로 뛰어내렸다.퍽!
김예훈은 상대방의 선제공격에 화를 내는 대신 침착하게 피해 다닐 뿐이었다. 결국 지름길을 통해 폐기된 그 건물에 도착하게 되었다.“하하, 재밌군!”코트를 입고있는 저격수가 중얼거렸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여자인 것 같았다.그녀는 아예 가면을 벗어던지고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이곳을 벗어나는 대신 총알을 장전하고 김예훈이 무조건 지나칠 길을 폭파시키려고 했다.몇 초 뒤, 저격수는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퍽!김예훈이 피하는 바람에 총알은 머리 위에 있던 기둥에 꽂혔다.필사의 일격이 실패하자 저격수는 표정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일본에서 유명한 저격수로서 쏘는 총마다 치명적이었다.김예훈이 연속적으로 리듬을 파괴하긴 했지만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그녀는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방아쇠를 당겨 반대 방향을 사격했다.퍽!또 한 번 거대한 소리가 들려오자, 이번에는 무조건 김예훈의 머리를 적중 시켰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나타난 것은 김예훈의 머리 대신 그의 외투였다.긴박하던 발걸음 소리마저 사라지고, 김예훈은 어느샌가 모습을 감추었다.“젠장!”김예훈의 실력이 이 정도일지 몰랐는지 저격수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지고 말았다.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의 총알을 피하는 사람은 없었다.김예훈이 이 정도로 상대하기 어려운 놈일 줄 몰랐다.저격수는 여러 번의 실패에도 상심하지 않고 수류탄 하나를 꺼내 김예훈이 있는 곳에 던졌다.퍽!거대한 폭발 소리와 함께 건물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이와 동시에 김예훈은 건물에서 몸을 피해 땅바닥을 굴렀다.저격수는 또다시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매번 김예훈이 착지한 곳을 적중하게 되었지만 김예훈은 그녀의 다음 행동을 먼저 예상했다는 듯이 깔끔하게 앞구르기 해서 벽 뒤에 몸을 숨겼다.저격수의 표정은 점점 더 사악해졌다.이 바닥에서 킬러를 해오면서 이렇게까지 상대하기 어려운 놈은 처음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김예훈이 끝까지 총알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끊임없는 사격에 벽에 구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