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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0화

하은혜의 담담하고 차분한 모습에 오려원은 피식 웃고 말았다.

“역시 서울 하씨 가문과 부산 심씨 가문의 후계자는 다르네. 10대 명문가는 상상력마저도 일반인들보다 뛰어난가? 그런데 똑똑히 말해주는데, 당신이 원하는 증거 따위는 없다고! 이 자료들이 쓸모 있다고 해도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나를 재판장님 앞에 세우려면 일본에 보내야 할 텐데? 대한민국 법은 나한테 아무 소용이 없어. 이 사실이 공개되어 사람들이 날 비난한다고 해도 내가 신경 쓸 것 같아? 딸마저 죽은 상황에서 이런 걸 신경 쓸 것 같냐고! 내 딸을 죽인 범인을 죽일 수만 있다면 이미지 따위는 필요 없어.”

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

“오려원 씨, 말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죠. 부산 버뮤다 거리에 시위하라고 보낸 아줌마들은 이미 법을 어겼어요. 용연옥에서도 관심 가지고 보고 있다는데 이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면 경찰이 가만둘 것 같아요?”

오려원이 음흉하게 웃었다.

“그렇구나. 누가 돈이 그렇게 많나 했네. 감히 거리에 돈을 뿌려가면서 내 일을 망쳐? 충청 갑부 심현섭의 손녀라면 말이 달라지지.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지금부터 법을 잘 지키고 일본에 가서 살면 되지. 왜, 날 죽이기라도 할 건가?”

하은혜는 한숨을 내쉬더니 마지막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야마자키파에서 부산 버뮤다 H 번지를 그렇게 욕심내고 있던데 이 땅을 선물로 드리는 대가로 김 대표님의 결백을 증명해달라고 하면 들어주지 않을까요? 당신이 잘 협조해 주지 않으면 어렵게 얻은 영주권을 다시 잃을 수도 있겠죠? 영주권이 없어지만 그 은행 계좌가 어떻게 될까요?”

오려원은 아까와는 다르게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영주권이 인생의 전부이기도 했다.

이것을 잃어버리면 죽기보다 못했다.

“제 거래를 받아주면 200억 원을 더 드릴게요. 깨끗한 돈이니 걱정하지 말고요. 이 돈이면 충분히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어때요? 대신, 부산에서의 모든 재산은 김 대표님의 소유로 들어가는 거예요. 다른 선택지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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