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가 화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꺼져!”곽영현은 눈을 치켜뜨고 김영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왜? 화나셨어요? 단지 하나의 선택사항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대로 선택해 보세요.”김예훈은 돌연 곽영현을 발로 차는 바람에 그는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그러고는 냉철하게 말했다. “선택하긴 뭘 선택해!”곽영현의 잘생긴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김예훈이 이런 장소에서 자신한테 손찌검할 줄은 전혀 몰랐다. 곽영현은 무섭도록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김예훈, 이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당신 아내는 내가 찜했어! 잘 챙기라고!”김예훈은 차갑게 대꾸했다.“다시 한번 지껄여 봐!”곽영현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당신 여자, 내가 갖고야 말겠어!”퍽!김예훈은 단번에 곽영현을 발로 차 날려버렸다. 이 소란으로 인해 밖에 있던 사람들조차 이목이 쏠렸다. 한 무리의 곽영현 보디가드들이 전부 달려왔다.이 와중에 김예훈은 침착하게 앞으로 향해 나아갔다. “여보, 흥분하지 마!”정민아는 깜짝 놀랐다.이번에는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결국 또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그때 곽영현의 몇몇 보디가드들이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김예훈한테는 한주먹 거리도 되지 않았다. 잠시 후, 곽영현은 김예훈의 발밑에 짓밟혔다. “김예훈, 당신이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 해도 과연 나를 죽일 수있을가?”곽영현은 미친 듯이 웃었다.“당신은 절대 못 해! 만약 내가 여기에서 죽는다면 당신의 가족, 친구 그리고 당신의 지인들까지 모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죽이지 않는다 해도 내가 널 죽일 거야! 김예훈, 뭘 선택할래?!”김예훈은 곽영현의 목을 조르며 천천히 그를 들어 올렸다. 김예훈은 노려보는 것도 잠시 그를 뿌리침과 동시에 곽영현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오늘 밤 경매회에 온 목적은 세 점의 국보를 가져가는 것, 더욱이 병부는 절대로 인도의 수중에 들어가면 안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곽영현을 아직 죽일 수 없
경매 현장.곽영현과 곽연우의 안색은 무척이나 어두웠다.한참 후, 곽영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자식이 진짜로 4조를 긁었단 말이야?”“그렇습니다. 이미 계좌에 입금됐습니다. 잠깐, 자금이 동결됐네요!”이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곽연우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자금이 동결돼? 아무래도 김 고문의 뒷배에는 누군가 있는 것이 분명해!”곽영현의 안색이 굳어졌다.“별일 아니야. 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리보다 더 골치 아픈 사람은 따로 있으니 우리는 구경만 하면 돼.”...3일 후, 프리미엄 가든.3일 동안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벤츠 차 한 대가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차 안에는 평범한 차림새를 한 두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이들은 거리에 있어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전혀 위화감이 없었고 심지어 선진적인 안면인식 장치로도 감별해 내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런 대중적인 얼굴은 현대 성형 기술로 만들어졌는데 이러한 현대 성형 기술을 갖춘 나라는 인도뿐이었다. 그 때문에 3일 동안 미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민아의 신변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조직의 고수들마저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프리미엄 가든에서 핑크색의 롤스로이스가 떠난 후에야 이 둘은 서로 눈빛 교환을 했고 그 중 한 사람이 곧장 핸드폰을 들었다. “안 사장님, 저희가 알아냈습니다...”...저녁 식사 시간.성남교외에 위치한 낡은 별장 안. 이때, 도요타 알파드 한대가 멈춰 섰고 곧바로 문이 열리면서 군대식 복장을 입은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러 개의 관문을 통과한 후에야 옥상에 올라갈 수 있었다. 밝은 조명으로 뒤덮인 옥상 양쪽에는 적지 않는 보디가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이곳은 밤바람이 심하게 불어댔고 바람이 불 때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입고 있던 바람막이 옷이 펄럭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사람들 속에는 두 명의 큰 인물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진주의 4대 도련님 중 한 명인 곽영현과 한국지사 청별 그룹 부사장인 안재석이었다. 곽영
김예훈이 김세자라니!이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현장의 모두를 놀라게 했다.안재석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선우야, 아주 잘했어! 이런 것까지 추리해 내고 말이야! 비록 확실한 증거는 찾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추리대로라면 거기서부터 준비해야지! 김예훈이 정말로 김세자면 그가 4조 원을 결제한 순간부터 자금이 동결되기까지 모든 것이 말이 되겠군.”곽영현이 옆에서 담담하게 말했다.“일명 경기도를 이끄는 성남의 일인자, 김세자 정도는 되어야 이토록 나댈 수 있지! 김예훈이 김세자가 된 이 시점에서 그토록 상대하기 어렵다는데, 안 사장님, 어떻게 진행할 생각입니까?”안재석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김세자,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 청별 그룹 입장에서는 상대도 안 될걸요?”곽영현은 웃으며 말했다.“안 사장님, 잊지 마세요. 일전에 청별 그룹의 이형택 씨가 바로 그 사람 손에 놀아났어요. 그뿐만 아니라 듣자 하니 한국지사 청별 그룹의 8대 천왕 중 4분도 그 사람 손에 놀아났다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안재석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곽영현은 재료 한 묶음을 내놓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김예훈은 별것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확실한 한 사람이 있지요. 당도 부대소속 당도의 무신, 박인철!”“제가 비록 그 둘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소식통에 의하면 박인철은김예훈을 위하여 여러 차례 발 벗고 나선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세자를 상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당신 곁에 있는 4대 천왕은 물론이고 저희 진주의 무법지대에서도 그를 상대할 자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그는 세기의 무신이니까요! 그 누구든 무신이라 불린다면 모두가 무적의 존재이죠. 이 때문에 우리가 김세자를 상대하려면 확실한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히려 우리까지 말려들 수 있습니다!”곽영현은 때로는 제멋대로 나대거나 설칠 때도 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무척 신중한 사람이었다. 경
“8대 천왕 중 남은 사대 천왕은 쭉 이 대표 신변을 보호하던 이들이어서 죽은 사대 천왕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나지요. 거기에 태권도 삼대 거장까지 힘을 합치면 성남시뿐이겠어요, 어디. 경기도까지도 무서울 것 없네요. 7대 고수가 저한테 힘을 실어주면 한 손으로도 김세자, 그 인간 날려버릴 수 있겠죠!”안재석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걸려있었다.“그리고 죽은 천왕들이 김예훈의 술수에 기습당한 거라고 내가 얘기를 해놔서 지금 사대천왕들도 엄청 화가 나 있을 거예요.”“이야! 역시 대단해요!”곽영현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어 보였다.“재미난 구경을 하려고 성남에 와 본 건데, 제가 기대 이상의 대단한 구경을 하게 생겼네요. 이번 일만 성사되면 성남뿐만 아니라 우리 진주에서도 안 사장님을 우러러 받들어 모셔야겠네요!”분명히 안재석 같은 인도 세력은 곽영현의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성남시를 뚫고 들어가려면 스스로 나서주는 졸개가 필요한 이 상황에서 몇 마디 말로 그를 추켜세우는 것쯤이야 별로 어려운 게 아니었다.“말씀 참 감사하네요!”안재석은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바로 말머리를 돌렸다.“그래서 말입니다. 곽 도련님 주위에서 저를 좀 도움 주셔야겠어요. 우리가 인도에서 와서 외교 면책권은 있다지만, 김세자 그 인간이 경기도 관아와의 관계가 막역하니 우리한테 당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감싸고 돌 게 뻔하니까, 곽 도련님이 최소한 기관 쪽은 막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일이 잘 마무리되면 청별 그룹도 입 싹 씻고 그러진 않아요. 당연히 같이 잔치를 치러야죠. 경기도를 양분할지 삼분할지 결정권은 그때 가서 그대 손에 맡길게요.”“걱정하지 말고 진행하시죠. 여기 진주 4대 가문은 안 대표 편에 서 있어요.”곽영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띠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하정민과 공문철은 이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고, 양정국과 왕태호와 같은 인물이야 뭐 안 대표가 상대하기에 너무 식은 죽 먹기 아닌가요?”양정국과 왕태호가 성남시에서는 일
안재석과 곽영현 둘이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안, 집으로 돌아온 정소현에게 발목 잡힌 김예훈은 며칠 뒤 대학에 같이 가달라는 매달림에 시달리고 있었다.정소현은 무슨 생각인지 전국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결국엔 성남시에 남아서 대학에 다니기로 했다. 학교도 이미 기성대로 선택해 놓은 상태였다. 기성대학교도 10대 명문이지만, 정소현 입장에서는 집과 가까워서 친숙해서 그런지 후보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서 기성대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김예훈도 자연스레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김예훈은 특별히 기성대 일인자 주현강 총장한테 전화도 넣었고 부탁도 해뒀다.얼마 뒤 김예훈의 기억 저편에 잊고 있던 한 여인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정소현 고삼 담임 이예운 선생님이다.이예운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소현이가 요즘 수업이 너무 뒤처진 상태라 기성대에 가려면 수업 보충도 그렇고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선생님 의견을 듣고 김예훈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곧장 정소현의 손을 잡아끌고 1층으로 내려가서는 차에 태워서 학원으로 향했다.집에 돌아온 김예훈은 샤워를 다 하고 막 쉬려는 순간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하은혜의 조금은 심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대표님, 시간 늦었는데 죄송합니다. 꼭 말씀드려야 할 소식이 있어서요.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안재석 사장이 성남시에 들어 온 지 며칠 되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닌다고 합니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이형택한테 진작에 말했는데도 청별에서 감히 경기도에 발을 디딘다? 열이면 열 내가 다 밝아 버릴 거라고 분명히 얘기했던 것 같은데요.”하은혜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대표님, 이형택이 죽었는데, 그게 이대정이 직접 손을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을 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안재석이 마냥 광기 어린 인물이라서 대표님께 피해가 갈까 봐 걱정됩니다.”김예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이번 경매장에서 체면도 구겼겠다 화도 났겠고 그 성격에 지금까지 당한 거 싸
김예훈의 걱정스러운 말에 하은혜는 멍해 있다가 한참 뒤에야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대표님, 방금 같은 말씀은 그분 앞에서는 절대 하지 마세요. 저를 죽이라고 할 수도 있어서 겁나네요.”김예훈은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정민아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글쎄요.”하은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여자는 여자가 제일 잘 알아요. 모든 일에는 지나치면 안 되는 도라는 게 있잖아요. 내 남자라면 방금 건 누구라도 못 참아요.”하은혜의 말에 김예훈은 사레가 들렸고 머쓱한지 손으로 코를 만지작거렸다. 사람 참 무안하게 굳이 말해도 꼭 진짜 뭐가 있는 것처럼 말하니까 머쓱했다.통화 중이던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고 분위기가 참 어색했다. 한참 정적이 흐른 뒤하은혜가 불현듯 뭐가 생각났던지 그 침묵을 먼저 깼다. “대표님, 머지않아 저는 먼 길을 떠나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가면 아마 서너 달은 걸릴 것 같습니다... 업무는 걱정하지 마세요. 미리 부대표님에게 인계 해놓겠습니다. 회사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겁니다.”김예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먼 길? 어디로 가는데요?”하은혜는 웃으며 답했다.“일신상의 사유입니다. 최대한 빨리 복귀하겠습니다. 대표님께서 저 없다고 제 생각 할까 봐 미리 말씀드려요.”말을 마친 하은혜는 가볍게 웃어 보이며 빠르게 통화를 끊어버렸다. 통화를 마친 하은혜는 눈앞의 빨간 편지를 쳐다보았고 아리따운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표정은 조소가 엿보였다.핸드폰을 들고 있던 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오늘따라 하은혜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도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쾅쾅!”그때 겨울밤의 연막 아래 천둥 같은 폭음소리가 크게 울렸고 성남의 밤은 순식간에 번쩍였다. 다음날, 김예훈은 변함없이 늘 하던 대로 행동했다. 여전히 정민아가 출근을 한 뒤에야 집을 나섰다. 저녁 무렵, 그는 새로 임명된 보안 팀장을 곁에 두고 밖으로 향했다.어느 외진 골목에 다다랐을 때, 김예훈의 발걸
이선우는 어안이 벙벙하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거만하기 짝이 없네. 당신 뒷배가 박인철, 오정범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어. 그런데 이를 어쩌나. 아쉽게도 박인철은 경기 국방부 전선에 소동이 있을 거라 그쪽에 발이 묶일 테고, 오정범이는 지금 자기 몸 하나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일 텐데.”이선우의 얼굴에는 잔혹한 미소가 스쳤다.“박인철이 자리를 비우게 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오정범은 우리 애들 백여 명이 이미 발을 묶어 뒀지. 지금 당장 목을 칠 수 있다는 얘기지.”김예훈은 가타부타 말없이 웃음을 지었다.“백여 명씩이나 보내면서 오정범의 이력 조사는 제대로 안 했나 보네. 암만 퇴역 군인이라도 당도 부대를 나온 사람인데 일개 꾼 백여 명이 상대가 된다고 생각했나 보지? 실력을 따지면 군사장급은 되어야 상대가 될까 말까 한데.”이선우는 비웃어 보이며 말했다.“이봐 김 씨. 우리도 확인 다 하고 움직여. 조사조차 제대로 안 했을까 봐. 거기 간 애들 다 우리나라 군대 나온 애들이고 군사장급은 몰라도 거기 다들 장군들이야!”“오정범이 암만 날고 기어도 그 많은 상대를 어떻게 이겨, 못 이겨.”“박인철인 줄 아나 봐.”“박인철이 와도 무신 급 손들이 많아서 우리가 그냥 막을 수 있다고. 더구나 박인철이 든, 오정범이든 그들의 생사가 우리 관심사가 아니라서. 알지? 우리가 죽이려는 건 김세자 당신이야. 당신만 죽이면 성남이든 경기든 우두머리 없는 오합지졸일 텐데 여기는 우리가 접수할 것이고 우리 천하가 되는 거야.”이선우는 말 다 하고 비슷한 일을 너무 많이 경험해 봤다는 듯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선우는 김세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이혁은 안색이 수없이 변하더니 김예훈을 호위하며 외쳤다.“당신들 함부로 하지 마. 경찰에 신고할 거야!”비록 이혁도 김예훈이 잘 싸운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망명객들을 상대로 싸운다는 게 걱정이 앞섰다.“경찰?”이선우의 표정은 온통 비아냥거림뿐이었다.“얼마든지 신고해. 한 명이라
예상 밖의 광경에 놀라 이선우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김예훈이 진작에 판을 짰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순간 이선우는 악바리와 같이 소리쳤다.“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총포 쏘고 무조건 죽여!”이선우의 명령과 함께 서른여 명의 사내는 허리춤에서 총기를 꺼내 들었다.“탕. 탕. 탕.”큰 총성이 들리더니 조금 전까지 김예훈에 총포를 겨누던 사내들이 하나둘씩 소리 없이 쓰러져 나갔다. 그들의 미간에는 작은 총알구멍이 하나씩 박혀있었다. 이선우의 안색이 말이 아니게 변했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검은 정장의 꾼들 사이로 서서히 길이 터지더니 껄렁껄렁하게 걸어 나오는 한 사람이 보였다. 그를 알아본 이선우의 안색은 잿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오정범, 잡혀 있어야 할 사람이 어떻게 나온 거지?”분명히 여기 오기 전에 오정범을 포위 공격하게 백여 명을 보냈는데, 말도 안 되게 이렇게 멀쩡하게 눈앞에 나타나 있으니, 이선우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당신네 그 정도 수는 김 대표님이 진작에 읽었지. 정말 잡혀 있는 게 나라고 생각해?”오정범은 손에 든 소음총을 훅하고 불더니 말을 이었다.“재밌는 사실을 말해 주자면, 당신들이 잡아 논 사람은 박인철이야.”“뭐? 말도 안 돼!”이선우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난색을 보였다.김예훈은 담담하게 골목길 저편을 향해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읽은 오정범은 더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고 곧장 이선우를 발로 걷어차서 바닥에 눕혔다.이선우는 막아낼 겨를도 없이 발에 치여 몇 바퀴 뒹굴어 벽에 부딪혔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정범은 이선우의 앞에 서더니 그의 얼굴을 밟고 담담하게 말했다.“이 정도 재주로 감히 우리 대표님을 직접 상대해? 안재석이도 다 살았네.”말을 마치고 오정범은 이내 공손한 얼굴로 김예훈을 향해 물었다.“김 대표님, 죽여요? 살려요?”“죽여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답했다.오정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허리춤의 당도 칼자루에 오른손을 올렸고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