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별 그룹과 맞서다니? 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 아닌가?경매장에 심어놓은 사람들이 금액을 외치는 소리가 막바지에 이르자 안재석은 침착하게 자신의 패들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희 인도지사 청별 그룹에서는 2,200억을 내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경매장 안의 모든 사람이 흠칫 놀랐다. 예전의 청별 그룹은 경기도에서 실적이 부진했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았다. 대부분 성남 지역의 사람들만이 알 수 있었다. 더욱이 강력한 청별 그룹에 세력 때문에 감히 그 누구도 떠벌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니 이 일은 더 이상 소문 나지 않았다. 이 순간 들려 온 강력한 청별 그룹의 목소리로 인해 경매에 응찰하는 경쟁자는 당연히 없었다. 경매장에 심어 놓은 사람들도 목적을 달성했기에 이제는 깔끔하게 퇴장했다!경매장 안 각 지역의 사장들은 안재석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알아보겠네, 저 사람은 한국지사 청별 그룹에 새로 부임한 부사장, 안재석이군!”“듣자 하니 그는 인도에서 태권도 일인자인 박용진의 직속 제자라지!”“인도에서 안씨 가문은 제일의 명문가라네!”누군가 안재석의 신분을 알아차리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한국지사 청별 그룹의 부사장이라니!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라운 그의 신분에 모두가 경악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재석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곽연우는 빠르게 현장을 한번 훑어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2,200억 한번!”“두 번!”곽연우가 세 번을 외치려던 찰나, 경매장 안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가 3,000억을 내겠습니다.”그 소리에 곽연우는 멍해졌다. 안재석을 포함한 모든 사람도 함께 멍해 있었다. 이 장소에서 안재석과 청별 그룹에 맞서는 사람이 있다니?순간 경매장 안의 모든 시선이 뒤쪽을 향했다. 정민아 역시 멍해 있었다. 왜냐하면 금액을 부른 사람이 김예훈이라니!“뭐? 당신은!”곽연우는 한눈에 김예훈을 알아보았다. 그는 이런 장소에서 김예훈을 만날 거라고는 꿈에서
“헉!”경매장 전체에는 놀라운 감탄사와 함께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놀라웠다!감히 이런 장소에서 청별 그룹과 맞서다니?이건 물건을 뺏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청별 그룹과 끝까지 대적하는 격이기에 그가 정말로 겁이 없는 사람 같았다!과연 오늘 그가 살아서 경매장을 나갈 수 있을까?“이런 X! 이게 죽으려고!”화가 끝까지 치밀어 오른 안재석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그는 인도에서 말 한마디면 모든 일을 해결할 정도의 큰 인물이라 그 누구도 그를 거역할 사람이 없었기에 이는 그가 제멋대로 날뛰는 오만한 성격을 가지는 데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그런데 감히 오늘 이 작은 경매회에서 한두 번도 아니고 그와 맞선다고?지금 이 순간 안재석은 김예훈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원래 계획대로라면 2,200억 원에 세 점의 진귀한 보물을 손에 넣어야 했다. 그러나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이 원래 계획의 3배나 넘는 돈을 부르다니!비록 안재석의 돈은 아니었지만, 핵심은 이번 경매가 그가 부사장으로 임명되고 나서의 첫 미션이었다.첫 미션에 3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니, 이후에 그가 어떻게 청별 그룹과 인도에서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5,200억!”안재석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버린 채로 멀리 있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6,000억!”담담하게 금액을 부른 김예훈은 말을 이어갔다.“너희 인도 사람들은 다 똑같아. 허세만 가득했지, 소심하다고. 이런 장소에서 호가를 조 단위도 부르지 못할 거면서 감히 날 상대하겠다고?”훅.늘 인도 사람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안재석이기에 김예훈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도 맞는 것이 김예훈의 호가는 1,000억 단위인데 안재석은 200억 단위였으니 당연히 소인배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만약 그가 홧김에 호가를 7,000억, 8,000억으로 불렀을 때 이 녀석이 따라와 주지 않는다면? 곽씨 골동품 가게에서 절
정민아는 곽연우의 설명을 듣고는 순간 얼굴이 ‘싹’ 바뀌었다.그녀는 곽씨 골동품 가게가 청별 그룹과 협의하여 입찰자를 정해놓고 경매를 진행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리 김예훈이 경매 도중에 물품을 낚아챘다고 한들 곽씨 골동품 가게에서 이렇게 비겁하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경매품을 낙찰했는데 갑자기 달러로 지불하라고?’그러나 김예훈은 오히려 담담했다.오늘 밤의 주최는 진주의 곽씨 가문이고 그들의 대상은 청별 그룹인데 감히 누가 상대할 수 있겠는가?“누가 그래? 경매가 단위가 달러라고?”김예훈은 침착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어. 곽씨 골동품 가게가 내 소유인데 최종결정권은 나한테 있지. 내가 어떻다고 하면 어떤 거지. 맘에 들지 않으면 어디 한번 덤벼보시던가?”이때, 마른 체구에 하얀색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경매장 뒤편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 미소를 머금은 듯한 그의 시선은 곧장 김예훈에게로 향했다.그를 보자마자 곽연우는 움찔해서 빠른 보폭으로 그를 향해 걸어갔다. “곽 도련님!”김예훈은 그를 자세히 바라보고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곽 도련님? 진주 곽씨 가문의 곽영현?”곽영현은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접니다. 이분은 아마도 얼마 전 저희 곽 씨 골동품 가게를 파산시킬 뻔한 김예훈씨 김 고문님이시죠? 김 고문님, 오늘 밤 저희가 주최한다는 것을 당신은 분명 알고 있었겠죠. 그럼에도 소란을 일으키다니, 그 용기가 대단하네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딴 곳에 오면서 용기가 왜 필요해요?”“확실히 필요하진 않죠. 그러나 모든 건 경매 규정에 근거하여 진행됩니다. 당신이 물건을 낙찰했으니, 돈을 지불하셔야겠죠? 만약 돈을 지불하지 못한다면 저희 쪽에서 홧김에 다리라도 부러뜨린다 해도 아마 그 누구도 대신해 나서줄 사람이 없겠죠?”곽영현의 부드러운 웃음 사이로 검은 속내가 비쳤다. 김예훈은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수법도 남다른 것이 역시나 진주의 큰 도련님이시네요! 아마도 제가 금액
정민아가 화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꺼져!”곽영현은 눈을 치켜뜨고 김영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왜? 화나셨어요? 단지 하나의 선택사항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대로 선택해 보세요.”김예훈은 돌연 곽영현을 발로 차는 바람에 그는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그러고는 냉철하게 말했다. “선택하긴 뭘 선택해!”곽영현의 잘생긴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김예훈이 이런 장소에서 자신한테 손찌검할 줄은 전혀 몰랐다. 곽영현은 무섭도록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김예훈, 이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당신 아내는 내가 찜했어! 잘 챙기라고!”김예훈은 차갑게 대꾸했다.“다시 한번 지껄여 봐!”곽영현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당신 여자, 내가 갖고야 말겠어!”퍽!김예훈은 단번에 곽영현을 발로 차 날려버렸다. 이 소란으로 인해 밖에 있던 사람들조차 이목이 쏠렸다. 한 무리의 곽영현 보디가드들이 전부 달려왔다.이 와중에 김예훈은 침착하게 앞으로 향해 나아갔다. “여보, 흥분하지 마!”정민아는 깜짝 놀랐다.이번에는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결국 또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그때 곽영현의 몇몇 보디가드들이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김예훈한테는 한주먹 거리도 되지 않았다. 잠시 후, 곽영현은 김예훈의 발밑에 짓밟혔다. “김예훈, 당신이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 해도 과연 나를 죽일 수있을가?”곽영현은 미친 듯이 웃었다.“당신은 절대 못 해! 만약 내가 여기에서 죽는다면 당신의 가족, 친구 그리고 당신의 지인들까지 모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죽이지 않는다 해도 내가 널 죽일 거야! 김예훈, 뭘 선택할래?!”김예훈은 곽영현의 목을 조르며 천천히 그를 들어 올렸다. 김예훈은 노려보는 것도 잠시 그를 뿌리침과 동시에 곽영현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오늘 밤 경매회에 온 목적은 세 점의 국보를 가져가는 것, 더욱이 병부는 절대로 인도의 수중에 들어가면 안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곽영현을 아직 죽일 수 없
경매 현장.곽영현과 곽연우의 안색은 무척이나 어두웠다.한참 후, 곽영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자식이 진짜로 4조를 긁었단 말이야?”“그렇습니다. 이미 계좌에 입금됐습니다. 잠깐, 자금이 동결됐네요!”이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곽연우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자금이 동결돼? 아무래도 김 고문의 뒷배에는 누군가 있는 것이 분명해!”곽영현의 안색이 굳어졌다.“별일 아니야. 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리보다 더 골치 아픈 사람은 따로 있으니 우리는 구경만 하면 돼.”...3일 후, 프리미엄 가든.3일 동안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벤츠 차 한 대가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차 안에는 평범한 차림새를 한 두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이들은 거리에 있어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전혀 위화감이 없었고 심지어 선진적인 안면인식 장치로도 감별해 내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런 대중적인 얼굴은 현대 성형 기술로 만들어졌는데 이러한 현대 성형 기술을 갖춘 나라는 인도뿐이었다. 그 때문에 3일 동안 미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민아의 신변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조직의 고수들마저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프리미엄 가든에서 핑크색의 롤스로이스가 떠난 후에야 이 둘은 서로 눈빛 교환을 했고 그 중 한 사람이 곧장 핸드폰을 들었다. “안 사장님, 저희가 알아냈습니다...”...저녁 식사 시간.성남교외에 위치한 낡은 별장 안. 이때, 도요타 알파드 한대가 멈춰 섰고 곧바로 문이 열리면서 군대식 복장을 입은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러 개의 관문을 통과한 후에야 옥상에 올라갈 수 있었다. 밝은 조명으로 뒤덮인 옥상 양쪽에는 적지 않는 보디가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이곳은 밤바람이 심하게 불어댔고 바람이 불 때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입고 있던 바람막이 옷이 펄럭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사람들 속에는 두 명의 큰 인물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진주의 4대 도련님 중 한 명인 곽영현과 한국지사 청별 그룹 부사장인 안재석이었다. 곽영
김예훈이 김세자라니!이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현장의 모두를 놀라게 했다.안재석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선우야, 아주 잘했어! 이런 것까지 추리해 내고 말이야! 비록 확실한 증거는 찾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추리대로라면 거기서부터 준비해야지! 김예훈이 정말로 김세자면 그가 4조 원을 결제한 순간부터 자금이 동결되기까지 모든 것이 말이 되겠군.”곽영현이 옆에서 담담하게 말했다.“일명 경기도를 이끄는 성남의 일인자, 김세자 정도는 되어야 이토록 나댈 수 있지! 김예훈이 김세자가 된 이 시점에서 그토록 상대하기 어렵다는데, 안 사장님, 어떻게 진행할 생각입니까?”안재석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김세자,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 청별 그룹 입장에서는 상대도 안 될걸요?”곽영현은 웃으며 말했다.“안 사장님, 잊지 마세요. 일전에 청별 그룹의 이형택 씨가 바로 그 사람 손에 놀아났어요. 그뿐만 아니라 듣자 하니 한국지사 청별 그룹의 8대 천왕 중 4분도 그 사람 손에 놀아났다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안재석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곽영현은 재료 한 묶음을 내놓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김예훈은 별것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확실한 한 사람이 있지요. 당도 부대소속 당도의 무신, 박인철!”“제가 비록 그 둘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소식통에 의하면 박인철은김예훈을 위하여 여러 차례 발 벗고 나선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세자를 상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당신 곁에 있는 4대 천왕은 물론이고 저희 진주의 무법지대에서도 그를 상대할 자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그는 세기의 무신이니까요! 그 누구든 무신이라 불린다면 모두가 무적의 존재이죠. 이 때문에 우리가 김세자를 상대하려면 확실한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히려 우리까지 말려들 수 있습니다!”곽영현은 때로는 제멋대로 나대거나 설칠 때도 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무척 신중한 사람이었다. 경
“8대 천왕 중 남은 사대 천왕은 쭉 이 대표 신변을 보호하던 이들이어서 죽은 사대 천왕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나지요. 거기에 태권도 삼대 거장까지 힘을 합치면 성남시뿐이겠어요, 어디. 경기도까지도 무서울 것 없네요. 7대 고수가 저한테 힘을 실어주면 한 손으로도 김세자, 그 인간 날려버릴 수 있겠죠!”안재석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걸려있었다.“그리고 죽은 천왕들이 김예훈의 술수에 기습당한 거라고 내가 얘기를 해놔서 지금 사대천왕들도 엄청 화가 나 있을 거예요.”“이야! 역시 대단해요!”곽영현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어 보였다.“재미난 구경을 하려고 성남에 와 본 건데, 제가 기대 이상의 대단한 구경을 하게 생겼네요. 이번 일만 성사되면 성남뿐만 아니라 우리 진주에서도 안 사장님을 우러러 받들어 모셔야겠네요!”분명히 안재석 같은 인도 세력은 곽영현의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성남시를 뚫고 들어가려면 스스로 나서주는 졸개가 필요한 이 상황에서 몇 마디 말로 그를 추켜세우는 것쯤이야 별로 어려운 게 아니었다.“말씀 참 감사하네요!”안재석은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바로 말머리를 돌렸다.“그래서 말입니다. 곽 도련님 주위에서 저를 좀 도움 주셔야겠어요. 우리가 인도에서 와서 외교 면책권은 있다지만, 김세자 그 인간이 경기도 관아와의 관계가 막역하니 우리한테 당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감싸고 돌 게 뻔하니까, 곽 도련님이 최소한 기관 쪽은 막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일이 잘 마무리되면 청별 그룹도 입 싹 씻고 그러진 않아요. 당연히 같이 잔치를 치러야죠. 경기도를 양분할지 삼분할지 결정권은 그때 가서 그대 손에 맡길게요.”“걱정하지 말고 진행하시죠. 여기 진주 4대 가문은 안 대표 편에 서 있어요.”곽영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띠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하정민과 공문철은 이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고, 양정국과 왕태호와 같은 인물이야 뭐 안 대표가 상대하기에 너무 식은 죽 먹기 아닌가요?”양정국과 왕태호가 성남시에서는 일
안재석과 곽영현 둘이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안, 집으로 돌아온 정소현에게 발목 잡힌 김예훈은 며칠 뒤 대학에 같이 가달라는 매달림에 시달리고 있었다.정소현은 무슨 생각인지 전국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결국엔 성남시에 남아서 대학에 다니기로 했다. 학교도 이미 기성대로 선택해 놓은 상태였다. 기성대학교도 10대 명문이지만, 정소현 입장에서는 집과 가까워서 친숙해서 그런지 후보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서 기성대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김예훈도 자연스레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김예훈은 특별히 기성대 일인자 주현강 총장한테 전화도 넣었고 부탁도 해뒀다.얼마 뒤 김예훈의 기억 저편에 잊고 있던 한 여인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정소현 고삼 담임 이예운 선생님이다.이예운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소현이가 요즘 수업이 너무 뒤처진 상태라 기성대에 가려면 수업 보충도 그렇고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선생님 의견을 듣고 김예훈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곧장 정소현의 손을 잡아끌고 1층으로 내려가서는 차에 태워서 학원으로 향했다.집에 돌아온 김예훈은 샤워를 다 하고 막 쉬려는 순간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하은혜의 조금은 심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대표님, 시간 늦었는데 죄송합니다. 꼭 말씀드려야 할 소식이 있어서요.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안재석 사장이 성남시에 들어 온 지 며칠 되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닌다고 합니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이형택한테 진작에 말했는데도 청별에서 감히 경기도에 발을 디딘다? 열이면 열 내가 다 밝아 버릴 거라고 분명히 얘기했던 것 같은데요.”하은혜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대표님, 이형택이 죽었는데, 그게 이대정이 직접 손을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을 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안재석이 마냥 광기 어린 인물이라서 대표님께 피해가 갈까 봐 걱정됩니다.”김예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이번 경매장에서 체면도 구겼겠다 화도 났겠고 그 성격에 지금까지 당한 거 싸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