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술에 잔뜩 취한 박서진이 손을 휙 흔들며 말했다.“이형택이 대단하긴 하지만 경기도에 얼마나 오래 있겠어? 성남에는 얼마나 오래 있겠어? 기껏해야 보름 있고 떠나겠지! 이형택이 떠나면 앞으로 성남 시장은 내 손바닥 안이야. 너희들 걱정하지 마. 앞으로 이형택이 경기도를 떠나고 내가 대권을 쥐게 된다면 너희들에게 얼마든지 기회가 있어!”박서진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우쭐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를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대표로 알 것이다.김예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원래 박서진에게 혐오의 감정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를 바보 보듯이 바라봤다.지금까지도 이렇게 허풍을 치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청별 그룹의 자신이 다른 회사에 넘겨진 것도 모르고 허풍을 치고 있었으니 박서진은 청별 그룹에서도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보잘것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매니저님, 정말 대단해요!”하지만 이유빈 등 사람들은 눈을 반짝이며 박서진을 바라보고 있었다.“매니저님, 꼭 저희를 잘 챙겨주셔야 해요! 1년에 몇백억짜리 계약이면 충분해요!”이유빈과 곽연록은 박서진에게 몸을 바짝 붙였다.그런 점에서 그들은 절대 진주 4대 명문가 핵심 인물들이 아닌 방계 자제일 것이다.직계 자제였다면 얼굴과 몸매를 팔아 외국인의 환심을 사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하지만 남자들은 항상 손에 넣을 수 없는 여자들에게 더 이끌리는 법이었다.이유빈과 곽연록은 그에게 아부를 떨고 있었지만 박서진은 그녀들에게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덤덤한 얼굴의 정민아에게 더 눈길이 갔다.이유빈은 바로 박서진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웃으면서 정민아에게 말했다.“민아 씨, 매니저님께서 민아 씨를 정말 잘 챙겨주시네요. 무슨 일이 있든 이 술은 꼭 마셔요! 아니면 매니저님의 체면을 구기는 것과 다름없잖아요.”곽연록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겨우 술 한 잔인데 마시면 어때요? 앞으로 같이 부자 되자고요! 아니면 로열 가든 그룹에서는 사업을
박서진은 정민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차갑게 김예훈을 바라보며 얘기했다.“너, 나한테 불만 있어? 불만 있으면 지금 당장 꺼져. 난 너 같은 놈을 환영하지 않아! 사실대로 얘기해 주지. 네가 여기 앉아있을 수 있는 건, 우리 같은 사람이랑 같은 곳에 있을 수 있는 건 다 네 아내 덕분이야. 그렇지 않으면 너 같은 사람은 평생 박서진이라는 사람을 모르고 살았을 거야. 내 앞에 앉아있는 건 더욱 불가능한 일이고! 자기의 자격도 모르고 제 주제도 모르는 자식 같으니라고. 난 너 같은 놈들이 제일 꼴 보기 싫어. 별다른 재능도 없으면서 매일 허세만 부리잖아.”박서진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바로 김예훈의 뺨을 갈기고 싶었다. 만약 정민아가 이곳에 없었다면 그는 이미 손을 썼을 것이다.김예훈은 원래 그의 말을 장난처럼 흘려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시선은 차갑게 얼어붙었다.“박서진,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너...!”박서진이 말을 하려고 하던 순간, 갑자기 누가 옆으로 술병을 던졌다.김예훈은 정신을 차리고 정민아 앞에 나서며 그녀를 보호했다. 하지만 테이블 위의 술병은 모두 같이 깨져버렸고 술안주도 모두 쏟아져 버려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술은 바닥을 흥건히 적실 만큼 쏟아졌다. 박서진과 일행들은 반응을 하지 못해 남은 술안주와 술이 그대로 몸에 튀어버렸다. 이곳에서 김예훈과 정민아만 멀쩡했다.이유빈의 얼굴에는 면발이 하나 붙어있었다. 그녀는 분노하며 소리쳤다.“어떤 새끼가 한 거야! 감히 나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뒷일이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지?!”박서진도 차가운 표정으로 일어섰는데 날카로워진 신경을 곤두세우고 얘기했다. “누구야, 1분의 시간을 준다. 알아서 나와서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꼭 찾아내서 죽일 거니까!”“하, 배짱이 큰 녀석들이네. 어쩐지 내 구역에서 사람들을 괴롭힌다더니...이때 앞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끗하게 차려입은 남자들이 걸어왔는데, 그들의 곁에는 다 예쁜 여자 파트너가 몇 명 있었다.가장 앞
“그래, 감히 내 여자에게 손을 대다니. 간도 크지.”장발남이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은 오랜만이네.”그 말을 들은 박서진과 다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박동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자식이 다른 여자에게 손을 대다니? 여기 있는 사람들을 다 같이 끌고 죽을 셈인가? 박동준은 두려움에 온몸을 벌벌 떨며 겨우 앞으로 걸어나가 얘기했다.“저기... 이게 오해가...”“오해는 무슨!”박동준이 말을 마치기 전에, 장발남은 맥주잔을 들고 바로 박동준의 머리를 내리쳤다.“악!”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렸다. 술병이 깨져서 너저분해진 바닥 위로, 박동준이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머리는 찢어져서 피가 흘렀고 온몸은 부들부들 떨렸다.이유빈, 곽연록 등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박서진의 뒤에 숨고 싶어 했다. 다들 하늘이 무섭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들이지만 이 모습을 보니 갑자기 두려움 때문에 온몸에 힘이 풀렸다.정민아도 겁을 먹고 저도 모르게 김예훈의 뒤로 숨어버렸다. 김예훈은 그녀를 향해 웃으며 괜찮다고 얘기했다.그동안, 박서진이나 이유빈이나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뿐,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장발남이 대여섯 개의 술병을 박동준의 머리 위로 깨버렸고 박동준은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박서진은 창백한 얼굴로 앞으로 나서 얘기했다.“저기... 박동준이 잘못한 건 확실합니다. 확실히 처벌을 받아야 해요! 하지만 이미 벌을 받은 것 같으니, 그만하는 것이 어떠합니까?”박서진은 시기를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입을 열었다면 이 일은 쉽게 넘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얘기를 하면 성공할 확률이 더욱 높았다.중요한 것은, 박서진이 박동준을 도와주지 않으면 오늘 그가 부린 허세는 다 없는 것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퍽.장발남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와 바로 박서진의 뺨을 때렸다. 박서진은 얼굴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나며 얘기했다.“당신.
선우 가문.현재 성남에 단 하나 남은 일류 가문으로서 거의 명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전에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눈에 선우 가문은 그저 괴롭히기 쉬운 가문이었다. 하지만 이유빈, 곽연록 같은 가문의 방계에게 있어 선우 가문은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상대가 선우 가문의 도련님 중 하나인 선우재현이라는 말을 들은 그 사람들은 놀라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하필 오늘 운도 좋지 않게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게다가 선우 가문은 현재 CY그룹의 김세자와 입장을 함께 하고 있으니, 선우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CY그룹을 건드리는 것과 같았다.까딱 잘못하면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그래서 모든 사람의 표정은 어두워졌다.하지만 정민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다른 사람은 선우 가문과 CY그룹을 두려워했지만 그녀는 큰 감흥이 없었다. 김예훈은 오히려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선우재현을 쳐다보았다.선우건이는 전에 김예훈에게 선우 가문에는 대를 이을만한 남자가 없어서 선우정아가 후계인이 되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그리고 지금 선우재현이 나대는 모습을 보니 김예훈은 왜 선우건이가 선우재현에게 후계인 자리를 물려주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박서진은 몸을 바르르 떨면서 물었다.“당신이... 전설 속의, 조직의 길을 걷는 선우 가문의 도련님이에요?”“아무것도 아닌 인도인이 내 존재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선우재현은 표정의 변화도 없이 얘기했다.“하지만 너무 늦었어. 감히 나와 내 친구를 건드리다니, 대가를 치러야지.”박서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바로 꿇어앉을 뻔했다. 청별 그룹이 대단한 것은 맞지만 박서진이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임원이라는 신분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센 척을 하고 다녔지만 선우재현 같은 사람 앞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을 뿐이었다.박서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우재현 도련님, 대인배로서 저희에게 기회를 한 번만
박서진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선우재현은 눈을 반짝이며 이유빈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이 여자들은 확실히 좀 봐줄 만했다. 얼굴이고 몸매고 다 나쁘지 않았다. 그 생각에 선우재현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좋아, 오늘 내가 기분이 좋으니 기회를 한번 주지. 남자는 다 꺼지고 여자만 남아 내 시중을 들어.”이유빈과 곽연록은 모두 놀라서 낯빛이 하얘졌다. 선우재현 같은 조직의 사람의 시중을 들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까딱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몰랐다.게다가 두 사람은 항상 자신을 고귀하다고 생각하며 일반인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선우재현 뒤에 있는 양아치들이 입술을 달싹이며 그녀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저 사람들이...그 생각에 이유빈을 포함한 사람들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선 넘지 마시죠. 우리 청별 그룹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이때 박서진의 또 다른 부하가 앞에 나서더니 입을 열었다.짝.말이 끝나자마자 선우재현이 술병을 들고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그 부하는 바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인도인은 항상 허세가 가득하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를 만났을 때는 두려워서 웅크리고 있는다. 박서진은 바닥에 쓰러진 두 부하를 보며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선우재현은 박서진을 신경 쓰기도 귀찮았다. 그리고 바로 이유빈의 얼굴을 만지며 얘기했다.“괜찮네, 얼굴도 괜찮고 몸매도 좋아. 우리 애들이랑 잘 자격이 충분해.”“당신...”이유빈이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박서진을 쳐다보며 그가 나서주길 바랐다.하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허세가 가득하던 인도의 엘리트는, 지금 낯빛이 어두워진 채 손을 쓰지도 못하고 있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 기대하던 이유빈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실망과 절망으로 가득 찼다. 이따가 자신이 어떻게 이 사람들에 의해 짓밟힐지 생각하니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곽연록을 포함한 다른 여자들도
김예훈은 선우재현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듯했다.아까까지만 해도 허세가 하늘을 찌르던 박서진도 지금은 웅크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하지만 김예훈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그의 뺨을 쳤다. 이건 충동적인 행동이 아니었다.자신의 여자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남자겠는가. “네까짓 게 날 때려?”선우재현은 흠칫 몸을 떨었다.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더니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했다.박서진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하지만 자세히 보아도 맞은 건 선우재현이었다!이 데릴사위의 눈은 차가운 분노를 담고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데릴사위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언제부터 데릴사위 따위가 이런 분위기를 풍길 수 있게 되었지?“너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선우재현은 피 섞인 침을 뱉은 후, 손을 저어 김예훈을 공격하려는 부하들을 막았다. 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감히 내 구역에서 날 때린 건 네가 처음이야. 지금 네 정체를 알려주면 내가 너의 묘비에 잘 써주도록 하지!”선우재현은 거만하고 막 나갔지만 그도 일류 가문인 선우 가문의 사람이다. 그러니 그는 이런 상황에서 그의 뺨을 치는 사람은 미쳤거나 진짜 강한 배후가 있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 정도로 미친 사람 같지 않았기에 선우재현은 그에게 묻기로 했다.“선우재현 도련님, 저자는 김예훈이라고, 그저 데릴사위일 뿐입니다. 뒤의 여자는 바로 그를 먹여 살리고 있는 아내죠!”박서진이 가까이 다가와 김예훈의 치부를 드러냈다. 오늘 그는 이미 체면이 다 깎였다. 그러니 김예훈도 똑같이 겪게 해주고 싶었다. 박서진은 김예훈이 혼자 잘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김예훈, 너 선우재현 도련님의 이름은 들어봤어? 성남의 선우 가문은 알아? 선우 가문은 지금 성남의 유일한 일류 가문이야. 게다가 CY그룹과 같은 배를 탄 사이라고. 선우재현 도련님을 건드리는 건 선우 가문을 건드리는 것이
선우재현은 뺨을 맞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다른 사람도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김예훈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김예훈이 어떻게 이리도 멍청할 수 있는가 생각하고 있었다.박서진과 이유빈 같은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질 만큼 놀라서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정민아는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서 김예훈 곁에 섰다.뺨을 두 번이나 때렸으니 합의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선우재현이 조직에 몸 담그고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일반인들도 이런 모욕을 당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날 것이다.끝장이다. 김예훈은 죽을 목숨이다! 선우재현은 한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기가 차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이 새끼가, 또 날 때려?”“그게 왜? 한 대 더 맞고 싶어?”김예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보며 또 손을 들어 선우재현의 얼굴을 내리쳤다.짝.경쾌한 소리에 선우재현의 코피가 터져버렸다.그리고 그대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선우재현 도련님, 우리는 이 자식과 전혀 친하지 않아요. 오늘 처음 보는 사이입니다! 정민아가 데려온 사람이에요! 우리랑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죽이고 싶으시면 죽이세요. 저희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요!”이유빈도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맞아요, 맞습니다! 우리는 저 사람과 친하지 않아요. 차라리 죽여버렸으면 합니다! 저희는 이런 사람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저희 눈치는 보지 마시고 바로 죽여버리세요!”바닥에 쓰러졌던 박동준도 남은 힘을 끌어모아 구석으로 기어갔다. 김예훈에게 누울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같았다.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박동준도 선우재현의 뺨을 때린 김예훈이 곧 죽으리라는 것을 알았다.선우재현이 그의 목숨을 뺏지 않는다면 도련님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었다.정민아는 한숨을 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김예훈이 자기를 위해서 나서주는 것은 고마웠다.하지만 김예훈은 너무 충동적인 면이 있었다. 뺨을 한 대 때리는 것도
김예훈은 담담하게 선우재현을 보며 물었다.“나와 싸우자는 거야?”김예훈의 말을 들은 선우재현은 놀라서 굳었다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오늘은 도대체 무슨 날인가.고작 데릴사위 따위가,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뺨을 세 대 때리고, 또 싸우겠냐고 묻다니.선우재현은 순간 자신의 뺨을 때린 사람이 어느 명문가의 도련님이나 세자인 줄 착각할 뻔했다.하지만 사실은 고작 데릴사위가 아닌가.오늘 이 데릴사위를 작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조직에 몸 담글 자격도 없다.“이...”선우재현 앞에서 여전히 막 나가는 김예훈을 보며, 박서진, 이유빈과 곽연록 등 사람들은 모두 절망에 빠졌다.“요즘 성남의 상황이 복잡해. 선우 가문이 어떻게 노력해서 유일한 일류 가문으로 남았는데, 그것 때문에 선우건이가 얼마나 애를 썼는데. 넌 선우 가문의 도련님으로서 가문의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못된 일이나 저지르고 있고. 네 행동 때문에 선우 가문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김예훈이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허세는. 김예훈의 말을 들은 박서진 등 사람들은 말문이 막혔다.이 데릴사위가 아무 실력도 없으면서 허세 떠는 실력은 성남 제일인 듯했다.모르는 사람이 그의 태도를 봤으면 그가 성남의 일인자인 줄 알 것이다. 아니, 경기도의 일인자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다 나가!”선우재현은 다른 말을 하기도 귀찮아 그대로 명령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클럽의 손님들이 모두 떠났고 구경을 하던 종업원들도 눈치 빠르게 물러났다.박서진과 이유빈 등 사람들도 밖으로 나갔다.그 상황에 사람들은 모두 등에 소름이 돋았다. 다들 앞으로 벌어질 일이 얼마나 잔인할지 상상도 못 하는 분위기였다.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날 때 한숨을 쉬었다. 어떤 자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일 강에 시체 한 구가 떠다닐 듯했다.선우재현이 화가 난 것을 다들 알기에 김예훈이 무조건 죽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박서진 등 사람들은 떠날 때도 김예훈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