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기는 능숙한 리더다. 여기에 오기 전부터 여러 수단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사복 경찰들도 투입되어 바로 사건의 경과를 알아보았다.이성택과 그의 일행은 옆에서 덤덤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서장인 여운기는 안중에도 없었다.이성택은 성남시 전부가 청별 그룹 수중에 들어올 것인데 감히 누가 그를 건드리냐고 생각했다.잠시 후 여운기가 검정 결과를 얘기했다.“현장 상황에 의하여 판단하면 부가티가 이 교통사고의 모든 책임을 집니다. 그리고 이성택 씨의 운전면허증을 취소할 겁니다! 또한 이성택 씨를 공공안전 위협죄로 체포하여 한 달 동안 구류합니다!”이 말들을 끝내고 여운기는 김예훈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김예훈이 냉랭한 표정을 보이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빨리 와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뻔했다. 정민아는 이 소식을 듣고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그제야 놓았다.“여운기 어르신이 오셔서 다행이에요. 서장님이 안 계셨으면 제가 누명을 쓰게 될 뻔했어요.”“여운기 어르신 만세!”“저런 놈한테는 원래 이래야 해!”“인도 사람이라고 여기서 특권이 있는줄 아나 봐?”사람들은 으스대는 이성택이 아까부터 너무 역겨웠기에 모두가 그가 큰코다치기를 바랬다.여운기는 마음속으로 의아하기만 했다.기관에서 이 일을 한지는 오래되었으나 이런 광경은 처음 보았다.왜 이분이 한국 국민의 마음속에서 그렇게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잠시만!”이때 이성택의 부하인 박동휘가 나섰다.북방에 있었을 때 차로 치어 죽인 게 몇인데 그때는 운전면허증 취소는커녕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갑자기 구속까지 한다고? 왜?박동휘는 여운기한테 손가락질하며 버럭 화를 내면서 물었다. “거기 여씨! 당신 진짜 이 일의 자초지종을 잘 알기는 알아? 우리 대표님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내가 경고하는데 당장 그 말 취소해! 아니면 네가 그 서장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날일 줄 알아!”이성택은 그냥 옆에서 차갑게 쳐다
정민아는 김예훈의 기관 고문의 신분은 투자유치대회를 위해 일부러 만든 것이고, 투자유치 대회가 끝난다면 더는 쓸모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정민아는 아무 말도 더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문의 신분은 성남 일인자 양정국 때문에 더 대단해 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대단한 사람은 양정국이지 김예훈은 아니었다!...같은 시각.청별 그룹의 성남 지사 빌딩 안에서.임원들은 서로 만나자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성남 기관에서 지금 뭘 하자는 거죠? 이성택 도련님까지 잡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요.”어떤 임원이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더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말했다.청별 그룹이 동북 지역에 있을 때는 이런 작은 일은커녕, 이성택이 사람 하나 죽였다고 해도 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하지만 지금 성남은 보잘것없는 사고로 이성택을 한 달 동안 구금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감히 청별 그룹의 체면을 구기는 자가 있단 말인가?만약 이 대표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성남의 임원들은 모두 잘려 나갈 것이다.“도대체 누가 벌인 짓이죠?”“혹시 이성택 도련님이 우리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대표님 아드님이신 걸 몰라서 그런 걸까요?”어떤 임원이 잔뜩 화난 얼굴로 말했다.이때, 어두운 안색의 박동휘가 말했다.“여운기가 직접 움직인 겁니다!”그 말을 들은 다른 임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여운기라고요? 성남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서장님 말이에요?”“그 사람이 직접 도련님을 잡았다고요?”“얼른 윗분들에게 전화를 하세요! 여운기는 지금 룰을 어긴 겁니다. 경찰서 서장인 그가 우리 앞에서 나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박동휘 씨, 얼른 변호사를 데리고 도련님을 보석하세요! 아니면 우리 모두 죽을 목숨입니다!”박동휘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그는 이성택이 잡혀가는 걸 두 눈으로 지켜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만약 그가 재빨리 이성택을 보석할 수 없
“내 차는?”이성택이 차갑게 웃더니 차에 타려고 했다.“도련님, 당분간 운전은 못 하실 것 같아요. 면허가 취소되었거든요. 그리고 아직 보석 기간이라...”박동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짝!”이성택은 곧바로 박동휘에게 귀싸대기를 날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나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아니, 그게 아니라...”“나 이번에 잡힌 건 재수 없는 걸로 생각하겠어! 하지만 전체 성남에서 누가 감히 나를 건드리려고 해?”이성택의 싸늘함은 극치에 이르렀다.그는 한국에 온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줄곧 제멋대로 행동했다. 이런 수모를 당한 건 처음이었다!곧이어 자동차가 ‘윙’ 소리를 내며 출발했다.그 모습을 본 박동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청별 그룹 경기도 지사의 임원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높은 지위에 있었지만, 그는 결국 이성택의 하인이나 다름없었다. 이성택도 전혀 그를 존중하지 않았다.이때, 청별 재단 한국 지사 대표 이대정이 전화를 걸어왔다.“내 아들이 성남 경찰서에 잡혔다며?”박동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대답했다.“대표님, 그게 아니라, 도련님은 이미...”이대정이 바로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설명 들을 것 없어. 방금 경기도 쪽에 전화를 했는데 말이야. 아마 경기도 일인자는 곧 우리 쪽 사람으로 바뀔 거야! 그리고 경기도가 우리 청별 그룹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지역인 것도 잘 알고 있겠지? 너를 편히 즐기라고 경기도에 보낸 거 아니야. 내 아들을 제대로 모시라고. 그것마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너도 알겠지?”뚝!전화기 너머의 이대정이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박동휘는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졌다.아마 청별 그룹은 단단히 마음먹은 듯하다.그 생각에 박동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방법을 쓰든 청별 재단이 성남에 있는 조직을 다 불러 모아 최선을 다해 도련님을 지켜드려! 도련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희들을 먼저 죽이고 나도 자살할 거야!”박동휘의 명령에 성남에 있
“좋아, 그럼 이 일은 내가 직접 처리하지.”곧이어 김예훈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는 CY그룹의 경호팀장인 이혁을 찾았다.“혁아, 나랑 잠깐 나가자.”이혁은 김예훈이 김세자라는 걸 몰랐지만, 두 사람은 줄곧 괜찮은 사이였다.이혁은 김예훈이 범상치 않은 기세로 찾아온 걸 보고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형님, 혹시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제가 친구들 몇 명 더 부를까요?”“괜찮아, 넌 운전만 하면 돼. 기억해. 넌 오늘 그냥 운전기사야.”김예훈이 당부했다.성남은 한바탕 소동을 겪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준비한 투자유치대회도 어쩔 수 없이 미루게 되었다.그래서 이번 일도 김예훈은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게 처리하려고 했다....레이 리조트의 태권도 체육관에서.이성택은 흰색 태권도 도복을 입고 있었고, 허리에 검은띠를 둘렀다.검은띠 8단이었다!그저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였지만 이성택은 태권도 고수였다!이때, 체육관 바닥에는 몇 사람이 피를 흘린 채로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이성택은 오른발로 그중 한 사람의 왼손을 밟더니 ‘찰칵’하고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으악!”“감... 감히 형사를 공격해? 이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왼손이 밟혀 부러진 사람은 성남 경찰서의 한 형사였다.자세히 본다면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형사였다.그들 중에 당시 교통사고를 처리하던 형사도 있었고, 이성택이 경찰서로 잡혀간 뒤 조서를 담당한 형사도 있었다.즉 전체 성남 경찰서에서 당시 교통사고와 관계가 있는 형사라면 모두 이곳에 있었다. 물론 여운기는 제외였다.“결과? 내가 무슨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데?”이성택이 웅크려 앉더니 형사 머리채를 움켜쥐고는 땅에 세게 부딪쳤다.“푸흡!”형사는 피를 토하고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하지만 이성택은 웃으면서 말했다.“당신들이 나 잡을 때 내가 이미 말했을 텐데 말이야. 난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도련님이야, 내 신분이 무엇을 대표한다는 걸 몰라? 여운기도 감히 나를 구급하지 못하고 풀어줬어
“겨우 성남 일인자가 남의 뒷배가 될 자격이 있나?”이성택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누군지 알아냈으니 이제 김예훈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겠군. 그리고 양정국에게는 말을 전해. 만약 직접 와서 사과를 한다면 이 일은 그냥 넘기겠다고. 아니면 그 사람도 더는 성남 일인자 자리에 앉을 수 없을 거야!”“네, 알겠습니다!”박동휘가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는 이성택이 이미 화풀이를 할 상대를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도련님, 그럼 제가 먼저 정민아를 데려올까요? 도련님이 먼저 즐기실 수 있게요.”박동휘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빨리 가서 데려와.”이성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는 누구보다도 여자를 즐기는 사람이었다.“펑!”이때, 누군가가 레이 리조트의 문을 확 차고 들어왔다.“이성택은? 당장 나오라고 해!”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순간 사방에서 태권도 도복을 입은 인도인들이 수십 명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김예훈과 이혁을 향해 걸어왔다.“도련님, 저 사람이 바로 김예훈인 것 같은데요?”박동휘는 체육관 문 앞에서 유심히 지켜보더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말했다.그는 김예훈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성택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재미있군, 제 발로 지옥을 찾아오다니! 김예훈을 체육관 안으로 몰아와! 왔던 김에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지!”곧이어 인도인들은 김예훈과 이혁을 에워싸고는 두 사람이 체육관에 들어가도록 내버려 두었다.이성택은 어떤 형사의 몸 위에 앉은 채 고개를 들어 김예훈을 보더니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귀한 김 고문님이 아닙니까? 참 재밌네. 배짱도 커. 내가 찾아가기도 전에 직접 이곳을 찾아오다니.”김예훈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그들이 모두 아침 사고를 담당했던 형사들인 걸 알아봤기 때문이다.‘이성택, 정말 듣던 대로 막무가내네. 감히 성남에서
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참 간도 커, 하지만 그걸 다른 곳에 쓰지.”“왜? 기분이 나빠? 나한테 대들고 싶어?”이성택이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며 말했다.“김예훈, 넌 그냥 성남 기관의 고문이야. 양정국의 개일 뿐이라고... 혹시 양정국이 뒤를 봐주고 있다고 해서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나랑 싸울 수 있다고 착각할 만큼?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주제를 모른다고 해야 할까?”말을 마친 이성택은 또 바닥에 쓰러 누운 형사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내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넌 오늘 이 사람들처럼 바닥에 드러누울 뿐만 아니라 이 사람들보다 더 호되게 당할 거야. 그리고 내가 이 사람들에게 한 짓은 모두 너한테 떠넘길 거야. 대충 계산해 보니 공무집행방해죄로도 무기징역으로 평생 감옥에 있겠는데?”이성택은 방금 생각해냈지만 꽤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았다.김예훈에게 공무집행방해죄의 죄명을 떠넘기는 건 좋은 생각이었다.이 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될지는 그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그의 말 한마디면 최소 수천 명이 그를 위해 움직일 것이니 말이다.김예훈은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마음으로 김예훈을 바라봤다.김예훈과 함께 온 이혁은 싸움판을 많이 봐왔다고 하지만 이 순간은 저도 모르게 깊은숨을 들이쉬었다.그도 당연히 청별 재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김예훈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을 건드렸는지 알게 되었다.“왜? 무서워?”김예훈이 이혁을 보며 물었다.김예훈이 이번에 이혁을 데려온 건 그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만약 이 고비를 잘 넘긴다면 김예훈은 이혁에게 팔자를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좋은 기회를 주려고 했다.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모두 이혁 본인에게 달렸다.이혁은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제가 여기로 온 한 절대 겁을 내지 않을 겁니다.”김예훈이 웃더니 이혁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말했다.“네가 나설 거는 없어. 넌 바닥에 쓰러진 형사님들을 잘 보호해 드려.”“네?”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짝!”김예훈은 또 이성택의 다른 한쪽 뺨에 귀싸대기를 날렸다.텅 빈 체육관에는 귀싸대기를 때리는 소리만 선명하게 울렸다.“나 지금 너 건드렸어, 뭐 어떻게 할 거야?”이성택의 뺨에는 두 개의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네가 누군 줄 알고 나를 협박해? 내 눈엔 네가 개 한 마리와 다를 것 없어. 청별 그룹도 쓰레기일 뿐이라고! 나 지금 당장 네놈의 목을 비틀어도 청별 그룹에서 말 한마디 못 할 거라는 걸 믿어?”말을 마친 김예훈은 마지막으로 귀싸대기를 날렸다.이번에 이성택은 저 멀리 5, 6m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수많은 운동기구도 부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김예훈의 연속된 공격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이성택을 보호해야 했던 경호원들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들은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이성택이 누구인가!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도련님이 아닌가!이성택의 아버지는 창별 그룹 한국 지사의 대표로 높은 권력을 잡고 있었다.김예훈은 아무리 정부 고문이라고 해도 이성택에게 손을 쓴다면 분명 죽음밖에 더 기다리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이혁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역시 형님은 대단해. 나중에 어떤 결과가 찾아올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구먼.’“감히 나를 습격해? 내 뺨에 따귀를 때려?”방금 혼자로도 형사들을 쓰러 눕힌 이성택은 바닥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그의 입가에는 피가 고였고, 얼굴에는 부끄러움과 분노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김예훈, 너 죽었어! 너 이제 나한테 단단히 혼날 거야! 아침에는 내가 경찰서 일인자와 다투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을 뿐이야. 그런데 정말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뒷배를 믿고 이렇게 나대는 거잖아! 하지만 이 구역에는 네 불쌍 고문 신분도 전혀 쓸모가 없을 거라고. 설사 양정국이 지금 현장에 있다고 해도 나는 널 양정국 앞에서 죽여버릴 거야!”겨우 고문 따위인 김예훈이 주제를 모르고 계속 자신을 도
태권도 검은띠 8단이라, 확실히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이성택의 발차기를 본 그의 부하들은 모두 환호하며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김예훈, 지금이라도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게 어떻겠어?”“오늘 양정국과 여운기 두 사람 모두 온다고 해도 널 구할 수는 없을 거야!”“두 사람이 없다면 네가 우리 도련님 앞에서 보잘것없는 개미와 뭐가 달라?”“우리 도련님이 나선다면 넌 한 방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거야. 우리 도련님은 태권도 검은띠 8단이거든. 발차기 한 방이면 네 목을 비틀 수 있다고!”“태권도가 세계 최강의 무술인 거 몰라? 하긴, 너 같은 사람이 어떻게 알겠어.”최강의 무술?김예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가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태권도는 몇 가지 알려진 무술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였다.무에타이는 물론이고, 킥복싱만 잘한다고 해도 태권도를 손쉽게 누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성택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검은띠 8단은 그에게 신심을 안겨줬다.그는 싸늘한 얼굴로 김예훈 앞으로 걸어가고는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김예훈, 난 내가 아주 건방지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나 이성택보다 더한 놈이 있네? 하지만 너와 나는 완전히 다르지. 난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거야. 하지만 너는 뭐가 있어? 말이 기관 고문이지, 사실 사기꾼 아니야. 뒷배를 믿고 날뛰는 버러지와 다름없지! 널 죽이는 데 우리 청별 그룹 인맥이나 조직 사람들도 필요 없어, 나 혼자면 충분히 널 죽일 수 있으니까! 오늘 태권도 검은띠 8단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제대로 보여주지! 너 같은 새끼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몇 번이나 죽인다고! 전에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가만히 내버려둬지만 이제는 네가 당장 죽었으면 좋겠어!”이성택이 포효하고는 갑자기 발을 들어 그에게 발차기를 날렸다.그에게 있어서 김예훈은 그저 쓰레기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 쓰레기가 끊임없이 자신을 도발하니 이게 죽음을 자초하는 게 아니면 무엇이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