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등 세 사람은 앞으로 나서더니 살기 어린 눈빛으로 김예훈 일행을 바라봤다.김예훈은 송준을 보더니 물었다.“송준아, 한 번 솜씨 발휘해 볼래?”송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보잘것없는 실력인데 대표님 앞에서 재롱을 떨지 않겠습니다.”김예훈이 미소를 짓더니 박인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박인철은 허리춤에 걸려 있던 칼자루를 뽑더니 한 걸음 나가고는 유타 등 세 사람을 조준했다.“세 분 같이 덤비시죠.”박인철은 예의를 갖추며 말했지만 왠지 임도윤의 말보다 더 건방지게 들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흠칫 놀랐다.감히 3대 장병을 상대로 이렇게 건방지게 굴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 아닌가?“죽고 싶어서 안달 났구먼!”바트는 수라 택견을 수련했기에 성질이 화끈했다.그는 포효하며 손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의 팔꿈치, 무릎 등 곳의 살상력도 대단했다.택견 팔진의 경지에 이르면 몸 구석구석으로 모두 엄청난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온몸에서 병기가 아닌 곳은 없었다.평범한 병사였다면 그의 한 방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펑!”공기 중에 굉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바트의 속도는 곧 극에 달할 것 같았다.그는 주먹 한 방으로 박인철을 죽일 작정이었다.그런 바트의 공격에 박인철은 칼자루를 잡았던 오른손을 갑자기 움직였다. 장칼이 순식간에 칼집에서 벗어나고 또다시 칼집에 안착했다. 모든 건 한순간에 이루어졌다.일본 칼 기술은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더 대단한 기술을 선보였다.매우 간단해 보였지만 지강지양의 힘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피슉!”바트는 오른쪽 주먹이 보이지 않는 선에 베인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푸흡!”그는 피를 뿜었고, 몸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마침내 땅에 떨어졌을 때 바닥에 무릎을 꿇었는데, 이마 사이로 희미한 붉은 선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는 이미 숨을 거뒀다.박인철은 칼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제2장병인 바트는 그대로 처형당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임도
박인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예훈 옆으로 걸어가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놈은 그래도 수준이 괜찮네요, 우리 당도 부대 병사와 맞먹는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송준이 연습 삼아 나가는 게 좋다고 했잖아, 네가 나서면 서민 학살이랑 다름없다고.”송준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오랫동안 손을 쓰지 않았기에 무조건 패배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박인철처럼 빠른 속도를 가지지 못한 건 사실이다.세 사람은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마치 방금 죽임을 당한 임수환의 3대 장병이 길가의 고양이나 강아지인 것처럼 말이다.고요했다!장내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꼼작하지 않았다.그들 모두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을 방금 목격했기 때문이다.3대 장병은 유라시아 전쟁터를 누비던 대단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코라 복싱 챔피언도 3대 장병을 만나면 피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던데 말이다!3대 장병 중 그 누구를 내놓아도 천군만마와 같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심지어 만 명의 병사가 있다고 해도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런 그들이 지금 이 순간 손쉽게 죽임을 당하다니?견후는 실눈을 뜨더니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그가 김예훈을 낮게 평가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주위에 이런 실력자가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실력을 보아하니 국방부와 연관 있는 사람인 듯했다.또 김예훈은 성남시 기관의 고문이었기에 국방부 사람이 곁을 지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듯했다.임해도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3대 장병의 전력을 잘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반격할 힘조차 없는 걸 보면 그는 단 1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건방지게 막 나가던던 임도윤도 이때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방금 오만방자하게 굴던 만큼 그는 지금 겁이 났다.“아니야, 그럴 수가 없어! 어르신의 4대 장병은 최강의 실력자들이라고! 어떻게 질 수가 있지?”임도윤은 안색이 흙빛이 되었다. 이건 완전히 그의 상식 밖의 일이었다.마음속의
선우정아를 돌려보내자, 감정계의 시조라고 불리는 선우건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이 당부하며 말했다.“선우 가문 사람들은 먼저 5성급 호텔을 찾아 묵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직 모든 일이 끝난 게 아니거든요.”김예훈은 잘 알고 있었다, 가장 처리하기 까다로운 사람이 바로 임수환이라는 것을.임수환이 죽지 않는다면 이 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선우 가문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인파 속에 있던 선우정아는 예전과는 다른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 남자는 훌륭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목숨까지 구했다!김예훈이 관건적인 시기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선우정아는 자신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워낙 성격이 도도했기에 고맙다는 말 빼고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차마 입밖에 내뱉을 수 없었다.하은혜는 돌아오는 길에 이미 안정을 되찾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대표님, 상대는 대표님을 노리고 움직인 것 같은데요. 저랑 선우 아가씨는 모두 대표님을 상대하기 위해 이용당한 도구일 뿐입니다. 아마 다음번에는 바로 사모님에게 손을 쓸 확률이 높습니다.”김예훈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그들에게는 더는 손을 쓸 기회가 없을 겁니다.”하은혜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 안의 분위기는 삽시에 어색해졌다.하은혜의 거처로 돌아간 후, 계속 침묵을 지켰던 하은혜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제 목숨도 구해주셨는데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제 몸을 바쳐도 될까요?”김예훈은 씩 웃더니 하은혜를 바라보고는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때렸다....성남 임씨 가문 저택에서.임수환은 차를 우리고 있었다. 이건 수련의 일부분이었다.수련이란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것이 얻어지는 게 아닌, 도를 터득하고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었다.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어르신,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옆에는 부산 견씨 가문의 견무가 서 있었다. 지팡이를 쥔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그의 안색은 한없이 어두워졌다.임수환과 견무는 일면식이 있는 사이였다. 리카 제국 임씨 가문과 부산 견씨 가문의 합작은 각자 두 사람의 승낙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표정이 어두워진 견무를 보고 임수환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눈앞에 놓인 관들을 보더니 평소 덤덤했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며 관을 열지 않았다.결국 그의 뒤를 따르던 방여가 손을 휙 젓더니 관을 모두 열었다.임해, 임도윤, 견후, 바트, 유타, 츠바사...여섯 명의 시체가 그들 앞에 놓였다.양아들과 부하의 시체들을 보자 임수환은 몸을 휘청거렸다.그는 십 년 넘게 폐관 수련을 했지만 임해와 장병들은 항상 그의 곁을 지켰다. 그들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고, 임수환은 심지어 그들을 아들처럼 생각하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모두 시체가 되어 돌아오다니?임수환을 둘러쌌던 온화한 기운은 곧바로 사라지고, 대신 미친 듯한 살기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방여는 눈앞의 모습을 보더니 실눈을 뜨고는 별 표정 짓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더 위험해 보였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했다.주위의 온도가 한순간 차가워지자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했다.‘큰일 나겠어!’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오늘 이 시간부로, 성남에는 더는 태평한 나날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임옥희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걸어 나오더니 말했다.“어르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꼭 복수해 주셔야 해요! 만약 어르신께서 처리하지 않으신다면 얼마 있지 않아 우리 모두 죽을 거예요!”임씨 가문 사람들은 겁이 나기 시작했다.그들도 이젠 김예훈의 고문 신분을 알게 되었고, 막심한 후회가 들었다.김예훈에게 그런 신분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들 임씨 가문은 절대 정민아 가족을 집밖에 내쫓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고, 그들도
임수환의 명령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리카 제국의 임씨 가문 사람들은 수년간 부산, 서울, 금릉을 포함한 한국 각지에 있는 임씨 가문에서 자리를 잡았다.성남 임씨 가문은 그저 그중 한 개의 임씨 가문일 뿐이었다.임수환이 갑자기 이 명령을 내린 건, 한국에 있는 모든 임씨 가문을 모으기 위해서이다.그들의 가진 핵심 자원과 무기를 모두 꺼내게 된다면 얼마나 무서운 실력을 선보일까?단 하루면 한국에 있는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모이게 될 것이다! 국방부 기관에 있는 사람이든, 비즈니스를 하거나 블랙 마켓을 운영하는 사람을 막론하고 말이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 사람들은 여러 가지 업계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모두 모이게 되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아무리 CY그룹이 엄청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김예훈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막강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막지 못할 것이다!사람들은 모두 결과를 예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투자유치대회가 열리는 당일에 넓적한 대회장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모두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다.임수환은 이걸 도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펼쳐질 결과라고 생각했다.동시에 이는 세상 사람들한테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실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성남 바닥은 그렇게 크지 않았기에 이 소식은 순식간에 성남, 심지어 경기도까지 퍼져 나갔다. 불과 한 시간만에 말이다.상류층이든 폭력 조직이든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대단한 실력을 갖춘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 결국 직접 나서다니!게다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한국에 있는 비장의 카드를 모두 쓸 생각인 것 같았다.그만큼 임수환이 많이 화가 났다는 걸 증명한다!리카 제국 코라에서는 임수환이 한 번 분노하면 시체가 널리게 될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다.지금 임수환이 성남에서 단단히 화가 났으니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몰라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곧이어 한국에 있는 임
그 말을 들은 박인철은 몸을 흠칫 떨었다.아마 김예훈은 이번에 나라를 위해 제대로 나설 생각인 듯했다. 그리고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게 겁주는 것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국에 자리 잡고 있는 리카 제국의 바퀴벌레들을 모조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김예훈은 더는 국방부 소속이 아니었지만, 그는 총사령관으로서 언제나 나라와 국민을 위해 생각했다.박인철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어쩐지 한국 대통령님께서는 대표님이 국방부 장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지금부터 9대 국방부 총사령관 자리를 두고 러브콜을 보내시더라니.’김예훈은 또 오정범을 보더니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한국 폭력 조직 사람들도 꽤 모였으니 그쪽 왕이라고 불리는 당신이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사람들을 제대로 혼내줘야지. 성남까지 왔으니 그들을 절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해야 해.”오정범이 허리를 굽히고는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이때, 송준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대표님, 임수환이 투자유치대회 당일에 장례식을 치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성남에 있는 모든 세력과 가문에게 초대장을 보냈다고 하는데 아마 우리와 정면 승부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또 다른 짓을 벌이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데요. 그리고 대표님께서 오랫동안 준비하신 투자유치대회가 임수환 때문에 이대로 실패로 끝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괜찮아, 누가 실패로 끝날지 한 번 두고보자고!”...임씨 가문 저택에서.임수환과 방여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았다.두 사람 앞에는 바둑판이 하나 있었고, 흑백의 바둑알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뒤섞여 있었다.임수환은 하루 사이에 많은 흰머리가 났다. 전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방여는 전과 다를 게 없었는데 그저 바둑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어르신, 한국에 있는 임씨 가문은 대부분 모였습니다. 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열세 명의 임씨 가문 사람들은 이미 성남 기관에 양정국을 찾으러 간 모양입니다! 그들은 성남 기
그 말을 듣자 여문성은 몸을 더 세게 떨었다.두 사람은 모두 평온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 나갔고, 전혀 분노한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하지만 그는 주위의 공기가 현저히 차가워진 것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CY그룹에서.선우건이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임수환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입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는 대표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아무리 대표님께서 막강한 실력을 갖추셨고 든든한 뒷배가 있다고 하지만, 임수환은 결국 리카 제국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 한국의 국민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만약 임수환이 분노를 이기지 못해 무고한 국민들을 공격한다면 어떡합니까?”선우건이는 임수환에게 당해 트라우마까지 생겼다.하지만 선우 가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 걸 생각하면 그가 그럴 만도 했다.김예훈은 한 가지를 제외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그는 웃으며 말했다.“선우 선생님, 오셨던 김에 부탁 하나 들어주실 수 있어요? 골동품에 대해 잘 아시니까 혹시 가게에 좋은 관이 있으면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제 장례식에 가져가려고요. 일찍이도 늦지도 말게, 딱 임수환이 나타날 때 보내주시면 돼요.”선우건이는 그 말을 듣더니 머리가 하얘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미치셨어요? 임수환에게 관을 보내시려고요? 임수환은 리카 제국 국방부의 유일한 한국인 소장이라고요. 그를 건드린다면 전체 리카 제국 국방부를 건드리는 거나 다름없어요.”김예훈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리카 제국 국방부라지만 저는 그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이 제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걸요? 그깟 소장 따위가 뭐라고. 그냥 제 말대로 해주시면 돼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선우건이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그는 한 개 가문의 가주였으니 체통을 지켜야 했다.하지만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워낙 포악하기로 소문이 났기 때문에 누가 그들을 두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장관님, 대통령님께서 하셨던 말을 또 들으려고 제가 전화를 드린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에 저는 한국에 있는 리카 제국 간첩들을 모두 처리할 생각입니다. 다만 국방부의 도움이 필요하죠.”“리카 제국의 간첩?”국방부 장관은 순식간에 엄숙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그 전쟁 후로 리카 제국 등 5대 강국은 겉으로는 잠잠해진 것 같지만 사실 남몰래 엄청 잔머리를 굴리고 있어요.”“네가 정말 리카 제국의 간첩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이지. 국방부에서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 것이냐?”김예훈이 말했다.“국방부에서 너무 크게 움직이면 리카 제국에서 눈치챌 것입니다. 그래서 경계가 느슨해진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이 성남으로 오든 절대 막지 마시고요. 9대 국방부 사람이라고 해도 절대 막지 마세요.”국방부 장군은 미간을 구기더니 한참 고민하고는 대답했다.“알겠어, 네 말대로 할게.”“그리고 용의 부대를 잠깐 빌렸으면 하는데요.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소수 정예만 빌려주세요.”김예훈이 말을 이어갔다.국방부 장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동의했다.“그럼 비밀 유지를 위해 내 곁에 있는 정예들을 보낼게.”“알겠습니다!”김예훈이 덤덤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직접 양성한 당도 부대는 한국 9대 부대 중 최고의 부대이다. 그들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총사령관과 함께 전쟁터를 휩쓸면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하지만 당도 부대 외에 김예훈이 또 다른 정예 부대를 직접 양성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용의 부대 말이다!용의 부대의 직책은 바로 한국의 대통령과 9대 장관을 보호하는 것이었다.그리고 지금 용의 부대 소속 병사들은 모두 김예훈이 직접 뽑은 병사들이었는데, 작은 분대 하나만으로도 천군만마 부럽지 않은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한국 국방부 장관에게서 용의 부대를 빌렸다는 건 그만큼 김예훈이 임수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