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은혜를 봤을 때, 임윤서는 경계심을 세웠다. 하은혜가 임윤서와 김세자 사이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하은혜가 일어서서 그녀와 악수할 때, 임윤서는 이미 승자의 웃음을 띄었다. 비유를 하자면, 이미 타짜인 임윤서는 하은혜가 초짜라는 것을 보아낸 셈이었다.그러니 하은혜와 김세자는 우정,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이건 임윤서의 기회였다. 임윤서는 김세자가 분명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은혜는 악수한 후 임윤서의 명함을 보며 얘기했다.“임윤서 씨, 우리 김세자 님은 오늘 시간이 바쁘셔서 안 될 것 같습니다.”하은혜가 보는 임윤서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화장도 진하고 좋지 않은 감이 들었다. 그래서 임윤서와 김예훈이 만나지 못하게 막고 싶었기에 완곡하게 얘기한 것이었다.임윤서도 하은혜가 날을 세우는 것을 느끼고 작게 웃으며 얘기했다.“하 비서님, 그래도 김세자 님께 한번 얘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부산대학교에서 성남에 분교를 만들려고 하거든요. 우리 부산대학교의 지위와 명성은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시찰을 해본 결과 CY그룹은 우리 부산대학교와 합작할 자격이 충분한 기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합작한다면 CY그룹에게 얼마나 큰 이득인지,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아실테죠?”임윤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확실히 이건 큰 프로젝트였다.CY그룹처럼 큰 회사도 이런 기회가 필요했다.잠시 침묵하던 하은혜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얘기했다.“이번 일은 제가 김 대표님께 얘기하겠습니다.”확실히,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부산대학교와 합작하는 것은 CY그룹에게도 명망을 높일 기회였다. 이후에 시장에서도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하은혜는 바로 거절하지 않았다.고개를 끄덕이는 하은혜를 보며 임윤서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떠났다. 하지만 홀에서 임윤서는 김예훈을 만났다.“김예훈?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요? 여기가 당신 같은 사람이 올 곳입니까?”김예훈을
전화기 너머의 양정국은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물론 이런 사업가들의 싸움은 몰래 하는 피 튀기는 전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마음을 가다듬은 양정국이 화제를 돌려서 물었다.“김 대표님, 직접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요즘 성남시의 상업계가 너무 소란스러워 성남시 시민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되어 기관 쪽에서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투자회를 열어 괜찮은 해외기업과 외자기업의 투자를 받는 것입니다. 물론 불순한 목적을 가진 사람은 저희도 환영하지 않습니다. 김 대표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통화 중이지만 양정국은 존경하는 마음과 표정으로 전화기 너머의 김예훈과 말하고 있었다.그의 앞에서는 조금의 불경도 저지르지 못한다. 잠깐 고민하던 김예훈이 얘기했다.“그 생각 나쁘지 않군요. 성남의 상업계는 확실히 새로운 자원이 필요합니다. 좋기는 자질이 좋은 기업들이 투자하면 좋겠군요. 이미 회의를 마쳤을 테니 응원하죠.”잠깐 멈칫하던 양정국이 계속 이어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님,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투자회를 열면 참석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용호상박일 겁니다. 심지어 전국 10대 명문가에서도 당당하게 사람을 보내올 겁니다. 알다시피 그런 사람들과 달리 저는 신분도, 배경도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김 대표님이 이번 성남 기관의 투자 고문으로 모셔서 투자회의 일을 책임져 줬으면 합니다.”한껏 긴장한 양정국은 김예훈이 거절할까 봐 무서웠다.그는 김예훈의 진짜 신분을 알기에 이런 큰 인물이 고작 고문을 하기에는 그릇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꺼내는 격이다. 잠깐 생각하던 김예훈이 얘기했다.“지금 성남 상업계가 소란스러운 건 내 탓도 있으니 이 일은 제게 맡기세요.”“알겠습니다. 김 대표님이 나서주시면 저야 시름 놓을 수 있죠.”양정국은 한숨을 돌렸다.투자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들의 세력이 너무 강해 그들을 제압할 수 없다면 성남의 시장은 더욱 난장판이 될 것이다. 총사령관이
“맞다, 그리고 이번 투자회의 모든 권력은 성남 기관에서 요청해 온 고문의 손에 있다고 하니까 이 고문만 손에 넣으면 앞으로 우리 부산대학교가 성남에서 투자하는 프로젝트는 거의 다 성공한다고 할 수 있어! 윤서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연구원도 있고 돈도 있잖아. 이 프로젝트만 있다면 우린 떼돈을 벌 수 있을 거야!”임윤서는 전화기 너머에서 애교를 부렸다.“오빠, 그건 시러용!”“윤서야, 이번 일만 성공하면 주임교수가 되는 건 순식간이야!”그 말을 들은 임윤서의 얼굴에 미소가 드러났다. 그녀가 기다리던 말이었다....집에 돌아와 보니 정소현과 정민아는 수다를 떨고 있었다. 돌아온 김예훈을 본 정민아가 물었다.“선생님이랑은 잘 얘기했어?”“문제없을 거야.”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민아는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럼 다행이네. 소현이가 부산대학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공부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애가 가고 싶은 대학이 있다는데, 내가 언니로서 응원해 주고 부산대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정소현이 옆에서 작게 얘기했다.“고마워요, 형부.”두 사람의 태도를 본 김예훈은 부드럽게 얘기했다.“괜찮아, 별문제 없을 거야.”물론 임윤서가 무슨 꿍꿍이를 계획하고 있을지는 몰랐지만 괜찮았다.정 문제가 생기면 부산 쪽에 전화 한 통만 하면 될 일이었다. 입학이 무슨 대수라고, 김예훈의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이다.이때 정소현이 웃으면서 얘기했다. “아빠, 엄마, 언니, 그리고 형부! 부산대학교에서 이번에 시찰이 끝나면 결과를 인터넷에 올린대. 오늘 밤이면 통과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정민아가 얘기했다.“정말 좋네.”정군도 웃으며 얘기했다.“소현이는 문제없을 거야. 부산대학교 따위, 네가 입학하지 못하면 누가 해?”임은숙은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큰딸은 로열 가든 그룹의 대표 겸 회장이고, 작은딸은 부산대학교에 입학했으니 이게 바로 진정한 승리가 아닌가. 임은숙은 그동안 묵혀왔던 한숨을 훅 뱉었다. 그날
“이번에 경기도에 와서 훌륭한 학부모들을 많이 만나봤습니다. 제가 방문한 모든 가정마다 다 만족스럽더라고요. 경기도의 가정 교육 분위기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영상 속의 임윤서는 전문가처럼 말을 잘했다. 하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더니 그녀의 말투도 차갑게 변했다.“그러나 이번에 10명의 학부모를 시찰하던 중,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학부모가 있었습니다. 그분의 태도는 학생의 가정 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될 정도였습니다. 이런 학생이 과연 우리 부산대학교의 학생이 될 자격이 있을까요.”그 말에 정군과 임은숙 다 굳어버렸다. 이건 정소현의 시찰 기록이 아닌가.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인지 몰랐다.두 사람 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평소였다면 학생과 학부모를 폭로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부산대학교의 건교 100년이 되었고 매 학생을 책임지는 태도에서 우리는 치부를 감추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이런 학부모를 폭로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가정이 우리 학교를 얕잡아 볼 수 없게 할 것입니다. 이 학부모의 이름은 김예훈으로, 이번 시찰 대상 정소현의 데릴 형부입니다!”“뭐?!”그 말을 들은 정군과 임은숙은 숨을 헉 들이켰다.모두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오늘의 시찰은 별문제 없을 거라더니?정소현이 부산대학교에 붙을 수 있을 거라더니? 그럼 지금 이 영상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김예훈은 해명을 하지 않았고 표정은 차갑게 굳었다. 임윤서의 담이 크기도 컸다.입학이 걸린 자리에서 날조하고 찌라시를 퍼뜨리다니. 죽어도 쌌다.정소현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굳어버렸다.김예훈을 믿었기에 학부모의 자격으로 시찰을 책임져달라고 한 것이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정민아는 영상의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영상이 너무 김예훈을 노리고 만든 영상 같았다.하지만 권위가 높은 부산대학교의 입학본부의 선생님이, 뭐가 부족해서 김예훈을 노리고 영상을 올린단 말인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때 임윤서가 영상
김예훈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는 자기가 이딴 여자한테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이 영상이 부산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왔으니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이 영상은 김예훈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정소현이 대학에 다니기에는 힘들 것이었다.부산대학교는 둘째치고 국내의 다른 학교들도 그녀를 받아줄지 몰랐다.정군과 임은숙도 거기까지 생각하고 표정을 굳혔다.왜 김예훈을 믿었을까, 후회하고 있었다.이번 시찰은 부모인 두 사람이 직접 갔어야 했다.정민아는 그들 중에서 그나마 침착한 사람이었다.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얘기했다.“부모님, 그리고 소현아, 조급해 하지 말아요. 제가 봤을 때 이 영상은 문제가 있어요. 너무 김예훈만 잡고 늘어지고 있거든요. 예훈아, 너 이 여자 알아? 두 사람 사이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정민아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을 본 김예훈은 다행이라는 웃음을 짓고 해명했다.“이 여자는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 조교였는데 나를 유혹하는 걸 학교에 고발했다가 결국 쫓겨났었어. 그 일 때문에 복수를 하려는 것일 거야.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겠지.”김예훈의 해명을 들은 사람들은 다 이해했다. 하지만 정민아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얘기했다.“그런데 이 일은 해결하기 어렵네. 아무래도 부산대학교 입학본부의 선생님이니까 권력도 있고. 소현이는 부산대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게 꿈인데 저 사람이 이런 영상을 올려서 소현이의 앞길을 아예 막아놨어. 잘못 해결하면 소현이는 앞으로 대학 진학이 어려울 거야.”그 말을 들은 정군과 임은숙은 마음이 조급해졌다.긴장한 정소현도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형부, 제발 어떻게 좀 해봐요. 방법이 있을 거 아니에요.”정소현이 얘기했다. 정민아도 미간을 좁힌 채 얘기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아직 영상이 퍼지지 않은 틈을 타서 부산대학교 관계자를 찾아서 빨리 이 영상을 내리게 한 다음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는 거야. 마침 부산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연
부산대학교는 부산에서 지위가 너무 높았다.그저 조금 잘난 사람들은 부산대학교의 일에 간섭하기 어려웠다.정민아가 입학본부를 거론하자 많은 친구들은 고개를 저으며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결국 정민아는 김예훈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가 처리하기 어렵다면 정민아는 집을 거덜 내서라도 교육 자금을 지원해 줘야 했다. 게다가 지원했다고 해도 제대로 일이 해결될 수 있을지 몰랐다.하지만 다른 방법도 없었다. ...정민아가 전화를 돌리고 있을 때 김예훈도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아보니 임윤서가 걸어온 것이었다.“김예훈 씨,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 잘 보셨겠죠? 지금은 저녁이라 보는 사람이 적을지 모르겠지만 내일 아침이면 전국에 보도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때가 되면 당신이나 당신 처제나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거예요. 국내의 학교는 절대 당신의 처제를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다 당신 때문이라는 걸 알아둬요!”전화기 너머로 임윤서의 떨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남자의 시중을 들고나서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전화를 걸어온 모양이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임윤서 씨. 이게 뭐라고 으스대요? 전혀 타격이 없습니다만.”“풉, 김예훈 씨, 아직도 센 척이에요? 당신 때문에 당신 처제의 인생이 망가졌어요, 알겠어요? 게다가 내 친구들 중에 기자도 있어서, 내일이면 편집한 영상을 내보낼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겁니다. 그것도 전국이 다 아는 스타요. 이미 별명까지 다 생각해 놨어요. 성남 기생오라비, 어때요? 하하하. 물론 이 일을 해결하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난 지금 성남 호텔에 있어요. 당신이 호텔 문 앞에서 개처럼 엎드려서 짖으면 생각해 보죠. 그렇지 않으면 성남을 비롯해서, 한국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줄게요. 그리고 당신 처제도 마찬가지예요. 하하하.”몸이 얇은 임윤서는 몸이 덜덜 떨릴 때까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권력을 휘두르
이튿날 이른 아침, 김예훈은 CY그룹에 도착했다. 그가 김세자의 운전기사라는 것이 드러나고 그는 회사에 자주 나타났다. 그래서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알 정도였다.하지만 그 중 핵심 임원들만 그가 전설속의 김세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른 임원들과 직원들은 그저 그가 김세자의 운전기사인 줄 알고 있다.회사에 도착하자 많은 직원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김예훈을 훑어보았다. 평소에 그와 사이가 좋은 경호팀 팀장 이혁이 김예훈 앞으로 걸어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예훈 형, 혹시 누구한테 밉보였어요? 오늘 누가 이런 영상을 회사 직원들이 있는 채팅방에 올리던데.”말하면서 이혁은 걱정하는 표정으로 영상을 김예훈에게 보내주었다. 김예훈은 영상을 한번 보았다. 영상 속에는 데릴사위, 기생오라비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다. 영상은 김예훈이 했던 말을 편집했는데 당연히 악의적인 편집이었다.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영상만 보면 김예훈이 남의 등골을 빨아먹고 사는 기생오라비인 줄 알 것이다. 이혁처럼 중립을 지키는 이성적인 사람은 적었다.김예훈은 칭찬이라도 하듯 이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사람은 좀 괜찮으니 나중에 함께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하지만 이혁이 이성적으로 중립을 지킬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많은 직원들은 더럽다는 듯 경멸의 시선으로 김예훈을 보고 있었다.김세자를 보필하는 운전기사라는 것에 평소에도 부러움의 시선을 받던 그였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김예훈, 출근하러 나오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네까짓 게 김세자의 운전기사야?”“매일 김세자의 이름으로 떵떵거리고 살더니 지금은 김세자와 우리 CY그룹의 망신을 줬잖아!”“그래, 우리 CY그룹은 경기도에서 가장 큰 기업인데 너 같은 쓰레기는 필요 없어.”부러워하는 사람, 질투하는 사람, 그저 시비를 걸고 싶었던 사람. 모두 김예훈을 손가락질하고 있었다....대표 사무실. 송준과 하은혜는 머리가 아팠다.김예훈의 신분은 비밀이기에 탄로나면 안
그런 일에 신경 쓸 새도 없이, 김예훈은 성남 컨벤션 센터에 도착했다. 때가 되면 투자회가 이곳에서 열릴 것이니 미리 현장에 와서 준비해야 했다.이곳의 직원들은 거의 다 성남시 기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중 몇 명은 김예훈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다.김예훈이 시찰 나온 것을 본 그들은 하나같이 정신을 차렸다. “김예훈 고문님, 지금까지 국내외를 합쳐서 약 100개 정도의 기업과 재단이 투자회에 참가하겠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지금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건 참가자 명단 리스트입니다. 한번 확인해 보십쇼.”김예훈은 리스트를 대충 훑어보았다. 이번에 성남에서 투자하는 대부분이 기술 연구 프로젝트여서 기관에서 주는 보조금도 있었기에 재단과 기업뿐만이 아니라 국내외의 유명한 학자들도 동아줄을 잡아보기 위해 왔다.”“아, 그리고 김예훈 고문님. 부산대학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교에서 책임자들을 보내 투자회 전에 이 몇 기술 연구 프로젝트에 관해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합니다. 내정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프로젝트가 외국의 손에 들어가면 우리 성남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으니까요.”현장의 책임자가 그에게 보고했다.“그래요. 국내 많은 대학교의 연구원들이 전념할 프로젝트가 없을 뿐이지 연구 실력은 뒤처지지 않으니까. 먼저 우리를 만나보겠다고 했으니 기회를 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고민하던 김예훈이 입을 열었다.이런 기술 연구 프로젝트는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기에 누구나 손에 넣고 싶어 한다. 하지만 김예훈은 내심 이런 프로젝트가 국내의 대학교 손에 들어갔으면 했다.한 편으로는 국내의 과학기술에 경쟁이 붙게 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의 연구원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게 할 수 있었다.이런 일거양득의 일을, 김예훈은 막지 않았다. “그럼 부산대학교 쪽의 책임자는 누구입니까?”김예훈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물었다.자료를 훑어보던 현장 책임자가 얘기했다.“김예훈 고문님, 이 책임자는 생각보다 젊군요. 임윤서라고 하는 선생님입니다.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