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의 말을 들은 정군의 다리는 힘이 풀렸다. 데릴사위인 김예훈이 다른 사람의 운전기사를 하며 좀 나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모시는 사람이 이런 곳에 올 자격도 없다니, 아무런 권력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정군은 더 이상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그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는 운전기사주제에 참 능력도 좋다. 아까 가문 회장님들이 다 너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 났던데. 어떻게 하면 운전기사 주제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원수를 지고 다니는 거냐.”김예훈은 그저 작게 웃었다. “아버님, 그저 쓰레기들일 뿐입니다. 저런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마세요. 김세자를 만나게 되면 바로 자리에서 무릎 꿇게 될 인간들입니다.”이번에 한 말은 김예훈의 허세가 아닌 것 같았다. 정군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김세자가 네 말처럼 대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구나. 아니라면 일만 복잡해질 테니.”많이 놀랐던 임은숙도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예훈아, 너, 우리를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니? 저 사람들이 말하는 교대 의식에?”정민아도 의문스러운 표정을 한 채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김예훈이 무슨 수로 그들을 데리고 들어간다는 말인가. “장인어른, 장모님, 그리고 민아야. 제가 왔으니 무조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 병사들과 아는 사이거든요.”“그렇구나!”정군과 임은숙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김예훈이 열심히 운전기사를 하면서 김세자와 함께 이런 곳에 자주 참석하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병사들과 아는 사이겠는가. 김예훈은 정민아를 포함한 세 사람들 데리고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길에 한 병사가 공경한 태도로 나서서 세 사람들 데리고 참관했다. 이 광경을 본 임은숙과 정군은 김세자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보아하니 김세자가 나성군 같은 사람들이 말하던 것과는 달리 경기도에서는 세력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병사가 주변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소개하는 것을 들으며 걷다 서기를 반복했다. 정민아를
대강당 안.초대받은 손님들은 이미 도착해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가장 앞쪽에는 하정민, 공문철, 전남산 등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하정민 옆에는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 이장우와 하은혜가 있었다. 그 뒤로는 임씨 가문, 나씨 가문, 윤씨 가문 등 명문 가문들이 있었다. 그 외에도 경기도 각 기관의 1인자들도 자리에 참석했다. 성남시 1인자 양정국과 2인자 왕태호 등 사람들도 도착했다. 이원문도 도착해 공손하게 앉았다. 모든 사람이 차례로 착석했다. 하지만 첫 줄의 여섯 개의 자리만 비어있었다. 다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새로 부임하는 경기도 국방부 1인자와 총지휘관 원경훈을 제외하고 총사령관과 경기도 4대 무신의 자리였다. 이 사람들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경기도의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인 총사령관까지 나타나다니.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총사령관은 퇴역한 후 인적 드문 곳에서 죽은 듯이 살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그의 진짜 정체를 몰랐다. 소문에 의하면 한국의 대통령도 그를 9대 국방부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고 후에 국방부의 장관 자리를 이어받아 힘써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사람은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바로 수많은 사람을 자기 밑에 거느리게 될 것이다. 이런 인물을 만나게 될 기회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대통령들을 만나보고 나름대로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부하는 이장우도 지금은 너무도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그의 온몸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이번의 교대 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교대 의식이 끝나면 총사령관이 그의 혼인을 위한 증인이 되어줄 것이다. 이 증인만 있으면 그는 무조건 진주 이씨 가문의 진정한 상속자가 될 것이다. 서울 하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으면 진주 이씨 가문은 10대 제일의 명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주에서 으뜸가는 가문이 될 것이다. 이는 이장우에게 있어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다
하지만 원경훈은 자리에 앉지 않고 회의장의 입구 쪽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그 뒤로 군복을 입은 네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앞에 선 것은 경기도 국방부 4대 무신의 우두머리라고 불리는 당도 무신 박인철이었다. 그 뒤로는 마도 무신, 횡도 무신, 연도 무신이 이어서 들어왔다. 경기도 국방부의 4대 무신이 연이어 나타나니 원경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서운 기세가 그들을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 4대 무신을 직접 두 눈으로 봤으니 하정민 같은 사람도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경기도 국방부는 오랫동안 전쟁터의 전선에서 타국과 피 튀기는 전쟁을 쉬지 않았다. 그리고 경기도 국방부의 4대 무신은 바로 그 전쟁터 중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다만 경기도 국방부 4대 무신 가운데서 당도 무신 박인철의 명성이 가장 두터웠다. 다른 세 무신은 항상 국방부에서 일하며 사람들 앞에 나타난 적이 드물었다. 4대 무신은 원경훈과 마찬가지로 입장하지 않고 원경훈을 향해 경례한 뒤 양쪽으로 갈라져 입구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제야 눈치를 챘다. 이 뒤에 나타날 사람이 더욱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런 사람이 곧 등장한다! 다들 자리에 선 채 숨을 죽이고 시선은 회의장 입구에 박아놓은 듯 고정했다. 어떤 사람은 숨을 꾹 참은 채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앞을 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한 사람의 그림자가 회의장 입구 쪽에 나타났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먼 탓에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경례!”원경훈이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했다. 그러자 경기도 국방부 4대 무신도 칼집을 손에 쥔 채 다들 경례했다. 그 그림자는 그들의 경례를 받아주고는 회의장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는 중에 4대 무신은 바람도 새어 나가지 못하게 그의 주변을 둘러싸서 보호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가오지도 못할 것이다. 아니, 그냥 고개를 들어 이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용기도 없을 것이
다른 편에 서 있는 이장우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아름다운 하은혜를 쳐다보며 총사령관이 그들의 혼인을 위한 증인이 되는 그 순간을 상상했다. 그 순간이야말로 이장우의 인생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일 것이다. 선녀처럼 아름다운 아내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지위도 위로 끌어올려 줄 귀인이 아닌가. 이때의 이장우는 자기 인생이 이미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했다. ......나씨 가문과 윤씨 가문도 감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늘 임무경의 계획에 따르면 그들은 이따가 따로 총사령관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그들은 바로 총사령관 앞에 꿇어앉아 그의 아래로 들어가겠다고 빌 것이다. 나성군과 윤해진, 두 사람은 행복한 나머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그 휘황찬란할 시각을 기다려 왔다. 김예훈은 4대 무신의 호위 아래서 그의 자리에 도착해 앉았다. 그 순간까지도 사람들은 감히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그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 뒷모습만으로도 사람들은 흥분에 겨워했다. 이때 임씨 가문의 누군가가 작게 비웃으며 얘기했다. “다들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는데, CY회사의 김세자는 역시나 나타나지 않았군요. 부대표인 송준도 안 왔어요. 찌라시이긴 한데, 김세자와 총사령관의 사이가 좋지 않다더니, 진짜인가 봐요.”임옥희는 가볍게 대답했다.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지. 오늘만 지나면 김예훈, 그 데릴사위가 김세자의 사람이면 또 뭐 어때. 정민아를 도와줄 힘도 없지 않나.”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차갑게 김예훈을 비웃었다. 임옥희는 총사령관의 뒷모습을 보며 그가 이미 자기 예비 손녀사위가 된 것처럼 감격스러워하며 웃었다. “총사령관님은 역시 살아있는 전설이야.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뿐인데 그의 기를 받아 젊어지는 기분이네. 우리 한국에 이런 수호신이 있는 건 천하의 행운이고 우리 국민의 행운이야!”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임무경
이런 작은 일은 사실 아무 직원이나 불러서 하면 된다. 하지만 임무경은 이 영광의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직접 총사령관에게 차를 부어드리고 좋은 이미지를 보여줄 속셈이었다. 이 순간을 위해 임무경은 참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걸음걸이와 걸음의 속도, 그리고 몸을 숙이는 각도와 얼굴을 표정까지, 모두 저문가에게 하나하나 배웠다. 오로지 총사령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런 훈련을 받아왔다. 밤까지 새워가며 배워 지금 이순간 차를 잘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두 손으로 주전자를 들고 와 총사령관 앞에서 경례한 후 차를 따랐다. 배운 대로라면 임무경은 고개를 들어 총사령관의 얼굴을 보면 안 됐다. 하지만 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자기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보고 싶었다. 그렇게 고개를 살짝 드는 순간, 털썩. 제대로 서지 못한 임무경은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김예훈? 어떻게 김예훈일 수가! 총사령관이 어떻게 김예훈일 수가 있는 것이란 말이야!'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 순간, 임무경은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겪어봤고 또 다른 사람들의 몰락도 많이 봐왔던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충격적인 순간은 없었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온몸에 힘이 빠진 임무경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는 꺽꺽대는 소리만 나왔다. 박인철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일어나서 그를 한 손으로 끌어다가 원래 자리로 던져버렸다. 정신을 놓아버린 임무경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강당 안의 사람들은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 회장님 왜 저래요? 놀란 것 같은데?”“설마 총사령관님의 얼굴을 확인하려다가 놀란 거 아니에요?”“총사령관님은 진짜 신급의 무신이라서 일반인은 그분의 얼굴을 마주 볼 자격도 없대요.”“임 회장이 그 말을 듣지 않더니 결국 저렇게 되는군.”“임 회장이 심약한 거 아니에요? 다른 경기도 기관의 사람
“감히!”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총사령관의 얼굴을 확인하려던 그 순간, 무대에 같이 서 있던 원경훈이 번개같이 호통을 쳤다. 그 순간 원경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마치 칼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찌르는 듯했다. 다들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군 채 총사령관의 종아리 근처만 보고 있었다. 군인 출신의 제독과 수령만이 총사령관의 얼굴을 쳐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렴풋한 그림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원경훈이 한 일이 옳았기 때문이었다! 총사령관은 국방부의 신화이자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이런 장소에서 그를 직시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행동이었다. 물론 총사령관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만 원경훈은 총사령관의 병사로서 다른 사람이 그의 마음속의 신인 총사령관을 직시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위에 서 있는 김예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원경훈, 이곳은 전쟁터가 아니라 회의장이다. 살기를 거두도록.”원경훈은 빠르게 경례를 하고 대답했다. “네, 총사령관님.”원경훈이 살기를 거두자 장내의 분위기는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겁에 질린 사람들은 여전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들은 이미 자기가 총사령관을 마주 볼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예훈은 임명서와 용이 그려진 훈장을 꺼낸 후 얘기했다. “원경훈은 지금부터 경기도 국방부의 1인자인 총지휘관으로 임명한다!”그 말을 들은 원경훈은 흥분을 꾹 누른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건 그의 인생 중 가장 휘황찬란한 순간이었다. 당도 부대에서 나온 그는 자기의 신이 그에게 훈장을 수여해 주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김예훈은 훈장을 원경훈의 옷에 달아주었다. 이는 원경훈이 경기도 국방부의 1인자로서 앞으로 경기도의 변경을 지킬 것이라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다. “당도 부대의 군인들은 모두 뛰어나지.”김예훈이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과찬입니다, 총사령관님.”원경훈은 흥분에 겨웠다. 경
임효가 걱정하는 것은 임무경이 회복할 수 있는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임무경이 해놓았던 계획이 수포가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오늘 조금 이따 총사령관과 그렇고 그런 일이 벌어질 예정이었으니. 윤해진과 나성군도 다가와 걱정 한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임 회장, 임무경이 지금 이렇게 됐는데 우리의 계획대로 계속할 수 있는 겁니까?”임옥희의 표정은 싹 굳어졌다. 임무경이 이렇게 쓰러지는 것은 그들의 계획에서 완전히 벗어난 일이었다. 다행히 그녀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의 모든 일정은 무경이가 계획한 것이니 무경이가 없어도 직원들이 원래 계획대로 하면 우리의 계획이 흐트러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두 분, 지금은 무경이가 없어 기관 일을 처리해 줄 수 없으니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절대로 총사령관의 눈 밖에 들면 안 됩니다.”“그렇죠, 당연한 일입니다. 임 회장의 말대로 하겠습니다.”나성군과 윤해진 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저 총사령관을 만나볼 수만 있으면 된다. 그들에게 총사령관은 마지막 남은 동아줄이었다. ......다른 한편, 이장우는 일어나 옆의 하정민을 바라보았다. “하 회장님, 제가 전에 이미 이씨 가문의 군인 출신한테 총사령관을 뵙겠다고 말해놓았습니다. 총사령관님이 저와 하은혜 씨의 혼인의 증인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같이 가시죠.”그렇게 말하는 이장우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하정민은 뭐라고 말하려다가 그저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하은혜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일어났다. 그녀는 가장 앞줄에 앉았었기에 그 뒷모습의 윤곽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 뒷모습은 매우 익숙했다.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확신할 수 있었다. 바로 그녀가 그리고 그리던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 사람이 왜 이장우와 자기의 혼인의 증인이 되어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설마 진주 이씨 가문이 두려운 걸까? 하지만 오늘 보니 한국에서 그의 지위는 말할 것 없이 높았다
'김예훈! 총사령관이 김예훈이라니! 김예훈이 전설 속의 총사령관이라니! '이 사실을, 이장우는 죽어도 인정하기 싫었다. 게다가 자기는 총사령관한테 자기 혼인의 증인이 되어달라고 했으니. 심지어 이 여자가 총사령관의 여자라니.얼토당토않은 소리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이장우는 놀라서 온몸을 바르르 떨며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했다.“그럴 리가, 어떻게 김예훈이?!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내 눈이 잘못된 거야.”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장우는 눈 앞에 펼쳐진 사실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옆의 하은혜는 의문스러운 표정이었다. 김예훈의 진짜 신분을 알아서 놀란 것은 아니었다. 이미 진작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놀란 것은 김예훈이 '내 여자'라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김예훈은 담담하게 얘기했다. “하 회장을 불러와. 이 일에 대해 말해봐야겠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정민이 들어왔다. 바닥에 꿇어있는 이장우를 본 그의 표정도 꽤 의미심장해졌다. 하지만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경례를 했다.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 김세자님.”둥. 하정민의 말을 들은 이장우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미칠 것 같았다. 이장우는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으니 눈치껏 알아차릴 수 있었다. 김예훈. 김세자. 총사령관. 이 세 사람이 원래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게 바로 김예훈을 건드린 사람이 좋은 꼴을 보지 못한 이유였다. 이게 바로 오늘 김세자를 초청하지 않은 이유였다. 이게 바로 이일매같은 사람도 진주로 쫓겨난 이유였다. 김세자가 바로 총사령관이다. 그런 사람을 누가 막겠냐는 말인가. 이장우는 자기가 레스토랑에서 일부러 김예훈에게 눈치주며 했던 말이 생각났다. 또 공항에서 김예훈이 그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지 않으면 진주 이씨 가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던 것이 생각났다. 그제야 이장우는 전부 깨달았다. 총사령관은 계속 이장우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저 이장우가 그 기회를 잡지 않았을 뿐. 게다가 거기서 그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