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민정은 아무 말도 없이 박윤우의 옆에서 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아이가 이렇게 자신의 곁을 떠날까 봐 두려웠다.유남준은 박민정이 끝까지 말하지 않자 인내심이 바닥났다.“밖으로 나와 봐.”유남준이 말했다.박민정은 고개를 들고 유남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떤 일은 반드시 마주해야 한다고 말이다.그녀는 유남준을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갔다.어둠 속에 그들 두 사람만 서 있었다.“나한테 할 말 없어?”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남준 씨가 다 확인했잖아요. 난 할 말 없어요.”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그의 손가락에서 끄드득 소리가 났다.“너 내 아들 데리고 5년 동안 사라졌어. 돌아와서도 애들이 다른 사람 자식이라고 나를 계속 속였고. 그런데 지금 하는 말이 그게 다야?”박민정은 당시에 했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그녀의 눈가가 빨개졌다.“만약 내가 임신했을 때 떠나지 않았으면 애들을 낳게 했을 거예요?”“네 말은 다 내 잘못이라는 거야?”유남준은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났다.“너 왜 내가 아이를 못 낳게 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박민정은 그때 유남준이 했던 잔인한 말들을 녹음해 놓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남준은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게 이 고요한 침묵이었다.지금 박민정이 자신을 대하는 방식은 더더욱 싫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의 팔을 붙잡고 힘을 꽉 주었다.“말해 봐. 작년에 내가 외국에서 널 찾지 못했으면 너 또 배 안에 있는 애들을 데리고 영원히 떠나려고 했지?”박예찬과 박윤우는 유남준의 일방적인 강요로 인해 생긴 아이들이지만 지금 배 안에 있는 아이들은 두 사람이 원해서 가진 것이다...박민정은 그 일에 대해서는 확실히 유남준에게 죄책감을 가졌다.“미안해요.”“사과하지 말고 말해. 진짜야?”유남준은 박민정이 이렇게 독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5년 동안 그는 두 아이의 성장 과정을 놓쳤는데 박민정은 임신하고 또 아이들을
‘왜 울어? 울고 싶은 건 난데!’유남준은 가시에 찔린 듯한 고통을 참고 박민정의 얼굴을 잡은 채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했다.“민정아, 이제야 알았는데. 네가 나보다 독해. 내 아들을 데리고 떠나서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게 하니까 좋았어? 누가 너더러 임신한 채 아이들 친아빠 몰래 외국으로 떠나라고 한 거야? 난 사실을 알 자격도 없는 거야?”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미안해요.”말하자마자 박민정은 고개를 들고 유남준을 바라보았다.“내가 다 갚을게요.”“어떻게 갚을 건데?”유남준이 되물었다.“얼마를 원해요?”“이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야?”유남준은 더욱 화가 났다.박민정도 어쩔 줄 몰라 제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찬바람이 불어왔지만 두 사람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이 숨 막히는 대치를 깬 것은 환자복을 입은 채 일어난 박윤우였다.“엄마, 아저씨, 밖에서 뭐 하는 거예요?”말하고 나서야 박민정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그러자 박윤우는 다급히 걸어왔다.“엄마, 왜 울어? 아저씨가 우리 엄마 괴롭힌 거예요?”쓰레기 아빠가 착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박윤우는 작은 손으로 주먹을 쥐고 유남준의 허벅지를 쳤다.“왜 우리 엄마를 괴롭혀요! 왜요!”박민정은 서둘러 눈물을 닦고 박윤우를 말렸다.“윤우야, 아저씨는 엄마를 괴롭히지 않았어. 엄마 눈이 아파서 눈물이 나온 거야...”박민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은 박윤우를 들어 올렸다.“아저씨가 뭐야? 난 네 아빠야.”박윤우는 얼어붙었다.유남준은 자신이 아들이란 것을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거짓말하지 마요. 아저씨는 우리 아빠 아니에요. 우리 아빠 이름은 연지석이라고요.”박윤우가 아프지 않았으면 유남준은 벌써 그의 엉덩이를 때렸을 것이다.유남준은 설명하지 않고 박윤우를 안은 채 병실로 걸어갔다.“아아, 조심 좀 해요. 벽에 부딪칠 것 같잖아요. 나쁜 아저씨!”박윤우는 아직 화가 났다.오
서다희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어두운 밤, 차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서다희는 오늘도 유남준과 밤을 샐 것 같아 여자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과했다.아니나 다를까 유남준은 밤새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유남준은 박윤우를 보러 갔다가 의사에게서 아이의 상태가 안정적이란 말을 듣고는 병원을 떠났다.복도를 지나갈 때 박민정과 부딪치자 서다희는 곧바로 말했다.“사모님.”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유남준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서다희는 의아해하면서도 묻지 않고 따라가기만 했다.박민정은 박윤우의 병실 앞에 도착했지만 역시 들어가지 못했다.그래서 할 수 없이 멀리서 박윤우가 괜찮은 것만 확인하고 옆에 있는 휴게실로 다시 돌아갔다.이때 조하랑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정아, 인우 씨한테 들었는데 어제 유씨 가문의 증손자 유지훈이 사라졌대.”유지훈이 사라진 소식이 이렇게 빨리 김씨 가문의 귀에 들어가다니.“이미 찾았어. 두원에 왔었거든.”박민정은 조하랑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그랬구나. 그놈 진짜 나쁘네. 윤우가 원래도 몸이 안 좋은데 너희 집에 찾아가서 애를 때리려고 했다니. 그놈이 길을 잃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윤우가 입원했겠네.”조하랑의 말이 맞았다. 만약 유지훈이 길을 잃지 않았다면 결과를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하랑아, 남준 씨가 예찬이랑 윤우가 친자식인 걸 알았어.”“뭐?”조하랑은 깜짝 놀랐다.“어떻게 알았대?”“친자 확인 검사 의뢰를 했더라고. 그래서 지금 엄청 화가 나 있어. 내가 자기 아들들을 데리고 몇 년 사라진 것 때문에.”박민정은 침대에 누웠다. 어젯밤에 걱정하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잤다.눈을 감자마자 두 아이가 뺏기는 악몽을 꿨었다.“그게 네 탓이야? 남준 씨 잘못이잖아. 그때 너한테 얼마나 나쁘게 대했는데. 만약 나였으면 절대 애를 안 낳았을 거야.”조하랑이 말했다.“그래.”“이제 생각하지 마. 화낼 테면 내라 그래.”박민정은 유남준이 화가 난
고영란은 예쁘고 단정한 옷차림에 매우 젊어 보였다.들어와서 박윤우를 보자 유남준의 어렸을 때 모습이 떠올랐다.“윤우야, 난 네 친할머니야.”고영란은 허리를 숙여 박윤우를 안고 싶었다.그러나 박윤우는 피했다.“할머니, 사람 잘못 보셨어요. 저는 할머니의 손자가 아니에요.”그러자 고영란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도 할머니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래서 즉시 부하더러 선물을 가지고 들어오라고 했다.“윤우야, 이거 다 할머니가 너 주려고 사 온 거야.”또 자신에게 주려고 선물을 샀다니...하지만 경호원들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은 최신 게임 굿즈들이랑 고급 레고들도 있었다... 한눈에 봐도 비싼 것들이었다.나쁜 할머니에게 돈도 많고 손도 크다니. 적어도 한수민보다는 인색한 사람이 아니었다. 표정도 더 자상해 보이고 말이다.“할머니, 죄송해요. 엄마가 낯선 사람이 주는 물건은 받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낯선 사람이라니...고영란은 또 한 번 상처받았다.“윤우야, 할머니는 낯선 사람이 아니야.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할머니가 주는 선물은 받아도 돼. 괜찮아.”솔직히 다른 아이들이 자신더러 할머니라고 부르면 화가 났을 것이다.하지만 자신의 친손자가 이렇게 부르니 더없이 기뻤다.박윤우는 하품하면서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전 할머니가 누군지 몰라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아요. 전 쉬어야겠어요. 안녕히 가세요.”고영란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이 아이는 왜 선물을 보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단 말인가?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나?고영란은 박윤우를 어떻게 달래 줄지 몰라 당황했다.박윤우는 유남준 어릴 때와 똑 닮았다.“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네 친할머니라는 거 믿어 줄 거야?”고영란은 온화하게 물었다.그러나 박윤우는 진지하게 말했다.“할머니, 저는 안 믿을 거예요. 저한테는 할머니가 이미 있거든요.”고영란은 얼어붙었다.자신 말고 누가 감히 유남준의 엄마 행세를 한단 말인가?하지만 생각해 보니 박윤우가 외할
고영란은 다시 한번 놀랐다.“뭐라고?”박윤우는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지금 엄마 아빠도 저를 엄청 보고 싶어 할 거예요. 할머니도 아들이 있잖아요. 만약 할머니 아들이 입원했는데 못 보게 하면 할머니도 많이 속상하실 거죠?”박윤우는 오늘 하루 종일 엄마를 못 만났는데 경호원에게 물으니 쓰레기 아빠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자신을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그래서 쓰레기 아빠가 다시 싫어졌다.고영란은 박윤우가 쉴 새 없이 어른인 척 말하자 기쁘면서도 동시에 화가 났다.박윤우의 말을 들어 보니 유남준이 자신의 아빠인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고영란은 박민정이 더욱 싫어져 주먹을 쥐었다.“윤우야, 남준 아저씨야말로 네 친아빠야.”박윤우는 그제야 고영란이 찾아온 목적을 알았다.“거짓말하지 마세요.”박윤우는 고영란에게 장난치기 귀찮아져 그녀가 들고 온 장난감을 들고 그녀를 향해 하나 하나 던졌다.그러자 고영란은 놀라며 황급히 피했다.“윤우야, 너 어떻게 할머니한테 물건을 던질 수 있어?”“할머니가 나쁜 사람이니까 그러죠!”결국 고영란의 박윤우를 못 이겨 떠났다.유남준과 유남우는 어릴 때 착하고 말을 잘 들었었는데 박윤우는 왜 이렇게 말썽을 피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박민정 그게 아이를 잘못 가르쳤네.”고영란은 차에 타며 언짢은 듯 중얼거렸다.그녀와 나이가 비슷한 비서도 옆에서 맞장구쳤다.“요즘 젊은이들이 애를 잘 못 본다니까요. 사모님은 그때 큰 도련님과 작은 도련님을 얼마나 잘 가르치셨는데요.”고영란은 자신이 손자를 더 잘 교육할 수 있을 것 같아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준아, 윤우를 본가로 데려가자. 전문적인 의료팀도 알아보고. 윤우도 이제 어리지 않은데 몸도 좋지 않고 공부도 해야 하니까 선생님도 따로 붙여줄게.”유남준은 사무실 의자에 앉은 채 미간을 눌렀다.“저 나름대로 계획이 있어요.”“너 왜 그래? 기억을 잃으니까 이제 이런 최소한의 것들도 신경 쓰지 않는 거야?”“저 기억 다 돌아왔어요.
누가 보면 어떡하냐니?유남준은 코웃음을 쳤다.운전하던 기사는 놀라서 이마에 땀이 맺혔다.“병원으로 가.”유남준이 지시했다.“네. 알겠습니다.”병원에서 박윤우는 밥을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다.“우리 엄마 만날래요. 왜 안 오는 거예요? 엄마...”도우미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윤우야, 말 잘 듣지? 일단 밥 먹자, 응?”박윤우는 전에 도우미에게 잘 대했었는데 지금은 박민정을 만나고 싶어서 도우미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먹을래요. 얼른 엄마 불러줘요.”도우미는 난감했다. 사모님의 연락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이때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가 병실의 문을 열었는데 유남준이 문 앞에 서 있었다.“대표님.”도우미가 말했다.“나가요.”유남준이 진지하게 말했다.도우미는 그릇과 수저를 내려놓고 병실에서 나갔고 경호원은 바로 문을 닫았다.이제 병실 안에 박윤우와 유남준만 남았다.박윤우는 표정이 어두운 유남준의 얼굴을 보고 영문을 몰랐다.“아저씨, 우리 엄마는요?”유남준은 더듬거리며 의자 하나를 끌고 와 앉았다.“내가 두 번 말해야 해? 아빠라고 불러.”유남준의 말투는 차갑고 엄숙했다.박윤우의 얼굴은 왠지 빨개졌다. 연지석에게는 아빠라는 호칭이 쉽게 나왔는데 이상하게 친아빠 앞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흥. 아저씨는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내가 친자 확인 검사 결과 보고서 가져와서 보여줄까?”유남준이 물었다.그러나 박윤우는 여전히 모른 척했다.“친자 확인 검사가 뭐예요? 난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하지만 유남준은 속이기 쉽지 않았다. 그는 박윤우도 박예찬처럼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너한테 물어볼 거 있어. 네 엄마가 나 나쁘다고 했었어?”유남준이 갑자기 이렇게 묻자 박윤우는 의아해했다.예전에 외국에 있을 때 박민정은 유남준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그저 가끔 티브이나 기사에서 유남준에 관한 내용을 보면 표정이 심상치 않은 정도였을 뿐이었다.그때 박윤우는 눈치를 채고 형에게 조사해 보라고 했었
박윤우는 유남준이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일부로 손가락을 굽히며 세는 척했다.“한 명, 두 명, 세 명... 적어도 열 몇 명은 되는 것 같은데요? 다 잘생겼었어요.”열몇 명이라...그 말에 유남준은 무조건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예전에 그가 박민정과 결혼했을 때는 그녀 옆에 다른 남자가 전혀 없었었다. 그런데 이제 박민정을 좋아하는 남자가 열몇 명이나 있다니?“그래서 민정이가 그 사람들과 만났었어?”박윤우는 침대에 누워서 볼록 튀어나온 배를 만지면서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도 몰라요. 제가 계속 엄마 옆에 따라다닌 게 아니라서요.”그러자 유남준은 벌떡 일어섰다.“너 잘 쉬고 있어.”박윤우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유남준의 손을 잡았다.유남준의 큰 손을 만지자 박윤우는 처음으로 아빠의 손을 잡는 느낌을 받았다.“아저씨, 어디 가려고요?”유남준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왜? 또 뭐 있어?”박윤우는 장난을 이쯤에서 끝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을 오해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했다.“그거 알아요? 저 예전에 아저씨를 티브이 뉴스에서 본 적 있어요. 엄마가 티브이에서 아저씨를 볼 때마다 넋이 나가 있었어요.”유남준은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졌다.“자.”“네.”박윤우는 유남준의 말을 듣고 자려고 했다.유남준은 밖으로 나가서 경호원에게 몇 시인지 물었다.경호원이 대답했다.“벌써 9시가 됐습니다.”9시가 되었는데도 안 돌아오다니.유남준은 병원을 떠나지 않고 박윤우 병실에 딸린 작은 침실로 갔다.한 편.박민정은 에리와 토론하면서 곡에서 이상한 부분을 적어놓고 돌아가서 수정하려고 했다.“이번에도 예찬이랑 윤우가 같이 안 왔네. 애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에리가 아이들에 대해 묻자 박민정은 윤우가 입원했고 예찬이는 친구네에서 지내고 있다고 간단히 대답했다.식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나왔다.에리가 차 문을 열면서 말했다.“타. 집까지 바래다줄게.”에리는 지난
훤칠한 키의 유남준은 입구 앞의 한 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앞이 보이진 않지만 보디가드에게서 박민정과 에리가 이미 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유남준을 발견한 박민정은 발걸음을 멈췄다.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그녀는 에리 앞에 섰다.“나 도착했으니까 먼저 돌아가.”그 말을 들은 에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다음에 봐.”에리의 차가 천천히 길옆에 섰다.그가 차에 올라탄 걸 확인하고서야 박민정은 돌아서 병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유남준 앞에 온 후 박민정이 입을 열었다.“나 이제 윤우 만나러 가도 돼요?”차가운 유남준의 얼굴은 그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시간이 몇 시인데. 윤우는 이미 잤어.”유남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박민정은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는데 벌써 열 시가 넘었다.에리와 곡에 관해 토론하느라 너무 몰입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알겠어요. 그럼 내일에 보러 갈게요.”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그녀의 팔을 확 잡았다.“정말 아이를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걱정하는 척하는 거야?”박민정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그게 무슨 말인지는 네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유남준은 그렇게 박민정 곁을 스쳐 지나갔다.박민정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또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윤우를 못 만나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내 진심을 의심하다니. 열 달 품어 낳은 아이를 내가 왜 걱정하는 척하겠어?’박민정은 그와 싸우기도 귀찮아 먼저 병원에 돌아가서 쉬고 내일 아침 다시 윤우를 만나러 오기로 했다.박윤우의 옆 병실에는 유지훈이 입원해 있었다.하루 동안의 치료를 받은 그는 마침내 생기를 되찾았다.“엄마, 아빠, 다 그 재수 없는 놈 때문이에요.”이제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유지훈은 바로 부모에게 일러바쳤다.최현아가 그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아들,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전에 박민정과 박윤우를 통해 그날에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지만 유지훈에게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