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손에 분유 병을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너희 둘 조심해서 아기를 안아야 해. 아직 백일을 안 지난 것 같으니까 조심해, 알겠지?”박민정은 민수아에게서 아이를 받아 안아 분유를 먹였다. 민수아와 윤우는 모두 호기심에 계속 바라보았다. 이번 주말은 원래 전처럼 평범하게 보내려 했다. 근데 박민정이 갑자기 모녀를 데려올 줄이야. 게다가 너무 귀여운 아기였다. “와, 정말 배고픈가 보네. 먹는 것도 너무 귀여워.”민수아가 말했다. 박윤우도 아이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렇게 귀여운 여동생을 보니 자기도 빨리 여동생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위층에서 여자는 박민정 나쁜 마음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위층의 인기척을 듣고 박민정이 그쪽으로 보았다. 그 여자가 맨발로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깼어요?”그녀는 아이를 민수아에게 넘기고 빠른 걸음으로 가서 여자를 부축했다.“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됐으니 누워서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박민정은 이 여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건지 몰랐다. 이건 너무 위험했다. 여자가 말했다. “고마워요.”“아니에요. 제가 먼저 방에까지 데려다줄게요. 푹 쉬세요. 아이는 제가 먼저 돌볼게요.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가족에게 전화하셔도 돼요.”박민정이 말했다.여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전 가족이 없어요.”“친구는요?”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박민정은 좀 놀랐다. 아래층에 있는 민수아도 대화를 듣고 의아해했다. 지금 아직도 가족도, 친구도 없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이 안 갔다. “그럼 애 아빠한테라도...”박민정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박민정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그 여자가 말했다. “그 사람은 죽었어요.”이 말을 듣고 박민정은 이 여자가 너무 불쌍해 보였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박민정은 보답 같은 거는 바라지도 않았다. 보답을 위해서라면 굳이 설인하를 도울 필요가 없다.“자, 제가 부축해 줄게요.”박민정은 설인하를 부축해서 방에 들여보내고 사람을 시켜 보신탕을 올려다 주라고 했다. 막 아이를 낳은 여자는 몸이 허약하니 보신을 잘해야 회복이 빨라진다.설인하더러 쉬게 하고 박민정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민수아와 박윤우는 아이가 잠든 것을 보고도 아이를 침대에 눕히지 않고 계속 아이를 쳐다보았다.“안 힘들어?”박윤우는 박민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나랑 형이 어렸을 때도 이렇게 귀여웠어?”박민정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어렸을 때는 다 귀여워.”“엄마 배 속에 아기가 여동생이면 좋겠다.”박윤우가 진심으로 말했다.박민정도 딸을 낳았으면 했다. 그녀는 이미 아들이 둘이나 있으니 딸까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딸이든 아들이든 그녀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민수아 역시 박민정의 배를 보며 말했다. “언제쯤 낳을까, 기대된다.”“출산 예정일은 9월 12일이야.”박민정이 대답했다. “그럼 빠르네. 그때 되면 난리 나겠는데?”민수아는 벌써 신이 났다. 박민정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차마 그녀의 아름다운 상상을 깨뜨릴 수 없었다.생각해 보면 세 명의 아이들을 돌보면 야기 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질 것이다. 그간 민수아가 상상한 모습과 매우 다를 것이다. 전에 박예찬과 박윤우가 어렸을 때 얼마나 손이 많이 갔는지 모른다. 박민정과 은정숙은 매일 눈을 붙일 기회조차 없었다. 한 아이가 자고 다른 아이가 깼다.이번에 아이를 나면 유남준더러 돌보라 할 생각이었다. 예찬이랑 윤우는 자신이 돌보았으니 이번엔 애 아빠인 유남준의 차례라고 생각했다. 같은 시각 유남준은 재채기했다.방성원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 설인하를 찾았는지도 몰랐다. 유남준과 김인우가 보낸 사람들은 아직 그들 모녀를 찾고 있었다.“성원이랑 걔 부인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았는데 이혼을 하려 하고 가출까지 하는
“성원아, 너무 서두르지 마. 찾을 수 있을 거야.”김인우가 말했다.방성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가서 좀 쉬어.”“안 졸려.”아내와 딸을 찾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는 이상해했다. 설인하는 가족도 친구도 없다. 아이를 데리고 나갔으니 호텔에 가거나 차를 타야 했다. 하지만 진주시의 호텔에는 모두 설인하와 아이에 관한 정보가 없었다.차를 탄 기록이 있는지도 밤새도록 조사했다. 온 진주시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를 샅샅이 조사했지만 여전히 설인하를 찾지 못했다.차도 타지 않고 호텔도 가지 않았으면 아이를 데리고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방성원은 정말 몰랐다. 방성원은 그녀가 자신에게 벌을 내리는 거로 생각했다. 그는 어젯밤에 거지들이 있는 곳까지 가보았지만 그녀를 찾지 못했다.김인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나가서 찾아볼 테니까 너는 좀 쉬어.”그는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혹시라도 나쁜 사람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 날 것이다. 그때 서다희 쪽에서 소식이 왔다.“대표님, 인하 씨의 소식을 알아낸 것 같아요.”유남준은 스피커를 켜서 모두가 듣게 했다.“지금 어디에 있는데?”“사모님과 함께 있어요.”서다희가 말했다.서다희도 박민정을 돌보는 보디가드한테서 들었다. 어제 박민정이 두 모녀를 데려왔다고 말이다.그는 이 타이밍이 너무 딱 맞아떨어져서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민수아에게 물어보았고 그 사람이 정말 설인하라는 것을 알아냈다.세 사람은 모두 얼떨떨해져서 있었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설인하가 지금 박민정과 함께 있으니 말이다. “그럴 리가?”김인우가 말했다.유남준 역시 의아해하며 서다희에 물었다. “인하 씨가 어떻게 민정이랑 같이 있어?”“수아 씨 말로는 어제 설인하 씨가 우연히 사모님을 만났는데 몸이 약해 쓰러졌다고 하더군요. 사모님은 그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갔다가 다시 집으로 데려왔어요. 사모님은 설인하 씨가 가족과 친구가 없는 게 안쓰러웠대요
박민정은 아직 자신이 방성원의 부인을 집에 데려온 줄 몰랐다. 그저 평소대로 사람을 시켜 설인하를 돌보게 하였고 시간이 있을 때는 자기가 직접 아이를 돌봤다.집에 갑자기 사랑스러운 귀요미가 생기니 더 시끌벅적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아기를 본 진서연 역시 너무 좋아했다. “귀여워요. 이름이 뭐예요?”다들 아기 이름이 뭔지 모른다.민수아가 가서 물어보았다. 딸의 이름이 방은정이라는 것을 알았다.“방 씨?”박민정은 의아해했다. 그녀는 진주시에서 방 씨 성의 사람은 방성원밖에 모른다. 하지만 박민정은 아이의 아빠가 방성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보스, 출근할 때 아이도 데려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말도 안 돼. 이렇게 어린아이는 몸이 약해서 함부로 데리고 나갈 수 없어. 쉽게 병에 걸릴 수 있어. 너희도 좀 멀리서 말하는 게 좋을 거야.”박민정이 말했다.“알아요.”진서연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민수아는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뭔가 찜찜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방금 설인하한테 아이의 이름을 물었을 때, 설인하는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방은정이에요.”그의 말투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거나, 애 아빠를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녀는 결코 그 이름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은정아, 앞으로 우리 모두 은정이의 이모로 될 거야, 알겠지?”귀엽고 예쁜 여자아이가 생기자 모두 신이 났다. 방은정은 눈이 엄마를 빼닮아서 더없이 이뻤다. 그 맑은 눈으로 이모들을 향해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위층에 서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설인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녀는 방성원이 영원히 자신을 찾지 못하기를 바란다. 그저 이렇게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좋아요. 모두 은정이의 이모로 해주죠.”설인하가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웃을 때 특히 예뻤다.민수아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렇게 예쁜 엄마가 있으니 딸도 예쁜 거로 생각했다. “잘됐네요.”“은정아, 앞으로 우리는 모두 네 이모야.”집에 지금 사람이 많은 데다가 도우미랑 가정
박예찬은 이 말들을 듣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조금은 새침을 떨며 조하랑에게 먼저 물었다. “하랑 이모, 이모는 가고 싶어?” “물론이지.” 조하랑은 바로 대답했다. 그러자 박예찬이 말했다. “그럼 우리도 같이 가보자. 하랑 이모의 소원을 들어줘야지.” 조하랑은 이 말을 듣고 그제야 알았다. 자신이 또 이 귀여운 영악한 아이의 장난에 넘어갔다는 것을. 분명 본인이 가고 싶으면서도 일부러 자신에게 덮어씌운 것이었다. 조하랑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 그렇게 셋은 함께 박 씨 가문 옛 저택으로 아이를 보러 갔다. 김인우는 설인하가 자신을 알아볼까 걱정되어 처음에는 조하랑과 박예찬만 들어가게 했다. 그러다 설인하가 요즘 계속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도 아이를 보러 들어갔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성원의 딸은 정말 귀여웠다. 그는 일부러 박윤우, 박예찬, 그리고 방은정 세 아이의 사진을 찍어 형제들 단톡방에 올렸다. “성원아, 네가 안심할 수 있게 사진 하나 보낸다.” 단톡방안에서 박윤우와 박예찬, 그리고 방은정의 사진을 보자 모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작은 아이가 세명이나! 너무 귀엽다!” “맞아. 유 형과 방 형이 부럽네.”그러고는 부러운 메시지가 줄줄이 이어졌다. 방성원은 처음에는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그는 유남준의 두 아들이 자기 딸만큼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딸이야말로 소중한 보물이라 여겼다. 그런데 대화의 분위기가 바뀌더니 누군가가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나중에 은정이가 윤우랑 예찬이 중에 누구를 좋아할지 모르겠네. 둘 다 잘생겼으니까.” “아마도 두 꼬맹이가 방은정을 차지하려고 싸우게 될걸.” “하하,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어.” 방성원은 아버지로서 이 메시지를 보고 기분이 나빠졌다. 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메시지를 보냈다. “헛소리 마. 내 딸은 커서 아무에게도 시집가지 않아.” 자신이 소중하게 키운 딸을 어떻게 두 꼬마에게 주겠는가? 박윤우와 박
방성원은 유남준이 또 아들을 낳을까 걱정하며 말했다. “안되겠다. 그냥 아이들을 데려와야 하나?” 방성원이 유남준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방을 왔다 갔다 하자 유남준은 그를 말리기보다 이득과 손해를 분석해 주었다. “설인하가 무슨 무리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 방성원은 그 말에 결국 포기하고는 설인하가 산후조리를 마치면 다시 찾아가 천천히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그럼 여기에 대해 박민정에게 말할까?” “말하지 마. 설인하가 너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네가 박민정에게 설인하와의 관계를 알려주면 나중에 설인하가 알았을 때 박민정을 탓할 게 뻔해.” 유남준은 박민정의 진심이 오해받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네가 박민정을 못 믿을 이유가 없잖아. 설인하가 너의 아내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박민정은 설인하를 잘 돌봐줄 거야.” 방성원도 박민정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네 말이 맞아.” “그리고 너도 이제 하루 밤낮으로 고생했으니 좀 쉬어.” 유남준이 덧붙였다. “그래.” 방성원은 설인하와 아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잠을 못 자며 여기저기 찾아다녔기에 모녀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했다. 박 씨 가문 저택에서 설인하는 박민정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 집에는 경호원 외에 여자와 아이들만 있었다. “박민정 씨, 혹시 이혼한 거예요?” 설인하는 박민정이 음식을 가져다줄 때 참지 못하고 물었다. 박민정은 잠시 멈칫하며 생각한 후 대답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설인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말했다. “미안해요. 그냥 궁금해서...” “아니에요. 괜찮아요.” 박민정은 설인하의 말을 끊고 물었다. “다른 궁금한 점이라도 있어요?” 박민정이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데도 의심했던 자신이 미안했던 설인하는 즉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더는 없어요. 정말 고마워요.” 그녀는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방성원에게 오랜 시간 갇혀 지낸 탓에 외
박민정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걱정 마요. 저는 원래 반항하는 게 특기예요. 형님이 나가라고 할수록 더 안 나갈 거예요.” 그 말을 마치고는 최현아를 지나쳤다. 최현아는 화가 나 손을 꽉 쥐며 불만 가득한 얼굴로 유성혁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 여자 도대체 뭐예요? 아직도 잘 버티고 있다니, 제대로 압박을 주기나 했어요?” 유성혁은 약간 당황해하며 말했다. “물론이지. 내가 이전의 모든 골칫거리를 다 박민정에게 던져줬어. 지금도 버티고 있는 거라면 끈질기게 버티는 거겠지.” 최현아는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앉아 말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박민정이 여러 건의 해외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더라고요. 덕분에 우리 부서가 접수하니까 아주 쉬워졌어요.” “그 여자는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뭘 샀는지 봐봐.” 유성혁은 최현아에게 무언가 들킬까 두려워 서둘러 선물을 건넸다. 최현아가 선물을 받아들여다 보니 2억 원 상당의 비취 목걸이였다. “참 예쁘네요. 오늘 무슨 날이길래 이런 걸 줘요?” 유성혁은 박민정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최현아의 사비를 쓰려는 속셈이었지만 이를 감췄다. “당신과 함께하는 날은 매일이 기념일이잖아. 선물 당연히 줘야지.” 그는 또다시 최현아에게 말했다. “사실 요즘 관심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시드 자금이 좀 필요해.” “얼마나 필요해요?” “한 1000억 정도?” “그렇게나 많이요?” 최현아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나도 사비를 마련해놨어. 그러니 3, 4억 정도만 좀 지원해 주면 나중에 꼭 갚을게.” 유성혁은 계속해서 애원했다. 하지만 최현아도 눈치가 있어 유성혁이 사업에 능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기에 결국 200억만 주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간 최현아는 남편이 준 선물을 자랑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역시 결혼 잘해야 돼. 남편이 직접 골라준 선물이야. 우리의 매일이 기념일이래.” 이 소식을 본 많은 사람이 좋아요 와 축하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속으로 유성혁의 본성을 아
박민호가 그 이야기를 꺼내자 박민정은 퇴근 준비를 하며 가방을 챙겼다. “민호야, 원래 유남우와 윤소현은 약혼한 사이였잖아. 둘이 결혼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어떻게 당연한 일이야? 둘째 형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누나야! 지금 누나가 마음을 돌리면 당장 결혼을 취소할 거라고!” 박민호는 유남우가 윤소현과 결혼해 그녀가 아들을 낳게 되면 자신은 더 이상 그에게서 관심을 받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었다. 박민정은 그의 속내를 이해했다. “민호야, 넌 이제 어른이야. 앞으로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아야 해. 우리 평생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는 없어.” 박민호는 말을 잃고 그 자리에 서서 박민정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박민정이 떠난 후 그의 눈에는 싸늘한 기운이 깃들었다. “뭘 그리 잘났다고 잘난 척이야! 내가 너라면 차라리 유남우의 첩이라도 될 텐데!” 박민호는 자료 뭉치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이 모든 장면을 아직 퇴근하지 않은 5팀 직원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5팀의 내통자는 박민호가 박민정에게 한 말을 최현아에게 전했고 최현아는 이를 듣고 웃으며 이 소식을 윤소현에게 다시 알렸다. 이 이야기를 들은 윤소현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박민호, 정말 살아남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 아빠와 소송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박민정에게 유남우를 꼬시라고 말했다고?” 윤소현은 한창 새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던 중이었고 드레스룸에서 전화를 걸어 지시했다. “박민호에게 아주 철저히 본때를 보여줘.” 윤소현은 박민호를 동생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최근 계속 결혼 준비로 바빴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박민호를 철저히 매장시켜버리고 싶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자 멀리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는 유남우가 보였다. “남우 씨.” 윤소현이 그를 부르자 유남우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다 입어봤어?” “네, 이 드레스가 더 예쁜 것 같지 않아요?” 윤소현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남우는 고
“내가 없었으면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지 않았나?”유남준은 박민정에게 기대어 말했다. 다행히 지금은 자가용을 타고 있어서 다행이지, 버스 안이었다면 많은 사람이 빨갛게 달아오른 박민정의 얼굴을 봤을 것이다.“남준 씨는 필요 없죠. 아빠로서 당연히 아이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그녀는 중얼거렸다.하지만 유남준은 계속 떼를 썼다. “안 돼, 나도 상을 줘야 해.”상을 달라는 그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점점 빠르게 뛰었다.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자 박예찬이 기분이 언짢아 말했다. “그럼 앞으로 인우 아저씨보고 가족 행사에 같이 가달라고 할게요.”그는 박윤우처럼 유남준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 유남준이 말이 없자 박예찬은 질투심에 겨워 그를 쳐다보았다. “어때요? 아저씨.”두 사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유남준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됐어.”박민정도 덩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박예찬이었다.유치원에 도착한 후, 선생님이 몇 가지 일을 더 얘기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그러자 방성원이 다가와 물었다. “남준아, 형수랑 같이 가? 간단한 식사라도 같이하면 안 될까?”박민정이 대답했다. “안 될 것 같아요.”그녀는 이제 방성원과 설인하의 관계를 아는데 그를 집으로 데려간다면 설인하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방성원이 이렇게 자진해서 나온 건 처음인데 거절당해서 실망했다.김인우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우리 집에 가서 먹자.”예찬이도 박민정과 작별인사를 했다. “엄마, 집에서 비타민 잘 챙겨 먹어. 알았지?”“알겠어.”박민정은 그와 손을 흔들며 작별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손연서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기도 벌써 자기의 자식이 있어야 하는데 하며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남편 오준수는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를 갖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민정 씨는 좋겠어요. 남편도 너무 좋고 아들
최현아의 표정은 유달리 보기 흉했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주변에 있던 엄마들에게 말했다. “무서울 게 뭐예요? 지금의 유남준은 아무것도 없고 호산 그룹의 대표도 아니에요.”엄마들은 그녀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했다.누군가가 말했다. “그 사람이 정말 아무런 힘이 없다면 저 사람들의 남편들은 왜 저렇게 겁에 질린 거예요?”최현아는 순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도 유남준이 무슨 수를 썼길래 회사 사장들이 저렇게 의기소침해서 도망갔는지 몰랐다.“현아 씨, 친척 관계잖아요. 그냥 사이좋게 지내요.”“맞아요. 화기애애한 게 좋죠.”그녀들은 모두 눈치채서 더는 최현아를 돕지 않고 박민정을 비롯한 사람들을 팀에 불러들이려 했다.심지어 자진해서 박민정과 팀을 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면 다시 팀을 짜든가요.”“좋아요, 좋아요.”사람들의 태도가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것을 보고 최현아는 화가 났다.그녀는 오늘 아침 일찍 많은 돈을 써서 선물을 샀는데 말이다. 이 사람들은 정말 뻔뻔스럽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와서 어찌할 방법도 없다.다시 팀을 짜기 시작했다. 박민정은 다른 엄마 몇 명과 팀을 짜서 경기를 시작했다.유남준은 예찬이와 나란히 서서 한쪽 다리를 묶었다.“절대 제 발목을 잡아선 안 돼요.”박예찬이 진지하게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 때문에 그는 질투했다.자기가 어른이라면 이런 일은 유남준이 아니라 자기가 해결할 거로 생각했다.아쉽게도 그는 너무 어렸다.유남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기고 싶어? 내가 이기는 방법을 하나 알려줄게.”박예찬이 물었다. “무슨 방법이요?”“이따가 경기 시작하면 그냥 내 다리를 꽉 안아. 내가 혼자 갈게. 그러면 절대 지지 않을 거야. ”박예찬은 그 화면을 상상하다가 말했다. “싫어요! 흥.”유남준은 자기 아들의 성격이 자신을 많이 닮은 것을 안다.사실 박예찬은 다른 아이들보다 아이큐나 체력이 뛰어났고 유남준도 다른 엄마 아빠들보다 실력이 좋다.이 게임은 예상대로 그들
김인우처럼 눈치가 없는 사람도 이 사람들이 일부러 예찬이한테 이러는 거라는 걸 눈치챘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제 일어날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감히 유남준의 아내와 아이를 괴롭히다니, 이 사람들이 정말 간이 부었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오면서 사람들 속에 있는 최현아를 보고 이 일은 틀림없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다시 방금 말을 한 몇 사람을 보았다.“그린파워의 최연준, 실버라인의 채빈, 에코미디어의 고태민, 피스월드의 노직.”그는 네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그 네 명은 자기의 이름이 불려서 어리둥절해서 하다가 물었다.“우리를 알아요?”유남준은 대답하지 않고 뒤 따라오는 서다희에게 물었다. “적었어?”“적었어요.”서다희가 말했다.유남준은 원래 한 번만 봐도 잊지 않는다. 이 사람들을 다시 알아보고 기억할 필요가 없다.보통 그가 업무 중에 본 다른 회사 정보라면 바로 기억할 수 있다.서다희는 이런 능력이 없어서 유남준의 말을 듣고 이 사람들의 이름을 적었다.“뭐 하는 거예요?”그 남자들은 유남준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몰랐다. 김인우는 볼거리가 있으리라 생각했다.그 사람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김인우에게 명함을 주러 왔다. “인우 씨, 안녕하세요. 이건 제 명함입니다.”김인우는 그 남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고 명함도 받지 않았다.그 사람은 민망했지만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묵묵히 명함을 거두어들였다.“선생님, 시간 끌지 말고 경기를 시작하죠. 회사에 일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해요.”최연준이 말했다.선생님은 좀 난처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이때 최연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회사 비서의 전화였다. 그는 불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이런 활동에 안 오겠다고 했잖아. 봐봐, 회사에서 또 전화 오잖아.”그는 매우 바쁜 척을 했다. 이것을 본 그의 아내도 뭔가 미안함을 느껴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최연준이 전화를 받은 지 1분도 안 돼
유남준은 공식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아 어떤 엄마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하지만 김인우 같은 부잣집 도련님은 보통 사람이라도 그의 얼굴을 알고 있다.“저 사람 김인우 아니야?”“옆에 있는 사람은 방성원이야!”“이 사람들이 왜 왔지? 맨 앞에 있는 남자는 누구지? 낯이 익은데?”최현아의 시선은 세 사람에게 머물었는데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다.유남준이 왔다니, 그것도 김인우와 방성원이랑 같이 말이다. 김인우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 박예찬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박예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피했다."이놈아,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안 돼? 그리고 활동에 참석하는데 왜 나랑 하랑 이모한테 말도 안 한 거야?”김인우가 물었다.박예찬은 일부러 그런 것이다. 한 명의 아이는 보호자를 제일 많아서 두 명밖에 데려갈 수 없다. 김인우와 하랑 이모한테 말하면 엄마와 같이 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들 김인우의 말을 듣고 여기에 온 것을 후회했다. 특히 몇몇 아이 아빠들 말이다.눈앞의 이 아이가 김인우의 아들인가 하는 생각에 그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최현아의 말 몇 마디 때문에 박민정을 비롯한 사람을 괴롭히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한 것에 후회했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방성원과 김인우까지 데리고 말이다.유남준은 이미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좀 늦었어. 이 두 놈이 계속 따라오겠다고 해서 말이야.”유남준이 말했다.김인우는 억울해서 말했다.“나랑 하랑 씨가 그렇게 오랫동안 예찬이를 돌보았잖아. 친자 행사가 있다는데 당연히 와야지.”유남준은 어이가 없었다.방성원은 당연히 예찬이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설인하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지 보름 정도 지났다. 그는 오늘 이 기회를 타서 박민정을 따라 함께 자기 아내와 딸을 보러 가고 싶어 했다. “그냥 와서 구경 좀 하려고. 뭐 필요한 거 있나 보면서.”방성원이 말했다.김인우와 유남준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선생님은 예찬이 쪽에 잘생긴 남자 세 명이 한꺼번에 온
선생님이 다가와서는 의아해서 물었다. “예찬 어머니, 왜 혼자 여기에 서서 계세요? 팀 안 짜세요?”박민정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했다. “선생님 사람들이 저희랑 팀을 짜려 하지 않아요.”“네...”선생님은 난처해하더니 다른 팀에게 물어보았다.그 팀의 엄마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은 이미 사람이 찼어요.”그리고 몇 명의 아이 아빠도 왔는데 모두 최현아에게 빌붙고 싶어 해서 말했다.“선생님, 팀을 짜지 못한 사람들은 경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맞아요. 어차피 이미 인원수가 충분하잖아요.”“몇 분은 그냥 쉬세요. 게다가 임신 중인데 경기는 무리이지 않나요?” 한 남자가 박민정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박민정은 당연히 자신이 경기를 못 한다는 것을 안다.“저 말고 다른 엄마들은 경기에 나갈 수 있잖아요. 어떻게 못 나가게 막을 수 있어요?”그녀가 나서서 말했다.그러자 남자는 비아냥거렸다. “그냥 경기일 뿐이잖아요. 굳이 당신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잖아요?”다른 엄마들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시작하자고요.”최현아는 옆에 서서 박민정을 비롯한 그녀의 라인의 사람들이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만족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선생님은 조금 난처해했다. “아니면 여러분 팀당 한 명씩만 더하세요. 이렇게 하면 딱 맞을 거예요.”총 네 팀이고 남은 사람도 네 명이니 말이다. “딱 맞다니요. 이분은 임신했으니까 대회 나가기 불편하잖아요. 누구 팀에 가면 그 팀이 질 게 뻔하죠.”한 여자의 목소리였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홀로 있는 네 명의 엄마와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있으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예찬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아이는 분명히 기분이 언짢았다.“엄마...”지원이는 엄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손연서는 이 사람들이 정말 사람을 너무 무시한다고 느꼈지만 사실 그렇게 경기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 아이들을 위해서이다.“민정 씨, 됐어요. 우리는
차는 넓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은 성훈이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다들 곁눈질하며 손연서를 보며 놀렸다.이 사람 중 대부분은 주부다.손연서는 그녀들과 달리 친정 손씨 가문의 사업을 도맡고 있다.그래서 많은 엄마가 그녀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지금 그녀가 사생아 때문에 이렇게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성훈이는 아직도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손연서를 조롱했다.“우리 엄마한테 들었어요. 당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나를 아들로 받아들인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영원히 당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싫어요. 내가 커서 우리 아버지의 회사를 인수하면 당신을 쫓아낼 거예요. 그때 되면 당신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할머니로 되겠죠.”손연서는 안색이 안 좋았지만 아이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손연서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서 바로 말했다. “연서 씨, 나하고 같이 앉아요. 예찬이보고 성훈이랑 앉게 하고요.”박예찬도 유난히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들었다.“연서 아줌마, 우리 엄마랑 같이 앉아요. 우리 엄마가 아줌마랑 얘기 나누고 싶대요.”손연서는 그들 모자를 고마워하며 예찬이와 자리를 바꾸었다.박예찬이 옆에 앉자 성훈이는 순식간에 착한 아이로 변해 말도 안 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핸드폰도 하지 않고 말이다. 성훈이의 모습을 보고 손연서는 박민정에게 말했다. “참 웃기죠?”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서 씨가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말아요. 자기 생각도 하면서 말이에요.”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봐서 커서도 별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아이가 아닐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는다. 친자식도 기댈 수 있을지 말 지인데 사생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손연서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내 아이와 진짜 가족을 갖고 싶죠. 하지만 이런 건 지금의 나에게 너무 사치에요.”모두 자신의
“지훈아, 빨리 이리 와!”그녀는 박민정을 외면한 채 아들에게 소리쳤다.유지훈은 박민정의 뒤에 숨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요. 가면 때릴 거잖아요.”이 말을 들은 최현아는 화가 났다. 최현아는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무서워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훈아. 엄마가 방금 너무 급했어. 이리 와봐.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유지훈은 여전히 그녀한테로 가려 하지 않았고 최현아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싫어요. 안 믿어요. 흥.”그는 말을 마치고 쏜살같이 달아났다.최현아는 자신이 이런 아들을 만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유지훈을 따라갔는데 일부러 박민정의 어깨를 세게 치면서 지나갔다.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지만 최현아를 외면하고 손연서를 비롯한 그녀들을 찾아갔다.그녀들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최현아의 포섭을 받은 엄마들은 박민정을 외면한 채 못 본 척했다.그녀들은 호산 그룹의 이인자인 최현아의 시아버지가 돌아왔다는 것만 알고 있다. 유남우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자리는 당연히 최현아 시아버지의 것이다.그래서 그녀들은 최현아한테 잘 보이려 했다. “민정 씨, 이리 와서 앉아요. 이따 같이 차를 타고 교외로 가요.”손연서가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이 가서 앉았다.지원 엄마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예찬 엄마, 방금 최현아가 다른 엄마들이랑 말한 게, 예찬 엄마를 왕따 시키면 그 사람들의 남편이 호산 그룹과 합작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어요.”지원 엄마는 전에 어느 라인에 서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최현아는 박민정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전에 아이를 왕따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부모까지 왕따시키네요.”박민정은 다른 엄마들을 봤다. 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박민정이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입을 다물고 멀리 피했다. 도한 엄마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 대부분
[여러분 남편은 같이 가나요?]단톡방에서 한 사람이 물었다.다른 사람들이 답장을 보냈다. [제 남편이 너무 바빠서 못 갈 걸요?][맞아요. 우리 남편도 주말엔 회사 일로 바빠요.][우리 엄마들끼리 가면 되죠. 남편은 일하라고 하고요.][...]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대부분 사람의 남편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알고 박민정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밤에 그녀가 자고 있을 때 유남준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뭐 해요?][이제 자려고요.]박민정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유남준은 아직 방성원과 함께 있다. 두 사람의 아내가 모두 박씨 가문 저택에 있으니 불쌍한 남자 둘이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박민정의 무뚝뚝한 답장에 좀 섭섭했다. [아니야. 자.]이 메시지를 보고 박민정은 잘 준비를 했다. 근데 문뜩 생각해보니, 예찬의 아버지인 유남준도 친자 활동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았다.[저기, 예찬이 유치원에서 내일 친자 활동이 있어요. 시간이 있으면 오고 시간이 없으면 오지 않아도 돼요. 잘게요.]그녀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바로 누워 잤다.유남준이 가든 말든 어쨌든 그녀는 아들의 친자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이튿날 아침 일찍 박민정은 일어나서 셰프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진서연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 “보스, 왜 이렇게 일찍이 일어나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거예요?”“오늘 예찬이 유치원에서 친자 활동이 있어. 거기 갈 때 가지고 갈 것이야.”박민정이 말했다.“그렇군요.”진서연은 눈을 비비며 씻으러 갔다.집의 세 여자가 모두 일어났다. 박민정은 이미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고 그녀들의 것도 남겨 주었다.그녀가 유치원으로 가려 할 때 손연서와 도한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정 씨, 오늘 와요?][당연하죠.][잘됐네요. 우리 오랫동안 못 봤잖아요.][근데 조심해야 해요. 오늘 최현아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먼저 어린이집에 온 손연서는 최현아가 수많은 아줌마와 사석에서
“아니에요. 별장 청소와 정리는 가정부가 하면 돼요.”박민정의 말에 설인하가 고집을 부렸다.“안 돼요. 그 얘기는 이미 청소는 모두 제가 하기로 했잖아요. 그대로 해요. 민정 씨, 나와 방성원의 관계 때문이라면 이러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긴 하지만 전부 처음부터 배울 거예요.”설인하는 박민정이 거절할까 봐 박민정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청소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설인하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장 관리인을 불러서 앞으로 매월 급여 발급할 때 설인하에게도 주라고 지시했다.사실 박민정이 설인하에게 별장 청소를 시키지 않은 것은 방성원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현재 그녀의 몸 상태가 감당을 못할까 봐서였다.게다가 박민정이 설인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녀도 예전에는 부잣집 딸로서 아무 일도 해본 적이 없이 자랐었다.설인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결혼한 후 어떤 일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설인하는 집 안 청소도 하고 또 주동적으로 진서연을 찾아서 업무상의 일을 시작했다.박민정은 소파에 앉아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진서연이 언제 나갔었는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보스, 정민기 씨가 찾아요.”“알았어.”박민정은 소파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정민기가 손에 서류 더미를 들고 있었다.“전에 조사하라고 한 함미현에 관한 자료예요. 출생한 병원과 그때 혈액 등 기록들이에요. 서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함미현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에요.”박민정이 서류를 받아보자, 거기에는 함미현의 출생 관련 기록들이 그대로 있었다. 만약 염혜란이 입양한 거라면 이런 내용을 모두 만들었을 수는 없을 것이다.“최근에 염혜란 씨에 대한 소식은 없어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가 신중한 표정으로 변하며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염혜란 씨 집 근처 CCTV를 모두 조사했는데 그중 한 카메라에서 종적을 찾았는데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염혜란 씨도 같이 화면에서 사라졌어요. 그 차를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