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그녀를 훑어보았다. 분유 병을 챙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박민정이 말했다. “여기부터 2km 앞에 슈퍼가 있어요. 제 차에 타실래요? 슈퍼에까지 데려 드릴게요.”여자는 한참 동안 박민정을 바라보다가 한참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감싸 안고 차에 올랐다.운전기사는 속도를 높여 차를 몰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슈퍼에 도착했다.여자는 좀 난처했다. “제가 지금 돈이 없어요.”그 말을 들은 박민정이 말했다. “그러면 여기서 기다려요. 제가 사드릴게요.”“네, 고마워요.”박민정이 슈퍼에 가는데 운전기사도 따라갔다.가다가 운전기사는 참지 못하고 박민정에게 말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여자가 사기꾼일 수도 있잖아요?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를 굶기는 것이 친엄마 같지 않아요.”박민정도 조금 의심은 했었다. 하지만 방금 그 여자가 넘어질 뻔했을 때 본능적으로 자기보다 아이를 더 챙겼다. 이건 엄마여야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아이를 계속 굶길 수는 없잖아요. 그런 건 나중에 살펴보죠.”운전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박민정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먹을 분유를 사고 젖병에 분유를 타서 여자에게 주었다.여자는 좀 서툴게 아이에게 젖을 먹였다.이것을 보던 박민정은 그녀를 도우려 했다. “제가 먹일게요.”여자는 좀 민망한 듯 말했다. “죄송해요, 계속 다른 사람이 먹여줬었어요. 그래서 제가 좀 많이 서툴러요.”그녀도 아이에게 잘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돌볼 기회가 전혀 없었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다.박민정은 더 묻지 않고 아이에게 분유를 어떻게 먹이는지 가르쳐 주었다.“괜찮아요, 누구나 초보 엄마에서 시작하는 거죠. 저도 예전에는 서툴러서 두 아들에게 공기를 많이 먹었어요.”이 말에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요.”박민정은 능숙하게 아이에게 분유를 먹였다. 배불리 먹은 아기
박민정은 손에 분유 병을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너희 둘 조심해서 아기를 안아야 해. 아직 백일을 안 지난 것 같으니까 조심해, 알겠지?”박민정은 민수아에게서 아이를 받아 안아 분유를 먹였다. 민수아와 윤우는 모두 호기심에 계속 바라보았다. 이번 주말은 원래 전처럼 평범하게 보내려 했다. 근데 박민정이 갑자기 모녀를 데려올 줄이야. 게다가 너무 귀여운 아기였다. “와, 정말 배고픈가 보네. 먹는 것도 너무 귀여워.”민수아가 말했다. 박윤우도 아이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렇게 귀여운 여동생을 보니 자기도 빨리 여동생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위층에서 여자는 박민정 나쁜 마음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위층의 인기척을 듣고 박민정이 그쪽으로 보았다. 그 여자가 맨발로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깼어요?”그녀는 아이를 민수아에게 넘기고 빠른 걸음으로 가서 여자를 부축했다.“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됐으니 누워서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박민정은 이 여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건지 몰랐다. 이건 너무 위험했다. 여자가 말했다. “고마워요.”“아니에요. 제가 먼저 방에까지 데려다줄게요. 푹 쉬세요. 아이는 제가 먼저 돌볼게요.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가족에게 전화하셔도 돼요.”박민정이 말했다.여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전 가족이 없어요.”“친구는요?”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박민정은 좀 놀랐다. 아래층에 있는 민수아도 대화를 듣고 의아해했다. 지금 아직도 가족도, 친구도 없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이 안 갔다. “그럼 애 아빠한테라도...”박민정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박민정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그 여자가 말했다. “그 사람은 죽었어요.”이 말을 듣고 박민정은 이 여자가 너무 불쌍해 보였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박민정은 보답 같은 거는 바라지도 않았다. 보답을 위해서라면 굳이 설인하를 도울 필요가 없다.“자, 제가 부축해 줄게요.”박민정은 설인하를 부축해서 방에 들여보내고 사람을 시켜 보신탕을 올려다 주라고 했다. 막 아이를 낳은 여자는 몸이 허약하니 보신을 잘해야 회복이 빨라진다.설인하더러 쉬게 하고 박민정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민수아와 박윤우는 아이가 잠든 것을 보고도 아이를 침대에 눕히지 않고 계속 아이를 쳐다보았다.“안 힘들어?”박윤우는 박민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나랑 형이 어렸을 때도 이렇게 귀여웠어?”박민정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어렸을 때는 다 귀여워.”“엄마 배 속에 아기가 여동생이면 좋겠다.”박윤우가 진심으로 말했다.박민정도 딸을 낳았으면 했다. 그녀는 이미 아들이 둘이나 있으니 딸까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딸이든 아들이든 그녀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민수아 역시 박민정의 배를 보며 말했다. “언제쯤 낳을까, 기대된다.”“출산 예정일은 9월 12일이야.”박민정이 대답했다. “그럼 빠르네. 그때 되면 난리 나겠는데?”민수아는 벌써 신이 났다. 박민정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차마 그녀의 아름다운 상상을 깨뜨릴 수 없었다.생각해 보면 세 명의 아이들을 돌보면 야기 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질 것이다. 그간 민수아가 상상한 모습과 매우 다를 것이다. 전에 박예찬과 박윤우가 어렸을 때 얼마나 손이 많이 갔는지 모른다. 박민정과 은정숙은 매일 눈을 붙일 기회조차 없었다. 한 아이가 자고 다른 아이가 깼다.이번에 아이를 나면 유남준더러 돌보라 할 생각이었다. 예찬이랑 윤우는 자신이 돌보았으니 이번엔 애 아빠인 유남준의 차례라고 생각했다. 같은 시각 유남준은 재채기했다.방성원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 설인하를 찾았는지도 몰랐다. 유남준과 김인우가 보낸 사람들은 아직 그들 모녀를 찾고 있었다.“성원이랑 걔 부인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았는데 이혼을 하려 하고 가출까지 하는
“성원아, 너무 서두르지 마. 찾을 수 있을 거야.”김인우가 말했다.방성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가서 좀 쉬어.”“안 졸려.”아내와 딸을 찾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는 이상해했다. 설인하는 가족도 친구도 없다. 아이를 데리고 나갔으니 호텔에 가거나 차를 타야 했다. 하지만 진주시의 호텔에는 모두 설인하와 아이에 관한 정보가 없었다.차를 탄 기록이 있는지도 밤새도록 조사했다. 온 진주시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를 샅샅이 조사했지만 여전히 설인하를 찾지 못했다.차도 타지 않고 호텔도 가지 않았으면 아이를 데리고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방성원은 정말 몰랐다. 방성원은 그녀가 자신에게 벌을 내리는 거로 생각했다. 그는 어젯밤에 거지들이 있는 곳까지 가보았지만 그녀를 찾지 못했다.김인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나가서 찾아볼 테니까 너는 좀 쉬어.”그는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혹시라도 나쁜 사람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 날 것이다. 그때 서다희 쪽에서 소식이 왔다.“대표님, 인하 씨의 소식을 알아낸 것 같아요.”유남준은 스피커를 켜서 모두가 듣게 했다.“지금 어디에 있는데?”“사모님과 함께 있어요.”서다희가 말했다.서다희도 박민정을 돌보는 보디가드한테서 들었다. 어제 박민정이 두 모녀를 데려왔다고 말이다.그는 이 타이밍이 너무 딱 맞아떨어져서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민수아에게 물어보았고 그 사람이 정말 설인하라는 것을 알아냈다.세 사람은 모두 얼떨떨해져서 있었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설인하가 지금 박민정과 함께 있으니 말이다. “그럴 리가?”김인우가 말했다.유남준 역시 의아해하며 서다희에 물었다. “인하 씨가 어떻게 민정이랑 같이 있어?”“수아 씨 말로는 어제 설인하 씨가 우연히 사모님을 만났는데 몸이 약해 쓰러졌다고 하더군요. 사모님은 그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갔다가 다시 집으로 데려왔어요. 사모님은 설인하 씨가 가족과 친구가 없는 게 안쓰러웠대요
박민정은 아직 자신이 방성원의 부인을 집에 데려온 줄 몰랐다. 그저 평소대로 사람을 시켜 설인하를 돌보게 하였고 시간이 있을 때는 자기가 직접 아이를 돌봤다.집에 갑자기 사랑스러운 귀요미가 생기니 더 시끌벅적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아기를 본 진서연 역시 너무 좋아했다. “귀여워요. 이름이 뭐예요?”다들 아기 이름이 뭔지 모른다.민수아가 가서 물어보았다. 딸의 이름이 방은정이라는 것을 알았다.“방 씨?”박민정은 의아해했다. 그녀는 진주시에서 방 씨 성의 사람은 방성원밖에 모른다. 하지만 박민정은 아이의 아빠가 방성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보스, 출근할 때 아이도 데려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말도 안 돼. 이렇게 어린아이는 몸이 약해서 함부로 데리고 나갈 수 없어. 쉽게 병에 걸릴 수 있어. 너희도 좀 멀리서 말하는 게 좋을 거야.”박민정이 말했다.“알아요.”진서연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민수아는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뭔가 찜찜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방금 설인하한테 아이의 이름을 물었을 때, 설인하는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방은정이에요.”그의 말투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거나, 애 아빠를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녀는 결코 그 이름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은정아, 앞으로 우리 모두 은정이의 이모로 될 거야, 알겠지?”귀엽고 예쁜 여자아이가 생기자 모두 신이 났다. 방은정은 눈이 엄마를 빼닮아서 더없이 이뻤다. 그 맑은 눈으로 이모들을 향해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위층에 서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설인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녀는 방성원이 영원히 자신을 찾지 못하기를 바란다. 그저 이렇게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좋아요. 모두 은정이의 이모로 해주죠.”설인하가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웃을 때 특히 예뻤다.민수아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렇게 예쁜 엄마가 있으니 딸도 예쁜 거로 생각했다. “잘됐네요.”“은정아, 앞으로 우리는 모두 네 이모야.”집에 지금 사람이 많은 데다가 도우미랑 가정
박예찬은 이 말들을 듣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조금은 새침을 떨며 조하랑에게 먼저 물었다. “하랑 이모, 이모는 가고 싶어?” “물론이지.” 조하랑은 바로 대답했다. 그러자 박예찬이 말했다. “그럼 우리도 같이 가보자. 하랑 이모의 소원을 들어줘야지.” 조하랑은 이 말을 듣고 그제야 알았다. 자신이 또 이 귀여운 영악한 아이의 장난에 넘어갔다는 것을. 분명 본인이 가고 싶으면서도 일부러 자신에게 덮어씌운 것이었다. 조하랑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 그렇게 셋은 함께 박 씨 가문 옛 저택으로 아이를 보러 갔다. 김인우는 설인하가 자신을 알아볼까 걱정되어 처음에는 조하랑과 박예찬만 들어가게 했다. 그러다 설인하가 요즘 계속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도 아이를 보러 들어갔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성원의 딸은 정말 귀여웠다. 그는 일부러 박윤우, 박예찬, 그리고 방은정 세 아이의 사진을 찍어 형제들 단톡방에 올렸다. “성원아, 네가 안심할 수 있게 사진 하나 보낸다.” 단톡방안에서 박윤우와 박예찬, 그리고 방은정의 사진을 보자 모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작은 아이가 세명이나! 너무 귀엽다!” “맞아. 유 형과 방 형이 부럽네.”그러고는 부러운 메시지가 줄줄이 이어졌다. 방성원은 처음에는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그는 유남준의 두 아들이 자기 딸만큼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딸이야말로 소중한 보물이라 여겼다. 그런데 대화의 분위기가 바뀌더니 누군가가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나중에 은정이가 윤우랑 예찬이 중에 누구를 좋아할지 모르겠네. 둘 다 잘생겼으니까.” “아마도 두 꼬맹이가 방은정을 차지하려고 싸우게 될걸.” “하하,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어.” 방성원은 아버지로서 이 메시지를 보고 기분이 나빠졌다. 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메시지를 보냈다. “헛소리 마. 내 딸은 커서 아무에게도 시집가지 않아.” 자신이 소중하게 키운 딸을 어떻게 두 꼬마에게 주겠는가? 박윤우와 박
방성원은 유남준이 또 아들을 낳을까 걱정하며 말했다. “안되겠다. 그냥 아이들을 데려와야 하나?” 방성원이 유남준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방을 왔다 갔다 하자 유남준은 그를 말리기보다 이득과 손해를 분석해 주었다. “설인하가 무슨 무리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 방성원은 그 말에 결국 포기하고는 설인하가 산후조리를 마치면 다시 찾아가 천천히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그럼 여기에 대해 박민정에게 말할까?” “말하지 마. 설인하가 너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네가 박민정에게 설인하와의 관계를 알려주면 나중에 설인하가 알았을 때 박민정을 탓할 게 뻔해.” 유남준은 박민정의 진심이 오해받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네가 박민정을 못 믿을 이유가 없잖아. 설인하가 너의 아내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박민정은 설인하를 잘 돌봐줄 거야.” 방성원도 박민정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네 말이 맞아.” “그리고 너도 이제 하루 밤낮으로 고생했으니 좀 쉬어.” 유남준이 덧붙였다. “그래.” 방성원은 설인하와 아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잠을 못 자며 여기저기 찾아다녔기에 모녀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했다. 박 씨 가문 저택에서 설인하는 박민정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 집에는 경호원 외에 여자와 아이들만 있었다. “박민정 씨, 혹시 이혼한 거예요?” 설인하는 박민정이 음식을 가져다줄 때 참지 못하고 물었다. 박민정은 잠시 멈칫하며 생각한 후 대답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설인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말했다. “미안해요. 그냥 궁금해서...” “아니에요. 괜찮아요.” 박민정은 설인하의 말을 끊고 물었다. “다른 궁금한 점이라도 있어요?” 박민정이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데도 의심했던 자신이 미안했던 설인하는 즉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더는 없어요. 정말 고마워요.” 그녀는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방성원에게 오랜 시간 갇혀 지낸 탓에 외
박민정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걱정 마요. 저는 원래 반항하는 게 특기예요. 형님이 나가라고 할수록 더 안 나갈 거예요.” 그 말을 마치고는 최현아를 지나쳤다. 최현아는 화가 나 손을 꽉 쥐며 불만 가득한 얼굴로 유성혁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 여자 도대체 뭐예요? 아직도 잘 버티고 있다니, 제대로 압박을 주기나 했어요?” 유성혁은 약간 당황해하며 말했다. “물론이지. 내가 이전의 모든 골칫거리를 다 박민정에게 던져줬어. 지금도 버티고 있는 거라면 끈질기게 버티는 거겠지.” 최현아는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앉아 말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박민정이 여러 건의 해외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더라고요. 덕분에 우리 부서가 접수하니까 아주 쉬워졌어요.” “그 여자는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뭘 샀는지 봐봐.” 유성혁은 최현아에게 무언가 들킬까 두려워 서둘러 선물을 건넸다. 최현아가 선물을 받아들여다 보니 2억 원 상당의 비취 목걸이였다. “참 예쁘네요. 오늘 무슨 날이길래 이런 걸 줘요?” 유성혁은 박민정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최현아의 사비를 쓰려는 속셈이었지만 이를 감췄다. “당신과 함께하는 날은 매일이 기념일이잖아. 선물 당연히 줘야지.” 그는 또다시 최현아에게 말했다. “사실 요즘 관심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시드 자금이 좀 필요해.” “얼마나 필요해요?” “한 1000억 정도?” “그렇게나 많이요?” 최현아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나도 사비를 마련해놨어. 그러니 3, 4억 정도만 좀 지원해 주면 나중에 꼭 갚을게.” 유성혁은 계속해서 애원했다. 하지만 최현아도 눈치가 있어 유성혁이 사업에 능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기에 결국 200억만 주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간 최현아는 남편이 준 선물을 자랑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역시 결혼 잘해야 돼. 남편이 직접 골라준 선물이야. 우리의 매일이 기념일이래.” 이 소식을 본 많은 사람이 좋아요 와 축하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속으로 유성혁의 본성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