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현은 두 사람의 대화를 박민정이 몰래 녹음했을 것으로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달려오는 기자에게 윤소현은 바로 나서서 말렸다.“찍지 마세요.”기자는 찍지 않을 수 있어도 추모하러 온 다른 사람들은 다르다.“정말이야? 그럼, 윤소현은 대체 성이 윤 씨야 아니면 박 씨인 거야?”그 말을 듣게 된 윤석후가 노하고 말았다.“내 딸인데 당연히 나랑 성이 같죠!”“아... 그럼, 한수민이 바람을...”장례식장을 찾아온 박씨 가문 사람들은 순간 들고 일어났다.“뭐라고? 한수민이 너랑 예전부터 만났다는 거야? 우리 박씨 가문을 대체 뭐로 보고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한 거야!”박씨 가문과 한씨 가문 사람은 순간 뒤죽박죽으로 싸우기 시작했다.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서 박민정은 가엽고 쓸쓸하기만 했다.조하랑은 박민정을 부축해주면서 다치지 않게끔 했다.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유남우는 본래 박민정을 걱정했었는데, 예전과 다른 박민정의 모습에 걱정을 접었다.‘이제는 예전 민정이가 아니네.’박민호 역시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었고 양쪽 모두 친척이라 어찌할 수도 없었다.이때 박민정이 박민호 앞으로 다가왔다.“민호야, 내가 할 얘기는 다 했어. 장례식은 네가 알아서 잘 마무리하도록 해. 난 너처럼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어. 한 여사님과 박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빼앗지도 않을 거야.”박민호는 지금의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유난히 낯선 느낌을 받게 되었다.예전과 같았더라면 사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절대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밝히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누나, 일이 어찌 됐든 누나가 내 누나인 사실은 변하지 않아.”박민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하랑아, 우리 이제 그만 가자.”“그래.”조하랑은 박민정과 함께 떠났다.박예찬과 박윤우는 장례식장을 떠나려는 박민정을 보고서 박민정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돌아가려고 했다.박예찬은 이쪽의 상황을 동영상으로 남겨 놓고 난 뒤 박윤우와 함께 뒷문으로 나가려고 했다.
조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저 사람들이야. 얼마나 기고만장한지 아직도 화가 나.”박민정은 핸드폰을 꺼내 들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했는데, 근처에 있는 경호원이 받았다.조하랑은 박민정이 경호원에게 그 몇몇을 때리라고 하는 내용을 듣게 되었다.“무슨 뜻이야?”아직 확신할 수 없는 조하랑이다.운전기사가 시동을 걸면서 어느 한 은폐된 곳으로 찾아갔다.조하랑은 그제야 자기를 밀쳤던 사람들이 모퉁이에서 맞고 있는 것이 보였다.“민정아, 이건...”“난 얼마든지 당하게 괜찮아. 근데 널 밀쳤잖아. 난 절대 참을 수 없어.”박민정은 태연한 모습으로 또박또박 말했다.그 말을 듣고 감동한 조하랑은 바로 박민정을 끌어안았다.“민정아! 역시 우리 민정이 밖에 없어!”박민정은 입꼬리가 올라갔다.“나 친구도 지켜주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아. 네가 나 지켜준 것처럼 나 역시 너 지켜줘야 한다고 바보야.”예전의 박민정이 아니라 돈이 있다 보니 그만한 세력도 따라주면서 복수하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된 것이다.조하랑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잖아!”“됐어. 그만 가자.”그렇게 복수까지 하고 나서 박민정과 조하랑은 박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부랴부랴 달려온 박예찬과 박윤우는 아무리 기다려도 박민정이 오지 않자, 마냥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박윤우는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혹시 남우 아저씨가 엄마한테 알린 건 아니겠지?”박예찬 역시 확신할 수 없었다.“그럴 것 같지는 않았어. 이미 약속도 받아낸 일인데...”“그래도 혹시나 말했었을 수도 있잖아. 우리 이용해서 엄마한테 잘 보이려고 할 수도 있고 말이야.”박윤우는 지금 벌벌 떨고 있다.전에 몰래 나가고 나서 박민정에게 들킨 뒤로 크게 야단 먹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그 뒤로 박윤우는 박민정이 화내는 것을 무척이나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박예찬은 덤덤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은 속으로 벌벌 떨고 있다.두 아이 모두 몰래 장례식장에 간 일을 박민정이 알게 될
“그래? 아쉽긴 하네.”조하랑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면서 아쉬워했다.“아쉬워할 것 없어. 오늘 일로 나도 윤소현한테 경고한 셈이잖아.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박민정은 오히려 조하랑을 다독여주었다.“알았어.”두 사람 모두 윤소현이 정씨 가문의 딸로 사는 한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근데 정수미도 가만히 보면 참 양딸한테 잘하는 것 같지 않아? 양딸도 이 정도인데 친딸은 오죽할까? 엄청 행복하게 크지 않았겠어?”조하랑이 말했다.“그러게 말이야.”박민정은 윤소현에게 정수미와 같은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부러워하고 있다.무슨 일이 있든 언제든지 윤소현의 편을 들어주는 엄마 말이다.“민정아, 너 친엄마 찾을 생각 없어?”조하랑은 문득 많은 부모가 하는 수 없이 자식을 포기하는 사연을 떠올렸다.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더는 실망하고 싶지 않아.”복지 시설에 딸을 버리는 부모라면 아마 자기 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그 이유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더는 실망하고 싶지도 부모에게 버림받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그래. 괜찮아. 너한테는 우리가 있잖아.”조하랑은 박민정을 꼭 껴안았다.“맞아”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을 꼭 감았다....애들 침실 안에서.박예찬은 장례식장에서 찍었던 동영상을 꺼내 들었다.박예찬 역시 윤소현에 관한 기사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으나 없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돈으로 모두 지워버렸다.“내가 공짜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해줄 거야.”중얼거리면서 박예찬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박윤우는 응원까지 서슴지 않았다.“형, 화이팅! 더 유명하게 만들어줘.”“걱정하지 마.”박예찬은 아주 쉽게 여러 사이트의 내부로 들어가서 윤소현이 자기 친엄마를 외면한 것에 관한 동영상과 윤소현이 했었던 말을 퍼뜨렸다.윤소현은 이미 정수미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행여나 정수미가 갑자기 친딸을 찾아서 데리고 올까 봐 유씨 가문에서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었
“네, 찾았습니다. 지금 유전자검사 견본을 확보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비서의 대답에 윤소현은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잘 됐어. 가능한 한 빨리 챙겨서 얼른 돌아와.”“네.”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웠으나 윤소현은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만약 함미현이 정말로 정수미의 딸이고 자기 자식을 끔찍이 여기는 정수미의 평상시 행동으로 본다면 윤소현은 아마 자기 것의 절반을 함미현에게 넘겨야 할 것이다.어쩌면 절반이 아니라 모든 것을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윤소현은 밤새워 뒤척이었지만, 다행히도 비서한테서 유전자검사 견본을 챙겼다는 소식을 받게 되었다.오늘 바로 돌아온다면서 미리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그렇게 이쪽의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자, 온라인에서 기사가 터지고 말았다.[한수민의 친딸로 의심되는 윤소현.][양모의 돈을 바라보면서 생모를 외면한 윤소현.]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이러한 자극적인 제목이 떠올랐다.사이트 직원들은 물론이고 여러 플랫폼 직원들은 멘붕인 상태이다.[어떻게 실시간 검색에 오르게 된 거죠?]관련 회사 직원들이 채팅방에서 토론하고 있었다.[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런 빅뉴스가 있었지 뭐예요. 이상하기는 하지만...][우리가 감히 미움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윤소현 이모가 우리 회사 대주주인 거 모르시나요?][알고말고요. 요즘 관련 기사가 조금이라도 뜨기만 하면 바로 내리고 했었는데...]직원들은 지금 어리둥절하기만 한 상황이다.[해킹이라도 당한 것 같아요.]마침내 누군가가 가장 마땅한 이유를 알아냈다.이렇게 큰 회사의 사이트를 해킹하다니...[일단 엎질러진 물부터 깨끗이 치워봐요.]비록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일찍 일어난 네티즌들은 이미 윤소현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한수민이 윤소현 새엄마라고 하지 않았음? 갑자기 왜 또 친엄마라고 하는 것임?][님, 아직 잘 모르시나 본데 윤석후의 첫 와이프인 정수미는 윤소현의 친엄마가 아니라 양모임.][대박! 그럼, 정
박씨 가문 본가.박민정은 아침 일찍부터 조하랑 등쌀에 못 이겨 일어나게 되었다.자연스레 윤소현의 기사를 보게 되기도 했다.“민정아, 봤지? 기자들이 이런 빅뉴스를 그냥 놓칠 리가 없어.”박미정은 잠시 훑어보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들은 한둘씩 삭제되기 시작했다.아침을 먹는 동안에 조하랑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불만을 토해냈다.“기사 내리는 속도가 너무 무서울 정도로 빠르지 않아?”“돈이 좋은 거지.”박민정이 말했다.박예찬과 박윤우도 윤소현에 관한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온 것을 알고 있었다.박예찬은 본래 해킹을 더 하면서 윤소현의 이름 석 자를 실시간 순위에 올리려고 했지만, 상대방이 이미 알아차리고 방화벽까지 가강하고 지키고 있었다.만약 또다시 해킹하러 들어간다면 정체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박예찬은 이쯤에서 멈추면서 윤소현에게 이 정도의 교훈밖에 남기지 못했다.오늘, 한수민이 하관하는 날이다.박민정은 현장으로 가지 않았지만, 가족 채팅방에는 각종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다.한수민이 바람을 피운 일이 밝혀지면서 박씨 가문의 친척들은 한수민을 박형식 옆에 하관하는 것을 반대했다.박민호는 하는 수 없이 다른 자리를 알아봐서 하관할 수밖에 없었다.채팅방에 올라온 내용을 확인하고서 박민정은 그 채팅방에서 나와버렸다.앞으로 더는 한수민의 딸로 지낼 필요가 없게 되자,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오늘 점심은 밖에서 먹자.”박민정이 제안했다.“좋아.”조하랑과 두 아이는 단숨에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박민정 일행은 근처에 리뷰가 좋은 식당으로 향했다.오늘은 보슬비가 종일 내리고 있다.박민정과 함께 며칠 동안 있었던 조하랑은 김훈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박예찬을 그리워하자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민정아, 미안해. 예찬이 좀 빌려줘야 할 것 같아.”박민정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오히려 괜찮다고 해주었다.“괜찮아. 어르신께서도 우리 예찬이 예뻐해 주시고 자기 손자처럼 여겨주고 계시는 데 우리야말로 고마운 일이야.”“엄
전화가 끊기고 나서 박민정은 더는 유남준을 걱정하지 않았다.한편.서다희는 지금 중환자실 밖에 서 있다.지금까지 유남준은 깨어나지 않았다.김인우가 들어가서 유남준의 몸 상황을 체크해 보았다.“아무 문제도 없는데... 왜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거야...”“우리 대표님 깨어나지 못하시는 건 아니겠죠?”서다희는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물었다.지금까지 함께해 온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자기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기다려 봐요.”김인우는 서다희의 등을 토닥이면서 위로해 주었다.바로 그때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뭡니까? 여긴 개인 병원입니다.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입니다.”“왜 손찌검을 하고 그러는 겁니까!”이윽고 물건을 깨부수는 소리와 더불어 싸우는 소리 비명까지 들려왔다.김인우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누구지? 죽으려고 환장했나?”서다희 역시 믿어지지 않았지만, 곧 상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블랙 코트를 휘날리며 성큼성큼 걸어서 들어오는 유남우가 보였다.유남우의 뒤에는 인상이 험상궂은 경호원들은 많았다.“유남우!”김인우는 멍해졌지만, 곧바로 깨닫게 되었다.어제 유남우는 김인우한테 유남준을 좀 더 신경 쓰라고 경고했었다.‘젠장! 당해버렸어!’유남우는 김인우를 상대조차 하지 않고 중환자실 밖으로 다가와서 안을 들여다보았다.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형 데리고 집에 가려고 온 거예요.”“장난해? 내가 있는 한 절대 그 누구도 남준이 데리고 갈 생각하지 마!”김인우가 말했다.서다희 역시 경계하면서 유남우를 바라보았다.“남우 도련님, 저희 대표님과 친형제 사이 아닙니까? 지금 상황으로는 절대 병원에서 모시고 나갈 수 없습니다.”“서 비서님도 말했다시피 우리 친형제 사이에요. 어떻게 자기 친형을 해칠 수가 있겠어요.”“오히려 두 사람이야말로 우리 형한테 무슨 짓을 한 거죠? 왜 저렇게 병상에 누워있는 거죠?”유남우가 물었다.유남준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었고
유남우는 서서히 힘에 손을 더하기 시작했다.만약 지금 이대로 유남준이 죽게 된다면 김인우와 서다희가 몰래 유남준을 죽인 것으로 덮어씌우면 그만이다.유남준에게 어떤 수술을 했는지 바로 죽었다면서.“형, 나 너무 탓하지 마. 뭐나 나하고 다투려고 빼앗으려고 했던 형 자신을 탓해.”유남우는 유남준의 입과 코를 꼭 막았다.“내가 먼저 민정이를 만났고 형이 없는 것을 나도 드디어 얻게 되는 줄 알았었는데, 민정이마저 형이 빼앗아갔어.”“그것만으로 부족하여 왜 날 가만히 두려고 하지 않았던 거야? 맨날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 민정이가 형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알아?”말하다 보니 유남우는 눈시울이 약간 붉어지기도 했다.“이제 다 끝났어. 형이 가고 나면 내가 형 대신 형수님 잘 챙겨줄게.”유남우는 일부러 ‘형수님’ 세 글자에 어세를 높였다.유남준에게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마냥 속이 시원하기만 했다.호흡이 가빠와서였는지 수술한 뒤로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유남준은 갑자기 눈꺼풀을 움직이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유남우의 손목을 꽉 잡았다.순간 유남우는 당황하면서 이를 악물고 힘을 더했다.안타깝게도 워낙 체질이 허약한 유남우인지라 유남준이 깨어난 뒤로 더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경호원!”유남우는 주저 없이 경호원을 불러들였고 차가 멈춰서자 장한 몇몇이 올라왔다.“남우 도련님.”지시를 내리려고 할 때 유남준이 두 눈을 벌떡 떴다.차 안의 모든 것이 똑똑히 보였다.그런 유남준을 바라보면서 유남우는 차갑게 웃었다.“형, 자는 척 한 거였어?”유남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척이든 아니든 오늘 형은 반드시 죽어야 해.”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서 오히려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물었다.“너 누구야? 나 집에 갈래.”순간 유남우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뭐라고?”“집으로 보내 줘. 배고파. 배고파.”유남준은 일어나서 앉더니 다짜고짜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배
유남준을 빼앗긴 뒤로 김인우와 서다희는 미친 듯이 찾아다녔지만, 유남우 그 미친놈을 찾아내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크게 다친 상황이라 부하에게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남준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며 나 평생 지옥에서 살 거야.”방비하고 있지 않았던 자신이 무척이나 한스러운 김인우이다.그에 비해서 서다희는 그나마 이성이 좀 있었다.“아직 들려오는 나쁜 소식도 없고 대표님 괜찮을 겁니다.”“무슨 근거라도 있어요?”김인우가 물었다.“만약 제가 유남우였다면 대표님을 죽이고 저희한테 뒤집어씌웠을 겁니다. 이렇게 질질 끌지 않고 말입니다.”두 사람은 지금 온몸이 아파서 간단한 대화조차 어려운 상황이다.잠시 말하고 나서 두 사람은 각자 쉬기로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서다희의 핸드폰이 계속 울려왔고, 민수아였다.민수아에게 다친 것을 들키게 될까 봐 서다희는 바로 받을 수 없었다.김인우는 다시 눈을 뜨면서 짜증이 잔뜩 서려 있는 말투로 말했다.“좀 받아요! 시끄러워 죽겠네.”만약 두 사람이 함께 유남준을 빼앗겨버린 게 아니라면 절대 서다희와 같은 방에서 지내지 않았을 것이다.서다희는 부하에게 핸드폰을 귓가에 좀 놓아달라고 했다.“수아야.”“왜 이제서야 받는 거야? 요즘 뭐 하고 다녔어? 전화도 없고 톡도 업고 나 말고 다른 여자라도 생긴 거야?”민수아가 퉁명스럽게 물었다.서다희는 부랴부랴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럴 리가... 요즘 야근하고 시간이 없었어. 며칠 지나서 너 찾으러 갈게.”“흥!”민수아는 화난 척하더니 진지한 모습으로 말머리를 돌렸다.“너희 대표님은 요즘 좀 어때? 민정이가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희 대표님과 연관된 것 같아서 그래.”서다희는 자기 역시 유남준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다.“수아야,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나중에 알게 될 일이니 그만 신경 끄는 게 좋을 거야.”“알았어. 나 안 보고 싶어?”민수아는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보고 싶지. 우리